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신경숙 | 문학동네 | 2012년 05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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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아니 어느 사이 커져버린 사랑이었기에 스스로도 그 깊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일까요. 그 사랑이 너무나 힘겹습니다.

그 여자, 은서
그 사람은 언제나 내게 등을 보이고 서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그 사람, 언젠가 나를 향해 돌아서주기는 할까요. 아직까지는 가끔 돌아봐주는 그의 눈길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눈길, 그것만으로 언제까지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 사람을 향해 있는 내 등뒤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언제까지라도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려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너무 뒤늦게 깨달아버린 사랑이었습니다.

그 남자, 완
그 여자를 사랑합니다. 나만을 바라보는,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그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진심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해버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겠냐고, 사랑이란 말이 가능하기나 하겠냐고, 사랑…… 사랑으로 살기엔 이미 늦었다고.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 여자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서 있는 여자를 보았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죽음에 가까운 피로를 겪었던 지난 시간, 그 시간들이, 모두 그 여자를 잃어서였다는 것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그 남자, 세
그 여자의 시선은 늘 딴 곳을 향해 있습니다. 그 여자가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여자는 죽어서도 내가 돌아갈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얻었습니다. 그걸로 된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거면 됐다고……
몰랐습니다. 그 여자보다 내가 먼저 흔들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 사람이 아니라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를 보게 될 줄은……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여자를 보는 것이 견디기 힘들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저자소개

"♣ 신경숙 |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스물두 살 되던 해인 1985년 중편 「겨울우화」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등 한국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잇달아 출간하며 신경숙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 상징과 은유가 풍부한 울림이 큰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작품세계를 넓혀온 그는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출간했다. 31개국에 판권이 팔린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의 문학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사에서 출간되어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책 베스트 10""(문학 부문)에 선정되었고, 각국 언론의 호평 속에 이례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작가의 또다른 책으로는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 『딸기밭』 『종소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짧은 소설을 모은 『J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네 슬픔아』, 일본 작가 쓰시마 유코와의 서간집인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
팔 년 만에 출간되는 여섯번째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은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로,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 단발견해낸 삶의 의미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마음을 흔드는 문체로, 소외된 존재 일곱마지막으로 조우절된 삶의 신비는 절Y소설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외딴방』이 프랑스의 비평가와 문학기자 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aperrCu)""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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