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돈의 흐름을 알고 있다

김종선 | 메이트북스 | 2018년 08월 0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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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돈을 지배하는 경제의 핵심원리를 알려주는 책!

내 일자리, 내 노후, 내 소중한 재산이 걸려 있기에 사람들은 늘 경제를 바라본다. 경제가 개인의 생존에 그토록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알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의 대부분은 경제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소중한 재산과 직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의 운동원리를 제대로 알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황과 불황의 궤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을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는 스스로 재빨리 움직이다가 힘들면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는데 그것이 바로 경제의 운동원리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황과 불황의 궤적이 바로 비즈니스 사이클이다. 투자 성공 여부는 절반 이상이 여기서 결정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즈니스 사이클은 각 국면마다 각기 다른 높이의 금리를 선보이는데, 그래서 비즈니스 사이클의 각 국면마다 투자 성과가 좋을 자산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경제를 보는 시야를 한층 틔워주는 경제 교양서다. 나아가 경제를 통해 소중한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알려주는 자산관리 지침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복잡다단한 경제의 운동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자산관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경제란 것은 본래 복잡다단하게 서로 얽혀 움직이기 때문에 질서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계절이 언제나 사계의 분명한 구분을 가지고 순환하듯, 경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길게, 또 때로는 짧게 끌고 가기도 하지만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패턴, 즉 비즈니스 사이클을 포기하는 법은 없다. 우리가 흔히 경제라고 알고 있는 경제성장, 고용, 또 금리 등이 모두 이 비즈니스 사이클에 맞추어 움직인다. 또 이와 함께 주가, 채권 가격, 환율, 유가 등과 같은 모든 금융자산 가격들도 이에 맞물려 움직인다. 경제란 그런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 사이클을 읽어낼 수 있다면, 그동안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경제를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경제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해 경제를 내 편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지침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경제 책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저자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경제 주제의 책을 독자들에게 끝까지 전달하기 위해, 한 번 들면 절대 놓지 않을 책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으며 역사 속의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는 많은 일화들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비트코인, 트럼프발 무역전쟁, 북한 리스크 등과 같은 최근 이슈들이 경제와 충돌하거나 수용되는 모습까지 빼놓지 않았다. 이 모든 실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은 경제를 끌고 가는 비즈니스 사이클의 정체와 또 이에 연동해서 움직이는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꼭 기억했으면 하는 2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호황기와 불황기를 구별하라는 것이다. 경제가 과열되어가는 호황기와 경제가 쉬어가는 불황기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내려면 그 국면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과로하면 심박동이 빨라지고 체온도 올라가듯, 경제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거시경제지표들이다. 이런 지표들을 잘 관찰해야 비즈니스 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있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투자자산을 적기에 투입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호황기와 불황기의 국면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2018년 현재 우리는 어떤 국면에 처해 있고 어떤 국면으로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금리를 움직이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여러 경제지표를 보면 좋지만 지표 간의 상관관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편안한 지표 하나만 골라 관찰하는 것이 좋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금리를 움직이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는 것이다. 월가의 기관투자자들은 그런 지표로 신규 취업자수와 시간당 임금에 늘 주목하는데, 노동시장이 미국처럼 탄력적으로 변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취업자수가 중요하다.

■ 책 속으로

말레이시아도 처음에는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에 곧바로 감염되었다. 미 달러화 대비 2.45링깃 선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말레이시아의 링깃화가 2.80링깃으로 평가절하되더니 1998년 1월 7일에는 4.88링깃으로까지 후퇴하면서 5링깃 선까지 위협하게 된다. 이와 같은 링깃화 가치의 급락은 상당부분 선·현물 외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기꾼들의 공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외환시장에서 투기꾼들은 링깃화의 평가절하를 예상하면서 현재의 환율로 링깃화를 되사서 갚을 것을 전제로 미리 팔아치우는 숏 거래를 가동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같은 시기에 외환투기꾼들의 공격을 받고 있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는 당시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있지 않았다. 기업들이 외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허가가 필요했는데, 도입한 외채를 이용해 외화 수입을 올릴 수 없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허가를 받을 수가 없었다. _ pp.42~43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에도 순리란 것이 있다. 불황에서 회복되어가는 과정 어디에선가부터 들뜨기 시작하다 풍선처럼 부풀려지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상승 운동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기운을 잃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떨어져 내려온다. 회복기, 확장기, 침체기, 그리고 수축기로 이어지는 순환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비즈니스 사이클인 동시에 경제의 순리다. 순리에 맞서는 일은 어떤 일도 오래 가지 않는다. 경제를 잘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경제를 이렇게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순리, 즉 거대한 운동원리인 비즈니스 사이클부터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국내외 금리 변화가 불러오는 자본유출입과 그에 따른 환율 변화, 또 그에 따른 물가, 국제수지, 경제성장률의 변화와 같은 것들은 이에 비하면 작은 경제원리들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달아 일어나는 일들은 경제가 비즈니스 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있는가에 따라 경제에 주는 충격도 각기 달라진다. _ pp.62~63

스티글리츠는 그의 『끝나지 않은 추락』에서 재고 사이클을 이렇게 설명한다. “경기침체와 함께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 기업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공장가동을 줄이면서 서둘러 재고를 처분하는 이른바 재고 사이클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고, 또 이에 따라 가계소득의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가계의 소비지출 역시 타격을 받기 시작하면 기업매출은 더욱 줄어들고, 경기침체 역시 가속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 전체가 본격적으로 불황가도로 진입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선택의 여지는 있다. 빨리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른바 경착륙이냐, 아니면 연착륙이냐의 문제인데 결과는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호황기 동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느냐에 달려 있다. 어쨌든 경제는 어쩔 수 없이 수축 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수축 국면으로 들어서면 고통스러운 일들만 경험하게 된다. 기업은 재고를 처분하지 못해 아우성을 쳐야 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망연자실하게 되는 것이다. _ pp.73~74

그러나 불황이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로, 또 그 이웃나라를 감염시키며 글로벌한 차원으로 확산되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자리 보전에 여념이 없을 때는 불황의 파고가 더욱 사나워진다. 경제대공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세계 경제를 휘감고 있던 당시, 미국은 물론 유럽의 주요국들은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제히 보호주의 체제를 가동시키며 경제 불황을 더욱 심화시킨 전례가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예방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연합국 대표들이 미국 워싱턴 DC 근교의 브레튼 우즈에 모여 미 달러화 중심의 새로운 환율관리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이와 함께 국제통화기금 IMF과 세계은행 World Bank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가 불러온 글로벌 경제불황에서는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이 되면서 사실상 이웃 우방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이 쇠잔해졌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_ p.84

미국의 경제통계학자인 쉬스킨이 1975년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불황을 판정하는 간소한 기준의 하나로 ‘국내총생산 2분기 연속 후퇴’, 즉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제의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언론들이 이 기준에 따라 불황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또 같은 이유로 성장이 플러스 영역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자세한 내용은 살피지도 않고 주저 없이 불황이 끝났음을 선언한다. 이 기준은 국내총생산으로 나타나는 거대한 생산 활동의 이면에 깔려 있는 고용사정이나 소비자심리 등과 같은 중요한 변수들을 간과하는 것은 물론, 경기순환의 시작과 끝을 분기(3개월) 단위로 거칠게 판정한다는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못마땅해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빠른 신호를 기다리는 자산시장 투자자들은 그런 비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스컴에서 날아오는 재빠른 판정에 일제히 환호한다. 쉽고 빠른 정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투자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투자행위는 학술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_ pp.104

일찍부터 증권시장에서, 채권시장에서, 원자재시장에서, 또 외환시장에서 자산 가격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온 많은 투자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모든 투자 자산들은 자신들이 각기 좋아하는 자리에서 비즈니스 사이클에 올라타며 움직인다고 말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대로 주요 투자 자산들이 각기 순서를 정해 각기 다른 입구를 통해 들어왔다가 또 순차적으로 각기 다른 출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패턴을 이해하고 따라가면 자산투자가 한결 편안해질 것은 자명하다. 헤지펀드나 연기금펀드와 같은 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움직인다. 경기순환에 따라 우선 자산시장에서는 채권시장 ⇨ 증권시장 ⇨ 원자재시장 순으로 손바뀜이 일어나고, 또 증권시장 안에서도 운송 관련업종 ⇨ 기술업종 ⇨ 자본재 관련업종 ⇨ 원자재 및 기초금속업종 ⇨ 에너지 관련업종 ⇨ 식료품 및 의료제약업종 ⇨ 전기가스업종 ⇨ 금융 관련업종 ⇨ 자동차, 주택, 기타 생필품 관련업종 등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순환매가 일어나게 하는 투자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_ p.114

비즈니스 사이클과 연계되어 움직이는 주가 사이클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확실히 증권시장의 전체 기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비즈니스 사이클이 개별 산업이 아닌 국민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주가 사이클도 개별 종목이나 업종이 아닌 전체 업종, 즉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만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어떤 종목을 언제 사느냐에 대한 해답을 정확하게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모든 업종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따라 일제히 같이 떴다가 같이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업종에 따라 먼저 뜨는 것이 있고, 또 나중에 뜨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의 대표적 블루칩인 삼성전자도 경기가 좋다고 해서 늘 오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에게 허용된 시간 동안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따라서 주식투자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비즈니스 사이클 뒤에 숨어있는 경제활동의 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떤 업종이 비즈니스 사이클의 어느 국면에서 떠올랐다가 어느 국면에서 가라앉게 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_ p.143

미국의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연준은 산하에 있는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기의 움직임을 권역별로 나누어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이들이 역내 경제의 움직임을 각기 조사한 보고서는 하나로 묶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의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는데 이 보고서가 바로 그 유명한 ‘베이지북’이다. 원래 이름은 ‘경제동향보고서’인데 이 보고서 표지의 색깔이 베이지색이라 누구나 다 그렇게 부른다. 아무튼 이런 엄청난 보고서를 손에 들고 있는 연준이기에 월가, 아니 더 나아가 세계의 투자자들이 연준 이사장은 물론 다른 이사 및 지역 연방은행장들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합 후의 공식적인 발표나 강연을 통해 쏟아내는 경기 진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브라질에 비가 오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를 쓴 캘리포니아 대학의 나바로 교수는 경제지표의 변화를 통해 경기 변화를 미리 읽어 내고 투자에 응용하는 고효율 투자자들을 가리켜 ‘매크로 투자자’라 했다. _ p.208

2013년 7월 31일 미국 FOMC가 종료되면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실업률 등 경기 상황에 따라 장기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QE 규모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다”라고 밝히면서 양적완화 축소 일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버냉키의 이와 같은 태도는 “최근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양적확대의 축소 일정을 앞당길 것을 암시하며 자산시장에 일대 충격을 가했던 한 달 전 6월 정례회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충격으로 미국은 주식, 채권, 금, 석유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급락했다. 한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버냉키가 불과 한 달 만에 이렇게 태도를 바꾸어 양적완화 축소일정을 앞당기지 않을 듯한 발언을 한 것은 FOMC 회의 종료 직전에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 지표들 때문이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1.7%로 월가의 예상치인 1%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앞서 있었던 6월 회의에서의 버냉키의 경기 진단이 일부 옳았음을 입증해주었다. _ p.214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양보다는 신규투자를 통해 해마다 늘어나는 자본의 양이다. 이게 바로 경제를 움직이는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로 흘러들어가는 돈이면 그 돈이 국내자본이든 해외자본이든 중요하지 않다. 기업투자로 연결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고, 늘어난 소득으로 다시 소비지출이 확대되면 경제가 성장하는 착한 사이클이 저절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을 향한 미국 주지사들의 러브콜이 쇄도하는 것은 결국 기아·현대차의 투자를 유치해서 주민들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마침내 자신의 주지사 자리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재정만 낭비하는 국제행사 유치 실적보다는 국내외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실적을 더 따지는 분위기가 반드시 조성되어야 한다.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 2012년 실적 기준으로 26.7%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자는 무엇보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_ p.249

볼커 연준 의장이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금리로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한파 속으로 밀어 넣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인플레이션이다. 1973년 10월 6일 시리아와 이집트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만 중동전쟁의 후폭풍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네덜란드에 대해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시작된 석유파동으로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급등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엄습한다. 볼커는 바로 이 시기에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긴급 발탁되어 다른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 진화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다. 인플레이션이 원유 공급 감소와 같은 생산측면에서 일어난 만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포함한 글로벌 차원의 골칫거리였다. 볼커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간절히 원하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979년 10월 통화량을 과감하게 억제하는데 이 조치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일시에 꺾여버린다. _ p.276

중앙은행이 경기조절을 위해 편안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시작하는데 필요한 금리 수준은 어느 선인가? ‘다목적댐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한 안동댐의 평상시 수위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이를 위해서 지난 10년, 혹은 그동안 예외적인 홍수나 가뭄과 같은 비상한 사태가 있었다면, 더 거슬러 올라가 20여 년 정도의 평균 수위를 보면 된다. 기준금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여 년간의 평균 기준금리를 비교잣대로 삼는 것이 안전하다. 언제라도 그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앙은행이 총을 연발로 2발, 3발을 연이어 쏘면 확실히 뭔가 잘못된 것이다. 중앙은행이 당초 의도했던 대로 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신호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마침내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때가 망하는 때인지, 흥하는 때인지는 투자자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는가에 달려있다. _ p.306

금리는 자금시장의 가격변수인 만큼 경기 변화에 따라 살아있는 생물처럼 탄력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금리는 이렇게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이 자금시장에 개입해서 금리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경기가 저 혼자서 지나친 속도로 질주하지 않도록 목덜미를 잡기도 하고, 또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허리를 받쳐 주기도 한다.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고 생각할 때는 금리를 올려 돈을 쉽게 빌려 쓰지 못하게 하면서 경제활동을 진정시키고, 반대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생각할 때는 금리를 낮추어 돈을 저렴하게 빌려 쓰게 하면서 경제활동, 특히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를 지원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자금시장에 언제 개입하느냐를 지켜보는 것은 중앙은행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시카고 대학의 돈부시 교수는 1998년 “지난 40여 년 동안 경제가 단 한 번도 자연사한 적은 없었다. 매번 연준에 의해 살해되었다”라고 재미있게 표현한 적이 있다. _ p.328

돈이 경제로, 또 자산시장으로 계속 흘러 들어오는 한 거품은 계속 커진다. 그러나 돈이 흘러 들어오는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돈은 역류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풍선은 공기가 너무 많이 주입되어 만들어진 물리적인 압력으로 터지지만, 자산시장의 버블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돈이 더이상 들어오지 않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심리적 불안감으로 터진다. 페달을 계속 밟아주지 않으면 자전거가 넘어지고 말듯이 자산시장으로 돈이 계속 흘러들어오지 않는 것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터뜨리는 것이다. 킨들버거와 알리버는 경제사에 기록되어 있는 많은 버블들 가운데서도 10개를 골라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비교적 자세히 내용을 소개했다. 말하자면 ‘10대 버블’인 셈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다 최근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부동산 버블을 추가했다. 킨들버거와 알리버가 개정판을 낸다면 그들 역시 앞서 선정한 10대 버블에서 한 개를 제외시켜서라도 미국의 부동산 버블을 꼭 포함시킬 것이라 믿는다. _ p.347

‘쇼크’라고 이름 붙여질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경우 금융시장은 즉시 패닉 상태로 들어가기 쉬운데 이때 흔히 일어나는 현상은 투매다. 가격이 지나치게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때 이것들을 사들였다가 며칠 지나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때 차익을 남기고 팔면 적지 않은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아주 쉽다. 이런 일은 언제나 따라 해도 된다. 아주 안전하기 때문이다. 투매를 노렸던 런던 시민들이 밤새 투표 결과를 지켜본 후 증시가 열리길 기다렸다 사들인 주식은 주로 낙폭이 유난히 컸던 금융주들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날 밤을 새운 사람들은 일부 런던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사는 71세의 캐롤린과 뉴욕 주 브루클린에 사는 41세의 질도 5시간 후 뉴욕 증시가 문을 열자 평소에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애플사의 주식을 90달러 아래의 가격에서 쓸어 담았다고 한다. 참고로 그로부터 정확하게 2년이 지난 2018년 6월 22일 애플 주가는 185달러로 2배 넘게 상승했다. _ p.404

저자소개

■ 지은이

지은이_ 김종선
연세대학교 졸업 후 증권회사에서 일하다 뒤늦게 유학을 결심하고는 장학금을 주겠다는 착한 대학들을 찾아낸다. 풋볼 잘하는 미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를 골라 생애 최고의 5년을 보낸 후 1988년 여름 경제학 박사가 되면서 이코노미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즉시 귀국한 후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정책연구로 맷집을 키운 후 정년이 아주 긴 가천대학교 교수가 된다. 그러나 딱 20년만 채운 후 남은 8년을 버리고 다시 직업을 바꾸기로 하는 데 수년간 학생들과 함께 열독했던 월스트리트 경제기사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미세먼지 절대 없는 토론토에서 ‘경제의 운동원리’가 열어주는 길을 따라가며 재미나게 살고 있다.

목차소개

■ 차례


지은이의 말 _ 경제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
『경제는 돈의 흐름을 알고 있다』 저자 심층 인터뷰

프롤로그 _ 누가 경제에 맞서는가?
아! 영국
도날드 창, 홍콩을 구하다
마하티르의 나홀로 역주행
멕시코의 의미 있는 억지

1부 경제, 그가 살아가는 법

1장 경제의 실효적 지배자를 찾아
경제 한가운데로
비즈니스 사이클의 정체

2장 태초에 불황이 있었다
불황은 재난이다
아주 오래된 불황
경기순환설, 설, 설 …
그들은 때가 되면 늘 지구를 찾아온다
부시는 무죄

2부 경제와 금융자산의 따뜻한 동행

3장 자산시장의 길
자산시장 순환열차는 오늘도 떠나간다
모든 자산은 비즈니스 사이클을 타고 달린다

4장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
투자하기 좋은 날
자산 인플레이션을 기다리며
경제를 내 편으로

3부 경제, 그와 함께 살아가는 법

5장 경제는 지표로 말한다
지표는 경제의 바이탈 사인
물리학보다 더 어려운 경제학
경제 길들이기?
경제, 치과의사에게 물어볼까?
지표의 힘

6장 경제지표 감상법
지표의 바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많은 지표
경제지표 계파 찾아주기
경제지표 감상법

7장 경제는 금리를 타고
금리의 힘
모든 것은 인플레이션에서 시작된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저울
중앙은행은 이렇게 인플레이션을 감지한다
중앙은행이 움직이는 법

4부 경제위기 뛰어넘는 법

8장 경제도 때로는 궤도를 이탈한다
우리들의 슬픈 금융사
위기를 내 편으로
버블·버블·버블
추락의 공식
정부의 구태의연한 대응

9장 위기의 신호들
울리지 않는 경보기
투기꾼들이 기다리는 신호
그러나 생중계는 금융지표로

에필로그 _ 내 돈은 내가 지킨다
튤립파동 이후 400년 금융사의 교훈
내 돈 안전하게 지키는 6가지 투자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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