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천추

차상찬 | 도서출판 포르투나 | 2023년 01월 2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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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서울서 수원(水原)이 팔십리, 거기서 또 다시 팔 구십리 떡점거리(?店[병점]) 오산(烏山)장터를 지나 진위(振威) 읍내서 다시 남으로 내려가면 평택(平澤)이라는 고을이 있으니 예전에는 충청도였지만 지금은 경기도 땅이며 삼남(三南)으로 통하는 큰 길가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앞에는 오산(烏山) 벌넓은 들판을 끌어안고 아래로는 능수버들이 봄마다 늘어지는 천안(天安) 삼거리로 통해 있으니 조그만 고을일 망정 무던히 긴요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때는 화평하고 백성들은 성덕을 노래하며 요순 건곤이 무사 태평하던 시절에 가을 추수를 막 끝마친 뒤이라 집집마다 노적더미, 창고마다 볏섬이다.
봄 여름 가을에 애써 일을 하던 시골 농군들은 일 년에 한번 한가한 때를 만났다고 따뜻한 사랑방에서 담배 연기를 퍽퍽 피우며 글을 아는 머슴을 추려 내어서 까므락 까므락 희미한 등잔 밑에서 밤마다 매일밤 특청 재청으로 심청전 춘향전을 소리 높여 읽을 때, 마굿간의 여물 먹는 송아지도 잠이 들고 먼촌의 개짖는 소리도 없이 고요한 밤.
한편 과거를 보아 장원 급제를 하여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보겠다고 동리 동리마다 양반의 서당에서는 머리 꼬리를 늘여논 도령님 꼬투상투에 관대가리를 뒤집어쓰고 흥겨워하고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몸을 흔들며 공자왈 맹자왈하면서 장단 맞추며 목청도 드높게 외우고 있었다.
눈 깊은 겨울철 설날도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 설은 몇밤이나 자면 온다지?』
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린다. 펄펄 날리는 눈이 한자 또 두자 넓은 대지를 은세계로 만들고 마을마다 봉오리마다 눈에 쌓여서 아무리 해도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것을 잘 나타내었지만서도 별안간 매서운 북쪽 바람이 쌀쌀하게도 휘몰아쳐 불어와서 천지를 분간도 못하게 눈보라 치던 그 순간에는 웬일인지 지금껏 평화스럽던 곳에 무슨 난리라도 일어날 듯이 고요히 잠들고 있는 평지에 무슨 풍파가 기어코 생길 것 같이 사람 사람의 머리에 생각이 떠오르게 되었다.
인조대왕 십 사년(仁祖大王 十四年) 병자 십이월 구일(丙子 十二月 九日[구일])에 북쪽으로부터 십삼만 대군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 우리나라로 침입한 적병이 있으니 그는 만주에서 새로 몸을 일으킨 황태극(黃太極)이란 괴걸(怪傑)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나아가 국호를 대청(大淸)이라 하고 용골대 마보대(馬保大) 두 사신을 보내어 우리나라에 국서(國書)를 가지고 왔으나 말이 너무 오만무례한 까닭에 조정에서 그를 받지 아니하고 거절하여 버렸더니 대청나라 임금은 거기에 크게 분노하여 그와 같이 대병을 친히 거느리고 불의에 침노하여 쳐들어왔다.

저자소개

일제강점기 「경주회고」, 「남한산성」, 「관동잡영」 등을 저술한 시인. 수필가, 언론인.

목차소개

저자에 대해
유방천추(遺芳千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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