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속도

경향신문 | 경향e북스 | 2013년 04월 2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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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서울에 사는 김아무개씨가 2006년 1월1일 고향을 가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나왔다면 그는 고속도로 체증에 시달리는 많은 운전자들과 함께 동정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1946년에 김씨가 차를 몰고 고향을 갔다면 그는 엄청난 부자로 여겨져 부러움을 샀을 것이다.

당시 전국에 자가용 승용차는 708대에 불과했다. 2006년은 1946년보다 1만5천배 이상 차가 늘어 1천1백만대가 넘는다. 전국 도로의 총길이도 47년에는 고작 2만4천㎞로, 1㎞당 자동차는 0.5대꼴이었다. 이에 비해 2006년은 도로 총길이가 9만7천㎞로, 1㎞당 자동차는 145대꼴이다. 명절 때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씨가 고향에 도착한 직후 회사동료에게 보낸 e메일은 6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통신수단이다. 46년 한해동안 접수된 우편물은 6천7백80만통. 인구 1명당 4.8통꼴이었다. 2003년에는 52억통으로 1명당 108통꼴이며, e메일까지 합치면 ‘계산불가’다.

개인이 주고받는 편지보다는 카드사용 내역 통지서와 같은 각종 인쇄물 발송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고향인 농촌마을도 크게 변했다. 해방 이후 10년이 흐른 55년에는 15세 미만 어린이가 전체 농촌인구의 41.1%, 60대 이상은 4.7%였다. 그러던 것이 2006년에는 15세 미만이 10.3%, 60대 이상이 40.2%로 거꾸로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간 농촌에 노인들만 남은 현실을 반영한다.

2006년에는 김씨의 고향마을 노인들도 대부분 휴대폰을 갖고 있지만 46년에 전화기를 가진 사람은 3만6천명에 불과했다. 538명당 전화기 1대꼴이었다. 2006년에는 2천5백80만대로 전화 1대당 1.8명꼴이며, 휴대폰(3천3백59만대)까지 합치면 인구보다 훨씬 많다.

김씨가 고향에서 만난 변호사 친구는 전국 변호사 7,690명 중 한명이다. 해방후 10년 가까이 된 54년에만해도 변호사는 전국에 280명이었다. 49년 당시 사법고시 응시자수는 635명에 16명이 합격할 정도로 법조인은 희귀했다. 지금처럼 해마다 1,000명 이상을 배출하는 것과는 격세지감이 있다. 해방 직후에는 의사도 귀했다. 의사 1명당 인구는 48년 5,651명에서 2003년에는 588명으로 낮아졌다.

만일 47년에도 김씨가 서울에 살았다면 그는 농부였을 확률이 높다. 당시 서울인구의 60.6%가 농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에는 서울에서 농사짓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은 15세 이상 서울인구(8백14만명)의 0.09%에 든다.

문화생활에도 변화가 크다. 45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5편에 불과했다. 2004년 한해동안 82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정기간행물수는 47년 247종에서 2005년 6,938종으로, 이 가운데 일간지는 47년 56개에서 지난해 168개로 늘었다. 6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인터넷신문도 272종에 이른다.

국공립 도서관은 48년 29곳으로 96만권의 장서를 보유했지만, 2004년 말에는 487곳, 3천8백만권으로 늘었다.

경제는 변화의 속도와 폭이 컸던 대표적인 분야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46년 수출액(통관기준)은 3백50만달러로 1인당 20센트꼴이었다. 미군정과 과도정부가 관여된 관영무역을 제외한 순수 민간수출은 9만5천5백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2004년에는 7만2천5백14배가 증가한 2천5백38억달러로 1인당 5,256달러가 됐다. 5인이상 제조업체 및 종업원 수는 46년 9,323개, 12만2천명에서 2003년 11만2천개, 종업원 2백73만명으로 늘었다.

46년 당시 인구 100명당 전등수는 11.3개로 10명당 1개꼴이었다. 지금은 전등이 너무 많아져 이같은 통계가 의미가 없어 작성되지 않고 있다.

46년 7월부터 47년 말까지 1년6개월 동안 국민들에게 공급된 주요 생필품을 보면, 양말과 고무신은 각각 8명당 1켤레, 운동화는 25명당 1켤레, 비누는 3명당 1개였다. 지금은 이런 통계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이다.

금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46년 말 1천7백71만원에 불과하던 화폐발행액 누계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25조원으로 무려 1백41만1천6백31배 늘었다. 통화량(M1)은 2천5백만원에서 3백39조원으로 1천3백56만배 증가했다. 은행예금은 46년 말 1억원에서 5백53조원으로 늘었다.

노동부문에서는 48년 현재 4,300여개 사업장에서 15만7천명의 노동자가 일했고 그 가운데 4만7천명이 노조에 가입, 노조가입률이 29.7%였다.

2005년에는 10.6%로 낮아져 노조가입률은 하향곡선을 그린 몇 안되는 항목중 하나다. 말 사육두수도 46년 3만4천8백41마리에서 2005년에는 5,000마리가 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말은 주요 운반수단 중 하나였기 때문에 상당수의 농가에서 키우고 있었다. 60년 전이었다면 아마 김씨는 고향에서 열차 편으로 서울에 도착해, 고향에서 가져온 농산물을 말이 끄는 수레에 싣고 집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



60년이라는 세월의 변화를 머릿속에 상상하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우리의 현대사 60년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고속 경제성장이 자리하고 있어 한층 그렇다. 급속한 성장은 각 세대가 하는 경험을 다르게 만든다. 조부모세대, 부모세대, 자식세대와 또 그 자식 세대에서도 각기 다른 체험을 하며 자라왔다. 세대별 경제적 환경과 특수한 문화적 조건은 보통 한 세대라고 부르는 기간을 30년에서 10년으로 줄여 놓았다. 우리는 살아온 과정을 보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시점을 골라야 하는 정도이다. 1970년대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정하고 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기억하라! 1997'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기도 했다.

고속 성장은 동시대의 사람들속에서 여러 세대를 태어나게 했다. 한국이 세대별로 정치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경제 성장 속도와 무관하지 않다. 나누어진 세대들의 통합은 쉽지 않아보이고 한 가족 내에서 혹은 사회 내에서도 많은 갈등을 만들고 있다. 세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일들이 있다. 한국은 얼마나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것이다. 우선 공감할 수 있는 통계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급속한 환경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 속도를 느낄 수 있다면 서로의 세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은 194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의 성장 지표들을 인구학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비교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우리가 얼마나 빨리 달려왔고 앞으로 얼마나 빨리 달려갈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시대적인 차이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저자소개

경향신문의 슬로건은 '진실을 읽다'입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의무이지만 권력과 자본 앞에 이 의무를 지켜나간 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종업원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향신문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어떠한 압력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신문에서 인터넷, 스마트폰까지 모든 매체를 통해 경향신문은 신문기사에서 전자책까지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합니다. 세상과 콘텐츠가 만나는 길목에 언제나 경향이 있습니다.

목차소개

1. 인구 - 서울인구 90만→979만 11배 ‘급팽창’
2. 농경지 - 34년새 여의도의 1,824배 줄어
3. 제조업 - GDP, 13억에서 6천8백1억달러로
4. 수출 - 한국의 무역규모는 아프리카 38개국을 합한 것 보다 많아졌다
5. 금융업 - 해방 당시 영업하던 은행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6. 교통 - 40년새 車보유 1천배 마이카시대로
7. 우편?통신 - 1주일 걸리던 ‘고향소식’ 실시간 접속
8. 물가 - 6.5배나 폭락한 쌀값
9. 교육?의료 - 대표적인 압축성장 분야
10. 정치?행정 - 공무원 100만 시대
11. 치안 - 생계형 범죄에서 지능형 범죄로
12. 영화?연극 - 가장 큰 변화는 '산업화'
13. 인쇄매체 - 90년대 들어 위기를 맞는 인쇄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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