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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남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0년 06월 0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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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성세창(成世昌)은 부친의 엄하고도 인자한 향념으로 이 망월암(望月庵)으로 나온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부친 성판서가 아들에게 말하기는
『망월암은 문안서 그리 멀지두 않을 뿐 아니라 너의 벗될 만한 사람들이 거기서 글을 읽고 있다니 두말 말고 너두 거기나 가서 글이나 좀 읽어라.』
하는 것이었지마는 기실 성판서의 내심은 공부에 칭탁하여 피접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평안감사로 아들 세창이를 데리고 서경에 오래 유하고 있던 성판서가 내직으로 승차가 되어 올라온 이후로 아들 세창은 나날이 초췌하여 갔다. 일문에 영화가 빛나고 주인 판서의 신색도 오히려 날로 젊어 가듯이 화려하고 유쾌스러움에 정반하여 세창이는 작은 사랑 컴컴한 방구석에 책만 끼고 앉아서는 글을 읽는지 꿈을 꾸는지 다만 응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으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얼굴은 나날이 창백하여 가고 몸은 야위어 간다.
자식을 사랑함에 한층 더 자상스런 모친은 조석을 자시러 들어오는 판서를 보고는 말 끝마다
『대감 어쩌실라구 그리시우. 큰 애가 요새는 도무지 밥도 잘 먹지 않고 얼굴에 핏기가 없구려. 약을 좀 먹일 생각을 아니 하시고 내버려 두시니 쌍말씀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구 이편에서 어떻게 좀 해 주셔야죠.』
하고 조를라치면 성판서는 쓰린 웃음을 지으며,
『그놈이 약을 먹으려구 하겠소. 공연히 헛돈만 없애는 게지. 가만 내버려두. 좀 생각하는일이 있으니.』
하고 말을 막아 버린다.
『생각이 무슨 생각이슈. 몸이 편치 못하길래 그렇게 말라가는게죠.』
『부인은 모릅낸다. 좀 더 두고 봅시다.』
하여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부인은 남편 판서의 말 뜻을 충분히 헤아릴 수는 없지마는 점잖은 남편이 생각하여 하는 일을 여자의 몸으로 자꾸 캐물어 볼 수가 없어서 일상 불만하면서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참을 수가 없어서 아들을 보고 직접으로 약을 먹으라고 권하면,
『왜 어디가 아픈가요.』
하고 이것은 애초에 코대답을 해 버리는 통에 더 붙여볼 나위도 없다.
과연 아버지 되는 성판서의 관찰은 틀림 없었다. 세창이는 아버지를 따라서 평양 감영으로 내려가서 책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탈도 없었다. 그런 것이 어느듯 감영에 출입하는 옥소선(玉蕭仙)이를 알게 된 후부터는 딴 사람이 되고 말았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희곡집 『운명』을 저술한 작가. 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

목차소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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