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948종의 전자책이 판매중입니다.

탐정 매뉴얼

도서정보 : 제더다이어 베리 / 엘릭시르 / 2019년 07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09년 대실 해밋 상과 크로퍼드 환상 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제더다이어 베리의 데뷔작. 쟁쟁한 환상 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내놓은 스몰 비어 프레스의 편집자인 베리는 <탐정 매뉴얼>로 탐정 소설과 환상 문학, SF의 영역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탐정 소설 특유의 복잡한 트릭이나 인간 군상에 연연하지 않고,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환상 세계를 쌓아올리는 그는 기존의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작품을 내놓는 특별한 작가다.

주인공 언윈은 비가 그치지 않는 이름 없는 도시를 지키는 탐정 회사의 서기.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탐정으로 승진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언윈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상사가 살해되고 회사를 대표하는 명탐정이 실종되면서 점점 종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구매가격 : 11,100 원

미스터리 아레나

도서정보 : 후카미 레이이치로 / 엘릭시르 / 2019년 07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일본에서 매년 연말에 방영되는 인기 TV 추리 프로그램 <미스터리 아레나>. 여기서 출제되는 문제를 맞히면 일확천금을 획득할 수 있다. 올해 패널들이 도전하는 것은 클로즈드 서클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연쇄살인 사건. 과연 그 끝에는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스터리 아레나』는 『에콜 드 파리 살인 사건』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 바 있는 작가 후카미 레이이치로의 본격 미스터리로, <미스터리 아레나>라는 인기 TV 추리 프로그램에서 클로즈드 서클의 불가사의한 연쇄살인을 추리하는 내용이다. 복선과 반전이 거듭되며 본격 미스터리의 진면목을 톡톡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2016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를 비롯,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3위,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를 차지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매가격 : 9,800 원

작가 소설

도서정보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엘릭시르 / 2019년 07월 18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상한 기계에 구속된 작가. 원고 마감 이틀 전에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재미없는 트릭만 떠올라 절규하는 미스터리 작가. 고향 사인회에서 이상한 독자들만 만나게 된 작가. 그 밖에도 웃는 작가, 화내는 작가, 망가진 작가 등 어딜 보아도 작가투성이인 조금 특이하고 기묘한 작가 소설집.

『작가 소설』은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단편소설집으로, 작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모은 작품이다. 독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직면하고 있는 작가의 현실을 블랙 코미디를 곁들여 그려내고 있다. 본격 미스터리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새로운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구매가격 : 9,700 원

시핑 뉴스 (세계문학전집 179)

도서정보 : 애니 프루 / 문학동네 / 2019년 07월 1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방대한 지적 토양에서 탄생한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소설
서정적 산문의 대가 애니 프루의 역작

애니 프루는 첫 단편집 『하트 송과 단편들』을 발표한 1988년 이미 오십대 중반의 나이였다. 작가로서 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그녀는 그간의 삶의 경험을 통해 풍부한 생의 면면들을 소설로 옮겼다. 소설을 통해 삶을 경험한다고 말하는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먼저 삶이 있고 그다음에 글이 따른 셈이다.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하며 원예나 요리에 대한 실용서를 펴내기도 한 그녀의 소설적 특징은 사물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다. 『시핑 뉴스』 또한 이러한 그녀의 지적 토양에서 탄생했다. 자연 속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 대한 소설을 쓰는 작업을 주로 해온 그녀에게 지역적 배경은 인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소설에서 뉴펀들랜드가 그 어떤 인물보다 생생히 살아 숨쉬는 이유다. 캐나다 변경의 척박한 땅, 빙산으로 가득한 항구도시인 그곳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은,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 상실과 회복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빛을 가장 밝게 빛나도록 해주는 것이 어둠이듯,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불행이 아닐까. 단순히 불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감정들을 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구매가격 : 11,600 원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도서정보 : 앤드루 포터 / 문학동네 / 2019년 07월 1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현대 미국 단편 문학의 가장 빛나는 성취!
플래너리 오코너상 수상작

"앞으로 나는 도대체 무얼 쓸 수 있을까.
이 한 권의 소설집 안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미 다 들어 있는데." _백수린(소설가)

데뷔작만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의 첫 소설집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된 후 수많은 작가들의 교본이 된 바로 그 책

데뷔작 하나만으로 일약 미국 단편 문학의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 그의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섬세한 문체로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는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으로, 단편 부문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다. 또한 스티븐 터너상, 패터슨상, 프랭크 오코너상, 윌리엄 사로얀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출간된 해 포워드 매거진, 캔자스시티 스타,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는데, 인디펜던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단편 작가"로 그를 소개했고, 런던 타임스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무시무시한 작품집"이라고 평했으며, 리브로 에브도는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데뷔작에서 이미 장인의 솜씨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장편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영미 문화권에서 그의 소설집에 대한 평단과 독자들의 환호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2011년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국내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다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우아하고 섬세한 문장, 서늘하면서도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국내 문학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은 명작으로 회자되던 이 책을, 문학동네에서 더욱 유려하고 정확한 번역으로 재정비해 새로이 선보인다.

구매가격 : 9,700 원

악몽과 몽상 2

도서정보 : 스티븐 킹 / 엘릭시르 / 2019년 05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훌륭한 단편소설은 삶을 구원한다.
여기, 24편의 단편소설을 여러분을 위해 내놓는다.”
― 스티븐 킹

3억 5천만 부가 넘는 판매 부수를 올린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의 단편집 『악몽과 몽상』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악몽과 몽상』은 『스티븐 킹 단편집-옥수수밭의 아이들 외』, 『스켈레톤 크루』에 이어 스티븐 킹이 칠 년간 쓴 작품 중 탁월하다고 자평하는 스물네 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엘릭시르만의 세련된 장정과 깔끔한 편집으로 소개되는 이번 단편집에서는, 초자연적인 공포를 다루는 스티븐 킹의 장기를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툴루 신화나 셜록 홈스 패스티시 작품, 드라마 극본, 에세이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킹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작가가 직접 쓴 서문과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한층 즐거운 독서를 보장한다. 『악몽과 몽상』은 출간 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스티븐 킹의 빼어난 스토리텔링 능력과 독보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입증한 수작이다.

● 장르를 초월하는 작가, 스티븐 킹
1967년 첫 소설을 발표한 이래 오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3억 5천만 부가 넘는 판매 기록을 세운 스티븐 킹은 말 그대로 ‘대중이 사랑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호러 소설로 시작된 그의 경력은 판타지, SF, 미스터리로 뻗어갈 뿐만 아니라 영상 매체 극본, 시, 에세이, 논픽션 등으로 끊임없이 확장되었다. 또한 최고의 호러소설에 수여하는 브램 스토커상을 여섯 번, 최고의 SF 소설에 수여하는 로커스상을 다섯 번, 최고의 미스터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 추리작가협회 에드거상까지, 장르 문학을 위한 상을 수차례 휩쓴 것 외에도 2003년 스티븐 킹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 시상식에서 ‘가장 뛰어난 기여 훈장’을 받아 대중과 평단이 인정한 작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악몽과 몽상』은 스티븐 킹이 칠 년간 썼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탁월하게 재미있다고 자평하는 스물네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평범한 남자의 지독한 복수 과정을 담은 단편소설 「돌런의 캐딜락」은 정체된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킹이 공사장에 깊게 파놓은 구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또한 의도치 않게 인류를 멸망시켜버린 비운의 천재 이야기 「난장판의 끝」, 사악한 아이들에 대한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담긴 「어린아이들을 허락하라」, 두꺼비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마을에서의 여름휴가를 그린 「장마」 등의 단편소설에서는 불가사의하고 거대한 존재를 맞닥뜨린 인간에 대해 생각한 스티븐 킹의 오싹한 상상력을 맛볼 수 있다. 한편 텔레비전 드라마 〈어둠 속의 외침the Tales from the Darkside〉으로 방영된 대본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뉴욕 타임스》에 실렸던 에세이 「고개를 숙여」, 야구 잡지에서 극찬을 받은 시 「브루클린의 팔월」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킹의 글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이 단편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저주받은 마을 캐슬록처럼 자신의 작품 세계가 확고한 작가인 스티븐 킹이 기꺼이 다른 작품의 팬으로서 경의를 표하는 작품들을 썼다는 점이다. 탐정소설의 아이콘 ‘셜록 홈스’ 시리즈의 패스티시 작품인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말년의 존 왓슨이 셜록 홈스와 활동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숨겨왔던 자신의 무용담을 공개하는 이야기다. 또한 H.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독보적인 호러 세계관인 크툴루 신화를 담은 「크라우치엔드」는 킹의 대담한 상상력을 만나 한층 섬뜩하고 기묘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한다. 「다섯 번째 4분의 1」과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은 킹 본인이 해설에서 밝힌 것처럼 하드보일드의 대부 레이먼드 챈들러와 하드보일드의 시인 로스 맥도널드의 문체를 흠모하여 그에 도전한 작품이다.
『악몽과 몽상』은 스티븐 킹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종합 선물 세트처럼 느껴질 것이고, 잘 몰랐던 독자에게는 훌륭한 맛보기 코스가 될 것이다. 이처럼 『악몽과 몽상』은 킹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집이다.

● 훌륭한 단편소설은 삶을 구원한다
나는 요즘도 단편소설이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삶 자체를 구원하는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훌륭한 글은, 훌륭한 단편소설은 상상의 뇌관을 때리는 공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상의 목적은 견딜 수 없는 상황과 삶의 항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위안과 안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략)… 만약 그 상상력으로 빚어진 작품을 읽고 나와 똑같은 효과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진심으로 만족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중편집 『자정 4분 뒤』(이은선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8)에서 고백했듯, 1980년대는 스티븐 킹에게 암흑기였다. 1974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뿌리치지 못한 알코올의존증과 더불어 약물의존증까지 겹쳐 킹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까지 고통받고 있었다. 이 시기에 씐 작품들은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다가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징벌받는 남자의 이야기 「팝시」나, 길을 헤매다가 환상과 저주가 가득한 세계로 발을 들이고 만 부부의 이야기 「크라우치엔드」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킹은 환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에 대한 상상을 통해 괴로운 현실의 무게를 견디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딜 힘을 얻었던 것이다. 1987년 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의존증에서 벗어났지만 삼십 년가량 흐른 지금까지도 작품 속에 살아 있는 강력한 상상력은 여전히 우리를 환상적이고 아찔한 세계로 인도한다.

●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나는 사건들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벌어지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중략)… 단편에서는 가끔 “그냥 그렇게 됐어, 이유는 묻지 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여지가 주어진다. 딱한 하워드 미틀라의 사연이 그런 경우인데, 나는 퀴즈쇼 도중에 세면대 하수구에서 튀어나온 손가락을 맞닥뜨린 그의 모습이 살아가다가 암이나 사고나 끔찍한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뜻밖의 사건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현실을 완벽하게 비유한다고 생각한다. ― 해설 중에서

스티븐 ‘호러’ 킹의 세계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평범한 시간을 보내던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장소에서 갑자기 공포의 세계로 뚝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이 사건에는 대체로 별 이유가 없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평범한 사람은 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길을 잘못 들어 죽은 록 스타들이 가득한 공연장에 도착한 부부(「밴드가 엄청 많더군」), 얌전한 회계사의 집 세면대에서 튀어나온 사람 손가락(「움직이는 손가락」),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맞닥뜨린 박쥐 인간(「10시의 사람들」). 누구나 머릿속으로 이런 기이하고 끔찍한 상황을 한 번쯤 상상해봤을지도 모르지만, 상상은 아주 잠시 왔다가 금세 떠났을 따름이다. 스티븐 킹은 찰나의 상상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잡아 눈으로 보는 듯 생생한 공포의 세계를 만들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구매가격 : 11,800 원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도서정보 : 김동규 김응빈 / 문학동네 / 2019년 06월 05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생물학과 철학의 만남

이 책은 생물학자와 철학자,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의 산물이다. 이 만남의 주인공은 『나는 미생물과 산다』 등을 통해 미생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생물학자 김응빈(연세대 생물학과)과 『멜랑콜리 미학』『멜랑콜리아』 등을 통해 서양문화의 ‘멜랑콜리한’ 정체성을 탐구해온 철학자 김동규(연세대 철학과)이다.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연세대에서 함께 진행해온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가 이 책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들은 “이질적인 두 학문 사이의 짜릿한 조율”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공생’의 지혜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유행한 지는 한참 되었으나, 이처럼 생물학자와 철학자가 하나의 책을 공동집필한 사례는 (대화의 기록인 도정일?최재천의 『대담』을 제외하곤)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오랫동안 함께 공동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에다 친밀한 대화와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생물학과 철학은 왜 만나야 할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합성생물학,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등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생물학은 자연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적 지식의 주체인 인간 자신마저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물학이 사회와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록 자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적 기반은 필수 불가결하다. 또한 학문적 골동품으로 전락한 철학도 고전 주석에나 매달리는 사변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이 시대 가장 활력적인 지식 분야와 만나 소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생물학자와 철학자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목소리로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간다. 그 융합의 지점에서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원천인 사랑이다.

공생과 경쟁: 생물학이 전하는 삶의 지혜

이 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생부터 면역과 모방, 동물성과 인간성까지 생물학에서 발아한 다채로운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 위해 생물학 쪽에서는 다윈과 파스퇴르에서 린 마굴리스, 리처드 도킨스, 칼 우즈로 이어지는 근현대 생물학자들이 소환되고, 철학 쪽에서는 플라톤,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르네 지라르, 조르조 아감벤 같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울림을 낳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은 ‘공생’이다. 우리 인간이 미생물만도 못한 지점, 즉 미생물에게 배워야 할 핵심 가치도 바로 이 ‘공생’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생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여전히 하찮은 미물 정도로 인식한다. 병균처럼 인간에게 해로운 미생물은 소수에 불과하고 유산균처럼 유익한 미생물이 훨씬 많은데도 그렇다. 이런 선입견이 생긴 데에는 미생물 연구의 선구자인 루이 파스퇴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파스퇴르는 박테리아를 ‘병원균’으로 명명하면서 스스로 미생물의 살육자가 되고자 했다. 병원균을 적대시한 파스퇴르 이후 수많은 파스퇴르 추종자들은 미생물을 포함한 자연 전체를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다윈주의적 생존 경쟁을 진화의 근본 원리로 삼았다.
그런데 20세기에 미토콘드리아 DNA가 발견되면서 ‘공생’ 이론이 부상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로 핵의 DNA와는 다른 자기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히려 핵이 없는 원핵생물인 박테리아의 DNA를 닮아 있다.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특징을 바탕으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세포 내 공생설’을 제기한다. 지구에 박테리아들만 살던 까마득한 옛날, 덩치 큰 박테리아가 작은 박테리아를 먹어치웠는데 먹잇감이 포식자의 내부에서 우연히 살아남는 일이 발생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 공존의 기술을 터득하면서 박테리아 같은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의 기원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화의 숨은 지배자’로도 불린다.
이런 세포 내 공생설에서 나온 새로운 진화 이론이 ‘공생발생론’이다. 공생발생론은 적대적 경쟁과 유전자의 돌연변이 현상으로만 진화를 설명하는 대부분의 진화론과 달리 공생 과정을 통해 새로운 종의 발생을 설명한다. 그러나 처음에 마굴리스의 공생 이론은 학계에서 철저히 배척당한다. 논문은 열다섯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이는 그녀가 여성 과학자였기에 받은 차별이면서 동시에 비주류인 공생 이론의 주창자였기에 받은 차별이었다.

붉은 여왕에서 검은 여왕으로

적대적 경쟁에 주목하는 대표적인 진화 이론은 ‘붉은 여왕 가설’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벤 베일런이 내놓은 이 가설은 경쟁 상대의 끊임없는 변화(진화)에 맞서 계속해서 변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것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을 보고 이 이름을 떠올렸다고 한다. 거울 나라를 지배하는 붉은 여왕은 숨가빠하는 앨리스에게 말한다. “지금처럼 계속 달려야 제자리에 있을 수 있어.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머물기 위해서라도 계속 뛰어야만 하는 현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생명체 간의 호혜적 의존성을 강조하는 ‘검은 여왕 가설’이 등장했다. 이 가설의 이름은 ‘하트(♥)’라는 카드 게임에서 유래한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카드를 주고받는 이 카드 게임은 마지막에 가지고 있는 카드 중 모든 하트 카드와 스페이드(♠) 퀸(Q) 카드만으로 점수를 낸다. 하트 카드는 각각 1점이고 스페이드 퀸은 13점으로 계산하며, 총점이 낮은 순서로 순위가 결정된다. 스페이드 퀸(검은 여왕)을 가지고 있으면 꼴찌이기에 게임에 이기고 싶다면 중간에 검은 여왕을 내놓아야 한다.
‘검은 여왕 가설’의 핵심은 미생물들이 자신의 대사 산물 일부를 공공재화로 내놓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마치 참석자들이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함께 먹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와 마찬가지다. 이처럼 ‘붉은 여왕 가설’과는 대조적으로 ‘검은 여왕 가설’은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협동 또는 공생의 역할을 강조한다.

면역의 역설

생물학의 관점에서 면역은 세포들의 공동체가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식별 장치이자 자기보호 시스템이다. 하지만 생명체는 애초에 자기와 자기 아닌 것을 구분하기 어렵다. 몸이 자기를 비非자기로 오인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 이를 증명한다. 자가면역 질환은 모든 장기에서 발생한다. 눈의 포도막염, 뇌의 다발성 경화증, 궤양성 대장염,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모두 그런 질환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면역관용’도 있다. 면역관용은 너그럽게 비자기를 자기로 간주하는 현상으로, 여성의 몸 안에서 자라는 태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아는 엄마 유전자의 절반만 가지고 있기에 엄마의 면역계가 비자기로 인식해야 정상인데도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외부 물질의 유입이 많은 소화기관의 경우 면역계가 집중되어 있지만 그런 장내 미생물들에 대해서도 우리 몸은 관용을 베푼다.
이런 까닭에 면역은 단순한 자기방어 시스템으로 보기 어렵다. 자기보호의 과도한 몸짓은 자신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징후일 뿐이다. 멸균 상태와 같은 인공 환경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자와의 공존은 필수적인 것이다.

예술은 바이러스다?

저자들은 쉽게 정의하기 힘든 예술의 속성을 생물학적 은유로 풀어낸다. 바로 “예술은 바이러스다”라는 명제다. 온갖 미학적 개념들을 제쳐두고 예술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인문학자들에게 예술이 설명하기 힘든 난제이듯, 자연과학자들에게 바이러스는 “자연의 풀리지 않는 암호”(92쪽)와 같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의 존재방식이 그만큼 기괴해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은 예술의 존재방식과 아주 유사하다.
저자들이 말하는 ‘예술 바이러스’는 우선 강한 ‘전염력’을 가진다. 예술은 그것을 접한 사람들을 쉽게 감염시키고 빠르게 확산되며 역사적으로 전승된다. 일찍이 플라톤이 예술을 두려워하고 경계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강한 전염성 때문이었다.
예술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면서 존속한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숙주, 즉 인간이 없다면 예술작품은 죽은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보존하는 인간 없이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예술 바이러스는 자신이 감염시킨 인간에 기생하면서 동시에 그 인간을 ‘변모’시킨다. 예술작품을 접함으로써, 말하자면 전혀 다른 세계의 정보와 관점이 뒤섞임으로써 감상자는 결국 자기 변형을 겪게 되며, 낯선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런 예술 바이러스의 특성이 여실히 발현되는 것이 공공예술이다. 예술의 공공성은 인간의 불멸성이 실현되는 장소다. 거기서 개체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 붙어사는 바이러스가 불멸하는 존재에 가깝듯”(104~5쪽), 숙주인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예술도 그 특이한 존재방식 덕분에 불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술 바이러스 감염은 공동체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악성 병원체이면서도 (인간이 기생하고 있는) 자연의 자정 작용의 하나일 수 있듯이, 예술은 개인중심주의, 공동체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등등 온갖 중심주의에 기생하면서 그것을 탈중심화하는 힘”인 것이다.(106쪽)

리처드 도킨스 이론의 한계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을 유전자의 운반체이자 생존기계로 규정한다. 이 ‘유전자중심주의’는 얼핏 인간중심주의 비판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킨스는 문화를 문화적 유전자 ‘밈’으로 설명하는 대목에서 다시 인간중심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모순을 드러낸다.
도킨스가 모방(미메시스)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어근과 유전자gene의 영어 발음을 결합해 만든 용어인 ‘밈meme’은 비유전적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의 전달 단위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이 문화는 모방의 산물이고 모방은 유전자처럼 자기복제를 통해 수행된다.
하지만 이런 도킨스의 모방론은 결코 독창적인 이론이 아니다. 인문학자의 눈에는 문화예술을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이론인 미메시스론의 재탕으로 보일 뿐이다. 가령 『향연』에서 플라톤은 인간이 불멸에의 욕망을 실현하는 두 가지 길을 거론하는데, 하나는 육체의 사랑을 통해 자식을 낳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영혼의 사랑을 통해 예술, 철학, 법 같은 문화를 창조하는 길이다. 여기서 영혼의 사랑을 문화적 유전자로 치환한다면, 도킨스의 유전자/밈 이론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킨스는 유전자를 통해 모든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데, 유전자에 반항하는 밈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모순에 빠진다. 예컨대 피임법을 사례로 들며 도킨스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인간은 다시 유전자를 이길 수 있는 존재,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또다른 인간중심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모방과 복제만을 기본 원리로 삼는 밈 이론으로는 기존에 없던 낯선 것을 만들어내는예술적 창조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창조성이 복제 과정의 돌연변이라는 설명은 “설명이라기보다는 설명이 궁지에 몰린 것을 자인하는 말”(128쪽)일 뿐이다.

미생물의 기억과 생명의 비밀

‘기억’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철새와 회귀성 어류의 기억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미생물의 세계에서도 기억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면역계의 기억세포는 과거에 침투했던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평생 잊지 않는다. 많은 세균들이 지니고 있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도 대표적인 사례다.(150~1쪽) 숙주의 특성과 면역력 수준을 감지하고 이를 기억해두었다가 숙주에 따라 상이한 병원성을 보이는 세균도 존재한다.
생명을 이루는 기본 정보이자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 정보의 단위인 유전자도 결국은 “자연의 변화와 흐름이 남긴 자국의 총체, 곧 기억”(154쪽)이다. 현생 인류 유전자의 10퍼센트 정도는 고대부터 있던 바이러스 유전자다. 이렇게 우리 몸에는 고대 바이러스의 감염 흔적이 남아 있다.
미생물은 끊임없이 인간을 위협하지만, 그때 인간을 구하는 것도 결국 미생물이다. 미생물이라는 미시적 생명의 세계가 잘 보여주듯, 인간의 생명은 살아 있는 다른 모든 유기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인간의 생명마저 ‘인공적’으로 만듦으로써 자연과 단절하려 한다.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지능까지도 인공물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환호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그동안 생물학은 생명의 단일성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을 찾아 ‘세포’ 단위로, DNA와 RNA의 차원으로 내려갔다. 생물학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생명 개념을 인문학적으로 폭넓게 확장해 바라보는 저자들은 기억(진리), 자유, 사랑을 생명의 삼위일체로 꼽는다. 이들 개념은 생명 존엄성의 원천이자 인간 존엄성의 원천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결국 사랑이다.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많은 자유를 가질지언정 사랑만큼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결정적인 차이로 매장 풍습을 든다. “사랑하는 인간만이 애도할 수 있고, 그 애도의 사회적 표현방식이 매장”(253쪽)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이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생명을 사랑으로 고양시키는 한편, 사랑을 생명으로 육화시키고자” 하는 지적 노력의 산물이다. “생명의 진화 과정이 곧 사랑의 역사”라 보기 때문이다.(260쪽)

구매가격 : 10,500 원

자정 4분 뒤 1

도서정보 : 스티븐 킹 / 엘릭시르 / 2019년 05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호러 킹의 환상 특급 승차 시 주의 사항!
독자 여러분,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이렇게 건재한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또다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여러분도 다른 곳?어쩌면 벽에는 눈이 달렸고 나무에는 귀가 달렸고, 정말로 기분 나쁜 무언가가 다락방과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있는 데로 기어나오려 하는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며 건재한 모습으로 기다려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 관심이 많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까, 들어주지 않을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_ 머리말 중에서

스티븐 킹은 1974년의 첫 출간작 『캐리』를 비롯하여 『살렘스 롯』, 『샤이닝』 등 호러 소설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로는 호러뿐 아니라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SF 등을 집필했으나, 초기의 호러 소설이 인상 깊었던 탓에 여전히 호러 소설의 제왕, 호러 킹(King of Horror)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990년 출간된, 네 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자정 4분 뒤』 역시 본격 호러 소설의 계보를 잇는 중편집이다. 『자정 4분 뒤』를 집필하던 시기는 킹이 알코올과 마약, 담배에 심각하게 의존하던 때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품에 그대로 담긴 작가의 심리가 이토록 두려운 호러를 자아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한편 『자정 4분 뒤』는 네 편의 중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또다른 중편집인 『사계』와 결을 함께한다. 스티븐 킹은 다양한 작품을 써왔으나 네 편의 중편을 묶은 중편집은 이 둘뿐이다. 스티븐 킹은 『자정 4분 뒤』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계』는 세 편의 ‘주류’와 한 편의 초자연적인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자정 4분 뒤』에 수록된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공포물이다. 이 중편집이 『사계』와 다른 이유는, 일시적으로나마 머릿속에서 암울한 주제만 맴돌던 시절에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킹의 말과 같이 『자정 4분 뒤』에 속한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초자연적인 무언가이자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에 맞닿아 있다. 이는 작가의 초기 작풍과 일치하며, 직전의 중편집 『사계』가 대체로 주류 문학의 노선을 따랐던 것과는 차별된다.
스티븐 킹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씐 『자정 4분 뒤』의 이번 출간은 그의 초기 작풍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이 책은 출간된 그해의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했으며 그다음 해에는 로커스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듯이, 『자정 4분 뒤』의 중편들 중에도 영상으로 소개된 것이 있다. 「랭골리어」는 미국의 ABC 방송국에서 2부작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된 바 있다.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는 조니 뎁 주연의 <시크릿 윈도우>라는 제목의 영화로 2004년 국내에 개봉했다.

● “구름 아래 뭐가 있을지 두렵단 말이죠.
아니, 구름 아래 뭐가 없을지.”

『자정 4분 뒤』는 총 네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중편마다 ‘자정 1분 뒤’, ‘자정 2분 뒤’, ‘자정 3분 뒤’, ‘자정 4분 뒤’ 하는 식의 소제목이 붙어 있다. 오늘에서 다음날로 넘어가는 순간인 ‘자정’은 고요한 순간이면서도 초자연적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좋은 시각이다. 스티븐 킹은 이 ‘자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네 작품을 살펴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자정’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을까?

「랭골리어」 - 이혼한 아내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은 항공기 조종사 브라이언은 아내가 살던 곳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지난 비행으로 피곤했던 브라이언은 이번 비행에 승객으로 탑승하자마자 잠이 든다. 얼마 후, 잠에서 깬 브라이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다. 조종사, 승무원, 대부분의 승객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들이 없어진 곳에는 틀니, 가발, 시계 등 한때 인간이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다. 브라이언과 함께 남겨진 열 명가량의 승객들은 모두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을 자고 있었다. 다행히 항공기 조종사인 브라이언 덕분에 비행기는 가장 가까운 근처 공항에 착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더 끔찍한 풍경은?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로 읽지 않기를 바라는 중편, 「랭골리어」 는 비행기 탑승객이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비행에 관련한 공포는 물론 유년기 트라우마까지 파고들어 어린시절 막연하게 상상하던 괴물까지 수면 위로 떠올려 구체화한다.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 - 소설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 이 작품에는 스티븐 킹을 닮은 인기 소설가 모턴 레이니가 등장한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 장면을 목격한 충격 속에서 이혼 수속을 진행한 그는 홀로 부부가 여름을 보내던 별장에 와서 소설을 집필한다. 그런 그에게 한 농부가 찾아온다. 추레한 차림의 농부는 모턴에게 당신이 자기 소설을 훔쳤다고 따져 묻는다. 소설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내 소설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아닐까. 모턴 스스로는 표절을 한 적이 없고, 농부가 무슨 착오가 있거나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표절 작가로 몰고 간다고 여긴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 불이 나서 집 전체가 타버리고, 키우던 고양이가 살해당하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의 시신을 발견하자 이 모든 일이 농부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구심과 더불어 두려움을 품는다. 모턴은 농부를 죽이겠다는 생각마저 품게 된다. 과연 모턴은 농부를 찾을 수 있을까? 농부가 말한 훔쳤다는 소설은 도대체 무엇일까?
「도서관 경찰」 -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를 연체한 경험이 있다면, 도서관 경찰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경찰은 도서 연체 발생 시 도서관 관장이 활용하는 사설 경찰이다. 마흔이 되도록 썩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던 샘은 어느 날 동네 로터리클럽의 연사를 맡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받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한다. 어쩐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도서관에서 샘은 연설문에 필요한 도서를 빌렸다가 반납을 잊어버리고는 책을 그대로 분실한다. 며칠 후 도서관 경찰의 방문을 받은 샘은 그 충격으로 자리에서 소변을 지리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렸다. 제일 놀라운 것은, 도서관 경찰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점. 샘은 똑같은 책을 사다가 반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기고 그렇게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데…….
「폴라로이드 개」 - 생일 선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좋은 선택일까, 좋지 않은 선택일까? 열다섯 살 생일 선물로 고대하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받은 케빈에게는 분명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 카메라를 받자마자 가족사진을 찍었으나 카메라에서는 가족들의 모습 대신 말뚝 울타리를 산책하는 흉측한 생김새의 개 사진이 나왔다. 몇 장을 찍어도 그랬다. 케빈은 카메라를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대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카메라는 자꾸만 나를 버리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마치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에서 반지가 소유주를 현혹하듯이 말이다. 마흔 장 정도 사진을 찍어본 케빈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사진기는 똑같은 개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개는 움직이고 있었다. 울타리를 따라 걸어가다가, 사진사가 촬영하는 소리를 들은 듯이 사진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의 얼굴은 몹시 끔찍하고 드러난 이빨은 날카로웠다. 사진을 계속 촬영하면 어떻게 될까? 개가 사진사를 물어버리는 걸까? 그러면 이 카메라는 어떻게 될까?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부터 사람들은 카메라를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담아내는 전자기기로 인식했다. 카메라는 순간을 담아내지만, 카메라가 담아낸 순간은 현실의 그것과는 다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쩌면 카메라는 담아낼지도 모르는 것이다. 동일한 논리는 녹음기에도 적용된다.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녹음기는 담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단단하고 차가운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자 기기가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들이밀 때,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 호러 킹이 선보이는 원인 불명의 현상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공포!

스티븐 킹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셜리 잭슨, 레이 브래드버리, H.P. 러브크래프트 등의 호러, SF, 판타지 문학 거장들의 뒤를 잇는 작가다. 열두 살 무렵 스티븐 킹은 친척 집에서 우연히 잡지들이 든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상자 안에는 다양한 호러, SF, 판타지 잡지가 담겨 있었고, 어린 킹은 잡지들을 탐닉하며 그 분야에 매료되었다. 어릴 때부터 습작을 해왔던 킹은 스무 살 무렵 만화 잡지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게재하여 이름을 알렸다. 그의 첫 단편인 「나는 십 대 무덤 도굴꾼이다 I was a teenage grave robber」는 호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뒤엉킨 작품이었고, 킹의 이후 작품들 역시 이 단편의 분위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평범한 인물, 평범한 장소, 평범한 배경이 등장하지만, 곧 이 평범한 일상이 끔찍한 공포의 배경으로 바뀐다. 보통의 일상에 두려움의 씨앗이 뿌려지고, 주인공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호러 무대에 올려 세워진다. 비행기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홀로 남겨진 브라이언, 평화로웠던 일상에 느닷없이 들이닥쳐 모턴의 주변을 위험에 빠뜨리는 방문객,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며칠 연체했을 뿐인데 득달같이 찾아온 도서관 경찰, 케빈이 생일 선물로 받은 카메라가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행태. 독자들은 머릿속으로 한 번쯤은 이런 기이하고 끔찍한 상황을 상상해봤을지도 모르지만, 상상은 아주 잠시 왔다가 금세 떠났을 따름이다. 스티븐 킹은 이런 독특한 상상에 스토리를 부여한다. 누구라도 가질 법한 원초적인 공포의 실마리를 붙들고 타래를 감기 시작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공포감을 자극하는 킹의 『자정 4분 뒤』는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작품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

자정 4분 뒤 2

도서정보 : 스티븐 킹 / 엘릭시르 / 2019년 05월 31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호러 킹의 환상 특급 승차 시 주의 사항!
독자 여러분,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이렇게 건재한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또다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여러분도 다른 곳?어쩌면 벽에는 눈이 달렸고 나무에는 귀가 달렸고, 정말로 기분 나쁜 무언가가 다락방과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있는 데로 기어나오려 하는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며 건재한 모습으로 기다려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 관심이 많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까, 들어주지 않을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_ 머리말 중에서

스티븐 킹은 1974년의 첫 출간작 『캐리』를 비롯하여 『살렘스 롯』, 『샤이닝』 등 호러 소설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로는 호러뿐 아니라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SF 등을 집필했으나, 초기의 호러 소설이 인상 깊었던 탓에 여전히 호러 소설의 제왕, 호러 킹(King of Horror)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990년 출간된, 네 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자정 4분 뒤』 역시 본격 호러 소설의 계보를 잇는 중편집이다. 『자정 4분 뒤』를 집필하던 시기는 킹이 알코올과 마약, 담배에 심각하게 의존하던 때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품에 그대로 담긴 작가의 심리가 이토록 두려운 호러를 자아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한편 『자정 4분 뒤』는 네 편의 중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또다른 중편집인 『사계』와 결을 함께한다. 스티븐 킹은 다양한 작품을 써왔으나 네 편의 중편을 묶은 중편집은 이 둘뿐이다. 스티븐 킹은 『자정 4분 뒤』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계』는 세 편의 ‘주류’와 한 편의 초자연적인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자정 4분 뒤』에 수록된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공포물이다. 이 중편집이 『사계』와 다른 이유는, 일시적으로나마 머릿속에서 암울한 주제만 맴돌던 시절에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킹의 말과 같이 『자정 4분 뒤』에 속한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초자연적인 무언가이자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에 맞닿아 있다. 이는 작가의 초기 작풍과 일치하며, 직전의 중편집 『사계』가 대체로 주류 문학의 노선을 따랐던 것과는 차별된다.
스티븐 킹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씐 『자정 4분 뒤』의 이번 출간은 그의 초기 작풍을 다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이 책은 출간된 그해의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했으며 그다음 해에는 로커스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스티븐 킹의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듯이, 『자정 4분 뒤』의 중편들 중에도 영상으로 소개된 것이 있다. 「랭골리어」는 미국의 ABC 방송국에서 2부작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된 바 있다.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는 조니 뎁 주연의 <시크릿 윈도우>라는 제목의 영화로 2004년 국내에 개봉했다.

● “구름 아래 뭐가 있을지 두렵단 말이죠.
아니, 구름 아래 뭐가 없을지.”

『자정 4분 뒤』는 총 네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중편마다 ‘자정 1분 뒤’, ‘자정 2분 뒤’, ‘자정 3분 뒤’, ‘자정 4분 뒤’ 하는 식의 소제목이 붙어 있다. 오늘에서 다음날로 넘어가는 순간인 ‘자정’은 고요한 순간이면서도 초자연적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좋은 시각이다. 스티븐 킹은 이 ‘자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네 작품을 살펴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자정’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을까?

「랭골리어」 - 이혼한 아내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은 항공기 조종사 브라이언은 아내가 살던 곳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지난 비행으로 피곤했던 브라이언은 이번 비행에 승객으로 탑승하자마자 잠이 든다. 얼마 후, 잠에서 깬 브라이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다. 조종사, 승무원, 대부분의 승객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들이 없어진 곳에는 틀니, 가발, 시계 등 한때 인간이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다. 브라이언과 함께 남겨진 열 명가량의 승객들은 모두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을 자고 있었다. 다행히 항공기 조종사인 브라이언 덕분에 비행기는 가장 가까운 근처 공항에 착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더 끔찍한 풍경은?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로 읽지 않기를 바라는 중편, 「랭골리어」 는 비행기 탑승객이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비행에 관련한 공포는 물론 유년기 트라우마까지 파고들어 어린시절 막연하게 상상하던 괴물까지 수면 위로 떠올려 구체화한다.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 - 소설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 이 작품에는 스티븐 킹을 닮은 인기 소설가 모턴 레이니가 등장한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 장면을 목격한 충격 속에서 이혼 수속을 진행한 그는 홀로 부부가 여름을 보내던 별장에 와서 소설을 집필한다. 그런 그에게 한 농부가 찾아온다. 추레한 차림의 농부는 모턴에게 당신이 자기 소설을 훔쳤다고 따져 묻는다. 소설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내 소설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아닐까. 모턴 스스로는 표절을 한 적이 없고, 농부가 무슨 착오가 있거나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표절 작가로 몰고 간다고 여긴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 불이 나서 집 전체가 타버리고, 키우던 고양이가 살해당하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의 시신을 발견하자 이 모든 일이 농부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구심과 더불어 두려움을 품는다. 모턴은 농부를 죽이겠다는 생각마저 품게 된다. 과연 모턴은 농부를 찾을 수 있을까? 농부가 말한 훔쳤다는 소설은 도대체 무엇일까?
「도서관 경찰」 -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를 연체한 경험이 있다면, 도서관 경찰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경찰은 도서 연체 발생 시 도서관 관장이 활용하는 사설 경찰이다. 마흔이 되도록 썩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던 샘은 어느 날 동네 로터리클럽의 연사를 맡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받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한다. 어쩐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도서관에서 샘은 연설문에 필요한 도서를 빌렸다가 반납을 잊어버리고는 책을 그대로 분실한다. 며칠 후 도서관 경찰의 방문을 받은 샘은 그 충격으로 자리에서 소변을 지리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렸다. 제일 놀라운 것은, 도서관 경찰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점. 샘은 똑같은 책을 사다가 반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기고 그렇게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데…….
「폴라로이드 개」 - 생일 선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좋은 선택일까, 좋지 않은 선택일까? 열다섯 살 생일 선물로 고대하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받은 케빈에게는 분명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 카메라를 받자마자 가족사진을 찍었으나 카메라에서는 가족들의 모습 대신 말뚝 울타리를 산책하는 흉측한 생김새의 개 사진이 나왔다. 몇 장을 찍어도 그랬다. 케빈은 카메라를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대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카메라는 자꾸만 나를 버리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마치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에서 반지가 소유주를 현혹하듯이 말이다. 마흔 장 정도 사진을 찍어본 케빈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사진기는 똑같은 개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개는 움직이고 있었다. 울타리를 따라 걸어가다가, 사진사가 촬영하는 소리를 들은 듯이 사진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의 얼굴은 몹시 끔찍하고 드러난 이빨은 날카로웠다. 사진을 계속 촬영하면 어떻게 될까? 개가 사진사를 물어버리는 걸까? 그러면 이 카메라는 어떻게 될까?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부터 사람들은 카메라를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담아내는 전자기기로 인식했다. 카메라는 순간을 담아내지만, 카메라가 담아낸 순간은 현실의 그것과는 다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쩌면 카메라는 담아낼지도 모르는 것이다. 동일한 논리는 녹음기에도 적용된다.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녹음기는 담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단단하고 차가운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자 기기가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들이밀 때,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 호러 킹이 선보이는 원인 불명의 현상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공포!

스티븐 킹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셜리 잭슨, 레이 브래드버리, H.P. 러브크래프트 등의 호러, SF, 판타지 문학 거장들의 뒤를 잇는 작가다. 열두 살 무렵 스티븐 킹은 친척 집에서 우연히 잡지들이 든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상자 안에는 다양한 호러, SF, 판타지 잡지가 담겨 있었고, 어린 킹은 잡지들을 탐닉하며 그 분야에 매료되었다. 어릴 때부터 습작을 해왔던 킹은 스무 살 무렵 만화 잡지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게재하여 이름을 알렸다. 그의 첫 단편인 「나는 십 대 무덤 도굴꾼이다 I was a teenage grave robber」는 호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뒤엉킨 작품이었고, 킹의 이후 작품들 역시 이 단편의 분위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평범한 인물, 평범한 장소, 평범한 배경이 등장하지만, 곧 이 평범한 일상이 끔찍한 공포의 배경으로 바뀐다. 보통의 일상에 두려움의 씨앗이 뿌려지고, 주인공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호러 무대에 올려 세워진다. 비행기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홀로 남겨진 브라이언, 평화로웠던 일상에 느닷없이 들이닥쳐 모턴의 주변을 위험에 빠뜨리는 방문객,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며칠 연체했을 뿐인데 득달같이 찾아온 도서관 경찰, 케빈이 생일 선물로 받은 카메라가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행태. 독자들은 머릿속으로 한 번쯤은 이런 기이하고 끔찍한 상황을 상상해봤을지도 모르지만, 상상은 아주 잠시 왔다가 금세 떠났을 따름이다. 스티븐 킹은 이런 독특한 상상에 스토리를 부여한다. 누구라도 가질 법한 원초적인 공포의 실마리를 붙들고 타래를 감기 시작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공포감을 자극하는 킹의 『자정 4분 뒤』는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작품이다.

구매가격 : 11,800 원

인어공주

도서정보 : 기타야마 다케쿠니 / 엘릭시르 / 2019년 06월 17일 / EPUB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물리 트릭의 귀재가 선보이는 일본 미스터리의 현재

『인어공주』의 작가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현재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선두에 서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에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된 만큼, 기타야마의 작품의 근간에는 본격 미스터리가 자리잡고 있다. 2002년 『클락성 살인 사건』으로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2015년 현재까지 출간된 총 열네 종의 작품에 본격 미스터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 트릭이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물리 트릭이라 함은 물리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사건의 범행 과정, 알리바이, 시간, 동기 등을 속이는 트릭을 말한다.

본격 미스터리는 틀이 정해져 있기에 설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타야마의 작품은 다르다. 판타지나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에 본격 미스터리를 접목시키는 독특한 문체로 여타 미스터리 작가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현실성과 논리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본격 미스터리에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대표적 장르의 소재를 끌어오는 것은 본격 작가로서 떠안게 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에,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공정함을 바탕으로 하는 물리 트릭으로 작품을 완결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점은, 그리고 그 작풍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는 점은, 여타 미스터리 작가가 가지지 못한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커다란 개성이자 무기라 할 수 있다.

“예전부터 동화의 세계는 미스터리와 친화성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인어공주』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본격 미스터리로 완벽하게 재해석해낸 작품이다. 작가 안데르센을 열네 살의 소년 화자, 인어공주를 살인 용의자, 가상의 인물인 작가 그림 형제의 동생을 탐정 역으로 그려내, 현실과 동화의 절묘한 화합을 이끌어냈다.

인어공주와 『인어공주』의 기본 플롯을 가져와 작품의 골자가 되는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제 인물인 안데르센과 붕케플로드 부인, 안데르센이 실제 살았던 오덴세의 뭉케묄레 거리 등을 등장시켜 현실성을 더했다.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으로 그림 형제의 가상의 막냇동생인 루트비히 그림을 더해 동화 속 허구와 역사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했다. 『인어공주』는 동화 속에 머물려고만 하지 않고, 현실성을 위해 동화 속 설정을 버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동화의 주인공들을 트릭으로 행복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결과 태어난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이다. 기타야마의 기존 작품들이 긴장에서 파국으로 이어져 종식되던 것에 비해 『인어공주』는 아버지를 잃는 비극을 마주한 소년이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비극에서 희망으로 변화해간다. 데뷔 초에는 세기말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설정이 많았다. 상황을 타개하거나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현실을 거스르지 않고 직면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사건을 해결해야 ‘할 수밖에 없기에’ 파헤쳐나가는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주인공인 소년이 자신의 의지로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고 한다. 화자인 소년은 사건의 관찰자에 가깝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을 따로 둠으로써 소년의 역할에 제한을 두었지만, 소년은 자신이 처한 비극적 상황에 낙담하기보다는 인어공주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바꿔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 의지는 곧 물리 트릭의 해결과 일맥상통한다. “물리 트릭은 움직이기 시작하면 파멸한다.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다.” 파멸에서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다니,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인어공주』는 동화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는 과감함과 물리 트릭을 고수하는 성실함으로, 동화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걸출한 본격 미스터리로 거듭났다. 액자식 구성을 통해 동화 속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고, 꼬리 무는 반전을 통해 신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물리 트릭의 귀재라 불리며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현재를 대표하는 선두주자 기타야마 다케쿠니가 『인어공주』를 통해 본격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인어공주』는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작품성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 하지만 작품은 결코 무르지는 않다. 안데르센과 그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어공주의 미스터리 사건을 통해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현재를 엿보는 것은 어떨까.

구매가격 : 9,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