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반절기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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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저러고 어째서 이렇게 부지를 못하게 짜증이 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요새로 바싹 불면증이 더 도져 연일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더욱이 간밤에는 한눈도 붙여보지 못한 채 누워서 밝힌 터라, 신경이야 많이 까스라와졌겠지만 그렇기로니 무슨 그다지 뼈아플 까닭은 있으며, 어제 오늘 비로소 눈 거슬린 꼴이라고. 신경인들 또한 어제 오늘 비롯한 병이라고.
분명코 오랫동안 자극없이 한적하던 칩거생활로부터 별안간 이 소란하고도 정갈치 못한 분위기 속엘 들어온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대로 더 심해 가다가는 죄없이 일을 저지르고야 말지 싶다. 시방이라도 누구 톱톱한 상대나 있던지 하여 한바탕 실컷 좀 몰아 대주고 구박을 주고 했으면 속이 후련할 것 같으니.
그러나 그도 실상은 마음뿐이지, 공연한 기염이다. 그러한 경우를 당해 놓으면, 첫마디부터 흥분을 해가지고 침착을 잃는다. 자연 말을 함부로 하고서 되잡혀서는 뒷감당을 못한다. 결과는 망신만 번연하다.
이번 걸음일랑 차라리 작파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만 같지 못할까 보다.
집에는 아내가 있다. 언제고 화풀이를 잘 받아준다. 아내면은 경우와 조리가 빠져도 위격으로 해넘길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마침 트집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겨울 외투를 그대로 입겠다는데 저는 어제 아침에도 부중엘 들어갔더니 여럿이들 입었더라면서 우겨서 스프링을 입혀 보냈다. 정거장에 와서 본즉 스프링을 입은 사람이라곤 설렁하니 나 하나뿐이다.
추워서 도로 왔다고, 그리고 무얼 다 아는 체를 하더니 생으로 촌 쟁퉁이 구실을 시키느냐고 얼마든지 잡도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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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懷)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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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반이 지나서야 차는 경성역에 닿는다. 중간에서 연해 더디 오는 북행을 기다려 엇갈리곤 하느라고 번번이 오래씩 충그리고 충그리고 하더니, 삼십 분이나 넘겨 이렇게 연착을 한다.
개성서 경성까지 원은 두 시간이 정한 제 시간이다. 그만 거리를 항용 삼십 분씩 사십 분씩은 늦기가 일쑤다. 요새는 직통열차고 구간열차고 모두가 시간을 안 지키기로 행습이 되었기 망정이지, 생각하면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바로 앞자리에 돌아앉았던 중스름한 양복신사 둘이가, 내릴 채비로 외투를 입노라 모자를 쓰노라 하면서, 역시 그런 이야기다.
“등장 가얄까 보군!”
베레모자 신사가 혼잣말하듯 하는 소리고, 다른 국방복짜리는 마침 시계를 꺼내 보면서
“꼬옥 삼십오 분 꽈먹는걸!”
“세상은 바쁘다구 디리 뛰어 달아나는데, 찬 되려 천천히 완보시니!”
“춘향 문전 당도하니, 신가?”
“참 그래! 기차란 여객비행기가 생긴 뒤루야 벌써 쇠달구지 푼수니깐…….”
기차가 춘향전과 동일지담이라니, 실없이 재미있는 감각이었다.
어느덧 조선바닥에서도 증기기관의 스피드를 한 시대 낡은 문명으로 느끼게쯤 되고…… 세태의 변천이란 미상불 쉽기도 한 것이다.
내가 기차라고 생긴 형용을 처음 비로소 타보느라, 그 요절할 광경을 하던 지가 겨우 삼십 년이 될까 말까 하다.
일곱 살 적인지 여덟 살 적인지(보명의숙이라고) 학교엘 명색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그때 시절론 아직 학령 미만이었으나 얼뚱애기로 샘동이라, 형들이 다니고 이웃집 아이들이 다니고 하니까 덩달아 따라 다니면서, 1 2 3학년을 시간마다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 장난과 놀기가 주장이요 공부란 괜히 벌제위명이었지만, 아무튼지 학도는 학도였었다.

구매가격 : 500 원

흥보씨

도서정보 : 채만식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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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짝 손에다는 오리쓰메를 한 개, 다른 한편짝 손에다는 두 홉들이 정종을 한 병…… 이렇게 이야기 허두를 내고 보면 첩경 중산모자에, 깃에는 가화를 꽂은 모닝 혹은 프록코트에 기름진 얼굴이 불콰아하여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방금 어떤 공식 축하연으로부터 돌아오고 계신, 모모한 공직자 영감이나 또는 동네의 유지명망가씨 한 분을 소개하는 줄로 선뜻 짐작을 하기가 십상이겠지만, 실상인즉 그런 게 아니라 바로 저 ××심상소학교의 소사(小使) 현서방의 거동인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아침에 ‘후로꼬또’를 입고 나오시길래 아마 어디 예식에 참례를 하시나보다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점심 후에 잠깐 나가셨다가 이내 돌아오시면서 그 길에 받아 가지고 오신 오리쓰메와 정종을, 술은 본디 일 모금도 못하시는 어른이라 마개도 뽑지 않은 채 벤또는 반찬서껀 서너 저깔이나 뜨시다 말고
“우리 이리 오부소. 핸소방우 자바라 좃소.”
하시면서 내주신 그 오리쓰메와 그 정종이던 것입니다.
옥같이 하얗고 기름이 지르르 흐르는 일등 정백미의, 알 굵고 보드라운 밥도 밥이려니와 반찬이라기보다도 아이들이 군입으로 좋아하게 생긴 고소한 반찬들이 귀물스러워 현서방은 우선 먼저 딸년 순동이가 생각이 났읍니다.
언제고 학교에서 나가 석양 무렵에 집의 일각대문 안을 헴 밭은기침과 더불어
“순동아!”
부르고 들어설라치면 기침 소리 부르는 소리보다 먼저 발자죽 소리가 아버지의 돌아옴을 알아듣고서 벌써 그 알량스런 다리로 잘름잘름 대문간까지 뛰어나와
“아버지이!”

구매가격 : 500 원

조선가인살롱

도서정보 : 신현수 | 2021-01-08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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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두 소녀, 메이크업으로 통하다!
클렌징폼 대신 팥가루, 스킨토너 대신 미안수
21세기 소녀 강체리의 조선 효연 공주 구하기
『조선가인살롱』은 어느 날 갑자기 조선으로 타임 슬립한 21세기 소녀 체리가 현재로 되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미션을 수행하며 자존감과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막힘없이 전개되고, 십대 소녀처럼 통통 튀는 유쾌한 문체와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닮아 ‘오리지널 조선 미녀’로 불리는 강체리.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체리는 자신 없는 외모를 성형 화장으로 감추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품 가게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깜깜한 터널이 펼쳐졌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니 황당하게도 조선에 와 있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스스로 임무를 찾아내서 1년 안에 완수해야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체리는 심각한 외모 콤플렉스로 실어증에 걸린 효연 공주를 만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공주마마 말문 열기’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공주는 무슨 이유인지 체리를 심하게 거부하기만 하는데……. 체리는 과연 효연 공주의 마음을 열고 21세기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구매가격 : 9,100 원

투명한 날개 빛나는 눈으로 가득

도서정보 : 장일향 | 2021-01-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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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날개 빛나는 눈으로 가득 은 판타지 단편소설집이다. 습관이나 관습의 프레임 안에서 머무는 글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쓴 글이라서 참신한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독특한 관점들을 담았다. 새로운 세계 누구도 보지 못했을 숨겨진 이야기 창의적인 생각들을 모험처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기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장면이라도 영화나 게임 온오프라인의 새로운 그 무엇으로 자랄 수 있는 가치가 흐르는 스토리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 본문일부 - 집으로 뚜벅뚜벅 눈을 밟고 돌아오는 길 미끄러운 눈밭에 넘어지지 않으려 정신은 온통 긴장된 발에 쏠려있었다. 눈이 하얗게 밟히는 소리 바람이 허공에 맴돌다 부서지는 촉감도 느낄 수 있었던 그 아슬아슬한 길을 지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투명한 발자국들을 운명처럼 도장 찍으며 걸어왔을까 그 가면을 쓴 물고기는 영영 내 기억의 뒷면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길모퉁이에 들어서는 순간 내 시선은 잠시 얼어있었다. 심장이 온 몸을 흔들며 두근거렸다. 시간이 멈춘 기차역에서 만난 그 물고기와 다시 눈이 마주친 것이다.

구매가격 : 11,000 원

오리알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7)

도서정보 : 계용묵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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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4월 《조선농민》에 발표된 계용묵의 단편소설.

반 삼태기가 넘게 짊어 놓은 자갈을 열 살 난 아이 만금은 지고 일어서자 뼈마디가 졸아드는 듯이 짐은 무겁게 내려 누르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우심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9)

도서정보 : 이무영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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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7월 《중앙》에 발표된 이무영의 단편소설.

주워온 벼이삭을 고르고 있던 오구랑이 할머니가 여물 깍지 광 앞으로 삼태기를 가지고 가는 며느리를 보고 광목 짜개는 소리를 치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누가 망하나?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50)

도서정보 : 최서해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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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에 발표된 최서해의 단편소설.

어느 해 이른 봄 어떤 쌀쌀한 날 저녁 편에 주인공 '나'는 고향서 처음으로 올라온 어린 친구를 찾아서 관훈동 어떤 하숙으로 가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일여인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48)

도서정보 : 백신애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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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사해공론》에 발표된 백신애의 단편소설.

안미닫이가 좌르르 열리며 남치마에 흰 은주사 깨끼저고리를 입고 서른두셋 밖에 되어 보이지 않음에도 마님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가제 타올을 들고나오는데…….

구매가격 : 1,000 원

이불 밖은 위험해

도서정보 : 김이환 | 2021-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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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판타지 문학의 어린왕자, 김이환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김이환의 우주에선 “모든 것이 아름답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다”

제1회 멀티문학상, 제2회 젊은 작가상 우수상,
제4회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 수상작가!
데뷔 이후 17년간 장르의 우주를 여행하며 보석처럼 단련해온 12편의 이야기!


김이환 작가 데뷔 이후 17년 만의 첫 소설집. 김이환의 소설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불과 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조용히 정신병원으로 스스로 걸어가고(<이불 밖은 위험해>), 자신을 구해준 초인이 찾아와도 그저 조용히 멀리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고 만다(<#초인은 지금>). 아무리 조용히 말해도, 초인이 들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자가 들어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곧 우주가 생명을 다한다는 데도, "종말이 오더라도 일단 깨진 유리는 치워야겠다"고 말한다(<모든 것의 이론>). 깨진 유리는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죽는다'는 위험에 처해도, 소설 속 소설가는 또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짓는다(<스파게티 소설>).

물론 센 이야기도 있다. 김이환에게 젊은작가상을 안긴, 인체 개조를 거듭하다 결국 액체가 되기도 하고(<너의 변신>), SM 플레이어들의 '본디지'와 '더티 플레이'까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계속 걱정한다. 심지어 이야기에 괄호까지 쳐가며, 시끄럽지 않게, 누구도 이야기를 듣고 다치지 않게, 배려한다.

도대체 이 고요한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야기를 읽는 내내 궁금했던 독자는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그저 조용히 웃게 될지도 모른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읽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고. 그렇게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꾸던 소년은 일상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는 와중에도 조용히,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마"라고 우리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소설가가 되었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꾼 소년, 한국 SF/판타지 문학의 보석이 되다”
김이환 작가 데뷔 이후 17년 만의 첫 소설집!

“이게 뭐야, 다 자기 자랑이잖아.”
“내가 짱인데 어떻게 자랑을 안 해.”
? 김이환, <투명 고양이는 짱이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소설을 쫓아다니며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다”
? 성석제, 소설가

“흐릿하지만 분명하고 보이지 않더라도 아름답다. 김이환 작가의 작품은 항상 그렇다.”
? 홍지운, 소설가

구매가격 : 10,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