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2권(완결)

일기 | 다향 | 2018년 05월 08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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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정말이지 너무나 멀쩡한 얼굴로 태연하게 정신을 빼놓는다. 어이없는 상황에 순간 하려던 말을 잊어버린 정원이 다짜고짜 성질을 부렸다.
“아이, 참! 무슨 말을 할지 까먹었잖아요! 마스터든 아저씨든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평소엔 마스터, 기분 나쁘면 사장님, 화가 나면 아저씨! 됐어요?”
“…….”
“왜요, 불만이에요?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 보든가.”
“…….”
“아, 맞다. 사소하다고 했어요? 내가 지금 사소한 문제로 이러는 걸로 보여요? 그런 식으로 사람을 우습게 만들면 안 되죠! 사람이 말을 하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 그게 무시가 아니고 뭔데요? 그런 일이 한두 번이냐고요!”
이젠 대답이고 뭐고 필요 없었다. 정원은 그동안 차마 못 한 말들을 몽땅 쏟아냈다.
“그리고 사장님은 잘 모르시나 본데, 그렇게 가타부타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면 상대방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아요?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거 같단 말이죠. 그래요? 그래서 매번 그런 눈으로 사람을 보는 거예요?”
정원으로선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표정도 없이,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바라보는, 무심하다 못해 차가운 그의 시선은 사람을 이유도 없이 긴장하게 만들었다.
왜 저렇게 보는 것일까. 뭐가 잘못 됐나?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 정말이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니면 사람을 그토록 무감하게 볼 수는 없었다. 발치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아니고 하물며 사람을 말이다. 저 남자는 자신이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진하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정원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람을 마주 볼 땐 그 안에 당연히 감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그런데 기껏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은 매니저도 딱히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이 아저씨가 정말! 누가 그래요? 내가 신경 안 쓴다고!”
“그러는 은 매니저는 누가 그럽니까. 내가 그쪽을 무시한다고.”
“그, 그건…….”
어라. 이건 예상치 못한 반격이다.
“무시한 게 아니라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사과하죠.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지만…….”
잘나가다 또 딴소리다. 게다가 이 남자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얼핏 드러난 눈빛은 진심이었다. 정원이 짜증스레 따져 물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무시하겠다는 뜻인가요?”
“…….”
“또!”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그나마 이젠 즉각 대답이 나왔다. 여전히 제대로 된 답은 아니었지만 모른다는데 어찌할까. 허탈한 마음에 정원이 한숨처럼 그를 타박했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면 대답이라도 좀 제대로 하란 말이죠.”
“대체 무슨 대답을 원하는 겁니까?”
“그게……!”
정원이 이마를 짚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그걸 몰라서 물어요, 지금?”
어떻게 된 사람이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일까. 이 남자 알면 알수록 대책이 없다. 잠시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진하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
“나도 모르는 일로 더 이상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으니까, 앞으로 또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면 그렇다고 말을 해요.”
“뭐라고요?”
이건 또 무슨 멍멍이 풀 뜯어 먹는 소리인지. 순간 정원은 그가 말을 하든 말든 그냥 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 대화가 이어질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그가 너무나 멀쩡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뭐, 문제 있습니까?”
문제? 저것도 일종의 버릇일까. 앞뒤 없이 뚝뚝 끊어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묘하게 거슬리는 말투였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는.
“아니,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말로 해요!”
“기분이 나쁘다면서요? 솔직히 난 어떤 부분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으니까 은 매니저가 짚어 주면 고쳐 보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정원이 할 말을 잃고 그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입을 닫고 있어도 답답하고, 입을 열면 더 답답하고. 당최 답이 없었다. 이런 사람이랑 대화를 해 보겠다고 열을 낸 스스로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난 것도 잠시, 순식간에 바닥까지 추락한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보다 더 급하게 널을 뛰었다. 이 남자는 정말이지 심장에 좋지 않았다. 아주 많이.

저자소개

일기

목차소개

21. 오늘만, 잠시만, 조금만 더
22. 잔혹 동화
23. 줄다리기
24. 꿈인 듯, 꿈이 아닌, 꿈같은
25. 그 남자의 속사정
26. 각자의 사랑법
27. 고맙습니다
28. 각자의 최선
29. 카이와 겔다
30. 그녀만 모르는 이야기
31. 진실과 마주하는 법
32. 빗나간 진심
33. 엇갈린 고백
34. 괜찮기는 개뿔
35.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36. 그럼에도 불구하고
37. 선물 같은 사랑
38. 그대 안의 봄날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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