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국의 연대기

전쟁, 전략, 은밀한 확장에 대하여

대니얼 임머바르 | 글항아리 | 2020년 03월 1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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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미국의 해외 영토 및 소유물과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의미에 대한 획기적인 역사

2019년 미국 지성계를 떠들썩하게 한 책!
☆ 『뉴욕타임스 북리뷰』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 『시카고트리뷴』 올해의 10대 도서
☆ 『퍼블리셔스위클리』 최고의 책
☆ 미국공영라디오방송NPR 편집자 초이스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제국, 바로 미국이다. 어떤 나라도, 국제연합도 제재를 가하거나 압력을 넣을 수 없는 나라, 오직 내부의 분열과 경제 하락만이 스스로를 약화시킬 수 있는 초강력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만큼 평화, 자유, 인권을 강조하는 나라가 없을 만큼 미국은 20세기 내내 그리고 21세기인 지금도 스스로를 공화국이자 세계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자임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순수하게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들 미국이 강하기 때문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크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폭격하고, 경제적으로 제재하고, 물밑으로 압박을 가하거나 암살하는 일을 자행해왔다. 물론 미국이 있기 때문에 지켜지는 세계질서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달러가 기축통화이듯이 미국본위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여 미국은 이렇게 강력해졌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본 궁금함일 것이다. 왜 미국은 100년이 넘도록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며, 앞으로 펼쳐질 우주시대에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일까. 왜 미국을 향한 중국의 도전은 저렇게 초라하게 느껴질까. 기술과 자본, 자원과 영토, 사회와 제도 등 모든 면에서 남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앞서간 미국의 성장과정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저자소개

지은이 대니얼 임머바르 Daniel Immerwahr
노스웨스턴대 역사학과 부교수로 미국의 국제관계, 세계사, 지성사 등을 강의한다.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관계에서 본 20세기 미국 역사를 주로 연구하며 경제사 및 노동사, 강대국과 전쟁사, 과학·기술·의학사, 미 제국, 자본주의의 역사 등도 연구한다. 미국에 의해 촉발된 지역 개발 캠페인을 비판적으로 해석한 첫 책 『미시적 사고: 미국과 지역사회 개발의 유혹Thinking Small: The United States and the Lure of Community Development』은 미국역사학회로부터 멀커티상을 수상했다. 2017~2018년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뛰어난 학자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앤드루카네기펠로십을 받았다. 학술지 『현대지성사Modern Intellectual History』를 비롯해 『슬레이트Slate』 『n+1』 『자코뱅Jacobin』 『디센트Dissent』 등 여러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김현정
서울대에서 국문학과 불문학을 전공했고, 몬터레이국제대학원 통번역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외교통상부 통상법무과 영문 에디터를 거쳐 다양한 정부 기관 및 기업, 잡지사 등에서 번역 업무를 맡았다. 옮긴 책으로는 『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 『요리를 욕망하다: 요리의 사회문화사』 『오픈』 『마틸다 효과』 등이 있다.

목차소개

서론: 로고 지도 이면의 사실들
용어 해설

제1부 식민지 제국

1. 대니얼 분의 몰락과 부상
2. 인디언 거주지
3. 해조분에 대해 항상 궁금했으나 묻기 어려웠던 모든 것
4.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최고의 날
5. 제국의 속성
6. 자유의 함성을 내지르다
7. 배타적 집단의 외부
8. 화이트 시티
9. 국경없는의사회
10. 미국이라는 요새
11. 전쟁 국가
12. 목숨을 내놓아야 할 때가 있는 법

제2부 점묘주의 제국

13. 킬로이가 여기 다녀갔다
14. 미국의 탈식민화
15.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인 걸 아는 미국인은 없다
16. 합성소재의 세계
17. 이것은 신이 행하신 일
18. 붉은색 팔각형의 제국
19. 언어는 바이러스다
20. 권력은 곧 주권이오, 미스터 본드
21. 기지 국가
22. 첨병전

결론: 지속되는 제국
감사의 말

출판사 서평

미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영토territory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미국의 국제관계, 세계사, 지성사 등을 강의하는 소장학자 대니얼 임머바르 교수는 착안점을 달리해서 이 문제를 생각보자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출간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낸 저서 『미국, 제국의 연대기: 전쟁, 전략, 은밀한 확장에 대하여』(원제: How to Hide an Empire)에서 ‘영토territory’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미국은 두 종류의 영토가 있다. 나쁜 짓을 하면 처벌을 받는 영토와 그렇지 않은 영토, 법적 규준을 준수해야 하는 영토와 그렇지 않은 영토로 말이다. 전자는 북아메리카 미국 본토이고, 후자는 전세계에 점조직으로 퍼져 있는 다수의 미국령 섬과 제도, 기지들이다. 점묘주의 제국 미국은 식민지, 미국령 등에서 다양한 자원을 획득해왔고, 그곳의 사람들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지로 하여 전 세계를 무력으로 제압했다. 그런 영토의 존재가 그간 미국을 얘기할 때는 잊혀졌거나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오늘날 미국 지도는 50개주로 구성된 익숙한 모습이다. 실제 영토는 이와는 매우 다르다. 우선 알래스카와 하와이, 괌이 빠져 있다. 이게 전부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사모아·버진아일랜드,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퍼져 있는 섬들 등 훨씬 많은 영토와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 미군 기지는 800개가 넘는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그 외의 모든 나라가 보유중인 기지를 다 합쳐도 30개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 책엔 ‘로고 지도logo map’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미국을 한정시킨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지도다. 그러나 그 다음 페이지에는 1941년 무렵 미국 영토였던 곳까지 포함시킨 확장된 미국 지도가 제시된다. 알래스카, 하와이, 괌, 미국령 사모아,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섬들이 모두 포함된 지도다. 둘의 차이는 확연하다.

미국이 섬들을 점령한 이유는 대부분 군사적 필요 때문이다. 하지만 로고 지도는 대규모 식민지든 아주 작은 섬이든 할 것 없이 모두 배제한다. 게다가 그런 지도는 진실을 호도한다. 로고 지도만 보면 미국은 정치적으로 균일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각각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자발적으로 편입된 주들로 구성된 연합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사실이었던 적도 없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획득한 조약이 비준된 그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주와 영토의 집합으로 이뤄진 국가다. 각각 서로 다른 법이 적용되는 두 영역으로 나뉜 분할 국가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20세기의 중반을 지날 무렵 ‘식민지’들을 포기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눈에 보이지 않는 제국이 이로써 시작되기 때문이다.

◆ 영토-농업-산업화-군사력-기술력의 연결고리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미국 초기 영토 확장의 역사를 다룬다. 앞서 서술한 최초 정착과 원주민 구역의 강탈부터 시작해, 과도한 농지 개발로 손상된 지력을 회복시켜줄 해조분(새똥 비료)을 얻기 위해 여러 섬을 점령하는 과정, 농업을 기반으로 해서 성장한 산업화, 산업화가 키워낸 군사력,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기존 식민 열강들과의 대결에서 거둔 승리, 그를 통해 확보한 자원과 인력을 다시 내지와 연결하는 방식 등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필리핀이라든지, 푸에르토리코 같은 인구 밀도가 높은 식민지를 통치하는 미국 특유의 방식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자세하게 풀어낸다. 먼저 필리핀을 3개 챕터를 할애해 다루면서 스페인에서 빼앗은 필리핀이라는 섬나라가 어떻게 미국에 저항하고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식민지화되어갔는지가 전개된다.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 노예제 문제, 의회에서의 의견 대립, 잔인한 토벌작전 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필리핀에 대해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푸에르토리코는 처음엔 하버드대 유학생으로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한 청년이었던 페드로 알비수 캄포스가 어떻게 반미 운동의 선봉에 나서게 되는지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다뤘다. 핵심은 하나다. 필리핀인과 푸에르토리코인들은 미국인이 되길 바랐으나 그렇게 될 수 없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차별되었다.

◆ 미국, 유럽을 상대로 표준전쟁에서 승리하다

제2부 점묘주의 제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하여 미국의 탈식민 정책을 쓰면서 전세계를 리모트 컨트럴 하는 점묘주의 제국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표준’을 다룬 부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특별한 지위에 놓였다. 부유하고 막강한 데다 화학자와 공학자들 덕분에 식민지 건설 없이도 해외 영토를 좌지우지하는 수단을 보유하게 됐다. 이것 말고도 전쟁 덕분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좀더 심층적인 수준에서 진행됐다. 바로 표준에 관한 것이었다. 모두가 표준을 원했다. 각 기업은 자사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데 필사적이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표준 전쟁에서 진다는 것은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렇게 되면 고가의 새로운 기계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싸움에서 결정적으로 유럽에게 승리했다. 표준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허버트 후버의 활약이 다뤄진다. 제국의 표준화란 머나먼 땅에서도 식민 지배자의 관행이 지켜진다는 의미였다. 제국은 새로운 법과 아이디어, 언어, 스포츠, 군사 협정, 패션, 도량형, 예의범절, 화폐, 업계 관행 등을 식민지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실제로 식민지 관리들은 이러한 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 다시 말해, 영국의 도량형 체계(피트, 야드, 갤런, 파운드, 톤)가 제국주의 체계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도량형은 영국 제도를 넘어 대영제국 전체에 동일한 단위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보급됐던 것이다. 그런데 이 ‘대영제국’의 모든 자리에 ‘미국’이 들어가 모든 것을 미국식 표준으로 대체해버렸다. 일단 표준이 확고하게 정해지면 이를 없애기란 어렵기 때문에, 예를 들어 독립 후에도 필리핀은 미국 중심의 간호 실무에 치중하게 됐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왜 루스벨트는 필리핀이란 단어를 뺏을까

이 책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직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문 초고 사진이 실려 있다. 직접 펜으로 교정을 본 초고에서는 필리핀이 지워져 있고 하와이가 부각되었다. 연설의 내용은 일본의 미국 공격을 규탄하는 것이다. 필리핀을 지워버린 이유는 당시 미국인들은 필리핀을 전혀 자국의 영토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와이는 달랐다. 미국과 가까웠고, 백인의 거주 비율이 높았다. 실제로는 필리핀이 훨씬 거대한 면적과 인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루스벨트는 전쟁에 대한 여론을 고취시키기 위해 필리핀을 없애고 하와이를 부각시켰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미국의 해외 영토인 푸에르토리코를 덮쳐 큰 피해를 입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땅이라는 걸 아는 미국인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고, 30세 이하에서는 37퍼센트에 그쳤다. 그러나 실상은 전 세계가 미국의 영토나 기지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이것을 사람들이, 특히 미국인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이 책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미국 영토 확장의 역사: 왜 식민지를 포기했을까

확장된 미국 영토의 역사는 세 가지 면에서 기술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서부로의 확장이다. 국경선을 서쪽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북미 원주민을 쫓아냈다. 두 번째는 아메리카 대륙 외부에서 일어난 일로, 빠르게 시작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로고 지도의 모양을 완성한 지 3년이 되자마자 미국은 새로운 해외 영토를 합병하기 시작했다. 1867년에 알래스카를 점유했고 1898~1900년에 스페인의 해외 영토 대부분(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및 괌)을 흡수하고 스페인령이 아닌 하와이섬과 웨이크섬, 미국령 사모아를 합병했다. 1917년에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 그 영토들은 확장된 미국 영토의 육지 면적에서 거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이곳 인구의 합계는 1억3500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후 전개 과정은 놀라웠다. 전쟁에서 이긴 후 영토를 포기한 것이다. 최대 식민지였던 필리핀이 독립했다. 미국은 점령지에서 빠르게 철수했고 (인구가 희박한 미크로네시아 군도 중) 단 한 곳만 미국령에 합병됐다. 다른 영토는 독립하지는 못했으나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았다. 푸에르토리코는 ‘연방Commonwealth’이 되면서 강압적인 합병이 표면적으로는 동의를 거친 것처럼 보이게 됐다.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수십 년간의 인종차별주의적인 결정을 극복하면서 주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측면의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은 왜 권력의 정점에서 식민지 제국의 모습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했을까? 저자는 그 질문을 자세히 파고들고 있다. 우선 피식민자들이 저항하며 식민지 제국을 몰아내려 했기 때문이다. 이건 당연한 세계 역사의 추세였다. 또 다른 답은 기술과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실제로 식민지를 보유할 필요 없이 제국의 수많은 이점을 실현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들을 개발했다. 플라스틱과 기타 합성소재를 이용해, 열대작물로 만든 기존의 제품을 인공물로 대체했다. 비행기, 라디오, DDT 덕분에 합병할 필요 없이 손쉽게 미국의 상품과 아이디어 및 인력을 외국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은 정치적 경계를 넘어 자국에서 만든 대다수의 물건과 관행(나사 부품에서 도로 표지판과 영어에 이르기까지)을 표준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다시금 물리적 통제를 벗어난 장소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기술들은 형식상 제국이라는 익숙한 모델에서 미국을 분리시켰다. 기술 덕분에 식민지화가 세계화로 대체된 것이다.

세계화를 만들어낸 새로운 기술들은 어느 날 불쑥 등장한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다수는 미국이 영토를 새롭게 관리할 수 있도록 1940년대에 단기간 내에 미군이 개발한 것이다. 놀랍게도 불과 몇 년 후 미군은 전 세계에 걸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놀라운 점은 식민지에 의존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무역, 교통 및 운송, 통신이 한 국가, 즉 미국에 극도로 집중됐다는 사실도 놀랄 만한 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화의 시대에도 영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식민지 시대 영토의 일부(수백만 명의 인구 포함)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도상의 크고 작은 수많은 섬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활동 무대이자 발판이며 비축기지일 뿐만 아니라 망루인 동시에 연구실인 것이다. 이러한 영토는 역사가이자 지도 제작자인 빌 랭킨의 개념을 빌리자면 ‘점묘주의 제국pointillist empire’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날 그런 제국은 전 지구에 뻗어 있다.

◆ 미국은 왜 스스로의 제국 지위를 부정하는가

영국은 대영제국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제국을 기리는 대영제국의 날Empire Day을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알제리가 프랑스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자국의 국경을 고질적으로 혼동해온 것은 미국뿐이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은 스스로를 제국이 아닌 공화국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제국주의 항쟁 속에서 탄생했으며, 히틀러의 천년제국인 라이히와 일본제국에서 소비에트연방의 ‘사악한 제국Evil Empire’에 이르는 여러 제국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판타지 세계에서도 미국의「스타워즈」는 은하제국에 맞섰다. 이처럼 공화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자화상은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 비용의 대부분은 식민지, 점령 지역 및 군사기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지불해왔다. 로고 지도는 그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넣었고, 이는 거주하기에 위험한 곳이었다. 미 제국에 사는 사람들은 종종 총격을 당하고 폭격을 입고 기아에 시달리고 억류되고 고문당하고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 2019년 미국 지성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2019년 최고의 책, 『시카고트리뷴』 2019년 10대 도서, 『뉴욕타임스 북리뷰』 주목할 만한 도서, NPR 편집자 초이스 등 2019년 수많은 상을 휩쓴 이 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우선 미국의 팽창주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임머바르의 이 책은 “훌륭한 구상과 독창적인 발상, 읽을수록 빠져드는 재미, 때로운 냉소적이고 묵직한 진지함까지 갖췄다”(앤드루 바세비치)는 점을 평가받고 있다. 새뮤얼 모인 예일대 교수는 “북미 대륙 밖에서 미국의 식민 제국이 발흥하는 과정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주의에서 세계화로 선회한 미국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빼앗는다”고 고백한다. 그는 “일반 대중과 학자 모두에게 널리 읽히는 새로운 고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홀린저 UC버클리 교수는 “미국이 그저 하나의 제국이 아니라 아주 뚜렷한 특색을 지닌 제국이며, 이런 면은 지금까지 대부분 무시되어왔음을 잘 보여준다”며 이 책이 “세계사 속 미국 역사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고 격찬했다.

왜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이토록 놀랍다는 듯이 반응하는 것일까. 저자는 미국이 2세기가 넘도록 ‘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두 개의 영토로 분할된 거대 제국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식민지 영토는 오늘날 대중이 거의 알지 못하는 자치령들이다. 초창기에 아메리카 대륙 변경의 원주민 영토들이었던 이들 자치령은 이후 한동안은 하와이, 알래스카, 필리핀이었다가 오늘날은 푸에르토리코, 괌, 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지역으로 변해왔다. 나아가 해외 군사기지와 경제의 글로벌화 같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은 다른 종류의 제국 건설에 나섬으로써 제국 중의 제국다운 면모를 다져왔다고 말한다. 놀라운 통찰력을 통해 주류 교육 및 지성계에서 거의 완벽히 배제된 미국 역사의 단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무엇보다 많은 언론이 저자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저자는 착취와 폭력으로 점철된 무거운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동시에 팽창주의적 야심과 숨김없는 자부심 사이에서 벌어진 부조리한 틈을 조명해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안다. 『뉴욕타임스』는 “임머바르의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 책을 통해 생생히 드러나는데, 나사를 표준화하려는 후버의 노력을 다룬 부분에 완전히 매료되어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러나 숱한 일화와 감춰진 이야기를 넘어, 이 책은 때로는 더욱 심오하고 거대한 내용을 제시한다. 날렵하면서도 방대하고 폭넓으면서도 아주 꼼꼼하게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결과 상상 속 모습이 아닌 실제 미국 역사를 흥미진진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실체로 구현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스펙테이터』는 “부조리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지닌 이야기꾼의 솜씨로 미국 및 세계 속의 미국을 고찰하는 뛰어난 논고를 세상에 내놓았다”라고 보았다.

◆오바마, 트럼프는 모드 식민주의의 영향 아래 있다

이상하게도 미국은 제국주의라는 비난에 자주 시달렸으나 영토 차원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을 로고 지도로 나타내기 위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나머지, 제국을 부르짖으며 열렬히 비판하는 전문가들조차 해외 영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확장된 미국 영토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영토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식민지나 기지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중요한 문제다. 미국 입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영토에서 시작된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군기지에서 시작됐다.

영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식민주의는 정치적 배경에서 그 존재가 가장 두드러진다. 매케인, 페일린, 오바마 그리고 트럼프는 모두 식민주의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는 이상하고도 놀라운 사실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놀라움을 뛰어넘어 미국의 역사는 제국의 역사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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