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클라우드 026-루터

이길용 | arte | 2021년 01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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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중세의 견고한 성벽을 부수고
‘근대를 연 최후의 중세인’이 된 루터의 길을 따라가다





◎ 도서 소개

> 성서를 통해 신과 직접 만나고자 했던 자유인 루터

서양 종교의 역사는 16세기에 이르러 마르틴 루터라는 한 탁월한 인물에 의해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 간 페스트와 100년 이상 지속된 전쟁으로 도처에 죽음이 넘실거리던 시대에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를 모토로 깃발을 든 루터의 종교개혁은 비단 종교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정치, 경제 등 인간사의 모든 영역에서 심대한 영향을 끼치며 근대를 여는 강력한 교두보가 되었다. 이는 종교개혁을 가리킬 때 ‘종교’라는 단어는 빼고 그냥 ‘개혁Reformation’이라고 하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세 사회에서는 인간이 신을 만나려면 반드시 교회라는 조직과 사제라는 직제 같은 매개적 존재가 필요했다. 교회와 사제야말로 신의 은총을 대리할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존재이며, 그것 없이는 신앙을 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루터는 직접 성서를 읽고 연구하면서 구원을 위해서는 어떤 매개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성서에서는 조직이나 직제의 연원과 정당성을 맹백한 문구로 확인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오직 신과 그가 베푸는 구원의 사례만 있을 뿐이었다. 이로써 루터는 신앙은 신과 단독자로서의 나 사이의 문제이지, 조직이나 직제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성서를 통해 신이 가진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전까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준엄한 심판의 신이 아니라 허물 많은 인간을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의롭다고 칭해주는 사랑과 자비의 신이었다.
루터가 당시 무분별하게 발행되고 있던 면벌부에 반대하면서 비텐베르크성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내건 것은, 또한 사제와 평신도의 구별을 해체하고 만인이 하느님의 사제라고 외친 것은 바로 면밀한 성서 읽기를 통한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당시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제대로 접할 수 없었고 어려운 라틴어로 쓰인 성서를 자국의 민중 언어로 번역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배경에도 같은 문제의식이 놓여 있었다. 인간이 신과 직접 만나기 위해서는 누구나 성서를 읽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통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성서를 옮겨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에 생활 독일어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삽화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성서의 내용을 일반인에게 훨씬 힘 있고 또렷하게 전달했다. 루터의 성서 번역은 독일 민중에게 자국어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독일 민족주의의 구심점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도 있었지만 루터의 이와 같은 탁월한 소통 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소통 지향적 태도는 교회 내에서 전문가 집단의 것으로 전락한 음악 대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회중 찬송을 부활시킨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렇듯 신 앞에 ‘단독자’로 서려는 열정으로 루터가 들어 올린 개혁의 기치는 비록 신앙의 옷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중세의 ‘집단’을 일깨워 근대적 ‘개인’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의 개혁 정신은 사회 전방위로 퍼져 나가 민주적 요소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사랑과 결혼 같은 개인의 은밀한 영역의 풍속까지 바꾸어 놓았다(가령 독신을 구원의 표상으로 여기던 당시, 루터도 그 자신이 사제이면서 수녀 출신의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하여 세간의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 루터의 길

활동 반경이 상당히 넓었던 루터는 사실상 독일 전역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오늘날 그곳에는 ‘루터의 길Lutherweg’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500년 전 그의 자취를 따라 다시 걷고 있다. 서울신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이길용은 수많은 루터의 길 중에서도 개혁의 중심부였던 독일 북동부를 중심으로 여행하며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루터라는 한 개인이 어떻게 오래도록 유지되어 오던 견고한 중세라는 성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촉매가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집단으로 채워진 중세 의식을 허무는 데 필요했던 것은 바로 ‘주체적 자아의식’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기행은 루터가 어떤 계기를 통해 주체적 자아를 찾고 확신하게 되었는지에 주목할 것이다. 이를 위해 루터의 삶에 커다란 전기를 가져온 여러 체험을 추적할 것이다.(19쪽)



이에 저자는 루터의 생가와 사가가 있는 아이슬레벤, 그의 유년 시절을 품고 있는 만스펠트, 난생 처음으로 온전한 형태의 성서를 접했고 수도사의 길을 걷기로 서원한 에르푸르트, 면벌부에 반대하는 95개 논제를 발표함으로써 개혁을 주도한 비텐베르크, 신성로마제국 황제 앞에서 심문을 받았던 보름스, 제국 추방령을 받고 숨어 지내며 라틴어 성서를 독일어로 옮기는 데 매진했던 첩첩산중의 비텐베르크성, 개혁의 또 다른 동력이 되어 준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도시인 마인츠 등을 밟았다.
저자는 종교개혁이 단순히 낡은 종교 제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일으켜 세운 운동이라기보다는 성서와 신앙의 세계에 대해 가톨릭이 독점하고 있던 해석권을 찾아오려고 한 일종의 해석학적 운동이었다고 말한다. 그 운동은 철저하게 성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렇게 되찾아 온 해석권으로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더군다나 페스트라는 가공할 전염병의 시대를 배경으로 종교개혁이 일어났듯이 우리 역시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사회적 대변혁을 예비하고 있다. 여러모로 루터의 시대와 우리 시대가 오버랩되는 이때, 제도화된 종교를 넘어 초대교회의 영성으로 돌아가자고 외친 종교개혁의 정신은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유효해 보이며 깊이 되새겨 볼 만하다.


◎ 책 속에서

루터의 개혁은 종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가 의도한 개혁은 직제와 조직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는 당시 가톨릭교회가 독점하고 있는 신앙에 대한 해석을 바꾸기를 원했다.(11쪽)

히스토리 채널은 이 종교개혁의 영웅을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인간이 직접 신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 말은 종교개혁의 모토이기도 하다. 루터가 그토록 힘주어 외쳤던 ‘오직 성서 sola scriptura’, ‘오직 믿음 sola fide’, ‘오직 은총 sola gratia’의정신이 바로 이 한 문장 안에 모두 들어 있다. 루터는 신앙을 신과 인간 사이의 문제로 보았다. 이때 인간은 집단이 아닌 ‘단독자’다.(12쪽)

루터는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하여 지속해서 신을 찾았다. 남들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시간을 고해실에서 보낼 정도로 그는 신에게 집착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은 엄중한 심판자의 모습으로 그를 더 힘들게 만들었을 뿐이다.(52쪽)

루터 역시 회중과 멀어진 전문가의 음악은 원하지 않았다. 그는 예배에 참여한 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따라 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가락의 노래를 기대했다. 그래서 그는 일반 회중이 부르기 어려운 기법으로 만든 교회 노래는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누구든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노래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능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루터의 노래는 결코 어려워질 수 없었다.(61쪽)

그는 보았고, 읽었다! 어쩌면 종교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미 이때 시작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루터의 개혁은 ‘읽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73쪽)

성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성서는 당시 교회와 사제 계급을 무엇이라고 증언할까? 기대와는 다르게 조직과 직제의 연원과 정당성을 성서에서는 명백한 문구로 확인할 수 없었다. 성서에는 교황이라는 직제와 그를 위한 자리도 찾기 어려웠다. 오직 신과 그가 베푸는 구원의 다양한 사례가 적혀 있을 뿐이다.(74쪽)

읽음을 통한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 이렇게 진정한 종교개혁의 서곡은 젊은 루터의 성서 읽기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성서를 읽고, 그것을 이해하고, 충실히 암송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견고한 직제와 조직으로 무장한 가톨릭교회와 대결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였다.(75쪽)

그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서 연구에 전념하던 그는 신의 의가 가진 새로운 면을 찾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면이 아니라 처음부터 신의 의가 가지고 있는 본디 뜻이라 하겠다. 관점의 전환이 이러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한 것이다. 이제 새롭게 이해된 신의 의는 신을 ‘목적’으로 삼고 거기에 인간이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놓고 재고 따지고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부족한 인간을 어떤 비용도 청구하지 않고 의롭다고 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즉 신의 의는 심판을 위한 판사의 언어가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것이었다.(104~105쪽)

루터 역시 이런 전통적인 성서 해석 방법을 십분 수용했으나 점차 그만의 고유한 주해법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우리는 ‘그리스도 중심적 성서 해석’이라 부른다. 루터가 보기에 성서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리스도’가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성서를 해석할 때 언제나 그 핵심에 그리스도를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116쪽)

이제 성서 해석의 권위는 교황이나 교회 같은 외부의 직제나 조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 그 자체에 있다. 성서의 원문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고 제대로 본문을 이해했다면 누구도 해석의 권위를 훼손할 수 없게 된다. 성서의 본문을 읽거나 이해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아무리 교황이라도 해석의 권위를 독점할 수 없다. 이렇게 루터는 일개 수도원의 수사요 독일 작은 도시의 신설 대학 교수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상의 어떤 권위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119쪽)

루터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고독의 세월을 그는 다시 무엇인가로 채워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또 다른 ‘읽음’이었다. 누군가 알려 준 내용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읽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성서에서 말하는 신앙의 핵심을 스스로 깨우친 뒤, 그것을 다시 글로 옮겨 이웃에게 전한 것이 루터가 행한 개혁 운동의 요체였다. 그러니 루터는 종교라는 조직을 바꾼 것이 아니라 특정 종교 조직이 독점한 믿음과 신앙에 대한 해석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178쪽)

사회 전방위로 퍼져 나간 루터의 개혁 정신은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까지 바꾸어 버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결혼 제도였다. 사제였던 루터는 마침내 결혼했고, 심지어 아내로 맞이한 카타리나도 수녀 출신이었다. 부부간의 성적 결합마저 상스럽게 여기며 억압하고 독신을 구원의 표상처럼 받아들이던 중세에 사제와 수녀가 만나 결혼하는 것만큼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사건이 있었을까?(189쪽)

그래도 우리는 저물어 가는 중세의 끝자락에서 올곧게 한목소리로 신의 은총을 기리는 주체적 자아를 외친 루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성서를 읽으면서 찾아낸 진리를 이웃으로 확장하려 했던 그의 투지도 기억해야만 한다. 그는 먼저 알았다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사제여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웃이요 친구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또한 자신이 깨우친 방식대로 생활 세계의 모든 이들도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성서를 돌려주었다.(235쪽)

저자소개

저자소개


이름: 이길용
약력: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서강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이야기 종교학, 종교로 읽는 한국 사회, 신인류와 문화 콘텐츠 그리고 대중문화, 이야기 세계 종교, 에바 오디세이, 뇌과학과 종교 연구, 고대 팔레스타인의 종교 세계, 종교학의 이해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골목길 근대사, 종교 근본주의, 사람의 종교, 종교의 사람 등이 있다.

목차소개

목차
PROLOGUE 인간, 신과 단독으로 만나다

01 중세의 끝에서
02 모든 것의 시작
03 개혁의 심장부
04 위대한 독서 혁명
05 또 다른 개혁의 현장
06 미디어 혁명

EPILOGUE 중세의 끝에서 근대를 부르다

루터 사상의 키워드
루터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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