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그늘 2

박종휘 장편소설

박종휘 | arte | 2023년 01월 02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16,000원

전자책 정가 12,800원

판매가 12,800원

도서소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박화성·박경리·박완서의 뒤를 잇는 선 굵은 작가의 탄생



◎ 도서 소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이 소설은 평범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불행에 빠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북 지방 두 집안의 혼사에서 시작된다. 경사여야 할 혼사로부터 비롯된 인간관계가 해방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남북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으로 발전한다.

전쟁이란 대개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즉 개인을 생각하고 보호하려는 위정자들은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전쟁통의 국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위정자들이 통치하는 내내 이들 주인공 가족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복잡한 인물 관계를 책 뒤에 부록으로 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궁금해하며 종이에 연필로 관계도를 그리며 읽는 수고를 감쇄시켜 주는 세심함을 보이는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시간적 흐름도 긴 『태양의 그늘』은 특히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하소설
국민을 위한 국가란 한 번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가?

억울한 운명 속에서도 가족의 삶을 지켜낸 부부의 이야기
『태양의 그늘』 전면 개정증보판!

‘대하소설’이 그립다. 우리 현대문학이 시작된 이래 김동인, 유주현, 이병주, 김주영, 황석영, 조정래 등의 유려한 소설들을 접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대하소설을 접하기가 힘든 분위기다. 간간이 박경리, 최명희 등 여류 문사들의 작품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태양의 그늘』(전 3권)을 만나게 된 일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대하소설이라는 것은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개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질곡의 역사로 주름진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하소설이 등재될 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호흡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고, 좋게 말하면 넓게 보기보다 깊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은 독자들의 호흡이 짧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깊이만 하더라도 요즘 독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작가들을 그렇게 몰아간 탓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휘 작가는 독자들에게 휘둘리기보다, 독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유형에 가깝다. 긴 안목으로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의 의미가 얼마나 유현(幽玄)한지 아는 방법 중에,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아는 작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닌 바, 읽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 『태양의 그늘』은 그런 면에서도 으뜸이다.

◎ 책 속에서

이승만이 수행원 세 사람과 하와이 연합위원회 건물에서 나와 차를 타기 위해 건물 벽을 따라 가로수가 있는 중앙 인도 쪽으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고 있을 때였다. 탕! 하고 난데없는 총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수행원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의 뒤를 이어 앞으로 나가던 또 다른 수행원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 뒤쪽으로 피신하려다가 다시 총을 맞고 쓰러졌다. 남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앞으로도 뒤로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박사님! 몸을 낮추십시오.”
“미스터 남, 저들이 노리는 건 날세. 여기서 같이 죽을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 헤어져서 가운데 길로 각자 달려가세.”
건물 모퉁이 기둥과 기둥 사이에 디귿 자로 홈이 파여 만들어진 공간에 간신히 몸을 피하고 있던 이승만이 곁에 있는 수행원 남근우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박사님! 박사님의 모자와 두루마기를 벗어서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되면 자네는 앞뒤에 있는 저들의 표적이 될 걸세.”
“저는 걸음이 빠르니까 저 뱅갈나무를 방패 삼아 도망칠 수 있습니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미스터 남, 정말 괜찮겠나?”
근우는 이승만의 두루마기를 입고 모자를 썼다.

[제1장 흩어진 가족, 12쪽]

“이 사람 상백이! 미안허이!”
춘식은 한참 통곡을 하다가 방 한가운데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음 바로 성냥을 그었다. 불은 삽시간에 방바닥으로 번져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과 지붕을 삼키고 활활 타올라 하늘을 벌겋게 물들였다.
사람들이 “불이야!” 하고 소리쳤다.
불길은 이미 회색빛 하늘 높이 솟아 너울거리고 있었으며 열기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함춘호가 달려와 불속으로 뛰어들려고 몸부림쳤다. 부지직거리며 불타는 소리는 춘호의 울부짖는 소리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형님! 형님! 이건 너무 허시잖어요.”
춘호는 불타오르는 연기 속에서 춘식의 얼굴을 찾았다. 춘식의 얼굴이 연기 속에서 어른거리다가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 불이 어느 정도 꺼진 후 집 안을 들여다본 춘호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춘식은 양반다리를 한 채 꼿꼿이 앉아 마지막까지 자신을 새까맣게 불태웠다.

[제2장 어둠의 메아리, 132페이지]

상백과 철우는 관이 보일 때까지 파 내려갔다. 관 뚜껑이 보이자 철우는 삽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듯 흙을 걷어냈다.
이어 심정수가 관 뚜껑의 못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가서 열어봐라!”
상백이 까맣고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하자 철우가 관 뚜껑을 열었다. 그는 횃불에 붉게 물든 눈으로 앙상해져 가고 있는 원우의 시신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숨이 멈춰지는 듯 형을 부르며 울음을 토해냈다. 상백과 정순 그리고 기준이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소쩍새만 울어대던 산속이 순식간에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이 죽일 놈드을!”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그들의 소리가 어둠에 파묻혀 산속 멀리 울려 퍼졌다.

[제3장 필사즉생, 211쪽]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위해 모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이승만은 근우의 죽음으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에 빠졌다. 남근우가 자신보다 한결 더 나라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의 인격 자체가 고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의 행위는 자신을 응징하기 위한 것도, 이성을 잃은 우발적인 행동이라고도 볼 수 없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행동으로 전한 것이다.
이승만은 그날의 사건을 처음부터 돌이켜 생각하면서 자신과 그의 차이점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은 한낱 자기도취에 빠진 위선자이거나 권력을 위한 가혹한 독재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사님은 우리 조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되시는 분입니다. 어서 주십시오!’
재미 시절 남근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제4장 엇갈린 만남, 242페이지]

기웅은 각오를 새롭게 하고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그림자 귀신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양반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더니 귀신도 천천히 따라왔다. 얼른 뒤돌아봤더니 재빨리 숨는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비겁하게 숨긴…….’
담장 밑으로 들어간 것 같다. 언덕길을 올라가자 여우 귀신이 그림자 귀신이랑 같이 따라왔다. 기웅은 냅다 달렸다. 귀신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온 동네에 퍼졌다. 하늘에 뜬 초승달도 기웅을 따라왔다. 달이 따라오자 불똥처럼 작은 별들도 정신없이 따라왔다. 느티나무를 지나자 귀신들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망태 귀신이 기웅의 뒷덜미를 막 잡으려고 할 때 가까스로 이모네 집 큰 대문을 홀짝 넘었다. 귀신들도 이모를 무서워한다.
“이모!”
“기웅아, 깜깜한데 왜 왔어? 잠 안 자고.”
“석유 기름이 없어.”
기웅이 사이다병을 마루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다 늦게 불은 뭐 할라고 켜?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자.”
함께 따라온 달이랑 별이랑 귀신들이 기웅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웅은 속으로 다짐했다.
‘기름 안 주면 내일 아침까지라도 안 갈 거여. 그러고 어머니한테 다 이를 거여.’
한참이 지나도록 이모는 방에서, 기웅은 마당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줄다리기를 했다.
‘쳇! 창경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어? 나도 다 알어.’
기웅의 생각이 맞았다. 창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옥봉이 사이다병을 가지고 뒤쪽 툇마루로 갔다. 쪼르륵쪼르륵 석유 따르는 소리가 났다.

[제5장 기다림, 322~323쪽]

“그런데 윤채봉 씨가 붙잡힌 거군요?”
“그게 아니고 전주 특수부에 자수를 했다는구만. 윤채봉이가.”
“경찰서도 아니고 특수부에 찾아가서 자수를 해요? 왜요?”
김 경장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 삐거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서장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자신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은 대로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 여자의 남편이 예전에 거기서 취조를 받아 법원에 넘겨져 처형당했고 그 밖에도 특수부에 뭔가 한 맺힌 이유가 있어서 일부러 죽을 각오를 하고 그곳으로 갔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겠지요. 그래서요?”
“그 아저씨 말을 들은 지금 수사과장님이 전에 들은 말도 있고 해서 고민 끝에 그 윤채봉을 도와주기로 했다는 거야.”
“일선 수사과장이 특수부에 자수한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요?”
“서장님께 보고하고 이런저런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서 전주 특수부로 갔었다느만!”
김 경장은 수사과장이 생각보다 의리 있는 사람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평우는 계속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무슨 죄를 지었대요?”
“여순반란에 관련된 사상범이라는 것 같아. 허 사장님, 주무셔요?”
지서장이 옆으로 누워 있는 평우를 보고 물었으나 대꾸가 없다.

[제6장 운명, 343~344쪽]

저자소개

※ 저자 소개

이름: 박종휘
약력: 소설가

충남 공주 출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5~2016년, 3부작 장편소설 『태양의 그늘』을 처음 출간한 후, 2022년 수정 보완하여 『태양의 그늘』 개정판을 출간했다.
연작소설 『주먹 망원경』이 있으며 각종 문예지에 단편소설 「해후」 「편견과 정의」 「발로 치는 기타」 「물수제비 사랑」 「두 남자」 「어느 화요일 오후」 등을 발표했다.

목차소개

◎ 목차

제1장 흩어진 가족
제2장 어둠의 메아리
제3장 필사즉생
제4장 엇갈린 만남
제5장 기다림
제6장 운명

인물 소개
주요 인물 계보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