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도서정보 : 채만식 | 2020-12-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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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는 물러나앉아서 옷을 다스리고도 일어나 나가진 않고 머뭇머뭇 머뭇거린다. 불을 꺼버린 방안은 눈을 잃은 것같이 어둡다.
서방님은 이부자리 속에서 잠깐 부스럭하더니, 이내 아무 기척도 않고 죽은 듯이 누워 있다.
방안은 바스락 소리도 없이 조용하다. 밤이 아직 깊지 않건만 집안은 교교하다. 다만 멀리 텃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새삼스럽게 아득히 들린다.
오월이는 입술까지 나와서 뱅뱅 도는 말을 도로 삼킨다. 그래도 송구스러워 말이 와락 나와지지를 않던 것이다.
만일 밝은 대낮이라든지 또 불을 켰다든지 해서 사방이 환하고 얼굴이 마주보이고 한다면, 오월이도 뉘 앞이라고 조심스런 상전한테 입을 벌려 말을 할 그런 생심이야 언감히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상불 그새 여러 날을 두고 조용히 만날 틈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하겠다, 알려드려야 하겠다고 걱정은 했지만, 딱 잡아 그리 하리라고 결심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하던 차에 오늘 밤에 마침 또 나왔다가 이렇게 물러앉으면서 문득 생각하니, 어두운 것이 졸지에 기운을 돋구어주는 성싶어, 그래 다부진 마음을 먹어본 것이다.
“서방님.”
오월이는 마침내 쥐어짜듯 가느다랗게 소리를 낸다. 그러면서 손은 무심결에 도독히 불러오른 배를 만진다.
포태(胞胎)한 지 이미 넉 달 ── 넉 달이나 된 깐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은 편이나 그래도 손으로 만져보면 옷 위롤망정 완구히 부른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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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중에서
도서정보 : 채만식 | 2020-12-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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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를 데리고 모처럼 고향엘 다니러 내려가는 길이었다.
밤 열한시 이십분의 목포행(木浦行) 직통열차는 다른 간선열차와 마찬가지로 언제고 옆구리가 터지도록 만원 이상인 것이 보통인데, 맨 앞칸인 소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고 승객이 도리어 모자랄 지경으로, 많이 좌석이 남는 것은 자못 이외가 아닐 수 없었다. 군데군데 그래서 벌써, 이인분의 한 걸상을 혼자 차지하고는 편안히 누워, 일찌감치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고 하여, 실없이 때아닌 원시(原始)(?)풍경을 구경하겠었다.
우리 내외는 문치 가까이 한 복스에서, 어떤 향객(鄕客) 한 사람과 동석이 되었다. 나는 그 향객과 같이 앉고, 안해는 혼자 앉게 했다. 차멀미를 몹시 하는 그라, 끝내 이대로만 좌석이 여유가 있을 양이면, 그리하여 누워서 가느라면, 자연 부대끼기도 덜 부대낄 테요 해서, 우선 다행이었다. 그러나 미구에 우리는, 부득이 선량해야 했다.
남경역역(南京域驛)인데, 이윽고 발차벨이 울 즈음이야 웬 헙수룩한 촌 농군태의 동저고리 바람에 방한 벙거지만 눌러 쓴 중년 남자 하나가, 과히 촌스럽지 않은 소녀 하나를 뒤세우고 황급히 차칸으로 들이달았다.
가쁜 숨을 허얼헐, 손에 든 모조피 트렁크와 보따리를 주체 못해 하면서, 그 어리뚱하여 좌석을 찾느라고 연방 고개를 끼웃거리는 것이나. 빈 자리는 만만히 없었다. 원은 없는 게 아니지만, 남은 좌석을 두 사람분씩 점령하고 누웠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없음이나 일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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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의 사람 4권
도서정보 : 한 이안 | 2020-12-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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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만 년 7970년의 잠에서 깨어난 여섯 명의 젊은이. 기억 한조각 남아 있지 않은 2030년. 끊임없이 다가오는 물음 서서히 드러나는 운명. 애니메이션 인간. 만 년 구역으로 꾸며진 증강현실에 갇힌 복제 애니메이션 인간. 운명을 거부한 치열한 맞섬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뼈아픈 몸부림 과연 그들은 그 운명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만 년 구역으로 꾸며진 증강현실에서 현실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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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노파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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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아마 여덟시는 되었을까 어쨌든 그러한 시각이었다. 전에 같으면 이맘때이면 벌써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밥상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시각이언만 어제 종일 돌아다닌 것이 몸에 마치었던 모양인지 그때까지 나는 잠을 깨지 못하고 있다가 아내의 부르는 소리에야 겨우 눈이 틔었다.
“여보! 어서 일어나서 밖에 좀 나가 보세요"
아내는 무슨 민망한 일이 있는 듯이 미닫이를 방싯이 열고 말끝을 비빈다.
전에 같으면 어서 일어나서 상을 받으라고 할 것인데 밖에를 나가보라는 것이 이상한 말이다.
“왜 그래 밖엔?"
하고 나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
“아니 아까 난 일어나기두 전에 덕순 어머니가 부스럭거리구 일어나 나왔는데 어딜 갔는지 봐지를 않아요.”
아내는 이상도 한 일이라는 듯이 눈을 약간 크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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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에 그린 닭이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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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서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나 돌아오려나 문밖에 나서니 은은히 들려오는 선달네 굿소리 !
둥 둥둥 둥둥둥 !
둥 둥둥 둥둥둥 !
한참 흥에 겨워 치는 장구소리다.
이 소리에 박씨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그대로 달려가기만 하면 신령님은 복을 한아름 칵 안겨줄 것 같다.
아이, 그이가 오늘은 또 속상하는 김에 술을 잡수셨나보지. 들락날락 기다리나 어둠이 짙어 가는데도 돌아오는 기척이 없다. 박씨는 안타까왔다. 어둠은 점점 짙어 가는데 그러다 굿이 끝나면 하는 생각은 그대로 참지는 못하게 했다. 아이를 못 낳는 한 그러지 않으면 시어미의 그 욕을 면해볼 도리가 있을까? 시어미 눈야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나 시어미의 치마끈에 매달린 고방문 쇠를 어찌할 수 없으매, 복을 빌 명미를 낼 수 없음이 자못 근심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또한 이 밤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다. 생각다 못하여 박씨는 애지중지 농 밑에 간직해두었던 은바늘 통을 뒤져냈다. 이것은 어머니가 시집을 때 노리개두 못해주는데 이것이나 하나 해줘야 된다고 옥수수 엿 말을 팔아서 만들어준 것으로 자기의 세간에 있어선 다만 하나의 보물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이제 자식을 빌러 가는 명미의 밑천으로 그것을 팔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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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삽화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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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일 후였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날 나의 아내는 마침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일 때문에 나는 학원에를 못 가다가 7, 8일 만에 가니 미령의 태도는 전에 찾을 수없는 명랑한 기분이었다.
“말못된 얘기는 다 말할 수 없죠만 거 원참 그렇게도…….”
하고 미령은 고개를 숙인다.
“할 수 있습니까?”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멀 - 이군이야(나) 땡 잡았지 더 고운 색시 얻을 텐데 -”
하고 서선생이 농을 붙인다.
“그럼요, 바루 말하면 남자들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리고, 미령이는 가볍게 한숨을 쉰다.
색안경으로 늘 그를 비춰 보려고 해서 그런지 그 한숨 속에는 무슨 애수가 담기운 듯했다. 그러나 전날 쉬던 한숨보다는 퍽이나 가벼운 명랑성을 띤 것이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석양이었다. 그날은 마침 볼일들이 있다고 하학이 되자 교원들은 다 돌아가고 사무실에는 미령와 나와 단둘이만 남아 있게 되었다.
소제하던 아이들까지 다 돌아가고 학원 안이 고요하여졌을 때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지 여백에다 쓸데없이 연필로 무엇인지 끄적이고 앉았더니
“선생님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반쯤 고개를 든다.
나는 벌써 속으로 지난날의 조조 잡던 그날 밤 일을 연상하고 가슴이 뜨끔하였다.
“네? 선생님! 저는 그동안 선생님의 말씀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그리고 엄숙한 빛을 띤 얼굴에 열정에 타는 눈이 대담하게도 나를 쏘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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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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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멈은 다시 나오는 기색이다. 신 끄는 소리가 중문턱을 넘어선다.
순간, 밥이라는 것이 다시금 전광처럼 눈앞에 번쩍 하고 나타날 때 나의 눈은 어느새 책상 위에 놓인 한 권의 서적에 곁눈질을 하였다. 그것은 철학에 관한 서적으로 내 생애에 있어 사람 된 나의 전부를 키워 준 자모와 같은 것이어서 어떠한 난처한 경우일지라도 품 밖에 내어 보내서는 안 된다는 내 신념도 그렇거니와 그것은 또한 난처한 경우일수록 그것에의 해결을 지어 주는 그야말로 내 생애에의 나침반과 같은 것이어서 이천여의 장서를 모두 팔아먹으면서도 그것만은 오직 품안에 품고 다니던 것이언만 너무도 절박한 사정이 어제 저녁 불면의 고민 속에서 차마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는 백반이 다시 내일 아침을 엿볼 때에 절대한 생명은 사랑하는 책이길래 생명을 위하여 희생하자고 알뜰히도 서두르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끌어 오며 마침 나는 이것의 이론에로 정당화를 시켜 놓았던 것이다.
“아이 오정이 나세요 서방님!"
어서 일어나라는 말이다.
“나 밥 안 먹겠어."
시원한 듯이 어멈은 “왜 그러세요” 한마디의 물음도 없이 발꿈치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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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의 시
도서정보 : 계용묵 | 2020-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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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어 웃었다. 수염이 세인 것이다.
내천자(川)로 그어진 이마에 주름살이 인제 뚜렷이 나타나게 되었거니 하는 정도에서밖에 더 자기의 늙음이 내다보여지지 않던 근호는 오늘 아침의 면도에서 뜻도 않았던 수염이 턱밑에 세임을 찾았다. 그리고는 벌써! 하는 놀라운 마음에 아내의 경대 속에다 유심히 턱을 비추어보다가 턱밑의 그 한 곳에만 수염은 세인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 심심찮게 히뜻히뜻 찾김을 보고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마다의 면도날에 자라 보지도 못하는 수염이기에 그렇지 그대로 버려두는 수염이었더라면 서릿발 같은 수염이 인젠 제법 츠렁츠렁 옷깃에까지 허여니 드리워졌을 게다.
‘허 - 수염이 센다! 마흔다섯, 수염이 세!”
어이없어 다시 한 번 웃었다.
이마에 그어진 주름살이 그렇지 않아도 일에 능률을 못 낸다. 애숭이들판에 말썽이 많은데 턱밑에 수염까지 세인 것을 본다면 더욱 그러한 인식이 그들에게 무젖어들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하면 이 잡지사에서의 자기의 운명도 인젠 정말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금시 우울하여짐이 전에 비할 정도가 아니다. 펄펄 뛰는 청춘과 불 같은 정열을 가지고도 제 갈 길을 걷지 못해 근 십 년을 하루같이 잡지 편집에 목을 매고 늘어져 허리를 굽혀오는 몸이 수염에 흰 물을 드린 이제 무엇으로 어떻게 앞길을 타개해 나갈 것인고? 생각하면 아득하기 짝이 없는 앞날이다.
면도를 놓고 부엌을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쪽집게 거, 어디 있든죠?”
“네?”
“쪽집게 말야 쪽집게!”
‘쪽집게?’
생각이 아득한 채 아내는 물 묻은 손을 건성 쥐어 뿌리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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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 22권
도서정보 : orMyo | 2020-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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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다를 것 없다. -아서 C. 클라크'
펜과 지팡이는 생각보다 닮았다. 기술을 추구하면 마법이 된다.
자칭 사기꾼 아저씨의 난장판 생존 깽판기록.
이세계 여행을 가장한 위키(wiki) 판타지.
구매가격 : 2,500 원
뮤리 23권
도서정보 : orMyo | 2020-12-2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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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다를 것 없다. -아서 C. 클라크'
펜과 지팡이는 생각보다 닮았다. 기술을 추구하면 마법이 된다.
자칭 사기꾼 아저씨의 난장판 생존 깽판기록.
이세계 여행을 가장한 위키(wiki) 판타지.
구매가격 : 2,5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