요재지이 - 나찰의 해상 시장 외

도서정보 : 포송령 | 2019-0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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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聊齋志異)는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의 중국 청 시대의 괴기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자 포송령이 민간에 전래되는 설화와 괴기담, 경험담 등을 모아서 만든 소설집으로, 귀신과 여우, 도깨비, 식인귀, 환생, 신선 등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는 단편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것부터 골라 읽어도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인 단편들은, 미녀 귀신에 빠져서 불륜을 저지르는 선비, 게으름에 젖어 집안을 망하게 했으나 여우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는 귀족, 서로간의 우애가 돈독한 뱀들 등 환상적이고 신비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른 중국 괴기담들과 달리,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설하고, 줄거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나름대로의 전거 등을 밝혔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야기의 다양함과 신비함으로 인해서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고, 이미 20세기 초에 다양한 서구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기도 했다.
* 1권에 40여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위즈덤커넥트판 "요재지이"는 2018년 12월을 시작으로, 매달 1권씩 간행될 예정이다.

구매가격 : 4,000 원

나 제왕의 생애

도서정보 : 쑤퉁 | 2018-12-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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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인생이란 불과 물, 독과 꿀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최초의 동인이다.”_쑤퉁

『나 제왕의 생애』의 첫인상은 역사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명, 지명, 역사적 사건은 모두 상상의 산물이다. 작가 쑤퉁은 현실에는 없었던 ‘섭국’이라는 왕조를 배경으로, 어린 나이에 제왕이 된 소년 단백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단백은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열네 살의 나이에 갑작스레 제왕이 된다. 왕이 될 준비도 하지 않았고 왕이 되길 원하지도 않았던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왕이다. 수렴청정의 틈바구니, 비빈들의 암투, 변방 외적의 침입, 왕위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시시때때로 시도하는 암살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상황에서 소년 단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실제로 미미하다. 숨막히는 생활 속 단백은 늘 악몽에 시달리고 죽은 자들의 망령에 쫓긴다.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단백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히스테릭하게 변하는 한편 마음 깊은 곳에선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하며 매인 데 없이 훨훨 날 수 있기를 강렬히 소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민의 옷을 입고 궁 밖으로 나가 줄타기꾼의 멋진 기예를 감상할 기회를 얻고, 그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이후 단백은 음모와 정치적 투쟁의 결과 제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서민으로 전락한다. 서민의 삶이 고단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수치스럽진 않다. 기형적으로 억눌렸던 그간의 자신을 돌아본 후 숨겨진 재능을 찾은 그의 앞에 완벽히 다른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겉모습은 물론, 속모습까지 완벽히 탈바꿈한 그는 도읍으로 돌아가지만 섭국을 집어삼킨 팽국의 군대와 불에 타 재가 된 섭궁만 그를 맞는다.
제왕의 삶이란 지극히 고유하고 특별한 그 무엇이리라 예상하지만, 작가 쑤퉁이 그려내는 제왕의 삶은 다르다. 작가 자신의 말처럼 불과 물, 독과 꿀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제왕에서 서민이 되는, 불가능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무한정의 권력과 자유를 누릴 것 같으면서도 주어진 선택의 폭은 협소하다. 굴곡과 모순으로 점철된 삶이란 특정한 어느 개인이 아니라 결국 우리 보편의 모습이 아니던가. 때문에 이 소설은 『나 (제왕)의 생애』라 읽을 수 있겠다. 소설가 김숨이 이 소설을 두고 “상상 속 고대 왕국 섭의 제왕이었던 단백의 생애와 나의 생애, 두 생애가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하는 황홀함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는 “불과 물, 독과 꿀”이 어우러진 인생에 어쩔 수 없이 너그러워지게 된다”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성장이 멈춰버린 ‘제왕’

제왕으로서 단백은, “문무백관의 격렬한 논쟁을 듣고도 결코 끼어들지 않는, 무능한 허수아비 왕”(본문 137쪽)이며 “섭국의 재난이 머지않았다”(본문에서 이 표현은 무려 스무 번이나 등장한다)는,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저주 혹은 예언을 감내해야 하는 궁지에 몰린 왕이다. 세상은 단백이 왕으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는다. 아니,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는 것도 막는다.
“조회중에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천으로 틀어막고 두 손을 옥좌에 결박”(본문 102쪽)해 발언권을 막아 왕으로서 기본적인 직무를 방해하는 일은 예사고 “궁 밖으로 한 걸음이라도 나가는 걸 허락지 않”는다(본문 46쪽). 자유가 없다. 첫 몽정을 하고 속옷이 젖자 궁녀들은 “이게 뭔지 아느냐?”는 그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그 속옷을 잡아채 수렴첨정을 하는 할머니 황보부인에게 대령하기 바쁘다. 신체의 변화를 겪으며 사춘기에 접어든 그에게 그 누구도 이렇다 할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몸은 커지지만 정신은 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단백은 소년이 되기보다 유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 회의 시간에 정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귀뚜라미를 들여다보고 있는가 하면, 하얀 꼬마귀신을 보는 착란 증상을 보이고, 죽은 자와 관계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경계하는 등 정신적 지체를 겪는다.
정신적?정서적 지체는 악순환을 낳는다. 정사를 장악하는 실질적 권한과 정세를 파악하는 통찰이 부재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시국은 어려워진다. 변방에 외적이 침입하고, 이를 막기 위한 순행 길에서 “날씨가 너무 추워서 떠나고 싶지 않단 말이다!”라는 논리로 수비를 위해 움직이자는 장수의 간언을 무시한 후 나아가 그를 베어 없애버린다. 이 일은 훗날 단백을 해하려는 음모가 되어 되돌아온다. 무지막지한 세금 부과에 반발해 들고 일어난 농민의 반란도 막지 못한다. 유일하게 사랑했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에게는 ‘흰여우’를 출산하게 하고, 궁 밖으로 쫓겨나는 기구한 운명을 가져다준다. 종국에는, 왕위를 이어받은 후 끊임없이 자신과 경쟁했던 장자 단문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스스로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서민’으로 전락한 후 진정한 자신으로 서다

무더운 여름, 세속의 삶으로 내팽겨쳐진 단백. 제왕의 용포를 벗자, 단백은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고자 한다.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궁 안에서 줄곧 갈망해온 자유로운 ‘줄타기꾼’의 길을 가리라 결심한다. 그에게 줄타기는 “재능을 타고났으나 삶 때문에 묻혀버렸던 아름다운 기예”(본문 293쪽)였다. 왕이었을 때는 매사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답을 남에게 묻기 바빴으나 줄타는 방법만큼은 스스로 찾기 위해 분투한다.

“나는 왼쪽의 멧대추나무를 타고 올라가 허공의 밧줄 위에 흔들흔들 서다가 아래로 쿵 떨어졌다. 그다음에는 오른쪽 멧대추나무를 타고 올라가 밧줄 위에 서다가 역시 아래로 쿵 떨어졌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외침이 얼마나 뜨겁고 비장한지 깨달았다. (…) 스승 없이 모두 스스로 깨우쳤다. 그러다 어느 가랑비 내리는 아침, 그 긴 밧줄을 수월하게 다 건넜다. (…) 구월의 가을비가 내 얼굴 위에 뚝뚝 떨어지자 이미 시들어버린 지난 일들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나는 만면에 눈물을 흘리며 밧줄 한가운데에 서서 밧줄의 반동에 따라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내 몸과 영혼이 함께 솟구쳤다가 떨어져내렸다.”(본문 292~293쪽)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왔으나 그가 보고 주유하는 세상은 밀폐된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 수직적 지위 하락이 역설적으로 수평적 시야 확장을 일궈냈다. 그는 더 나아가 초연함까지 얻는다. “나는 서민이고 줄 타는 광대다. 내 앞에 있는 것은 망국 군주의 죄업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 무서울 게 없다(본문 317쪽).” 단백은 그렇게 뒤늦게 도약을 이루고, 줄 위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곧추선다.

“이토록 예스럽고 우아한 정조는 어디서 왔을까”
가상역사소설의 짙은 센티멘털리즘 출처=옮긴이 김택규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luxun2004/80030493034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는 작법

왕들의 솔직한 심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기록으로 남은 실록이나 왕의 일기를 통해서 ‘추측’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왕의 용포를 입고 있는 자라면 철저한 자기검열을 했을 테고, 그렇다면 기록된 그 심정은 ‘진짜’일까. 게다가 폐위된 왕의 그것이라면, 그 심정을 알 리 만무하다. 작가 쑤퉁은 궁금했다. ‘역사소설 쓰기 벽癖’이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고,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나 전설 속 소재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세계를 고안하길 즐겨하는 그다(구습이 남겨진 1920년대, 어느 일가의 이야기를 다룬 「처첩성군」이나 맹강녀 설화를 다룬『눈물』등이 그러하다). 『나 제왕의 생애』에서는 역사에서 길어올린 소재뿐 아니라 작법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국 고대소설의 요소들을 빌려와 양이(?毅)의 논문 <서정 스타일의 재현과 재구성-쑤퉁 소설론(抒情?格的再??重????童小??)>을 참고했다.
‘진짜’ 같은 왕의 일대기를 완성시켰다.
『나 제왕의 생애』는 주인공 단백이 자신의 마음 깊숙이 숨긴 이야기들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1인칭 시점이다. 단백이 느끼는 실존에 대한 공포와 불안, 자아 분열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서술되어, 한국 문학 모더니즘의 선두주자인 이상李箱의 시나 소설을 떠오르게도 한다.

나는 내가 진짜 섭왕 같지 않았다. 단문이 나보다 더 진짜 섭왕 같았다.
그것은 말 못할 내 마음의 병이었다. 나는 이처럼 스스로를 비하하는 의심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연랑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태로워 보여도 진정한 위험은 없었던 내 제왕의 생애 초반에 그러한 의심은 커다란 바위가 되어 깨지기 쉬운 내 왕관을 누르며 내 정신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나는 괴팍하고 고집 센 소년 천자가 되었다.
나는 예민했다. 나는 잔인하고 난폭했다.(본문 106~107쪽)
*
“그러면 나는? 나는 아직 살아 있느냐?”
“폐하는 만수무강하실 겁니다.”
연랑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논어』를 다 읽기는 그른 듯하구나.”
소란스러운 말발굽 소리가 마침내 밀물처럼 광섭문을 통과해 왕궁으로 쏟아져들어왔다. 나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서 말했다.
“들었느냐? 이렇게 섭국의 마지막날이 왔다.”(본문 238쪽)

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러한 작법은 모던하면서도, 인물의 성격을 행동이나 언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발화해 욕망과 상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중국 고대소설과 닮아 있다. 전통과 모던의 공존이다. 한편 이미지나 몽환적인 암시 등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주조하고 복선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도 중국 전통소설의 예술적 흔적이다. 소설에서는 ‘새’가 단백의 심경을 대변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주요한 소재다.

정말 숲속의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었다.
“날자!”
나는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그것은 오래 앓아온 내가 입 밖으로 뱉어낸 두 음절이었다.(본문 104쪽)
*
잿빛 새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기괴한 새 울음소리가 여름날의 하늘에 울려퍼졌다. 내 귀에는 그것이 마치 사람 소리처럼 들렸다.
“망했노라…… 망했노라…… 망했노라……”(본문 240쪽)
*
청년이 되어서는 자유로이 창공을 나는 새들을 가장 좋아했다. 이십여 종의 새 이름을 알았으며, 그 새들의 울음소리를 구별하고 흉내내기도 했다. 외로운 여행길에서 나는 나처럼 홀로 길을 가는 학자나 장사꾼을 숱하게 만났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들과는 적막한 길에서 늘 대화를 시도했다.
“망했노라…… 망했노라……”
나는 공중의 새를 향해 외쳤다.
“망했노라…… 망했노라…… 망했노라……”
곧 새떼의 응답이 내 목소리를 덮었다.(본문 280쪽)

무엇보다 참언讖言, 즉, 예언의 적절한 사용이 도드라진다. 참언의 사용은 중국 고대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듯, 『나 제왕의 생애』는 소설 전체가 “섭국의 재난이 머지않았다”는 거대한 저주에 휩싸여 있다. 이 주문은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되고, 많은 인물들에 의해 말해짐으로써 힘을 가져 섭국은 결국 소멸하고 만다.
작가 쑤퉁이 전통소설의 작법에서 빌려온 특징들과 ‘폐위된 왕’에게도 눈을 돌리는 작가 고유의 시선, 의식의 흐름을 좇는 모던한 작법으로, 소설은 “예스럽고 우아한 정조”를, “처연함의 미학”’(옮긴이의 말 341쪽)을, “가상역사소설의 짙은 센티멘털리즘”이라는 모순적이고도 독특한 울림을 선사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삼국지

도서정보 : 나관중 | 2018-09-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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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는 이야기

한권으로 읽는 동양문학의 영원한 고전(古典)!

삼국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많은 사람들의 사상과 정서가 녹아들어간 소설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펼치는 복잡한 이야기인 삼국지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대한 양으로
인해 삼국지를 제대로 이해하며 읽은 사람이 의외로 적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복잡하고 방대한 삼국지의 요약본으로 삼국지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주요 인물들과 주요사건은 빠짐없이 수록되어 삼국지 읽기의
본래의 재미는 놓치지도록 하였다.

구매가격 : 8,000 원

열화여가 1

도서정보 : 명효계 | 2018-09-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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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여가, 열화산장의 열여가!”
★2018년 중국 드라마 최고 화제작 〈열화여가〉 원작소설★
지금껏 만나지 못한 새로운 무협 판타지를 만난다



◎ 도서 소개

★2018년 중국 드라마 최고 화제작 〈열화여가〉 원작소설★
〈삼생삼세 십리도화〉 제작진이 선택한 새로운 이야기
드라마 70억 뷰 돌파, 5주 연속 조회 수 1위

여주인공 ‘열여가’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무림 최고 문파 ‘열화산장’을 배경으로 펼치는 사랑과 야망, 복수에 얽힌 무협사극 『열화여가』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열화여가』는 중국 국민 배우 적려열파, 주유민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 만들어져 ‘첫 방송 공개 18시간 만에 1억 뷰 돌파’, ‘5주 연속 온라인 조회 수 1위’ 등 놀랄 만한 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얻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제작사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모든 생을 함께할 수 있으니, 그거면 되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중국 로맨스 작가 명효계가 선보이는
지금껏 만나지 못한 새로운 강호무협 로맨스

중국의 로맨스 소설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명효계가 이번에는 무협사극에 도전했다. 명효계는 신선하고 과감한 전개와 개성 뚜렷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선으로 중국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데뷔작 『명약효계(明若曉溪)』가 대만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정통 멜로 『포말지하(泡沫之夏)』는 만화책으로 각색되었을 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에서 각각 드라마화되었다. 작품 대부분이 영상 또는 만화로 리메이크되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맨스 스토리텔링의 귀재로 떠오른 저자의 신작『열화여가』는 중국에서 70만 부가 판매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특히 남성 주인공 위주의 대다수 무협극과는 달리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성장을 그려내는 ‘새로운 강호무협전기’라는 평을 얻었다.

“이승에 열화(烈火)가 있다면 저승에는 암하(暗河)가 있다.”
강호를 뒤흔든 복수와 배신, 계략과 암투, 그리고… 사랑
각각의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무림의 최고 문파, 절대강호의 지위를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열화산장. 장주의 외동딸 여가는 열화산장의 제1 수제자인 전풍과 연인 사이였으나, 전풍은 2년 전 하루아침에 냉랭하게 돌변해버렸다. 여가는 최고의 청루라 불리는 품화루에서 시녀로 일하며 기녀들이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을 배워 보고자 하지만 허무함만 느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 품화루에 나타난 칠현금 명인이자 천하절색, 은설이 갑자기 여가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다가온다. 여가의 첫사랑 전풍,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서 지켜준 옥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은설, 각자의 매력과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열화여가』는 강호에서 세력 확장을 위해 각축을 벌이는 다양한 문파의 사람들이 펼치는 무협사극으로,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기는 권력뿐 아니라 우정, 사랑, 가족애, 복수, 배신 등의 인간적 욕망이다. 무림의 양지를 대표하는 열화산장과 음지를 대표하는 암하궁의 오래된 대립으로부터 시작된 무림의 위기는 암하궁 궁주의 계략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급류를 타게 된다. 열화산장의 후계자이자 열화권의 계승자인 여가와 주변 인물들 역시 혼탁한 강호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는데…….

"날 아주 조금이라도 사랑해줄 수 있겠소? 정말 조금이라도 좋으니.”
너무나 사랑스러운, 너무나 매력적인 히로인의 등장!
빠른 사건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의 항연이 펼쳐진다

여가는 ‘여주인공’이라는 히로인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영웅적 여성’이라는 진정한 의미에 걸맞은 인물이다. 무림의 최고 권력인 열화산장 장주의 외동딸이지만 권력을 욕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챙길 줄 안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 역시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여가의 가장 큰 능력은 지위도 무공도 아닌,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의 능력이다. 여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열화산장의 후계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한 번 마음먹은 뒤에는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한다.
주인공 여가 외에도 주변 인물인 은설 역시 결점 없는 캐릭터다. 눈부신 외모, 따라올 이 없는 칠현금 연주, 인간계로 내려온 신선이 가지는 내공과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 그러나 여가를 사랑하면서 평범한 인간처럼 마음 졸이고, 자존심이 다치고, 자신의 무공을 깎으며 사랑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고 다시 한 번 ‘인간적인’ 존재가 된다.
무협소설 특유의 빠른 전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사건 묘사,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 신선계와 환생, 무공과 저주 등 상상력에 한계가 없는 대륙의 스케일까지, 『열화여가』는 올해 가장 중국다운 무협판타지 사극이 될 것이다.

구매가격 : 12,000 원

열화여가2

도서정보 : 명효계 | 2018-09-0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다시는 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2018년 중국 드라마 최고 화제작 〈열화여가〉 원작소설★
지금껏 만나지 못한 새로운 무협 판타지를 만난다


◎ 도서 소개

★2018년 중국 드라마 최고 화제작 〈열화여가〉 원작소설★
〈삼생삼세 십리도화〉 제작진이 선택한 새로운 이야기
드라마 70억 뷰 돌파, 5주 연속 조회 수 1위

여주인공 ‘열여가’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무림 최고 문파 ‘열화산장’을 배경으로 펼치는 사랑과 야망, 복수에 얽힌 무협사극 『열화여가』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열화여가』는 중국 국민 배우 적려열파, 주유민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 만들어져 ‘첫 방송 공개 18시간 만에 1억 뷰 돌파’, ‘5주 연속 온라인 조회 수 1위’ 등 놀랄 만한 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얻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제작사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다시는 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거짓말 아냐,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거야.”
최근 가장 주목받는 중국 로맨스 작가 명효계가 선보이는
지금껏 만나지 못한 새로운 강호무협 로맨스

중국의 로맨스 소설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명효계가 이번에는 무협사극에 도전했다. 명효계는 신선하고 과감한 전개와 개성 뚜렷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선으로 중국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데뷔작 『명약효계(明若曉溪)』가 대만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며, 정통 멜로 『포말지하(泡沫之夏)』는 만화책으로 각색되었을 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에서 각각 드라마화되었다. 작품 대부분이 영상 또는 만화로 리메이크되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맨스 스토리텔링의 귀재로 떠오른 저자의 신작『열화여가』는 중국에서 70만 부가 판매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특히 남성 주인공 위주의 대다수 무협극과는 달리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성장을 그려내는 ‘새로운 강호무협전기’라는 평을 얻었다.

“넌 영웅이야, 실패를 참아서도 실패를 해서도 안 돼.”
비밀이 빚은 또 다른 비밀과 함정, 비뚤어진 사랑

열화산장을 굳건히 지켜온 열명경이 갑작스레 죽임을 당하고, 여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죽인 자는 과연 누구인가? 열명경의 뒤를 이어 장주의 자리에 오른 여가는 열화산장 내부의 반발과 강호의 혼란을 가라앉히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각자의 비밀과 음모, 열망과 욕심으로 인해 사건의 수수께끼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무림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데…….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를 버텨내던 어느 날, 기적처럼 흰옷을 입은 그가 돌아왔다.
『열화여가』는 강호에서 세력 확장을 위해 각축을 벌이는 다양한 문파의 사람들이 펼치는 무협사극으로,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기는 권력뿐 아니라 우정, 사랑, 가족애, 복수, 배신 등의 인간적 욕망이다. 무림의 양지를 대표하는 열화산장과 음지를 대표하는 암하궁의 오래된 대립으로부터 시작된 무림의 위기는 암하궁 궁주 암야라의 계략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급류를 타게 된다. 열화산장의 후계자이자 열화권의 계승자인 여가와 주변 인물들 역시 혼탁한 강호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는데…….

“평생 지켜주고 싶었지. 하지만 그녀는 이미 어른이야.”
너무나 사랑스러운, 너무나 매력적인 히로인의 등장!
뒤틀렸거나 애틋하거나, 네 개의 사랑, 다른 듯 닮은 네 가지 모양

열 사람이 있다면 열 개의 사랑의 모양이 있듯,『열화여가』속 사랑은 등장인물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그려진다. 저마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갖고,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에 따라 무림의 판세는 극적으로 뒤집힌다. 한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 원수의 딸이 된 옛 연인에 대한 애증을 끊어내지도 복수를 포기하지도 못하는 고통,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기를 갈망하지만 수없이 역경을 감내해야 하는 운명, 상대에 대한 소유와 집착만 남은 광기 어린 사랑과 그로 인한 비극까지……. 각 인물들에 얽힌 이해와 애정관계로 둘러싸인 무협 로맨스 『열화여가』를 읽으며 독자들도 한 번쯤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원한과 갈등은 인물들을 자의든 타의든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전장으로 끌어들였다. 여가는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진실이 아닌 것은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무고한 자를 지키고, 흑백논리에 따라 적과 아군을 가르지 않으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원수를 용서함으로써 긴 세월 이어져온 복수의 굴레를 끊어버린다. 『열화여가』의 주인공 열여가가 독보적 캐릭터인 이유는 나이와 신분을 떠나 누구보다 넓은 포용력과 리더십을 가진 ‘강인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무협소설 특유의 빠른 전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사건 묘사,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 신선계와 환생, 무공과 저주 등 상상력에 한계가 없는 대륙의 스케일까지, 『열화여가』는 올해 가장 중국다운 무협판타지 사극이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사형, 뭘 걱정하는 거야?”
여가가 옥자한의 무릎에 엎드리자 여가의 밝고 투명한 뺨이 푸른 도포에 폭 싸였다.
“이미 지난 일이잖아. 다 잊은 지가 언젠데 전풍이 혼인을 한다고 내 마음이 흔들리겠어?”
여가는 웃고 있었다. 옥자한은 여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여가는 왠지 자신이 알던 여가가 아닌 듯했다.
한 달 전 사흘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다시 만난 여가에게서는 성숙미가 물씬 느껴졌다. 마치 단 하룻밤 사이에 여인으로 변한 듯했다. 여가는 예전처럼 옥자한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따뜻이 보살펴주었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전처럼 웃었지만, 눈빛만은 예전처럼 웃고 있지 않았다.
“가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찌하여 이제는 여가의 웃는 얼굴에서 티 없이 맑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아무 일도 없었어. 사형 부쩍 의심이 많아졌네. 모든 게 다 잘 되어가고 있는 거 안 보여? 무슨 일이 일어날 게 뭐 있다고 그래?”
여가는 웃는 얼굴이었지만 대답하는 내내 옥자한의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설은?”
마침내 옥자한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왔다.
옥자한에게 내려진 한의 저주를 빨아들인 설은 어째서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궁에서도 설의왕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설…….
여가의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날 밤, 설의 몸은 차츰차츰 투명해지다 수천, 수만 개의 광채로 변하면서 여가의 품에서 조금씩, 서서히 사라져갔다…….
“떠났어.”
여가의 목소리는 땅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리는 시월의 눈만큼이나 가벼웠으나, 얼굴에는 쓴웃음이 배어 있었다.
“떠났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어.”
11-12p

“저 여인을 죽이시오.”
칼날처럼 싸늘한 목소리였다. 전풍은 이어서 주례에게 말했다.
“혼례를 계속 진행하시지요.”
옥의는 어안이 벙벙하여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손에 쥔 비수는 곧 땅에 떨어질 듯했다.
열화산장 제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풍 도련님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는 터라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 가냘픈 여인을 둘러쌌다.
흥겨운 주악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전풍의 얼굴은 미동조차 없었다. 도열향의 입가에 조롱기 담긴 미소가 스치고, 옥구슬이 매달린 예모의 술이 다시 얼굴에 드리워졌다.
옥의의 눈빛에서 증오가 뿜어져 나왔다. 옥의는 이를 악물고 전풍의 거만한 몸을 향해 달려들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당신의 아이를 가졌다고요! 내 뱃속에 당신의 아이가 있어요!”
비수가 전풍의 앞가슴을 향해 날았다.
옥의는 전풍을 증오했다. 증오심에 그를 죽이려 했다.
여가가 눈을 떴을 때, 비수는 전풍의 손에 들려 있었다. 전풍은 옥의의 머리채를 잡고 뒤쪽으로 끌어내며 잔인하고 비정하게 말했다.
“내 아이를 가졌다고?”
“그래요.”
옥의의 눈은 메말라 있었다. 더 흐를 눈물이 없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린 뒤였다.
비수가 옥의의 배를 겨누었다.
“내 아이가 자라면 틀림없이 악마가 될 것이니, 아예 지금 싹을 잘라버리는 게 낫겠지.”
날카로운 비수가 옥의의 배를 찔렀다. 한기가 뼈에 사무쳤다……. 옥의는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 절규했다.
“안 돼! 아가야!”
전풍의 눈이 어두워지고, 비수는 옥의의 부드러운 배 속으로 들어갔다.
열화산장의 경삿날.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 시뻘건 단풍나무와 등롱. 술 냄새와 음식 냄새. 한곳으로 뿌려진 꽃잎, 사탕, 땅콩, 대추…….
“그녀를 놓아줘.”
불꽃같은 목소리가 적막을 찢어놓았다.
“그녀를 놓아줘!”
붉은 단풍나무 아래,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은빛을 띤 여인이 서 있었다. 고집스럽게 깨문 입술, 불꽃이 이글거리는 눈빛 그리고 낙엽과 함께 바람결에 흩날리는 붉은 옷을 입은 여가였다.
27-29p

열명경은 차츰 안정을 되찾은 뒤에야 여가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자상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천은 내 형제였다. 그러나 전풍은 성정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냉혹해……. 가아야, 넌 비록 경험은 없지만 용감하고 뚝심 있는 아이다. 이번에 산장으로 돌아온 후로는 예전보다 눈에 띄게 침착해졌고, 무공 실력도 크게 발전한 것 같더구나…….”
열명경은 돌탁자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찻잔은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여가는 다시 뜨거운 차를 따라드리려 했으나, 열명경은 손을 내젓고는 차가운 차를 들이켰다.
“열화산장의 주인은 네가 될 수밖에 없단다.”
이 말을 하는 열명경의 목소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단호했다.
“하지만…….”
여가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열명경의 흰 눈썹이 꿈틀했다.
“가아야, 지금 바로 열화산장을 넘겨주려는 게 아니란다. 네가 강호의 일들을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강호의 각 문파가 너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준비하렴.”
“그래도 저는 내키지가…….”
열명경이 한 손을 휘저으며 여가의 말을 가로챘다.
“모레 열화산장을 떠나거라!”
설마 아비가 딸을 내쫓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여가는 어리둥절했다.
“아버지! 저 돌아온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았는데요.”
열명경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최근 궁이 어수선한 모양이라 옥아가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 옥아와 함께 가거라.”
여가는 또 한 번 어리둥절했다.
열명경은 여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갑자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딸을 사랑하는 세상 모든 아버지의 그것이었다.
“옥아는 어려서부터 널 마음에 두고 있었단다.”
여가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얼굴을 붉히며 읊조리듯 말했다.
“아버지…….”
“아비의 마음으로는 네가 몸이 불편한 옥아와 맺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었다. 그런데 풍아는 이미 혼인했고, 또 성격이 크게 변했으니…….”
열명경은 탄식을 내뱉고 다시 말을 이었다.
“옥아도 괜찮은 아이란다.”
그러나 딸을 언제까지 보호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19년이 되었다.
전풍도 19살이 되었다.
그가 돌아올 때가 되었다…….
돌탁자에 놓인 차는 차갑게 식었고, 석양은 대나무 숲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여가가 이제 그만 일어서려고 하는 찰나 열명경이 그날 대화의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만약 전풍이 널 위협하는 상황이 오면, 그를 죽이거라.”
40-43p

넓디넓은 빈소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향촉(香燭)의 불빛이 가물거렸다. 바람도 없이 저 혼자 흔들리는 흰 휘장 아래에는 외로운 위패 하나, 흰 단지 하나가 전부였다.
“아버지는요? 어찌 위패만 있어요?”
여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열화산장 일동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예랑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입을 열었다.
“장주님의 유해는 도자기 안에 들어 있습니다.”
여가가 고개를 돌렸다. 눈빛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찌된 일입니까?”
옆에 있던 모용일소는 여가의 침착하고 당당한 기세에 내심 깜짝 놀랐다. 여가가 빈소의 위패를 보면 어쩔 줄 몰라 허둥대거나 혹은 그 자리에서 혼절이라도 하리라 여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예랑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폭발 사고가 일어나 장주님의 유해가 재의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잠시 시간이 아주 천천히 스치고 흘렀다. 빈소를 가득 메운 적막감에 숨이 막혀왔다. 여가의 파래진 입술이 움직였다.
“확실히 조사했습니까? 누구의 소행인가요?”
예랑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예랑의 회색 섞인 검푸른 눈동자는 바늘 끄트머리만 해져 있었다.
“그날 밤 삼경(三更, 밤 11시~새벽 1시) 무렵, 장주께서 무공을 단련하시는 밀실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누군가 위력이 대단한 폭탄 여섯 기를 설치해두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예랑의 눈에 증오를 머금은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강남 벽력문에서 비밀리에 제조하는 폭탄입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예랑의 보고에 빈소에 모인 강호의 군웅들은 흠칫했다.
강남 벽력문은 무림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문파로, 요 몇 년 사이 무섭게 성장해 강남 일대를 주름잡는 맹주로 통했다. 벽력문은 각종 화기(火器)에 능한데, 그 위력과 살상력이 상당하여 다른 문파들은 벽력문의 적이 될까 봐 두려워했다. 벽력문의 책임자 뇌한천은 음산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물로 과거 열화산장과 천하무도성을 수차례 도발한 바 있었다.
만약 열명경의 죽음이 정말로 강남 벽력문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제 곧 천하에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 자명했다.
조용히 아버지의 위패를 바라보던 여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순간 예랑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기 전 열화산장의 각 당 당주들이 논의하여 결정한 사안이 있습니다.”
여가는 듣고 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주님께서 아가씨를 열화산장의 후계자로 공표하신 바 있사온데, 저희는 그 명을 거스르려는 것이 아니라.”
예랑은 잠시 호흡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단지 장주님의 사망이 워낙에 급작스럽게 발생한 일인 데다, 아가씨께서는 아직 무림 세계에서의 경험이 없으신 바, 그리하여 저희가 논의 끝에…….”
여가는 예랑을 보고 있었다.
“예 당주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어서 하세요.”
강호의 군웅들은 숨죽인 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랑이 한참을 망설인 끝에 입을 열었다.
“열화산장의 수제자로서 모든 일에서 결단력과 듬직한 면모를 보여준 전풍 도련님이 당분간 장주를 대행하시고, 아가씨께서는 차차 열화산장 관리의 책임을 넘겨받으시는 편이 좋겠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86-88p

“아가씨는 어찌하여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셨을까?”
“그것은…….”
평의는 쉬이 말을 잇지 못했다.
“말해보거라.”
예랑의 재촉에 평의는 몸을 벌벌 떨었다.
“아가씨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게 누구지?”
평의는 몸이 잔뜩 움츠러든 채 여가를 흘끗 보았다.
“방금 아가씨께서 누구를 생각했다고 하였느냐?”
예랑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뇌 도련님입니다.”
평의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어느 뇌 도련님 말이냐?”
“뇌경홍 도련님 말이옵니다.”
“헌데 아가씨께서 무슨 까닭으로 그자의 생각을 그리 하셨을까?”
“그것은…… 그것은…….”
평의의 조그마한 얼굴은 곧 혼절이라도 할 듯이 창백했다.
“말해보거라.”
“아가씨께서 뇌 도련님을 좋아하셔서……. 아가씨께서는 뇌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습니다……. 뇌 도련님 마음에 들 수만 있다면…….”
평의는 단숨에 횡설수설 말을 쏟아낸 뒤 몸이 휘청하더니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순식간에 여가를 향한 좌중의 시선이 돌변했다. 도무가는 부채질하며 조용히 탄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자고로 여인이 사랑에 눈이 멀면 어리석어진다 하였거늘. 참으로 안타깝도다!”
철대홍은 철방망이로 대뜸 바닥을 내리치고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소리쳤다.
“고작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단 말이오? 제기랄! 천하의 악덕이구려!”
여가가 웃었다. 얼음과 눈이 서린 흰 매화를 연상시키는 웃음이었다. 순간 좌중의 온 신경이 다시 여가에게로 집중되었다. 여가는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정말 재미있군요! 예 당주께서 이곳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질 것을 염려하여 특별히 연극을 준비하신 것 같은데, 여러분 머리 좀 식히셨는지요?”
예랑의 눈빛이 야수의 사나운 눈빛으로 변했다.
“아가씨께서 어느 가문의 자제를 좋아하시든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수십 명 목숨을 앗아간 흉악범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요.”
여가는 가만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용 당주님.”
“소인 여기 있습니다.”
모용일소가 허리를 굽혀 대답했다.
“제 몸종이 누구죠?”
여가가 질문에 모용 당주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훈의와 접의입니다.”
여가가 다시 물었다.
“방금 들어왔던 저 소녀가 제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모용일소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예랑을 흘끗 본 뒤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나이가 많아 거기까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네.”
여가는 이번에는 예랑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예 당주께서는 제 사생활에 퍽 관심이 있으신 듯한데 훈의와 접의는 왜 부르지 않으셨지요?”
좌중의 군웅들은 여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랑의 눈동자는 마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짙은 잿빛으로 변했다.
“훈의와 접의는 아가씨의 심복이라 감히 솔직한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할까 염려가 되었사옵니다. 또한 진실을 말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요.”
좌중의 군웅들은 예랑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평의는 제 심복이 아니라는 뜻이로군요?”
일순 예랑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여가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평의는 내 정원에서 청소를 도맡아 하는 시녀입니다. 저와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요. 한데 제가 무슨 이유로 그녀에게 누구를 좋아하고 말고를 털어놓을까요?”
여가의 미소에 경멸이 스쳤다.
“예 당주, 다음번에는 연극을 하려거든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보세요.”
여가는 자단목 의자에서 일어서 조용히 있는 예랑에게로 다가가 갑자기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예 당주, 한 가지 잘못을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앞으로는 저를 아가씨가 아니라, ‘장주’라고 부르세요.”
152-156p

“틀렸어.”
전풍이 여가를 쳐다보았다. 여가의 얼굴에는 조롱 비슷한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네가 이긴 게 아니야. 내가 속임수를 썼거든.”
“속임수라니?”
“여덟 동이째 마실 때 네가 질까 봐 걱정돼서 네 뒤에 있던 술동이에다 물을 채워 넣었어.”
전풍의 몸이 굳었다.
“왜?”
여가는 탁자에 엎드렸다. 그러고는 콱 꼬집어주고 싶도록 발그레해진 얼굴로 전풍을 보고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 이유는 말이지. 희 사형이 지면 하하 웃고 지나가겠지만, 넌 대결에서 지면 그걸 오래오래 마음에 품고 있고 있을 사람이거든.”
전풍이 갑작스레 술을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술동이의 주둥이를 타고 흘러내린 술이 남빛 베옷을 적셨다. 여가는 키득거리며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넌 무슨 일이든 최고가 되지 않으면 안 됐어. 내력(內力)도 최고로 강해야 했고, 경공(經功)도 최고로 뛰어나야 했고, 검법도 그 누구보다 빨리 익혀야만 했지……. 옥사형의 시가(詩歌)가 너보다 뛰어나서 사부님께 칭찬받았을 때는 장장 세 달 동안 시무룩해 있었잖아. 그때부터 시가를 독파해서 기어이 사부님께 칭찬을 받아내고야 만 사람이야, 넌. 그러니 주량 대결에서 네가 이기기를 바랄 수밖에. 크큭, 그때 난 오로지 네가 기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거든.”
여가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전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넌 내 영웅이었어. 알아?”
전풍의 곱슬머리는 그윽하며 검푸른 빛을, 오른쪽 귀에 박힌 푸른 보석은 어두운 빛을 발했다. 눈빛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해졌다. 여가는 실소를 터트리고 나서 말했다.
“넌 영웅이야. 그러니까 실패를 참아선 안 돼. 물론 실패를 해서도 안 되지. 바로 그래서 내가 널 좋아했던 거야. 스스로도 이해 안 될 정도로 널 참 많이 좋아했었지.”
했었지……. 이 세 글자가 한 자루 칼이 되어 전풍의 가슴에 꽂혔다. 전풍은 죽을 것 같은 한기를 느꼈다. 여가는 술동이를 끌어안으며 다시 술 몇 모금을 꿀꺽꿀꺽 들이켠 뒤 손등으로 입을 슥 닦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내 생각이 틀렸어.”
여가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영웅이라면 그토록 악랄하게 남을 짓밟지 않았을 거야.”
여가는 전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넌, 단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흉악한 인간일 뿐이었어. 자기 앞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모조리 없애버렸지. 인정사정없이. 여덟 살짜리 꼬마 사소풍도 그랬고, 옥의도 그랬고, 뇌경홍도. 그리고 나한테도 그럴 테지.”
전풍의 눈동자가 깊고 시퍼렇게 변했다.
“그렇게도 장주가 되고 싶어?” 여가가 웃음기 없이 차분한 말투로 물었다.
전풍의 입가에 괴괴한 미소가 떠올랐다.
“넌 장주가 되면 안 돼.”
여가가 전풍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네가 말하는 그런 장주? 난 하기 싫어. 하지만 그렇다고 열화산장을 너와 예랑의 손에 넘길 수야 없지.”
전풍의 눈이 감겼다. 이내 오른쪽 귀의 보석에서 빛이 사라졌다.
“넌 몰라도 돼.”
뜻밖의 대답이었다.
“아, 그러니까 난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당신네들이 일으키는 피바람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만 해라, 이건가?”
전풍이 눈을 천천히 떴다. 고통이 서린 눈동자는 놀라울 정도로 연한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연못가야. 은방울처럼 맑은 소리로 웃고, 분홍빛 연꽃을 보고, 신선한 연근을 먹고, 손가락으로는 연잎 위에 맺힌 이슬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살아야 네가 행복해.”
전풍의 미소는 고통으로 젖어 있었다.
“그런 더러운 일들은 모른 채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만 보란 말이야.”
전풍에게 여가란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연꽃이요, 자신은 더러운 진창이었다. 여가는 전풍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침내 여가의 얼굴에도 고통 어린 미소가 담겼다.
“그런데 내 행복은 누가 빼앗아갔을까?”
전풍이 제 옆에 있는 검을 어루만졌다. 입가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여가는 전풍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전풍의 눈빛이 다시 검푸르게 변했다. 불현듯 아득한 정적이 내려앉은 방에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남았다.
“내가 독을 탔어.”
여가가 전풍에게 조용히 말했다. 새하얀 망토를 걸치고 두 뺨은 붉게 달아오른 여가의 말투는 놀랍도록 차가웠다. 전풍은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구나.”
167-171p

설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짓했다.
“남은 한 장은 당신이 붙이도록 해. 너무 높거나 낮아도 안 되고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쳐도 안 돼.”
“그래? 어려워 보이는데.” 여가가 중얼거리며 문간으로 걸어갔다.
“위로!”
“조금 아래로…….”
“조금만 더 아래로…….”
“오른쪽!”
“오른쪽으로 너무 갔잖아! 당신 바보야?”
“왼쪽! 왼쪽! 그래, 조금만 더 왼쪽으로…….”
“아이참……. 왼쪽으로 너무 치우친 것 같아…….”
여가는 두 팔을 높이 들고 새빨간 주련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으나, 주련은 좀처럼 정 가운데로 맞추어지지 않았고 슬슬 발꿈치가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설의 목소리에 섞인 웃음기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다. 멈칫한 여가가 몸을 돌려 설을 쳐다보았다.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침 햇살 속에서 설이 미소를 지었다. 옷은 눈처럼 희었고 설의 얼굴은 눈부시게 빛나는 미소로 가득했다. 그 찬란한 빛에 여가는 눈을 뜰 수 없었다. 순간 눈앞이 아뜩해졌다. 그사이 설이 다가와 여가를 품에 와락 안았다. 이어서 여가의 오른쪽 귀에 입술을 대고 키득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어째 전보다 더 바보 같아졌어.”
여가는 화들짝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설의 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설의 품에서 벗어나기를 포기한 여가가 부탁조로 말했다.
“놔줘…….”
설은 여가의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한 번만 안아보자, 잠시만.”
여가를 품에 안은 설의 목소리는 그리도 감미로울 수 없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 여가는 마치 이 한마디 말에 찔리기라도 한 듯 가슴이 아팠다. 뭐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그래서 설의 품에 안긴 채 그대로 있었다.
229-231p

“정말 자네 마음속엔 증오심이 없다고 생각하나?”
옥자한은 묵묵부답이었다.
“자네가 어떻게 귀머거리에 다리병신이 된 줄 알고 있나?”
암야라의 미간에 찍힌 붉은 점이 꿈틀대는 모습은 사악하면서도 아름다운 데가 있었다.
“네 친모인 후궁 옥(玉) 씨는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했었지. 그래서 네가 태어나기 전 황후가 음식에 독을 탄 게야. 결국 넌 귀머거리로 태어나고, 네 모친은 널 낳자마자 죽었지. 황제는 귀머거리인 너를 유난히도 아꼈어. 그래서 경양왕 쪽 사람이 네 두 다리의 근육을 모조리 끊어놓았지. 아예 걸을 수도 없는 다리병신을 만들어놓은 거야.”
옥자한의 눈이 감기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암야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부황은 이 모든 일을 다 알면서도 자신의 황위를 지키기 위해, 권력을 노리는 네 외척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지. 널 열화산장으로 보내버리는 것으로 모든 걸 덮어버린 거야.”
암야라는 얄팍하고 새빨간 입술을 옥자한의 입술에 바짝 들이댄 채 나지막이 웃었다.
“자, 이래도 증오심이 느껴지지 않나?”
옥자한이 암야라에게서 떨어지려고 고개를 젖히는 순간, 암야라가 옥자한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난감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암야라가 살뜰하게 입김을 불어가며 속살거렸다.
“잘나고 잘나신 정연왕, 세상에 자네를 위해 쓰러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나? 그런데 어쩌나,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진짜 병신이 돼버렸네. 자, 이래도 원통함을 못 느끼겠어?”
꿀에 푹 절인 독침 같은 목소리였다.
“다리가 그 모양이니 목륜의 없이는 어디 갈 수도 없잖나. 사랑하는 여자가 지척에 있는데도 달려가지 못했지. 귀가 그 모양이니 사랑하는 여자가 숲 속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데도 그녀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지. 약해빠진 몸뚱이는 아무리 무공을 연마해도 최고경지에 이르기에는 어림도 없지. 그러니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마치 독에 물든 검날 같은 암야라의 말이 옥자한의 가슴에 내리꽂히자, 좀처럼 흔들림 없던 옥자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옥자한이 발작적인 기침을 토해냈다. 붉은 피가 푸른 도포로 왈칵 쏟아졌다.
암야라가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나서 말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난 자네의 모든 결핍을 채워줄 거야.”
282-284p

“당신의 눈이 왜 푸른색을 띠는지 의심해본 적 없나?”
“…….”
“전비천과 암야명의 눈은 검은색이지. 열명경이 사랑했던 여인은 서역의 무희였어. 그녀는 짙푸르고 커다란 눈을 가졌지. 그녀는 임신을 하고도 춤사위가 나는 듯했어. 몸이 제비처럼 가벼웠지.”
전풍의 검푸른 눈 속에서 폭풍우가 몰아쳤다.
“열명경은 왜 그런 일을 한 거지?”
예랑은 전풍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열명경, 전비천에 열화산장 모든 제자까지 힘을 다 합쳐도 암야라를 당해낼 수 없었거든. 암야라가 마음만 먹으면 열화산장을 무너뜨리는 건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지. 암야라는 암야명을 데려간 전비천을 증오했어. 그래서 조건을 내걸었지. 열명경이 직접 전비천을 죽이면 열화산장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전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암야라의 방식이었다. 암야라는 그냥 죽는 것보다 믿는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열명경이 전비천을 죽였다는 말인가?”
“그때 난 아직 어렸는데, 전비천이 열명경에게 ‘아이를 잘 부탁하네’라고 한 말이 기억나. 어쩌면 전비천은 자신이 죽으면 암야명도 따라 죽을 걸 이미 알았는지도 모르지.”
“이후에는?”
“그날 밤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 전비천이 죽고, 암야명과 무희 풍(風) 낭자가 동시에 아이를 낳았거든. 열명경이 아이를 바꿔치기하자 암야라가 쫓아왔지. 암야명은 암야라를 검으로 찌르고 19년 동안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했어. 암야라가 떠난 뒤 암야명도 세상을 저버렸지.”
전풍은 더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문득 이 모든 것이 한바탕 희극으로 느껴졌다. 푸른 보석은 미친 듯이 빛을 뿜어냈고, 짙푸른 눈 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몰아쳤다.
극렬한 고통에 그의 허리가 굽었다. 그는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잡초가 우거진 산길에서 전풍은 마치 죽은 새우처럼,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떨리는 몸을 구부렸다. 그의 속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타액밖에는 없었다. 전풍의 모습을 지켜보는 예랑의 눈 속에 예사롭지 않은 빛이 스쳤다. 고통인 듯도, 괘감인 듯도, 질투인 듯도 했다.
“열명경이 당신의 친아버지야. 당신은 친아버지를 죽인 거지.”
324-326p

구매가격 : 12,000 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개정)

도서정보 : 閻連科(옌롄커) | 2018-08-1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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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수상작가 옌롄커의 대표 장편소설

현재 중국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으며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되는 소설가 옌롄커(閻連科). 그는 문단의 평가나 대중적 인기에 무관하게 오로지 작품을 통해 가장 본질적인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문학의 본원을 지향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05년 발표되자마자 금서가 되면서 중국 현대 문학사의 문제작이 된 이 책에서, 그는 시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혁명과 공화국의 역사를 희화화하면서 혁명의 역사에 반문한다. 혁명의 서사와 욕망의 동경을 대비시킴으로써 중국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과 왜곡된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권력욕, 인간적 욕망, 성욕 등이 한데 얽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는 이야기의 전개에 치중하는 통속 소설들과 달리 사물과 심리 묘사가 뛰어나며, 고도의 상징적인 수법을 통해 정치적 현실과 삶의 괴리를 희화화하여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혁명의 성스러운 언어를 가장 낭만적 수사로 풍자해낸 이 작품은 “쾌락의 끝을 향해 치닫는 남녀의 사랑 행위와 문화대혁명의 집단적 광기를 대비시킴으로써 혁명 서사에 억눌렸던 인간의 감성을 부활시킨 옌롄커의 대표적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구매가격 : 9,100 원

사장을 죽이고 싶나

도서정보 : 원샨 | 2018-05-0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사장을 죽이기에 앞서, 당신은 먼저
‘시체를 잘 숨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장이란 놈을 위해 죽을 둥 살 둥 일하느니 차라리 죽여 버려?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날 나의 첫 번째 업무가 사장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라니!

제3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 수상 작가 원샨의 최신작!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홍콩 미스터리의 새로운 물결 원샨의 국내 첫 소개 작품!

《역향유괴(逆向誘拐)》로 제3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원샨이 근미래 중국을 배경으로, 금융과 본격 추리소설, 게다가 SF까지 결합해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인력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업무의 고도한 전문화 등 전 세계적인 문제들을 작품에 담아냈다.
피땀 흘리며 일하는 회사에서 심보 고약한 사장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장을 죽이고 싶다’는 위험한 상상을 해봤으리라. 하지만 사장을 죽이기에 앞서 당신은 먼저 ‘시체를 잘 숨기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본격 추리소설의 혈통을 이으면서도 다양한 범주를 섭렵,
음미할수록 깜짝 놀랄 만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찬호께이, 소설가

집값 폭등, 인성(人性) 상실의 세계에 직면해 미쳐갈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 천신야오, 시나리오 작가

소설에 담긴 사상과 과학기술, 인물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새로운 신세기 추리소설의 탄생을 예감한다.
— 미스터펫, 소설가

런던 극장가에서 간신히 밥벌이나 하며 실의에 빠져있던 연극배우 위바이통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바나금융의 사장 양안옌이 찾아와 그를 금융계의 신예 엘리트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흥분되고 불안한 마음을 품고 88층 바나금융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둑한 금액의 연봉계약서가 아니라 바닥에 누워 숨이 끊긴 사장의 시체!

위바이통처럼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왔다는 바나금융의 직원 넷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면서도 사장의 가슴에 칼을 꽂은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바로 그때, 천둥이 치더니 건물은 정전이 되고 사람들은 기괴한 분위기의 캄캄한 빌딩 88층에 갇히고 만다. 시체에 밀실, 게다가 아직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니. 맙소사! 게다가 다음 날 아침 사장의 시체가 사라지는데….

구매가격 : 10,000 원

원혼지

도서정보 : 안지추 | 2018-03-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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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혼지(寃魂志)≫는 중국 남북조 시대 북제(北齊)와 수(隋)나라를 중심으로 활약한 문인이자 학자였던 안지추(顏之推, 531∼591 이후)가 지은 필기 소설집으로, 중국 고대 소설의 형성과 관련해 위진 남북조 불교류(佛敎類) 지괴 소설(志怪小說)의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 내용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의 다양한 복수 이야기로, 권선징악의 권계적(勸誡的)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서는 3권이었으나 송나라 이후에 망실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해지는 판본은 모두 명나라 이후의 집본(輯本)이며 1권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의 판본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많은 고사가 당나라의 ≪변정론(辯正論)≫·≪법원주림(法苑珠林)≫과 송나라의 ≪태평광기(太平廣記)≫ 등에 인용되어 총 60여 조가 남아 있다. 이 60여 조의 고사를 통해 ≪원혼지≫ 원서의 본래 면모와 내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원혼지≫는 일찍이 루쉰(魯迅)이 그의 ≪중국소설사략(中國小說史略)≫(1923)에서 ≪원혼지≫에 대해 “경서와 사서를 인용해 보응을 증험함으로써 유교와 불교가 혼합하는 실마리를 이미 열었다(引經史以證報應, 已開混合儒釋之端矣)”고 중요하게 평가한 후로, 리젠궈(李劍國)의 ≪당전지괴소설사(唐前志怪小說史)≫(1984)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국 소설사에서 북조를 대표하는 불교류 지괴 소설로서 ≪원혼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원혼지≫는 기본적으로 “석씨보교지서”로 대변되는 불교류 지괴 소설에 속하지만, 부처·보살·불상·불경의 영험함이나 불법에 대한 신봉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선험기≫나 ≪명상기≫ 등과는 달리, 원혼들의 복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수록하면서 유가 경서와 사서를 인용해 보응을 증험함으로써 유석 합일(儒釋合一)의 사상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원혼지≫가 다른 불교류 지괴 소설과 비교되는 뚜렷한 차별성이라 하겠다.
불교와 유교가 본래 하나임을 강조하면서도 현세의 삶을 중시한 안지추의 권계적인 응보관을 반영하고 있는 ≪원혼지≫는 거의 대부분의 고사에서 가해자가 당대에 응보를 받는 현세보의 서사적 특징을 띠고 있다. 이에 대해 청나라 기윤(紀昀)은 ≪사고전서총목제요≫ <자부·소설가류·환원지>에서 일찍이 “강인한 혼백이 귀신의 기운을 빌려 변고를 일으키는 것은 진실로 있을 법한 이치이니, 천당과 지옥처럼 허무맹랑해 고찰할 수 없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문장이 또한 자못 예스럽고 아정해 소설의 쓸데없이 번잡한 것과는 사뭇 다르니, 보존해 경계의 거울로 삼는다면 진실로 또한 도의에 해됨이 없을 것이다”라고 해서, ≪원혼지≫의 문체가 “예스럽고 아정하며” 내용이 “경계의 거울로 삼아도 도의에 해됨이 없다”고 평가했다. ≪원혼지≫의 이러한 권계적인 특성은 송나라 이후 일련의 권선서(勸善書) 창작에 직간접적으로 계시와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원혼지≫에 대한 3종의 인용서와 10종의 판본과 4종의 집록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 고사를 61조로 확정하고 서로 다른 고사명을 원혼의 당사자를 기준으로 통일했으며 시대순으로 재배열했다. “출전”은 시대적으로 앞선 전적을 저본으로 했으며, “참고”는 해당 고사와 관련된 참고 자료를 명시했다. 교감문은 명백한 오류나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나 문맥상 타당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원문에 번호를 달아 작성했다.

구매가격 : 14,400 원

요재지이 - 아들이 된 호랑이 외

도서정보 : 포송령 | 2018-03-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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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聊齋志異)는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의 중국 청 시대의 괴기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자 포송령이 민간에 전래되는 설화와 괴기담, 경험담 등을 모아서 만든 소설집으로, 귀신과 여우, 도깨비, 식인귀, 환생, 신선 등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는 단편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것부터 골라 읽어도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인 단편들은, 미녀 귀신에 빠져서 불륜을 저지르는 선비, 게으름에 젖어 집안을 망하게 했으나 여우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는 귀족, 서로간의 우애가 돈독한 뱀들 등 환상적이고 신비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른 중국 괴기담들과 달리,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설하고, 줄거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나름대로의 전거 등을 밝혔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야기의 다양함과 신비함으로 인해서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고, 이미 20세기 초에 다양한 서구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기도 했다.
* 1권에 40여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위즈덤커넥트판 "요재지이"는 2018년 12월을 시작으로, 매달 1권씩 간행될 예정이다.

구매가격 : 3,000 원

춘추곡량전

도서정보 : 곡량자 | 2018-02-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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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春秋)≫는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편년체(編年體) 사서(史書)다. 약 1만 6000여 자의 분량으로 노(魯)나라 은공(隱公) 원년(元年, BC 722)부터 애공(哀公) 14년(BC 481)까지 242년의 역사 기록이다. 이 기간을 역사에서는 춘추 시대라고 한다. ≪춘추≫는 또한 ≪춘추경≫이라고도 부른다. 맹자(孟子)에 따르면 춘추 말기 공자(孔子)가 기존의 노나라 역사 기록을 근거로 정리해 ≪춘추≫를 편찬했다고 한다. 때문에 후세 유가에 의해서 경(經)으로 높여졌다.
≪춘추≫가 후세에 끼친 영향은 심대하다. 맹자 이후 ≪춘추≫는 공자의 뜻이 담긴 지고한 경전으로 추존되었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춘추대의(春秋大義)’에 대한 앙모와 존중은 선유들의 정신에 스며들었고 그에 부합하는 삶을 지향하게 만들었다. 조선(朝鮮)의 경우, 주지하듯 친명배원(親明排元) 정책으로부터 북벌론(北伐論) 및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고비마다 ≪춘추≫는 정치적 명분의 기준점이 되었고, 사회의 기풍을 선도했으며, 선비의 정신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춘추≫는 연도순으로 사건을 기록한다. 해마다 춘하추동의 사시(四時)가 먼저 제시되고 사시에는 월(月)과 일(日)이 배속되며 날짜는 간지(干支)로 표시한다. 사건은 조목(條目)으로 나누어 기록되어 있으며 긴 것은 47자, 짧은 것은 1자다. ≪춘추≫의 내용은 대부분 정치 사건인데 전쟁 및 그와 관련한 회맹(會盟) 기록이 특히 많다. 그 외에 제사나 혼상(婚喪) 그리고 일식, 월식, 지진 등 자연 현상을 기록했다. 다만 ≪춘추≫의 기록은 지나치게 소략하다. 기록 당시 살았거나 시대적으로 근접한 사람들이야 내용을 알 수도 있었겠지만 시대가 흐른다면 더욱 해독하기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공자 후학들이 ≪춘추≫에 대한 해설을 전수해야 했던 이유다.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에는 당시 ≪춘추≫를 해설한 대표적 학파로 좌씨(左氏), 공양(公羊), 곡량(穀梁), 추씨(鄒氏), 협씨(夾氏)를 수록했다. 추씨와 협씨는 사라졌고 현재는 좌씨, 공양, 곡량 세 학파만이 전승된다. 이들 세 학파의 해설서인 ≪좌씨전(左氏傳, 간칭 ≪좌전≫)≫,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을 ‘춘추삼전(春秋三傳)’이라 한다.
≪춘추≫의 기록은 간약(簡約)하고 뜻은 감추어져 있다. ≪공양전≫이 원칙을 중시했다면 ≪곡량전≫은 사람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을 중시해 그로써 후세에 표준을 드리우고자 했다. ≪춘추≫의 바른 독법은 우선 사실 관계를 ≪좌전≫에서 확인하고, 곡량, 공양을 통해 그 대의를 찾아봄이 무난하다. 각 방면에 대한 비교 대조 분석 없이 하나를 맹종한다면 ≪춘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구매가격 : 30,24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