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다녀가시다

유순예 | 한국문학방송 | 2014년 02월 05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전자책 정가 5,000원

판매가 5,000원

도서소개

발 잘못 디디면 굴러서 냇물에 빠져버리는 비탈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학교에서 돌아온 친구들은 골목길에 모여서 공기놀이나 목자놀이를 했다. 사오십 분 거리의 논밭으로 우는 동생을 업고 젖 먹이러 갈 때는 뱀을 만나기도 했다.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이 제 발로 걸어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소를 몰아야 했다. 풀 뜯는 소가 흔드는 꼬리를 따라다닐 때마다 언니가 즐겨듣던 유행가 가사를 읊조리면 개울이 따라서 물소리를 흘렸다.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 주평리 후가막 마을을 이룬 그 곳의 바람, 햇빛, 흙…… 막 피어오르는 젖 몽우리를 훔쳐본 내 친구들이다. 하교 길, 풀숲에 던져두었던, 다람쥐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고구마를 찾아 한 입 가득 깨물어먹으며 집으로 오던 날, 아버지를 만나는 날은 또래 아이들의 영웅이었다. 이랴! 저랴! 워! 아버지의 달구지 모는 소리가 내 귀 안에 별처럼 박혀있다.
고향집 뒤뜰 배나무 가지가 까맣게 삭아 내리고 동구 밖 느티나무 둥치가 제 모습을 잃어갈수록 달구지와 화전에 젊음을 바친 아버지의 헛기침소리가 좋아졌다. 빈집만 늘어가는 고향 마을 고추밭에서 고추 대를 세우고 계실 아버지의 묵묵한 삶이, 아버지를 닮아 가는 내 삶의 부분들이 나를 자꾸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낙엽 위를 걷는 빗소리가, 방금 흙을 들어 올린 한 포기 풀이, 잠자는 나를 벌떡 벌떡 일으켜 세운다.
천둥소리로 계곡물소리로 내 가슴을 두드려놓고는 냉큼 달아나 버리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의 발목을 붙잡아서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시키고 싶다. 이 지구상에 오래오래 머물 수 있도록 든든한 집 한 채 지어주고 싶다. 나그네가 하룻밤 묵어가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집, 그런 집을 내 손으로 지어주고 싶다. 그 집이 빛을 발할 수 있을 때····· 아버지께서 옆에 계셨으면 좋겠다.
- 유순예, 시인의 말(책머리글) {단상(短想)}·

저자소개

■ 유순예 시인
△전북 진안 출생(1965)
△《시선》 ‘특별신인발굴’ 등단(2007)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하늘} 운영편집위원
△시집 『나비, 다녀가시다』

목차소개

시인의 말 | 단상

제1부 그러구다
나비, 다녀가시다
겨울, 저 흰 산
앵매기
감자
잘구
그러구다*
봄비
동구나무
가막재
분식점 아줌마가 립그로스를 바르는 이유
양심
내 마음의 발 씻기
보릿대들의 다비식

제2부 비가(悲歌)
비가(悲歌)1
비가(悲歌)2
가마솥
제비꽃
찔레꽃
지게 위에 핀 꽃
새로운 경전
인연
헐렁한 뼈
마음의 집
구들장

제3부 인골적(人骨笛)
민상이
용담댐
새벽에 오는 비
지금
하고 싶은 말
눈(雪)
설야(雪夜)
해탈
인골적(人骨笛)
나물을 다듬으며
석류
그날
밤비

제4부 숨통
달그림자
가벼워진다는 것
고장 난 트렉터
숨통
봄눈눈물
아랫목
만행(卍行) 3 -발굴
만행(卍行) 4
만행(卍行) 5
소리 나라
질경이
수경재배
호롱불

제5부 회생(回生)프로그램
찰밥을 먹으며
가랑잎 편지
후가막골 봄
자라는 나무에게 -아들을 위하여
빨간 모자
소 2
고장 난 시간
칡꽃
몸살
이장(移葬)을 하며
겨울밤
회생(回生) 프로그램
가족
비 오는 밤
청국장집 가막재에는 꽃들이 날아든다
아들의 용돈 사용 내역서
운명 - 빛과 그늘

맺음말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