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

도서정보 : 박지원 | 2018-12-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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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虎叱)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짧은 소설입니다. 고리타분하고 성생활이 문란한 조선 후기 양반을 풍자하는 글로, 《호질》을 소개하는 박지원의 글에 따르면, 어느 집 벽에 쓰여 있는 글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호질에는 대학자로서 존경을 받지만 타락하고 위선적인 양반인 북곽선생과 열녀로 추앙받지만, 문란한 성생활로 서로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을 둔 과부인 동리자가 나옵니다.
어느 날 이 두 사람은 동리자의 집에서 밀회를 즐기다가 동리자의 아들들에게 발각되어 혼쭐이 나서 도망치는데 북곽선생은 퇴비를 만들려고 모아둔 똥무더기에 빠지고, 마침 지나가던 호랑이에게 온갖 훈계를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유쾌하고 속시원한 호랑이 형님의 비판을 들어볼까요?

구매가격 : 6,000 원

허생전

도서정보 : 박지원 | 2018-12-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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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에게 빌린 1만냥의 돈으로 조선의 경제를 쥐고 흔들 명석한 두뇌를 지닌 허생의 인생무상 경제유람기입니다. 온갖 지혜로 돈을 불려서 바다에 버려야 할 정도로 많은 돈을 만들고, 자신의 경제 원리를 조선 땅에 다양하게 시험해본 허생은 변씨에게 갚을 10만냥만 남겨두고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모든 돈을 다 써버립니다. 모든 부조리와 탐욕의 원천이 돈이라 생각한 허생은 변씨가 가져다주는 식량으로 생활을 하다가 변씨와 함께 자신을 어영청 대감 이완을 만나 호통을 친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춥니다.

구매가격 : 3,000 원

숙향전

도서정보 : 미상 | 2018-12-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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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향전은 17세기 말엽에 창작된 한국 고전소설입니다.

남주인공 ‘이선’과 여주인공 ‘김숙향’을 통해, 가족 이산, 남녀 간의 사랑과 그 존립 기반으로서의 상호 존중, 인물의 삶에 관여하는 운명론과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 이계(異界) 체험을 통한 자기정체성의 확인 등 삶의 도정에서 누구나 마주하는 여러 문제의식을, 때로는 흥미 있게 때로는 아프고 진지하게 묘파해 낸 작품입니다.
춘향전 심청전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이 소설은 남녀간의 사랑을 판타지스럽게 풀어낸 한국형 러브 판타지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딱딱한 문체를 최대한 부르럽게 풀어내어 현재에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이 소설은 기존 고전소설의 다양한 점을 하나로 묶은 일종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습니다.

구매가격 : 5,000 원

베짱이를 만나는 시간

도서정보 : 전혜성 | 2018-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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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햇살이 거실의 소파 위로 번지고 있습니다.
폭염에 타 버렸던 군자란이 새잎을 피웁니다.
꿈꾸는 아침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리를 잃고 헤매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의 양면성에 관심 두지 않는 일들에 대해
감히 동정 어린 시선으로 글을 썼습니다.
비뚤비뚤하고 서툰 표현이지만
이 소설로 순간이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구매가격 : 7,200 원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도서정보 : 하상인 | 2018-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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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무엇일까?’ 어떤 남녀의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

하상인 저자의 『정당한 살인교사』, 『그래도 당신은 아름답다』에 이은 세 번째 소설집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은 ‘첫사랑’을 매개로 한,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두 명의 서술자에 의해 시선이 교차하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이들이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의 겹을 쌓는다.

나에게 친구란 나와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또 그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였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친구의 생각을 들어주고 또 거리낌 없이 공유하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친구를 두는 건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언제나 내 안의 이야기들은 밖으로 새어 나오면 나올수록 항상 약점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 그 여자(p.37)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난 언제쯤 이 버스를 안 타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내 이십 대 초반의 모습, ‘이제 이 버스를 언제 다시 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졸업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러 갈 때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가 떠올랐다.
- 그 남자(p.71)

이것은 ‘그녀’의 대한 이야기다. 아니, 그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그’의 이야기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남녀는 결국 만난다. 그리고 헤어진다.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던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마지막 선택…….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구매가격 : 6,000 원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겨울호 통권 97호

도서정보 : 문학동네 | 2018-12-2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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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는 문학의 존엄과 자긍을 다지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젊은 문예지입니다. 우리 문학의 드높은 성취를 갈무리하며,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 수호해갈 『문학동네』는 문학의 진정성을 채굴하는 든든한 굴착기로서, 매호 돋보이는 기획과 성실한 편집으로 두고두고 귀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는 고급 문예지입니다.

구매가격 : 7,500 원

유빙의 숲

도서정보 : 이은선 | 2018-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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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현실의 끝에서 마주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애정

누구도 똑같지 않은 삶이라는 드라마를 가혹하지만 생생하게, 그러나 끝내 따뜻한 문장으로 희망을 놓지 않고 그려내는 이은선의 신작 소설집 『유빙의 숲』이 출간되었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소설집 『발치카 No. 9』을 출간한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두번째 소설집이다. 이은선은 등단작부터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신춘문예 심사평)는 평을 들으며 자신만의 단단한 소설세계를 구축해나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첫 소설집을 펴내며, 이미지를 압축해 제시하는 개성 있는 소설세계로 향하는 눈에 띄는 징검돌 하나를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세월호’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한 이후 4년 동안 써낸 8편의 작품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이은선은 개인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 질병의 유전, 친구나 가족의 범죄를 묵과했다는 자책감과 거기서 기인한 도피생활 등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고통을 그 극한까지 몰아붙인 뒤, 잔혹한 현실을 어떻게든 통과해 살아낸 그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이 넓은 바다 어딘가에 그 사람이 떠 있다고 생각하면
겨울 해는 정말 따뜻했고 여름 해는 진짜 시원했어요.”

소설집을 여는 작품인 「유리 주의」에서부터 다양한 과거와 사정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국의 어느 휴양지로 패키지여행을 온 일행은 괴생명체가 산다는 호수나 “유리창의 일부나 다름없”이 유리창에 매달려 유리를 닦는 청소부들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따로 여행을 왔다가 눈이 맞아 오로지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커플, 오래전 계획한 환갑 기념 여행을 와서도 자신들의 속사정에 따라 행동하는 여고 동창 삼인방,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는 신혼부부, 불륜관계이면서도 부부를 연기하는 커플 등은 모두 각자의 욕구나 잇속을 챙기기에 바쁘다. 소설은 한 호텔에 묵는 이들의 동상이몽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패키지여행의 일원이 된 듯한 생생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 없는 것은 투명한 유리창을 없는 것으로 착각해 끊임없이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죽는 새들을 보고도, 혹은 눈앞에서 유리창을 닦는 청소부들을 보고도 자신들의 행각을 투명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이들의 모습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혼결혼식’이라는 희귀한 소재를 다룬 「뼈바늘」 역시 이야기가 주는 무게감과는 다르게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다. 이른 나이에 비명횡사한 남녀의 영혼을 맺어주기 위한 혼례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는데, 비현실적인 요소가 개입됨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참담한 현실과 직접 맞닿아 있다. 혼례를 치러선 안 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도 돈봉투를 챙기는 일에만 급급한 주지 스님의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남녀의 생전 악연이 밝혀지는 충격적인 장면조차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선연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소설집을 닫는 작품인 「커피 다비드」는 작은 섬에 자리한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풀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리 주의」와 그 궤를 같이하지만 소설의 결은 사뭇 다르다. 「유리 주의」가 두루뭉술한 윤리 감각이나 이타심 상실 같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면, 「커피 다비드」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애정을 가져볼 만한 것임을 따뜻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고도 바다를 떠나지 않거나, 말기 암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복역중인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거나,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친구를 끝내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마음 같은 것들이 활기찬 남도의 사투리로, 톡톡 튀는 ‘고딩이’의 언어 등으로 현장감 있게 그려진다.

이은선은 소설집의 마지막에 「커피 다비드」를 위치시킴으로써 결국에는 누구도 이 삶을 떠나지 못할 것이며, 그렇다면 좀더 애정을 가지고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를 위로하는 듯하다. 인상깊은 점은 삶을 관조하는 시선이 더욱 깊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더욱 거침없어졌다는 것이다.

표제작 「유빙의 숲」은 세월호 사고로 조카를 잃은 조형사와 어미를 잃고 바다를 홀로 떠도는 상어,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신체의 일부가 문드러지는 병을 대물림받은 유진의 이야기가 정교하고 환상적으로 뒤섞인다.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소재를 이물감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 하나의 얼개로 축조해내는 능력은 이은선의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유빙의 숲」에 이르러 그러한 장기가 좀더 진일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은선은 ‘제주’라는 공간을 구심점 삼아 다양한 뼈대의 이야기를 어느 것 하나 허물어뜨리지 않고 소설의 끝까지 끌고 가는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도 현실을 미화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해경이 되어 조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나 해경이 되었더라도 스러져가는 배에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란 조형사의 절망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 등이 그렇다. “누구든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삶의 민낯”(김나영, 작품 해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 스스로도 “행복과 사랑, 성취 대신 ‘안전’이라는 말에 온기가 오래 머문다”(작가의 말)고 밝힌 것처럼 ‘세월호’라는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작가의 소설적 동선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게 한다.

「귤목(橘木)」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손자를 잃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젊은 시절을 보낸 제주로 향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남자의 며칠간 행적을 담담히 따라 읽다보면, 남자의 고통이 남자 혼자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닌 우리가 분담해야 할 사회적 고통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도주’ 연작 세 편(「귤(橘), 화(花) -도주 1」 「쇳물의 온도 -도주 2」 「파도의 온도 -도주 3」)에서는 이야기꾼으로서 이은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화’는 누군가의 밀고로 사주전(위조 주화)을 만들던 서방이 적발되면서 갑작스레 쫓겨 달아나는 처지가 되고, 그 와중에 서방과 아이까지 잃는다. 서방은 망나니의 칼에 목이 잘려 죽고, 어떻게든 지켜내려던 아이 ‘귤(橘)’은 재물에 눈이 먼 가짜 맹인 의원에게 배를 짓밟혀 잔인한 죽임을 당한다. 삶의 끝까지 내몰린 듯 보이던 이화는, 그러나 의원에게 쇳물을 부어 죽음을 되갚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복수는 또다른 도주를 시작하게 만들고, ‘도주’ 연작은 이화가 끊임없이 도망치면서도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까닭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이은선은 소설의 인물들을 참혹한 현실에 그대로 노출시키지만, 결코 그들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진 않는다. 끊임없이 현실을 뛰어넘어 살아갈 동력을 추동하게 만들고, 끝내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지나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만든다. 설령 이미 세상에 없는 존재일지라도 ‘숨’이라는, ‘기포’라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불러내 그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한 지극한 애정, 떠나는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며 카페 안의 등을 모두 켜고 촛불까지 켜두는 마음(「커피 다비드」)이 이은선이 소설과 삶을 대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의 두번째 분나 마프라트다. 생두에서 원두, 그리고 한 잔의 커피가 당신 곁에 다가서는 그 속도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소설들이 삶의 추위에 몽롱하게 얼어 있는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을 내 잔에 따르고 우리 같이 건배. _‘작가의 말’에서


★ 추천의 말 ★

어떤 분노는 쇳물을 끓게 하고 어떤 슬픔은 귤나무를 심게 한다. 이은선의 두번째 소설집엔 떠났지만 떠나보내지는 못한 이름들이 혼과 숨이 되어 편편마다 내려앉아 있다. 첫번째 소설집에서부터 그 숨방울들을 불러냈던 이은선은 이번엔 더없이 아픈 시선으로 개개의 숨이 겪은 사건들을 펼쳐놓는다. 참으며 토하며 우는 인물들. 고요히 분노하는 문장들.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 마음을 만져주는 생명들. 소설의 끝에 다다르면 하나의 귤이 하나의 전구가 되어 나무 가득 매달린 어떤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어두운 하늘로 이송되는 응급 환자를 위해 카페 안의 등을 모두 켜는 마음, 떠도는 숨들의 미미한 무늬 하나까지도 끝까지 그려내는 소설의 마음이 된다. _최은미(소설가)

구매가격 : 9,100 원

다른 소년

도서정보 : 이신조 | 2018-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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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채로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달라진 모습으로 시간을 통과한다는 것,
아니 달라져야만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소설가 이신조의 네번째 소설집 『다른 소년』이 출간되었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문체와 현실에 대한 첨예한 사유가 돋보였던 『감각의 시절』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이신조는 199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오징어」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로 현실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과 작가적 성실함을 한순간도 늦추지 않은 채 세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리고 등단 20년을 맞아 펴내는 신작 소설집 『다른 소년』을 통해 불운한 현실에 에너지가 소진돼버린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이 지나온 삶의 인과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어떠한 삶도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나아가볼 수 있다는 희망과 그 실현의 가능성을 작가 특유의 탄탄하고 시적인 문장들로 그려내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잘못일 수밖에 없는 일이 있어.”

표제작인 「다른 소년」은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 이신조의 소설세계가 도달한 성취를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주인공 열여덟 살 소년은 버스에서 우연히 주운 스물한 살 대학생의 신분증을 이용해 낯선 도시를 헤맨다. 대학생의 이름으로 고시원의 방을 빌리고, 근처를 지나는 또래의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이 대학생으로 보이기를 기대한다. 소년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부터다. 고3 소년은 엄마에게 오랜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받아왔고, 사건이 벌어진 날에도 아홉 시간 동안 골프채로 이백 대를 맞고 견디다못해 엄마의 눈을 찔렀다. 그러나 그는 별거중이던 아버지를 붙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 안 버릴 거지”라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며, 난생처음 와본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팔지 않는 중국집”을 보고 “그래도 되는 것”이란 당연한 진실을 깨닫는 소년은, 어쩌면 그가 박탈당한 ‘다른’ 삶으로 나아갈 기회를 떠올린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이 소설은 존속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이면을 냉정한 눈으로 되짚어보면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비극적인 현실과 함께 타인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다른’ 삶으로 나아가보려는 인물의 용기 있는 시도를 긴장감 있고 밀도 높게 그린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부대에서 근무한 「야간 정비」의 ‘완’ 역시 ‘다른’ 삶으로 나아가려 한다. 완은 ‘그 새끼’라는 말로 지칭되는 범인에게 맹렬한 적개심을 느끼는데, 이것은 연인이었던 ‘현’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부모마저 큰 빚을 지고 낯선 지역으로 쫓기듯 이주하게 된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완을 심야에 터널이나 지하 차도 등을 청소하는 고된 일에 복무시킴으로써, 자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의 원인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찾도록 하며 ‘완’이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삶으로 이행하도록 만든다.

아빠의 수감으로 시골의 이모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 열세 살 소녀 ‘다민’의 이야기(「살구 줍기」)도 그렇다.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집에서 지내게 된 다민은 엄마의 바람대로 ‘다른’ 환경에 그런대로 적응해나가지만, 아빠의 수감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한순간에 엄청난 조롱을 당하고, 때마침 시작된 초경의 두려움까지 더해져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결혼과 가정폭력, 이혼, 이별이 예정된 사랑, 투병 등 삶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온 이모할머니 ‘수옥’의 세심한 보살핌 아래 다민은 차츰 안정을 되찾는다. 세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오직 사람이 사람에게만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온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지진과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순간에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미리’(「B구역에 내리는 비」), 수술과 이혼, 사직을 겪은 뒤 ‘그림자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찾는 ‘태은’(「그림자 가이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촌과, 벌판의 외딴 천막집에서 노파를 돌보며 사는 소녀, 암 투병을 하며 격리실에서 지낸 경험 이후 삶의 방향이 달라진 여자(「비와 바람과 숲」), 서울 도심의 레지던스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하루를 보내는 ‘예슬’(「1105호」) 등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도 함께 주목할 만하다. 잘 짜인 단편소설의 본보기라 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임과 동시에, 쉰여덟 수옥에서 대학 2학년인 예슬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 여성이 겪는 삶의 국면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옥은 “강고한 가부장 사회에서 극소수의 여학생으로 대상화”되거나 “따귀를 맞고 목이 졸”리는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해왔고, 예슬 역시 대학원생 선배 ‘강민’으로부터 지질하고 교활한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이러한 여성의 현실은 작가가 노골적으로 그것을 부각시켰다기보다 각계각층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어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난 뭐든 네가 싫다면 하고 싶지 않아”(「1105호」)라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어쩐지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예슬의 남자친구 ‘지혁’의 말도 귀담아듣게 된다.

이신조는 소설의 인물들을 살인, 지진, 방사능 유출, 이혼, 데이트 폭력, 테러, 암 등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에 자주 처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러한 환경에서 ‘다른’ 삶을 꿈꾸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섬세하고 정밀한 소설의 언어로 보여준다. 삶의 다양한 방면 중에서 하나의 방향으로만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삶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옮겨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신조의 소설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원(圓), 지난 이십 년,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감히 원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미처 알지 못한 채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원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그 원들이 어째서 그런 것들이었는지, 어디로 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메아리 같은, 비눗방울 같은, 빵 반죽 같은, 그릇 같은, 살구 같은, 고양이의 동공 같은, 아주 가끔은 만다라 같은, 그런 동그라미들…… 예전 그때처럼, 다시 가을이 왔다. ‘작가의 말’에서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인물이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과정, 곧 어제의 ‘나’로부터 ‘다른 나’로 이행해가는 시간을 보여준다. 삶의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건너가면서 벌어지는 틈, 그 일상으로부터 탈구된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익숙한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다른 소년』이 내건 화두다. 그것은 ‘다르다’라는 술어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여 줄곧 반복된다는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소설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혼, 파산, 살인, 총기 난사 사건, 낙태, 테러, 재난, 병 등을 직면하여 삶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데서, 그 두려운 이행의 시간을 소설의 언어가 함께 견뎌내고 있다는 데서 명백해진다. _이지은(문학평론가)

구매가격 : 9,500 원

산책을 듣는 시간

도서정보 : 정은 | 2018-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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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아홉 수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수지만 아는 수화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했고, 상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완벽했던 침묵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한다. 눈이나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지를 통해 독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상자 정은은 이 책으로 첫 소설을 내는 신인 작가로, 개성 있는 캐릭터와 경쾌한 유머 요소를 자연스럽게 심어 놓아 가족의 부재와 장애 등 무거울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어둡지 않게 다뤘다. 소리는 듣지 못해도 다른 청소년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십 대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 내 독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아끼며 읽게 된다. 표지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책 속의 '미스 블랙홀' 노래가 담긴 북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구매가격 : 7,700 원

변신

도서정보 : 프란츠 카프카 | 2018-12-2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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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태생의 독일어 작가 카프카(Franz Kafka,1883~1924)는 현대소설의 거장이며 실존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부조리한 사회주고를 상징적으로 표출시키며 절망적인 시대 상황, 인간 존재의 이해할 수 없음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책은 카프카의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인 <변신>을 2018년 1학기 ‘번역 연습’ 강의를 통해 학우들과 파트를 나눠 번역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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