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함께하는 삶
도서정보 : 아이샤 아크타르 | 2021-05-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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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 은유, 황윤 추천!
“사람과 동물의 유대에 관한 사려 깊은 탐구”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복지가 서로 얼마나 깊숙이 얽혀 있는지를 의사의 입장에서 저술한 최초의 책이다. 동물윤리학과 신경학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자인 아이샤 아크타르 박사는 흥미롭고 심오하며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동물과 유대를 맺거나 끊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인간은 동물에게 공감하도록 신경학적으로 설계된 존재이며, 동물에 대한 폭력은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는 사실을 매우 사려 깊은 관찰과 과학적 분석으로 증명해 보인다. 의학과 사회사, 개인적인 경험을 솜씨 좋게 결합한 글쓰기는 매혹적인 흡인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구매가격 : 13,500 원
노마드랜드
도서정보 : 제시카 브루더 | 2021-05-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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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찬사, 역대급 수상 기록, 영화 <노매드랜드> 원작
리베카 솔닛, 바버라 에런라이크 추천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이 책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연출하고,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202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휩쓸며,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수상 기록을 여전히 갱신하고 있다.
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
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
린다 메이, 예순네 살, 지프에 작은 연노란색 트레일러를 달고 광활한 국유림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레일러는 그의 집이다. 그는 그 집을 ‘가지고’ 일을 하러 달려간다. 여름 한 계절 동안, 그는 국유림에 있는 캠프장 관리를 맡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주당 40시간을 꽉 채워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받으면서. 물론 근무시간은 회사가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조정될 것이고, 언제든 사유나 예고 없이 해고될 수 있다.
지금 미국에는 집을 포기하고 밴이나 RV, 심지어 세단까지, 다양한 차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누비는데, 대부분 더는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진 은퇴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많은 수가 중산층이었고, 누구보다 사회 규범에 충실하게, 안정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봐도 집값은 수입을 훌쩍 뛰어넘고, 은퇴는, 일하지 않고 쉬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마침내 집을 포기하고 길 위로 나선다. 이것은 사회도, 그들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들은 고용주에게는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만 일을 시키고, 최대한 낮은 임금을 주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고용주인 아마존은 연말 성수기에 폭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노마드 노동자들을 모집하는 ‘캠퍼포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몇 년 전 당시 아마존 최고경영자였던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만만하게 2020년까지 이런 노동자들 네 명 중 한 명은 아마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게 될 거라고 예견했다. 린다 메이 또한 그 넷 중 하나에 곧 합류하게 될 터였다.
집 없는 삶은, 은퇴 이후의 미래는 선택일까 결과일까
우리의 삶을 되묻는 노마드들의 이야기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건, 10시간 이상을 주야간 교대 근무로 일하며, 매일 하프 마라톤 거리 정도를 걷고, 반복되는 단순 동작으로 머릿속이 멍해진 채 진통제를 몇 알씩 삼키며,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끔찍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노마드 노동자들이 하게 되는 일 어느 하나도 흔히 상상하는 노년의 ‘소일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산더미같이 쌓이는 사탕무와 씨름하며 12시간을 버티거나, 커다란 캠프장을 관리하며 갖가지 일을 몽땅 떠맡거나, 각종 부상과, 때로는 죽음을 감내하며 놀이공원에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2016년에 이미 900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고, 그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한 여론 조사는 사람들이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산이 버텨주는 나이보다 오래 사는 일”을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죽음보다도 두려운 삶, “새로운 은퇴자들의 시대”는 그렇게 와 있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어째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나 할 법한 고된 일에 고령의 노동자들을 선호할까? 순응적이고 성실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를 채용할 때 주어지는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들은 집을 들고 나타나 작은 기업 의존형 마을을 형성했다가 필요 없어지면 사라진다. 그러니까 아주 맞춤하게, 간편하고 값싼 노동력인 것이다.
이들의 삶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끈다. 어떻게 해서 평생 열심히 일해온 사람들이 결국 집도, 영구적인 거주지도 없이 앞날을 알 수 없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해 살아가게 되는 걸까. 린다 메이는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살았다. 트럭 운전사, 칵테일 웨이트리스, 종합 건설업자, 그 외에도 일고여덟 가지쯤. 근근이, 그래도 끊임없이 살길을 찾으며 두 아이를 거의 혼자서 키워냈다. 아픈 어머니를 돌봤다. 하지만 이 지칠 줄 모르는 베테랑에게도 끝은 찾아왔다. 어디에도 일자리가 없었다. 린다는 궁금했다. 모두들 대체 어떻게 노년을 살아갈 수 있나.
노마드들에겐 저마다 수백, 수천 가지 사연이 있다. 2008년 금융 붕괴로 직격탄을 맞아 집을 압류당하거나 예금이나 주식, 개인연금을 날려버린 사람들도 있고, 그 후 이어진 대침체 기간에 사업이 기울거나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들에겐 경제 위기 속에서 이혼이나 부상 같은 개인적 불행을 견딜 만한 안전망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개인의 일은 개인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가난은 당신 탓이고, 당신은 온전히 당신 책임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실패한 개인들의 합이 아니다. 경제체제의, 국가 시스템의 실패를 말해주는 지표다. 그리고 차량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더라도, 많은 미국인들이 그들과 마찬가지의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빚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입, 점점 더 벌어지는 임금 격차는 많은 가구들의 가계 상태를 위태위태하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사회이동은 불가능하고, 불평등과 단절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진다. 그렇게 시스템이 변화하는 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사회질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텅 빈 미래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길 위에서 찾아낸 전혀 다른 삶, 전혀 다른 꿈
노마드들은 기본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또 몰려서 더는 갈 곳도 숨을 곳도 없이 길 위로 내밀린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절망 속에서 이 삶을 시작한다. 몰락한 사람, 홈리스, 실패자, 낙오자, 바닥까지 가버린 사람이라는 생각에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이어진다. 이들은 화장실을 처리하고, 샤워를 하는 것부터 숨을 곳을 찾아 주차하는 방법까지 모든 것을 다시 다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별로 없다. 생존을 위해 자조적으로 “노예 노동”이라고 일컫는 일자리들을 전전해야 하고, 때로는 홈리스라는 낙인이 찍혀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는다.
하지만 길 위의 삶이 단지 생존인 것만은 아니다. 노마드들은 길 위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행복,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 중산층이라는 환상을 좇는 무리에서 밀려날 때의 막막함과 불안은 이내 사라진다. 오히려 실은 잃은 것이 별로 없음을, 마침내 지긋지긋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압박에서 해방되었음을 깨닫는다. 밴을 집답게 꾸미고, 생활을 되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은 이 새로운 생활방식을, 자유와 모험의 삶을 다시 한번 받아들인다.
그리고 노마드들은 혼자 떠도는 외톨이가 아니다. 이들에겐 그들만의 공동체가 있고, 동류의식이 있다.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길 위의 만남에서 그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계절성 일자리들의 해고가 시작되는 한겨울에는 황량한 사막을 들뜬 열기로 채우는 그들만의 행사를 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밴 가족’이 되어서, 함께 휴일을 보내고 생일을 축하하고 아플 때 돌봐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신산한 가난의 현실을 멋지게 포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들에게서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여전히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끈질긴 용기, 삶의 품격을 지키려는 노력들, 한곳에 정주하지 않는 삶을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낙천성을 목격하게 된다. 3년간 이들과 함께한 저자는 이 낙천적인 태도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역경에 직면했을 때 적응하고, 의미를 추구하고, 연대감을 찾으려는 인류의 놀라운 능력을 증명”한다고, 위기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역설적인 힘을, 순간순간 반짝이는 행복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린 쓰러지지 않게 서로를 붙잡아줄 거예요
놀랍고도 강렬한 기쁨으로, 그렇게 연결되어
책은 “어디에나 틈은 있어. 빛은 그 틈을 통해 들어오지”라는 레너드 코언의 가사로 문을 연다. 틈은 체제의 빈곳이고, 균열의 흔적이다. 혹은 부서진 삶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렇게 벌어진 틈을 통해, 빛은 들어온다. 이들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길로 나선 사람들이지만, 그게 결말은 아니다. 길 위에 선 그 자리에서 삶은 다시 시작된다.
쓰라리고 험난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닐 수 있다. 사막 같은 땅들과 지평선이 까마득한 길들과, 곡예하듯 구불구불한 산길을 외로이 운전하고 있대도 혼자가 아닐 수 있다. 고된 육체노동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한 노마드에게 린다는 말한다. “우린 쓰러지지 않게 서로를 붙잡아줄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좋은 일들이, 좋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 그렇게 그들은 길 위를 홀로 달리고, 차에서 몸을 구겨 잠들면서도, 끝없이 희망을, 꿈을 갱신한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누구나 풍요롭게 살고 싶어하므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아니라. 린다는 “모든 것을 곱씹어본 끝에 삶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낯설고 불안했던 길 위에서 “나는 행복하고, 기쁘고, 자유롭다”고 말하면서.
구매가격 : 14,000 원
깨달은 그대에게, 인문학여행 시집
도서정보 : 탁양현 | 2021-05-07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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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시(焚詩)
그대
덥석 깨달았는가.
그대
지금(只今) 살아내는가.
인생(人生)을 살아내는 일
계절(季節)을 살아내는 일
결국(結局)
지금(只今)을 살아내는 일
인문(人文)이 열리고
도덕(道德)이 정립(定立)되고
문명(文明)이 밝아졌지만
그대
정말 깨달았는가.
그래서
이 시(詩)들은
이내 불태워져야 한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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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o 4(9급에서 4급까지)
도서정보 : 양원희 | 2021-05-03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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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나는 9급 공무원이다』라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31년
간의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9급 공무원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공직에 뜻을 가지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
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있
습니다. 9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요?
저로서도 크게 달라진 게 있습니다. 지방 공무원에게는 대단히 어려
운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에서 2년간
파견근무를 하면서 더 넓은 곳에서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15년 6개월간의 6급 생활을 끝내고 5급, 다시 5년 6개월 지나 올해 1
월 4급으로 승진하는 행운과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만큼 경륜(經綸
: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험이나 능력)은 더 쌓이고, 책임과 의무는
늘어난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변화에 따라 행정환경과
법 및 제도가 바뀝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10년 가까이 변화한 내용으
로 고치고 다듬어 보완키로 하였습니다.
구매가격 : 8,000 원
계간 문학동네 2021년 봄호 통권 106호
도서정보 : 문학동네 | 2021-05-03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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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는 문학의 존엄과 자긍을 다지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젊은 문예지입니다. 우리 문학의 드높은 성취를 갈무리하며,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 수호해갈 『문학동네』는 문학의 진정성을 채굴하는 든든한 굴착기로서, 매호 돋보이는 기획과 성실한 편집으로 두고두고 귀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는 고급 문예지입니다.
구매가격 : 7,500 원
(3,4학년 수학동화) 9 유클리드, 플라톤의 진리를 찾아 도형 왕국을 구하라
도서정보 : 오가희 | 2021-05-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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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와 화보집의 융합!
과학 콘텐츠 가이드 끝판왕『과학이슈 하이라이트』
그 해에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과학이슈 11가지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개해 주는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11’의 새로운 기획, 꼭! 알아야 할 과학 이슈 주제 하나를 ‘더 깊게, 더 넓게, 더 쉽게’ 라는 컨셉으로 설명하는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최신 과학 주제 하나를 선정해 상세한 설명과 풍부한 시각 자료를 담은, 화보집과 교양서를 하나로 합친 책입니다.
구매가격 : 8,400 원
삶에 지치고 사랑도 무너져갈 때
도서정보 : 조성용 | 2021-05-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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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보다 조금 더 어깨가 무거워진 우리가 공감할 이야기
삶에도 사랑에도 치열하게 부딪치고 멋있게 버텨내자는 당부
흔글은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작가다.
20살 무렵 흔글의 치열했던 고민과 고뇌에 대해 공감했던 독자들도 어느덧 삶의 무게와 관계의 허무함에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흔들리는 지금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도 버텨낸다는 건 대단히 쉽지 않은 일이기에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 또 한 번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2021년의 흔글은 산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른이 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은 생각보다 크고 무거워 어깨를 짓누르는데, 그 위에 무너진 관계까지 얹혀져
한순간에 부서져버릴 것 같은 때가 온다고. 바로 삶에 지치고 사랑도 무너져갈 때.
흔글은 그런 순간을 부정하고 싶어 발버둥 쳤으나 결국 힘겹게 쥐고 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삶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에 그 시간을 견뎌낸 마음에 대해 썼다.
한층 깊고 강해진 마음으로 세상 곳곳의 어두운 곳을 살피고, 글로 밝히는 작가 흔글의 신간 <삶에 지치고 사랑도 무너져갈 때>가 이 불안하고 불안정한 때, 긴 인생을 함께 걷고 있는 독자들에게 꼭 맞는 적확한 위로이기를 바란다.
구매가격 : 10,400 원
악취
도서정보 : 강그루 | 2021-04-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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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미성년자 성착취의 기록들
‘지난 10년간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
여고생의 교복은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그날부터 내게선 악취가 났다
미성년자 성착취, 그 첫 기록
“18세 여고생. 학원비 때문에 구직 사이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이력서 공개. 1시간에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음. 20대 남성과 첫 만남에서 얘기 상대만 해주고 돈을 받아 만남을 지속. 생애 첫 성관계(성폭력). 6개월간 2명의 남성과 조건만남을 함. 이후 10년간 그 폭력의 기억과 자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함.”
이것은 한 여성의 지난 10년의 삶을 한 단락으로 압축한 것이다. 『악취』는 미성년자의 성착취에 대한 자전적 기록물이 없는 상황에서 거의 첫 책으로 쓰인 것이기에 단연 주목을 요한다. 저자는 성착취를 당한 고교 시절에 일기를 남겼고, 10년 후 고통스런 기억을 되살리며 책을 썼다. 시작은 차에서 옷 위로 몸을 조금 더듬는 것이었지만, 이후 장소는 남자의 집과 모텔로 바뀌었고 마침내 성관계까지 갖게 된다. 일을 겪을수록 울음과 원망과 자기비하의 폭풍 속에서 허우적거렸지만 한편 무감각과 체념도 생겨났다.
접근해온 두 남자는 체형과 외모가 달랐고, 소유한 차의 기종도 달랐다. 한 남자는 햇볕 가림막까지 친 반면, 다른 남자는 선팅조차 하지 않았다. 한 남자는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를 사줬지만, 다른 남자는 일식집에서 정성스레 스시를 포장해왔다. 한 남자는 크리스마스 날에도 선물을 주지 않았지만, 다른 남자는 평범한 날인데도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교복 입은 고등학생을 원했다. 두 남자 모두 손에 지폐를 쥐여줬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 저자를 성욕 쓰레받이로만 이용했다. 그 결과 저자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걸레년. 넌 걸레일 뿐인데 울긴 왜 울어?’라는 커다란 목소리와 불결한 냄새였다!
인간은 사건과 상황 속에서 자기합리화를 해야만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성착취에 어리석게 이용당한 사람이라도 매일 밥을 먹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도 꿈꿀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있는 자기합리화의 기제 때문이다. 저자는 집에 가서 더러운 흔적들을 씻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점점 몸과 마음에서 악취가 진동하자 ‘저들이 나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저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먹기까지 한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저자에게는 거짓 존재였고, 저자 스스로도 자신을 속이는 일에 지쳐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조건만남을 중단했지만……
어떤 경험의 흔적들은 나를 지난 시간으로 되돌려놓지 않는다. 그 경험은 ‘폭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뺨을 맞는다거나 주먹세례를 받는 식의 폭력은 즉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것으로, 권력자-피해자의 관계가 선명하게 인식된다. 하지만 성추행과 성폭력에는 복잡한 기제들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미성년자는 아직 이것을 폭력으로 인식하도록 제대로 학습받은 적이 없고, 경험해본 적도 없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기억은 과거로 흘러가 되새김질 속에서 폭력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이유다.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또래 남학생이 만지고 도망간 일부터 떠올리며 이 책에서 자기 생의 사건들을 재인식한다.
이 모든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고통을 엄청나게 증폭시키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늘 강요하는 일이다. 고통을 재차 떠올릴 것, 자기 피해를 입증할 것, 자기 과오는 정말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것, 사적인 경험을 공개적으로 나열할 것, 각종 혐오와 비난을 감수할 것……. 이런 강요를 스스로에게 하면서 저자가 기록을 한 이유는 자기를 되찾기 위함이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며, 잘못은 우리에게 있지 않고 저들에게 있다고 큰소리로 말하기 위함이다. 오늘도 인터넷 사이트를 열면 이런 문구가 도처에 있다.
“~ 할 여고생, 고딩, 고등어를 구합니다.”
그날부터 내게서 악취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은 모두 입시 공부에 여념 없었지만, 저자(이후 ‘나’로 지칭)는 자격증을 따서 취업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친구들은 대학이면 대학, 전공이면 전공을 목표 삼아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무슨 학과를 선택해야 돈이 덜 들고 빨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해.”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두꺼운 직업백과사전을 빌렸다. 수많은 직업 리스트에서 눈에 띈 건 기술직이었다. 100만 원만 있으면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한 후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돼 있었다.
학원비가 필요했는데 문제는 엄마 아빠가 이 직업에 반대한다는 것이었고, 그 시절 부모님의 수입이 변변찮았을 뿐 아니라 딸에게 아르바이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깃집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부모 동의서를 받지 못해 할 수 없었다). 몇 달 동안 나는 엄마 아빠에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조용히 혼자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몰래 주말 저녁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해야겠다.’
나는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이력서를 염탐하며 들락거리는 남자들이 있었고, 그것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곳을 통해 나는 돈을 더 빨리 벌 수 있었지만, 내 몸과 마음도 더 빨리 폐허로 내팽개쳐지는 진창길로 빨려들어갔다.
첫 조건만남 상대였던 Z는 20대의 덩치 큰 남자였다. “안녕하세용 그루양 맞나요? 구인 사이트에서 이력서 보고 연락했어용*^^*” 이것이 Z가 보내온 첫 번째 문자였다. 두려움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문자가 계속 왔고, Z가 대학생 오빠들과 데이트만 해도 몇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빨려 들어갔다. 어느 토요일 7시에 만나기로 하자 Z는 “그루양, 그날은 데이트니까 치마 입고 와요. 교복도 좋구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첫 만남에 그는 고급 승용차를 끌고 나왔고, 손에 들고 있는 지갑과 신고 있는 신발, 차키에 걸려 있는 키링과 운전석 아래 있는 클러치 모두 명품이었다. 누군가에겐 교복이 방패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교복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열여덟 겨울, 몹시 추웠던 날, 오랜 세월 악취를 풍길 그길로 빠져들었다.
첫날 받은 액수는 3만 원. 바나나우유를 사주길래 먹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난 날, Z는 “오빠 손 따뜻해요. 어서 줘봐요” 하며 손만 잡았고 어른스럽게 진학 상담도 해줬다. 그런데 헤어지면서 한마디 했다. “그루양, 3만 원 너무 적지 않아요? 잠깐 애무만 하면 5만 원 받을 수 있는데 어때요? 학원비 모아야 하니까요.”
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지만 그가 말하는 ‘애무’가 뭔지는 몰랐다. 나는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Z는 그냥 나를 만지고 싶다 했다. ‘그러니까 어딜, 어떻게?’
이렇게 나는 만날 때마다 질문을 했고, 그는 행동으로 보여줬으며, 나는 돈을 받았고, 집에 돌아와 몸을 빡빡 문질러가며 씻었고, 다시 돈이 필요해서 만남을 이어갔다. 만남은 주로 공사장 쪽에서 이뤄졌다. 그러던 어느 날 Z는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힘껏 뒤로 밀고 힘겹게 내 앞으로 넘어왔다. 그런 Z의 모습은 기괴했다. 그 큰 몸을 잔뜩 구부려 건너오더니 이곳저곳을 더듬는 게 꼭 괴물 같았다. 자신의 손으로 자기 부위를 주무르고, 낮게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고, 휴지를 꺼내며 우윳빛 액체를 쏟아냈다.
이후 Z는 ‘나’라는 사람을 게임으로 생각했다. 하나하나 미션을 달성하듯이. 자기소개, 손 잡기, 애무, 삽입 시도, 섹스. 차, 집, 모텔. Z는 나만 만난 게 아니고 다른 여고생들도 만났다. 내가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자 그는 다른 여고생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이 되자 이런 일에 무감각해졌고, 나는 두 번째 대상인 W까지 만나면서 점점 더 비참하고, 외롭고, 죽고 싶었다.
내가 자란 환경은 도처가 위험했다
저자는 조건만남에서 빠져나오고 난 후에야 이것이 미성년자 성착취임을 인식했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했지만, 가해자는 분명 그 남성들이었다. 이런 인식의 전환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기로 결심했다. 더러운 과거로 돌아가서 똑바로 직면하면 빠져나올 출구도 찾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시곗바늘은 10년 전이 아닌 열두 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느 날 길을 걷던 나를 어떤 남자 중학생이 쫓아왔다. 당황한 나머지 집에 빨리 가려고 걸음을 서두르자 그 남학생의 걸음도 빨라졌다. 두려움에 휩싸였던 나는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재빨리 경비실 안쪽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경비실에 걸려 있는 것은 “순찰 중”이라는 팻말. 그 틈을 노려 그 중학생은 한 손으로 내 입을 막고 양팔을 이용해 나를 끌어안았다. 그다음 나머지 한 손으로 가슴을 쥐어짰고, 내 반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마구 쑤셨다. 첫 성추행 경험이다.
20대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당 손님들이 함부로 대하고 성희롱을 한 일, 잠깐 만났던 남자애가 술 취한 나를 길에 눕힌 일…… 이 책은 뉴스나 신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일이 한 사람의 인생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구는 이 글을 보고 똑같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거나 낙인을 찍을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용감하게 고백하고 비판한다. 겉으로 투명하게 내보일 수 있을 만큼 좋은 것들로 꽉 채워진 삶을 살고 싶어서.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나와 같은 아이들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신박진영 작가는 자신이 만나온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이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약돼 있을 뿐 아니라 저자에게서 강력한 힘을 느낀다며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나도 너처럼 약하고 무수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만 악취는 결코 나의 탓도 너의 탓도 아니라고. 악취를 숨기지 않고 끝내 추적이 이 글을 완성해냄으로써 수많은 가해자가 바로 악취로 인해 괴로워해야 할 당사자임을 가리키면서.
추천사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저자의 목소리에서는 그동안 만났던 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겹쳐져 들렸다. 성매매 현장에서 무수히 자해를 하며, 고통 속에 스스로를 가두려는 여성들을 만났다. 자신이 경험한 일들에 자신을 놓아둔, 그리고 지속해올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를 벌주고, 자신이라는 존재를 그렇게라도 느끼고 통제하고 싶어하던 여성들을 만나왔다. (…) 어쩌면 악취에 잠겨버린 것처럼 보이는 저자는 그들을 놓아주지 않기 위해 그 모든 순간을 기록하며 악취를 기억하고 봉인한 것이리라. 저자가 끝내 그 악취를 고통 속에서 추적하고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불러내 위로하고자 하는 이 책은 그래서 내게는 이 시대의 생존자의 언어로 읽힌다. 가해 행위를 증언하고 알리는 것은 녹록지 않은 과정이다. 증언하는 것은, 드러내는 것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를 거듭거듭 마주하며 스스로를 끝없이 진창에 처박고 그 진창을 정화하는 일이다. 저자는 모든 생명이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직면하고, 자신과 같은 이들과 연결되려 한다. 악취에 맞서는 힘은 거기서 나온는 것이리라. (…) 이제 그 악취로 괴로워해야 할 이들은 수많은 가해자, 이 착취의 시스템에 굴종해온 이들이 되기를 바라며 저자에게 응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_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책팀장
구매가격 : 9,500 원
찰스 디킨즈의 연설
도서정보 : Charles Dickens | 2021-04-27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책은 1842년에서 1870년 사이에 찰스 디킨즈가 한 연설 모음집이다. 이 연설에는 그의 명성을 기리기 위한 1842년 연설이 포함되었다. 또한 디킨즈의 “건강 행복 및 따뜻한 환영”이라는 연설이 포함되어 있다. 내용 수백만의 고된 노동력 무거운 세금 무지한 무리 가난한 무리 악인 무리가 있는 이 옛 나라에서 위험한 사람이 자신을 위한 하루를 찾을 수 있는 날은 비참합니다. 더 밝고 더 나은 정부가 그것을 예상하지 못한 정부의 의무에 실패했습니다! 그날의 이름을 첫째 주라고 부르십시오. 하루를 만드십시오. 당신의 작은 시간을 넘어서 하루 동안 일하십시오. 파머 스턴 경과 그 대가로 역사는 당신을 위한 하루를 찾을 수 있습니다. 충성스럽고 인내심이 강한 영국인의 만족과 왕실 여주인과 그녀의 공정한 아이들의 행복과 똑같이 관련된 하루입니다. " ? 1855 12.22. 셰필드에서 한 연설 중에서
구매가격 : 5,500 원
생존자 카페
도서정보 : 엘리자베스 로즈너 | 2021-04-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자 2세의 역사와 기억과 트라우마에 관한 걸작 논픽션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잔혹 행위, 그 파멸적 유산을 품어낼 방법은 무엇인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최고의 책
모먼트 2017년 최고의 책
전미유대인도서상 결선작
베이에어리어 작가들이 뽑은 가장 주목할 만한 논픽션
이 책은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자 2세인 유대인계 미국인 작가가 부모 세대의 기억이 망각되는 것이 두려워 독일의 노쇠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부모의 트라우마를 물려받아 자기 몸속에도 불안과 두려움이 삶의 순간순간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롭혀왔다는 것을 자각하며 2세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터뷰어가 되어 생존자들의 기억을 파고들어간다. 작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신의 부모 이야기와 자랄 때의 가정환경이 얼룩처럼 덧칠되는 것을 느끼면서, 이 집단적 고통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몸에 새겨 넣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대해서는 프리모 레비나 파울 첼란 등 생존자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이미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엘리자베스 로즈너의 책은 희생자 1세의 자식 세대인 2세가 그 기억과 마주하고자 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로즈너는 자신이 이 기억과 고통의 유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3세대, 4세대로까지 이어질 문제임을 상기시켜준다.
한편 저자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만나는 와중에도, “우리는 가해자를 비판하려는 본능을 되도록 억제해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듯 가해자의 사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곧 가해자일 수 있고, 또 가해자들 역시 우리처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안아야만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무슨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에 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라우마라는 유산
“이 유산은 나를 전 세계 수백만의 타인과 연결시킨다. 누군가는 전쟁으로, 누군가는 제노사이드로, 누군가는 국적의 부재로 참혹한 고통에 시달린다. (…) 내 개인적 유산의 실체에 더 깊이 다가갈수록, 나는 전 세계의 폭력과 박해, 강제이동, 몰살이 세대 간에 반향을 일으키고, 또한 회복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더 뚜렷이 확인하게 된다.”
최근의 후성유전학 연구는 의미심장한 결과를 알려준다.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부모 세대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자손들에게 유전적으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모의 자녀들은 우울증과 불안증에 걸릴 확률이 대조군에 비해 3배 더 높다. 심지어 생존자의 손녀들까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고통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치유해나가고 있다. 저자 또한 생존자의 딸로서 슬픔과 불안, 분노, 혹은 “우리에게 속한 듯 속하지 않은 경험의 망령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 유산을 결국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는 베트남 전쟁, 킬링필드, 아르메니아 학살 등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진 비극의 생존자와 그 자녀들에게 연결된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지금, 이 유산을 통해 세대와 세대 사이 여러 가닥의 복잡한 밧줄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를 파헤치고 그것의 가닥들을 하나로 엮는 과정 속에서 미래를 새롭게 고쳐 쓰고, 어쩌면 새롭게 설계하는 일까지 가능해지기를” 저자는 소망한다.
저자는 6장에서 그 가능성을 공들여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현재 생존자 3세들은 부모가 수용소에서 받았던 일련번호를 문신으로 새기는 등 고통의 유산을 자기 정체성이나 자긍심으로 받아들여 보존과 기억의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중이다. 또는 독일 전범세대 3세와 홀로코스트 생존자 3세들이 관계를 맺어 과거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는 복잡한 밧줄로 엮인 연대에 주목한다. 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가지들’에 새로운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금기어들, 재현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하지만 고통을 재현하고 증언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고통은 경험자들의 신체에 개별적으로 새겨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저자의 어머니는 식사를 마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배고픔을 호소하거나, 닭을 먹을 때면 뼈다귀를 쪼개 골수까지 빨며 게걸스러움을 보였다. 그 허기에는 학살을 피해 숨어 살고 굶기를 밥 먹듯이 했던 어머니의 경험이 새겨져 있다. 또한 같은 사건에 대한 경험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곤 한다. 1995년에 가족과 함께 부헨발트를 방문했던 일을 회고하면서, 저자는 한 사건을 공유하고 공동의 기억으로 보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발견한다. 어떤 공산당원들에게 부헨발트 수용소는 유대인 제노사이드가 아니라 파시즘에 맞선 수감자 봉기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특히 9장에서 저자가 인용하는 엘리 위젤의 말은 중요하다. “홀로코스트는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그러나 한 편의 쇼로서 기억돼서는 안 된다.” 20세기 중반의 잔인한 역사를 재현하는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몇몇 훌륭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생존자들의 몸에 새겨진 언어를 ‘누가’ ‘어떻게’ 전유할 수 있는가 하는 거대한 문제에 부딪힌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창작자들에게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였다. 엘리 위젤은 해방 후 10년 동안 펜을 들지 못했다. 샤를로트 델보는 전쟁이 끝나고 몇 년 만에 원고를 완성했는데도 1965년이 되어서야 책을 출간했다. 프리모 레비 또한 그 폭력의 실체를 온전히 그려낼 수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사건을 직접 경험한 생존자들에게조차 어떤 언어들은 ‘금기어’인 것이다. 이를테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저자의 요청을 받자 ‘이야기’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들에게 수용소에서의 경험은 ‘이야기’라는 단어보다 훨씬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불가능성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언어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가진 것 또한 언어뿐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이야기하는 법
이 책 후반부에는 다양한 작가와 조각가와 극작가는 물론이고 희극배우까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고 역사를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이 소개되고 있다. 상처를 가리지 않고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이다. 증언의 어려움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지만, 저자가 주장하듯이 예술작품을 창작하고 공유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가장 심오한 능력 중 하나다. 클로드 란즈만의 「쇼아, 홀로코스트의 구술 역사」,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엘리 위젤의 『밤』처럼 폭력의 역사를 성공적으로 조명해낸 사례도 있다.
결국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3장에서 저자는 유대인 청소를 피해 살아남은 폴린과의 만남을 회고한다. 그녀에게는 ‘여덟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 한 명의 생모, 그리고 그녀를 숨겨준 또 다른 어머니들이었다. 저자는 그 만남에 관하여 이렇게 썼다. “생존자 카페는 따로 있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수없이 참석해온 이런 자리가 결국 다 생존자 카페였다.” 저자는 폴린에게서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야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가, 상처와 상처가 겹쳐지는 대목이다.
기억을 계속하기 위하여
“짐작건대 아버지는 이야기하기의 힘과 무한한 가치를 알아차린 듯했고, 그 증인은 내가 될 것이라고 입이 아닌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세 번 부헨발트를 방문한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미국으로 이민해 한 번도 고향을 쳐다보지 않았던 아버지는 처음에 선뜻 여행에 나서지 못했다. 독일은 그를 잉태한 땅이지만, 동시에 죽음의 잿빛처럼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힘겹게 떠난 여행에서 아버지는 그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과거를 꺼내기 시작하고, 저자는 자기 삶에 드리워져 있던 홀로코스트라는 그림자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것은 과거로 끌려들어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한발 내딛는 것이었다.
이렇듯 이 책은 저자의 사적 서사이기도 하다. 홀로코스트는 수많은 사람이 죽은 역사의 한 장이지만, 생존자 2세들에게는 자기 가족의 삶인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물었던 것과 묻지 않았던 것들을 복기하며 그들의 기억을 온전히 물려받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은 길을 잃기도 하고 새로운 답을 발견하기도 하는, ‘기억의 미로’에서의 여정이다. 시인의 필치로 써내려간 이 글에는 움켜쥐려 할 때마다 흩어지는 기억들에 관한 깊은 사유가 가득하다.
사건은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에 의해 대대로 전승된다. 더 이상 대화할 수 없게 될 때 고통은 잊히고 폭력은 반복될 것이다. 저자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동시에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써 전달하는 어려움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언어를 통해 어떻게든 적절한 기억의 방법을 탐색한다. 물려받은 트라우마에 잡아먹히지 않고 대화와 연대로, 치유와 미래로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떻게 기억할지 고민해보자고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오는, 종이로 된 한 권의 ‘생존자 카페’다.
구매가격 : 15,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