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기×음악

영 다이, 위지영, 키라라, 애리, 조율, 황휘 | 글항아리 | 2023년 10월 16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16,000원

전자책 정가 12,000원

판매가 12,000원

도서소개

여성과 전기, 그리고 음악
우리를 나누거나 연결하는 세 가지 통로

여기 여섯 명의 음악가가 있다. 이들은 전기를 통해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한다. 랩톱을 비롯하여 각종 묵직한 전자기기들을 둘러매고서 국내외의 관중을 만나기도 한다. 평소에는 오랜 시간 방 안에 앉은 채 모니터 속의 파형을 들여다본다. 모니터 안에서 조각나고 합쳐지는 선은 이윽고 미래의 관객이 들을 음으로 변화한다.
전자음악가들에게 전기란 음악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물론 현대에서 전기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전기는 발견 이래로 꾸준히 인류의 삶을 변화시켜왔으며, 이로써 작동된 기계는 이전까지의 인류가 상상치도 못한 이기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 발전은 세상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바꿔버렸다. 음악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기 장치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작곡과 공연의 형식을 가져왔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그들이 되고자 했던 음악가가 될 수 있었”(181쪽)으며,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작곡을 하고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는 오늘날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하는 이 여섯 작업자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여성×전기×음악』은 이들이 ‘여성’과 ‘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서로 어떻게 이어지고 나뉘는지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다. 저자들에게 전자음악은“어제 내가 듣던 그 소리와 완전히 같”기에 “나에게 믿을 수 있는 소리”(89쪽)를 내는 것이며, “등을 올리고 믿음을 수행할 수 있는” (158쪽)로 작동되는, 그리하여 우리를 “까마득한 미래로 데려다줄”(224쪽) 무엇이다.
저자들은 전자음악가로서 겪어온 창작 과정부터, 그간 몰두한 직업적 화두, 그리고 지금껏 통과해온 각종 곡절을 그려낸다. 모든 개별적 삶의 굴곡이 그러하듯 그들이 마주했던 곡절은 각자 다른 모양을 띤다. 씬의 구성원으로 살며 겪어야 할 각종 불안과 체념, 제도권을 의식하는 아웃사이더로서 살아온 시간, MTF 트랜스젠더의 삶에서 겪어낸 두려움과 고민,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으로 마주한 폭력, 그리고 지나간 불행의 시간을 음악으로 새로이 재구성하던 과정, 나아가 창작자로서 마주한 자주성과 독립까지. 각 저자는 자신들이 만든 궤적의 모양을 조심스레, 또 용감하게 바깥으로 꺼낸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성’‘전기’‘음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갈림길과 교차로를 잇달아 만들어내며 창작자들 개개인의 삶을 조망한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이를 관객을 비롯한 타인과 나누는 과정은, 오늘 우리가 ‘예술’에 둘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한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컴퓨터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이를 통해 타자를 소리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작가들, 이 여섯 음악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오늘날 한국에서 전기로 음악을 만드는 여섯 음악가
그들이 모니터와 전선 속에서 빚어낸 음의 형태

오늘날 한국에서 ‘전자음악’이란 단어가 연상시키는 풍경은 어떤 것일까? 일렉트로닉 댄스뮤직에 빠져 있(던)는 이라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의 땀 냄새와 야광봉부터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국내의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홍대와 합정 또는 이태원 부근의 클럽에서 CDJ를 조작하는 무표정한, 혹은 활짝 웃는 얼굴들을 그릴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전자음악이란 이름은 반드시 공연과 기계의 이미지를 동반한다. 이 음악의 시작점이 전기 그리고 기계와 유착된 채 발전해왔으며, 공연 전‘입력된’ 곡을 연주하는 방식의 특수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적으로, 즉 인간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음이 증명된 1800년부터, 인류는 전기로 작동되는 각종 장치를 발명해왔다. 1821년의 전기 모터부터 1879년이 조명 전구, 1884년의 증기 터빈에 이르기까지.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은 기계들은 인류의 생활을 더 밝게, 빠르게, 편리하게 바꿨다. 동시에 이로써 기후 위기를 불러온 각종 발전을 가속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의미와 면모가 공존하는 전기의 활용은 예술 분야에서도 선명한 경로를 그려냈다. 1977년 뉴욕 브롱크스의 정전이 말미암은 대규모 (전자기기) 절도 사건은 도심에 각종 블록파티block party를 열게 했고, 이때 형성된 여러 크루는 “한때 로컬 장르에 불과했던 브롱크스의 음악”을 “‘힙합’이라는 이름”(180~181쪽)으로 대중화시킨다. 전자기기를 본격적으로 내부에 끌고 온 전자음악은 비트매칭beatmatching과 샘플링sampling 등 다양한 창작의 방법론을 진화시켰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 또한 그 과정을 선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몸담은 음악이 어떻게 전자기기와 결탁해왔는지, 또한 이를 통해 어떻게 씬scene이 형성되었는지 인지한 채 작업을 이어간다. 이 인지의 과정은 분명 필연적인 일로 보이는데, 전자음악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전기 그리고 기계라는 조건이 꾸준히 제 몸체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전자음악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음악가들은 “원테이크one-take로 녹음한 트랙”을 “라이브로 연주하기 위해 음원을 듣고, 다시 악보로 옮겨 적”(13쪽)기도 하며, 새로운 소리를 제작하기 위해“기록 가능한 형태의 다른 시간을 감지”(40쪽)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들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윈드스크린을 씌운 녹음기를 든 채 공항철도에 서서 기차의 소리가 가까워지길 기다리며, 튜닝이 풀린 기타를 연주하고, 모니터 속 음원의 파형들을 반듯하게 다듬는다.
이처럼 전자음악이 만들어지고 공연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상상되는 ‘음악 창작’의 과정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음악이란 단어가 쉬이 불러오는 보편적인 ‘기계 조작’의 이미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자음악이 만들어지는 길에서는“핸드폰의 녹음기를 켜”는 동작과 “기타를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162쪽)는 동작이 공존한다. 자신의 신체와 전자기기를 이용해 각종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이 여섯 음악가는, 스스로 창작하는 경로를 되짚어가며 지금껏 어떤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앞으로 만들어갈 음악은 어떤 모습일지 기록해나간다.

‘여성’이라는 이름 또는 단어, 혹은……?
각자 다르게 감각되고 이해되는 영역의 기록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전기’와 ‘음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의‘여성’은 다양한 함의를 품은 키워드다. 서로 다른 저자들의 글에서 ‘여성’은 개개의 맥락에 따라 계속하여 다른 의미를 확충해나간다. 각 글에서 저자들은 이 단어를 사전적 정의로 곧장 치환하는 대신, 자신들의 삶이 꾸준히 마주해야 했던 기표와 기의로서 다룬다.
여섯 편의 글 속에서 이 기표와 기의는 겹치거나 나눠지길 거듭한다. 누군가에게 ‘여성’은 내가 원치 않던 약자성이며, 내가 진입하길 바랐던 씬에서 수없이 배제되도록 만들었던 역할이다. 동시에 ‘여성’은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가 구분된 세상에서 갈구해온 사회적 역할이자, 세상에서 꾸준히 나쁜 생각이 들도록 만든 “아픈 말”이면서도 “나쁜 것”(85쪽)이다. 이러한 정의들은 옳고 그름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혹은, 나누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하나의 단어가 지닌 가능성을 손쉽게 요약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여성’이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논의를 불러오는 키워드라는 사실이다. 이 키워드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감각되며 저마다 다른 궤적을 남긴다. 때로는 구태여 의식할 일 없는 개념으로 남아 있기도 하며, 어떤 순간에는 삶의 매 순간 의식할 수밖에 없던 바로미터로 자리 잡는다.
여섯 작가는 이 의미를 간단히 압축하거나 포괄하는 대신에, 자신의 삶 속에서 이 단어가 어떤 방식으로 다가왔는지 치열하게 추적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들은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살핀다. 어느 갈림길에서 ‘여성’은 안팎을 나누는 확연한 경계로써 “왜 도대체 나 같은 사람에게 ‘여성 음악가’의 이야기를 하라고 하는 건지, 좀 야속하다”(81쪽)고 느끼게 만든다. 또 다른 기로에서 ‘여성’이란 “꽃처럼 취급받는 순간”(120쪽)을 불러오는 무엇으로도 보인다. “사건이 마무리된 미래의 위치”에서 “과거를 되짚”(221쪽)을 때, ‘여성’은 충분히 호명되지 않은 이름이며 꾸준히 고민되어야 하는 모습이다.
유의미한 주제들이 그러하듯, 이 책에서도 고민들은 쉬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곱씹어야 할 질문들과 지금 행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그려질 뿐이다. 주안점은 이 갈림길을 함께 굽어보는 일이다. 기나긴 고민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여성’은 충분히 해석되거나 탐구되지 못한 키워드다. 우리에겐 여전히 나누고 논해져야 할 의제들이 많다. 책의 저자들은 그 일로부터 고개를 돌리는 대신,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맞춘다. 여섯 편의 서로 다른 글에서 ‘여성’의 키워드를 좇아간 몸짓들은 이 단어의 외연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이야말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진실일 것이다.

음과 소리, 그리고 공연의 순간
나를 나로서 있을 수 있게 만드는 빈틈들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리사 로브너의 다큐멘터리, 「일렉트로니카 퀸스-전자음악의 여성 선구자들Sisters with Transistors」(2020)은 20세기 초의 테레민 연주자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컴퓨터 음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 전자음악가의 계보를 추적한다. 이들에게 전자음악이란 인류의 발전을 상징하는 기표, 그 이상의 것이었다. 전력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은 (남성 아티스트들이 거주하던) 주류에 편승하지 않더라도 독립적으로 음악을 창작하고 공연할 수 있게 했다. 20세기의 여성 음악가들은 새롭게 나타난 전자 악기를 본인들의 삶을 해방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음악가’를 가능케 할 통로로 본 것이다. 통로를 지나온 작가와 음악은 좀 더 풍성한 궤적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의 우리는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통로를 갖게 되었다. 역사가 쌓인 만큼 우리가 논할 수 있는 의제가 더 많아진 덕분일 테다. 그러나 이것을 ‘새로 생긴 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 안에 ‘여태 있었지만’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않은) 길’을 발견했다고 하는 쪽이 더 옳을 테다. 가령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던 갈래는 현실의 다양한 자리가 조명될수록 더욱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며 새로운 잔가지를 만들어왔다.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백인과 비백인, 엘리트 계층과 노동자 계층……. 이 잔가지들은 계속하여 새로운 갈림길을 만들며 세계를 확장한다. 전자음악은 그 사이에서 계속하여 꽈리를 틀거나 새로운 모양을 만들며 또 다른 음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제껏 여러 차례 증명된 것처럼, 미래는 이처럼 새롭게 만들어지는 잔가지들 사이에서 움틀 것이다.
물론 아직 이 갈림길들의 기록은 충분히 적히지 않았다. 사실은 아직도‘제대로’ 적히지 않았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여성’과 ‘전자’ 그리고 ‘음악’이라는 키워드가 불러오는 이미지와 텍스트들에는 아직도 드넓은 빈자리가 남아 있다. 『여성×전기×음악』은 그 빈 자리에 새로운 궤적을 그려 넣는 시도이자, 아직도 우리에게 얼마나 넓은, 또 다채로운(때로는 채워야 하고, 때로는 그대로 비워둬도 좋을) 빈자리가 있는지 보여주는 몸짓이다.

저자소개

영 다이
디제이, 프로듀서. 컴퓨터 뮤직 클럽의 멤버. 웃기지만 씁쓸하고, 무섭지만 끝까지 보고 싶은 것을 만든다. 서울, 호주, 미국에서 《Pizzapi》 《Threshold Value》 《Parallel Cosmo》 《Weather Z》 등의 앨범을 발매했고, 2019년부터는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한 사운드아트 프로젝트 「だいだい」(다이다이)를 진행하는 중이다. 2022년부터는 런던, 암스테르담, 브라티슬라바, 제네바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하고 있다.

위지영
제도와 비제도 사이에서 픽션을 쓰고, 클럽과 미술관 사이에서 사운드를 다룬다. 글과 소리를 비가시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같은 위상으로 병치할 때 발생하는 내러티브의 징후에 관심이 있다. 즉흥음악 퍼포머로서의 위지영은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저해하는, 숙련되지 않은 신체의 역치 탐색에 집중하고 있다.

키라라
이쁘고 강한 음악을 만든다. 네 장의 정규앨범을 냈고, 한국대중음악상에 6회 노미네이트되었으며 1회 수상했다. 베니스비엔날레와 프리마베라를 포함하여 12개국에서 공연을 했다. 내세울 것이 그것뿐이다.

애리
2018년 EP 《SEEDS》를 발매했고, 이후 싱글 《신세계》 《Virtual Song》 《Building》을 발매했다. 2019년에는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신인상을, EBS 헬로루키 with KOCCA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싱글·컴필레이션·피처링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작업자들과의 협업을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에는 SXSW 온라인 쇼케이스에 공연 영상으로 참여했으며, 저서 『그리고 일기가 남았다』를 발간했다.

조율
음악가. 닿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을 넓힌다. 2021년 정규앨범 《Earwitness》를 발표했다.

황휘
휘HWI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어왔다. 영상도 만든다. 2019년 데뷔 EP 《ExtraPlex》를, 2021년 업체eobchae의 사운드트랙 앨범 《The Deciders Chamber》을 발표했다.

목차소개

영 다이 - How tall is Yeong Die?
위지영 - Sound fart: 확신 없는 경종
키라라 - 여성 전기 음악 키라라
애리 - 구구절절
조율 - 단 하나의 곡을 듣고 그 곡을 만든 이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가
황휘 - 자동기계와 음악하기

참고문헌
이 책을 쓴 사람들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