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샘터 2019년 12월호

도서정보 : 샘터편집부 | 2019-12-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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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는 1970년 4월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입니다.
창간 이후 49년 동안 <샘터>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밝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기사를 선별, 게재하여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 행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동심은 모든 어른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창간의 다짐이 말해 주듯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는 순수한 감성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피천득, 법정, 최인호, 이해인, 정채봉, 장영희 선생 등 국내 최고의 지성의 영혼을 울리는 메시지를 통해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습니다.

명사들의 품격 높은 산문에서부터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까지 감동 가득한 글과 문화 예술 정보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담겨 있습니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샘터> 정기구독료의 1%를 사회에 환원하는 한편, 독자가 모금하는 ‘샘물통장’을 만들어 매년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범함 사람들을 위한 행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독자 곁을 지켜가는 <샘터>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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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른 조선역사

도서정보 : 최남선 | 2019-12-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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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라 함은 ‘하늘같이 거룩한 어른’이라는 뜻입니다. 단군이 자라시매 환웅님은 이 세상일을 아드님께 맡기시고 당신은 도로 하늘 위의 신령이 되셨는데, 단군께서는 세상을 다스리기에 편리함을 취하여 인간 많이 모인 곳으로 처소를 옮기기로 하셨습니다.
통일한 뒤의 신라는 우선 무력 제일의 시기를 지내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문무왕의 다음 신문왕(神文王) 때에는 국학(國學)(곧 국립대학)을 세워서 학문을 권장하니, 신라 시대의 제일 글 잘 짓기로 유명한 강수(强首)와 지나의 서책을 우리말로 새겨 읽는 법을 마련한 설총(薛聰)이라는 이가 다 이때 활동하였다.(중략)<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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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른 조선역사

도서정보 : 최남선 | 2019-12-09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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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라 함은 ‘하늘같이 거룩한 어른’이라는 뜻입니다. 단군이 자라시매 환웅님은 이 세상일을 아드님께 맡기시고 당신은 도로 하늘 위의 신령이 되셨는데, 단군께서는 세상을 다스리기에 편리함을 취하여 인간 많이 모인 곳으로 처소를 옮기기로 하셨습니다.
통일한 뒤의 신라는 우선 무력 제일의 시기를 지내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문무왕의 다음 신문왕(神文王) 때에는 국학(國學)(곧 국립대학)을 세워서 학문을 권장하니, 신라 시대의 제일 글 잘 짓기로 유명한 강수(强首)와 지나의 서책을 우리말로 새겨 읽는 법을 마련한 설총(薛聰)이라는 이가 다 이때 활동하였다.(중략)<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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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첩보전

도서정보 : 박상민 | 2019-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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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첩보 고수들이 벌인 1백 년간의 비밀전쟁

이 책은 근현대 첩보사의 태동과 성장이라는 의미심장한 시기를 보낸 20세기를 중심으로 약 1백년 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첩보 고수들의 비밀전쟁을 엮은 것이다. … “정보는 생명이다”는 말처럼 첩보를 포함한 광범위한 정보 쟁탈전은 이제 국가나 군대 뿐 아니라 기업, 단체 등의 민간 집단, 그리고 개인의 생존을 결정하는 독립적이면서 핵심 요소로 자리했다. … 이런 맥락에서 독자들이 첩보사의 변화 추이를 살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구체적인 미래상을 그려보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또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넓은 시야를 갖고 우리나라가 미래 첩보 강국으로 나아가기를 염원하는 바람도 담았다.
-<들어가는 글>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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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직업이 되는 쇼핑몰MD

도서정보 : 박종복 | 2019-12-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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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직업 중에 쉬운 일은 한 가지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담당자가 되어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고, 끝까지 책임지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취미와 일이 일치하는 직업이 쇼핑몰 MD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MD가 될 순 없어요. 하지만 MD가 되기 위해서 어떤 학교 졸업증이나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MD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3가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상품을 만드는 소통 능력, 그리고 열정입니다.

MD는 상품 판매와 구매를 도와주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거대한 온라인 시장 거래의 열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뛰어난 MD가 되면 판매자, 구매자 모두가 상생하는 건강한 온라인 장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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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사진

도서정보 : 낸시 쇼크로스 | 2019-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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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접하고 교차하는 바르트의 글쓰기와 사진 이론

발명 초기의 사진은 매체의 특성상 존재하는 대상을 환유적으로 복제한다는 점에서, 은유나 변형을 사용해 초월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를 표현해내는 예술의 반대항으로 여겨졌다. 바르트 역시 사진에 대한 그의 초기의 저술에서 예술 형식으로서의 사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후 『밝은 방』에서는 사진이 포착하는 생생한 현존성에 매혹되며 이를 사진의 노에마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롤랑 바르트의 사진』은 『밝은 방』을 구성하고 그에 영향을 미친 겹겹의 상호텍스트 중 다섯 가지의 요소에 주목했고, 이 요소들을 분석하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기호를 넘어서는 사진」은 『밝은 방』 이전 바르트의 텍스트를 분석한다. 기호학이라는 문화 연구의 방법을 따르고 장려하고자 한 1950년대 바르트의 사진론은 구조주의적이며 기호학적인 관점을 따랐다. 1957년 『신화론』에 실린 에세이 「오늘날의 신화」에서 바르트는 사진을 해독 가능한 기호로 보는 입장을 취한다. 특히 바르트가 주목하는 것은 사진이 도상학적 증표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반지성적 가치관을 전달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1960년대 바르트가 기호학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면서 사진의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던 그의 관심도 다소간 변화한다. 「사진의 메시지」 「이미지의 수사학」에서 바르트는 시각 매체에서 메시지가 구축되고 전달되는 지점에 좀더 집중하기 시작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다는 점에서 ‘사진은 현실의 완벽한 아날로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은 현실을 수학적으로 변형시키지 않으며, 따라서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 코드라는 중개자는 설정될 필요가 없다. 이때부터 바르트는 사진이 “사물이 거기 있었다”는 의식을 강렬하게 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바르트에게 사진은 주어진 외양 안에서 내포적인 메시지를 ‘자연적’인 것으로 꾸며내는 신화myth를 조성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의 『기호의 제국』 『S/Z』 「제3의 의미」에 이르러 바르트의 비평적 입장은 상전벽해처럼 변한다. 기호학에 대한 환멸과 더불어 바르트는 더 이상 기호학자로서 기의를 해명하려 분투하지 않으며, 의미를 쥐고 있는 것의 근원으로 돌아가려 한다. 글쓰기의 스타일도 분석적인 것에서 벗어나 소소한 단편이나 단상을 기록하는 방향으로 전향된다. 1978년 바르트가 빌헬름 폰 글뢰덴 남작의 사진집에 관해 쓴 짧은 에세이에서 이 전환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진에 대한 바르트의 입장 변경은 그가 단장 스타일의 글을 선호하게 된 것과 비슷한 결을 따라가는데, 단장이 ‘결정적인 해석’ 없이 여러 단상과 성찰을 흩뿌리듯 사진 역시 의미로부터 해방될 가능성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장 「사진의 신화」는 사진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게 된 처음 20년 동안 사진이 구가한 참신함과 이를 통해 형성된 사진의 신화를 논한다. 이 신화를 가지고 바르트는 사진이 본질적으로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하는 ‘존재론적 탐색’을 시작한다. 50년대와 60년대의 저술에서 바르트는 사진의 실증주의 신화에 의존하며 사진의 외면적 객관성이 대중에게 꾸며낸 메시지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일관적인 입장을 보이는데, 그는 사진 매체가 만들어내는 신화적 입지에 의심을 표하면서도 사진 매체에 대한 서구 사회의 여러 신화, 즉 사진은 진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계적 매체라는 신화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술은 1839년 영국의 탤벗, 프랑스의 다게르에 의해 거의 동시에 발견되었다. 다게르와 탤벗은 사진술을 상이한 방식으로 바라봤는데, 탤벗의 사진이 과학과 예술의 협력을 지지했다면 다게르의 사진은 예술과 환영의 세계, 오락의 세계를 대변한다. 이 입장 차이는 사진의 신화의 거대한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밝은 방』에서 사진의 존재론을 이해하고자 하며 이 매체의 창조자를 찾고자 하는 바르트는 탤벗이 아니라 다게르와 동류가 되어 다게르의 신화에 가담한다. 바르트에게 사진의 잠재력이란 살아 있는 한 영혼을 이미지 속으로 끝어들이는 힘이다.

바르트는 이제 사진의 잠재력이란 구경꾼을, 즉 살아 있는 한 영혼을 한 이미지 속으로, 즉 구경꾼의 영혼과 동등하게 살아 있는 한 영혼 또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이미지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라고 본다. 사진은 “분리로서의 역사”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 사진은 “유토피아적으로, 유일무이한 존재에 대한 불가능한 과학”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2장에서

3장 「상응: 보들레르와 바르트」는 샤를 보들레르가 쓴 글들과 사진에 대한 그의 복합적인 견해를 바르트의 것과 비교해본다. 보들레르는 은판사진술이 예술의 ‘아우라’를 감소시킨다고 우려하며 사진이 보유할 수 없는 예술만의 독창성, 새로운 것을 강조한다. 회화나 드로잉이 충실하게 실물을 묘사하는 것은 훌륭한 미덕이지만, 상상력이나 픽션적인 요소가 없이 그저 복제만 한다면 보들레르에게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보들레르는 사진의 본질이나 목적이 예술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르트는 보들레르와 다른 입장을 취한다. 바르트 역시 사진이 꿈을 꾸게 하는 매체가 아닌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법과 각성은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술가’의 마법과 각성이 아니라, 물리적 시간의 전통적 경계나 좌표 너머에서 살아남는 ‘빛’의 마법과 각성이다.

『밝은 방』과 바르트의 맥락에 대한 섬세한 비평

4장 「『밝은 방』의 맥락: “제3의 형식”」은 바르트의 사유가 에세이와 소설의 성격을 겸비한 ‘제3의 형식’을 통해 맥락화되는 배경을 살핀다. 1970년대가 되자 바르트는 새로운 글쓰기의 유토피아적 형식을 창조하려 드는데, 이 형식이란 모든 환원적 체계에서 벗어난 글을 말한다. 이 장르는 에세이의 방식과 소설의 방식을 통합한 미결정 상태의 장르다. 문장과 문장은 반드시 논리적으로 혹은 정합적으로 굳게 연결되어 있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이 연결 고리를 건너뜀으로써 분석하고 해부하는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장은 『밝은 방』의 난해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형식이 학문과 글쓰기, 사진에 대한 바르트의 생각과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조망한다. 『밝은 방』은 1부와 2부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는 24개의 절로 되어 있다. 이 절들은 단장 형식을 취하는데, 한 절에서 다른 절로의 이동이 무작위적이거나 비약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밝은 방』이 바르트의 책 중 가장 완결성이 있는 이유는 바르트의 저술 전반에 산재한 실마리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라는 것을 분석한다.

『밝은 방』의 생산은 대칭적인 두 부와 각 부별 24개의 절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개개의 절은 단편(전체 또는 좀더 큰 실체가 조각나 떨어져 나온 부분이라는 의미의)보다는 모자이크?현재 더 큰 작품 속에 들어 있지만, 작품보다 앞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구실을 한다. 이런 비유와 비슷한 것이 “모자이크 시각”이라는 관념인데, 여기서는 시야가 단순하고 독립적인 많은 시각 단위―체스보드식 틀들로, 서로 약간씩만 다르고, 본질적으로 동일한 장면 또는 대상에 대한 관점을 동시에 여러 개 준다―의 혼합물이 된다.─4장에서

5장 「시간: 사진의 푼크툼」은 시간이 사진의 푼크툼이라는 점을 시간과 빛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논의를 통해 이해하는 작업이다. 19세기에는 우주에 대한 뉴턴식 이해, 특히 절대적이고 균일한 고전 물리학의 시간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는 운동과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들이 과학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객관적인 시간을 부정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객관적 관찰자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그 예다. 『밝은 방』에서 바르트는 시간을 고정하고 틀어막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독특한 푼크툼임을 인식한다. 그의 이런 인식은 시간 및 객관성에 대한 인식이 정교해지기 시작한 당대의 자연 이론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바르트는 시간이 틀어막혀 있기 때문에 사진이 영원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장은 자연과학의 새로운 시간관들이 어떻게 바르트의 사진론에 외삽되었는지를 섬세한 비평적 언어로 탐구한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시간을 틀어막는 것이 모든 사진 이미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진의 본성 가운데 일부인 것이다. 물리적 시간을 틀어막는 것은 사진을 제작하는 방법이다. 사진이란 시간의 그림이고, 그 무엇보다 이것이야말로 사진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틀어막는 것이 각 사진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사진은 완전히 시간을 벗어난 영원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5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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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의 두 얼굴

도서정보 : 조윤민 | 2019-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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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의 정수 vs. 후대 왕의 권력 의지
산 자를 위한 죽은 자의 왕릉

한반도에는 고대 이래 지속적으로 왕릉이 조성됐다. 조선시대에 조영된 왕과 왕비의 능만 11기에 이른다. 그중 북한 지역에 있는 2기의 능과 임금 자리에서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의 묘를 제외한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주변 자연경관을 유지한 채 장례 전통과 유교문화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그 등재 사유였다. 풍수지리 사상이 어우러진 건축미와 엄숙한 제례가 유지되는 왕릉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왕릉이 죽은 권력자의 안식을 위한 의례 공간이라기보다 되레 산 자들의 의지와 열정, 음모와 조작, 땀과 눈물이 배인 치열한 삶의 장소라 본다.

권력 이동, 당파 싸움 등 정계의 파고에 따라 최고 권력자의 무덤은 파헤쳐지기도 했고, 후세의 의지에 의해 이전(천릉)이 이뤄지기도 했다. 집권한 왕에게 선대의 왕릉은 왕권 정당화와 권력 승계의 영속화를 위한 상징적 기제로서 역할을 했다. 반면 신하들은 추존 등의 문제나 왕릉의 위치 등의 사안을 두고 왕권을 견제하는 카드로 사용했다. 실제로 중종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폐위된 왕후의 복위와 천릉을 기회로 삼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계를 재편하고 정치적 기반을 확대했다. 한편 송시열을 위시한 신하 세력은 효종 영릉을 두고 왕과 면대하면서 갑론을박을 펼쳤고, 왕릉을 둘러싼 문제는 정쟁의 주요 사안이 되어 정치세력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능이 들어선 여주의 위치도 눈여겨봐야 한다. 영릉은 “도성 10리 밖에서 100리 안에 조성해야 한다”는 경국대전의 기준을 어기고 100리가 넘는 먼 곳에 위치해 있다. 국법을 어기고, 게다가 거리가 멀어 능행과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주로 굳이 능을 옮기려 했던 이유가 온전히 풍수지리 때문이었을까? 권세가가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새 왕릉을 조성할 자리를 여주로 밀어붙인 것은 아닐까?” (64쪽)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왕권의 상징 vs. 민초들의 피땀 어린 건축물
권력의,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궁궐

조선 초기, 세종은 개국 이념을 담아 왕조의 법궁으로 삼기 위해 경복궁을 중건한다. 명당자리에 경복궁을 지어 왕실 안정 및 왕가 존속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정치 공간으로 삼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 임진왜란 시 불탄 경복궁을 중건할 때도 비슷한 논리가 등장한다. 서양의 ‘왕권신수설’과 유사하게 도성 한복판에 산을 등지고 풍수지리에 따라 지어진 궁궐은 왕가의 존엄과 왕의 권위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일반 백성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왕과 왕족의 생활공간이자 관료들의 정치공간인 궁궐은 그야말로 권력의 중심이었다. 왕은 신권 견제를 위해 궁궐 중건을 추진하기도 했고, 궁궐 의례를 통해 왕권의 정통성과 지배 이데올로기를 각인시키려 했다. 그 과정에서 왕과 신하의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고래 싸움에 터져나가는 새우등은 백성이었다. 궁궐은 그 규모와 상징성으로 인해 건립 및 보수하는 데 거대한 자본과 노동력이 요구되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조세 및 직접적인 백성들의 부역은 불가피했다. 농번기를 제외하고 밤낮없이 차출되었고, 그 과정에서 백성들이 말 그대로 죽어나가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궁궐에서 행하는 국가의례나 궁궐에서의 삶이 가능하도록 갖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1000여 명의 궁녀나 수백 명의 환관 등 이들 역시 백성이었다. 장엄하게 지어지고 엄정하게 꾸려진 궁궐은 지배자의 권위를 드높이고 왕조의 번영을 꿈꾸게 하는 상징이었지만, 그 그늘에는 항상 민초의 땀과 한숨, 눈물과 피가 어렸다.

“궁궐과 도성 설계자는 경복궁 영역에 진입할 때 ‘궁궐-산-하늘’의 일체화된 경관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통하는 도로망을 치밀하게 조성하고 교차 지점까지 전략적으로 설계했다. 숭례문에서 경복궁으로 바로 통하는 대로를 내지 않고, 동북쪽으로 우회 도로를 만들어 가로로 놓인 종로와 연결되게 했다. 이 우회 도로를 따라 종로에 이른 뒤에 서쪽으로 꺾어 잠시 걸으면 육조거리 앞 사거리(지금의 세종대로 사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북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는 순간 경복궁이 그제야 외양을 드러낸다. 궁궐과 산과 하늘이 일직선상에 하나로 묶여 다가오며 웅장함을 연출하고, 시선은 금세 경외감으로 가득 찬다.” (127~128쪽)


행정구역을 나누고 치안을 유지 vs. 사는 곳이 곧 신분이다
분리하고, 차별하며, 통치하라 성곽과 읍치

고종 어진을 그린 외국인으로 알려진 아널드 새비지랜도어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저녁 통행금지가 시작될 무렵 한양 성내로 서로 들어가려는 인파에 휩쓸려 성문을 겨우 통과한 것이다.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애걸하지만 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릴 뿐, 대문은 이튿날 해 뜰 때까지 열리지 않는다. (…) 서울은 이튿날 아침까지 외부세계와 격리돼 있었다.” 성벽은 그저 성의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가 아니었다. 성내는 왕을 비롯한 권력층, 양반, 중인 등 이른바 신분제의 특권을 누리는 권력자들의 세상이었다. 성 밖에는 대체로 임금노동자, 빈농 등 하층민이 사는 곳이었다. 성곽은 이들을 분리함과 동시에 차별과 배제의 벽이기도 했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읍치의 입지와 건축물 배치 역시 통치 권위를 과시하는 데 충실했다. 한양(서울) 도성은 ‘궁궐-산-하늘’의 일체화된 경관 경험으로 통치자의 권위와 존엄을 드러냈으며 이를 백성들에게 내면화시키고자 했다. 이 고도의 정치기술은 뒷산을 배경으로 풍수원리에 따라 조성된 읍성에도 반영되었다. 중심부에 자리한 관아나 동헌의 위치 및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 시야를 확보한 길 등의 모습은 한양뿐만 아니라 낙안읍성 등 조선시대 읍성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군사 행정시설이자 지배권력의 권위를 상징하는 성곽과 읍치는 그 자체로 통치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인조와 정조 등은 성곽 건설과 보수 사업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당파 싸움 와중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다.

“읍성이 향리 집단과 하급 관속이 생활하는 거처로 정착되면서 읍치지역은 권력에 기대어 사는 향리와 하층민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양반층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러면서 읍성 지역은 국왕의 존엄과 권위가 발하는 곳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양반에게 경시당하고 멸시받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공간으로 변모했다.” (222쪽)


배우고 익히는 선비의 학교 vs. 앎이 곧 권력, 권력자를 양성하라
국가기관인 성균관과 향촌지역의 향교, 서원

조선 사회의 권력 구조는 군신공치君臣共治에서 그 특징이 드러난다. 왕과 양반 관료는 어느 한쪽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균형을 통해 협치를 해나갔다. 이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중의 하나가 성균관 제도다. 문묘를 지키고 학업에 힘쓰는 것이 성균관 유생에게 표면적으로 주어진 역할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왕)로부터 받는 특권과 조정 대신들과의 정치적 공조 등이 놓여 있었다. 성균관은 주류 지배층을 재생산하는 하나의 정책 제도였고, 유교이념을 내세우는 교육기관이자 의례 공간이면서도 당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치 싸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정치적 공간이었다.

“파리 대학뿐 아니라 성균관에도 특권이 그냥 주어지지는 않았다. 국왕은 성균관 유생이 정성을 다해 문묘를 지키고 학업에 힘쓰며, 국왕을 받들고 통치에 힘을 보태는 충신이 되기를 기대했다. 특별과거와 사은품 하사는 장차 군주를 옹호할 충직한 신하가 되라는 사전 조치로, 결국은 왕권 강화를 위한 정치적 수완인 셈이다. (…) 조선 전기만 해도 성균관 유생의 동맹휴학은 대체로 국왕과의 극단의 대치로 치닫거나 정치세력 간의 격한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하지만 붕당 간의 권력다툼이 본격화되는 17세기 이후엔 동맹휴학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여전히 의리와 도리 등 거창한 명분을 앞세웠지만 관계 진출이라는 자신들을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특정 당파의 속내를 대변하거나 유생들 자신의 이익에 급급할 때가 잦았다.” (297~298쪽)

사림 세력은 유학이념과 규범에 따르는 조선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이들은 서원과 향교를 기반으로 유교화 작업에 착수했다. 율곡 이이가 관직에서 물러나 향촌 교화에 진력하고,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사림들이 저마다 서원을 건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원과 향교에서는 교화를 행하고 의례를 치르기도 했지만 동시에 향촌 지배층의 이익을 담보하는 착취기구이자 일종의 권력기관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 지배층은 불교계 인력과 경제적 기반을 활용해 권력의 토대로 삼았다. 대표적인 예가 절터에 자리한 서원이다. 사찰에 자리잡은 서원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사찰(불교)에서 서원(유학)으로 문화 권력이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또한 유교가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음을 보여주면서 향촌 주민들에게 이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권력과 지배의 창으로 본 문화유산
그 빛과 그림자를 직시하다

이 책은 권력 재현의 매개체로서 건축물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특히 조선시대 권력기술자들이 어떻게 당시 백성들의 감정과 사고를 통제하고 행위를 이끌어냈는지에 주목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시대 건축의 미와 문화적 가치, 이념의 본연과 정신적 유산까지 모두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기존의 것과 관점을 달리한 문화유산 관찰기는 세월을 담아 살아난 유적이 전하는, 어쩌면 어두워 보일지도 모를 그 아픈 유산까지 보듬으려는 움직임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의 말처럼 빛과 그림자, 이 둘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삶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지혜라 믿기 때문”이며 “그건 여전히 명멸하는 이 시대의 빛과 그늘을 껴안으려는 숙연한 다짐”이다. 그리하여 공적功績을 힘들게 지어 올리고 조선의 장엄한 등정을 떠받쳤던 이들, 영광의 발자취 아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이들, 그 백성의 그늘을 이 시대의 유적 마당으로 기꺼이 초대하려는 것이다.

“사찰시설과 재산은 교육기구의 기반을 넓히는 데도 활용됐다. 향교와 학당을 중창할 때 사찰의 재목과 기와를 가져다 썼으며, 지방에서는 아예 사찰 건물을 향교로 삼은 곳도 있었다. 사찰이 보유했던 전답과 노비를 성균관과 향교, 학당으로 옮겨 교육을 활성화하고 유교 의례를 수행하기 위한 경제 기반으로 삼았다.” (322쪽)

구매가격 : 12,000 원

e스포츠 마스터플랜

도서정보 : 한국이스포츠아카데미(김한누리, 오지환) | 2019-12-02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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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e스포츠를 다룬 국내 유일 청소년 직업책
e스포츠 산업 소개부터 앞으로의 전망까지
프로게이머, 코칭스태프, 해설가, 전문기자, 게임단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십대들의 미래와 꿈을 전망한다!

한국능력개발원이 2018년에 발표한 ‘초·중등 진료교육 현황조사’에서 프로게이머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9위에 꼽힐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2018년 아시아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사회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국내 e스포츠 산업은 이제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커다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e스포츠의 성장에 따라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십대들이 늘고 있다. e스포츠 산업 자체의 역동성과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는 측면에서 e스포츠 분야는 매력적인 일터로 다가온다. 특히 우리나라 e스포츠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e스포츠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로를 꿈꾸기에 그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e스포츠 관련 직업 정보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일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학과도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평균적인 보수나 대우를 말하기에도 직업 간, 혹
은 직업 내 편차가 심하다.

e스포츠 내에는 넓은 직업 세계가 펼쳐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게이머와 코칭스태프를 비롯하여 중계진, 기자, e스포츠 채널 PD, 에이전트와 스카우터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직업이 있다. 이 책에서는 e스포츠 관련 직업들을 총망라하여 자세히 다루었다.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라면 그 직업은 어떤 일을 하는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연봉 수준과 앞으로의 전망, 장단점도 솔직히 다루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정확한 정보를 주고자 한다. 단순히 흥미로써가 아닌 프로게이머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살펴보고, 진입하는 방법과 현재 활동하는 선배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구매가격 : 8,000 원

시와 반시 2019. 겨울

도서정보 : 시와반시편집부 | 2019-12-01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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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시전문 문예지 「시와반시」 겨울호.

구매가격 : 6,000 원

클래식 클라우드 012 - 피츠제럴드

도서정보 : 최민석 | 2019-11-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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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의 꿈과 이상과 좌절을
자신의 삶과 문학으로 보여준 작가”

재즈 시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자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미국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





◎ 도서 소개

재즈 시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자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미국의 꿈, 그 표면과 이면을 생생하게 비추어주는 자화상,
피츠제럴드의 삶과 문학 여정을 따라가다

유령 시나리오 작가로 살다 생을 마감한 할리우드에서부터
『위대한 개츠비』를 쓰며 가장 찬란한 시절을 보낸 뉴욕까지,
재즈 시대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피츠제럴드의 공간을 찾아서

- 재즈 시대의 아이콘 피츠제럴드를 따라가는 특별한 문학 기행
-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거장과 명작의 인사이트
- 한눈에 살펴보는 거장의 삶과 문학의 공간과 키워드, 결정적 장면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1920년대 재즈 시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 그는 헤밍웨이, 포크너와 함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길 잃은 세대’를 대표하며,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남겼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 숲』) 하루키와 샐린저가 자신들의 작품 속에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낼 정도로 피츠제럴드는 많은 후배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는, 21세기 미국 대학 영문학 강의에서 가장 많이 읽힌다. T. S. 엘리엇은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이룬 첫 진전”이라고 상찬한 바 있다. 또한 랜덤하우스 편집위원회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설에서 『율리시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개츠비’는 여러 번역본의 책을 비롯해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재생산되고 있으며, 꿈과 이상을 좆는 인간형의 전형으로서 ‘개츠비스크gatsbyeque’라는 단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츠제럴드는 ‘미국 문학의 꺼지지 않는 초록 불빛’으로 남아, 시대에 빛바래지 않는 시적인 문장으로써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최민석은, 유령 시나리오 작가로 살다 생을 마감한 할리우드에서부터 볼티모어와 프린스턴을 거쳐, 가장 찬란한 시절을 보낸 뉴욕까지 피츠제럴드의 삶과 문학의 여정을 따라간다.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그의 삶의 자취를 좇으며, 시시때때로 가방에서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꺼내 읽는다. 그러면서 “작가의 삶이었고, 예술인의 삶이었고, 잡을 수 없는 꿈을 향해 손을 뻗은 이” 피츠제럴드에 점차 빠져든다. 그리고 최민석 작가는 한 가지 문제에 오래 주목한다. 이는 지금 우리가 피츠제럴드를 읽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피츠제럴드만이, 세상의 불편한 문제를 문학적으로 대담하게 대면했다. 그가 다룬 문학적 주제는 계급이다.”


근원적 상처에서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는 욕망의 여정

피츠제럴드를 찾아가는 여행은 할리우드에서 출발한다. 피츠제럴드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연상시키듯 저자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피츠제럴드가 비참하게 추락한 후반부의 인생을 먼저 맞이한다. 아내 젤다의 정신병, 알코올중독, 막대한 빚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피츠제럴드가 유령 시나리오 작가로서, 마흔네 살의 ‘이미 죽은 작가’로서 살았던 할리우드 시절이다. 재기를 꿈꾸며 『마지막 거물』 집필에 몰두하지만, 그는 결국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연인 세일러 그레이임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여기서 저자는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 피츠제럴드의 근원적 상처와 좌절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평생의 상처를 남긴 애증의 뮤즈, 지네브라 킹. 2쇄밖에 찍지 못한 『위대한 개츠비』의 초라한 성적. 술을 끊기 위해 아이스크림으로 허전함을 달랬던 ‘슈밥스약국’. 명문대 출신의 고상한 취향을 되새겼던 ‘할리우드볼’ 등의 이야기를 통해 피츠제럴드의 삶과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근원적 상처를 돌아본다.
아내 젤다의 조현병 치료를 도우며, 사교계의 명사에서 ‘쓰는 작가’로 살았던 볼티모어를 거쳐 최민석 작가가 찾은 곳은 프린스턴이다. 피츠제럴드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한 프린스턴대 코티지 클럽을 취재하며 피츠제럴드가 체득했던 특유의 경쟁적이고 계급적인 면모를 살펴본다. 아울러 피츠제럴드의 교정 흔적이 남아 있는 『위대한 개츠비』 초판본과 대면하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진동케 하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그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실감한다.
피츠제럴드의 삶과 문학을 좇는 여행의 클라이맥스는 재즈 시대의 매혹과 환멸이 뜨겁게 교차했던 뉴욕이다. 평생 여러 도시와 나라를 떠돌며 유목민처럼 살았던 피츠제럴드이지만, 그럼에도 그를 가장 상징하는 도시는 단연 뉴욕이다. 데뷔작 『낙원의 이편』이 크게 성공하면서 뉴욕 사교계에서 오늘날의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데다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위대한 개츠비』를 구상하는 등 삶과 문학이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안다. 그는 영원한 뉴욕의 작가라는 것을. 저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처럼, 마치 바벨탑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미국의 성장과 향락을 상징했다는 것을. 그는 우리가 문학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의 화려함을 가장 일찍 획득하고 이를 온몸으로 즐기고, 그 때문에 불나방처럼 그 화려한 불 속에서 타버렸다는 것을.”


“변한 것은 종이뿐이었다.
피츠제럴드의 문장은 시대에 빛바래지 않았다”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설정은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만큼 그의 문학 세계에는 첫사랑 지네브라 킹으로부터 받은 실연의 상처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1915년, 그는 시카고 금융 부호의 딸인 지네브라 킹을 만나 사귀지만, 가난뱅이 청년은 부잣집 딸과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실연을 당하고 만다. 훗날 그의 아내가 되는 젤다에게서도 한 차례 파혼을 당한 적이 있는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동일한 종류의 상처에 절망한 피츠제럴드는 인생에서 돈과 성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여기게 되었고, 이런 갈망은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을 강하게 지배하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아이비리그 대학 시절 쟁쟁한 집안 출신의 동문들에게서 느낀 계급적 위화감 역시 그의 인생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1913년, 프린스턴대에 입학한 그는 상류층 자제들이 교유하는 식사 동아리 ‘코티지클럽’에 가입했다. 우월 의식을 가진 멤버들은 내부 결속을 다지며 향후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살게 될 경험을 미리 한다. 이들과 어울리며 계급의 민낯을 보게 된 중산층 출신의 피츠제럴드는, 프린스턴대가 속물을 길러낸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감각이라는 점 또한 인정했다.
실연의 상처와 강렬한 계급 상승 욕구는 피츠제럴드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지배하는 두 축이다. 저자는 이 축을 중심으로 그려나간 피츠제럴드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가 고민한 문제의식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21세기 한국이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1930∼1940년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 역시 태어날 때 이미 자기 삶의 색깔이 결정되는 사회에 속해 있으니까. (중략) 그렇게에 나는 피츠제럴드를 읽는 것은,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좀 더 관찰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사는 세상의 드러나지 않은 속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 책 속에서

나는 21세기 한국이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1930~1940년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 역시 태어날 때 이미 자기 삶의 색깔이 결정되는 사회에 속해 있으니까. 우리 역시 부모로부터 ‘자본’과 ‘토지’와 ‘교육의 기회’와 심지어 ‘취향’까지, 유전자처럼 물려받는 사회에 속해 있으니까. 우리 역시 표면적으로는 이름에 ‘경’ 같은 호칭을 붙이지 않지만, 실상은 사는 곳에 따라, 외식을 하고 휴가를 보내는 장소와 방식에 따라, 그 사람의 실제 계급을 알고 싶지 않아도 강요받듯 알게 되는 사회에 속해 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피츠제럴드를 읽는 것이,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좀 더 관찰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묘한 동질감에 휩싸였고, 죽은 미국 작가로부터 작은 위안을 느꼈다. 그는 이후에도 줄곧 비참하게 살다가 빚더미 속에 죽어버렸지만, 적어도 미국 호황기에 가장 성공했던 작가마저 이러한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내 등을 두드려주는 것 같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프린스턴대 학생이자, 미국 중부의 중산층 출신이었던 그는 이 세상에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게 있다는 걸 깨닫는다. 보통 집안 출신의 명문대생, 그것은 너무나 불충분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이듬해 지네브라 킹으로부터 가난하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고받는다. 지네브라 킹은 피츠제럴드에게 보낸 편지도 모두 되돌려 받길 원했다. 그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받았다. 이는 훗날 『위대한 개츠비』를 작업할 때까지 영향을 준다.
- 〈01 재즈 시대 거장의 퇴장-LA〉 중에서

지나간 인생은 고칠 수 없기에, 작가가 고칠 수 있는 것은 작품밖에 없다. 그로 인해, 남은 인생을 바꾸려는 것이다. 게다가 피츠제럴드는 자신을 시인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시로 점철된 소설을, 각 음절이 음악적이고, 각 문장이 시어처럼 울림을 주는 소설을 위해, 그는 이 빨간 의자에 앉아 『마지막 거물』을 고쳤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거물이 되기를 바라며…….
- 〈01 재즈 시대 거장의 퇴장-LA〉 중에서

만약 피츠제럴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바로 이때를 택하고 싶다. 파리 사교계의 중심인물로 반작이던 때가 아니라, 이 허름한 간이식당에서 육체는 시들어가지만 문학적 재능은 시들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 원고와 씨름하던 시절 말이다. 아무리 화려한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결국 작가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기는 작품을 위해 생활의 군살을 깎아내는 시기이니까 말이다.
- 〈01 재즈 시대 거장의 퇴장-LA〉 중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물과 연관이 깊다. 개츠비가 비를 맞기도 하고, 물 위에 떠 있기도 하고, 물에 빠져 있기도 하다(그의 죽음은 물 위에 떠 있는 것이지만, 이는 상징적인 익사와 같다). 더욱이 이 소설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로 밤마다 개츠비가 자기 집 맞은편의 녹색 불빛을 고독하게 응시하는 것인데, 그 녹색 불빛은 데이지의 집이고, 데이지의 집은 바다 건너편에 있다. 즉, 거대한 물을 무사히 건너야, 데이지에게 닿을 수 있다.
- 〈01 재즈 시대 거장의 퇴장-LA〉 중에서

피츠제럴드는 술에 취해 있건, 아내가 연애를 하건, 외국에 나가서 또 외국으로 여행을 가건, 써야 할 상황이 되면 쓰는 작가였다. 게다가, 그에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쩌면 피츠제럴드에게 ‘쓴다’는 ‘산다’와 동의어였을 만큼, 사는 동안 써야 했다.
- 〈02 피츠제럴드가 사랑한 도시-볼티모어〉 중에서

피츠제럴드는 아내가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에도, 더 이상 책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 무명 시나리오 작가로 지낼 때에도, 계속 소설을 썼다. 빚더미에 앉았을 때에도, 계단을 오르내리기 벅찰 만큼 건강이 악화됐을 때에도, 죽기 며칠 전까지도 희망을 품고 재기작 원고를 썼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써야 했던 작가였다. 피츠제럴드라는 산에 비하면 고작 한 움큼 정도 자라난 풀에 불과하지만, 작가의 삶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어떠한 이야기라도 써내야 하는 날들의 이어짐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새겨졌다.
- 〈02 피츠제럴드가 사랑한 도시-볼티모어〉 중에서

그 문장이 내게 말하는 듯했다. ‘인생은 원래 이렇다, 세계는 자신의 흐름대로 흘러가니 우리는 그 흐름에 떠밀리지 말고 우리의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다.’ 자기 무덤에 찾아온 이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는 듯, 비석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돌아오며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고, 시간을 낭비하고, 진전 없어 보이더라도, 생을 살아가는 이는 앞으로 한 발짝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어 가더라도’ 말이다…….
- 〈02 피츠제럴드가 사랑한 도시-볼티모어〉 중에서

묘지 위에는 언제 바쳤을지 모를 마른 꽃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는 꽃을 사 오지 못한 걸 후회하며, 대신 무덤 위에 달라붙은 새똥들을 맨손으로 치웠다. 딱딱하게 말라붙어 마치 비석과 하나인 것 같았다. 언제 붙은 것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된 것 같았다. 코를 훌쩍거렸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국에서 한때 가장 영화로웠던 작가의 최후라 생각하니 근원을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아마 이것이 작가의 최후, 아니 인간의 마지막 모습일지 모르겠다. 나는 그의 무덤 위에 손을 얹은 채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 〈02 피츠제럴드가 사랑한 도시-볼티모어〉 중에서

피츠제럴드가 받은 상처의 대부분은 태생적인 것이었다. 유년기에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세인트폴의 고약한 소년들에게 시달렸고, 청소년기에는 뉴저지의 명문 가톨릭 기숙학교 뉴먼에서 상류층 자제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겪으며 지내야 했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지네브라 킹의 아버지에게 거절당했다. 부자 가문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태생적 결정 요인에 의해 상처를 주고받는 미국 사회에 대해 그는 어찌 느꼈을까. 이런 사회에 태어난 자신은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느꼈을까. 그리고 자신들만의 공고한 벽을 쌓아둔 미국의 지배 계층, 그중에서도 부자들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 〈03 성장과 인식의 공간-프린스턴〉 중에서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원고 중 많은 부분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는 걸 느끼는데, 피츠제럴드는 책을 내고 난 후에도 덜어내고 싶어 했던 것이다. 후대로부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그는 더 완벽에 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녹색 불빛을 향해 끝없이 손을 내뻗은 개츠비처럼……. 개츠비에게 녹색 불빛은 데이지였겠지만, 피츠제럴드에게는 누군가의 마음을 진동케 하는 문장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03 성장과 인식의 공간-프린스턴〉 중에서

파이어스톤에서 만난 『위대한 개츠비』의 무수한 교정 흔적 역시 내게 문신 같은 자극을 남겼다. 그건 이미 출간된 책도 다시 펴낼 기회를 노리며 끊임없이 고쳤다는 뜻이니까. 『밤은 부드러워』 역시 상업적으로 실패하자 서사의 순서를 바꿔 재출간하지 않았는가. 『낙원의 이편』에서부터 『밤은 부드러워』까지, 그는 끊임없이 고친 것이다. 그러니 유고작 『마지막 거물』은 얼마나 고친 원고였을까.
- 〈03 성장과 인식의 공간-프린스턴〉 중에서

문학의 길은, 아니 예술의 길은 성공해봐야 결국 태생적으로 다시 슬퍼질 운명이다. 그리고 이 중 가장 큰 슬픔은, 이 모든 일들이 사실은 당대 사람 대부분의 관심 밖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또한 문학이 다루는 주제가 본질적으로 관심 없는 곳을 조명하고, 그 조명을 끈질기고 줄기차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심을 받아봤자, 문학의 성공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지는 작은 축제에 불과하다.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의 화려함과는 본질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피츠제럴드는 소설 속에 개츠비의 파티를 그토록 화려하게 그려냈는지도 모르겠다. 피츠제럴드는 이 슬픈 길을 걸은 작가라 생각한다.
- 〈04 미국 문학의 꺼지지 않는 ‘초록 불빛’ ― 뉴욕〉 중에서

피츠제럴드에 관한 책을 정리하며, 계급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가 고민하고, 괴로워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유효성은 1920년대와 2010년대라는 시간을 뛰어넘고, 미국과 한국이라는 공간을 뛰어넘는다. 피츠제럴드의 삶은 자기 욕망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경우지만, 사실 그 욕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그를 따라가봤을 뿐인데, 과거 미국 사회의 맨얼굴뿐 아니라, 현재 우리 욕망의 이중적 얼굴도 들여다본 기분이 들었다. 그가 해결하고자 했던 고민의 그림자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구매가격 : 15,04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