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 글항아리 | 2019년 05월 2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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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안녕치 못한 영혼,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서
알프스를 넘고 다뉴브를 거슬러 떠난
달콤 살벌하고 아찔한 유럽 여행

칙칙하고 우울한 날씨, 입맛을 뚝뚝 떨어트리는 음식, 갑갑하고 숨 막히는 바른 생활의 사람들 틈에서 덴마크에 대한 불만과 노여움이 쌓일 대로 쌓여가던 어느 날, 마이클 부스는 경멸해 마지않던 덴마크의 대문호이자 덴마크인의 자존심,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만난다. 우연히 읽게 된 반전의 잔혹동화 「인어공주」를 계기로 그의 작품을 게걸스럽게 섭렵해나가던 부스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여행문학의 걸작 『시인의 바자르A Poet´s Bazaar』를 통해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쌍둥이를 만난 것처럼 그를 사랑하게 된다. 심각한 신경증 환자에 예민하기로 악명 높은 호들갑쟁이, 엄살 대장이었던 "천재" 문학가 안데르센 역시 고국인 덴마크를 견딜 수 없어 수시로 그곳을 떠났다. "영혼이 안녕치 못할 때는, 떠나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안데르센의 말만 믿고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 계획한 마이클 부스의 "도피" 여행은 독일, 이탈리아, 몰타, 그리스, 터키,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치며 다이내믹한 모험담이자 치밀하고 열정적인 평전으로 완성된다.

저자소개

지은이 | 마이클 부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출판, 방송, 강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디언』 『타임스』 『인디펜던트』 『콩데나스트트래블러』 등 전 세계 여러 매체에서 여행, 음식, 그리고 프랑스 ·일본 ·북유럽 지역에 관한 글을 썼다. 잡지 『모노클』과 「모노클 24 라디오」에서 통신원으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북유럽 지역에 대한 강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지은 책으로 2016년 영국 여행작가협회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돼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비롯해, 일본에서만 15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NHK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된 『오로지 일본의 맛』이 있다. 그 외에도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빌어먹을 코르동블뢰』 『쌀의 의미』 등을 펴냈다. 지금은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 문화를 비교 탐험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역자소개

옮긴이 | 김윤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를 졸업한 후 영상을 번역하며 여러 편의 영화를 우리말로 옮겼다. 주 관심사는 역사와 인문, 소설이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춤추는 식물』 『적색 수배령』 『돌아온 희생자들』 『감정의 식탁』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점과 선: 기초수학에 담긴 사랑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소개

1장 코펜하겐
2장 독일
3장 피렌체
4장 로마
5장 나폴리
6장 몰타
7장 아테네
8장 콘스탄티노플
9장 다뉴브강

에필로그
감사의 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19세기의 여행광 안데르센을 따라
무작정 계획한 좌충우돌 유럽 도피 여행
찬란한 문화유산과 거장의 삶을 되살려내다!


여행가의 탄생:
마이클 부스, 안데르센을 만나다

전 세계 50개국을 종횡무진하며 발로 뛰어 쓴 취재기로 다음 세대 빌 브라이슨이라는 별명을 얻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부스. 그가 북유럽 요정 연구가에서 간장공장 사장에 이르기까지 별별 사람을 만나며 온갖 삽질과 흡족한 쾌거들을 그러모으고, 마침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인용되는 유명 칼럼니스트가 되기까지는 사실 남모를 흑역사가 있었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말에 콧방귀를 끼며 책 한 권 분량의 썰(?)을 풀 수 있는, 그러고도 여전히 그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되기까지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이클 부스가 본격 여행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인 이 책은 대표작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이 쓰이기 만 10년 전, 그러니까 그가 ‘북유럽에 좀 살아본 사람’이 아닌 ‘북유럽의 아웃사이더’였던 시절 쓴 책이다. 그만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에 비하면 이 책은 벌거벗은 부스 자체이자, 날것 그대로의 여행기다. 그리고 부스는 이 책, 아니 이 여행을 시작으로 북유럽 5개국, 프랑스 요리, 인도 여행, 일본 음식, 한-중-일 문화를 종횡무진 탐험하는 명실상부한 문화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그 살기 좋다는 북유럽 국가 덴마크에서, 도대체 무엇이 그를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느냐고? 그 시절 부스의 말에 따르면 덴마크에서의 삶은 “축축한 기저귀를 찬 갓난아기 같은” 기분으로 그르렁거리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쾌락과 사치라곤 당최 즐길 줄 모르는 갑갑한 금욕주의자들, 1년 365일 중 300일은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저주받은 날씨, 개념 없는 운전자투성이에 사람을 밀치고도 사과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 입에 대는 것마다 입맛만 뚝뚝 떨어뜨리는 음식, 고양이 탈장수술 성공 파티에서마저 어김없이 하얀 십자가가 그려진 미니 국기를 꽂고야 마는 강박적인 애국심, 인종차별과 외부인에 대한 경계…… 덴마크는 ‘이방인’ 부스에게 한없이 낯설고 도저히 적응 안 되는 콧대 높은 북유럽 국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코펜하겐 근교의 어학원에 다니며 굴욕적인 수업을 견뎌내고, 그 보상으로 쉬는 시간마다 급우들과 다국적 덴마크 험담 포럼(?)을 개최하던 부스는 어느 날 학원 과제로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원전을 번역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 생각지도 못한 마법이 일어난다. 어설픈 훈계나 하는 유치한 동화작가쯤으로 생각했던 안데르센의 작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 것. 「인어공주」는 그가 알던 작품이 전혀 아니었고, 안데르센 역시 그가 알던 안데르센이 아니었다. 이후 안데르센의 작품과 평전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가던 부스는, 방황하고 고뇌하는 ‘안녕치 못한 영혼’ 안데르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하나둘씩 발견해간다. 인정 욕구는 하늘을 찌르고, 걱정에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으며, 진정한 근대주의자이자 문학 혁신가로서 타고난 신분을 뛰어넘어 유럽 최고의 문호로 성장한 야심가, 그리고 무엇보다 덴마크에서의 삶을 견디지 못해 수시로 여행을 떠난 디아스포라. ‘여행은 곧 삶’이라고 말하며 집도 뿌리도 가족도 없는 노마드의 삶을 살았던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일은, 어쩌면 일상이 떠날 빌미로 가득했던 부스에게 스스로를 조우할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는 그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유럽 육로 여행기
─어른이면서 어른이 아닌 어른을 위한

시작은 2005년 2월, 코펜하겐 중앙역. 1840년 10월 세상에 막 나온 증기선 크리스티안8세 호를 타고 덴마크의 수도를 떠난 안데르센의 여정을 재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부스는 기차 여행을 택한다. “그해 10월, 안데르센은 생애 가장 길고 가장 힘들고 흥분되는 여행이 될 여정을 시작했다. 남부로 가서 초창기 증기기관차를 타고 독일로 향한 뒤 마차로 피렌체와 로마, 나폴리를 돈 다음 증기선을 타고 몰타와 그리스, 터키를 여행하고 다뉴브강을 통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프라하, 독일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 혁명 이전의 유럽을 통과하는 이 환상적인 모험은 여행기 『시인의 바자르A Poet’s Bazaar』로 결실을 맺는다.” 그렇게 해서 『시인의 바자르』는 가이드북이 되고, 혁명 전야의 유럽인 안데르센은 안내자가 된다. 기차를 타고, 차를 운전하고, 배에 오르고,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 ‘두 발’로 유럽 8개국을 여행하는 대장정이다. 부스는 육지와 바다를 통해 코펜하겐부터 함부르크-라이프치히-로마-나폴리-몰타-아테네-이스탄불-부다페스트-빈-프라하-드레스덴을 여행한 후 집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 여행,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아니 가혹하다. 독일은 안데르센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부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선사하는 곳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안데르센의 은밀한 사생활을 뒤쫓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순결을 지켰다’고 주장한 안데르센에게 여행은 무엇보다 성욕의 해방구였다. 원초적 욕망과 성적 암시로 가득한 안데르센의 작품에 비추어, 또한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 그의 섹슈얼리티를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쟁에 입각해 부스는 직접 그 흔적을 추적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브라이텐부르크성을 거쳐 함부르크에 도착한 그는 악명 높은 사창가인 헤르베르트슈트라세에서 여성 성노동자인 잔드라를 만난다. 그리고 평생에 걸친 순진무구함을 주장하고 유곽에서는 ‘이야기만 나누었다’는 안데르센의 주장이 진실인지를 가늠해볼 회심의 질문을 던진다. “진짜 이야기만 나누고 가는 남자들도 있나요?”

부스의 여행은 시작부터 이런 식이고, 끝까지 이런 식이다. 직접 맛보고, 직접 부딪히고, 직접 만나봐야만 얻을 수 있는 온갖 희한한 경험과 뜻밖의 성취로 진정한 ‘부스식 여행기’는 완성된다. 안데르센은 당시 독일에 막 생긴 증기기관차를 타고 “폭풍 속의 구름처럼 날아”서 라이프치히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연주회에 참석한다. 부스도 그를 따라가 리스트를 비롯해 판화가, 시인, 공예가 등 수많은 위인의 흔적을 더듬어가며 무덤을 염탐하다 경찰에 쫓기기까지 한다. 뮌헨에서는 전문 가이드 디르크 하이서러를 만나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된다. 혁명 전야의 역동적인 도시 분위기와 분주한 도심 한가운데서 느끼는 1840년대의 고요함은 두 사람의 발길에서 점차 되살아난다.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 이탈리아 도시에서는 당시에도 관광 명소였던 수많은 성당과 성, 원형경기장과 광장을 둘러보며 복숭아빛, 상아빛, 에메랄드빛, 흑단빛의 전설적인 문화유산에 압도되고, 도시의 아름다움에 젖어든다. 또 이들 도시에서 안데르센의 몸과 마음이 한껏 달아올랐던 만큼, 그의 삶과 그의 작품도 여행의 자취 안에서 새롭게 조명된다. 호메로스가 노래했던 섬 몰타는 당일치기로 어느 곳보다 밀도 있게 둘러보고, 아테네에서는 대리석 성전과 아크로폴리스를 방문하고 안데르센을 연구한 심리학자도 만난다. 본격적인 동방 여행이 시작되는 이스탄불은 안데르센을 완전히 매료시키며 환상을 자극한다. 부스는 이슬람 수피교의 데르비시 무희를 만나고, 그녀의 구루를 찾아 우주와 자아의 신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페리를 타고 다뉴브강을 거슬러 부다페스트, 브라티슬라바, 빈, 프라하 등 동유럽 도시들을 하나둘씩 거치며 안데르센을 따라 떠난 도피 여행은 세기를 가로지른 두 사람의 동행이자, 부스 자신의 여행으로 거듭난다.


결국은 재미, 무엇보다 재미!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마이클 부스를 읽는 맛은 역시 ‘재미’다. 10년도 더 된, 20대 때 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특유의 능청과 너스레, 감히 따라올 자 없는(내 지인이 아니라 저자인 것이 감사할 정도의) 경지의 노련한 투덜거림은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기록을 샅샅이 뒤지고 이탈리아, 그리스 등 곳곳에서 안데르센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기까지 하며 치밀하고 열정적으로 그의 삶을 추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혹은 그래서 더) 재밌다. 이 책의 미덕은 엄격한 문헌 조사와 발로 뛴 취재가 뒷받침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마이클 부스 자신이 겪는 온갖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와 그럴 풀어내는 입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평전 혹은 에세이 읽는 재미 중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며 마음속 깊이 공감하고, 때로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젓는 일화들을 만나는 것, 저자와 함께 감동하고 황당해하고 고군분투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우연히 만난 유명 배우 앞에서 아닌 척하며 그녀의 눈에 띄려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구루의 교장선생님 같은 연설에 어떻게 빠져나갈지 궁리하며 눈알을 굴리는 모습, 앞자리에서 끊임없이 컹컹대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남자에게 복수하려 똑같이 컹컹대보지만 소용 없어 좌절하는 모습, 렌터카 사무실 직원과 언성을 높여가며 싸워대는 모습, 누구나 운전대만 잡으면 보여주는 바보 갚은 똥고집, 한없이 고요한 성당에서 코르덴 바지 쓸리는 소리와 씨름하는 모습…… 이런 마이클 부스 자신의 에피소드는 안데르센 추적기 중간중간에서 잘 익은 술처럼 책의 맛을 살려준다.
그런 그가 안데르센같이 외롭고 예민하고 소심한 데다 한심한 구석도 없지 않으며 미련 맞고 성가신 성격의 소유자, 그러나 수많은 걸작을 남긴 거장의 여행을 따라가며 일거수일투족에 이런저런 주석을 달고, 인간의 숱한 못난 구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구석들을 발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묘미다. 마이클 부스는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여정과 생애, 유럽인으로서 바라본 유럽 여러 나라의 민낯을 까발리지만, 한국의 독자는 부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안데르센과 청년 시절의 부스라는 두 유럽인, 그리고 그들이 본 것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 경험하는 유럽 여러 나라의 면면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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