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답사 일지

정병설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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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집을 떠나며

여행을 향한 갈망
여행으로 다시 태어나다 | 전 재산을 던진 여행 | 멀리서 온 벗

남원, 소설의 고향
「만복사저포기」와 황산대첩 | 정유재란과 「최척전」 | 예향 남원의 꽃, 『춘향전』 | 17세기 남원의 서양인들

군산, 강과 바다의 만남
금강 하구에서 | 짬뽕의 탄생 | 여행과 숙소 | 기벌포의 거친 바람

다른 나라: 벨라지오의 록펠러 학술센터

옛 서울 나들이
아름다운 수도 서울 | 조선시대 서울의 구획 | 북촌, 혜경궁의 본가 | 겸재의 진경산수로 본 서촌 | 남촌과 서민의 삶 | 소설에 미친 서울

궁궐 산책
궁궐 구조 읽기 | 낮은 담장과 검박함 | 궁궐의 일상생활 | 건축과 기물 | 창경궁 | 창덕궁 후원 | 창덕궁 | 낙선재 구역

다른 나라: 네덜란드 풍차 마을의 해질녘

다른 나라: 도쿄 디즈니랜드의 교훈

천주교 순교지를 찾아서, 전주에서 나가사키까지
이순이 루갈다의 순교 | 옥중 편지와 순교 유적지 | 숲정이로 가는 길 | 원본성과 현장성 | 일본 천주교 순교사 | 나가사키, 운젠, 소토메

노근리평화공원의 장미
진주 보도연맹 학살 사건 | 함양, 산청, 거창 학살 사건 | 노근리 학살 사건 | 현장의 의인들

동학 기행, 인간이 하늘인 세상
동학의 출발, 경주 | 보은, 촛불집회의 맥 | 황토현에서 우금치로, 동학농민혁명 | 동학의 오늘과 내일

다른 나라: 세계의 대학, 로마

안동 답답이들의 고을
하회마을, 병산서원, 영주 부석사 | 안동의 자부심 | 양반 마을의 이면 | 권정생과 한티재 | 하회별신굿탈놀이와 화전놀이 | 서원의 명암 | ‘안동 답답’이라는 말 | 이육사와 김시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하동과 광양
내 고향 함양 | 고향 노래 찾아가기 | 하동 금오산 | 광양 김 시배지 | 학술림과 풍수의 본향 옥룡사지 | 모든 일에 선후완급을 따져보라

집으로 돌아오며

목차소개

“여행을 하는 한, 인간은 인간일 수 있다!”
서울대 인기 절정 교양 강의 <한국문학과 여행>을 책으로 만나다

세상이 커다란 책과 같다면 여행은 그 책을 읽는 모험
순간을 사는 인간이 영원을 만나는 방법, 오직 여행뿐

『춘향전』 「만복사저포기」 소설의 고향 남원
「금강 하구에서」 『탁류』를 탄생시킨 군산의 역동
문학을 만나 상상력으로 역사의 공백을 채워가는 감동!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여행을 하고 싶어할까? 오직 인간만이 낯선 장소에 연약하게 노출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신기한 욕망에 대한 길고 상세한 편지 같은 글이 도착했다. 한 인문학자의 여행기, 정병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나의 문학 답사 일지』다.
『나의 문학 답사 일지』는 국문학자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역사와 문학의 자취를 탐구한 책이다. 여행기이자 문학 안내서, 장소의 역사책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지도 보기와 무작정 걷기를 좋아했다. 서울대에서 ‘한국문학과 여행’이라는 교양과목을 맡아 가르치면서 때때로 답사 다니고 여행하며 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춘향전』 「만복사저포기」 소설의 고향 남원, 혜경궁 홍씨의 친정이 있던 서울 북촌 등 문학으로 둘러본 장소는 모르던 곳처럼 새롭다. 궁궐의 주방인 소주방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궁녀와 환관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궁궐 빛나는 묘사가 독자를 더욱 깊은 여행의 세계로 이끈다. 『탁류』를 탄생시킨 군산에서 일제강점기와 근대 역사의 상처를 읽는다. 어쩌면 집중해서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장 떠나고 싶어져서, 밑줄 긋고 지도 보느라 마음이 바빠져서.
책은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가이드에서 볼 수 없는 연구자의 깊이 있는 지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은 궁극의 여행 안내서다. 사진 찍기 좋은 맛집을 소개하는 정보는 많으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여행에서 최고의 충만감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찾기 어려우니까. 이 책에는 약간의 해답이 있다. 저자는 여행할 때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과거의 역사와 당시 풍경을 마음으로 재현해볼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순간을 사는 인간도 도도한 역사의 일부로 존재를 확장해볼 수 있다. 상상력의 최대치를 발휘해 세상을 깊게 보게 하는 힘, 그 힘을 문학에서 찾는다. 그리고 여유를 가질 것. 본전 찾겠다고 결심한 분주한 마음엔 정복할 대상밖에 안 보인다!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놓치는 셈.
책은 여행지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감성적이고 생생한 묘사로 빛난다. 김과 빵을 좋아하는 식도락가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의외의 특별한 맛집 소개와 위트 넘치는 대목은 슬며시 웃음을 짓게 한다.

문학: 서울대 인기 절정 교양 강의!
국문과 문학 답사를 책으로 따라가자, 설렘 가득한 봄날의 신입생처럼
‘한국문학과 여행’은 서울대 인기 교양 강의다. 책은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썼고, 매년 떠나는 국문학과 답사기도 포함돼 있다. 덕분에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 활기찬 캠퍼스를 거닐듯, 배우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기분을 선사한다.
문학으로 본 세상은 비로소 생기를 얻어 장소성을 획득한다. 남원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광한루만 보았다면 다음번엔 만복사 절터에 가보면 어떤가? 마음으로 그려보는 「만복사저포기」는 낭만 그 자체다. 묘사도 발군이다.

만복사 절터에서 양씨가 윷놀이를 했을 법당과 옥영이 꿈속에서 만난 장륙불을 그려본다. 전쟁의 참화 때문인지 부모도 형제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던 양씨가 아름다운 여인과 꿈결 같은 잠자리를 가진 다음 새벽에 여인을 따라나선 길이 어디일지 찾아본다. 세상에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던 양씨는 생각지도 못한 사랑에 빠져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는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여인을 보지 못한다. 양씨가 아무도 못 보는 귀신이 된 여인을 보는 것처럼, 나는 절터에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양씨와 여인을 본다. 육백여 년이 넘은 만복사의 시간을 그려본다. _본문 중에서

『탁류』의 군산, 권력의 비화가 깃든 서울 궁궐 구석구석, 옛날에는 상업 지역이자 예술과 오락이 함께하는 문화 구역이었던 남촌 광통교 주변, 술집과 음식점이 많던 다동…… 이 책을 읽으면 떠나지 않고도 여행하는 일이 가능하다.

태초부터 인간은 여행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하는 인간’이었다. 여행을 하는 한, 인간은 인간일 수 있다. _본문 중에서

서울에 철도가 부설되고 철마가 달려오자 모든 사람이 우렁찬 소리에 놀랐다. 한국에서 근대의 표상은 무엇보다 소리였다.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그렸던 최남선은 「경부철도가」에서는 굉음을 울리며 고막을 때리는 철마 소리를 묘사했다. 그리고 이광수는 『무정』에서 전차 소리, 증기와 전기 기관 소리, 인력거 소리, 수레바퀴 소리, 나막신 소리로 근대를 실감했음을 보였다. _본문 중에서

이야기를 품고 궁궐을 바라보면 지금 놓인 전각만이 아니라 이제는 사라진 궁궐의 주방인 소주방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궁녀와 환관, 군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명령을 수행하는 무예별감의 모습까지 머릿속에 영상처럼 선명히 펼쳐진다. _본문 중에서

인생: 어떤 아름다움은 시간을 들여야만 볼 수 있다
여유, 사람, 알맞은 때. 충만감 가득한 여행을 위한 키워드
시종일관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슬그머니 미소 짓게 하는 의외의 여행 팁도 있다. 여행을 잘하려면?
우선 여유를 가질 것. 뽕 뽑으려 들지 말자. 지치고 바쁜 마음엔 뭘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자는 난생처음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다가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전환한 대오각성의 순간을 맞이한다. 당장 쉬어야 할 피곤한 몸임에도 아이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최적의 동선으로 최대의 효율을 꾀하고자 놀이 기구 ‘연구’에 여념이 없었는데…… 순간, 놀이기구에는 관심도 없는 듯 느긋하게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앗,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이후 그의 여행 셈법이 바뀌었다. 얼마를 지불했는지에 집착하지 않고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찾으려 했다.

놀이동산 안내서와 지도를 챙겨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많이 놀이 기구를 타고 즐길 수 있을지 공부했다. 아이들을 대신해 아빠가 연구해서 동선을 짜야 했다. 동선을 짜는 시간도 아까워서 가까운 데 있는 탈것을 기다리면서 정신을 집중하여 안내서와 지도를 읽고 분석했다. 연구를 끝내고는 서둘러 유모차를 밀어 바쁜 걸음으로 다음 놀이 기구로 향했다. 놀이 기구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아이들이 타고 내리면 바로 다음 놀이 기구를 타러 갔다. 대기가 곧 휴식이니, 한가로이 따로 쉬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놀이 기구를 하나둘 타면서 조급증이 좀 가라앉으니 주변 일본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 같이 비싼 돈을 내고 들어왔을 텐데 그들은 놀이 기구를 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놀이 기구보다는 군데군데 위치한 선물 가게에 손님이 훨씬 많았다. 놀이동산 치고는 꽤 분위기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싶었다. 한번 타고 내려오면 그만인 롤러코스터를 왜 타려고 하는 거지? 아내는 무서운 걸 싫어하고 아이들은 어려서 그리 즐기지도 않는 것을. _본문 중에서

그리고 사람과 시간을 본다. 그에게는 여행에 대한 작은 금언이 있다. “어디를 가느냐 이상으로 언제 가느냐가 중요하고 언제 가느냐 이상으로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여행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이다. 누구랑 가느냐 누구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 곁에 누가 있는지 보면 된다. 그 곁이 그 사람이고 그의 삶이다. 권력을 추구하는지, 돈을 추구하는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지, 인간을 추구하는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려면 수시로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_본문 중에서

그 멋진 풍경을 보러 꼭 해질녘에 찾아간다. 낮 시간에도 가보았으나 노을에 잠긴 감은사지만이 절정의 풍광을 드러낸다. 감은사지는 차라리 절집이 없어서 좋다. 절터로만 남아서 천년 세월이 바람에 씻긴 모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아무것도 없기에 그 빈 공간을 상상해 채울 수 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 채워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아름답다. _본문 중에서

역사: 아파도 마주해야 할 역사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법
인문학의 힘은 제한 없는 상상력에서 나온다
답사는 어제와 오늘의 만남이다.
인간은 순간을 살지만 순간적이지 않은 존재. 땅의 역사 위에 굳건히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영원의 시간성을 획득한다. 장소에 아로새겨진 역사는 때때로 아프다. 이제 겨우 이야기되기 시작한 비극. 보도연맹 학살 사건, 노근리 학살 사건의 현장을 찾아간다. 인간이 하늘인 세상을 꿈꾸고, 저항정신의 싹을 틔운 동학의 발원지를 추적한다. 안동에서는 양반문화의 명과 암을 직시한다.
때로는 직접 발로 밟는 답사보다 상상력으로 역사의 공백을 채워가는 과정이 더 감동적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현장과 사람을 떠올리려 애쓴다. 전주 숲정이에서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되짚으며 스무 살 남짓의 짧은 인생을 살았던 순교자 이순이를 생각한다. 숲정이는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하던 곳이다.
그는 비극을 직시하고 기억함으로써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고 한다.

배움: 진지한 학문의 자세
여행도 인생도 연구도 영원한 미완의 여정
스쳐지나가지 않고 깊게 바라보는 법. 오직 공부와 독서만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
어떤 아름다움은 시간을 들여야 보인다. 어떤 역사는 마음에 그려야 선명히 보인다.
아무리 다녀도 관심이 달라지면 계속 새로운 것이 보이는 답사다. 저자는 “갈 곳이 있다는 것, 봐야 할 것이 있다는 것, 다시 갈 이유가 생겼다는 것은 더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행복하다”라고 고백한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내일의 과제는 고통이 아니라 더 알고 싶어 궁금한 걸 찾아 떠나는 모험의 이유가 된다.
인생은 여행을 닮았다. 여행은 공부를 닮았다. 오늘 도착하면 내일 또 떠나야 하는 영원한 미완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연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유와 자료로 제한 없이 확장된다. 연구자가 낸 논문이나 책은 일정 시기에 그가 도착한 중간 기착지에 불과하니 연구는 언제 어느 경우라도 본질적으로 미완성이다. 연구는 더욱 깊어져야 하고 또 넓어져야 한다. 그래서 연구 여행도 계속된다.”(본문 중에서)
멀리 가려면 지쳐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하려면 조급해하지 말자. 그가 학자로서 아직 일군 것이 적어 조급하던 시절, 네덜란드 풍차 마을에서 얻은 깨달음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당시 나는 조급했다. (…) 책도 빨리 읽고 글도 빨리 썼다. 밤이고 낮이고 없었다. 밤의 휴식을 누리는 것은 사치고, 예쁘고 멋진 삶은 분수에 넘치는 일이었다. 그러다 이 풍차 마을에 들어섰다. 삶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앞을 향해 뛰고만 있던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건가 싶었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을 하며 살지는 생각하지 않고, 남들을 따라서 또 남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만 뛰며 살았던 것이다. 남들을 따라가는 삶이 정말 내 삶일까 싶었다.
내 길을 가자. 돌아보며 가자. 생각하며 가자. 쉬엄쉬엄 가자. 대신 멈추지는 말자.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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