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을 가리는 손 (문학동네 평론선)

서희원 | 문학동네 | 2022년 08월 1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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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비평을 통해, 그리고 인간을 향해”
서희원의 첫 평론집. 현대문학상 수상작 수록

2009년 문화일보에 「역사의 폐허를 재현하는 실재의 시선-편혜영과 백가흠의 소설」이, 같은 해 세계일보에 「근대 세계 체제의 알레고리 혹은 가능성의 비극-강영숙의 『리나』를 읽는다」가 평론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서희원의 첫번째 평론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이래 꾸준히 한국 현대문학의 최전선에서 비평가로 활동해온 그가, 몇 권의 책으로 묶일 수많은 원고들 속에서 가려내어 12년 만에 내어놓는 첫 단행본이다. 문학과 사회에 대한 폭넓고도 조밀한 관심을 바탕으로 힘있고 섬세한 문장을 써내려가는 서희원. 그의 ‘가리는 손’이 머무르는 곳은 비단 한국문학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와 사회현상, 나아가 음악과 세계문학에 이르기까지 광대무변하다. 『얼룩을 가리는 손』은 문학과 삶-문학과 사회가 간단없이 순환하는 살아 있는 광장이자, 보편과 특수가 교유하며 하나되는 문학의 본질 그 자체를 증명하는 도저한 글로 가득하다.
제목 ‘얼룩을 가리는 손’은 “세목 또는 디테일이라고 표현하는 세세한 것들” 다시 말해 문학의 다른 모습인 ‘얼룩’과 가공의 흔적이 없는 듯 위장-은폐하는 창작자의 손/얼룩이 품은 흔적을 짚어 분별-조사하는 비평가의 ‘가리는 손’에서 연유했다. ‘얼룩을 가리는 손’은 읽은 것을 쓰는 ‘비평’을 상징하는 말이자, 한 평론가의 문학관을 넉넉히 짐작하게 하는 단 하나의 문장에 다름 아닐 것이다. “손과 손이 무수히 뒤엉키는 과정”(‘책머리에’)에서 또하나의 문학은 탄생한다.

‘얼룩’은 대상과 시선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흔적이다. 얼룩은 세목이 놓인 자리로 시선을 이끄는 진실의 이정표이며 어떤 경우 세목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것은 대상 또는 대상을 통과해 바라보도록 되어 있는 이상적인 응시를 방해하고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킨다. 얼룩은 자신이 믿는 것을 보고자 하는 맹목적인 시선과 대상의 유착된 관계에 약간의 틈을 내며, 자동화된 사유를 일시 정지시킨다. 상징적 질서 속에서 얼룩은 빠르게 제거되어야 할 더러운 잉여나 불필요한 세부에 불과하지만 종종 그것은 보이지 않는 실재에 대해, 감추어진 삶의 진실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해준다.
_「소설의 얼룩」 에서


“책 그리고 삶이다. 책 또는 삶이 아니다.”
읽고, 쓰고, 사는 길목에서 발견한 삶의 세목들

“책 그리고 삶이다. 책 또는 삶이 아니다. 먼저 문학이 삶에 대해서 알려주고, 삶의 시행착오를 통해 실습을 하고, 좀더 세목을 잘 읽는 능숙한 독자가 되어 책으로 돌아오고, 좀더 삶을 잘 읽는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소설의 얼룩」)는 서희원의 문장은 『얼룩을 가리는 손』 전체를 관통한다. 이 각별하고도 의미심장한 문장의 영향 아래, 한 평론가의 고유한 비평세계가 축성되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보자.
1부,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에서는 김애란, 최제훈, 김희선, 정지돈, 오한기의 소설을 통해 읽기와 쓰기의 의미, 책과 삶의 관계성, 나아가 서희원의 문학적 인장이라고 볼 수 있을 ‘얼룩-세목’의 의미를 도출해내 한국 소설의 ‘지금’을 조망한다. 특히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노인을 위한 문학은 아직 젊다」에서는 세목이 세계로 확장하는 경이로운 순간과 젊음과 노화가 뒤섞이는 기이한 변증의 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2부, ‘한낱의 인간’은 세계 속의 한 개인을 파고드는 동시에 역사·사회와 상호작용하는 문학 속 인물들의 인생유전을 조명한다. 김영하의 『검은 꽃』 의 에네켄 농장 속 인물들, 강영숙의 『리나』 속 국경을 넘나드는 ‘리나’, 편혜영, 백가흠, 윤이형, 김이설 등의 소설을 통해 상상을 압도하는 재난과 실재의 스펙터클을 분석하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상흔 역시 낱낱이 들추어낸다.
3부, ‘Dies Irae’(라틴어로 ‘분노의 날’)는 “20세기가 이데올로기적 ‘폭력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탈정치적 폭력으로 과도하게 충만한 시대”(「폭력의 미래 혹은 문학의 진화」)임을 최진영, 박성원, 김유진의 소설을 통해 고찰한다. 문학작품 속 분노, 광기, 폭력, 죽음은 비판되어야 할 부정성의 한 양상이 아니라 문학에 부여된 운명이자 때로는 문학적 선택이라는 사실이 자못 새롭다.
4부, ‘이왕이면 책을 읽는 꿈으로’는 최제훈, 김언수, 정유정의 단행본에 바싹 다가서서 읽어낸 ‘클로즈 리딩’의 결과물로 풍성하다. 텍스트의 정면과 배면을 넘나들며 작가와 작품의 본질에 성큼 다가서는 솜씨를 부족함 없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어떤 이에게는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의미 없는 것들의 나열이며, 언어의 낭비로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처럼 흩뿌려진 소설 속 무수한 단어와 문장들이 우연처럼 만나 축적되는 상상력의 거대한 흐름은, 창작과 독서와 사유의 과정을 통해 운명처럼 조우하는 개인들의 만남은, 누구에게는 모든 것인 가능성의 우주이다. 조현의 눈에 빛나는 별이 순정만화에서 가져온 캔디의 것이면 어떻고, 루카치의 것이면 어떤가. 경도와 위도에 따라 볼 수 있는 별이 다르듯이,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별이 존재한다. 하나의 영혼이 다른 영혼에 덧대어지고, 애틋한 연민과 이해심, 시적 상상력이 우연한 마주침을 끌어안는다. 이렇게 우주는 조금씩 사랑스러워진다.
_「누구에게는 모든 것인 우연 또는 시적 상상력의 소설」 에서

서희원은 이 이채로운 여정의 끝을 “문학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역사와는 달리 ‘실패’를 통해 삶을 말하고 있기 때문”(「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이는 또다른 ‘읽기’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문장이자, 정확하게 앞서 말한 ‘책 그리고 삶’의 순서를 지시하는 문장으로 다시금 이어진다. 우리는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며, 그리할 때 비로소 “지금과는 다른, 더 많은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렵지만 문학을 통해 그렇게 살아본 사람처럼 세상을 읽어내는 것은 가능”(「소설의 얼룩」)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서희원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고,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9년 문화일보와 세계일보에 평론이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비평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다르마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월간 『현대문학』의 편집자문위원이다. 2019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소개

책머리에

1부 /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
소설의 얼룩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도서관의 미친 소설가들
노인을 위한 문학은 아직 젊다
헤테로토피아의 설계자들 혹은 희망적 괴물
-오한기와 정지돈의 단편소설에 대하여
‘괴물’과 공모한 인간들의 불안
-나홍진의 〈추격자〉를 읽는다


2부 / 한낱의 인간
유랑하는 인간, 세계의 개인
-김영하의 『검은 꽃』
근대 세계 체제의 알레고리 혹은 가능성의 비극
-강영숙의 『리나』를 읽는다
역사의 폐허를 재현하는 실재의 시선
-편혜영과 백가흠의 소설
페스트 시대의 소설
-김애란, 윤이형, 강영숙의 소설에 대하여
키치적 구원과 구원 없는 삶
누구에게는 모든 것인 우연 또는 시적 상상력의 소설
-조현론


3부 / Dies Irae
분노의 날
폭력의 미래 혹은 문학의 진화
죽음이 말하지 못한 것, 문학이 말하는 것
-박성원과 김유진의 소설
비평을 통해, 그리고 인간을 향해
-서영채, 류보선의 비평에 대하여
‘여성’의 두 얼굴, 메두사와 바우보
-김민정론
아마도 아프니까
-이제니 시의 실렙시스와 윤리에 대한 시론(試論)


4부 / 이왕이면 책을 읽는 꿈으로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 꿈을 꾸겠지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우아하고 감상적인 살인의 리듬
-김언수의 『설계자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자아
-임영태의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In Cold Water
-정유정의 『7년의 밤』
싱크홀
-정아은의 『잠실동 사람들』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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