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속의 지옥

유메노 큐우사쿠 | 라떼북 | 2013년 04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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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봐. 저길 봐."

마타노가 갑자기 뒤쪽을 가리켰다. 철재 쓰레기 퇴적물 너머로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빛나는 테니스 코트 건너편에서 사무원 풍의 남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희끗희끗한 무늬의 양복에 모자를 쓰지 않은 세련된 남자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검은 가방을 양손으로 감싸 안고 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뭔가 생각하면서 희끄무레한 서브라인을 가로 질러 잰 걸음으로 온다.
그 뒤에서 또 한 사람, 사냥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검은 천으로 복면을 한 푸른 작업복의 남자가 새 작업용 신발을 힘껏 밟으며 살기를 띤 발걸음으로 뒤쫓아 온다. 작업용 면장갑을 낀 손에 지팡이 같은 검은색 막대기를 단단히 잡고 있었는데 허리를 굽히고 있어서 키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허, 처음 보는 놈인데. 어느 공장이지?"

미요시가 경쾌한 말투로 얘기했다. 세 사람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와중에 사무원풍의 남자가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코트 한 가운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걸음을 빨리 한 푸른 작업복의 남자가 달려들어 모자를 쓰지 않은 남자의 머리를 검은 봉으로 후려갈겼다. 사무원풍의 남자는 어이없게도 검은 가방을 내던지고는 푹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쓰러졌다.

"앗. 죽었다……!"

하며 마타노가 되돌아 뛰어 가려는 것을 미요시와 도츠카가 허리에 매달리며 만류했다.

"바보. 잘 보라구."

"뭐, 뭐야."

가려다 만 마타노가 파랗게 질려 뒤돌아보았다. 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 살인이야!"

미요시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마타노 앞을 막아섰다.

"하하하. 바보 같으니라구. 잘 보란 말이야. 저거 연극이다. 연극 연습이라구. 제3공장의 사람일 지도 모르지."

마타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대로 우뚝 선 채로 보고 있었다.
테니스 코트 위의 푸른 작업복은 검은색 막대기를 버렸다. 그것은 무거운 철봉 같았는데, 곧장 사무원풍 남자의 머리맡으로 달려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사무원풍의 남자가 몸을 반쯤 일으키고는 무턱대고 멱살을 잡아서 푸른 작업복의 남자는 당황하였다. 그 손을 뿌리치고 한 번 버린 검은색 막대기를 들어 올리고는 가볍게 사무원풍 남자의 뒤로 돌아갔다. 이쪽에 등을 보이며 검은색 막대기를 휘두르는데 손이며 머리며 할 것 없이 후려갈기고 마침내 땅위에 쓰러질 때까지 두드려 패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뱀을 때려죽일 때처럼 집요하고 무서운 난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바지 주머니에서 잘 접힌 하얀 손수건을 꺼내어 모자를 약간 뒤로 젖히고는 황급히 이마의 땀을 닦았다. 모든 것이 소리가 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것 봐. 연극이잖아."

"그런데 진지하잖아."

"뭐야. 탐정극인가?"

황급히 땀을 닦은 복면의 푸른 작업복은 코트 위에 던져진 가방을 끌어안고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서 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듯 하얀 손을 들어 모자를 다시 고쳐 쓰고는 그대로 제3공장의 주조부 부속 목공소 뒤로 뛰어 갔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흩날리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뒤에 남은 사무원풍의 남자는 조금 몸을 움직이는 듯하더니 그대로 몸을 뻗었다. 그 바람에 하얀 이마가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앗, 진짜다!"

세 사람의 직공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이미 늦은 후였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유메노 큐우사쿠 Yumeno Kyusaku

탐정괴기소설작가. 본명은 스기야마 다이도. 후쿠오카 출생. 아버지 스기야마 시게마루는 정치적 거물이었다. 탐정 소설을 쓰는 동시에 전위적이고 초현실적인 환상과 기괴함, 호러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게이오 대학 문학부에 들어갔으나 자퇴하고 고향에서 농장을 돌본다. 그 후 노동자, 중, 기자 생활을 거치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오시에의 기적]은 에도가와 란포의 격찬을 받은 작품이고, 일본 3대 기서인 [도구라마구라]를 비롯하여, [병속의 지옥], [이누가미 박사]등 수많은 작품이 있는데, 47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급사했다.
참고로 [도구라마구라]는 읽으면 한 번쯤은 정신이상을 일으킨다는 설로 유명하다.

옮긴이 / 곽은숙

현재 일본 추리소설 및 의학, 인문서적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인하대 일어일본학을 전공하고 1995년 추리소설 [컴퓨터의 덫](오카지마 후타리, 전 여울출판사)의 번역출간을 시작으로, 의학 해부생리 교과서 [우리 몸의 신비] 번역서도 올 여름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전 영역을 다루는 일어원서 번역에 욕심이 많지만, 특히 일본추리 및 미스터리 소설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역자후기

단편 [병속의 지옥]을 읽으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길이 없다. 세상에 없을 듯한 파라다이스. 일하지 않아도 사방 천지에 먹을 것이 널려 있고, 나를 해치는 뱀이나 벌레 따위도 없는 곳이다. 읽고 또 읽고를 20번 이상 한 것 같다. 말도 못하게 내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지만, 끝으로 다가갈수록 처참하게 변해가는 내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차라리 그곳이 외부의 침략으로 밤낮 없이 적과 싸워야할 운명에 놓인 곳이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마음만은 파라다이스가 아니었을까.
참으로 뛰어난 수작이다.
그런데! 아뿔싸! 작가가 실수를 저질렀다. 시간상의 흐름에 사소한 실수가! 당시 평론가들 사이에 ‘옥에 티’가 되어 회자되었던 실수!
*퀴즈
[병속의 지옥]의 ‘옥에 티’는 무엇일까요?
답은 맨 뒤에 있습니다. 하하하.

목차소개

소녀지옥3. 아무 것도 아닌
둔치
무계통 콜레라
의붓자식
악마의 기도서
병 속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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