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국사신

도서정보 : 이효석 | 2020-07-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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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군 !
북국의 이 항구에 두텁던 안개도 차차 엷어 갈 젠 아마 봄도 퍽은 짙었나부에. 그동안 동지들과 무사히 건투하여 왔는가? 항구에 안개 끼고 부두에 등불 흐리니 고국을 그리워하는 회포 무던히도 깊어 가네.
내가 이곳에 상륙한 지도 어언 두 주일이 넘지 않았나. 그동안 찾을 사람도 찾았고 볼 것도 모조리 보았네. 모든 인상이 꿈꾸고 상상하던 것과 빈틈없이 합치되는 것이 어찌도 반가운지 모르겠네. 남녀노소를 물론하고 다같이 위대한 건설사업에 힘쓰고 있는 씩씩한 기상과 신흥의 기분! 이것이 나의 얼마나 보고저 하고 배우고저 한 것인지 이것을 이제 매일같이 눈앞에 보고 접대하는 내 자신 신이 나고 흥이 난다면 군도 대강은 짐작할 수 있겠지. 더구나 차근차근 줄기 찾고 가지 찾아서 빈틈없이 일을 진행하여 나가는 제 3인터내셔널의 비범한 활동이야말로 오직 탄복하고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네.
여기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야 하려들면 한이 없을 듯하기에 그것은 다음 기회로 밀고 이 편지는 내가 이곳에 온 후의 첫 편지이고 군 역시 이곳을 무한히 그리워하던 터이므로 여기서는 대강 이 도시의 인상과 나의 사생활에 관한 재미있는 한 편의 에피소드를 군에게 소개할려네―
두 가닥의 반도가 바다를 폭 싸고 있는 것만큼 항구는 으슥하고도 잔잔하네. 잔잔한 그 안에 새로운 기를 펄펄 날리는 수많은 기선과 정크와 화물선. 항구 위로 훤히 터진 도시. 발달된 지 오래인 만큼 건축이 대개는 낡았고 생각하였던 것보다는 좀 고색을 띠운 듯하네. 가장 번화한 거리인 해안과 평행하여 길게 뻗친 레닌가 그 속에 즐비한 건축―은행, 극장, 호텔, 국영백화점 그 외 각 회관, 구락부, 극동 ××대학 등이 모두 제정시대의 건물 그대로 있고 언덕 중턱에는 백의 동포의 거리가 있으니 역시 정결치 못한 낡은 거리이네. 그러나 대체로 보아 희고 노란 석조의 건축들이 시가의 전체에 밝은 색조를 주는―밝은 풍경 맑은 도시임은 틀림없네.
국영 판매소 앞에는 언제든지 사람의 행렬이 끊일 새 없고 노파, 젊은이, 아이들이 길게 열을 짓고 움직이면서 차례를 기다려서 여러 가지의 필요한 식료품을 사는 것이네.
흐레브(빵), 마쏘(고기), 아보스취(야채), 싸-하르(사탕), 윗카 등의 모든 식료품이 국영 판매소에서만 팔리고 사사로이 경영하는 소매상이라고는 시중에 극히 희소하다는 것은 군도 아는 바이겠지. 빵을 사려는 노파는 바구니를 들고. 윗카를 사려는 늙은이는 병을 들고 긴 행렬 속에 끼어서 결코 조급하게 덤비는 법없이 행렬과 같이 유유히 움직이는 풍경 이것은 오로지 세시대의 풍경의 하나일 것이니 옛날의 생활형태를 철저히 청산하여 버린 이 신흥의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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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들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7-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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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후미끼리>를 지나 서소문 네거리로 나서니 휘모라치는 매서운 바람이 더한층 살을 애인다. 열한시에 떠나는 막차가 끊겨 마포에서부터 쉬엄쉬엄 걸어왔으니 생각할 나위도 없이 자정이되려면 머지 않았으리라. 더구나 금년에 여덟 살 나는 어린 놈을 이끌고 노리장화로 걸었으니 열두시가 혹시 넘었을는지도 모른다. 좀 비탈진 언덕을 걸어올라 가면서
“다리 아프지 않니?”
“아버지는?”
“나는 안 아프지만.”
“나도 안 아프다”
“참 장사로군 그래.”
말이 여덟 살이지 잔망한 품이 숙성한 여섯 살 됨직하다. 동짓달이 생일이라는 한가지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도 돌 안 되어 어미의 따뜻한 품안을 떠나고 어린 것의 생명수인 젖을 어미가 가지고 가버렸다는 것이 그를 내내 연약하게 만든 더 큰 원인이 안 될 수 없다.
문이 헐려 터전만 남은 마루턱까지 이르렀다. 아까부터 별 하나 없이 찌푸린 하늘에선 눈발이 잡히려는 지 갈수록 찬바람만 분다. 네거리가 되어 그런지 회오리바람이 인다. 그들은 마포서 사는 큰집엘 다니러 갔다가 지금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춥지 않니?”
“아버지는?”
“좀 춥다.”
“그러면 나도 좀 추워.”
“흥! 싱거운 새끼 같으니라구. 남 흉내만 내……”
하고 매우 인자한 눈초리로 아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아버지! 저어 나 짜-켈 하나만 사주 응?”
“그래라. 이번 간조 타거들랑 사주마.”
“꼭 사줘야 허우 아버지.”
“응 꼭 사 주구 말구”
뭣인지 콧잔등이를 스치는 것 같더니 약간 착끈하다. 잼처 손등이 두 군데나 착끈착끈하다.
옳지 ' 거예 눈이 오나보다. 아마 올해는 이게 첫눈이지.'
이렇게 마음먹는 동안에 벌써 눈발이 두 눈에 완연히 띨만치 풋득풋득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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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

도서정보 : 이효석 | 2020-07-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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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각각 의자의 뒤편 양쪽에 나누어 섰고 유라만이 의자에 걸어 앉아 결국 삼각형의 아랫편 정점을 이루었고 세 사람 가운데의 복판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반드시 그가 작고하여 버린 탓도 아니겠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유라의 자태는 그 어디인지 넋을 잃은 듯한 허수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눈에 정기가 없다. 빌딩의 창이 열려 있듯 두 눈은 다만 기계적으로 무르게 열려 있을 뿐이지 생명의 광채가 엷다. 흐린 가을날 유리창으로 흘러드는 약한 광선같이도 애잔하고 하염없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부수수한 것은 평소의 그이 치장의 취미라고나 할까. 세 사람이 사진에 나타날 때 한복판의 위치가 불길하다 함은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이 말과 유라의 경우와를 합하여 생각할 때 나는 무서운 암합에 마음이 어두워짐을 깨닫는 동시에 이 사진을 박을 때에 유라와 아내는 그러한 흉신을 알고서인지 모르고서인지 의자에 앉으라거니 뒤에 서겠다거니 하고 한참 동안이나 귀여운 실내기를 쳤던 것을 생각하면 유라의 박명에 더한층 마음이 아프다. 그는 세 사람에 앞서 마치 세 사람의 악운을 휩쓸어 가지고 간 듯하다. 그가 그렇게 빨리 안 간다 하더라도 세 사람 사이의 평균한 안정은 결코 잃어지지 않았을 것을 ─ 그는 생명을 조금도 염려하고 사랑할 필요는 없을 것을 ─ 사진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감상까지 우러러 나와 유라의 짧은 생애가 한없이 애달고 슬퍼진다.
유라가 작고할 무렵에 우리와는 생활상 사정으로 하여 지리적 거리가 멀었고 잠깐 동안 교섭이 끊였었다. 이른봄 어느 날 돌연히 유라의 부고를 받았을 때 일순 기가 막혔다. 기다란 전문의 조전을 치고 아내와 나는 연거푸 이틀 동안 여러 차례나 눈물을 쏟았다. 장지인 그의 고향에까지라도 가보아야 할 처지였고 그것도 일시 생각도 하기는 하였으나 그렇게 하여야 할 나보다 더 적적한 사람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나는 다만 내가 가지고 있는 애정의 표물 ─ 다량의 눈물로써 그의 죽음을 조상하고 슬퍼하였다.
그가 작고하기 두어 달 전 서울서 고향으로 내려가던 도중 원산에서 띄운 엽서가 내가 받은 마지막 편지가 된 것이었다. 생각컨대 그때에 벌써 그의 병은 어지간히 쇠약하였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병세에 관하여서는 일언반구의 보고도 없었다. 슬퍼야 할 편지가 늘 즐겁고 명랑하였다. 아내의 어리석은 오해로 말미암아 근 반년 동안이나 끊었던 우리와의 교섭이 다시 시작된 것은 그 전해 가을부터였다. 나는 그에게서 번번이 기다란 편지를 받고 오랫동안 가라앉았던 정서가 다시 피어올랐다.
그의 장서는 나에게는 한 기쁨이었다. 아내에게도 같은 정도의 애정을 나누어 어떤 때에는 동성애적 열정이 서면에 넘쳐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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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첨지의 죽음

도서정보 : 김동인 | 2020-07-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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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문체로 그려낸 김동인의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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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도서정보 : 백수린 | 2020-07-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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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 수록!
백수린 세번째 소설집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
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선보인다.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구매가격 : 9,500 원

일곱 해의 마지막

도서정보 : 김연수 | 2020-07-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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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개인이 밟아나간 작품 활동의 궤적을 곧 한국소설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내며 한국문학의 판도를 뒤바꾼 작가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장편소설은 청춘, 사랑, 역사, 개인이라는 그간의 김연수 소설의 핵심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려낸다. 1930~40년대에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행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행은 원하는 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상황, “희망과 꿈 없이 살아가는 법”(64쪽)을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를 붙들려 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시를 향한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개인을 내리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압도적이라면 그 마음은 끝내 좌절되고야 마는 걸까. 속수무책의 현실 앞에서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버려지지 않는 마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곱 해의 마지막』은 이러한 물음을 안고 한 명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어두운 한 시절을 통과해온 끝에 마침내 김연수가 내놓은 대답처럼 보인다.

구매가격 : 9,500 원

그 배는 떠나갔을까-나종혁 단편 소설집

도서정보 : 나종혁 | 2020-07-3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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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도하가』에 이어지는 나종혁의 두 번째 단편 소설집이다. ‘개, 고양이, 테디 베어, 기차 여행, 여자의 사진, 사랑, 그 배는 떠나갔을까’ 등 7편의 단편이 한 권의 소설집으로 완성되었다. 카프카식 판타지가 개를 모티브로 전개되기도 하고, 그림이라는 예술을 주제로 고양이라는 동물 모티브가 등장하기도 하며, 남녀 관계에 장난감 곰이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는 여행을 모티브로 한 단편들이다.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을 활용한 여행을 소재로 했으며, 해외나 제주로 가는 여행 그리고 지방 여행이 소설의 소재로 등장한다. 동물이나 여행을 소재로 특정한 곳에 정체되거나 격리되지 않는 평범한 인간들의 일상적 삶의 이야기이며, 그림이나 사진, 글쓰기와 같은 예술을 통한 자아의 정체성 회복과 일상적 삶의 복원 노력이 전개된다.

구매가격 : 8,700 원

천재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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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삶의 고통 및 그들을 착취하는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모습을 그렸다

구매가격 : 500 원

어떤 물질의 사랑

도서정보 : 천선란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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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으로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첫 소설집!
정세랑의 다정함과 문목하의 흡인력을 두루 갖춘
역대급 괴물 신인 작가 천선란의 첫 소설집!

치매 어머니가 기억하는 유일한 단어인 ‘작가’, 그 기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몇 년간 매일 4시간씩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며 쓴 환상적이고도 우아한 소설들.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빼어난 수작을 쏟아내며, 《천 개의 파랑》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은, 천선란 작가의 첫 소설집.

“사막에 대해 글을 써보는 건 어떻겠니?”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우주비행사가 된 딸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그린 <사막으로>에서 시작해, 지구의 바다 생물 멸종을 극복하기 위해 토성의 얼음위성 엔셀라두스로 날아간 탐험대가 만나게 된 외계생명과의 극적인 조우를 다룬 <레시>, 알에서 태어나 배꼽이 없는 소녀도 소년도 아닌 “어떤 외계인”의 ‘우주를 가로지른’ 사랑 이야기를 비롯 작가 천선란의 눈부신 등장을 알려줄 여덟 편의 수작!

지울 수 없는 흑백 타투처럼 읽는 이의 가슴에 진하게 남는다.
? 김창규, 소설가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그대로 잠기고 싶은 소설들이다.
? 김초엽, 소설가

구매가격 : 10,000 원

거울을 꺼리는 사나이

도서정보 : 윤기정 | 2020-07-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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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이는 며칠 전부터 집에서 돈 오기를 고대고대 하던 것이 오늘에야 간신히 왔다. 그 전에는 그렇게 신고를 하지 않고 선뜩선뜩 보내 주더니만 이즈막은 노루 꼬리만 한 벌이였으나 그나마 그만 두었다니까 벌이 할 적보다 적게 청구하더라도 여간 힘을 끼는게 아니다. 아마 아버지와 형의 생각에 벌이도 못하는 녀석이 돈만 쓰나’하고 밉쌀스럽게 여기는 모양이다. 다른 때 같으면 돈 올 듯한 날짜가 약간 어그러진대도 그다지 조바심이 나도록 초조해 하지 않았으나 이번만은 전에 없이 돈 오기를 목을 늘여 기다렸던 것이다. 참으로 얼굴이 흉하게 생겨 시골집에 있을 적이나 서울로 올라와서나 추남으로 소문이 자자하게 높은 용봉이가 일금 백원 여를 버젓하게 자기 집에다 청구해 놓고 날마다 몸이 닳고 목이 말라서 기다렸던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서울로 올라온 이후 세 번째나 연애를 걸었다가 번번히 보기 좋게 실패를 당하고 금년 이른 봄부터 차례로 네 번째! 이번에는 제법 톡톡히 거운거운 어울려들어 가다가 그나마 바로 한 이십일 전에 남이 보아 속이 시원하고 자기가 보아 질겁을 하게 되는 괴상하고도 얄궂은 선물 하나를 최후로 받고서 그만 막을 닫고 말게 되니 전에 없이 새삼스럽게 세상이 귀찮고 매사에 성질만 나서 속이 타고 화만 나는데다가 더구나 더위는 날로 닥쳐 와 점점 불화로 속처럼 더워만 지는 서울 안에 하루를 더 머물러 있기가 과시 액색하였다. 그래 돈만 오면 즉시 서울을 떠나 원산으로 피서를 하러갈 작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 돈이 좀 더디어 무척 애를 태우고 안을 바쳤는 것이다. 며칠을 내리두고 밖에 나갔다가 하숙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주인 마나님을 대하자 마자 첫째 말을 건내는 것이
“어디서 편지 안 왔나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면 마나님은 그 어글어글하게 생긴 얼굴에 의미 있는 듯한 미소를 띠우며
“아무 편지도 안 왔소. 또 어느 여학생한테서 올 편지를 그렇게 기다리유?”하고 말한다.
“아뇨.”
하고 자기 방으로 휘 들어가곤 하였다. 이래 내려오다가 오늘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마루 끝에 앉아 담배를 풀썩풀썩 피우던 마나님은 입에 들었던 곰방대를 쑥 빼면서 용봉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앞을 질러 “저, 그렇게 기다리는 편지가 오늘이야 왔수……도장을 찍어가니 돈이 오겠지 아마”
하고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더니만 편지 한 장을 내다 준다. 그것은 틀림없이 그의 집에서 온 서류 우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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