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도서정보 : 김경욱 | 2019-06-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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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제40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천국의 문」 수록

김경욱의 여덟번째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이 출간되었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이다. 김경욱은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로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소설 영역을 구축해왔다. 일찍이 “진화하는 (소설) 기계”(문학평론가 서영채)라는 평을 들었을 만큼 한순간도 작가적 긴장을 놓치지 않고 삶의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섬세한 발걸음으로 꾸준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써온, 늘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가다. 이제 여덟번째 소설집을 펴내며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8번에게 풀 스윙은 언감생심”이라고 몸을 낮췄지만, 그의 여덟번째 타자가 풀어내는 아홉 편의 다채로운 소설들은 우리에게 ‘사이클링 히트’의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의뭉스러운 삶의 진실을 건져올리는 독보적 디테일

표제작인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은 김경욱표 소설쓰기의 정수를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나’는 스물아홉번째 면접시험장에서 다섯 명의 중년 남성 면접관들과 마주하는 순간 옛 여자친구의 아버지들을 떠올린다. “만약 성전환수술을 받는다면 맨 먼저 뭘 하고 싶습니까?”라는 “별 거지 같은” 면접관의 질문에도 “여자가 되어서도 이 회사에 지원할 겁니다”라고 답하며 “똥구멍까지 핥아줬건만” 돌아오는 것은 “딱하다는 눈빛”과 “값싼 동정의 기색”뿐. 세번째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떠오른 것도 바로 이 질문을 들었을 때다. 여자친구의 집에서 여자친구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던 ‘나’는 “동남아 골프 여행을 떠나 내일이나 귀국한다던” 여자친구의 아버지와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되고, 뜻밖에 시작된 그와의 대작은 ‘나’의 사타구니께로 들어온 그의 손과 함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자존감을 버리고도 끝내 면접관의 눈에 들지 못하고,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도 부당한 추행을 당하며, 그러고도 도리어 여자친구에게까지 면박을 들을 수밖에 없는 ‘나’의 어쩔 수 없는 ‘찌질함’을, 속물근성과 허위로 가득한 우리 시대의 씁쓸한 풍경에 덧대어 김경욱만의 의뭉스럽고 풍자적인 문장으로 그려낸다.
김경욱 소설의 ‘의뭉스러움’은 「양들의 역사」에 이르러 더 뚜렷해진다. 무엇 때문인지 일본인으로 자주 오해받던 ‘나’는,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 타게 된 택시에서도 자신을 일본인이라 착각하는 기사에게 장난기가 발동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일본인 행세를 한다. 기사의 일본어 수준을 평가하기도 하고 그가 들려주는 아리송한 이야기, 그러니까 영종대교 97중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았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가까스로 비껴갔으며, 한국전쟁에서 형 대신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를 자신이 즐겨 했던 거짓말, 즉 “가공의 삶을 진짜처럼 만드는 디테일”에 빗대어 사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해본다. 시종 흥미롭지만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사와, 그의 이야기를 끝내 의심하며 듣는 ‘나’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통해 삶의 진실과 비밀이 결국 하나의 줄기에 들어 있음을 서늘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소설에 필요한 디테일임을 떠올려볼 때, 몰입해서 읽지 않을 수 없는 김경욱 소설의 디테일이 이제는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된다.

소설이 끝난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를 어느 쪽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게 하는 열린 결말이 지금까지 김경욱 소설의 특징이었다면, 「고양이를 위한 만찬」은 소설이 끝나는 지점에서 더이상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직 식탁을 차리고 있는 부부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이 소설은, 부부가 쫓기듯 미국으로 이민을 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아프게 드러낸다. 서로를 경멸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생사마저 상대방의 결정에 내맡길 정도로 부부는 헤아리기 힘든 고통을 함께 견뎌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애가 살아 있다면 그 또래겠구나. 현장체험학습만 안 갔어도, 컨테이너에서 자고 있지만 않았어도, 소방차만 제때 도착했어도, 탈출하라는 안내만 있었어도 저기 앉아서 내가 만들어준 잡채를 입안 가득 오물오물하고 있겠구나” 하는 아내의 말 앞에 누구도 함부로 입을 떼기 어려운 것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오직 우리가 터무니없는 사고로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었다는 자명한 부끄러움만이 남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간의 김경욱 소설의 지적이고 건조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금 더 직접적이고 밀도가 높지만, 그래서 한층 더 새롭고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밤낚시」 역시 고등학교 동창인 세 중년 남자가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며 생겨나는 오해와 갈등, 그럼에도 그 기억들을 붙들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삶의 지난함을 생생하고 손맛 좋은 문장들로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노트북 수리 기사를 스토커로 의심하는 여자친구를 통해 여성에게만 손쉽게 가해지는 위협과 차별의 문제를 추리소설처럼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그려낸 「매우 그렇습니다」, 전직 소설가가 인공지능 컴퓨터의 의뢰를 받아 소설을 고쳐 써준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통해 소설의 의미를 되묻는 「수학과 불」, 그리고 1972년 어느 봄밤, 알 수 없는 장소에 감금되어 ‘VIP’에게 보고할 문서를 대필하게 된 ‘필경사 조풍년’의 이야기(「필경사 조풍년」)를 따라 읽다보면, 김경욱이라면 어떤 이야기라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자유자재로 써낼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이자 “한국의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과 병과 죽음 그리고 가족공동체의 해체 등, 여러 겹의 문제들을 한데 응축시켜놓고 그 현재와 미래를 응시”(‘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했다는 평을 들으며 제40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천국의 문」에 이르러서는 ‘소설 기계’라는 김경욱에 대한 찬사가 허사가 아님을 체감할 수 있다. 정교하고 치밀한 기존 김경욱 소설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유연한 장난기까지 더해진, 좀더 진일보한 김경욱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소설집은 줄곧 김경욱 소설을 따라 읽어온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김경욱을 몰랐던 독자들의 ‘김경욱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야구 중계 화면 속으로 팔딱팔딱 끌려들던 내 심장은 8번 타자가 헬멧을 집어들기 무섭게 자연 다큐 채널로 바뀐 듯 본래의 박자를 회복하곤 했다. 8번에게 풀 스윙은 언감생심, 번트라도 제대로 대면 감사할 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어떤 마음이 홈 플레이트 쪽으로 일 밀리미터나마 가까워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이번이 여덟번째 단편집이라는 우연과는 무관한 생각. _‘작가의 말’에서


■ 책 속에서

그저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남들처럼 직장이라는 곳에 다니고 싶었을 따름인데. 별 거지 같은 질문에도 눈 딱 감고 똥구멍까지 핥아줬건만. 다음 수험생으로 바로 넘어가버리던 면접관들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전 여자친구가 남기고 간 바로 그 표정이었다. 딱하다는 눈빛. 값싼 동정의 기색. _「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마이너한 인생의 꽁무니에서 비상등처럼 깜박이는 불운에 흥미를 느끼는 별난 여자들이 걸리는 행운을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다른 인생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나를 흥분시켰다. 특히 가공의 삶을 진짜처럼 만드는 디테일을 지어낼 때가 짜릿했다. _「양들의 역사」

과도한 구체성은 거짓을 감추려는 술책일 때가 많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지 않는가. _「양들의 역사」

“누군가 살려면 다른 누군가는 죽어야 했던 거야. 생존자들이란 어찌 보면 살인자들인 셈이지.”
_「양들의 역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땐 우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 우는 얼굴에는 침 못 뱉으니까. 세상의 모든 눈물은 결국 자신을 위한 거야.” _「경마학 개론」

몸의 균형? 걸음걸이? 말짱 헛소리. 혈통 좋은 놈이 이긴다. 석 달 치 학원비를 꼬라박고서야 깨우친 진리. 모두가 알지만 씨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_「경마학 개론」

“파이어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투숙객 문에 도끼질하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면 우리 애는 죽지 않았겠구나.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겠구나.” _「고양이를 위한 만찬」

진짜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말이 되지 못한 어떤 감정이었다. _「매우 그렇습니다」

편집이라는 작업의 생리를 모르지 않았다. 그냥 둬도 될 것도 일단 건드리고 볼 일. _「수학과 불」

몽둥이질이라면 혼절이라도 할 텐데. 막연한 두려움은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질 만큼 무시무시했다. _「필경사 조풍년」

“인간만이 웃을 수 있어요. 웃음이야말로 영혼이 있다는 증거죠. 그 영혼을 육신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혈이 있어요. 천국의 문이라 불리는 혈 깊숙이 침을 찔러넣으면 단잠에 빠져 미소를 지으며 저세상으로 가죠.” _「천국의 문」

구매가격 : 9,100 원

하태도

도서정보 : 백승휴 | 2019-06-2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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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으로 갔다가 그리움으로 돌아오다

하태도는 그렇다. 설렘과 그리움. 목포에서 쾌속정으로 3시간,
외로운 섬 하태도. 섬사람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갑냐고 손을 잡는다.
문앞을 기웃거리면 들어오라 손을 끈다. 만나면 말을 걸어오는 섬사람들이 정겹다.
하늘에서 바라본 풍광은 정교하게 꾸민 정원같다. 아름답다.
바람에 흔들리는 해당화 꽃잎과 해바라기 소나무는 말없이 말을 걸어온다.
산꼭데기 이정표는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섬은 외로워야 한다 말했던 생각들이 미안하다.

데려온 배는 떠나고 일행은 섬 속으로 빠져드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나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도서정보 : 유지예 | 2019-06-2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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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디에 있는 것 일까? 궁금하고 거창한 무언가라고 생각이 되셨나요?
이 책을 통해 행복은 거창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나의 방에 채워진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구매가격 : 5,000 원

유리색의 비눗방울

도서정보 : 전수린 | 2019-06-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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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선택?? 집요함?? 어떤 걸 선택하야 하는 거지? 예수님이 스스로 선택한 고자를 옹호했던 분이라는 말이 있던데? 인류의 시초인 루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근친이라는 진실의 씁쓸함의 증거가 되고! 하지만 인류는 끝내 모순이라어떤 걸 이루기 위한 장치로 모순이라는 대발견을 이루는데……. 네 커플(?)이 남기는 씁쓸한 사랑 이야기.


……… “집을 나올 거라며? 아마도 반항을 위해서.”
도희는 대답 대신 커다란 샌드위치를 한 입 깨문 후 힘이 풀린 눈으로 훠이훠이 손을 내젓고는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
“어떻게 나올 건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 이를테면 사내와 눈이 맞아서, 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
“나름 매력적이라고 믿는 분 같으니. 현실을 모를 법도 하겠죠.”
“…듣자 하니 길에서 대놓고 노숙을 했다던데. 계단에서 잠이 들면 친구가 익명의 신고를 해주기로. 지구대 아저씨들이 왔다던가.”
“스토컨가….”
“누가 하던 짓을 따라 해 본 것뿐인데. 사람을 사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괜히 영업직이 술을 많이 먹는 건 아닌가 봐. 재미 들리겠어. 밴드의 ‘밴’자도 몰랐는데. 남친이 그런 것도 모르냐고 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니까.”
연석은 어딘지 들떠 말했다. 도희는 쯧 혀를 차곤 스마트폰 화면 위의 손가락을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연석의 무례함이 참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는데, 친근한 척 눈치 없는 듯해도 은근히 상대의 기분을 살펴 가며 스스로 절제하듯 피하거나 멈췄기 때문이었다. 그런 행동을 몇 달이나 굳이 쫓아다니며 하고 있다는 것도 곰곰이 따져 볼 일이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었지.”
“그래서?”
“엄마가 아빠를 불렀어. 당신 딸,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라고.”
“그래서?”
“둘이 열심히 나에 대해 토론을 했지.”
“오해는 대화로 풀어야 하니까 말이야.”
도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콜라를 쪽 빤 후 커피 잔을 들었다.
“두 분이 다시 재결합하면 가출할 필요 없잖아.”
“그건 좀 다를 걸.”
“어째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흠. 그럼 어머니는 혼자가 되실 텐데.”
“남자 친구라도 하나 만들지 않겠어?”
연석은 목을 받쳤던 손을 턱으로 밀며 의문하듯 미간을 찡그렸고,
“그럼, 내가 대신 들어가서 살까?”
하고 갑작스레 말해 보였다.
“흐음. 아줌마가 취향이었어? 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지?”
“취향이 아닐 것까지야.”
그런 말에도 도희는 크게 놀라지 않으며,
“하긴 능금 아가씨였으니까.”
하고 이해한다는 듯, 그게 연석의 흥미를 끌어 귀부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투였다.


……본문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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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영혼의 산책

도서정보 : 김경근 | 2019-06-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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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쉬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아마도 풍경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장소에는 어김없이 의자들이 있다. 의자에는 동판에
새겨진 글귀가 있다. 이 땅에서 사라지고 없는 누군가의 사연을 새겨놓았다. 수없이 흔들렸을 사연들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문장으로 한 장의 풍경 속에 남겨진 것이다.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풍경) 중에서.

여기, 상처 입은 한 영혼이 있다. 아무렇게나 밟아도 되는 풀은 없다. 함부로 꺾어도 되는 꽃은 없다. 상처 입은 영혼에게는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모두가 소중하다. (그래, 꽃을 보듯 나를 보자) 중에서.

나의 봄은 들꽃에게로 간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만 보이는, 눈물 나도록 작은 세상. 길가에 깔린 나만의 레드카펫이다. 마치 나의 입장과 퇴장을 맞추기라도 한 듯 피어오른 수줍음이다. 그 위에 입을 맞추듯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나만의 예식, 수없이 흔들리는 흐릿한 초점을 맞추는 동안 나도 꽃송이만큼 덩달아 흔들렸을 것이다. (나의 봄은 들꽃에게로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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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안아주듯 나를 안았다

도서정보 : 조성용 | 2019-06-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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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전하는
흔글의 진심 어린 위로

힘들어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기는 쉽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따뜻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말에 의미 없는 맞장구를 보태고 타인의 감정을 살피며 보낸 하루에 정작 ‘나’는 어디에 있는지 곱씹으면서. 빈껍데기 같다는 생각에 속상해하면서. 우리는 종종 내 마음에는 소홀한 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매달리곤 한다.
《타인을 안아주듯 나를 안았다》의 저자 흔글 역시 타인을 안아주는 것에 더 능숙했고, 때문에 속으로 삼킨 울음이 많았다. 그런 그가 타인의 마음을 더 신경 쓰느라 무관심했던 나의 날들을 돌아보라고 말해준다. 타인을 안아주던 그 온도로. 위로와 격려의 글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준 저자는 마주했던 사람들과 상황들에서 얻었던 ‘나’를 안다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나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뒤늦은 깨달음이 되지 않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말이다.


이제껏 다른 누군가에게 맞춰왔다면
이제는 나를 사랑할 차례입니다

어느 날, 저자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쓴 시간과 마음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걸 깨닫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삶이 과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 삶이라고 부르는 삶이 정말 내 것인지 말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기억들이 있진 않은지 조심스레 묻고 싶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가 정작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하며 허탈한 의문이 드는 때, 내게 상처 주는 사람에게 내색하지 못하고 그 인연이 전부인 것처럼 꼭 붙들고 있던 때, 다른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 지는 잘 읊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해 떠올리면 막막해지는 때.
그런 기억들에게서 멀어지는 방법은 ‘가장 먼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보고, 상처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내게 없는 걸 찾느라 마음을 소진하지 말라고 말하며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겨줄 줄 아는 것과 같이 사소해 보이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제안하고 격려한다. 이제는 ‘나’를 사랑할 차례라고 말이다.


어려운 일 투성이지만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
당신을 위한 몇 편의 글

“살면서 마주하는 사소한 바람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하나 신경 쓰며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본문 중에서

우리의 숱한 고민은 대개 관계에서 시작된다.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쉽게 상처 주는 사람들 때문에 잠 못 이룬다. 관계에 아파본 저자는 완벽하지 않아 관계에 서툰 우리에게 서로 조금씩 보듬으며 살아가기를 권한다. 소중한 관계만 곁에 두고 다양한 인연, 연인 등 곁에 있는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한 경험과 조언을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꿈이 없어 고민하는 이,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 과거의 일 때문에 후회로 괴로워하는 이… 인생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많은 이들이 담담하게 하루를 쌓아갈 수 있도록 인생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이 당신이 내딛는 걸음을 묵묵히 응원하는 당신의 ‘편’으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구매가격 : 10,360 원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도서정보 : 기시다 히로미 | 2019-06-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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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희망을 불러일으킨 한마디!
평범한 주부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참으로 가혹했다.

지적장애아로 태어난 둘째의 육아, 사랑하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생존율 20%의 수술 후유증으로 남은 하반신마비,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재활생활….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를 힘들게 한 건 이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 그래서 죽고 싶었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겨우 열일곱 살 딸아이의 한마디로 저자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죽을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지도 생겼다.
“내가 엄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엄만 내가 귀찮아질까? 그래서 날 버릴 거야? 아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게. 나를 믿고 조금만 힘내보자. 우린 2억 퍼센트 괜찮아!!”

구매가격 : 9,000 원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문학동네시인선 120)

도서정보 : 송승환 | 2019-06-2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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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어 속에 있고 언어 속에 없다”
우연히, 기어이, 마침내, 간신히, 그토록, 기꺼이
물결치는 밤, 백지라는 무덤에서 솟아나는 흐느낌

문학동네 시인선 120번째 시집으로 송승환 시인의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을 펴낸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시가, 2005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에 평론이 당선되면서 시문학의 신실한 연구자이자, 끊임없는 자기 갱신으로 한국 시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온 시인 송승환. 그가 두번째 시집 『클로로포름』 이후 팔 년 만에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을 내어놓는다. 시인이 가까스로 부려놓은 투명하고도 긴장감 가득한 시편들은 우리들의 오감을, 아니 차라리 육감(六感)이거나 감각할 수 없는 감각들을 일깨우고, 빈틈없는 무의미와 빼곡한 여백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간 시인이 펼쳐낸 책의 ‘시인의 말’을 엮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바라본다(『드라이아이스』)―들린다(『클로로포름』)―나는 있는다(『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각기 수년간의 시차를 두고 다가온 문장이지만, 이는 시를 감각하는 시인의 지금을 설명해줄 단 한 문장 같기도 하다. 바라본다, 들린다, 나는 있는다. 시의 시작은 시(視)에 있고, 애써 듣는 것이 아닌 ‘들린다’는 무한한 열림, 그리하여 문학의 공간에 있는 나. 휘발성 강하고 지워지는 글쓰기를 떠오르게 하는 전작의 제목들과 같고도 다르게, 그의 이번 시집은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이라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시집의 전체 구성은 ‘만약-어쩌면-아마도’로 이어져 있다. ‘나뉘어 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이 한 권의 시집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감히 분절할 수 없는 한 편의 시이기 때문일 터. 우리가 백지의 앞면과 뒷면을 구별할 수 없듯, 시인의 체에 걸러진 순결하고 깨끗한 언어는 시작과 끝, 앞과 뒤, 입구와 출구가 모두 무의미해지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나는 있는다’의 삼위일체 ‘만약-어쩌면-아마도’에서 뭔가 윽박지르는 듯했던 시집 제목이, 말이 제대로 되는 한 최대로 길어지는 문장의 대미를 당당하게 장식하는 차원에 가까스로 달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이야기의 장식 아니라 원인이고 문법인 시(詩)다.
(…)
그뒤의 모든 시들이 그렇게 열린 공간에서 겨우겨우 가능한 표현들이지만 또한 그렇게 자유자재할 수가 없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마침내 기를 쓰고 새롭다. 내가 보기에 그는 아무도 가지 않았거나 못했거나 가고 싶지 않았던 길로 들어섰다. 시를 다시 읽고 다시 목차를 읽으면 미궁인 원인-문법들의 잘 짜인 장시로 읽힐 만하다.
_김정환(시인), 해설 「론 없는 서-본-결」부분

“모든 것이 있다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다”
투명한 눈물색 잉크로 쓰인 빛나는 시편

맑고도 순정한 눈으로 지어낸 시편들은 어쩌면 가장 순수한 말하기인 읊조림, 속삭임을 떠오르게 하고 이는 ‘흐느낌’으로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송승환의 이번 시집에 넓고도 옅게 깔린 슬픔과 애도의 기운은 때로는 ‘무덤’으로 때로는 ‘욕조’로 형상화된다. 롤랑 바르트가 낙담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쓴 단어 마리나드(Marinade)―푹 잠기고 절여진 상태―를 상상해보자면 욕조에 서서히 가라앉는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애도 일기』를 시로 썼다면 마치 「병풍」과 「욕조」와 같은 모습이지 않았을까?

내가 욕조 속으로 누울 때
욕실 주위로 검은 옷들이 흩어져 끌려나온다

내가 바라보지 않을 때
어머니는 드러나지 않고 나타난다


핏물이 번져간다

(…)

욕조

빨려들어가는 물소리에 내맡겨진 욕조

속에 나는 가라앉는다 뭍이 멀어진다 또다른 뭍이 다가온다 섬과 섬을 휘감고 돌아나가는 푸르고 검은 바다 바닥에 부딪힌다 구멍을 치고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부서지는 포말 속에 손가락을 담근다 욕조는 방향을 바꾼다 나는 어디에 있다 잊는다
_「욕조」 부분

사라지고 나타나고, 떠오르고 가라앉고, 있고 없고, 빼곡하고 비어 있고. 이런 가변성과 운동성 속에서 송승환식 메타포와 탈바꿈(metamorphosis)의 공간이 탄생한다.

나는 남성이면서 시인이고 시인이면서 여성이다

나는 바이올린이고 클라리넷이고 심벌즈이고

나는 나비이고 새이고 풀이고 사슴이다
(…)
모든 것이 있다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다
_「플라스틱」 부분

그의 이번 시집을 투명한 눈물색 잉크로 쓰인 시편들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집의 제목이 몹시 슬픈 기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의 밤에 내던져진’(「B102」) 것만 같은 나날에 쓰인 시. 흐르고 흘러들 뿐인 세계에 대한 깊은 슬픔이 소금처럼 흩어져 있는 시. ‘빙하의 밤 심해의 쇄빙선 안에 갇혀’(「검은 돌 흰 돌」) 쓰인 것만 같은 시. 그럼에도 그 세계에서 ‘그러나 조금 굉장히 가까스로’(「이화장」) 지그시 바라보고―들리고―있음으로 쓴 시. ‘밤의 미광’(「검은 돌 흰 돌」)과 ‘돌연 빛이 나를 비추’(「있다」) 는 것을 감각하는 시. 그 빛은 백지를 닮아 고요한 아침의 모습으로 다가옴을 예감하게 하는 시.
‘시’라는 한 글자로 말해지는 지극함,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시라는 정수, 언어 예술의 극한을 독자들은 이번 그의 시집에서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한하고도 빼곡한 여백, 칠흑으로 뒤덮인 텅 빈 밤이 데려다놓는 무한이자 문학의 공간. 그리하여 그곳에, 돌연―너는―나는, 만약―어쩌면―아마도,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 시인의 말


나는 있는다


2019년 5월
송승환


■ 책 속에서

당신이 있다면 당신이 있기를 그친다면 당신이 드러난다면 마침내 당신이 밝혀진다면 이름은 부서져서 이름들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적어도 이른바 이제껏 허투루 이토록 한층 한달음에 함께 여름에 겨울에 남으로 북으로 좀처럼 자주 바닥으로 창공으로 바람으로 눈으로 영원히 절대로 가령 깊숙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이를테면 솟구치듯 불쑥 마치 오히려 한결같이 완전히 헛되이 가까이 아니면 이윽고 그것뿐인 양 마치 아무것도 어떤 것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송두리째 봐란듯이 숫제 똑같이 아니 여기에 거기에 이미 살며시 밤마다 온전히 언제나 그러나 전혀 어쩌면 예외로 대부분 아마도 그처럼 그토록 텅 텅 그토록 그처럼 아마도 대부분 텅 텅 당신이 걸어나간다면 끝까지 예외로 어쩌면 전혀 그러나 언제나 온전히 밤마다 살며시 이미 거기에 여기에 아니 똑같이 덜하지도 더하지도 어떤 것도 아무것도 마치 그것뿐인 양 이윽고 아니면 가까이 완전히 한결같이 오히려 마치 불쑥 솟구치듯 마침내 당신이 밝혀진다면
_「심우장尋牛莊」 전문


1

이름

빈 무덤

어머니가 없다

2

솜으로 귀와 코를 막는다 눈을 감기고 턱을 받치고 입을 닫는다 머리를 높이 괸다 손발을 주무르고 몸을 눕힌다 백지로 얼굴을 덮는다 배 위에 왼손 오른손 올려놓는다 받침대로 옮기고 홑이불로 덮는다 병풍으로 가린다
향나무 삶은 물로 씻긴다 머리 빗질을 한다 자른 머리카락 깎은 손톱 발톱 주머니에 넣는다 이불에 넣는다 물 수건빗 마당에 묻는다 몸을 관에 눕힌다 몸과 관 사이 메운다 문을 닫는다 나무못을 박는다 관을 묶는다 병풍으로 가린다
묘지 네 모서리 말뚝 아래 관이 내려간다

어머니가 있다

3

어머니가 없다 부를 것인가

어머니가 있다 부를 것인가
_「병풍」 전문


나는 팽창하면서 수축하고 폭발하면서 압축하고 펼쳐졌다 뭉개지고 쓰러졌다 일어서고

나는 물이고 불이고 흙이고 공기고 물이면서 불이고 불이면서 흙이고 흙이면서 공기다

나는 세계의 핵과 전자다

나는 늙고 젊으며 젊고 슬기로우며 슬기롭고 어리석다

나는 이주 노동자 여성이고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다

나는 침몰하는 배에 갇힌 소년이고 탄창을 손에 쥔 사무원이고 전단지 뿌리는 학생이고 곡괭이 든 의사이고 펜을 든 농민이고 크레인 운전하는 교수이고 갱도 끝 광부다
_「플라스틱」 부분

구매가격 : 7,000 원

내가 나일 확률 (문학동네시인선 121)

도서정보 : 박세미 | 2019-06-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내가 나일 확률-당신이 당신일 확률
우리의 호흡이 일치하게 되었을 때
너와 내가 만날 가장 달콤한 각도

문학동네 시인선 121번째 시집으로 박세미 시인의 『내가 나일 확률』을 펴낸다.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간결한 언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증폭시켜내는 특유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을, “비극적 인식을 경쾌한 어조로 노래하며 시적 대상의 슬픔과 고통을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안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등단한 시인 박세미. 자신만의 보폭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로 쌓아올린 51편의 시를 데뷔 5년 만에 묶어 첫 시집으로 내어놓는다.
건축과 건축이론을 공부한 시인의 독특한 이력에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는 그의 첫 시집이 귀하고도 드문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장이 되리라는 예감을 하게 되고, 정교하고도 정직한 시편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기대와 예감을 초월하는 ‘시의 집’에 당도해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모든 곳에 있겠다”(「먼지 운동」)는 나직하고도 믿음직한 문장처럼 이번 시집에는 부서지고 작아진 나-부서지고 작아진 마음을 담담하게 응시하고 정직하게 말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박세미의 시는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은 있을 법한 ‘친구’를 떠오르게 한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기분 나쁘지 않게 가장 정확한 말로 조율하여 조곤조곤 직언을 해주는 친구. “모든 게 엉망진창”(「잠옷」)인 것 같은 날 잠시 쉬어가고도 싶은 집이 되어주는 친구. 혹여 우리가 싸우게 되더라도 “남겨진 온기만 기억”(「인간 세 명」)해줄 따듯한 친구. 그래서일까? 나 이하도 나 이상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염결함으로 쓰인 시는 ‘내가 나일 확률’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되돌아보고 기도하고는 당신에게까지 나아간다.

당신 옆을 지나칠 때 우연히
내 걸음이 놓친 것들 나를 통과한 말들
진심이 진심에 덮여 사소해질 가능성
내가 나일 확률

뜀틀 하나를 넘으면 다시 뜀틀

낮과 밤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동물이 된다는데
몸속을 뒤집어 가장 순결한 보호색을 띤다는데
당신이 당신일 확률
_「몇 퍼센트입니까」 부분


작아져서 선명한, 사소해서 단단한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 전문가’의 혼자서의 낭독회

박세미의 시는 조심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이는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들과 사람들을 가만가만 지켜보아온 자의 염려에서 비롯한 윤리일 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귀한 존재는 되지 않아야겠다.”(「피규어」)는 마음가짐과 “가벼운 것을 가장 무서워”(「화이트아웃」)할 줄 아는 마음, “다시는 결심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아무것도 하기 싫어」)는 화자들은 모두 한 번쯤은 “굼벵이의 자세, 굼벵이의 속도, 굼벵이의 마음, 굼벵이의 식욕, 굼벵이의 일상”(「물성」)이 되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기어서 기어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오늘도/ 실패라서”(「물성」) 쓸쓸하기까지 한 나날을 보내고, 무생물-사물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시간들을 통과한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가끔 박세미의 시가, 목소리가 거침-없이 파고드는 이유는 “왈칵 쏟아진 오늘 같은”(「아무것도 하기 싫어」) 것에 미리감치 “곧 아플 겁니다.// 슬픔이 오기 전에 아플 거예요. (…) 아프고 나면, 정말 아플 겁니다./ 스스로를 믿는 힘으로”(「꾀병」) 우리의 아픔까지 끌어안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눈물을 모두 소진하면 웃음이 나”(「전구의 형식」)듯, 진정으로 아프고, 앓고 나면 비 온 뒤의 날씨처럼 선명해지는 감각이 찾아오듯, 그 마음은 ‘이제 내가 모르는 것들’(「블랭크」)을 향해 혼자서의 낭독회를 준비한다.

기도의 형식은
맞댄 두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꿇어앉아 하늘을 향해 포갠 발바닥에 있습니다
거기엔 빛나는 돌이 놓여 있죠

하지만
누군가 내게 와서
서로의 발바닥을 맞댐으로 사랑에 빠지자,
말한다면 나는 기꺼이
졸도할 것입니다
두 발바닥을 활짝 펴고서
_「빛나는 나의 돌」 부분

작아져서 더욱 선명해지고, 사소해서 더욱 단단한 나와 마음과 시. 박세미는 그 어떤 포즈나 허언 없이, 때로는 관찰자의 마음으로 때로는 취재의 시선으로 시를 지어 건넨다. 갈라지고 때묻은 마음의 벽에 새하얀 젯소를 덧칠해 시를 건네는 마음. 굼벵이의 속도이지만 한없이 부드럽고 연한 몸짓으로 다가드는 시.

박세미의 시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우리가 원래 되어야 하는 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단다. 부서지고 작아진 우리. 실패하는 굼벵이 같고 먼지 같은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슬픔에 빠져 있는 우리. 그럴지라도 나는 끝까지 나로 남아 나를 지키면서 살아갈게.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할게. 너도 너로 남아, 너를 잘 지키면서 살 수 있기를.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스스로에게 속는 힘으로” 또 “우아한 몸짓”(「꾀병」)으로 지금 여기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러다가 우리 다시 만나. 열렬하게 꼭 만나.
_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해설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 전문가」부분

드디어 커튼이 걷히고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시인이 첫 낭독회를 시작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박세미의 첫 시집을 마치 ‘처음 보게 될 아이의 눈동자를/ 그리워해’온 것처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이 아이는 나일 것이다.’(「will」)


■ 시인의 말

나와 나 사이에 흐르는 의심의 강이 있고
건너갈 수 있는 날과
건너갈 수 없는 날이 있었다

2019년 5월
박세미

■ 책 속에서

곧 아플 겁니다.
슬픔이 오기 전에 아플 거예요.

물에 빠진 개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마침 나는 차가워졌고
조금 늦게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프고 나면, 정말 아플 겁니다.
스스로를 믿는 힘으로
_「꾀병」 부분

커튼은 고백하기 좋다
눈썹과 코끝을 스치며, 커튼은 자꾸만 바닥으로 늘어지고
등에는 투명한 창이 매달려 있지
술래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커튼을 빌려 나타나는 입술의 형상
목소리는 입술의 모양보다 늦게 온다

그러니까 혼자는, 후회를 기다려
(…)
그러니까 혼자는, 죽기 좋은 곳을 확인해

난간은 고백하기 좋다
햇빛을 반사시키며,
옥상은 혼자를 튕겨내고 싶어하지
목소리는 공중에 내민 발보다 늦게 온다

낭독을 마치고 나면,
반가운 택배를 기다리고
우리는 친구처럼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기도 해
그러니까 모두는, 혼자가 되어서야
낭독을 한다
_「혼자서의 낭독회」 부분

거울을 깬 적이 있지
누군가 불길한 징조라고 말해주었고
그날 이후 나는 그릇도 깨고 화병도 깨고
날카롭게 조각난 것들을 주우며
우연이라고 믿으며

긴 장마가 끝났어
숲의 입구에서 나는 나의 발을 한 번 보았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로만 가자
깊고 연약해 보이는 땅만 밟자
진흙 속으로 오른발이 쑥 빠질 때
내버려두자
더 깊이 빠뜨리며
기다리자
머리 위로 새똥이 떨어질 때까지
멀리서 거울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무릎까지 차오른 진흙이
온몸을 뒤덮을 때까지

내게 가장 재수없는 일은
당신이 내 이름을 계속 부르는 것일까
당신이 내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는 것일까
_「뜻밖의 먼」 전문

구매가격 : 7,000 원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도서정보 : 한재우 | 2019-06-1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도서 소개

초라한 출발, 고단한 하루, 흔한 슬럼프…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34편의 응원 에세이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은 작가 한재우의 첫 번째 에세이다.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도 보상받기 힘든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며 사는 오늘, 버티면서 보내는 하루가 충분히 의미 있음을 34편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애써 살아봤자 소용없다고 말하고 매주 로또 1등을 꿈꾸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와 닿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해온 경험으로 열심히 사는 것이 틀리지 않다고, 부지런히 나이를 먹어가자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아직 노력을 포기하지 않은 이를 위한 단 하나의 진솔한 응원이다.




출판사 리뷰

초라한 출발, 고단한 하루, 흔한 슬럼프…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34편의 응원 에세이
“아마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아질 거예요.”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은 작가 한재우의 첫 번째 에세이다.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도 보상받기 힘든 시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과 아무리 뛰어도 잡을 수 없는 집값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며 사는 오늘, 버티면서 보내는 하루가 충분히 의미 있음을 34편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애써 살아봤자 소용없다고 말하고 매주 로또 1등을 꿈꾸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와 닿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해온 경험으로 열심히 사는 것이 틀리지 않다고, 부지런히 나이를 먹어가자고 말한다. 초라하지 않은 출발은 없고, 버티지 않고 지속되지는 않으며, 슬럼프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흔한 일이지만, 그래도 계속한다면 내가 원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아직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이를 위한 단 하나의 진솔한 응원이다.

열심히 달린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매일 드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짐과 나빠짐을 반복하는 중에는 방향을 잃기 쉬웠다. 그래도 부지런히 노력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을 알지 못했고, 큼지막한 홈런을 날릴 재주가 없다면 작은 안타라도 착실하게 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법 몇 년을 지켜보았는데 다행히 이런 생각이 틀리진 않은 것 같다.
_ 본문 중에서

지금, 당신은 잘 살고 있습니까?
여기, 당신의 고민을 어루만져주는 책
“커다란 꿈이 없어도 잘 살 수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고민 때문이다. 누군가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는 어떤 일을 한창 하면서, 누군가는 어떤 일을 실패했을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을 계속해야 할 때 고민한다. 지금, 머릿속과 마음속을 헤집는 고민을 뛰어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면서 동시에 삶이 던지는 묵직한 고민을 어루만져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고민 해결서이기도 하다. 4개의 카테고리, 34개의 고민… 책장을 넘기면서 고민에 대한 당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늘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들은 예외 없이 시작을 미루는 핑계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언제나 시작 그 자체였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출발이 형편없이 초라할지라도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어딘가에는 있었다.
_ 본문 중에서

지금, 당신이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
여기, 당신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
“어디로 가도 상관없다면 아무 데나 가도 괜찮아요.”

세상을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보다 나은 것들이 자꾸 눈에 보인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 나보다 취업을 먼저 한 사람, 나보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잘 살아보려고 해도 상대적 박탈감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역시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어 저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짜증스럽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노력이, 당신의 버티기가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처음부터 유명 소설가는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낮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노력과 버티기 덕분에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모든 일이 언제나 잘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날과 해야 하기에 하는 날은 홀수와 짝수처럼 번갈아 찾아왔다. 그런 까닭에 세상의 그 누구도 자기 일이 온전히 즐겁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슬며시 웃음이 났다. 우리는 평생 아기처럼 자꾸 넘어지면서 앞으로 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_ 본문 중에서

지금, 당신이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여기, 당신의 삶에 힘이 되어주는 책
“버티는 한 우리는 기대할 수 있어요.”

작가 한재우는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을 쓰며 7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성실하지만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만의 사정과 자유롭지만 불안을 느끼는 프리랜서만의 심정이 각각의 모습으로 담겨 있다. 작가는 책으로써 이야기한다. 당신이 지금 어떤 모습이든 세상이 요구하는 ‘노오력’이 아니라 ‘나만의 노력’을 한다면, 우스갯소리로 내뱉는 ‘존버’가 아니라 이왕 하는 거 ‘웃으면서 버티기’를 한다면 그다음에는 원하는 모습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러므로 이 책은 시작하는 당신에게, 달리는 당신에게, 넘어진 당신에게, 그래도 계속하려는 당신에게, 당신이 어떤 삶을 살든 두고두고 힘이 되어줄 것이다.

나무는 같은 장소에 함께 있어도 각자의 하늘을 향해 자란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몸뚱이만큼의 햇빛뿐이다. 우리도 저 나무와 같다. 삶에서 진정으로 주어진 바는 몸 하나와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약간의 시간뿐. 그렇기에 자꾸 넘어지더라도 계속 가는 일 외에 삶을 충실하게 사는 다른 방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_ 본문 중에서

책 속으로

때때로 노력이란 말은 굉장히 눈물겹거나 혹은 다소 우아하게 들린다. 하지만 본질은 조금 다르다. 보통은 죽을 만큼 힘들지도, 감상에 잠길 만큼 아름답지도 않다. 나는 내가 하는 노력들이 축축하게 젖은 구두를 신은 채 먼 길을 걷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에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2시간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 버틸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시와 장사를 경험한 나는 버텨야 할 이유와 버틸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늘 갖춰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버틸 수 있으므로 버텨야 했고, 버팀으로써 조금씩 나아졌다.
-14p, 〈프롤로그 - 버티는 한 우리는 기대할 수 있다〉 중에서

시작하는 인연에는 3가지가 있다. 시작하는 줄도 모른 채 어느새 깊숙이 들어와버린 인연이 있고, 시작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인연이 있다. 그리고 시작할 인연이 없었지만 작정하고 시작한 인연이 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을 에워싼 세상이 톱니바퀴처럼 잘 들어맞아서 인생이 자연스럽게 잘 풀리기를 바란다. 시절 인연과 사람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덕스럽고 기다림은 긴데 귀한 삶은 너무도 짧다. 그렇기에 인연이 다가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을 때에도 먼저 운동화 끈부터 묶는 이들이 있다. 자연스레 시작하든, 어쩔 수 없이 시작하든, 작정하고 시작하든, 내딛고 나면 같은 시작임을 그들은 안다.
작정(作定)이란 지어서(作) 정한다(定)는 뜻이다. 가보고 싶은 길이 있다면 허락을 구하지 말고 성공을 셈하지 말고 그저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지어 정하기를. 운동화 끈을 묶는 일부터 출발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아무 이유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존재니까.
-29p, 〈하루키가 작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대하여〉 중에서

노력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임은 노력하기 힘들어진 뒤에야 깨닫는다. 흔하고 평범한 과거의 하루가 지금의 나에게는 특별한 시간이다. 마음먹고 내딛어야 하는 특별한 도전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도, 훗날의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는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오늘이, 아직 특별한 도전을 할 수 있는 ‘노력하기 좋은 날’일지도 모르겠다.
-125p, 〈하루 3,000번의 윗몸 일으키기 ;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간다는 고민에 대하여〉 중에서

사람은 약하다. 열흘 동안 매일 한 걸음씩 전진하더라도 하루 만에 열 걸음을 후퇴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은 나아질 수 있다. 한 번 연습하면 한 번 좋아지고 한 번 단련하면 한 번 강해진다. 비록 미약하고 보잘것없을지라도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것이 분명한 까닭에 우리는 삶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노력할 가치가 있다.
-160p, 〈아마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 더 빨라질 것이다 ; 빨리 늘지 않는다는 고민에 대하여〉 중에서

우리는 존재로써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존재에 대한 인식을 통해 그 반작용으로써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일을 당하고 나서야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기회를 잃은 다음에야 기회의 귀함을 알며, 젊음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젊음을 그리워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의 체험은 건강하지 못한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하지 않음이 있고 난 다음에야 함이 있는 우리 모두는 어리석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미 가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아직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다가 갖고 있는 것이 없어진 뒤에야 후회하기 때문이다. 감사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넓은 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무엇이라도, 잃어버린 후에는 애타게 찾게 될 감사한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 223p,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무엇이라도 ;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고민에 대하여〉 중에서

구매가격 : 11,2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