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22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14,000원

전자책 정가 9,800원

판매가 9,800원

도서소개

우리가 지나온 골목길에 건네는 담백하고 잔잔한 위로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내가 버텨온 흔적이 있고,
기쁨이 남은 자리에는 내가 돌아보지 못한 다른 슬픔이 있다.”


순간의 경험이, 체험이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
지나가는 자는 머무는 자의 고충을, 행복을 절대 알 수 없다는 것
안다는 말은, 알겠다는 말은 매우 오만하고 경솔한 말이라는 것 _148∼149쪽


1998년 한 일간지의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두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며 현대인의 공허한 내면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묘파해온 한지혜 작가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어느덧 21년 차 중견소설가로, 또 일간지 및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바라본 풍경들을 간명하고 정직한 문체로 그려낸다.
53편의 수록작은 문득 문득 어릴 적 엄마가 지어준 밥 냄새가 그리워질 만큼 친밀하고 소중한 삽화들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살던 골목에는’이라는 부제처럼 작가는 살아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맞닥뜨린 세상의 풍경을 네 개의 골목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1부 첫번째 골목은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뛰어놀기 좋았고, 아무리 좁고 복잡해도 한 번도 길을 잃어본 적 없는 골목길의 추억, 식당에 딸린 단칸방에 웅크린 채 오직 책 속에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어린 이야기꾼의 행복과 불안, 소설가가 된 현재의 이야기들이 미묘한 대조를 이루며 전개된다.
2부 두번째 골목은 달빛에 젖은 길이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계부를 찾아보며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을 헤아려보고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의 슬픔 또는 괴로움의 기록들이 심금을 울린다.
3부 세번째 골목은 마중 가는 길이다. 혈연의 최소단위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을 가족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혈연과 상관없이도 공유하는 기억을 하나둘 더해가며 함께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관계라고 스스로 답한다.
4부 네번째 골목은 광장으로 가는 길이다. 생리대조차 살 수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아픈 현실과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차별과 혐오, 빈부격차, 성폭력 고발운동과 연대 등에 대한 고민이 담담하게 풀어져 나온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슈들에 대해 작가는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껏 울 수 있는 사회, 우는 사람이 모두 위로받는 건강한 사회, 눈물 흘린 만큼 위로받고 아픈 만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춥고 흐린 날, 그게 창밖의 날씨든 내가 처한 인생이든
마음을 낮추면 세상 모든 만물은, 그 안에 깃든 마음은 다 괜찮아질 수 있다.
나는 우선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_60~61쪽

우리는 살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리고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에는 개인의 능력과 꿈을 묵살하는 시스템이 있고, 그것이 위압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한 우리는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일을 아주 좋은 일로 만들지 못하는 것도, 나쁜 일을 아주 나쁜 일로 치닫게 하지 않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다. 차별과 혐오, 빈부격차와 폭력이 횡행하는 세계를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그럼에도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방향을 크게 돌리는 것만이 변화는 아니다. 때로는 제자리에서 힘차게 뛰어보는 것도 더 깊어지는 변화일 수 있다.

그날 함박 함박 떨어지던 눈이 내 귓가에서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정말 모든 게 다 괜찮아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세상 모든 게 다 안온하고 안전하게 여겨졌다. _60쪽

구조조정을 당했던 오래전 어느 날 밤, 작가는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눈을 맞으며 ‘괜찮다’라는 말의 마법을 경험한다. 체한 듯이 얹혀 있던 이야기들을 모두 토해놓은 뒤에 들려온 그 소리를 들은 뒤로 문득 자신의 삶이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좀체 잡히지 않는 인생이 조용히 건네는 위로란 그런 것일지 모른다.
작가는 섣부른 낙관도 참담한 비관도 없이 진솔한 언어로 고요히 자신과 세상의 삶을 응시한다. 다층적인 삶의 희로애락을 다루며 독자와 기꺼이 눈맞춤 한다. 이 책이 작가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유이다.


♣ 추천의 말

나에게는 은밀하게 무서워하는 작가들이 몇 명 있는데 한지혜 작가가 그중 한 명이다. 한없이 다감하고 정겨운 그의 글 앞에서 항상 숨을 죽이고 긴장하게 되는 건 그 안에 오래 벼린 칼날처럼 묵직하고 예리한 시선이 들어 있어서다. 누군가를 함부로 틀 안에 넣어버리거나 바깥으로 밀어 소외시키고 얻어낸 올바름, 정직하지 못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선함을 그는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이고, 가장 다정한 얼굴로 그 허위를 노려보는 사람이다. 자신이 직접 살아본 시간의 무게와 공간의 넓이, 생활의 온도와 구체적인 사람들의 표정을 거치지 않고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믿는 그의 글은 격앙된 목소리나 빌려온 관념, 자극적인 수사 하나 없이 마음을 흔들고 휘저어놓는다. 나는 그 고집스러운 작가적 태도가 미덥고 부럽다. _윤이형(소설가)

소설도 끝내주는 지혜씨는 생활자연어로 무장, 비유 상징 없이도 얼마나 아름답고 감칠맛 나는 산문이 가능한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딸과 엄마의 마음씨로, 그리워하고 싸우고 음식하고 가꾸고 돌보고 보듬고 문답하고 발견하고 아파하고 감동하고 반성한다. 20년 작가 내공 오지랖으로 천지만물의 소리를 들어 복원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빛낸다. 매력적인 문장, 예리한 성찰, 땀 뻘뻘 나는 생활전투 보고서, ‘응답하라’보다 실감나는 소시민열전, 70년대생 ‘진짜’ 고군분투기……. 요물 같은 책! 읽는 내내 즐거웠고, 나는 부(끄)러웠다. _김종광(소설가)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은 비록 어려웠지만 앞으로 저에게 펼쳐질 세상은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손만 뻗으면 별도 금방 딸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줄 알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하늘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삶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쳐 멀미가 나곤 하네요. 고단하단 생각이 들 때마다 먼 훗날 돌아보면 지금의 종종거림이 눈부실 거야…… 그리 저를 다독입니다만, 여전히 숨은 턱턱 막힙니다.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그 ‘먼 훗날’이 도대체 언제일지를 알 수 없는 막막함은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냉혹한 현실이니까요.
삭막한 법률문서들을 주로 접하다 이 책을 펼쳤습니다. 빚쟁이들의 악다구니, 빈집을 부수는 포클레인의 소음과 흙먼지가 날아들지만, 키 큰 해바라기, 사루비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철거촌 마당을 휘감아 나온 바람 역시 갓 태어난 아기가 한참을 머문 세상 끝 베란다를 지나 저에게 불어옵니다. 작가와 같은 시대를 헤쳐 나온 독자라, 묵혀둔 기억 속 감정들이 불쑥불쑥 떠올라 살포시 웃다가도 심장이 저려 책장을 넘기다 말고 멈짓멈짓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누군가의 종종거림이 먼 훗날의 눈부심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이 되는구나……를 깨닫습니다. 제가 받은 따뜻한 위로가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_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저자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안녕, 레나』와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가 있으며, 일간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목차소개

프롤로그

1부 첫번째 골목

숨어 있기 좋은 책
내가 살던 골목에는
나는 너를 모른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한 가지
세월은 가고, 사람은 늙지만
참 괜찮은 눈이 온다
성공 대신 성취
해바라기를 심었더니 그리움이 피네
아이는 어쩌고?
나무의 노래
꿈, 견디면 즐거운
멈추지 않는 순간
안 돌려도, 터닝
생략된 삶에 대한 연민

2부 두번째 골목

서울 78-236415의 남자
내 영혼의 불량식품
짧은 생을 돌아나오다
엄마의 맛
세상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마음이 가리키는 운명
추억과 밥을 먹었다
초보농사 고군분투기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말할 수 있게
호출기, 흔적 없는 그리움
대한민국 김장 노동자
용서의 나라
시간을 소유하는 법

3부 세번째 골목

세상의 끝
바닥을 딛고 서는 힘
인문학적 수학
누가 우리의 가족인가
부모로서의 용기
반짝반짝 빛나는
엄마의 자전거
같은 세상 다른 언어
4등이어도 괜찮아
기록은 사라져도 기억은 남지
무엇이든 물어봐

4부 네번째 골목

치유의 광장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위로
촛불 이후 광장은 진화할까
고통은 왜 증명해야 하는가
생리대 기본권
참고문헌 없음
울어도 돼
쫓겨난 늑대는 어디로 가야 할까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
요정과 마녀 사이
권력과 폭력
가난이 가난과 싸울 때
‘학생다움’을 결정할 자유
출구 없는 삶
희망은 아프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내가 버텨온 흔적이 있고,
기쁨이 남은 자리에는 내가 돌아보지 못한 다른 슬픔이 있다.”

우리가 지나온 골목길에 건네는 담백하고 잔잔한 위로

순간의 경험이, 체험이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
지나가는 자는 머무는 자의 고충을, 행복을 절대 알 수 없다는 것
안다는 말은, 알겠다는 말은 매우 오만하고 경솔한 말이라는 것 _148∼149쪽


1998년 한 일간지의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두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며 현대인의 공허한 내면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묘파해온 한지혜 작가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어느덧 21년 차 중견소설가로, 또 일간지 및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바라본 풍경들을 간명하고 정직한 문체로 그려낸다.

53편의 수록작은 문득 문득 어릴 적 엄마가 지어준 밥 냄새가 그리워질 만큼 친밀하고 소중한 삽화들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살던 골목에는’이라는 부제처럼 작가는 살아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맞닥뜨린 세상의 풍경을 네 개의 골목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1부 첫번째 골목은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뛰어놀기 좋았고, 아무리 좁고 복잡해도 한 번도 길을 잃어본 적 없는 골목길의 추억, 식당에 딸린 단칸방에 웅크린 채 오직 책 속에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어린 이야기꾼의 행복과 불안, 소설가가 된 현재의 이야기들이 미묘한 대조를 이루며 전개된다.

2부 두번째 골목은 달빛에 젖은 길이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계부를 찾아보며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을 헤아려보고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의 슬픔 또는 괴로움의 기록들이 심금을 울린다.

3부 세번째 골목은 마중 가는 길이다. 혈연의 최소단위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을 가족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혈연과 상관없이도 공유하는 기억을 하나둘 더해가며 함께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관계라고 스스로 답한다.

4부 네번째 골목은 광장으로 가는 길이다. 생리대조차 살 수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아픈 현실과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차별과 혐오, 빈부격차, 성폭력 고발운동과 연대 등에 대한 고민이 담담하게 풀어져 나온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슈들에 대해 작가는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껏 울 수 있는 사회, 우는 사람이 모두 위로받는 건강한 사회, 눈물 흘린 만큼 위로받고 아픈 만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춥고 흐린 날, 그게 창밖의 날씨든 내가 처한 인생이든
마음을 낮추면 세상 모든 만물은, 그 안에 깃든 마음은 다 괜찮아질 수 있다.
나는 우선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_60~61쪽

우리는 살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리고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에는 개인의 능력과 꿈을 묵살하는 시스템이 있고, 그것이 위압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한 우리는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일을 아주 좋은 일로 만들지 못하는 것도, 나쁜 일을 아주 나쁜 일로 치닫게 하지 않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다. 차별과 혐오, 빈부격차와 폭력이 횡행하는 세계를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그럼에도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방향을 크게 돌리는 것만이 변화는 아니다. 때로는 제자리에서 힘차게 뛰어보는 것도 더 깊어지는 변화일 수 있다.

그날 함박 함박 떨어지던 눈이 내 귓가에서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정말 모든 게 다 괜찮아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세상 모든 게 다 안온하고 안전하게 여겨졌다. _60쪽

구조조정을 당했던 오래전 어느 날 밤, 작가는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눈을 맞으며 ‘괜찮다’라는 말의 마법을 경험한다. 체한 듯이 얹혀 있던 이야기들을 모두 토해놓은 뒤에 들려온 그 소리를 들은 뒤로 문득 자신의 삶이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좀체 잡히지 않는 인생이 조용히 건네는 위로란 그런 것일지 모른다.

작가는 섣부른 낙관도 참담한 비관도 없이 진솔한 언어로 고요히 자신과 세상의 삶을 응시한다. 다층적인 삶의 희로애락을 다루며 독자와 기꺼이 눈맞춤 한다. 이 책이 작가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유이다.


추천의 말

나에게는 은밀하게 무서워하는 작가들이 몇 명 있는데 한지혜 작가가 그중 한 명이다. 한없이 다감하고 정겨운 그의 글 앞에서 항상 숨을 죽이고 긴장하게 되는 건 그 안에 오래 벼린 칼날처럼 묵직하고 예리한 시선이 들어 있어서다. 누군가를 함부로 틀 안에 넣어버리거나 바깥으로 밀어 소외시키고 얻어낸 올바름, 정직하지 못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선함을 그는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이고, 가장 다정한 얼굴로 그 허위를 노려보는 사람이다. 자신이 직접 살아본 시간의 무게와 공간의 넓이, 생활의 온도와 구체적인 사람들의 표정을 거치지 않고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믿는 그의 글은 격앙된 목소리나 빌려온 관념, 자극적인 수사 하나 없이 마음을 흔들고 휘저어놓는다. 나는 그 고집스러운 작가적 태도가 미덥고 부럽다. _윤이형(소설가)

소설도 끝내주는 지혜씨는 생활자연어로 무장, 비유 상징 없이도 얼마나 아름답고 감칠맛 나는 산문이 가능한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딸과 엄마의 마음씨로, 그리워하고 싸우고 음식하고 가꾸고 돌보고 보듬고 문답하고 발견하고 아파하고 감동하고 반성한다. 20년 작가 내공 오지랖으로 천지만물의 소리를 들어 복원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빛낸다. 매력적인 문장, 예리한 성찰, 땀 뻘뻘 나는 생활전투 보고서, ‘응답하라’보다 실감나는 소시민열전, 70년대생 ‘진짜’ 고군분투기……. 요물 같은 책! 읽는 내내 즐거웠고, 나는 부(끄)러웠다. _김종광(소설가)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은 비록 어려웠지만 앞으로 저에게 펼쳐질 세상은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손만 뻗으면 별도 금방 딸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줄 알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하늘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삶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쳐 멀미가 나곤 하네요. 고단하단 생각이 들 때마다 먼 훗날 돌아보면 지금의 종종거림이 눈부실 거야…… 그리 저를 다독입니다만, 여전히 숨은 턱턱 막힙니다.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그 ‘먼 훗날’이 도대체 언제일지를 알 수 없는 막막함은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냉혹한 현실이니까요.

삭막한 법률문서들을 주로 접하다 이 책을 펼쳤습니다. 빚쟁이들의 악다구니, 빈집을 부수는 포클레인의 소음과 흙먼지가 날아들지만, 키 큰 해바라기, 사루비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철거촌 마당을 휘감아 나온 바람 역시 갓 태어난 아기가 한참을 머문 세상 끝 베란다를 지나 저에게 불어옵니다. 작가와 같은 시대를 헤쳐 나온 독자라, 묵혀둔 기억 속 감정들이 불쑥불쑥 떠올라 살포시 웃다가도 심장이 저려 책장을 넘기다 말고 멈짓멈짓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누군가의 종종거림이 먼 훗날의 눈부심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이 되는구나……를 깨닫습니다. 제가 받은 따뜻한 위로가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_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책 속으로

어렸을 때는 눈이 내리면 마냥 신나고 즐겁더니 나이를 먹으면서는 마음이 애틋해진다. 그게 “괜찮다” 소리를 듣고 난 이후부터 생긴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소리와 함께 내 서른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누구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비로소 들으면서, 내 삶도 한결 깊어졌다. _60쪽

이제 누군가가 다시 한국에서 여성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여전히 내게 그 질문은 “아이는 어쩌고?” 하는 질문으로 들린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벗어나 작가로서의 삶으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에 대해 수시로 자문하지만 여전히 나는 답을 모른다. _76쪽

태어나면서부터 오직 한 기지 꿈만 가지고 평생을 산 사람은 이제껏 보지 못했다. 다들 많은 꿈을 꾸고 산다. 많은 꿈 가운데 하나만 남는 경우도 있고,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은 사람도 있다. 여러 개의 꿈을 조율하고 변주해가는 과정, 그러면서 때로 기뻐하고 때로 절망하는 과정,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성장일 것이다. _84쪽

처음부터 끝까지 잘 쓰인 작품을 읽는 일은 당연히 즐겁지만 전체적으로는 엉성하고 보잘것없는 글 속에 숨겨진 주옥같은 문장을 발견하는 일도 뭉클하다. 어떤 삶이든 소중한 무언가가 있고, 그러므로 어떤 삶도 함부로 생략하거나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는 내 믿음에 대한 증표 같아 나는 비효율적인 읽기를 멈출 수 없다. _100쪽

언젠가 내 호출기에 번호도 없이 음악을 남겨준 이가 있었다. 많이 지쳐 있던 때였고, 너무 외로울 때였다. 길 한복판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내 번호를 누르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니 밀물처럼 음악이 귓속으로 쏟아져들어왔다. 내가 걷고 있던, 의미 없고 정신없던 길이 음악 속에서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길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지도 비로소 보였다. 나를 위해 메시지도 없이 오직 음악만 선물해준 어떤 존재 때문에 눈물이 났다. 사람 많은 거리에서 나는 잠시 울었다. 그러고 나니 기운이 났다. 그런 존재가 있는 한 조금 열심히 살아도 될 것 같았다. _157쪽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삶 같지만, 실은 한자리에 꽂혀 한자리에서 늙어가는 식물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 수명 다한 식물을 뽑아내다보면 흙 위에서 어떤 꽃을 피웠고 어떻게 시들었든 한결같이 넓고 깊은 흙을 움켜쥐고 있다. _182쪽

마음은 중앙으로 향하고, 욕망은 상단에서 춤을 추다 곤두박질치면 위로는 늘 내가 돌아보지 않던 자리에서 찾아온다. _227쪽

세상 어딘가에 기근이 있고, 세상 어딘가에 전쟁이 있고, 세상 어딘가에 학대가 있고, 세상 어딘가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연민과 연대가 가능할 수는 없을까. _235쪽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가해학생들의 등교 금지에 찬성하고 싶었다. 더불어 해결하는 일의 지난함보다 치우고 배척하는 일의 간단함은 생각보다 매혹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쫓겨난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_250쪽

마라토너들은 달리다보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점(死點)과 만나게 된다고 한다. 그 사점을 통과하고 나면 다음은 비교적 쉽게 달리게 된단다. 아프고 괴롭고 불안하고 막막한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삶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망치지 마라. 원래 희망은 아프다. 그래서 꽃이 피는 것이다. _280쪽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