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시즌1 대본집 (상)

박연선 | arte | 2017년 10월 12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14,000원

전자책 정가 11,200원

판매가 11,200원

도서소개

여성 연대의 서사. ‘청년 담론’에서조차 배제당한 20대 여성들의 내밀한 상처를 어루만진다-김선영 TV평론가

성매매 스폰서와 데이트 폭력, 안락사 등 묵직한 이슈를 설득력 있게 다뤘다-이준범 기자

겪어보지 못한 일까지 공감하게 만드는 박연선 작가의 힘-정석희 칼럼니스트

여성이 주체가 되는 드라마가 나와서 너무 고맙다-한예리 배우

내 청춘의 단편이 오롯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박은빈 배우

2017년 8월 시즌2 방영!
이 시대의 20대가 응답한 웰메이드 드라마 〈청춘시대〉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화이트 크리스마스〉 박연선 작가 대본집!




◎ 도서 소개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아니 다섯 명 모두가 당신과 닮아 있을 것이다! 20대가 응답한 웰메이드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 대본집』 출간

2016년 전혀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명의 여대생들이 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청춘시대1〉은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젊은 층의 막강한 지지를 딛고 2017년 8월 시즌2를 방영하며 시즌제 드라마의 대열에 합류한 〈청춘시대〉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성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서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또한 첫 방송 0.4%로 시작해 최종화 2.1%로 종편 사상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완성도가 뛰어나면 자극적 코드 없이도 시청률이 역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청춘시대1 대본집』은 드라마, 영화, 소설까지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잘 쓰는’ 베테랑 박연선 작가의 첫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했던 명품 멜로드라마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화이트 크리스마스〉, 수많은 폐인을 양산한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백야행〉 등을 집필했다.

“남자 출입금지, 남친 출입금지, 남사친 출입금지”
남자보다 뜨거운 여자들의 우정이 온다!
당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 같고 그래도… 이럴 필욘 없잖아!” -소심이 유은재

“뭐… 이놈이든 저놈이든 명심해? 섹스할 땐 콘돔 장착!” -모태솔로 음담패설러 송지원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좋아하니까. 너무 너무 좋아하니까….” -연애 호구 정예은

“쉽게 사는 게 나쁜 걸까? 힘들 게 산다고 제대로 사는 걸까?" -외모 센터 강이나

“넌… 내가 싫은 거냐? 내 가난이 싫은 거냐?”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

〈청춘시대1〉은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성격도, 사연도, 남자 취향도 다른 20대 여성들이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심하고 순박하지만 의외의 강단과 비밀을 간직한 스무 살 새내기 유은재(박혜수 배우), 자기 몫만 챙기는 깍쟁이 같지만 실은 연애 호구인 헛똑똑이 정예은(한승연 배우), 화끈하고 털털한 데다 섹시한 외모까지 갖춘 가짜 여대생 강이나(류화영 배우), 생활비, 등록금에 동생의 병원비까지 대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흙수저 윤진명(한예리 배우), 예쁜 외모에 학보사 기자로 일하며 쌓은 지성까지, 완벽한데 왜 ‘모태 솔로’인지 입만 열면 바로 알겠는 송지원(박은빈 배우), 이들은 각자 비밀을 숨기고 있다. 바로 신발장 귀신이 누구인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신발장에 귀신이 산다’는 한 마디는 다섯 여자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파문을 몰고 오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과는 또 다른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청춘시대 시즌1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각 회의 타이틀에 맞춰 영상으로 표현되었던 오프닝 시퀀스를 눈앞에 되살아날 듯 유려한 지문으로 읽을 수 있다. 심금을 울린 명대사와 내레이션뿐 아니라,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인물의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 디자인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할 것이다.


◎ 책 속에서

유은재 내가 우스워?
정예은 (화난 유은재는 좀 무섭다) 야아… 왜 그래?
유은재 (폭발한다) 너야말로 왜 그래? 니들이야말로 왜 그래?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 같고 그래도… 이럴 필욘 없잖아! 그렇게 못되게 굴 것까진 없잖아! 아무리 친구가 아니라도… 비웃을 필욘 없잖아!! (눈물이 고이는 줄도 모르고 필사적으로 화낸다) 조금은 친절해도 되잖아!!! 다들 니들처럼 익숙한 건 아니니까!!! 나는 죽을 것같이 힘든데!!!! (결국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고개를 숙인다. 소진됐다) 그냥 좀… 친절하게 대해줄 수도 있잖아. 조금만 잘해주면…. (방으로 들어간다) …다들 정말 너무해… 너무해….
-1회 출발선상의 두려움

----------------------------------------------------------

강이나 말해봐.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유은재 (죽을 바라볼 뿐) ….
강이나 말 안 해도 알 거 같지? 절대 모른다, 너.
유은재 (그래도 말 못 하는데) ….
정예은 없어? 그럼 나 먼저 한다. 너 워드 칠 때 너무 세게 쳐. 우리 방까지 들려.
유은재 (몰랐다) 아, 그래요? 주의할게요. 근데요….
정예은 (말하라는 듯) 응.
유은재 선배님, 남자 친구랑 통화하는 소리도 다 들려요.
정예은 (몰랐다) 진짜? (윤진명에게) 진짜야?
윤진명 (고개를 끄덕이고 콧소리 흉내 낸다) ‘으으응, 예은이 만두 먹고 시포’
정예은 내가 언제?
윤진명 ‘오빠야가 사다 주라, 으응?’
정예은 (소리 지른다) 하지마아!! (투덜댄다) 집을 날림으로 지어 갖고는…. 벽이야, 종잇장이야.
윤진명 너 오줌 눌 때 물 틀어놓는 거 하지 마. 물세 많이 나와.
유은재 …예.
강이나 맞다, 너 똥 너무 오래 싸.
유은재 (반론하려고) 그건… (생각을 고친다) 강 언니도 나 샤워할 때 들어오는 거, 그거 하지 마세요.
강이나 어쭈….
유은재 (소리 없이 웃는다) ….
정예은 너 웃을 때 소리 좀 내. 음침해 보여.
유은재 (어이없다. 하지만 농담이란 걸 알고 웃는다)
-1회 출발선상의 두려움

----------------------------------------------------------

윤진명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까지 어떤 비밀이 밝혀졌는데?
정예은 (유은재에게) 막내야, 브리핑해라!
유은재 강 언니는 현재 양다리구요, 가슴 수술은 안 했고, 눈 수술만 했대요. 정 선배는 63킬로까지 나간 적 있대요.
(유은재) 비밀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말할 수 있는 비밀과 말할 수 없는 비밀.
유은재 송 선배는… 이제껏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받아본 적이 없구요. 나는 중3때부터 술을 마셨어요.
(유은재) 어차피 이런 자리에서 털어놓을 수 있는 비밀이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저 그런 이야기.
송지원 (부시시 일어난다) 내 진짜 비밀을 말해줄까?
(유은재) 나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윤진명 얜 왜 이렇게 취했냐?
송지원 나 사실은… (스윽 둘러보고는) 귀신 본다.
(유은재) (술 취하면 그렇듯 희미하게 웃으며 거의 동시에) 나는 사람을 죽였다.
정예은 뭐 본다구?
송지원 귀신.
정예은 에, 진짜? 언제부터?
송지원 옛날부터.
정예은 근데 왜 그걸 지금 얘기해?
송지원 그게 사실은… (신발장을 가리킨다) 지금 저기도 하나 있어.
(유은재) (신발장을 본다. 술이 깨는 느낌이다)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강이나 (술에 취한 눈으로 신발장 보며) 아, 그럼 그때 내가 죽인 게 맞나 부다….
유은재 (놀라 강이나를 본다) ….
윤진명 (신발장 보며 혼잣말한다) 난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유은재) (윤진명을 본다. 사람들을 둘러본다) 이 사람들… 이상해.
-1회 출발선상의 두려움

----------------------------------------------------------



정예은이 걸어온다. 유명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들었다. 막 입구에 도착한다.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카톡 온다. 발신자 ‘오빠’다. ‘앗, 지금 일어났다. 어떡하지’ 정예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신 났던 기분이 푸시식 빠져나간다. 짜증 난다. 다시 카톡… 사죄의 이모티콘이다. 정예은, 문자. ‘그래서 얼마나 늦을 건데…’라고 쓰는 동안 다시 카톡 온다. ‘어디야? 나 30분쯤 늦을 거 같은데’ 정예은, 잠깐 생각하다가 입력된 문자 지우고, ‘아, 다행이다. 나도 늦을 것 같았는데…. 대충 비슷하게 갈 것 같아’ 문자 보낸다. 정예은이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돌아선다. 짜증 나서 몸을 흔든다.



씬38. 편의점(낮)



편의점 파라솔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정예은.



(정예은) 또 거짓말을 해버렸다. 일찍 왔는데도 늦은 척, 보고 싶어 죽겠으면서도 안 보고 싶은 척, 공들여 화장하고도 막 나온 척, 이런 척, 저런 척. 뭔가 바보 같아. 강 언니라면 안 그럴 텐데….



•인서트 -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 〉〉
강이나가 걸어온다. 문자가 온다. ‘좀 늦을 것 같아’
강이나, ‘미친…’ 그대로 가버린다.



(정예은) (슬쩍 웃는다) 윤 선배라면….



•인서트 -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 〉〉
윤진명이 걸어온다. 문자가 온다. ‘미안, 늦을 것 같아’
윤진명, 답장… ‘정확히 10분만 기다린다’ 답장 보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정예은) (음료수를 마신다) ….



•인서트 -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 〉〉
송지원이 걸어온다. 문자가 온다. 송지원, 답장… ‘늦고 지랄이야. 밥 네가 사. 술도 네가 사. 비싼 거 먹을 테다!!!’



(정예은) (그럴듯한 상상에 웃음이 난다) ….



•인서트 - 패밀리 레스토랑 문 앞 〉〉
유은재가 걸어온다. 문자가 온다. 유은재 답장… ‘괜찮아요. 천천히 오세요’
유은재, 레스토랑 문 앞에서 기다린다.



(정예은) 나만 이상한 건가?
(고두영) 여기서 뭐 해?



고개를 들면 고두영이 서 있다.



고두영 늦는다며? 왜 여깄어?
정예은 (당황했다) 아… 아… 지금 막 왔는데… 잠깐 목이 말라서….
-2회 이 팬티가 네 팬티냐?

----------------------------------------------------------



한 여자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친다. 안에서 나온 정예은이 손을 닦다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본다. 눈 밑의 다크서클을 확인한다. 화장을 안 한 얼굴이 낯설다. 가방에서 알 없는 안경과 모자를 꺼내 쓴다.



(정예은) 거짓말은 화장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씬67. 버스(저녁)



정예은이 서 있다. 쓰지도 않은 여행 가방이 무겁다. 시선을 내리자 바로 앞에 앉은 여자의 카톡이 보인다. ‘뭐 하고 있어?’라는 질문에 ‘책 읽고 있었어’ ‘무슨 책?’ ‘『정의란 무엇인가』?’ ‘어얼(감탄의 이모티콘)’ 정작 여자의 무릎 위에 있는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다. 정예은이 버스 안을 둘러본다. 모두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각자의 머리 위로 자막이 뜬다. 술 취한 아저씨 머리 위의 말풍선은 오타가 난다. ‘술ㅎ 안 머것어’ 20대 남자는 ‘나도 사랑해’라고 쓰며 하품한다. 양복쟁이 회사원 ‘어머님 상태는 어떠신가?’라는 카톡에 ‘지금 검사 중입니다’라고 답장 쓴다. 옆자리 여자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정예은) (버스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차창에 비친 자신을 본다) 맨 얼굴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처럼, 진심을 들킬까 봐 거짓말을 한다. 화장은 점점 진해지고 거짓말은 점점 늘어간다. 씬68. 골목, 벨 에포크 앞(저녁)



정예은이 타박타박 걸어온다.



(정예은) 언제부터 맨 얼굴이 부끄러워진 걸까? 언제부터 진심이 창피해진 걸까?



벨 에포크 앞, 길 건너편에 남자가 서 있다. 강이나를 쫓아다니는 그 남자다.



(정예은) 그래, 진심은 저렇게 찌질하고, 슬프고, 약하니까… 진심이 거절당하면 진짜 아프니까…. 쿨한 척, 덜 좋아하는 척, 농담인 척. (안으로 들어간다)
-2회 이 팬티가 네 팬티냐?

----------------------------------------------------------

씬1. 프롤로그(강이나 몽타주)



— 미용실
강이나가 모발 케어를 받는다. 동시에 손톱 관리를 받는다.

— 계산대
강이나가 세 개의 카드 중 하나를 내놓는다.



(강이나) 나는 쉽게 살아간다.



— 거리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이 거울처럼 거리를 반사한다. 강이나가 걸어온다.



(강이나) 젊음과 외모 덕분이다.



앞에서는 안 보는 척, 시야에서 벗어나면 대놓고 돌아보는 남자들, 신호를 기다리는 차 안의 남자도 쳐다본다. 신호가 바뀌고 뒤차의 여자 운전자가 빵! 경적을 울린다.



(강이나) 사람들은 쉽게 사는 걸 경멸한다. 모르겠다. 쉽게 사는 게 나쁜 걸까? 힘들게 산다고 제대로 사는 걸까?



유리창 안, 커피숍의 여자들이 강이나를 바라본다. 질투와 선망!! (그렇다고 강이나가 옷을 대단히 섹시하게 입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청바지에 면 티를 입었을 수도 있다. 강이나는 무엇보다도 몸매가 훌륭하다)



(강이나) 인생, 두 번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뭐가 옳은지는 모르는 거다. 그것도 인생. 이것도 인생. 그저 그럴 뿐이다.



커피숍 여자들의 시선이 재빨리 흩어진다. 강이나가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다.

-3회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정예은이 머리를 잡힌 채 비명을 지르다가 강이나의 머리채를 맞잡는다. 강이나는 머리가 뽑히든 말든 상관없이 정예은을 바닥에 쓰러트린다. 정예은이 꼬집고 할퀸다. 강이나가 무릎으로 정예은의 팔을 누른다.



정예은 (비명을 지르며) 아아악!!!! 뭐 하는 거야?
강이나 더러워? 내 입이 더러워?
정예은 그래, 더러워. 그 입으로 온갖 것을 물고 빨고 했을 거 아냐.
강이나 그래?



송지원과 유은재가 말리려고 달려들다가 멈칫한다. 강이나가 정예은에게 입을 맞춘 것이다.



강이나 (정예은을 뿌리치듯 놔주며) 썩나 안 썩나 잘 살펴봐!! 아침저녁으로 꼼꼼하게….



마침 들어오던 윤진명이 뭔가 싶어 현관에 서 있다.



강이나 (어쩐지 윤진명을 슬쩍 보며) 뭣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
정예은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미쳤어. 저 미친년, 죽여버릴라. 아아… 그지 같은 년. (싱크대의 물로 입술을 박박 닦는다. 다시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른다) 으아아아악!! (마침내 주저앉아 운다)
-3회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택시가 다가오자, 윤진명이 한쪽으로 비켜선다. 택시가 멈춘다. 윤진명이 바라본다.



강이나 (차창을 내리고) 타. 윤진명 됐어.



잠시 후,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택시가 그들을 지나쳐 골목을 빠져나간다. 강이나가 윤진명 옆에서 걷는다.



강이나 이게 라일락 냄샌가? (심호흡한다) ….
윤진명 (그제야 고개를 든다. 꽃이 피어 있는 걸 발견한다) ….
강이나 한 학기 남았다고 그랬나?
윤진명 어.
강이나 고생 끝나겠네.
윤진명 ….
강이나 제일 가고 싶은 회사가 어디야? 삼성? 현대?
윤진명 ….
강이나 그런 덴 연봉이 얼마야? 5천 넘어?
윤진명 ….
강이나 아침부터 밤중까지 일하고. 주말도 일하고, 죽어라 일해도 마흔 넘으면 대부분 명퇴라며?
윤진명 ….
강이나 상사한테 아부하고, 먹기 싫어도 술 마시고… 그게 좋아? 그렇게 살고 싶어?
윤진명 (그제야 멈춰 서서 강이나를 본다) ….
강이나 윤 선배 보면 정말 열심히 사는데, 어떻게 저렇게 사나 싶을 정돈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서 되고 싶은 게 겨우 회사원인가 궁금해서….
윤진명 (다시 걸으며) 그치? 나도 가끔 쪽팔려. 내 꿈이 우주비행사나 유엔 사무총장쯤이면 좋을 텐데….
강이나 (포커페이스인 윤진명이 밉다. 쳐다보다가 쫓아온다) 아, 참, 팁 받았어?
윤진명 응, 너무 많이 놨더라. 잘못 놓은 거 아니지?
강이나 으응, 그 정도는 암것도 아니야. 그 사람들한테는…. 윤 선배 얘기했더니 등록금 내줄까 그러던데…. 어때? 말해볼까?
윤진명 왜?
강이나 뭐가 왜야? 윤 선배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파서지.
윤진명 됐어.
강이나 애인 되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장학금이라고 생각해.
윤진명 그럼 정식으로 절차 밟아서 줘.
강이나 윤 선배 참 답답하다.
윤진명 답답해도 할 수 없어.
강이나 (픽 웃는다) 윤 선밴 내가 싫지?
윤진명 (그 순간 멈춰 강이나를 본다) 그러는 넌? 넌 내가 왜 싫은 거냐?
강이나 (윤진명을 빤히 본다) ….
윤진명 (심호흡 한 번에 흥분을 가라앉힌다. 지치고 슬퍼 보인다) 넌… 내가 싫은 거냐? 내 가난이 싫은 거냐?
강이나 ….
윤진명 (돌아서 걸어간다) ….
(강이나) (멀어지는 윤진명을 바라본다) 부러워서 싫어. 가난하고 괴팍하고 깡마르고 볼품도 없으면서 날 초라하게 만들어서 싫어. 질투 나게 만들어서 싫어. (멀어지는 윤진명의 뒷모습을 보면서) 너처럼 되고 싶은데 너처럼 될 수 없으니까 미워하는 수밖에 없어. (천천히 따라 걷는다) 그래서 냄새가 나는 거야. 나의 질투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
-3회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저자소개

이름: 박연선약력: 드라마 작가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해 드라마 <연애시대>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명대사를 새겼으며, <얼렁뚱땅 흥신소>로 수많은 폐인을 만들었다. 이후 드라마스페셜의 장르적 지평을 넓힌 8부작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2012국제휴스턴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영화 <백야행>,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하던 중,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로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2016년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로 복귀해 웰메이드 드라마란 무엇인지 보여주며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2017년 <청춘시대 시즌2> 방영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대열에 합류했다.

목차소개

1.
2.
3.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