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의 발견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

존 마우체리 저/이석호 역 | 에포크 | 2022년 05월 2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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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우리가 팔을 휘저으면 거기 음악이 있다!”

보이지 않는 소리로 모두를 이끄는 연금술사,
지휘자가 말하는 지휘의 일

음악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악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작곡가에 따라서 아주 불친절하게 설명해놓는 경우도 있고 악보의 지시어가 상세하다고 해서 그게 그 음악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클래식’이라 불리는 서양 고전음악은 음반으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며, 따라서 당대에 그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었는지, 작곡가는 어떤 음악을 상상하고 그 음악을 만들어냈는지 우리로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고전음악을 연주한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그대로 흉내 낼 만한 모범이 없는 소리를,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소리를 존재하게 하는 데에는 무슨 마법이 숨어 있는 걸까?

그런데 이런 의문에 해답을 줄 열쇠가 있다. 악보의 행간을 읽고, 작곡가와 그 시대를 들여다보고, 100여 명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 소리를 이해하는 한 사람. 자신이 가진 온갖 지식과 경험과 통찰, 그리고 때론 순발력을 동원하여, 과거의 작곡가와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무대 위 음악가들과 등 뒤 객석에 앉아 숨죽이고 있는 청중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곳으로 이끌고 가는 사람. 그가 바로 지휘자다.

이 책 『지휘의 발견: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을 책임지며 명망 높은 지휘자로 활동해온 존 마우체리(John Mauceri, 1945~)가 50여 년에 걸친 자신의 경력을 진솔하게 되돌아보고, 선배 지휘자들과 스승들 ― 번스타인과 카라얀, 스토코프스키, 토스카니니 등 ― 의 발자취를 꼼꼼히 기록하여 쓴 ‘지휘의 일대기’다. 국내에서는 『클래식의 발견』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마우체리의 저작으로, 『클래식의 발견』이 음악 전반에 관한 길잡이였다면 이 책은 그가 평생 종사해온 지휘라는 분야의 비밀을 엿보게 하는 자그마한 창문과도 같다. 그의 말마따나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문 지휘의 세계로 탐험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 : 존 마우체리 (John Mauceri )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음악 교육자, 제작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후학이자 동료로 18년간 함께 작업하며 번스타인의 만년작 초연을 맡아 지휘하기도 했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프랑스 국립관현악단, 도쿄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및 오페라단을 이끌었고,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무대에도 섰다. 토리노 왕립극장의 상임감독과 스코티시 오페라, 워싱턴 오페라(케네디센터), 피츠버그 오페라,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카네기홀)의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1991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은 그를 위해 할리우드 볼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노스캐롤라이나 예술대학 총장을 지냈으며, 15년간 예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지금까지 8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 그래미상, 토니상, 올리비에상, 드라마 데스크상, 빌보드상, 에미상, 디아파종상, 독일 음반비평가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베를린 소재 미국 아카데미로부터 베를린상을, 2015년에는 50년간 미국 음악 연주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컬럼비아대학에서 딧슨 지휘자상을 받았다.


역 : 이석호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글을 읽는 것이 낙이다. 그 낙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 또한 즐거워, 그럴 궁리를 하고 지낸다. 버나드 쇼 음악평론집 『쇼, 음악을 말하다』, 에드워드 사이드 음악비평집 『경계의 음악』, 필립 글래스 자서전 『음악 없는 말』을 비롯해 『다시, 피아노』 『스타인웨이 만들기』 『슈베르트 평전』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왜 말러인가?』 등 스무 권에 가까운 음악 관련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소개

들어가며

1장 / 지휘에 관한 짧은 역사
2장 / 지휘 언어와 테크닉
3장 / 관현악 스코어를 읽는 법
4장 / 지휘자가 되는 길
5장 / 마에스트로의 페르소나
6장 / 관계들
음악과의 관계
음악가와의 관계
청중과의 관계
평론가와의 관계
소유주 및 경영진과의 관계
7장 / 누가 무대의 주도권을 쥐는가?
8장 / 떠돌이 지휘자의 일상
9장 / 녹음과 공연
10장 / 지휘 예술의 신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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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휘의 일, 지휘의 신비

지휘자를 가리키는 말은 다양하다. 이탈리아인들은 ‘대가’ ‘거장’을 뜻하는 마에스트로(maestro)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고, 때론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뜻하는 카포 도케스트라(capo d’orchestra)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셰프(chef)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그러나 이들 단어로는, 들리지만 보이진 않는 힘을 나직이 돕는 지휘자 노릇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마우체리는 지휘자를 뜻하는 영단어 컨덕터(conductor)가 본래 ‘전도체’를 의미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휘자의 일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작곡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소리를 생산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에 힘입어 그 에너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본문 168~169쪽)
정말로 그렇다. 지휘자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악보를 연구하고 무대 위에 홀로 서서 악단을 끌고 가는 고독한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음악을 둘러싼 모든 것, 모든 사람, 모든 에너지와 관계를 맺으며 이를 조율하는 리더이기도 하다. 지휘는 혼자 하는 일인 동시에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협업이며, 지휘자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업인 동시에 지휘자 자신을 내려놓은 채 작곡가의 의도와 여러 악기 및 목소리가 빚어내는 화음을 청중에게 전하는 작업이다. 이토록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라니. 하지만 무대 위에서든 녹음실에서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또한 지휘자이기에, 마우체리는 ‘신비’ 혹은 ‘마법’이라는 말로 자신의 직업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으리라.(479쪽)
물론 지휘에도 일종의 기술이 있다. 총보를 읽는 법, 바통을 쓰는 법(물론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처럼 바통 없이 맨손으로 지휘하는 이들도 있다), 동작 언어를 사용하는 법(가령 레너드 번스타인은 유명한 ‘뜀꾼’이었다) 등 배워서 터득할 수 있는 기법이 존재한다. 이 책 전반부(1~3장) 역시 여러 지휘자의 사례를 통해 그런 테크닉에 관한 유용한 팁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지휘는 테크닉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결국엔 테크닉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해진다. “오토 클렘퍼러와 제임스 러바인은 몸동작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휠체어에 앉은 채로도 주요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지휘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휘 박사 학위를 따고 바통 테크닉을 마스터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로한 지휘자는 필경 얼마간의 청력 상실을 겪을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소리를 주무르고 균형을 유지하는 그들의 통찰력은 해가 가면 갈수록 오직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휘는 운동으로 치자면 마라톤인 까닭이다.”(480쪽)
이 책은 그런 불가해한 지점에 관한 경험과 일화를, 그 순간이 어떻게 빚어졌는가를 풍부하고도 섬세하게 들려준다. 어쩌면 바로 그 지점이 위대한 지휘자들을 서로 구별되게 해주고, 마우체리와 같은 인물을 지휘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진동하는
직업으로서의 지휘자

이렇듯 신비와 마법으로 가득한 것이 지휘의 일이라지만, ‘생계 수단’이라는 면에서 놓고 보면 지휘도 일종의 비즈니스다. 지휘자는 어쨌든 부름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오케스트라 경영진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 앞서 수많은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지휘자의 책무라고 했는데, 그 관계 속에서 주도권 싸움이 빠질 수 없고 성악가라든지 연출자와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그러니 이 분야에서도 ‘이름난 지휘자가 곧 실력이 출중한 지휘자’라는 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사실 그 ‘실력’이라는 것의 기준도 저마다 다를 테고 말이다.
이런 생활인으로서 지휘자의 애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객원 지휘자다. 무대 위에 오를 때야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들어서지만 실상은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도는 봇짐장수에 가까워서, 트렁크 가방에는 무대의상과 평상복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동 연필깎이까지 짐이 한가득이다. 게다가 악보는 종이요, 종이 뭉치는 또 얼마나 무거운가.(397쪽) 그렇게 짐가방을 이고 지고 호텔방에 들어서면 종일 틀어박혀 악보 연구에 매진한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와서는, 국제전화 요금도 비싸니 전화기는 쳐다도 안 보다가 책을 뒤적이던 중 외로움을 끌어안고 잠에 든다.(419쪽)
그러니 카라얀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지휘자 이미지는 지휘자라는 직업의 극히 작은 일면일 뿐이다. 마우체리는 “재미 보십시오(Have fun)”라는 인사말을 상당히 싫어한다는데, 지휘가 기쁨을 주는 일인 것은 맞지만 그 기쁨에 ‘재미’는 없기 때문이란다.(392쪽) 경력과 명성을 쌓아 음악감독 직책을 맡게 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삶에 좀 더 가까워지기도 하나(“집으로 돌아오는 길, 점보제트기의 3A석에 앉아 미모사 칵테일을 마시며 벽에 발을 올려놓고 맛있는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422쪽), 일이 있으면 있어서 괴롭고 없으면 없어서 괴로운 삶은 여전하다.
마우체리는 말한다. “따라서 무릇 지휘자란, 막대한 도전과 주변의 기대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 실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 하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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