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방식

오민석 | 살 림 | 2021년 11월 2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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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자신의 언어·문화·전통도 모르는 존재로 철저하게 개조된
캐나다 원주민들은 이 황폐한 현실에 어떻게 저항하는가?
식민 지배의 아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내적 식민지’ 개념으로 원주민 문학을 분석한다
내적 식민지라는 개념은 원래 레닌의 제국주의론에서 발전해온 것이다. 제국주의가 한 국가(민족)가 다른 국가(민족)를 착취하고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내적 식민지란 하나의 영토(국가) 안에 있는 어떤 정치적·경제적 중심(core)이 같은 영토(국가)에 있는 다른 주변부를 착취하고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식민주의론에서 착취와 억압의 원천이 단위 국가의 외부에 존재한다면, 내적 식민지에서 착취의 원천은 내부가 아니라 단위 국가의 내부에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 원주민 문학을 분석할 때 내적 식민지라는 개념은 매우 적절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기계 아래 여러 모순의 문신들
비어트리스 컬리턴의 『에이프릴 레인트리를 찾아서』에는 두 혼혈인 자매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알코올 중독과 가난으로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되어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백인 가정에 입양된다. 백인의 외모에 더 가까운 언니 에이프릴은 백인 행세를 하며 자신의 원주민 정체성을 감추거나 부인하면서 살아간다.
이에 반해, 동생 체릴은 원주민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떳떳이 밝힐 뿐만 아니라 인디언의 역사를 공부해 학교에서 발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대하는 이 서로 다른 두 입장 혹은 태도는 소설의 후반부에 이를수록 점점 뒤바뀐다. 넓은 의미에서 이 소설의 주제가 혼혈아의 자기 정체성 찾기로 읽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편 인종적 갈등과 계급적 모순 외에도 성적 모순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이 책에서는 내적 식민지 안에서 여성 피식민자들이 당하는 성적 수모와 억압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원주민 여성을 보는 색안경, 매춘, 강간 등 에이프릴이 진정한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기까지, 우리 역시 내적 식민지가 내포한 여러 모순을 직면하게 된다.

문화적 파시즘에 저항하는 소수 문학
메릴린 듀몬트의 시집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진짜 착한 갈색 소녀』를 중심으로, 문화적 파시즘에 저항하는 소수 문학의 한 지형도를 그려내고자 한다. 문화적 파시즘은 다양한 요소의 중층적 결합에 의해 구성된다. 그것은 인종·계급·성적 모순의 환유적 결합물이고, 이 결합은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대부분의 북미원주민 문학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수사적·문화적 긴장은 그것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중심-주변, 주류-소수 사이의, 이처럼 매우 현실적이고도 역사적인 갈등과 모순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원주민 문학을 포함해 모든 소수 문학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고 집단적이다.
소수 문학에 나타나는 개인사의 의미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개인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적·집단적 이야기, 즉 다수의 소수자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적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폭력 투쟁이 아닌 인디언 방식(나눔의 정신)으로
『슬래시』의 주인공(슬래시)은 다양한 탈식민 투쟁의 현장을 유랑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세대가 “특별한 세대”가 될 거라는 말을 듣는다. 그 이유는 증오로 가득 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슬래시가 수많은 탈식민 투쟁의 과정에서 겪었던 절망은 항상 식민자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를 동반했다. 출구 없는 싸움에 그는 번번이 유혹에 시달리지만, 폭력마저도 탈식민화의 궁극적 해결책일 수는 없다. 그는 극도의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 술과 마약에 빠져 방황한다.
슬래시는 마약 중독자와 알코올 중독자를 돌보는 어떤 인디언 캠프에서 도움을 받게 된다. “종교적일 정도로 깊이 인디언 방식”으로 사는 원주민들과 만나 몸으로 서서히 느끼게 된다. 늘 그의 주위를 맴돌았지만 단 한번도 그의 것이 되지 않았던 인디언 방식을 말이다. 그리하여 인디언 방식은 “단순히 인디언들만의 생존이 아니라 비인간적 세계에서 인간적인 것의 생존”을 위한 더 큰 싸움을 지향하게 된다.
수많은 비극과 절망, 그보다도 더 큰 비극적 결말 앞에서도 슬래시는 담담하게 고백한다. “이제 나의 절망은 끝났다.” 『슬래시』가 이룩한 리얼리즘적 성취는 교육적 욕망에 일정 정도 억압된 아쉬움에도, 설득력 있는 울림으로 절절히 다가온다.

저자소개

오민석 poemoh@naver.com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문학이론·현대사상·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 『저항의 방식: 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 송해 평전』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평론상 등을 받았다.

목차소개

머리말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의 문학

제1장 내적 식민지와 성의 정치학
비어트리스 컬리턴의 『에이프릴 레인트리를 찾아서』
왜 원주민 문학을 읽는가?
내적 식민지의 풍경들
피부와 가면 그리고 판타지들
성의 정치학
희생제의, 판타지를 버리며

제2장 문화적 파시즘과 소수문학
메릴린 듀몬트의 『진짜 착한 갈색 소녀』
메티스로서의 혼종성에서 비롯된 시학
문화적 파시즘과 성, 계급, 인종
“악마의 언어”와 혼종성
액체성 혹은 그 너머

제3장 내적 식민지와 텍스트의 정치학
지넷 암스트롱의 『슬래시』
북미원주민 삶, 현재형으로 읽어내기
텍스트의 정치학 1: 성장소설과 탈식민 로맨스
텍스트의 정치학 2: 리얼리즘의 강화
『슬래시』의 리얼리즘적 성취

제4장 경계와 헤게모니
리 매러클의 『레이븐송』
경계에 대한 성찰문학
경계와 헤게모니
다시 대화를 향하여
좌절된 욕망, 현실의 우위
내적 식민지의 문제

제5장 유배당한 자들의 서사전략 그리고 전복의 수사학
토머스 킹의 『캐나다 인디언의 짧은 역사』
지배언어로 지배언어를 교란시키다
유배당한 자들과 소수문학
경계를 넘어서, 소수문학의 서사전략
다양한 서사전략으로 구축하는 캐나다 인디언의 역사

토머스 킹의 『한 좋은 이야기, 그 이야기』
내적 식민지 개념을 도입하다
텍스트의 정치학
판타지를 동원해 돌이키기 어려운 현실 뛰어넘기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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