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전경린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1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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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전설 같은 시간 스무 살의 내밀한 기억 한국문학은 이제 제대로 된 청춘의 비망록을 가지게 되었다. 스무 살. 그 순결한 통증이 잔잔한 노래처럼 복원되어 있는 이 소설은 무명으로 사라진 스무 살이란 나이를 불멸의 징표로 바꾸어놓았다. - - 서영은(소설가)

저자소개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황진이》 《엄마의 집》 《풀밭 위의 식사》, 산문집 《붉은 리본》 《나비》 등 다수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21세기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소개

여름방학 수련, 물위의 방 망각의 걸상 스무 살을 삶으로 끌고 가지는 마라 밤의 희고 푸른 얼굴 시간은 흔적을 남길까요? 해설 백지연 감각의 여행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전부를 줄게. 전부를. 너도 나에게 전부를 다오.\" 요즘 내 몸에서 늘 그런 소리가 울린다. 창가에 서서 이르게 물든 아카시아 잎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숲을 바라볼 때도, 흐르는 계곡물에 시선을 떨구고 있을 때도, 달력을 넘길 때도, 전화벨이 울릴 때도, 시계를 볼 때도,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는 짧은 순간에도, 이제 막 꽃을 피운 화분을 볼 때도, 혼자 먹을 밥을 준비할 때도, 잠이 들어갈 때도…… 전부는 소통의 욕망일까…… 이 세계와 나, 타자와 나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고독해지고 원천적으로 소통이 봉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담담해진다. 전부를 줄게. 전부를…… 그건 내가 나를 향해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같다. 나는 나는 갈망한다. 언젠가 청소년을 상담하는 카운슬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청소년이 내상이든 외상이든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충고하느냐고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애가 겪은 일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자라서 어른이 되고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안심시키는 일이에요. 문제를 보편화시킨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건, 너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죠.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은 자신을 짚고 일어서니까요. 그래서 전 나쁜 일도, 상처도, 원하지 않았던 일도 좋은 일과 마찬가지로 모두 지나가게 될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애들은 사실 몇 번이고 재생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 말에 무척 동의했었다. 그러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스무 살을 삶으로 끌고 가지는 마라…… 얼마 뒤에 나는 이 문장 하나를 표상으로 삼고 오래 전부터 써보고 싶었지만 눈길을 끌기 는 어려울 밋밋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 쓰고 보니 스무 살을 삶으로 끌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끝을 고칠까 하는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대로 두었다. 스무 살을 삶으로 끌고 간 고단한 성장에 그만한 값어치가 왜 없겠는가.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첫경험을 할 때는 셀룰로이드 종이에 든 조그마한 그것을 반드시 사용하라는 메시지라 해도 충분할 것 같다. 스무 살 시절의 그 어떤 무거운 주제의식 보다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며 심지어 운명에 간여할 수도 있으니까. 그 외에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할 수 있다. 왜 사느냐고 묻기 전에 우리는 이미 내던져졌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묻기 전에 우리는 이미 변경할 수 없는 인과를 살고 있다. 그리고 생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 달 없는 날 자정에 부엌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훗날 만나게 될 운명적인 얼굴 하나를 보게 된다고 한다. 돌아보면 스무 살 때란, 달 없는 날의 자정이 아닐까. 부엌칼을 물고 거울을 보든 보지 않든 그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검은 유리창 같이 닫힌 그 나이에 열렬하게 존재를 밀어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운명적인 얼굴 하나를 언뜻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미래의 얼굴이다. 나는 스무 살에 지금의 나를 보았었다. 불행하면서도, 주변까지 불행하게 하면서도, 나 자신에게 충실할 수밖에 없는 고집은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불안하고 연약하다고 하고, 조금 아는 사람은 나를 강하고 용감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나를 어처구니없도록 연약하고 이해할 수 없도록 강하다고 한다. 모두 사실일 것이다. 오랫동안 모든 것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했었다. 이젠 삶에 대해 좀 덤덤해지고 싶다. 새로운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서 잠시 머무는 것들…… 그것에 다정해지고 싶다. 민감하기보다는 사려 깊게, 특별한 것보다는 편안하게…… 그래서 내면의 미소를 잃지 않는 균형감각과 타자의 가치에 휘둘리지 않는 해방된 힘을 갖고 싶다. 우기 내내 별 욕심 없이 소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글쓰기가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나를 지키느라 삶과 너무 다투면서 글을 써온 것 같다. 모두에게 미안한 일이다. 이젠 무엇보다 바로 이 삶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 나의 두 팔을 힘껏 뻗어. 2002년 가을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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