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의 사랑

도서정보 : 앨리스 먼로 | 2019-01-14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평범한 불행이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절대적이고 특수한 일인지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잊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돌아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것만 같았다. 너만 그랬던 건 아니야, 속삭이듯이.”
최은영(소설가)

1999 트릴리엄 북 어워드 수상
1998 길러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을 들으며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앨리스 먼로는 이제 한국 독자에게도 그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작가가 되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착한 여자의 사랑』은 199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작품세계가 한층 원숙해지고 무르익은 먼로의 중·후반기 대표작 중 하나다. 먼로에게 처음으로 길러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이 소설집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트릴리엄 북 어워드까지, 총 세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착한 여자의 사랑』에는 표제작 「착한 여자의 사랑」을 비롯해, 「코테스섬」 「자식들은 안 보내」 「우리 엄마의 꿈」 등 총 여덟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1950~60년대 캐나다를 주 배경으로(「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처럼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있다) 하는 이 소설들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평범한 여자들이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해내지만,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한다. 앨리스 먼로는 이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사랑, 그 사랑의 모호함, 예기치 못한 길로 인도하는 열정, 격식을 차린 사회의 표면 아래 도사린 긴장과 기만, 그리고 이상하고도 종종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명징하게 보여준다.


앨리스 먼로라는 문학적 기적,
그가 보여주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과 통찰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게 시작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게 전개된다. 그러다 마지막에 흩어졌던 조각들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섬광을 쏘고 내뿜는다.” _은희경(소설가)

먼로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착한 여자의 사랑』의 소설들도 아무렇지 않게 시작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게 전개된다. 신기한 물건을 소장하는 데 전념해온 박물관을 소개하며 시작한 글은 곧 강둑에서 발견된 한 구의 시체로, 그리고 죽음을 앞둔 젊은 여자를 돌보는 재택 간호사의 이야기로 옮겨가고(「착한 여자의 사랑」), 어린 신부의 이야기로 시작한 글은 수십 년 전 한 섬에서 일어난 의문의 화재 사건으로 이어진다(「코테스섬」). 어린 손주와 드라이브를 하는 평화로운 장면으로 시작한 글은 난데없는 곳에 도착해 위기에 처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

먼로의 소설들은 독자들이 예상하는 일반적인 전개에서 벗어나 있다.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도 흘러간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언제나 다른 삶, 다른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삶의 확고한 형태가 확정되기 직전, 어떤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역시 이런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다. 「착한 여자의 사랑」의 이니드는 자신이 알게 된 비밀과 이제 시작될지도 모를 사랑의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한다. 「자식들은 안 보내」의 폴린은 가정과 새롭게 시작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의 이브는 자신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를 낯선 사람을 도울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나’는 자신이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 그리고 B 부인의 비밀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그들은 선택을 하고, 모든 선택에는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먼로의 세계에서 치러야 하는 대가는 대개 고통, 그것도 만성적인 고통이다.

“이건 극심한 고통이다. 만성적인 고통이 될 것이다. 만성적이라는 말은 영원하긴 하지만 한결같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그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벗어날 수는 없어도, 그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매 순간 느끼지는 않겠지만, 고통 없는 상태가 여러 날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얻은 그것을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그 고통을 무디게 하거나 유배시키는 요령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_「자식들은 안 보내」 357-358쪽

『착한 여자의 사랑』 속 여성들은, 여성에게 기대하는 전통적인 가치와 그들이 희망하는 새로운 삶 사이에서 갈등한다. 먼로는 정제된 언어로 이런 인물의 심리를 밀도 있게 파고들며 단지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 더 나아가 삶의 본질을 탐색한다.
먼로의 소설은 대개 그 안에서 명확한 결론이나 판단을 유보하고, 그것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결말의 모호함이 삶의 본질을 보다 명징하게 보여주는 듯도 하다. 먼로의 소설을 읽다 그 끝에 도달하면, 이야기가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로를 통해 여기에 도달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도 사실 그렇지 않은가. 시작할 때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로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으니까.


「착한 여자의 사랑」
1951년 이른봄 어느 토요일, 강둑에 놀러 갔던 소년들이 익사체를 발견한다. 사체는 이 마을의 검안사 윌렌스로, 물에 빠지면서 타고 있던 차의 운전대에 부딪혔던 것이 사인으로 밝혀진다. 재택 간호사 이니드는 사구체신염을 앓고 있는 퀸 부인을 돌보고 있다. 퀸 부인은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퀸 부인의 남편인 루퍼트는 이니드와 고등학교 동창.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알은체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일은 언제나 힘들지만, 이번 환자는 유난히 이니드를 힘들게 한다. 숨을 거두기 전 퀸 부인은 이니드에게 깜짝 놀랄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카르타」
캐스와 소녜는 막역한 사이다. 그들은 가끔 같이 산책도 하고, 책에 관한 토론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주 다르다. 심지어 사랑에 대해서도. 캐스는 ‘자신의 삶이 남편인 코타에게 달렸다’고 이야기하는 소녜를 이해할 수 없다. 캐스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아이가 있다. 소녜와 그녀의 남편 코타는 둘 다 미국인이었는데, 기자인 코타가 중공에 방문했었다는 이유로 소녜는 다니던 도서관을 그만두게 되었다. 어느 날 캐스와 켄트 부부는 초청을 받아 소녜 부부의 집을 방문한다. 급진적인 사람들이 모인 그 모임에서 켄트는 묘하게 그들과 겉돌고, 작은 논쟁을 벌인다. 캐스는 이런 남편이 신경쓰인다. 이날 이후, 캐스와 소녜는 이 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얼마 후 코타는 동남아로 떠나고 소녜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둘을 위한 작별파티가 열린다. 그 파티에서 캐스는 생각지 못한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코테스섬」
‘나’는 스무 살의 어린 신부다. 최근 결혼을 했고, 밴쿠버의 어느 건물 지하층에 살고 있다. 위층에는 집주인 레이의 부모인 고리 부부가 살고 있다. 고리 부인은 식료품점에 가는 간단한 외출에도 꼭 화장을 하고 구두까지 갖춰 신는 사람이다. 고리 부인은 불쑥 현관문을 두드린다든가, 갑자기 티타임에 초대한다든가 하며 내 삶에 관심을 보인다. 관심이라기보다는 참견에 가깝지만. ‘나’는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생각처럼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고리 부인이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자기가 외출하는 낮 동안 거동이 불편한 고리 씨를 돌봐달라는 것. 내키지 않지만 나는 승낙한다. 고리 씨는 나에게 스크랩해둔 신문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기사 중에 고리 씨가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1923년에 코테스섬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그는 왜 이 사건을 내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일까?

「추수꾼들을 제외하고는」
이브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딸 소피와 호숫가 펜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손주 필립과 데이지도 함께여서 더없이 즐거운 나날. 소피가 늦게 합류하는 남편을 마중하러 나간 동안, 이브는 아이들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한다. 필립과 외계인 놀이를 하며 트럭을 쫓아가던 이브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낯선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맞닥뜨린다.

「자식들은 안 보내」
한 가족이 밴쿠버섬 동쪽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젊은 아빠 엄마, 어린 두 딸, 그리고 남자의 부모. 젊은 엄마 폴린은 휴가를 보내며 짬짬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인 폴린에게 연극 출연 제안은 특별한 것이었다. 비록 아마추어 연극이라 해도.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다가 『외리디스』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오디션도 없이 캐스팅되었다. 잔잔한 폴린의 삶에 연극 연습은 활력이 되어준다. 폴린은 점점 연극 연습 시간이, 어쩌면 연출가인 제프리가 기다려진다.

「돈냄새가 진동할 만큼 부자」
부모의 이혼 후 아빠, 새엄마와 살고 있는 카린은 여름방학을 맞아 친엄마 로즈메리에게 온다. 출판사에 일하는 로즈메리는 원고 작업 때문에 저자인 데릭의 집 근처에 트레일러를 마련해 지내고 있다. 로즈메리와 데릭은 최근 원고에 관한 의견 차로 약간 갈등이 있다. 그전에도 몇 차례 이곳을 방문했던 카린은 데릭과 그의 아내 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데릭과 로즈메리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운을 눈치챈 카린은, 지금 네 사람의 이 관계가 유지되려면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논문을 준비하던 ‘나’는 휴식을 핑계로 집에 내려와 있다. 의사인 아빠는 늘 조금 엄격하고 어딘지 뻣뻣한 구석이 있다. 그런 아빠가 일을 돕는 B 부인에게만은 왠지 좀 태도가 다르다. 아빠와 B 부인 사이엔 나에겐 감추고 싶은 모종의 비밀이 있는 것 같다. B 부인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드디어 나는 그 비밀이 뭔지 알게 된다. 이것을 아빠에게 반격할 무기로 사용할까, 나는 고민한다.

「우리 엄마의 꿈」
이야기는 ‘내’가 태어난 194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우리 엄마 질은 바이올린 연주자다. 아빠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 덕분에 내가 생겼다. 하지만 공군 조종사인 아빠는 전쟁에 나가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아직 내가 세상에도 나오기 전에. 임신부인 질은 아빠 가족의 집에서 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고, 에일사 고모는 선임하사관처럼 무뚝뚝하고, 아이오나 고모는 신경쇠약을 앓고 있다. 드디어 내가 태어나고, 까다로운 나 때문에 가족들은 애를 먹는다. 내가 아이오나만 따르자, 집에서 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아이오나의 위상이 갑자기 높아진다. 나는 알고 있다, 엄마가 이 상황을 답답해한다는 걸, 엄마의 꿈은 여전히 음악을 연주하는 거라는 걸. 나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옴을 느낀다. 나의 생존, 나의 안녕한 삶을 위해서 과연 누굴 택해야 하는지.


▶ 추천의 글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언제나 여자들을 향한다. 호감이 가지 않는,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는, 어딘가 문제가 있고 도무지 행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평범한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 『착한 여자의 사랑』은 여자들의 죄의식, 자기 처벌, 체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은밀한 상처를 구체적으로 그린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평범한 불행이 그 일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절대적이고 특수한 일인지 다시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잊었던 순간의 기억들이 돌아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것만 같았다. 너만 그랬던 건 아니야, 속삭이듯이. _최은영(소설가)

먼로는 논쟁의 여지 없는 대가다. 이보다 더 훌륭한 단편집은 상상하기 어렵다. _워싱턴 포스트

이 놀라운 단편들은, 앨리스 먼로라는 문학적 기적이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_엘르

마음을 빼앗는 아름답고 시적인 순간들이 실감나는 이 이야기들에 꼭 알맞은 방식으로 구두점을 찍는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탁월하고…… 눈부시다. 주인공들에 대한 먼로의 감각은 체호프의 그것만큼이나 순수하다. _뉴욕 타임스

구매가격 : 11,800 원

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도서정보 : 치넨 미키토 | 2019-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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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치넨 미키토의 휴먼 미스터리 대작!

“내 머릿속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요.
언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로 평생을 돈과 출세에만 집착하며 살아온 남자, 우스이 소마.
그는 의사 실습으로 파견된 호스피스 병원 ‘하야마 곶 병원’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유가리 타마키, 즉 ‘유카리 씨’.
머릿속에 뇌종양이라는 ‘폭탄’을 안고 하루하루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본다.
어느새 서로 친해지고,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

실습이 끝나고 히로시마로 돌아온 우스이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그녀가 죽었다는 것.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녀는 정말 죽은 것일까. 아니면 그녀는 그저 환상에 불과했던 걸까?

구매가격 : 10,400 원

그래도 우리의 나날

도서정보 : 시바타 쇼 | 2019-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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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139쇄 발행, 189만 7700부 판매

일본 현대소설의 고전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졌던 유일한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린 청춘,

그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보면…



1964년 제5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시바타 쇼의 장편소설. 일본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960, 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8년 11월 기준 139쇄 발행, 189만 7700부의 판매를 기록하며 ‘일본 현대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으로, 자신들이 믿고 있던 가치관의 붕괴로 삶의 방향과 의미를 잃어버린 ‘청춘의 삶’, 그리고 그들의 ‘그 이후의 삶’을 담았다.





“있지, 우린 잘못된 게 아닐까? 처음부터.”

―죽거나, 죽지 못하거나, 죽지 않은 인물들의 후일담



1960년, 스물여섯 나이에 데뷔한 작가 시바타 쇼가 자신이 통과한 대학시절을 담아 서른 살에 쓴 장편소설 『그래도 우리의 나날』은, ‘나(후미오)’가 헌책방에서 무엇에 홀린 듯 ‘H전집’을 구매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후미오는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며 반년 뒤 취직이 내정된 지방의 대학으로 약혼녀 ‘세쓰코’와 함께 내려갈 예정이다. 언뜻 안온해 보이는 삶이다.

‘H전집’에는 옛 소유자의 장서인이 찍혀 있었는데, 그 도장이 낯익었던 세쓰코를 통해 그 책이 도쿄대 역사연구회 회원이었던 ‘사노’의 것임이 밝혀진다. 사노는 한때 지하 군사조직에 참가할 정도로 극렬한 공산주의자였지만, 1955년 무장투쟁을 지향하던 일본 공산당이 ‘육전협(제6회 전국협의회) 결의’ 이후에 평화혁명으로 노선을 전환하자, 학교로 돌아와 정치투쟁과 선을 그은 채 평범한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고, 다른 사람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세쓰코의 부탁으로 사노의 행적을 좇던 후미오는 사노가 자살했음을 알게 되고, 그가 죽기 직전 쓴, 유서나 다름없는 편지를 입수한다. 그 편지를 읽은 후미오와 세쓰코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데…

사노의 편지에는 1950년대 일본 전후 학생운동 세대의 고민과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졌던 유일한 것을 완전히 잃어버렸단 생각과 함께 찾아온 상실감과 절망감, 다른 한편에 솟아오른 모종의 안도감에 휩싸인 사노는, “혁명을 두려워하는 당원. 얼마나 우스운 존재인가”라고 자조하며 스스로를 배신자라 자책한다. 그후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조용한 삶을 살고자 결심한 사노. 그러나 그는 점차 출세가도를 달리며 스스로의 삶이 모순되었다는 혼란에 빠진다. 그 혼란 속에서 마주한 ‘죽음을 앞두고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질문. 결국 ‘나는 배신자다!’라는 답밖에 내릴 수 없으리라 깨달은 사노는 지독한 무기력에 휩싸여 죽음을 택하고 만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그가 남긴 편지는 후미오와 세쓰코를 비롯해 ‘그 이후의 삶’을 살던 인물들을 뒤흔들며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다.



사노 씨의 유서가 내 손에 전해진 날 밤, 내가 그 유서를 펼쳤을 때, 그 속에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무엇을 떠올릴까’ 하는 의문이 못처럼 내 가슴에 콕 박혔어. 마치 내게 던지는 질문 같더라.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았을 때, 나는 내가 그런 무서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갖고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 그리고 동시에 나는 내게서 떠나지 않는 피로감의 의미를 깨달았어. 우리 사이, 우리의 생활은 무(無)에 지나지 않는다, 날마다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생은 각자 다른 사실과 현상이 우연히 연속해서 일어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 무의미함 속에 나는 지쳐버렸다, 내 생은 마른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기만 하고 있으니 죽음에 임박해서 움켜쥐려는 손에 뭔가 남아 있을 리 없다…… 그 한 가지의 물음으로 나는 모든 것을 깨달은 거야. (175쪽, 후미오에게 보낸 세쓰코의 편지에서)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언젠가

내일이 오는 걸 바라지 않게 될 정도로 지칠 게 분명하다.”

―그 시절도, 마주할 날들도, ‘그래도 우리의 나날’



세쓰코는 후미오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스스로 떠난다. 두 사람이 잘해나가리란 것을 서로 알고 있으나, 그 ‘잘해나감’으로 충분한지 스스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어쩌면 세쓰코는 우리 세대를 탈출한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후미오는 받아들인다. 새 시대를 만들겠다던 그 시절의 청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 삶을 구상해야 했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가치와 이상을 부정하고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열망이 패배의식으로 바뀌었고 그것을 감당 못해 혹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누군가는 세상을 등졌다. 누군가는 새로이 도래한 날들을 적당히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잠시 멈추어 서기로 했다. 작품 속 일본의 1950년대 중후반 풍경은 이제 역사의 한 조각이 되었지만, 이 인물들의 내면을 따라가는 일이 낡았다 느껴지진 않는 것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처럼 “낡았다는 것은 극복됐다는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부딪히고 깨지는 청춘의 목소리란 어느 시대나 세대에게도 통용될, 언제까지고 반복될 보편성을 지닌다.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영향을 끼치고 조금씩 나아가고, 또다른 절망을 마주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결국 그 아팠던 시절도, 마주할 알 수 없는 날들도, 모두 ‘그래도 우리의 나날’이리라.



머잖아 우리가 정말로 늙었을 때, 젊은 사람들이 물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젊은 시절은 어땠냐고. 그때 우리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 때에도 똑같은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어려움이기는 하겠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려움에 익숙해지며 이렇게 늙어왔다. 하지만 우리 중에도 시대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로 용감하게 진출하고자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젊은이 중 누구든 옛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지금 우리도 그런 용기를 갖자고 생각한다면 거기까지 늙어간 우리의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짐을 부쳐 텅 빈 방안에 노을이 물들었다. 이 방에서 지내는 것도 앞으로 하루이틀이다. 그러나 그걸로 됐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196~197쪽)







“그 시절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었다.”

―「록탈관 이야기」



함께 실린 단편 「록탈관 이야기」는 1960년 동인지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문학계』에 전재되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던 청소년기의 주인공이 동경한 과학과 이성의 세계가 ‘록탈관’이라는 진공관으로 상징된다. 명확한 세계에 대한 열망, 그 지향점에 이르지 못해 도착(倒錯)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진 빼어난 성장소설이다.



우리를 꽉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 배선 저 너머 세계의 진정한 매력은 아마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매우 정확하며, 그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동시에 절대 우리 눈에 보이는 법이 없다는 점에 있었다. (206쪽)





● 추천의 글



“죽는 순간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일본 전후 학생운동 세대의 질문이 사십 년의 세월을 건너 스무 살의 내게 도착했고 삶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과 언어를 건네주었다. 이 도구들을 나는 아직도 사용한다. 물론 오래된 소설이다. 낡았다는 것은 아니다. 낡았다는 것은 극복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한 남자를 죽게 하고 한 여자를 다시 태어나게 한 저 치명적인 질문을, 오만한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극복할 수 있는가.

전후 일본의 가치관과 부딪히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투하는 인물들의 내면이 섬세하게 재현돼 있다. 200쪽이 채 안 되는 소설 속에, 누구의 진실도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하는 법 없이. 소설이란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십 년 전의 나는 감격스러워했다. 지금 다시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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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여자들의 삶

도서정보 : 앨리스 먼로 | 2019-01-1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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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는 이 두번째 작품에서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목소리를 확실히 완성했다.”

앨리스 먼로는 1968년 발표한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부터 절필을 선언하기 전 출간한 마지막 작품 『디어 라이프』(2012년)에 이르기까지, 줄곧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먼로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소녀들과 여자들의 삶’에 주목했고, 본인 스스로가 20세기를 살아낸 한 명의 여성으로서 그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누구보다 탁월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1971년 출간된 먼로의 두번째 작품 『소녀와 여자들의 삶』은 그런 먼로 작품세계의 기반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에서 드러나듯 주로 단편소설을 써온 앨리스 먼로이지만, 이 작품은 유일하게 ‘장편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1940년대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주인공 델 조던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델의 1인칭 시점으로 느슨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진다. 강에서 개구리를 잡으며 놀던 어린 여자아이가 자의식이 생기고, 첫 경험을 하고, 스스로를 소설가로 인식하고, 결국엔 새로운 삶을 향해 첫발을 내딛기까지 그 내밀한 감정들이 먼로 특유의 통찰력으로 세밀하게 그려진다.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모든 측면을 그린
앨리스 먼로의 자전적 소설

『소녀와 여자들의 삶』의 배경은 온타리오주의 작은 타운 주빌리로, 주인공 델 조던은 그곳으로 이사하기 전 어린 시절을 타운과 시골의 경계에 자리한 플래츠 로드에서 보냈다. 아빠는 여우농장을 했고 엄마는 시골 농부들에게 백과사전을 팔러 다녔다.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먼로와의 유사성 때문에, 그리고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이 책은 때때로 먼로의 자전적인 경험이 크게 반영된 소설로 읽히곤 한다.
소설 속 델은 집요한 호기심과 남다른 감수성으로 “망명자 혹은 스파이처럼” 타운을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한다. 특히 엄마를 포함해 델 자신의 삶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성들의 삶을 주의깊게 지켜본다. 20세기 초중반 여성의 삶이라는 그리 폭 넓지 않은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이웃 베니 아저씨와 잠깐 결혼생활을 한 매들린이 있다. 딸 하나를 둔 미혼모로 ‘보호자’인 오빠에 의해 베니 아저씨와 강제로 결혼하게 된 매들린은 폭력적이고 비사교적이며 무엇보다 아내로서의 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들린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독립적이고 깨어 있는 델의 엄마가 있다. 불가지론자에 직접 차를 몰고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는 엄마의 세상은 “심각하고 회의적인 의문들, 끝이 없지만 얼마간 손을 놓은 집안일, 으깬 감자 속의 덩어리, 정착되지 않는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엄마는 델에게 “내 생각엔 처녀들, 여자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분명히 그래. 하지만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우리 손에 달려 있어”라고 충고를 건네지만, 엄마에게 늘 반감을 갖고 있는 델은 엄마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스스로 관찰하고 경험하고 판단하고자 한다.
한편 그 반대쪽 끝에는 대고모들의 삶이 존재한다. 평생을 오빠 크레이그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그늘을 오히려 편안하게 여기는 대고모들은 “일과 유쾌함, 편안함과 질서, 복잡하고 형식적인 예절”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 살며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고 믿는다. 야망을 갖고 능력을 드러내는 삶보다 좋은 기회를 겸허히 거절하는 삶을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며, 똑똑한 조카손녀 루스가 대학 장학금을 받고도 집에 남기로 하자 그 결정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델이 좀더 자라고 엄마와 함께 타운 주빌리로 이사하면서 델의 삶에는 또다른 여성들이 등장한다. 델과 친구가 된 나오미와, 델의 집에서 하숙을 하는 펀 도허티가 그들이다. 결혼적령기가 훌쩍 지났지만 결혼하지 않은 채 오페라를 듣고 춤을 추러 다니고 연애를 하는 펀 도허티의 삶은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치부된다. 특히 나오미처럼 결혼을 목표로 하는 여자들은 펀 도허티 같은 ‘노처녀’들에게 일말의 연민도 보이지 않는다. 델과 나오미는 어린 시절 매일을 함께하는 단짝이었지만 델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나오미가 상업반으로 옮기며 자연스레 소원해진다. 나오미가 유제품 공장에 취직하고 결혼생활에 필요한 살림을 사 모으며 다음 단계로 생각되는 삶에 착착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델은 자신이 평범한 삶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절대,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남자들과 똑같이 할 거라고.”

평범하게 산다는 게 뭘까? 그건 유제품 공장 사무실에 취직한 여자들의 삶을 의미했다. 결혼과 출산 때의 선물 파티, 리넨과 냄비와 팬과 은제 포크, 그런 복잡한 여성적인 질서를 의미했다. (중략) 다른 길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절대. 샬럿 브론테가 되는 편이 더 나았다. _본문 349쪽


“나는 내가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델의 종조부 크레이그는 카운티의 역사와 가계도를 기록하는 취미가 있었다. 눈에 띄는 업적이나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집안의 모든 사람의 생일과 혼일과 사망일을 신중하게 순서대로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날씨가 어떻다는 묘사, 달아난 말에 대한 설명,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명단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실들을 기록하는 것. 델의 대고모들은 크레이그의 이 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그가 죽자 그 기록 전체를 델에게 전달한다. 델이 글쓰는 재주가 있으니 언젠가 이 작업을 끝마쳐달라고. 하지만 어린 델은 크레이그 종조부의 기록이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델이 보기에 그 글은 “완전히 죽은 것, 아주 무겁고 진부하고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에게 그 기록을 맡기는 대고모들을 보며 그들이 “작가의 유일한 의무가 걸작을 내놓는 거라고 믿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우스워한다.
“작가의 유일한 의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델은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아이였다. 도서관에 가면 행복했고 인쇄된 페이지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가고 시와 소설을 써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면서 “내가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델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30∼1940년대, 그러니까 앨리스 먼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시기에 캐나다에서, 그것도 온타리오주의 작은 타운에서 작가가 되겠다고 진지하게 마음먹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도 캐나다에는 변변한 출판사가 없었고, 있었다 해도 영국이나 미국에서 책을 수입해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시절에 델은, 그리고 먼로는 이미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결국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이다.

크레이그 종조부의 기록을 무가치하게 여기던 델은, 훗날 시간이 좀더 흐르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는 내가 언젠가 주빌리에 대해 탐욕스러운 갈망을 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크레이그 종조부가 게걸스럽고 잘못 이해한 상태로 그만의 역사를 써나갔듯 나 또한 훗날에 뭔가를 쓰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고.

훗날 나는 목록을 만들어보려 했다. 중심가를 따라 늘어서 있던 가게와 업체와 그 주인 들의 목록, 가족의 성과 묘석에 적힌 이름과 그 밑에 새겨진 묘비명의 목록. 라이시엄극장에서 1938년에서 1950년까지 상영했던 영화의 대략적인 목록. 전몰장병기념비에 적힌 이름(2차대전 때보다 1차대전 때가 더 많았다). 거리의 이름과 거리가 배열된 형태.
우리가 그런 작업에서 정확성을 바란다면 그건 고통스럽고 미친 일이다.
어떤 목록도 내가 원한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하나도 빼놓지 않은 모든 것, 말과 생각의 모든 층위, 나무껍질이나 벽에 내려친 모든 번개, 모든 냄새, 길바닥의 움푹 팬 모든 곳, 모든 아픔, 모든 균열, 모든 망상을 가만히 한곳에?찬란하고 영원하게?모아놓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_본문 453∼454쪽

델이 원했던 목록, 쓰고자 했던 모든 것에서 우리는 결국 앨리스 먼로가 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정확히 포착된 인생의 한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상 속 에피파니의 순간들. 그런 것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계획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벅찬 일이겠지만, 그래도 소설 속 델은 그 “진정한 삶”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딘다. “집을 떠나고 수녀원을 떠나고 애인을 떠나는 영화 속 여자들처럼” 짐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라탄다. 환상도, 자기기만도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 추천의 말

이 소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슬픔과 매혹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이 소설에서 소녀와 여자들이 느끼는 삶의 좌절감을 찾는 데 주력한다면, 엄청난 만족감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앨리스 먼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델이 바라본, 온갖 ‘원자’로 ‘조합’된 삶의 지도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 델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녀는 욕망을 봤고, 상실을 봤고, 사랑을 봤고, 죽음을 보았다. 앨리스 먼로는 이것들을 과장하거나, 농담이나 아이러니 혹은 알레고리로 장식하지 않는다. 앨리스 먼로는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욕망은 욕망이고, 상실은 상실이며, 사랑은 사랑이고, 죽음은 죽음이라서 그것을 다른 식으로 발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으며, 거기에는 그저 삶이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바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이. 소녀와 여자로서, 델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어쩌면 당신은 때때로 속절없이 멈춰 서고 어안이 벙벙해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에, 비로소 당신은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내에는 각자 한 번쯤 마음속 깊은 곳에 그려봤었던―자기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추잡하면서 아름다운, 혹은 아름다우면서 추잡한 세계의 모습을 또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 나는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슬픔과 매혹을 이해시키지 못할까봐 걱정했지만, 이건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 책의 첫 장을 펴고 문장을 읽기 시작하기만 하면 되니까. 손보미(소설가)

어린 시절에만 스치듯 지나가는 감수성, 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에피파니를 천재적으로 포착해냈다. 인디펜던트

먼로는 이 두번째 작품에서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목소리를 확실히 완성했다. 가디언

등장인물은 우리에게 현실의 인물로 다가오며, 연민이 더해져 더없이 생생해진다. 뉴요커

먼로는 일상적인 것에서 비일상적인 것을 폭로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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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紅龍)의 나라 1권(구. 고리골 개정판)

도서정보 : 조선희 | 2019-01-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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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를 중심으로 하여 선명한 위계를 가지고 있는 도교의 신성들의 계보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의 드라마!

신들과 귀매족, 道士와 武士와 巫師가 신계와 인간계를 넘나들며 깊고 장중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다신교인 마니교의 대사제는 예수의 출현과 만신계의 붕괴를 목격하고 왕에게 처형되기 직전, 서방 신들의 기운을 봉인한 ‘창합?闔의 서書’를 완성하고, 그의 제자에게 동방 천신들에게 이 위기를 전하고, 훗날 서방 신 부활을 꾀하려 한다. 마니의 제자는 동방세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천산(天山)의 눈 속에서 죽었지만, '창합의 서'는 동방 천신들에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창합의 서'에 봉인된 강력한 기운에 두려움을 느낀 동방 천신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세계를 훼손할까 우려해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감춰버리기로 결정한다. 당시만 해도 그들에게는 인간세계와 자신들을 강력하게 연결해주는 존재, 귀매 고리골(古?骨)이 있었기에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700년이 지난 어느 날 홀연히 귀매 고리골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동방 천신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리골 외에도 무사(巫師)들은 많았으며, 인간들의 숭배는 계속되었기에 자신들의 세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600년이 지나 중국 명나라 말기, 동방의 천신들은 인간에게서 잊혀져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봉인된 '창합의 서'와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존재는 고리골을 찾아야 했다. 천신들은 도홍경에게 이 중대한 임무를 맡기고 지상으로 파견한다. 도홍경은 강서성 용호산의 도교 사원 건원관에서 고리골의 후예라는 신분을 숨기고 남장을 한 채 살아오던 17세의 소녀 원제강을 찾아낸다. 원제강과 죽마고우였던 백련교 교주 진진부도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창합의 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천신들이 파견한 귀신장 종규도 가세하여 네 사람의 일행은 천산으로 향한다. 한편 지상신들의 왕 동악대제가 고리골은 자신의 물건이라며 제강을 노리고, 음귀들과의 계약으로 인간계와 신계의 유일무(唯一巫) 자리를 노리는 흑무사 흑휘도가 제강을 제거하고 '창합의 서'를 손에 넣으려 하고……, 이들은 숱한 귀물과 마물과 싸우고, 결계(結界)와 주박(呪縛)의 영역을 지나고, 신계와 명부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물의 나라와 바람의 나라를 지나, 길고 험난한 여행의 끝에서 고리골이 멸망했던 이유와 '창합의 서' 서판의 정체, 제강의 본 모습이 마침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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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紅龍)의 나라 2권(구. 고리골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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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700년이 지난 어느 날 홀연히 귀매 고리골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동방 천신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리골 외에도 무사(巫師)들은 많았으며, 인간들의 숭배는 계속되었기에 자신들의 세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600년이 지나 중국 명나라 말기, 동방의 천신들은 인간에게서 잊혀져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봉인된 '창합의 서'와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존재는 고리골을 찾아야 했다. 천신들은 도홍경에게 이 중대한 임무를 맡기고 지상으로 파견한다. 도홍경은 강서성 용호산의 도교 사원 건원관에서 고리골의 후예라는 신분을 숨기고 남장을 한 채 살아오던 18세의 소녀 원제강을 찾아낸다. 원제강과 죽마고우였던 백련교 교주 진진부도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창합의 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천신들이 파견한 귀신장 종규도 가세하여 네 사람의 일행은 천산으로 향한다. 한편 지상신들의 왕 동악대제가 고리골은 자신의 물건이라며 제강을 노리고, 음귀들과의 계약으로 인간계와 신계의 유일무(唯一巫) 자리를 노리는 흑무사 흑휘도가 제강을 제거하고 '창합의 서'를 손에 넣으려 하고……, 이들은 숱한 귀물과 마물과 싸우고, 결계(結界)와 주박(呪縛)의 영역을 지나고, 신계와 명부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물의 나라와 바람의 나라를 지나, 길고 험난한 여행의 끝에서 고리골이 멸망했던 이유와 '창합의 서' 서판의 정체, 제강의 본 모습이 마침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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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紅龍)의 나라 3권(구. 고리골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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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과 귀매족, 道士와 武士와 巫師가 신계와 인간계를 넘나들며 깊고 장중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다신교인 마니교의 대사제는 예수의 출현과 만신계의 붕괴를 목격하고 왕에게 처형되기 직전, 서방 신들의 기운을 봉인한 ‘창합?闔의 서書’를 완성하고, 그의 제자에게 동방 천신들에게 이 위기를 전하고, 훗날 서방 신 부활을 꾀하려 한다. 마니의 제자는 동방세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천산(天山)의 눈 속에서 죽었지만, '창합의 서'는 동방 천신들에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창합의 서'에 봉인된 강력한 기운에 두려움을 느낀 동방 천신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세계를 훼손할까 우려해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감춰버리기로 결정한다. 당시만 해도 그들에게는 인간세계와 자신들을 강력하게 연결해주는 존재, 귀매 고리골(古?骨)이 있었기에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700년이 지난 어느 날 홀연히 귀매 고리골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동방 천신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리골 외에도 무사(巫師)들은 많았으며, 인간들의 숭배는 계속되었기에 자신들의 세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600년이 지나 중국 명나라 말기, 동방의 천신들은 인간에게서 잊혀져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봉인된 '창합의 서'와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존재는 고리골을 찾아야 했다. 천신들은 도홍경에게 이 중대한 임무를 맡기고 지상으로 파견한다. 도홍경은 강서성 용호산의 도교 사원 건원관에서 고리골의 후예라는 신분을 숨기고 남장을 한 채 살아오던 19세의 소녀 원제강을 찾아낸다. 원제강과 죽마고우였던 백련교 교주 진진부도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창합의 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천신들이 파견한 귀신장 종규도 가세하여 네 사람의 일행은 천산으로 향한다. 한편 지상신들의 왕 동악대제가 고리골은 자신의 물건이라며 제강을 노리고, 음귀들과의 계약으로 인간계와 신계의 유일무(唯一巫) 자리를 노리는 흑무사 흑휘도가 제강을 제거하고 '창합의 서'를 손에 넣으려 하고……, 이들은 숱한 귀물과 마물과 싸우고, 결계(結界)와 주박(呪縛)의 영역을 지나고, 신계와 명부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물의 나라와 바람의 나라를 지나, 길고 험난한 여행의 끝에서 고리골이 멸망했던 이유와 '창합의 서' 서판의 정체, 제강의 본 모습이 마침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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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紅龍)의 나라 4권(구. 고리골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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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의 드라마!

신들과 귀매족, 道士와 武士와 巫師가 신계와 인간계를 넘나들며 깊고 장중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다신교인 마니교의 대사제는 예수의 출현과 만신계의 붕괴를 목격하고 왕에게 처형되기 직전, 서방 신들의 기운을 봉인한 ‘창합?闔의 서書’를 완성하고, 그의 제자에게 동방 천신들에게 이 위기를 전하고, 훗날 서방 신 부활을 꾀하려 한다. 마니의 제자는 동방세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천산(天山)의 눈 속에서 죽었지만, '창합의 서'는 동방 천신들에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창합의 서'에 봉인된 강력한 기운에 두려움을 느낀 동방 천신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세계를 훼손할까 우려해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감춰버리기로 결정한다. 당시만 해도 그들에게는 인간세계와 자신들을 강력하게 연결해주는 존재, 귀매 고리골(古?骨)이 있었기에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700년이 지난 어느 날 홀연히 귀매 고리골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동방 천신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리골 외에도 무사(巫師)들은 많았으며, 인간들의 숭배는 계속되었기에 자신들의 세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600년이 지나 중국 명나라 말기, 동방의 천신들은 인간에게서 잊혀져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봉인된 '창합의 서'와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존재는 고리골을 찾아야 했다. 천신들은 도홍경에게 이 중대한 임무를 맡기고 지상으로 파견한다. 도홍경은 강서성 용호산의 도교 사원 건원관에서 고리골의 후예라는 신분을 숨기고 남장을 한 채 살아오던 20세의 소녀 원제강을 찾아낸다. 원제강과 죽마고우였던 백련교 교주 진진부도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창합의 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천신들이 파견한 귀신장 종규도 가세하여 네 사람의 일행은 천산으로 향한다. 한편 지상신들의 왕 동악대제가 고리골은 자신의 물건이라며 제강을 노리고, 음귀들과의 계약으로 인간계와 신계의 유일무(唯一巫) 자리를 노리는 흑무사 흑휘도가 제강을 제거하고 '창합의 서'를 손에 넣으려 하고……, 이들은 숱한 귀물과 마물과 싸우고, 결계(結界)와 주박(呪縛)의 영역을 지나고, 신계와 명부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물의 나라와 바람의 나라를 지나, 길고 험난한 여행의 끝에서 고리골이 멸망했던 이유와 '창합의 서' 서판의 정체, 제강의 본 모습이 마침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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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紅龍)의 나라 5권(구. 고리골 개정판)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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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의 드라마!

신들과 귀매족, 道士와 武士와 巫師가 신계와 인간계를 넘나들며 깊고 장중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다신교인 마니교의 대사제는 예수의 출현과 만신계의 붕괴를 목격하고 왕에게 처형되기 직전, 서방 신들의 기운을 봉인한 ‘창합?闔의 서書’를 완성하고, 그의 제자에게 동방 천신들에게 이 위기를 전하고, 훗날 서방 신 부활을 꾀하려 한다. 마니의 제자는 동방세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천산(天山)의 눈 속에서 죽었지만, '창합의 서'는 동방 천신들에게 발견되었다. 그러나 '창합의 서'에 봉인된 강력한 기운에 두려움을 느낀 동방 천신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세계를 훼손할까 우려해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감춰버리기로 결정한다. 당시만 해도 그들에게는 인간세계와 자신들을 강력하게 연결해주는 존재, 귀매 고리골(古?骨)이 있었기에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700년이 지난 어느 날 홀연히 귀매 고리골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동방 천신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리골 외에도 무사(巫師)들은 많았으며, 인간들의 숭배는 계속되었기에 자신들의 세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600년이 지나 중국 명나라 말기, 동방의 천신들은 인간에게서 잊혀져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천산의 얼음호수 속에 봉인된 '창합의 서'와 그 봉인을 풀 수 있는 존재는 고리골을 찾아야 했다. 천신들은 도홍경에게 이 중대한 임무를 맡기고 지상으로 파견한다. 도홍경은 강서성 용호산의 도교 사원 건원관에서 고리골의 후예라는 신분을 숨기고 남장을 한 채 살아오던 21세의 소녀 원제강을 찾아낸다. 원제강과 죽마고우였던 백련교 교주 진진부도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창합의 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고, 천신들이 파견한 귀신장 종규도 가세하여 네 사람의 일행은 천산으로 향한다. 한편 지상신들의 왕 동악대제가 고리골은 자신의 물건이라며 제강을 노리고, 음귀들과의 계약으로 인간계와 신계의 유일무(唯一巫) 자리를 노리는 흑무사 흑휘도가 제강을 제거하고 '창합의 서'를 손에 넣으려 하고……, 이들은 숱한 귀물과 마물과 싸우고, 결계(結界)와 주박(呪縛)의 영역을 지나고, 신계와 명부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물의 나라와 바람의 나라를 지나, 길고 험난한 여행의 끝에서 고리골이 멸망했던 이유와 '창합의 서' 서판의 정체, 제강의 본 모습이 마침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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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돈의 열쇠 1권

도서정보 : 조선희 | 2019-01-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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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타지문학상에서 <고리골>로 수상, 등단한 작가 조선희의 두 번째 장편 판타지 소설 『아돈의 열쇠』제1권 "예언단지"편. 인간 내면의 고뇌와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세계를 구할 운명을 타고난 달의 아들 페이로스는 강력한 왕국 라텐의 하나밖에 없는 후계자이다. 희대의 비극속에 조인족(鳥人族)의 여왕에게서 태어난 아들, 페이로스를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왕은 다른 자식들을 죽이고 만다. 한편, 피바다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쿼리안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야심을 키워나간다.

조인족의 최고 전사 아쉬스에게 사랑을 느낀 페이로스의 몸에는 조인족의 증표가 나타나고, 쿼리안에 의한 음모에 빠져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이성과 감성, 의무와 욕망 사이의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한 남자의 운명을 찾기 위한 여행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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