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왔어 우리 딸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 난다 | 2016년 07월 2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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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은재는 염색체가 하나 더 많다.
이를 우리는 다운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은재를 보면 당신과 내가 보인다.
은재는 우리 딸이다.

"다운증후군은 병명이 아니다. 특별한 염색체가 발생시키는 여러 불편함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은재는 특별한 염색체를 타고났지만 알고 보니 그런 친구들은 많았다. 동시에 모든 아이가 그렇듯이 은재라는 아이는 단 하나다. 나는 아이의 고유성과 일반성 사이에서 갈등했다. 내 특별한 아이가 평범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세상 모든 아이는 일반적으로 빠짐없이 특별하다는 걸 잘 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prologue 「은재」중에서

저자소개

서효인

은재는 지금도 건넛방에서 동요를 듣고 있다. 노래를 좋아하고 자주 웃어주는 은재. 나 또한 노래와 웃음을 좋아한다. 음악과 유머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마지막 열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 모두 잘하고 싶었다. 거의 실패하지만 늘 시도한다. 노래하듯 글을 쓰고 농담하듯 문장을 매만진다. 실패하면 세상이 끝장나기라도 할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지금 내 마음은 조금 아프고 조금 괜찮다. 은재가 제법 커서 가나다라를 리드미컬하게 외울 즈음에야 완전히 알게 될까. 그때 나는 몇 살 정도나 되었을까. 노래하며 웃고 있을까.

실패의 기록을 되짚는 심사가 복잡하다. 2006년 처음 시를 발표하였고 2010년 시집『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을 내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듬해에는 김수영문학상을 받았고 수상시집으로『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을 냈다. 진지한 뻔뻔함을 즐겼고 그 뻔뻔함에 아연실색한 운수가 엉겁결에 내게로 향했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산문집『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를 냈다. 쓸데없는 열정의 느긋한 발산을 즐기는 편이다. 음악과 유머는 거기에 닿아 있다. 시와 문학은 다르다. 세상을 구원할 힘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세상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어쩌면 구원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일을 여기에 하나 더 부려놓았다. 글을 쓰는 게 어렵지만 즐겁다. 참말 다행이다. 건넛방에서 한참을 놀던 아이가 드디어 잠에 빠져들었다. 입술에 침을 묻히고 아이의 코에 바짝 댄다. 은재의 숨결이 살갗에 닿는다. 살아 있구나, 살아 있어서 더 오래 글을 쓸 수 있겠지. 다행이다. 이 글을 읽어줄 당신의 숨결 또한 바로 곁이다. 당신을 오래 바라볼 것이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기어코 온다면, 우리 노래하자. 춤추자. 마음대로 소리지르자. 함께 웃자. 그것이 바로 사람이 가진 사랑恩의 재능才.

역자소개

은재는 염색체가 하나 더 많다.
이를 우리는 다운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은재를 보면 당신과 내가 보인다.
은재는 우리 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서효인이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나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이 두 권을 낸 바 있지요.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그의 시력(詩歷)에 반짝반짝 유명세 좀 탔겠지 싶었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그를 야구 칼럼니스트로 아는 이들을 더 자주 만났던 것도 같습니다. 그가 쓴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라는 제목의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가 인기리에 팔린 적 있거든요. 시보다는 야구가 대세이니 따지고 보자면 시와 야구를 양팔에 둔 저울질은 애초에 공평한 게임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확실히 알아버린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시든 야구든 입소문에 주효한 건 서효인의 ‘입담’ 때문이다, 라는 사실을요. 진심을 담보로 한 말하기의 힘은 셀 수 없이 참 센 것이었고, 효인만의 주특기를 이 입의 힘이라 말하는 데 모두들 주저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걸 완벽하게 증명해 보이는 한 권의 신작을 선보입니다. 시인 효인이 다운 소녀 은재를 얻고 진짜배기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낸 『잘 왔어 우리 딸』을 들고서 말이지요. 효인의 딸 은재는 스물한번째 염색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하나 더 많습니다. 이를 우리는 다운증후군이라 부르지요. 그러나 은재가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이 쓰이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은재가 태명 땅콩이로 불리던 시절 효인의 선배이자 편집자인 저 사이에 이런 소소한 일화가 있었거든요.

“효인이가 어느 날 아이 아빠가 됨을 알렸을 때 나는 그만 그에게 ‘서정자’라는 별명을 얹어주게 되었다. 불쑥 정자왕 서정자가 왜 연상이 되었단 말인가. 그런데 서정자는 왜 이렇게 입에 찰싹 붙더란 말인가. 덜컥 아이를 갖고 결혼을 하게 된 시인의 삶이란 당사자나 지켜보는 이들에게나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 나는 뱃속에 있는 아이의 먼 미래를 생각하며 효인에게 책을 제의했던 것 같다. 다 자기 먹을 것을 타고난다고 하지 않더냐.”

그저 철없는 시인 후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은재아빠가 된 후에 효인은 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결혼한 사람 앞에 붙는 상투적인 ‘어른’이 아니라 한 아이와 한 여자와 한 가족, 그리하여 우주라는 이 세계까지 넉넉히 끌어안고 따뜻하게 품어낼 수 있는 이유 있는 여유가 생긴 ‘큰 어른’이 되었다고 할까요. 효인의 은재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다운증후군은 병명이 아니다. 특별한 염색체가 발생시키는 여러 불편함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은재는 특별한 염색체를 타고났지만 알고 보니 그런 친구들은 많았다. 동시에 모든 아이가 그렇듯이 은재라는 아이는 단 하나다. 나는 아이의 고유성과 일반성 사이에서 갈등했다. 내 특별한 아이가 평범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세상 모든 아이는 일반적으로 빠짐없이 특별하다는 걸 잘 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prologue 「은재」 중에서

대학 시절부터 사귀던 후배와 흔한 말로 ‘속도위반’ 딱지 대신 태명이 ‘땅콩이’였던 은재를 얻게 된 효인의 이야기는 너무도 솔직해서 가독의 힘과 집중의 힘에 그 박차가 무한으로 가해짐을 느낍니다. 돈 걱정에 집 걱정에 부모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하는 보통 우리네 삶과 다른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효인의 이야기는 사실 읽는 내내 내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가 않았습니다. 지나고 나면 시쳇말로 지긋지긋하다 할 연애와 결혼과 임신과 출산의 하루하루들, 따지고 보자면 이러한 삶을 결정한 이들 가운데 이 반복되는 순환 논리로부터 이탈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빤한 것도 같지만 저마다 특별하고 각별하기에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책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듯이요.

결혼 전 느닷없이 생긴 아이, 그러나 무한 긍정 효인이는 세상살이의 통과의례를 하나하나 잘도 빠져나갑니다.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식을 치르고 아내의 입덧을 함께 겪으면서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일. 이 싸움에서 나는 필연적인 패배자다”라는 명 구절을 읊조릴 줄도 알게 되지요. 뱃속에서 땅콩이가 자라는 열 달 동안, 은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열 달 동안, 변화해가는 아내의 몸과 마음을 지키면서 효인은 여자이며 동시에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구하게 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은재가 아니었다면 은재아빠라는 이름으로 더 근사한 남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입덧이란 것은 사랑하는 여자 앞의 남자를 고통 속에서 한없이 쭈그러지게 한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전쟁과 호환마마를 모두 흘려보낸 경험 많은 노인의 표정처럼 진득한 인내심으로 이 고통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나로서는 당신의 짜증 비슷한 폭발을 받아주는 것이 맞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내가 사랑했기에 생긴 하나의 생명을 제 속에 두고서 넓디넓은 바다에서 맘껏 헤엄치는 생명의 활달한 움직임에 몸 여기저기 쑤시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입덧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아내의 삶이 다채롭고 반짝거렸으면 좋겠다. 충분히 빛이 날 만한 여자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여 안쓰럽다. 내 탓 같아서 미안하다. 아이가 주는 애틋함과 따뜻함과는 별개로 아이 엄마로 사는 현실의 무게를 내가 오롯이 다 들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아름답고 현명한 그녀의 인생이 이렇게 결정나는 건가.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다」 중에서

그리고 은재는 태어났습니다.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숨을 골라야 했던 은재. 바로 앰뷸런스에 타야 할 정도로 위급했던 은재.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관계를 묻는 칸에 ‘아버지’라고 쓸까 아니면 ‘父’라고 쓸까 고민했”던 효인은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손바닥을 반으로 가르는 직선의 손금.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의 먼 간격.
치켜뜬 듯 올라간 눈꼬리, 낮은 코.
심장 기형과 갑상선 저하의 가능성.
느리지만 결국 다 해내는 아이.
-「기대해도 괜찮을까」 중에서

정체불명의 다운증후군. 태어나자마자 은재를 입원시키고 수술시키고 무사히 집에 데려오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 속에 효인은 비로소 저 자신을 그리 키웠을 제 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이해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특유의 오지랖으로 장모와 처제는 물론 고모가 된 동생까지 그들을 헤아리게 된 넉넉한 마음 품새가 어디서부터 촉발되어 확산됐는지 그 연원이 은재로부터 비롯함을 아는 까닭에 입가에 흐뭇한 웃음을 머금은 채 책장을 넘길 수 있었지요. 리듬감과 재치로 번뜩이는 문장이 제 역할을 다해주는 바도 물론 크지만 둥글게 더 둥글게 원을 그려가며 파동을 퍼뜨리며 넓혀가는 사랑이, 그 사랑의 예쁨이 눈물처럼 투명한 진실이어서는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은재가 아니었다면 나날이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효인의 하루하루가 이렇게 기록될 수 있었을까요.

훗날 시간이 지나 내 이웃 중에 누군가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설령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축하를 건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마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일말의 선의가 널리 확장된 세계에 우리가 산다면 가능할 테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됨을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란 그런 것이니까.
-「아이들은 결국 다 한다」 중에서

은재가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는 꽤 큽니다. 은재의 숙제는 고통이 아니라 우리들의 부끄러운 책임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공동체에서 사는가, 하는 물음표이지요. “다운복지관은 노원구 화랑대역에 있다. 거기에만 있다. 우리나라에 다운복지관은 한 곳뿐이다.” “세상은 참 이상한 것 같다. 아픈 아이의 자세와 걸음마, 언어와 인지를 도와주는 병원은 별로 없지만 멀쩡한 어른의 다이어트, 오뚝한 코, 눈 밑 애굣살을 위한 병원은 많다”라고 한 효인의 진술처럼 시선을 달리한 채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하면 침묵 속에서 자유로운 자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누군가의 거창한 구호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 있으면서 소소한 간판 바라보기에 우리는 얼마의 시간을 썼던가요.

저는 젊었을 때 발표한 소설에, 장애를 갖고 성장해가는 맏아들을 위해 세계의 모든 것을 정의해주겠다는 덧없는 꿈을 썼습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없었지만, 지금도 뭔가에 대해 아들이 이해하고 또 웃어줄 것 같은 사물의 정의를 여러모로 생각하는 제 자신을 봅니다.
-오에 겐자부로, 「자력으로 정의하는 것을 꾀한다」,『말의 정의』 중에서

효인은 얼마 전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은재에게 여동생 은유가 생긴 것이지요. 여러모로 닮았으나 또한 다르기도 할 아이들. 이 책을 만들면서 동시에 떠오른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오에 겐자부로였습니다. 지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큰아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여러 권의 책에서 증명이 된 바 있지요. 어쩌면 그의 문학 세계를 탑처럼 견고하면서도 단단하게 쌓아올린 주춧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맏아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만, 간만에 그의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오에 겐자부로와 똑 닮은 효인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꼭 닮아 있는 효인의 문학 세계가 그처럼 오랜 시간 깊어지고 나날이 웅숭깊어질 기대, 은재가 있어 하게 된다고 한들 무리는 아니겠지요. 아무래도 은재는 효인을 위해 이 세상에 왔나봅니다.

*추천글
허수경(시인): 시인 아빠 효인이가 다운 소녀 은재를 얻고 기록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참 짠했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내며 아, 삶은 이렇게 기이하고도 슬프다가 결국은 아름다워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독일에 살고 있는데,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 나라에 장애우가 이렇게 많다는 것이 참 의아했었다. 거리에서 인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맹인들, 휠체어를 탄 채 씩씩하게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하반신 마비인 청년, 빵가게에서 빵을 사고 있는 다운 소녀들...... 독일인들은 장애우를 사회의 한구석으로 쫓아내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장애우를 껴안고 함께 살아간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장애우를 분류해서 살인했던 나치 시절의 끔찍한 경험에 대한 반성이 앞서 놓여 있을 것이다. 그후로 나는 장애우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이 나라 이 사회 이 거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이 사회에 살 권리가 보장되겠다는 안심과 함께. 엘리자는 내 독일인 친구다. 이제 스물한 살이 된 그녀를 처음 알았을 때가 열한 살이었으니 10년 지기인 셈이다. 그녀도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얼마 전 내 생일에 그녀가 전화를 했다. “건강하고 행복해. 그리고 마음 단단하게 먹고 잘 들어. 나, 오늘 너를 보러 못 가. 슬프겠지만 꿋꿋하게 생일 보내. 나, 오늘 춤 연습 하러 가야 해.” 거의 1년을 엘리자는 그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기 위해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엘리자의 말대로 그녀가 오지 못해 슬펐지만 나는 꿋꿋하게 생일을 보냈다. 기이하고도 슬프다가 결국은 아름다워질 수도 인생이여.

정용준(소설가): 이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효인의 딸인 은재가 참으로 부럽다는 것이었다. 세상의 어떤 여인이 아직 글자도 읽기 전에 아버지로부터 이토록 근사한 편지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다음으로 효인의 아내가 부러웠다. 이 글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녀의 남편보다 좋은 사내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는 필력을 지닌 효인이 부러웠다. 우리는 고등학교 친구로 처음 만났고 세월이 흘러 글을 쓰는 동료로 다시 만났다. 열여덟의 효인은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로 운동장에 서 있었는데 서른의 효인은 포수 글러브를 끼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골키퍼와 포수. 그것이 주는 이미지가 딱 서효인이다. 누군가 내게 효인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골대를 지켜내며 날아오는 공을 척척 받아내는 사람입니다.” 사실 이 글을 읽기 전엔 효인이 이렇게 괜찮은 친구인지 잘 몰랐다. 은재의 아버지가 됨으로써 더 근사한 남자가 된 것이다. 초보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모두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를 어떻게든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매일을 살기로 작정하는 이들만이 부모가 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와 고민으로 아들과 딸에게 “잘 왔어!”라고 말해주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효인은 이 글을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딸은 이 반성문을 세상에 없는 러브레터로 기억할 것이다. 나는 이 반성문을 세상에 없는 최고의 시집으로 기억할 것이다.

목차소개

prologue 은재


1부 둘의 마음
내게 가장 적절한 속도
우산을 같이 썼던 날
어서 와, 지구는 처음이지?
결혼식 전에 해야만 하는 일들
긴 여행이 시작되려고 해
좋았다
엄마가 말하길
아내의 배가 불러온다
입덧이란 무엇인가
선뜻 내키는 대로
그 겨울의 어떤 날
너를 기다리는 겨울
마음의 창고는 늘
며칠 남지 않았다

2부 셋의 정적
땅콩이가 왔다
세상 없던 것이 생기는 순간
그때 네 표정을 기억해
괜찮아, 잘 왔어
길 위에서
Down Syndrome
땅콩이의 첫 사진
생각 풍선이 줄어든다
신은 실수하지 않는다
기대해도 괜찮을까
택시에서 생긴 일
신생아집중치료실의 보스
초유 20밀리리터
우리 은재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
아파 만나고 나아 헤어지는
무거운 종이 한 장
용기와 지혜가 필요해
울다가 웃다가
아내라는 이름의 미래
아이처럼 그리고 강처럼

3부 하나의 존재
고모가 된 동생
할머니가 된 엄마
이모가 된 처제
외할머니가 된 어머니
너의 심장이 제대로 뛴다면
꿈을 꾸었다
하루에 세 번 아프고 수없이 예쁜 아이
상처를 소독하는 일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무장갑을 낀다
여러 다행스러운 일들
은재가 집에 왔다
수유는 키스처럼
아이들은 결국 다 한다
용기를 얻는다

4부 수많은 가능성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지
걱정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카메라를 들고 손을 잡고
남편은 게으르고 세상은 부지런해
잘 지내시죠? 저희는 잘 지내요
조심조심 고속도로
화장실의 몽둥발이들
짧은 여행의 옹알이
병원은 싫어요
무엇보다 밸런스
유일하게 반짝이는 하나의 점
반가운 똥냄새
괜찮아, 잘될 거야
어느 출근하기 싫은 날
가을, 은재의 심장 소리
다시 두 줄이다
삶은 이렇게 지속된다
은재 너는 마법사야

epilogue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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