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가 있는 거기

도서정보 : 신이책 | 2024-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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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내게로 보여 주는 것이었으므로,
저 숲의 경기장을 의심에 불타서 모처럼 나는 이렇게 시 쓰는 기분을
내보인 것이다, 문득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 시 「후추를 가는 아이」에서


“아무튼 자신이 쥐고 태어난 ‘숨 쉬는 펜촉’이 언젠가는
세상에 ‘교란의 글’을 내놓게 되리라는 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 소설 「슈가 스핑크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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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향기

도서정보 : 전기현 | 2024-0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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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전기현 작가의 세 번째 단편집이며, 작가 스스로 고른 11편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선이다.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 〈카프리치오〉에 등장했던 인물들 또는 〈체리 향기〉의 한 단편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슬그머니 본 작품의 다른 단편에 등장하기도 하기에, 작중 인물들이 과연 어떤 작품에서 다시 나타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다. 11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 속에는, 각자 개성이 다른 인물들이 국적과 시대와 성별을 넘나든다. 작품의 배경 역시 때로는 현실적으로, 때로는 초현실적인 이세계(異世界)적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독자들에게 다양한 느낌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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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4)

도서정보 : 이효석 | 2024-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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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키타이스카야의 중심지에 있자 방이 행길 편인 까닭에 창 기슭에 의자를 가져가면 바로 눈 아래에 거리가 내려다보인다. 삼 층 위의 창으로는 사람도 자그만하게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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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밟는 사람들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5)

도서정보 : 최서해 | 2024-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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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천구백이십구 년 팔월 십구 일이다. 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오늘이 그날인 것은 생각지 못하였다. 생각한 대야 별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저께까지 생각하였던 오늘을 정작 오늘 와서는 잊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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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섭 브리가다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186)

도서정보 : 윤기정 | 2024-01-0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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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없는 지하 300척 캄캄한 갱내로 첫 대거리 몇 패가 저마다 이마에 붙인 안전등을 번쩍이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온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채탄 브리가다의 책임자인 리창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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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의 미학

도서정보 : 황윤정 | 2024-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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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쩌면 내 인생의 라이트모티프일지도 몰라.”

갈림길에서 마주한 비밀스러운 내일,
그 운명을 뒤바꾸려는 사람이 내딛는 첫걸음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2018년에 단편소설 「린을 찾아가는 길」로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2019년에 단편소설 「로마, 로마, 로마」로 제19회 ‘김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황윤정의 신작 소설집 『갈래의 미학』이 교유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그들은 뒤늦게 깨닫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삶을 뒤바꿨을지도 모르는 우연하고 결정적인 옛 순간을 돌아보며 오늘날의 갈림길에서 주춤한다. 해독될 수 없는 비밀로 가득한 인생에서 그들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미스터리를 품은 두 소설로 그 질문에 다가간다.

삶에서 비극이 반복될지라도
마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세라는 말했다. 이제는 연극이나 문학 등에도 쓰이는 개념인 라이트모티프가 우리의 인생 속에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무심코 겪는 사소한 에피소드부터 심각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순간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 일종의 중심 악상일지도 모른다고. _10쪽

표제작 「갈래의 미학」은 운명을 스스로 만들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어느 날 화자는 버스에서 옛 친구 ‘세라’의 딸인 ‘재이’를 만난다. 그 순간이 제 인생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v)’라고 생각한다. 라이트모티프는 악극에서 반복되는 중심 악상을 뜻한다. 어떤 오페라에서는 죽음을 암시하는 선율이 반복·변주되는데 그 짧은 선율 단위가 라이트모티프다. 그 용어는 세라가 애용하는 단어였다. 화자는 세라와의 라이트모티프를 되돌아본다. 20대 때 두 사람은 나이아가라폭포를 보러 갔다가 오직 두 사람만의 결정적 순간을 만났다. 두 사람은 여행에서 무슨 일을 겪었을까?

그래도 같은 폭포인 건 변하지 않잖아.
보는 방향이 완전히 다른데도?
나는 어쩐지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세라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관점에 따라 본질을 다르게 규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세라의 그 말은 나에게는 폭포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어젯밤에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_31쪽

두 사람의 해외여행은 완벽했다. 빌린 자동차로 타임스스퀘어, 자유의 여신상, 센트럴 파크 등에 찾아가며 자유를 만끽했다. 절정은 나이아가라폭포였다. 그들은 함께 폭포를 바라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그 순간이 두 사람을 멀어지게 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소설은 삶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서로 엇갈린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다. 그들은 서로 다른 점이 많았다. 세라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인생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세라의 운명론을 거부했다. 취업 실패, 가족과의 불화, 불투명한 현재를 미래의 전조로 인정할 수 없었다. 라이트모티프를 받아들인다면 제 삶도 비극처럼 변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상대와의 차이라고 여겼던 부분들이 실은 사랑의 이유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감정적 진실이 중요한 이 소설에서 그 깨달음은 변화 없는 내일의 전조가 아니다. 이제는 운명을 제 손으로 결정지으려는 사람이 변화의 계기로 삼는 마음이다. 화자와 세라가 함께 지켜보았던 폭포는 고트섬에 의해 나이아가라폭포와 호스슈폭포로 나뉜다. 잠시 서로 갈라질 뿐 두 폭포는 이내 다시 만난다.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폭포에서 화자가 본 형상도 세라와 함께하는 내일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보름 만에 달라진 인생을 회복하고
폭력이라는 견고한 벽을 무너뜨리려면

「보름」은 동생 ‘우진’에게 벌어진 일로 불안한 서술자 ‘우현’이 등장한다. 「갈래의 미학」의 서술자가 폭포에서 어떤 징조를 발견했던 것처럼 「보름」의 주인공 우현은 불안한 마음을 가족사진에 투영한다. 오래전 우현의 가족은 태국에 놀러갔을 때 코끼리 트래킹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언젠가 우진은 그 사진을 보며 ‘파잔(phajaan)’ 의식을 이야기했다. 파잔은 학대로 아기 코끼리의 정신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그 끔찍한 과정이 끝나고 겨우 살아남은 코끼리만 관광 자원에 투입된다. 파잔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현은 어쩌면 우진의 인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불길하게 예감한다.

우현은 우진의 보름에 관해 생각했다. 우진이 S를 처음 만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보름. 봄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이십 일 만에 온 나라를 삼키는 것처럼, 우진의 일상을 서서히,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집어삼켰던 그 보름이라는 시간을. 단지 보름 만에 모든 게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짧은 시일 안에 그토록 많은 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_69쪽

우현은 보름 만에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세 살짜리 아기가 찬찬히 걷는 속도”로 이십 일 만에 세상이 봄으로 가득해지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도 순식간에 뒤바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력감에 휩싸인 우현은 우진이 시달리는 폭력에 어떻게 대항할지 고민한다. 동시에 왜 자신과 동생이 그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런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과거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좌절한다. 그런데 과연 정말 예상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눈앞에서 폭력을 목격하고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은 방관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과거에 학교 선배가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우현은 침묵하고 방관자들의 생각에 동조했다. 그때만 해도 선배의 이야기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우현이 지켰던 침묵이 가해의 굴레를 견고하게 한다고 암시한다. 우현의 학교 선배가 겪는 폭력과, 우진이 직면한 폭력을 교차시키는 플롯은 방관자도 언젠가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내비친다. 침묵을 깨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는 폭력이라는 “상호작용의 견고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구매가격 : 6,000 원

밤과 낮

도서정보 : 장재희 | 2024-01-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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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자를 들고 그 안의 편지들을 다시 꺼냈다.
집 안팎 여기저기 버려두었다.
탁자에, 현관에, 앞뜰에, 담벼락에, 길가에.”

당신을 다 읽어내지 않음으로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
장재희 첫 소설집


“그러지 않기로 하는 마음. 그것이 『밤과 낮』의 편지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해’와 ‘공존’의 다른 의미이다.”
_최가은(문학평론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소설가 장재희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2022년 앤솔러지 『마스크 마스크』에 참여했던 작가는 문장 웹진을 통해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시선으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세 편의 작품을 담았다.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받는’ 사람이 바라는 ‘이해’의 빛깔은 과연 같을까. 어떤 순간, 나의 모두를 알고 있는 관계가 버겁다고 느낀 적이 없는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그래서 아무것도 이해받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최가은 평론가는 이번 작품집에 대해 “당신을 읽어내지 않음으로써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해설」)라고 평한다. 모든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이해가 항상 ‘이해받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 하기에 “그러지 않기로 하는 마음. 그것이” 작가가 이번 작품집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해’와 ‘공존’의 다른 의미”(「해설」)이다. 절제된 문장 위로 콜 포터, 아바 등 감미로운 노래의 기억을 틀어놓고 잔잔히 전하는 이번 작품집을 통해 ‘잘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빈 공간을 사이에 둔 공존. 그것은 상대와 합일되거나, 상대를 모조리 읽어내는 사랑, 상대로부터 완벽히 이해받는 사랑의 눈부심과는 다르고 그보다 훨씬 어렵다. ‘당신’을 다 읽어내지 않음으로써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저 간절한 마음은, 각자의 공간에 다른 당신들의 자리를 발명해낼 제법 강력한 방법일지 모른다.
_「해설」에서


같은 공간에 있으나 닿을 수 없는 관계들

거리의 아우성 속에서도, 쓸쓸한 내 방의 침묵 속에서도 나는 낮이나 밤이나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평생을 함께할 때까지 이 고통은 계속 되지요. 밤이나 낮이나.
_「밤과 낮」에서

『밤과 낮』 속의 인물들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는 계약에 의해서 닿지 못하거나 이미 닿을 수 있는 관계가 끊어졌거나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곳에 가 있다. 서로가 닿을 수 있는 방법, 즉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그들에게는 차단되어 있다. 표제작 「밤과 낮」에서 오피스텔의 주인 서경과 세입자 모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경이, 그 외 시간은 모하가 오피스텔에서 지낸다. 모하와 서경은 계약 당시를 제외하곤 얼굴도 마주할 일 없고 쪽지 한 장 나눌 일 없는 사이이다. 「수몰」에서는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살던 집”이었으나 이제는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아버지의 집이 그 공간이다. 그곳은 이주자금을 받고 이사를 원했던 어머니와 절대 집을 버릴 수 없다는 아버지가 서로를 외면하는 구실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나온 사진을 보고서야 오래전 기억의 그 집을 찾는다. 「정오의 희망곡」에서 ‘나’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에게 카페는 손님이 적어 “책도 보고 공부도 하며 일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녀의 남자친구 정원은 “길고 좁고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이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를 강요했던 정원은 5년 전 레바논으로 파병을 가고 이제는 그곳에 없다.


읽히지 않아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들

나는 상자를 들고 그 안의 편지들을 다시 꺼냈다. 집안팎 여기저기 버려두었다. 탁자에, 현관에, 앞뜰에, 담벼락에, 길가에. 내가 거둬들이기 전의 그 상태로 다시금 되돌려놓았다. 편지를 쓰고 보낸 사람이 버려진 편지를 본다면 모두 거둬가거나 편지 한 장을 더 보태거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었다.
_「수몰」에서

인물들은 모두 상대방에게 가 닿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을 읽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두기로 한다. 「밤과 낮」에서 모하가 키우던 문샤인이 서경이 물을 많이 준 탓에 시들고 만다. 그때서야 모하는 문샤인이 살아난다면 서경에게 물을 많이 주지 말 것을, 서경은 모하에게 문샤인이 어디 갔는지 묻는 첫 쪽지를 남길까 생각한다. 「수몰」에 ‘나’는 집으로 배달되는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는 편지를 보관해주기 위해 유리병 속에 모아둔다. 마지막 집을 나설 때 그 편지들을 “탁자에, 현관에, 앞뜰에, 담벼락에, 길가에”, 집안팎 여기저기 버려둔다. “편지를 쓰고 보낸 사람이 버려진 편지를 본다면 모두 거둬가거나 편지 한 장을 더 보태거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기 때문이다. 「정오의 희망곡」에서 ‘나’는 “보고 싶다”라고 적은 정원의 마지막 편지를 읽는다. “시원한 바다 위를 날면 어떨까. 아니, 하늘을 걸어도 괜찮겠지. 그러면 정원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작가는 「밤과 낮」 한 귀퉁이에 작은 배려를 놓아두었다. “가끔은 서로를 초대할 수도 있을까, 하는”, 서로 가닿을 수 있는 순간에 대한 기대감은 혼자라서 외롭다면 부르라는 마음이지 않을까.

자신이 그렇듯 남편 또한 혼자일 뿐이라고. 그리고 어느 순간 자그마한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 가다 보면 가끔은 서로를 초대할 수도 있을까, 하는.
_「밤과 낮」

구매가격 : 6,000 원

우리가 서로에게

도서정보 : 이승주, 임수현, 김도연, 박세준 | 2023-12-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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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치열한 삶을 살아 내고 있는 작가들이 날것으로 생생히 전하는 반짝이는 이야기 조각들

추상적인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알고 싶어 행복을 검색해 보았지만, 행복의 정의는 ‘충분한 만족, 기쁨, 흐뭇함’이라는 추상적인 것들로 추상적인 행복을 구성하고 있었다. 모순적이었다. - 이승주, 〈친구라는 방정식〉 중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의 눈은 이렇게 빛나는구나, 느꼈어. - 임수현, 〈탄성〉 중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한숨을 쉬며 얼굴을 감쌌다. 이대로 세상에서 묻혀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함께 몰려왔다. - 김도연, 〈인생 소설〉 중

걷히지 않을 것만 같던 구름이 마침내 걷히고, 완벽하다 생각했던 노을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마치 이 순간, 우리가 오랜 시간, 긴 길을 건너 만난 것을 아는 것처럼. - 박세준, 〈사진 속에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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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들

도서정보 : 안보윤 | 2023-12-2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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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를 숨기고 살아가는 불길한 존재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의 병리학적 현상들을 주목해 냉정한 시선과 필체로 파헤치는 작가 안보윤의 세번째 장편소설『사소한 문제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그녀는 2005년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수상작『악어떼가 나왔다』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줄곧 사회에서 발붙일 곳 없는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방비로 노출된 폭력과 절망적인 상황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녀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신작 장편『사소한 문제들』또한 작가가 천착해온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가정과 학교의 폭력에 내몰린 여자아이 ‘권아영’과 사회에서 이탈해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동성애자 ‘배두식’의 삶을 묶어 세상의 음지에서 몸부림치며 불행해할 수밖에 없는 불길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녀만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불행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잔혹동화 같은 세상

소설의 첫 장면은 텅 빈 놀이터의 묘사로 시작된다. 핏물이 배어든 고무매트, 헐겁게 늘어진 그넷줄, 요새처럼 사방이 가로막힌 놀이터 일층의 빈 공간. 놀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건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 무리이다. 그 음침하고 위험한 놀이터에서의 아이들 놀이란,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중학생 남자아이 ‘황순구’를 괴롭히는 것. 또한 황순구에게 여중생을 겁탈하라 명령하고 그 모습을 낄낄대며 지켜보는 것이다. 남자아이들과 황순구 사이에는 폭력으로 서열화된 명령과 복종만 있을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해야 하고, 그들이 시키는 나쁜 일 모두를 도맡아 해야 한다. 그 아이들에게 삶의 원리란 자신보다 더 센, 더 지독한 폭력에 굴복하는 것. 폭력의 내리물림 현상. 어쩌면 황순구를 거느리는 남자아이의 위에는 어른의 폭력이, 그 어른들 위에는 더 높은 서열의 폭력이 끊임없이 존재할 것만 같다.

“황순구 역시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남자아이에게 뜯기고 있었다. 이번 달에 갖다바친 돈만 해도 벌써 이십만원이 넘었다. 용돈은 다 떨어진 지 오래고 부모에게 더이상 돈을 받아내는 것도 무리다. 오늘 놀이는 황순구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욱더 많은 놀이가, 황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 황순구에게 어느 날 초등학생 여자아이 ‘권아영’이 눈에 띄게 된다. ‘슈렉’이라 불리는 여자아이 권아영. 못생기고 뚱뚱한데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짧은 팔다리를 가진 먹잇감 소녀. 그런 그녀를 발견한 황순구는 자신이 당해왔던 폭력을 고스란히 슈렉인 아영에게 되풀이한다. 돈을 상납하게 하며 게임방 아저씨에게 돈을 받고 ‘슈렉’의 몸을 팔기도 한다. 마치 그런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혹은 이게 바로 ‘삶의 규칙’이라는 듯 설명하고 황순구는 권아영을 폭력의 지배하에 두게 된다. 아영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그 순간을,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것만이 황순구라는 괴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아영은 충동적으로 가출을 시도한다. 우연히 발견한 책으로 가득 찬 헌책방. 모든 일에 심드렁해 보이는 주인 ‘배두식’이 사는 책들로 묻혀 있는 집, 그 안으로 아영은 몰래 숨어든다.

“오늘 하루 무사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은, 또 그 다음날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황순구는 언제 어디서든 아영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도망쳐야 했다. 황순구에게서, 안전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은 손톱만큼도 아영을 지켜주지 않는 허울뿐인 학교와 집에서. 헌책방을 떠올린 건 우연이었다.”

헌책방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책들이 묻히는 무덤이다. 헌책에 실려 온 특유의 냄새는 죽음의 냄새와 흡사하다. 세월에 묵은 책장과 썩어가는 벌레 시체, 먼지와 곰팡이가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눅눅하고 그늘진 곳에서 아영은 오히려 따듯함을, 집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온전한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도 아영을 괴롭히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 그곳. 세상과 격리된 헌책방에서 아영은, 단 하나뿐인 안식처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독한’ 이야기와 구원의 희망

헌책방 주인 두식. 사실, 두식 또한 침묵과 고독뿐인 책들의 무덤 속에 숨어사는 서른아홉 살 동성애자이다.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과 마음속에 품어온 사랑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러 은밀한 성벽과도 같은 헌책방 안에서 은둔하고 있었던 것. 소설은 재빨리 몸을 바꿔 헌책방 주인 ‘배두식’의 불행했던, 세상에서 거부되었던 지나온 과거 이야기로 카메라 앵글을 돌린다.

“누군가의 농담 한마디에 마음을 다칠 그. 끝내 자신의 갈망을 무시하고 주변 권유에 따라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그. 일반적인 삶에 비로소 섞여들었음에 안도하면서도 뻥 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방황할 그. 욕망과 위화감, 죄책감, 혼란 속에 오늘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 소심하고 겁 많은 게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면 돌아오는 건 경멸뿐이다. 그런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에게 보내는 싸늘한 시선.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심각성만큼의 관심이나 합의가 쏠리지 않는 차별의식. 두식에게 세상은 스스로 포기하게끔 만드는, 배제와 차별만 존재하는 그런 울타리밖에 되지 못했다. 그런 두식이 울타리를 벗어나 그나마 자유롭게 숨쉴 수 있는 곳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헌책방뿐이었다. 두식은 자신의 집에 숨어든 아영을 발견하자마자 심하게 훼손당한 아영의 모습을 보며 동류의식을 느낀다. 아영이 아이들의 따돌림과 폭력에 의해 내쳐진 것이라면, 자신 또한 사람의 눈으로부터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내쳐진 것과 비슷하다고 느끼던 터. 어떻게 보면 그 둘은 사회적으로 ‘문제아’라 낙인찍힌 자들인 셈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문제아’가 되어버린 약자였던 것. 그런데 이들이 바라는 소망은 누군가의 따듯한 체온, 한 뼘의 체온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꿰맨 상처에서 다시 피가 배어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두식은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닿는 이 체온이 기쁘다.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살을 맞대는 것이 한없이 기쁘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갈구해왔던 이만큼의 체온. 고작 이만큼, 이만큼의 체온을 원했을 뿐인데.”

두식과 아영은 천천히 그 체온만큼 더디게 세상에 대해 닫아두었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잊고 있었던, 아니 잊어야만 했던 사람과 사람 간의 따스한 체온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이다. 서로에게 그동안 누락되었던 삶의 온기를 되새겨보기도 하고, 서로의 안위에 대해 의논도 하며, 미래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아가게 된다. 엉뚱하게 숨어들어온 웃자란 아이 아영, 그 작은 소녀가 책들의 무덤으로 둘러쳐진 헌책방 그곳에서 삶을 훼손당한 남자 두식에게 삶의 회복이라는 화두를 던져준 셈이었던 것.

“딸이야. 두식은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어쩐지 부끄럽지 않다. 거짓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화끈거리던 뺨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두식이 안개 낀 골목에 발을 내딛는다. 아영은 어디로 갔을까. (……) 두식은 서슴없이 뛰기 시작한다. 뚱뚱하고 뻔뻔한, 버릇없는 불청객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영은 두식에게 체온을 나눠준 유일한 사람이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낡은 몸으로 걸어내야 한다

칠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작가 안보윤이 꾸준하게 이야기해온 키워드들은 하나같이 주로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난폭한 사건 사고에 관해서였다. 음지에 사는 이들에게 그 사건 사고는 평범한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잔잔한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절망은 어느 새 희망이라는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 ‘미래’란 말을 믿지 않는다. 희망은 더이상 그들에게 일상의 치료제가 아니며, 이미 절망이 내성화된 공간 안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구원의 제스처는 그 낡은 몸으로 자기 앞에 놓인 삶의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뿐이다.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그들이 사는 음지의 일상이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 같더라도, 부서지고 훼손당한 몸이더라도, 그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없다. 삶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작가 안보윤은 삶의 양지에 있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매가격 : 9,800 원

곽곽선생뎐

도서정보 : 곽경훈 | 2023-12-2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피도 눈물도 없는 왕의 사냥개
무엇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가!

목적이 있는 자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냄새를 놓치지 않는 기이한 사내의 이야기

“밀정의 아들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밀정으로 살 수밖에 없는 사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며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녔으나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에 당신을 초대한다.”
_「작가의 말」에서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일으키는
곽곽 선생의 짜릿한 모험 활극

이 작품은 환상의 제국을 그려내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빚어내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곽경훈 작가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가상의 나라 쥬와 와 카락을 배경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암울한 현실에서 무엇을 위해 피바람을 일으키고 꿈꾸는 이상사회가 무엇인지 고뇌하는 한 인물의 모험 이야기를 담아낸다. 첫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가의 풍부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밀도 높게 촘촘히 짜인 이야기는 왕의 밀정으로 태어나 밀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암행총관 곽곽 선생의 박진감 넘치는 짜릿한 모험 활극의 매력을 전한다.
또한 작가는 디테일한 인물 묘사를 통해 다층적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낸다. 부조리한 제도와 사회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보여주는 서사는 곽곽 선생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피바람을 일으키고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바뀌지 않는 암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반인반신 같은 능력을 지닌 곽곽 선생이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곽곽 선생이라 들어보았는가?
그게 날세.”

보통 남자보다 머리 하나쯤 큰 키에 어깨가 벌어진 탄탄한 체격을 지녔고 특히 쌀 한 섬을 가볍게 지탱할 만큼 허벅지가 튼실했다. 찢어진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콧날은 오뚝했고 입술은 얇았으며 피부는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렸다. 또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는 곳마다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괴물. 겉으로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듯해도 정교하게 계산된 함정을 숨겨놓는 주도면밀한 인물. 그가 바로 쥬의 암행총관 곽곽 선생이었다.

왜 그는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일 수밖에 없는가

곽곽 선생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아버지 곽현이 왕의 목숨을 살려주고 하사받은 암행총관의 직위와 철권은 그의 장자 곽곽 선생에게도 이어졌다. 그렇게 왕의 사냥개로 태어나 왕의 사냥개로 살다가 왕의 사냥개로 죽을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암행총관 외에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고 암행총관의 임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왕정복고를 이루고 권력을 잡은 위선자로 가득한 백색당을 처단하는 것이 곽곽 선생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열교를 믿는 백색당은 내수교를 믿는 곽곽 선생을 싫어했고 한때 과두제로 나라를 다스렸던 흑색당의 평현 곽씨 자체를 경계했다. 곽곽 선생은 암행총관으로 백색당의 일탈을 처벌하고 부패를 척결할수록 국왕의 힘과 권위도 커졌다. 백색당의 우두머리는 국왕이었으며 그들이 내세우는 신념의 본질과도 같아 곽곽 선생이 백색당을 처단할수록 백색당 정권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도 곽곽 선생은 부조리한 사회를 변혁하고자 피바람을 일으키며 통쾌하고 짜릿한 모험을 펼친다.

암울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사내의
신나고 서글픈 모험 이야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이루어진 쥬. 흑색당의 과두제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를 이룬 백색당이 통치하는 나라. 신분제도가 엄격했으며 농업을 근본으로 삼아 쇄국정책으로 문호를 폐쇄한 나라. 국왕을 대신하여 대리청정하고 있는 왕세자는 백색당 구파를 몰아내고 신파와 협력하여 권력 장악을 꿈꾼다. 그리하여 색목인을 이용하여 새로운 군대를 육성하고자 은산군을 수장으로 한 사절단은 곽곽 선생을 필두로 조근, 칼잡이 후야와 함께 길을 떠난다.
암도에 도착한 사절단 일행은 인신매매 조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와 거래되는 쥬의 백성들을 목격하고 쥬의 안전과 백성들을 위해 은밀히 상군부의 상군과 혈교의 주교를 만나 거래한다. 곽곽 선생은 고민 끝에 상군을 선택하지만 괴물의 눈빛을 띤 상군을 알현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왜 상군을 선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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