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도서정보 : 김유정 | 2019-12-0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1935년 12월『조광(朝光)』에 발표된 뒤, 1938년 간행된 『현대조선문학전집 2』와 같은 해 간행된 단편집 『동백꽃』에도 수록된 단편소설. 김유정 문학의 에센스인 해학 내지는 해학적 인간인식이 가장 구체화되어 있는 작품 중 하나. ‘봄봄’이라는 표제의 반복은 신생(新生)이나 사춘기 또는 청년기의 표상이기보다는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인 안타까운 기다림, 또는 기대의 시간적인 표상어이다.

구매가격 : 500 원

곱슬머리

도서정보 : 최진우 | 2019-11-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안 갈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바람이 휙, 나를 스쳤다.
막아 낼 길이 없었다.
가요. 같이 가요.

알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우리는 그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잖아요.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 그 사람들한텐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이 우리에겐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괜한 오해도 생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알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상대를 이해하려면 우선 알아야 하니까. 오히려 서로 잘 알지도 못한 채로 다 이해하려고 하는 게 오만일 수 있어요. 아무리 속이 넓은 사람이라도 모르는 사람을 단번에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꼭 정글 속까지 들어갈 필요도 없어요. 지금 당신이라고 나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럴 리 없죠. 나를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구매가격 : 7,800 원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도서정보 : 김숨 | 2019-11-28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내가 왜 없는 게 아니라 있는가
나무들도 스스로에게 묻고는 할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뿌리 이야기」 수록, 작가 김숨의 존재 3부작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에 김숨의 「뿌리 이야기」가 선정되었을 때, 그는 수상 소감에서 당나라 시선 이백의 ‘마부위침(磨斧爲針)’ 고사를 언급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고 있는 노인을 보고 이백이 다시 공부에 정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김숨 작가는 그 노인의 믿음을 자신의 믿음으로 삼겠다 썼는데, 실제로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작가’를 떠올렸을 때 많은 이들이 가장 앞서 떠올릴 이름 중 하나가 그일 터이다. 1997년 등단하여 올해로 작가인생 22년, 조용히 그러나 가열차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 김숨.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으로 문단은 그에 대한 신뢰를 보였고, 모호한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소설부터 역사와 현실을 토대로 한 소설까지, 독자는 그를 ‘믿고 읽는 작가’라 부른다.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중편 「뿌리 이야기」를 비롯,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느림에 대하여」를 개작한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중세의 시간」을 개작한 「슬픈 어항」 총 3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은 독특한 작품집이다.

살리고 싶어, 살려야지…… 혼잣말을 주문처럼 외며 초고 아닌 초고를 완성하고 났을 때 생애 처음 쓴 소설이 ‘뿌리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등단 후 내가 지금껏 쓴, 쓰고 있는 단편과 장편들이 어디에서 왔고, 오고 있는지 가계도 같은 게 그려지는 것 또한 경험했다.
_‘작가의 말’에서

첫 소설집 『투견』의 개정판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가 근본적으로 ‘뿌리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첫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두 작품만을 살리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쓴 「뿌리 이야기」를 더해 일종의 3부작으로 구성한 것. 세 편 모두 작가가 상당 부분 개작하였고, 셋 중 두 작품은 제목도 바꾸었다.

“우연히 '이식할 나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느낀 공포감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는 작품 「뿌리 이야기」는 이 소설집의 가운데에 자리하여 세 작품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자리와 죽는 자리가 같은 존재야. 태어난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죽음을 맞는……”

그는 메타세쿼이아들보다 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천이백 킬로미터야……”

“이 메타세쿼이아들이 이동한 거리 말이야. 당신 말대로 한자리에 서 있는 존재가 어느 날 뿌리 들려서 천이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온 거야.”

나는 그가 날아가지 못하게 그의 발등에 못이라도 박아넣고 싶었다. 그를 내 옆에 붙들어둘 수만 있다면 발가락 하나하나에.
_76쪽, 「뿌리 이야기」에서


뿌리를 시각화하는 부정형 미술작품을 만드는 ‘그’와 지지부진한 연인관계를 이어온 ‘나’의 이야기. ‘나’에게는 어린 시절 고모할머니와 한방을 쓴 기억이 있다. 고모할머니는 노년에 홀로되어 ‘나’의 집으로 들어왔고, 방안에 그저 정물처럼 존재하기만 했던 사람이다. 양로원으로 한번 더 ‘옮겨진’ 고모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던 날 밤, ‘나’는 고모할머니의 손이 자신의 방에 날아들어 더듬더듬 자신의 손을 찾아 그러잡았던 것 같다 느꼈다. 간절히 자신의 손을 잡곤 하던 고모할머니. 그녀 역시 ‘그’처럼 ‘뿌리 들린 존재’였을까. ‘뿌리 들림’은 명백히 타의적인 것. ‘그’와 고모할머니의 뿌리를 뽑아든 건 누구 혹은 무엇이었을까.

「뿌리 이야기」 속 ‘그’는 맨 앞에 배치된 작품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이하 「나무」)의 ‘오빠’를 떠올리게 한다. 두 발이 그 자리에 자신을 정박시키는 뿌리가 되기를 소망하는 장면이 두 작품에, 두 인물에게 비슷하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만지는데 ‘나무’를 만지고 싶었어”(28쪽)라 말하는 어린 ‘나’와 불편한 발을 가진 느릿한 ‘엄마’, 세상과 다른 속도를 가진 엄마를 보며 점점 빨라지는 자신의 속도를 버리기로 한 ‘오빠’. 자기 방 천장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몰두하다가 끝내 가출하고야 마는 ‘오빠’와, ‘나무’에 대한 시(詩)를 쓰고자 애쓰는 ‘나’. 이는 결국 “오감(五感)으로는 어루만질 수 없는 ‘바깥’에 대한 불가능한 꿈꾸기와 관계 깊다. 따라서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바깥’을 독자에게 보여주지는 않지만?누가/무엇이 그것을 할 수 있겠는가??‘바깥’을 독자에게 내밀어놓고 있다.”(조강석, 해설 「존재 3부작과 이미지-서사」에서)

「슬픈 어항」에는 결벽증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모녀가 등장한다. 세 작품 가운데 한곳에 정박해 ‘뿌리내리고’ 사는 듯 보이는 이 모녀의 삶은 그러나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창문을 포함해 외부와의 통로가 차단된 집에는 ‘나’가 들어가 누우면 꼭 맞을 사이즈의 어항만이 놓여 있다. 산소발생기 없는 어항 속 금붕어들은 죽어나가고, 어렴풋이 추측되는 ‘나’의 아버지의 부재와 그 빈자리가 ‘나’의 어머니에게 남긴 트라우마적 상처가, 이 갑갑한 집을 더욱 숨쉴 틈 없는 기이한 공간으로 느껴지게 한다. “잠언은 어항 속에 있다. 나는 잠언을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 믿음은 그대로 고통이 된다.”(127쪽, 「슬픈 어항」에서) 그러나 “나는 아직 뿌리에 가닿지 못한 게 아닐까, 내가 나를 망각하고 존재하는 곳에. 나는 뿌리에 가닿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77쪽, 「뿌리 이야기」에서)

“자연물인 뿌리가 예술적 오브제로 승화하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들 중 가장 단순하고 의미심장한 의례”를 ‘못박힘’이라고 한 건 「뿌리 이야기」의 ‘그’이다. 「나무」의 오빠가 방 천장 구멍을 막은 철판에 박아넣은 열두 개의 못, 제 살을 긁어 흘린 피를 어항 속에 흘려넣은 「슬픈 어항」 속 ‘나’가 손에 든 것 역시 공사판에서 주워온 못이었다. ‘뿌리 들림’과 ‘못박힘’,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두 모티프는 세계의 유폐와 개방에 양가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리라. 모두가 ‘숲을 보라’라고 말할 때에도 ‘숲이 아닌 나무를 보라’라고 말하는 듯한 김숨의 소설 미학은 이렇듯 20년 세월에 걸쳐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고든다. “뿌리를 깊이, 단순하게 내리”는 ‘심근성 나무’처럼.

이 작품집은 일종의 존재 3부작으로 읽히기도 한다. 각각의 서사-이미지들이 세 작품 속에서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작품집 전체는 일종의 이미지-서사를 구성한다. 바깥에 대한 지향과 내부의 실존적 조건 그리고 양자의 교섭으로서의 삶에 대해…… 그런데 의아한 것은 다소 무거운 이미지들이 연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존재력(the force of existing)이 고양되는 방향으로 몸이 움찔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김숨 소설의 또하나의 힘이다.
_조강석, 해설 「존재 3부작과 이미지-서사」에서

구매가격 : 8,400 원

사람은 떠나고 이야기만 남아 있네

도서정보 : 박성대 | 2019-11-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불(火)이 문명의 아버지라면 물(水)은 문명의 어머니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노래와 이야기의 고향은 강변이다
-저자

구매가격 : 6,300 원

심결

도서정보 : 정구복 | 2019-11-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마음에 눈이 내렸다.
눈에서 비가 흘렀다.
하늘에서 꽃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마음의 결을 따라 걷는다.
인생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다.

구매가격 : 7,200 원

최종원 단편선

도서정보 : 최종원 | 2019-11-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나는 거울 앞에 섰다.
싹둑 자른 긴 머리의 빈 자리가 허전했다. 나는 내 소꿉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긁어보았다. 그리고 으흐흐흐, 하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짧은 머리는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머리를 한 번 세차게 흔든 다음, 빗으로 머리를 곱게 빗었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어 보았다.

구매가격 : 12,000 원

활과 칼을 비추는 달

도서정보 : 김병룡 | 2019-11-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시대의 그 어떤
지도자도 흉내 낼 수 없는 고결한 품성과 리더십!

인간 이순신의 내면세계를 가장 리얼하게 그려낸 감성소설!

당신은 누구시길래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혀 놓으셨습니까!

나라와 백성을 위한 충이 임금을 위한 충과 배치될 때는 우선 나라와 백성을 위한 충을 따라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는 것은 맑은 날 해를 보듯이 자명한 이치인 것이다.

구매가격 : 7,800 원

회귀의 숲

도서정보 : 이창준 | 2019-11-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핀란드로 등산을 떠난 "애니"는 폭우를 피해 "여행자 쉼터"가 있는 어떤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녀와 일행이 들어간 숲은 평범한 숲이 아니었고, 환각과 혼란이 일행들을 점점 옥죄어간다.

결국 애니는 연인 "빌"을 두고 혼자서 악몽 같은 숲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숲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는 저주와 같은 검은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애니는 빌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으로 한시도 잠에 들지 못하고 점점 피폐해진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그녀를 보다 못한 동생 "제임스"가 다시 숲에 들어가지는 제안을 하게 되고,

제임스와 애니, 실종된 이들의 다큐를 찍고 싶어 하는 기자들까지 동행하여 다시 나무들의 그림자가 가득한 숲으로 들어간다.

사방이 절벽으로 막힌 숲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으려 몸을 움직인다.

-------------------------

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빡이는 짧은 순간. 사람의 의식은 무뎌진다.

그리고 숲의 어둠은 그 순간을 노리고 더욱 가까이 다가와 그들을 미혹한다.

육신에 엉겨 붙은 저주 같이 방문자를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회귀의 숲"은 어느새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핀란드 신화에서 ‘새’들은 생명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새들이 영혼을 물어오며 죽을 때면 다시 영혼을 거두어 갑니다.

그래서 사람이 자는 것을 죽었다고 착각하여 새들이 영혼을 물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로 깎은 새인 “영혼 새”를 머리맡에 두고 자기도 합니다.

즉 시엔루린투(Sielulintu)라고 하는 새 조각품은 꿈속에서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막아 주는 것이지요.

작중에서도 계속해서 애니의 눈에 보이는 새들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저주와 동시에 그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검은 새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어두웠고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숲은 칠흑으로 뒤덮였고 아직 남아 있는 안개와 같이 섞여서 검은 바다 위에서 오두막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들은 깃털을 손질하거나 나무를 쪼지 않고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듯이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

나무 위에 앉아있는 흉측한 새들은 빌을 저곳에 두고 나옴으로 인한 죄책감임에 분명했다.

그런 공포감과 동시에 애니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희미한 기대감이었다.

숲 한가운데 있는 여행자 쉼터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그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빌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 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6,000 원

휘갈겨 쓴 짧은 소설

도서정보 : 배수정 | 2019-11-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저의 첫 번째 짧은 소설집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짧게 쓴 소설들을 모아 소설집을 냈습니다.
소설 쓰는 실력은 미숙합니다. 그냥 자유롭게 휘갈겨 썼습니다.
소설을 처음 쓰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누구나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매가격 : 1,500 원

덧칠

도서정보 : She다 | 2019-11-1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화가와 미술견습생의 Love Story와 함께 세계명화 56점을 감상해 보세요.

(덧칠)은 제가 5년 전에 써 두었던 미술작품에 대한 생각의 단편들에 픽션을 가미해 소설화 한 것입니다.
원래 소설제목을 (탄생과 상실)로 정할 까 했는데 삽화로 포스팅할 그림을 웹서핑하다가 (사이톰블리)작품을 보고 (덧칠)로 변경했습니다.
저에게 탄생은 (벗겨냄)을 의미하고 상실은 (덧칠)을 의미합니다.

조각가 (로댕)이 한 말을 참고하면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는 도달점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사물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진실일 때뿐이고
진실 이외에 미는 없다.
그리고 진실이란 완전한 조화를 뜻한다.

- 로댕

---------------------------------------------------------------------------------

한 남자가 동굴 안에 서 있다.
그녀 자신의 벽화 속에 갇혀.
섬세한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더듬는다.
눈, 코 입이 없이 밋밋하다
.
아무것도 보려고도 향을 맡으려고도 들으려고도 말하려고도 하지 않는 슬픔.
그리고 그 무엇도 가볍게 터치할 수 없는 장중한 기운.
고통은 항상 진실한 것이다.
그의 양심의 칼날은 갈수록 무디어지고
사랑의 상처는 예리해진다.

얼굴 없는 그녀가 웃는다.
달이 흔들린다.
달빛이 변하듯이 여자의 생각도 변하리라.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붙들지 않는다.

여자는 사랑하며 아파하며 기다리다가 늙어 버리는 존재.
그녀는 그와 대화할 때마다 먼산을 바라보아야 했다.
진실은 능선 위에 피워 오르는 안개 너머에 있었다.
그것은 무덤에서 소리 없는 대화를 하며 항상 숨어 기다렸다가
빈약한 가슴을 공중에 펼치며 전염병처럼 떠 다닐 뿐이었다.

그가 붓을 휘두를 때마다 그녀는 간신히 한 발자국을 떼었다.
결국 그의 손끝에서 매일 죽고 매일 살아났다.
날마다 죽어야만 살 수 있는 여자와
어둠을 불러오며 장중한 장송곡이 흘러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 남자.

이윽고 안개가 걷혀진다.
벽화 속의 그녀가 옷을 벗는다.
하얀 살결이 운다.
그가 슬퍼서.

사랑은 역병이다.

에필로그에서 발췌

구매가격 : 5,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