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그늘 3

박종휘 장편소설

박종휘 | arte | 2023년 01월 0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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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필구가 서문기 비서를 통하지 않고 바로 이기붕에게 화가 난 듯 보고했다.
“경찰이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는 건가?”
“예, 죽기도 하고, 흥분한 일부가 지금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우리 집을 향해서?”
그는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경호실 건물과 연결된 담장 위에 올라가 시위대를 살피고 있던 다른 경호원이 뛰어 들어왔다.
“각하! 군중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왔어?”
이기붕의 목소리가 다급하고 떨렸다. 부인 박마리아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성대고 있었다.
“새문안교회를 지났습니다. 일부는 이미 도착한 것 같습니다.”
쨍그랑! 이층 서재 유리창이 깨졌다. 박마리아가 벽에 붙어 앉아 심하게 떨었다.
“일단 서울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세.”
이기붕이 부인 박마리아와 차남 강욱을 데리고 허둥지둥 현관을 나섰다. 대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필구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수행 차량에 올라타고 먼저 대문을 나섰다.
“이기붕이 도망간다! 길을 막아라!”

[제1장 도약의 발판, 24쪽]

혜령이 다가선 사내의 따귀를 올려치려다 팔목을 잡혔다.
“어럽쇼! 이 누나 좀 봐라!”
“우리 누나한테는 시비 걸지 말라고 했잖아! 누나, 가 있어요.”
기웅이 혜령을 다시 위로 올려보내려 하자 뒤에 있던 다른 사내가 달려와 발을 휙 날렸다. 기웅은 날아오는 발을 양손으로 잡아 오른쪽으로 힘껏 비틀어 넘어뜨렸다. 발을 날렸던 사내는 심한 신음 소리를 냈고 이어 다른 두 사내가 동시에 기웅을 덮쳤다.
탁! 타닥!
어느 틈엔지 기웅의 업어치기로 그 둘도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나머지 둘은 선뜻 덤비지 못하고 공격할 태세를 취하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웅이 선제공격으로 한 사내의 발을 옆으로 쳐 쓰러뜨리면서 나머지 하나의 발을 밟고 멱살을 잡아 힘껏 당기자 중심을 잃고 앞쪽으로 쓰러졌다. 넘어져 씩씩대는 입에서는 피가 흘러 이를 붉게 물들였다.
“덤벼봐! 이게 다야?”
사내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다가 다시 공격할 듯하더니 뒷걸음질을 쳐 계곡을 건너 사라졌다.
“기웅아,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애니? 그렇게 싸움을 잘하면서 아까는 왜 가만히 있었어? 돈 주고 노래까지 부르고……. 내가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다.”
혜령이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뜨고 소리쳤다.
“누나만 안 건드리면 그냥 가려고 그랬어요. 혹시 몰라서.”
“뭘 혹시 몰라? 너는 백 명도 이기겠던데. 이런! 볼따구니가 빨갛잖아. 이리 와봐!”
혜령이 입을 오므리고 기웅의 볼을 호오, 하고 불었다. 기웅의 얼굴이 홍시감처럼 새빨개졌다.

[제2장 서울 입성, 123~124쪽]

“제 처지가 급박하다 보니까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수영의 말이나 행동 어디에도 사과가 가식이라는 느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진의가 어디에 있든 사과까지 받고 보니까 되레 편치가 않습니다.”
평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영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외면했다.
“변호사님의 모든 일이 억울하게 잘못된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억울하게 된 사연은 정읍 친구한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후의 일은 그저께 알았습니다. 윤 국장님한테 듣고…….”
“제가 우리 가족은 만나지 마시라고 분명히 얘기했을 텐데요?”
“찾아간 게 아니라 오시는 바람에 만나게 됐습니다.”
평우의 언성이 바뀌자 수영이 화급하게 해명했다.
“집사람이 최수영 씨를 찾아갔었다고요?”
“예, 오셔서 변호사님께 사과부터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심정도 진심입니다. 국장님이 왜 사과부터 하라고 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수영이 다시 허리를 굽혔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무척 어려우시다면서요.”
“솔직히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먼저 변호사님에게 사과한 다음 국장님과 대화하기로 한 거밖에는…….”

[제3장 변호사 생활, 189쪽]

“처형된 게 확실헙니다. 사망 신고도 되어 있고요.”
“서류를 재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말입니다. 행정 통보가 잘못되었거나 가짜로 조작했거나 아니면 처형장에서…… 맞아! 처형장에서 도망칠 수도 있지요.”
“글쎄, 이십 년 전 사건을, 그것도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허시니 도통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그래야 할 이유가 발생하는 바람에 확인 차 부탁하는 겁니다. 번거롭겠지만 내일 수사관을 보낼 테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사 좀 해두세요. 아셨지요?”
진안경찰서 수사과장은 수화기를 철컥 내려놓으면서 별 미친 자식 다 보겠다며 투덜댔다. 그러면서도 형사 하나를 불러 남평우 장례식 때 일했던 사람을 찾아 산소가 어딘지 매장은 언제 했는지 넌지시 떠보고, 면사무소에도 가서 부동산 관계로 찍은 지장이나 도민증 사진을 복사해 오고 남주장도 한번 들러보라고 지시했다.

- 3권 256페이지

채봉이 돌아누운 기웅을 등 뒤에서 꼭 안으며 말했으나 그녀의 입에서도 가는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한동안 기웅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채봉은 말없이 기웅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밤새 토하고 복통에 시달리느라 지칠 대로 지친 기웅은 몸과 마음이 다소 편해졌는지 어느덧 잠이 들었다.
채봉도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깊은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인지 생신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급한 발소리와 함께 의사가 다녀가고 팔에 링거를 꽂기도 했다. 언제 왔는지 승희가 숟가락에 약을 녹여 입에 흘려 넣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데 재명 오빠가 부드러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채봉은 천지가 하얀 눈밭 위에 누워 있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밤송이만 한 커다란 눈송이들이 쉬지 않고 떨어졌다.
‘눈이 어쩌면 이렇게 크지?’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는데 눈송이 하나하나마다 태섭의 웃는 얼굴이 담겨 있었다. 채봉은 두 손으로 눈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제5장 시련, 310~311쪽]

“엊그제 데모하는 걸 봤는데요. 여기저기서 국민의 목소리가 많이 커졌더라고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아버지는 어느덧 아들의 계략에 넘어가 있었다.
“사천 년이 넘도록 뭘 하다 이제 시작해요?”
“반만년 역사라고 자랑은 하지만 백성이 주인 노릇을 해본 적은 없지 않냐. 지금까지 왕의 나라였지.”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잖아요.”
“안 한 게 아니라 그런 의식이 희박했었지. 게다가 따지고 보면 국가의 모태는 강자의 군림을 위한 수단에서 비롯되었지 백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았겠냐.”
아버지가 힘이 드는지 앞에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든 그렇게 만만한 백성은 없을걸요?”
아들도 옆에 따라 앉으면서 동의를 구하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파도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평선 저 너머서부터 밀려오듯이 우리 국민의식도 먼 길을 헤치고 달려와 비로소 지금에 이른 거다.”
“어두운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오는 것처럼요?”
“그래, 딱 맞는 말이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한참 큰 아들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싱그러운 산 내음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제6장 아침의 나라, 397~398쪽]

저자소개

※ 저자 소개

이름: 박종휘
약력: 소설가

충남 공주 출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5~2016년, 3부작 장편소설 『태양의 그늘』을 처음 출간한 후, 2022년 수정 보완하여 『태양의 그늘』 개정판을 출간했다.
연작소설 『주먹 망원경』이 있으며 각종 문예지에 단편소설 「해후」 「편견과 정의」 「발로 치는 기타」 「물수제비 사랑」 「두 남자」 「어느 화요일 오후」 등을 발표했다.

목차소개

◎ 목차

제1장 도약의 발판
제2장 서울 입성
제3장 변호사 생활
제4장 끝나지 않은 악몽
제5장 시련
제6장 아침의 나라

해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인물 소개
주요 인물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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