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인문학 탓이야

인문학협동조합 | 알마 | 2014년 12월 0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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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연애를 성찰해야 할 시간
적어도 젊은 세대에게는 ‘연애’가 가장 많이, 그리고 진지하게 이야기되는 화제다. 연인도, 솔로도, 썸남썸녀도 누구나 연애를 의식하며, 연애를 잘하기 위해 고민한다. 물론 예전부터 연애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였지만, 지금처럼 사회적 압박이 될 만큼 의미 부여가 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이상異狀 열기는 분명 2000년대 이후부터 심해진 면이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현재 유통되는 연애담론의 논리 구조상 공통점이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누구나 연애를 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렇게 연애를 당연시하는 풍조를 ‘연애지상주의’라 부른다면, 그 ‘주의主義’ 곧 이데올로기가 양산해내는 특유의 현상, 또는 폭력적인 사태들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한국사회에서 지금껏 거의 성찰되지 않고 그러려니 지나쳐왔다.
이 책의 필자 다섯 명은 우리 시대의 다양한 연애 풍경들을 짚어보면서, 관계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연애를 성찰해본다. 가히 ‘연애담론의 홍수’라고 할 만한 시대, 연애는 갈망되는 한편 강박되고 있다. 이러한 연애담론의 부상에는 어떤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조건에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오늘날 단순한 감정 이상이 되어버린 ‘연애’라는 관계의 형식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연애지상주의가 만연하게 된 사회적 상황을 분석하며 어떻게 연애해야 할지 궁구하는가 하면(정지민), ‘썸’이나 ‘섹드립’ 현상의 내면을 살펴보며 사랑의 정체를 가늠해보기도 한다(임세화). 또 “사랑을 재발명”하고 있는 ‘오타쿠’들의 사랑에 주목해 새로운 차원의 연애가 가능한지 모색한다(신현아). 이들은 모두 오늘날 생생한 연애의 현장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를 펼쳐나간다. 다른 한편으로 과거의 사랑들을 소환해 현재를 더욱 깊이 의미화하기도 한다. 1960, 70년대의 잡지 텍스트를 중심으로 사랑의 양상과 그 장소들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살피고(김만석), 식민지기 주류적 사랑의 대안이었던 ‘붉은 연애’ 개념을 전용해 오늘날 한국사회 소수자들의 연애를 옹호한다(허민).

글 한편 한편이 연애의 재발명
정지민의 글은 한국사회 연애담론의 전반적인 스케치로서 손색이 없다.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연애담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자 할 때 이 글이 많은 참조가 될 것이다. 정지민은 2000년대 이후 연애담론이 폭증한 현상을 통계 수치와 유행어 양면을 통해 제시하고, 이를 ‘자기계발적 연애담론’과 ‘세대론적 연애담론’ 두 축으로 분류한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연애담론은 이 두 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지민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의 석학들을 인용하며 이 시대 연애의 문제적 특징과 그 해법을 모색한다. 불안정하기만 한 ‘유동성’의 세계에서 ‘소비자적 합리성’에 사로잡힌 계산적인 인간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임세화는 2007년 소설로, 2013년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작가답게 산문의 아름다운 한 절경을 보여준다. 그의 문제의식은 ‘사랑-결혼-성’이라는 근대近代의 단단한 매듭으로부터 출발한다. 오늘날의 ‘섹드립’은 “사랑에서 성을 분리해내”는 흐름으로서, 필자는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을 통해 ‘섹드립’ 현상을 섬세하게 해체/분석한다. 그리고 역으로, 그렇게 성에서 분리된 사랑이 무엇일지 미셸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과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소설을 통해 찾아나선다.
임세화가 사랑에 관해 다소 정통적인 재발명을 암시한다면, 신현아는 전혀 새롭게 사랑을 재발명하는 길을 이야기한다. 바로 ‘오타쿠’의 사랑이다. 신현아는 “지금까지 사랑은 인간의 문제였다”고 선언/비판하며, 인간과 재생산의 굴레를 넘어서는 사랑의 방식을 제시한다. 3차원적 현실이 아닌 4차원적 리얼을 지향하는 오타쿠들의 세계에선 어떤 물건 혹은 신체의 토막마저 사랑의 대상이 된다. 신현아는 이 기이한 사랑의 논리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가장 미래적인 사랑을 그려낸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오타쿠를 더이상 변태가 아닌 사랑의 프론티어로 다시금 보게 될 것이다.
김만석은 연구적 가치가 돋보이는 글을 이 책에 수록했다. 글의 골간이 되는 ‘대지’와 ‘바다’라는 개념은 기시감이 있지만, 그가 원용하는 텍스트들은 문화사 연구의 재료를 뚜렷이 확장시켰다고 평가할 만하다. 영화와 드라마, 노래의 텍스트를 과감히 끌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이제껏 학계에서 연구된 적이 없던 잡지 《사랑》을 책 곳곳에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1960, 70년대, 즉 개인이 가장 억압되었다고 여겨지던 시기의 사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는 한편, 그것이 오늘날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허민의 글은 ‘소수자의 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낯설게 보게끔 환기해준다. 바로 러시아의 여성운동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1872~1952)의 ‘붉은 연애’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붉은 연애는 가부장적 주류 연애관에 대항하여 식민지기에 급속히 수용된 사상이다. 허민은 이 급진적인 여성-계급 해방론을 오늘날 다시 불러와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 장애인의 사랑할 권리, 성적 권리를 옹호한다.

젊은 인문학자들의 뉴웨이브
이 책은 본래 인문학협동조합이 2013년 기획한 ‘연애 in 문학’ 강의 시리즈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강연은 일상의 문제를 인문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실 인문학은 사람의 삶에서 시작되었건만, 점차 전문화되면서 보통사람들과는 관계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인문학 위기’의 진정한 진원지일 것이다. ‘연애인문학’ 강연은 으레 ‘인문학적’ 주제로 여겨지던 낡은 유산에서 벗어나, ‘삶을 성찰한다’는 인문학 본연의 정신을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필진은 다섯 중 넷이 1980년대 출생으로, 젊은 인문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연애에 대한 신선하고 재치 있는 이야기가 빼곡하다. 사실 어떤 것에 대한 관심만큼 그 대상을 잘 보이게 하는 것은 없는 법이다. 필자들 역시 ‘연애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연애의 시대’에 속한 세대인 만큼, 주제에 대한 강렬한 관심이 글을 이끌어나가는 큰 동력이다. 글 한편 한편이 연애의 새로운 흐름을 포착해내고 이를 독특한 관점으로 분석해 들어간다.
2007년 창비신인소설상과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수상자인 임세화, 신진 연애 칼럼니스트의 대표 주자 정지민, 아카데미 안팎에서 젊은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현아와 허민,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로서 깊고 진지한 통찰을 보여주는 김만석 등 쟁쟁한 실력의 필자들이 오늘날의 연애에 대해 말한다.

저자소개

김만석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되었다. 예술정치공간 ‘공간힘’의 디렉터이며, 연구모임 ‘지하생활자’의 공 동 운영자다. 미술 계간지 《포스트》와 시 전문 계간지 《신생》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 동인지처럼 발간되는 《지하생활자들》도 있으며, 공간힘에서 [마음대로 발간하는 찌라시]도 제작, 유포하고 있다. 2014년 3월 [옥상의 정치]라는 주제/소재로 광주-대구-대전-부산-서울에 있는 예술 공간에서 작품과 신체가 전시/활성화되도록 공동 기획했고, 같은 제목의 책을 기획, 발간하기도 했다. 이렇게 잡다하게 움직여서 궁핍한지, 궁핍해서 잡다로 움직이는지 모르지만, 새로 만나는 사람들 덕에 배부른 중이다.

신현아 무언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금의 20대는 토익책에 코를 박은 채, 짱돌을 들고 저항을 하지도 않으니 비정규직이나 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한창 들려올 즈음이었다. ‘짱돌’과 ‘토익책’으로만 양분되는 세계에서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언어를 찾고 싶었다. 그 결과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해온 ‘청년’이나 ‘저항’은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증표들을 ‘문학’ 안에서 캐내는 것은 조금 어색하다. 원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하는 흔한 오타쿠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생각 아래, 연구모임 aff-com(아프꼼)의 프로 보조원이자 래인커머(來人commer/rain commer)로, 또 연구자 생활정보지인 〈바람의 연구자〉의 편집위원 ‘불꽃남자 정대만’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임세화 1984년 대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순간을 좋아하고, 모두의 소소한 이야기 안에는 언제나 삶이 있다고 믿는다. 소설과 시를 읽고 쓰고 필사하며 20대를 보냈다. 연애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지만 사실은 아직도 연애가 알쏭달쏭 어렵기만 한 나날 속에 있다. 2007년 창비신인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정지민 1989년생.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강타한 2008년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 88만 원 세대의 부상과 함께 그 일원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다. 공부는 않고 쉼 없이 연애한 끝에 2011년에는 〈대학내일〉에 20대를 위한 연애칼럼 ‘연애의 맛’을 연재하기도 했다. 못 다한 공부를 다하고자 2013년 대학원에 입학했으나(동대학교 현대문학 석사과정), 바우만을 읽고 루만을 읽고 기든스를 읽더니 이번엔 문학공부는 않고 연애공부만 했다. 다행히 인문학협동조합을 만나 그렇게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연애 in 문학’ 강의를 기획하고 몇 차례 강의를 했다. 우리 세대의 연애에 대해 여기저기 글을 쓰고 있고, 지금은 1970년대 대중연애소설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허민 1982년생. 한국 근대문학-문화론을 전공했으며, 주로 식민지기 사회주의 지식문화(사)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최근에는 아카데미 바깥에서도 지속가능한 인문학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로 2013년부터 마음이 맞은 동료들과 함께 인문학 연구모임 ‘온수의 발견’을 만들어 강좌나 독서토론, 세미나 등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꾸려오고 있다. 아울러 인문학협동조합 연구환경정책위원회에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와 대학체제 분석, 학문 재생산 제도 등의 ‘연구노동’ 문제를 학술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문학 연구의 물적 조건을 살핌으로써, 자율적인 인문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자본에 포섭되지 않은 대안적 상상력을 창출하고, 앎과 삶이 일치되는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목차소개

연애의 시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_정지민
1. 지금은 연애시대?
2. 연애담론의 폭발, 왜 연애는 점점 더 갈망될까
3. 어떻게 어장관리는 모두의 기술이 되었나
4. 사랑의 오래된 문제들과 새로운 문제들
5.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보론: 나의 연애 공부 이야기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_임세화
1. 만약 사랑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면
2. 사랑의 수수께끼: ‘나의 마음은 사랑’인데 ‘당신의 마음은 섹스’
3. 사랑의 역사와 어떤 미래의 풍경들
4. 가닿지 못할 편지, 당신을 써내려가는 시간들
5. 시절의 사랑, 사랑했던: 당신이라는 세계로

변태하는 현실과 갈라지는 현실_신현아
1. 청년의 종말과 오타쿠의 출현
2. 변태하는 사랑과 4차원적 리얼
3. ‘리얼’에 대한 존중과 자기해명

대지와 바다: 역사적 사랑의 양상들_김만석
1. 해안선
2. 저 바다에 누워
3. 작업장: 몰래한 사랑
4. 사랑독본: 실패하여 이루어지는 사랑들
5. 산, 골목, 해변: 낚기, 헌팅, 까대기(1)
6. 산, 골목, 해변: 낚기, 헌팅, 까대기(2)

붉은 연애: 소수자의 사랑할 권리_허민
1. ‘붉은 연애’라는 기표
2.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의 집회
3. 그들의 ‘즐길 권리’를 알아야 할 의무
4. 가장 보통의 삶, 우리의 ‘사랑할 권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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