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눈을 피해 만화클럽 ‘로드러너’를 구하고
만화가의 꿈을 이루려는 소녀들의 질풍노도 스토리
『로드러너 만화클럽』은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달팽이」가 당선되어 등단한 소설가 박주현이 내놓은 두 번째 장편소설로 한껏 유쾌한 이야기 속에 자전적 서사의 진심을 담아냈다. 《윙크》, 《밍크》, 《파티》, 《코믹 챔프》, 《점프》…… . 보고 싶은 만화의 완결편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열서너 권을 몰아 빌려 친구들과 둘러 모여 보고 좋아하는 만화의 캐릭터를 오려 코팅해 모으거나 만화책 위해 얇은 종이를 덧대어 따라 그리던 일들, 그것은 특별한 여가거리가 없던 1990년대 소년소녀들의 즐거움이었다.
『로드러너 만화클럽』의 해교, 해인, 지혜, 이정은 바로 그 시절 만화를 사랑했던 우리의 모습이다. 다만 다른 소녀들에 비해 좀 더 만화에 열광하여 심취해 있을 뿐…….
소설 속에는 소녀들이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가 가득하다.『쿨 핫』, 『호텔 아프리카』 등 국내 유명 만화 작가의 작품부터 『X』, 『슬램덩크』, 『월광천녀』, 등의 일본 유명 만화들까지 만화깨나 읽었다는 사람들 뿐 아니라, 만화에 열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보고 한 번 쯤은 읽어봤을 법한 만화들과 그 만화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는 마치 영화의 OST처럼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로드러너 만화클럽』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내밀한 여성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도 아직 아이 태를 벗지 못한 여고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 나이에 한 번쯤은 겪어봤을 혹은 꿈꾸어봤을 법한 사건사고와, 그로 인한 성장통을 경쾌하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소녀들이 모여 벌이는 일들은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단정하는 어른들에게 맞서는 사고뭉치들의 에피소드라기보다는 만화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에게 맞설 수밖에 없는 소녀들의 절박한 항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