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사람들』은 잔혹함에 대해 다룬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잔악무도한 가해자가 되는지를 분석한다. 하지만 저자는 쉽고 간편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뻔한 교훈을 얻고자 하지도 않는다. 전범들을 ‘악한 사람들’로 치부하고, 그들이 한 행동은 ‘모두 나쁘다’고 결론 내리며 그들을 역사의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식으로 글을 전개해나가지 않는다. 그는 통찰의 방향을 전환해 악의 잔혹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행위가 ‘악의 포르노그래피’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악한 사람들이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라고만 치부하면 악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구조적 특징을 파악할 수 없다. 그들을 악마로만 규정해버리면 단순히 증오하는 것과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악에 대해 성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을 타자화하면 결국 타인을 악으로 만들게 된다.”
대신 저자는 그런 악이 이미 일어났고, 더욱 중요하게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그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지르는가?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조직적, 구조적, 심리적 과정은 무엇인가? 왜 이 세상에는 끊임없이 잔악무도한 일이 발생하는가? 악한 사람들이 대개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대량학살의 폭력에서 젠더는 어떤 역할을 할까?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철학, 심리학, 사회과학, 문학 등 다양한 문헌을 검토하며 ‘악의 개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악한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런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사유로 나아간다. 그 밖에 가해자의 증언, 인권, 트라우마를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등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