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러 (세계문학전집 178)

막스 프리슈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2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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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스위스 현대문학사의 거장 막스 프리슈의 대표작 『슈틸러』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8번으로 출간됐다. 프리슈는 뒤렌마트와 함께 현대 독일희곡사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 작가로, 평생에 걸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마주하는 실존적인 문제, 즉 편견과 우상에 얽매여 일어나는 정체성 상실과 자기소외를 다뤘다.
『슈틸러』는 한 남자가 외부세계로부터 강요받는 역할과 우상을 거부하고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그린 소설로, 프리슈의 문학세계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저자소개

막스 프리슈
Max Frisch

191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부터 연극에 열광해 습작으로 희곡을 여러 편 집필했다. 취리히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며 예술사와 라틴어 문학을 공부했고, 아버지가 사망한 후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1934년 첫 소설 『위르크 라인하르트』를 출간했고 1936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서 건축학 공부를 시작했다. 1937년 두번째 소설 『정적으로부터의 답변』을 출간한 후 작가로서의 능력에 회의를 품고 모든 원고를 불태웠으나, 이듬해 콘라트 페르디난트 마이어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1939년 제2차세계대전에 포병으로 참전했고, 이듬해 그 경험을 토대로 『빵주머니의 종이들』을 출간했다. 이후 건축가로 일하면서 글을 쓰다 『슈틸러』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대인의 진정한 정체성과 자기소외, 역할과 우상 등의 주제를 추구했으며, 『호모 파버』 『몬타우크』 『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 『안도라』 등 소설과 희곡을 여럿 발표했다. 스위스인으로는 최초로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독일어권 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스위스 실러상, 빌헬름 라베 상, 벨티 희곡상, 뒤셀도르프 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1991년 암으로 사망했다.
1954년 출간된 『슈틸러』는 정체성과 우상, 개인의 자아실현의 문제를 다룬 소설로, 막스 프리슈의 대표작이자 그의 문학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역자소개

옮긴이 김인순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중이다. 옮긴 책으로 『저지대』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유배중인 나의 왕』 『깊이에의 강요』 『꿈의 해석』 『열정』 『기발한 자살여행』 『종이약국』 『파우스트』 등이 있다.

목차소개

제1부
제2부

해설 |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서
막스 프리슈 연보

출판사 서평

스위스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막스 프리슈

막스 프리슈는 191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에 심취했고,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며 예술사와 라틴어 문학을 공부했다. 작품을 몇 편 썼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하자 1937년 작가로서 능력에 회의를 품고 그동안 쓴 원고를 모두 불태웠다. 그러나 이듬해 콘라트 페르디난트 마이어 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제2차세계대전에 포병으로 참전한 경험을 기록한 『빵주머니의 종이들』을 1940년에 출간했다. 이후 건축가로 일하면서 소설과 희곡을 꾸준히 발표해 작가로서 자리를 잡았으며, 『슈틸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자 건축사무소를 그만두고 창작에만 전념하면서 『호모 파버』 『안도라』 등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을 연이어 남겼다.

뒤렌마트와 함께 전후 스위스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프리슈는 정체성, 개인의 고유성과 윤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집단의식을 주로 다뤄왔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칭했지만, 그의 정치적인 활동은 특정 사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문화적인 가치를 정치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고, 조국 스위스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한 위치나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다. 프리슈에게 집단의 감시와 규제는 개인의 고유성을 말살하는 죄악에 가까웠으며, 이러한 의식은 그의 작품세계 안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외부의 편견과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룬 『슈틸러』는 프리슈의 문학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로, 출간과 동시에 전 세계의 호평을 받으며 문단에 일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으로 막스 프리슈의 이름은 마르셀 프루스트, 로베르트 무질, 제임스 조이스 같은 20세기 위대한 작가들과 동등한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진정한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한 투쟁, 『슈틸러』

“나는 슈틸러가 아니다!” 『슈틸러』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부정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기차를 타고 스위스 국경을 넘다가 검문소에 붙들린다. 누군가 그를 몇 년 전 행방불명된 스위스인 조각가 아나톨 슈틸러라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슈틸러가 아니라 미국인 화이트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경관, 변호사, 검사, 친구들, 심지어 슈틸러의 부인과 동생까지도 그를 슈틸러라고 단정한다.

『슈틸러』는 프리슈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다고 평가받는 소설로, 특유의 서사적 기법이 돋보인다. 소설은 제1부 ‘슈틸러의 구치소 기록’과 제2부 ‘검사의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7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3, 5장은 지금 구치소에 갇혀 있는 ‘나’의 경험과 감상을, 2, 4, 6장은 ‘슈틸러’와 그 주변인들의 과거를 묘사한다. 이 대칭되는 두 갈래의 이야기가 7장에서 하나로 모이면서, 현재, 과거, 대과거 등 여러 시간층이 얽히며 시간의 그물망을 형성한다. 이어지는 제2부는 ‘나’의 정체성이 외부에 의해 결정되고 난 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는 ‘나’에 대한 기록이다.

이런 기법을 통해 프리슈는 정체성과 우상, 그리고 개인의 자아실현의 문제를 엮어낸다. 프리슈는 『슈틸러』에서 ‘하느님의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성서의 계명을 인간에게도 적용한다. ‘나’는 계속해서 자신이 슈틸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묵살하고, 오히려 슈틸러라고 자백하라며 강요한다. ‘나’는 세상이 자신에게 진정한 자유와 생동하는 삶이 아니라 주변이 만들어놓은 우상과 역할로 도피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진정한 삶이 아니며, 자신은 더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는 이미 한 번, 주변이 만들어낸 우상과 역할에 얽매여 살아가다 고독과 자기소외밖에 남지 않은 채 좌절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들이 만들어둔 우상의 가면을 씌우려 하고, 그는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우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진실한 자아를 실현하려는 투쟁은, 구치소에 수감된 인물과 행방불명됐던 인물이 동일인이라는 법원의 판결 앞에서 그가 침묵하는 것으로 일단 끝을 맺는다. 이 침묵은 자신의 변화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단념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노력 역시 하나의 우상이며, 진실은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상’의 감옥을 깨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삶

우상과 정체성 상실은 『슈틸러』를 비롯해 프리슈 작품세계의 저변을 꿰뚫는 핵심 주제다. 『안도라』에서 안드리는 유태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희생당한다. 그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나, 마을사람이 모두 그렇게 판단하면서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정당화된다. 『호모 파버』의 주인공 호모 파버는 합리적인 기술자라는 우상에 스스로를 가두고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비더만과 방화범들』에서 불안의식과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비더만은 정치적 방화범들과 타협하다 결국 파멸하며, 『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의 주인공은 슈틸러와 마찬가지로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주변인들이 요구하는 우상이 진정한 자신을 망가뜨린다고 느끼고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기술문명과 지식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경험을 탐구하기보다는 비판 없이 외부를 받아들이고 이미 만들어진 정보를 복제하는 길을 택하기 쉽다. 그렇게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은 결국 선입견의 틀, 즉 사회적인 우상에 갇힌다. 만들어진 우상과 주어진 역할에 얽매여서 개인으로서의 고유성과 본연의 자아를 상실하고 서로를 틀 안에 가두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과 자기소외의 위험이 발생한다.

나는 결코 삶이 아니었던 삶을 떨쳐버렸다. (…) 내게는 엄청난 자유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이 내게 달려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살고 싶은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죽음이 실현되도록 결정할 수도 있었다. 모든 건 오로지 내게 달려 있어, 나는 이렇게 말했다. _본문 중에서

프리슈는 일평생 문학을 통해 현대사회의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실존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주체적이고 살아 있는 삶을 되찾는 길을 제시했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편협한 우상의 틀에 가두지 말고 살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변화의 가능성을 향해 삶을 열어둔 채 본연의 자아와 진정한 정체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만이 진부한 영혼 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1958년 독일 언어문학연구원은 당시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막스 프리슈에게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여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내면의 긴장을 감지하고 적절한 새 가치를 추구하며 그 의미를 예술적으로 진실하게 묘사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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