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길 서러워라

단비뉴스의 대한민국 노인보고서

제정임 | 오월의봄 | 2013년 12월 27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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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대한민국 노인들은 슬프다! 『황혼길 서러워라』

저널리즘스쿨의 〈단비뉴스〉가 ‘노인기획취재팀’을 꾸려 농촌 노인, 치매, 고령 노동, 황혼 육아, 독거노인과 고독사, 노년이 성과 여가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노인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한국 최초의 노인보고서다. 차세대 언론인을 꿈꾸는 20대 젊은이들이 현장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대안을 찾으려는 열정을 담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의료 기술의 발전하면서 오랜 연명치료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늘어났다. 2013년 12월 1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노인가구 10곳 중 3곳은 자녀와 동거하지 않은 채 혼자 살고 있고, 노인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반면 노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가난하고 외롭고 아프다. 그들의 삶의 모습은 성장제일주의에 치우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소개

편 :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기자, 피디 등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부자를 더 부자가 되게 하는 일’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딛고 올라설 수 있게 사다리를 놓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당부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국민일보」에서 사회부와 경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뒤늦게 모교로 돌아가 경영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MBC, KBS, CBS 등 방송에서 경제 및 시사 분야의 해설을 맡아왔고,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제신문」 등에 칼럼을 연재했다. 언론중재위원, 금융발전심의위원으로 일했고 현재 인터넷선거기사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 『경제뉴스의 두 얼굴』(2002), 『경제저널리즘의 종속성』(2007, 공저), 『경제보도실무』(2009) 등이 있다.

목차소개

서문 | 청년, 노인에게 말을 걸다

1장 농촌 노인, 가난하고 외롭고 아픈
가난과 소외의 한평생
평생 일했는데 왜 가난할까
취재 후기 | 굽은 허리만큼 가난을 짊어진 사람들
농촌 노인의 가난은 당연하지 않다

2장 치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존엄을 잃은 노년, 절망에 빠진 가족
‘노망’ 아니라 치료와 관리 가능한 질병
취재 후기 | 공단 한가운데에 ‘유배’된 노인들

3장 일터, 고령 노동의 서글픈 현실
늙어도 못 벗어나는 고단한 밥벌이
힘들어도 좋다, 일자리만 다오
취재 후기 | 우리도 언젠가는 늙는다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우리가 뭘 바꾸겠어?”

4장 황혼 육아, 빼앗긴 자유
손주 키우다 골병드는 노후
‘일하는 엄마’의 ‘엄마’는 피곤해
취재 후기 | 며느리가 둘째 낳으면 어쩌지?

5장 고독, 죽음보다 두려운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얼음 같은 방, 아홉 겹을 껴입고 누웠다
취재 후기 | 혼자 사는 노인들의 슬픈 이야기
고통은 왜 계속될까
막막함에 대한 단상

6장 여가와 성, 눈치 보는 노인들
노인을 위한 문화는 없는가
외롭지 않다면, 죽어도 좋아
취재 후기 | 노인, 낯선 존재에서 가까운 이웃으로
노인들은 언제까지 ‘포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하는 나라

전문가 인터뷰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 노인들은 슬프다!

“울컥했다. 회한이 밀려왔다. 우리 사회의 노인은 암담했던 시대 자신을 희생하며 나라를 키운 무명의 역군들인데, 그들의 황혼길이 어찌 이리 서러워야 한단 말인가.” -박경철, 시골의사

농촌노인, 치매, 고령 노동, 황혼육아, 독거노인과 고독사, 노년의 성(性)과 여가……
가난하고 외롭고 아픈 황혼의 삶, 우리 시대 노인 이야기

9988234
어르신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건배사로 쓰인다는 이 일곱 개의 숫자에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오랜 연명치료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9988234’는 노년층만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바라는 노년의 삶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상당한 재력이 있거나 자녀들의 부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현 불가능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
2013년 12월 1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노인가구 10곳 중 3곳은 자녀와 동거하지 않은 채 혼자 살고 있다. 노인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반면 노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다. 가난하고 외로운 이 땅의 노인들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기를, 잠든 채로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황혼의 삶, 그 속내를 들여다보다
유엔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 사회, 20% 이상인 경우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13년 전국 60곳이 넘는 시군구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많은 우려와 함께 수많은 노인 복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노인들의 구체적인 삶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미 노년층은 소비시장에서는 구매력이 없어 무의미한 집단으로, 정치권에서는 선거 시기에만 고려되고 동원되는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하철이나 공원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은 무기력하거나 뭔가에 대한 분노에 가득 차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만큼은 아니지만 유모차에 손주를 태우고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는 노인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청년들이 바라본 노년의 삶, 노인 문제의 실태
이 책은 2012년 《벼랑에 선 사람들》로 한국사회 빈곤 실태를 다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의 〈단비뉴스〉가 ‘노인기획취재팀’을 꾸려 농촌 노인, 치매, 고령 노동, 황혼 육아, 독거노인과 고독사, 노년이 성과 여가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노인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한국 최초의 노인보고서다.
무엇보다 차세대 언론인을 꿈꾸는 20대 젊은이들이 노인 문제에 주목했다는 점이 시사적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현장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대안을 찾으려는 열정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해진다.

“다른 이도 아니고 세대 갈등의 반대편 축에 서 있는 청년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따뜻한 가슴으로 문제에 다가갔고 예리한 시선으로 대안을 모색한 흔적이 느껴진다.” (‘추천사’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아픈 노인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가난하고 외롭고 아프다. 한국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일생을 고달프게 일하며 경제를 일으켜 세웠지만 미처 자신들의 노년을 준비하지 못한 이 세대는 절반 가까이 ‘빈곤층’으로 전락해 있다. 게다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을 갖고 있는 나라, 그 중에서도 도시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농촌은 현재 노인들의 삶이 어떠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1장에 그러한 농촌에서의 노인의 삶을 다뤘다. 농촌은 가난하다. 정부의 농업 정책이 경쟁력 있는 전업농, 기업농 중심으로 가다보니 소농과 고령농은 더더욱 가난하다. 의료서비스도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해 많은 농촌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나마 있는 소규모 의원들도 폐업을 하고 신설 병원들은 도시로 몰린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농촌에서 자신의 몸이 불편해지면 제일 먼저 눈길에 와 닿는 것은 ‘농약병’이다. 농촌 노인의 자살은 결국 사회적 타살이다.

방치되는 치매 노인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많은 노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암보다 무서운 병’ 치매다. 치매를 겪는 배우자를 돌보다 살해했다거나 동반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노인의 치매의료 관리율은 47%로 치매 노인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2.9%에 불과하다는 데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서 치매 관리는 거의 민간부문에 의지하고 있으며 이 또한 관리가 허술해 ‘엉터리 요양병원’만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2장 ‘치매, 끝나지 않는 고통’에서 3일 동안 노인요양원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가서 취재한 기자는 밤범신의 소설 《은교》에 나온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취재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문장을 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목격한 노인들의 말년은 ‘형벌’이었다.”

늙도록 벗어나지 못하는 밥벌이의 고단함
3장 ‘일터, 고령 노동의 서글픈 현실’에서는 늙도록 벗어나지 못하는 밥벌이의 고단함과 “힘들어도 좋다, 일자리만 다오”라는 언뜻 보면 상반된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다. 노인들의 일자리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지하철 택배, 주유소 세차장, 아파트 경비……. 쉬지 않고 꼬박 일을 해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그나마 약값 등 이런저런 비용을 제외하면 한 달 생활이 빠듯하다. 한국의 노인들의 고용률은 폐지를 줍거나 노점을 하는 등 비공식 부문을 제외하고도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배나 높지만 노후소득보장제계가 미흡한 현실에서 열악한 근로 조건, 건강 악화, 부족한 보상, 정서적인 소외에도 불구하고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65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 이상이 간절히 취업을 희망할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는 다르지만 이른바 ‘황혼 육아’라고 불리는 손주 돌보기 또한 만만치 않은 중노동이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경우 각종 호르몬 변화와 급격하게 저하되는 신체기능 때문에 우울증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개인 시간도 없이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60대 노인들의 가장 희망하지 않는 노후 생활로 ‘손주의 양육’이 1순위로 꼽히지만 맞벌이가 늘어나고 일하는 엄마의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현실에서 달리 길을 찾기 어렵다. 4장 ‘황혼 육아, 빼앗긴 자유’에서는 황혼 육아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 보육환경의 전반적 개선이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 아무도 모르게 죽을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고독은 외로움이라기보다는 두려움, 공포에 가깝다. 5장 ‘고독, 죽음보다 두려운’에서는 “이렇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괜한 걱정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2013년 1월 전남 순천에서는 3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던 박모(89, 여)씨가 보일러가 꺼져 차가운 바닥에서 숨진 지 사나흘 지난 뒤 발견되었다. 같은 해 9월에는 부산 도심 한 주택가 쪽방에서 김모(67, 여)씨가 숨진 지 5년 이상 지난 백골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전국적으로 810건의 무연고 사망자 유해가 발견됐는데 이중 상당수가 65세 이상 노인 고독사로 추정된다. 시신을 거둘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견되면 한 달 동안 공고를 통해 유족을 찾고 그래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각 시도가 정하는 대행업체가 장례를 맡는데 서울의 경우 연평균 300건의 무연고 시신을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수습하고 있다. 빈곤과 죽음의 거리는 너무나 가깝고 그 사이를 노인들은 혼자서 위태롭게 걷고 있는 것이다.
노년의 외로움은 단순히 경제적 빈곤의 문제만은 아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채재돈 씨는 오전은 효창공원으로, 오후는 종묘공원으로 나가는 것이 하루 일과다. 종묘공원에는 하루 평균 2,000명의 노인들이 모이는데 이들은 공원 주위를 거닐거나 삼삼오오 장기나 바둑을 두다 해가 질 무렵 집으로 돌아간다. 사회 전반의 문화와 여가시설이 구매력 있는 청장년 위주로 되어 있으니 노인들의 문화적 소외감은 갈수록 커져갈 수밖에 없다.
6장 ‘여가와 성, 눈치 보는 노인들’에서는 민감한 노년의 성 문제도 다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의 실태는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노년의 성을 주책없고 민망하다고 여기는 사회 인식 전반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이성교제를 부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노년의 성에 대한 담론 자체를 금기시하는 등 노년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에서 벗어날 때만이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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