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큰 축복

성석제 | 샘터 | 2020년 09월 0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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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 책 소개 |


그때 반장은 단맛과 향이 사라진 껌을 남모르게 씹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반장은 암행어사 출두 시의 육방관속처럼 “니에이!” 하고 대답을 하며 앞으로 뛰어나가느라 미처 껌을 뱉을 새가 없었다. 반장이 앞에 나와서 서는 동안 펠레는 몽둥이를 놓고 양복을 벗어 교탁 위에 팽개쳤다. 그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기 위해 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한마디씩 끊어가며 반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니가 반장이야? 네가, 바로, 2학년 1반 반장이냐, 말이다! 네가, 이, 반의, 뭐야, 도대체? 넌, 이, 반, 에, 뭐, 야?”
이어서 주먹과 발, 몽둥이가 조합된 춤판이 벌어질 것임은 불문가지였다. 펠레가 소매를 다 걷고 나서 본격적으로 “니, 이, 반, 에, 뭐, 냐, 고, 오!” 하고 방울뱀의 방울소리 같은 최후의 질문을 던졌을 때 반장은 잽싸게 대답했다.
“껌인데요.”
의자가 우르르 자빠지고 책상이 뒤집어졌다. 책과 공책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몇몇 아이들은 갑자기 영장류가 된 듯이 복도로 나 있는 창문에 올라붙기까지 했다. 그것이 뒷날 ‘주번과 껌, 그리고 펠레’로 알려진 전설의 시작이라고 한다.
*** 수록작 <펠레의 전설> 중에서

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 샘터에서 출간되었다. 신작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흔히 엽편(葉篇)소설이라 불리는 초단편소설은 ‘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뜻으로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손바닥 크기 분량의 소설을 뜻하는 장편(掌篇) 혹은 미니픽션(minifiction)이라고도 불리며 꽁트(conte)라는 용어로 번역되기도 한다.

『내 생애 가장 큰 축복』는 이렇듯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기존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형식의 제한이 덜한 초단편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며,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익살맞고 의뭉스럽기까지 한 인물의 행동 하나, 짧은 대화 한 마디만으로도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 풍자와 과장의 문장이 살아 숨 쉬는 걸 느낄 수 있다.

풍자와 해학, 익살과 과장으로 담아낸 삶의 단면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작가 성석제는 비극과 희극이 뒤섞인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기본 재료로 펼쳐 놓고 특유의 해학과 풍자라는 양념을 조물조물 버무려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맛과 영양을 보장해 왔다.
총 40편의 짧은 소설(초단편, 엽편)로 구성된 신간 『내 생애 최고의 축복』 역시 작가 특유의 ‘말 맛’이 진한 사골처럼 우러나 소설읽기의 재미와 지적 포만감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특별히 선하거나 악한 의도를 갖지 않은 평범한 이들이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일상의 감동과 의미가 작가의 농익은 문장을 통해 생생히 되살아난다.

저자소개

| 저자 소개 |

성석제
1960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하여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문학사상』에 시 「유리 닦는 사람」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4년 짧은 소설을 모은 『그곳에는 어구니들이 산다』를 간행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집에 『재미나는 인생』 『황만근은 이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도망자 이치도』 『투명 인간』 『왕은 안녕하시다』 등이, 산문집에 『소풍』 『농담하는 카메라』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등이 있다.

목차소개

| 차례 |

1부 _ 되면 한다
오, 하필 그곳에! / 펠레의 전설 / 되면 한다 / 자전거의 값 / 시인은 말했다 / 투 잡 / 예쁜 누나 동창생 / 내 정신은 어디에 / 운 좋은 사람 / 진정 난 몰랐었네

2부_ 생각의 주산지
오늘의 당신은 오직 어제까지만 가졌을 뿐 / 똑딱이의 최후 / 원한다면 달려주마 / 비둘기는 새다 / 바흐의 선물 / 서시의 계산 / 동무생각1 / 동무생각2 / 마그마가 끓인 라면 / 생각의 주산지 / 아부다비의 보물성

3부_ 물 맑고 경치 좋은 곳
라디오 일병 구하기 / 비 오는 저녁의 연주회 / 최상의 스피커 /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봄 / 물 맑고 경치 좋은 곳 / 닭이나 기러기나 / 다음에, 나머지 반도 / 토종이 좋아 / 전문가의 충고

4부_ 수꾸떡의 비밀
‘병 따기’의 예술 /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빵과 나1 / 빵과 나2 / 상도냐 상술이냐 / 염장면, 그리고 냉면 / 수꾸떡의 비밀 / 냅킨에 쓴 편지 / 애향심의 탄생 /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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