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침

이광수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2년 11월 2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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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종 소리에 잠을 깨니, 아직도 어저께 팔십여 리나 걸은 다리가 쑥쑥 쑤신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같이 자는 학생들은 아직도 피곤하게 잔다. 그네의 단잠을 깨우지 아니할 양으로 가만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벌써 법당에서는 늙은 중의 아침 예참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반짝하고、늦은 가을 새벽바람이 자다가 나온 몸에는 꽤 춥다. 법당 앞 마당 돌 수채에 밤새도록 괴이고 넘치는 물에 세수를 하고 법당으로 가만히 들어가 한편 구석에 섰다.
노승은 연해 제불보살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는、목탁을 딱딱 치며 공순히 금부처 앞에 절을 한다. 그물그물하는 촛불에 비친 천년 묵은 금부처는 그 가느단 입을 벌릴 듯 벌릴 듯이 앉았다. 노승은 모든 물욕을 버리고, 오직 삼계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끝없는 대원을 꿈꾸는 듯하는 눈으로 그 금부처를 바라보며 제불보살의 이름을 부르고는、또 목탁을 딱딱 치며 길게 느리게 절을 한다. 절할 때마다 그 회색 장삼자락이 때묻은 마루 위에 약간 소리를 내며 미끄러진다.
꽤 넓은 법당 안에는 이 노승 혼자뿐이다. 그리고 한편 구석에 가만히 읍하고 섰는 그가 있을 뿐이다. 노승은 사람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곁에 서서 보거나 말거나 그 졸리는 듯하고도 힘있는 목소리로 그저 예참을 하고 있다. 그는 육십 평생에 사십여 년을 이런 생활을 하고 왔다. 아직 세상 사람들이 단꿈에 취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지금 모양으로 검소한 장삼을 입고, 목탁을 두드리고 몇 백 번인지 수없는 절을 하면서 제불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수없는 동안에 나고 살고 죽은 수없는 삼계중생을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건져지라고 발원을 하였다. 아마 이제부터 십년이 될는지 이십년이 될는지 모르거니와,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하는 동안에 그의 입으로 부른 제불보살의 이름이 몇 천만이나 될까, 그가 삼계 중생을 건져지라고 발원하는 절이 몇 천만번이나 될까. 이 외따른 산속 쓸쓸하고 외로운 낡은 절에서 그 늙은 눈 앞에 속절없이 괴로와하는 중생을 보면서 「건져지라 건져지라」하는 끝없는 발원을 하는 이 노승을 볼 때에, 그는 눈물이 흘렀다. 아아, 그 거룩한 모양!

저자소개

국적 대한민국
출생-사망 1892년 3월 4일 - 1950년 10월 25일
학력 1919년 와세다대학교 철학
1910년 메이지가쿠인대학교 중학
경력 1939년 조선문인협회 회장
1933년 조선일보 부사장
동아일보 편집국 국장
데뷔 1917년 매일신보 소설 '무정'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어떤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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