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oon

도서정보 : 백지영 외 13 | 2019-06-14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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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기억의 소각?우울의 그늘…
세상에 미처 닿지 못한 20대 청년들의 깊고 진솔한 이야기
우리들의 작은 보름, 풀 문

오로지 글과 일러스트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모인 대학생 작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모여 펴낸 책이다. 갈피, 소각, 혼잣말, 스탠다드 등의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닌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간 복잡한 감정들을 캐치해 그들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작품 설명과 글을 매치시켜 읽는다면, 저자 한 명 한 명의 내면에 한 발짝 더 다가가 투박하고도 섬세하게 묘사된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8,500 원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도서정보 : 도리스 되리 | 2019-06-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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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 도리스 되리 소설집

인간관계에 대한 영리한 고찰.
도리스 되리는 명사수처럼 단어들을 적재적소에 쏘아넣는다. 아마존 독자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독일 영화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의 소설 열여덟 편을 연작 형식으로 묶은 작품으로, 엇나간 사랑과 뒤틀리고 무너진 관계, 일상의 그로테스크함을 간결하고 건조하지만 위트 있게 그리고 있다. 단조로운 일상에 숨겨진 비극성과 광기를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특유의 글쓰기는 이 책에서도 유효하다. 그와 함께, 잠시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실상 문제투성이인 인간관계의 장면장면을 스냅숏처럼 포착해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20세기를 통틀어 드물게 여성의 정신적, 육체적 사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작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독일과 유럽에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인 도리스 되리는 영화감독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현재 포스트 파스빈더 세대를 이끄는 거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 시절을 지나 1983년 장편영화 데뷔작 〈마음 한가운데로〉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 새로운 감각의 코미디를 선보이며 서서히 지지층을 넓혀갔으며, 그 정점이라 할 만한 작품이 1995년 국내에도 소개된 〈파니 핑크〉(원제: Keiner Liebt Mich)다. 운명의 숫자 23을 갖고 있는 남자를 찾아다니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파니 핑크를 주인공으로 돈과 연애, 결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코믹하고도 몽환적으로 풀어낸 영화는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 감각적인 대사와 영상으로 많은 마니아를 확보했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영원히Fur immer und ewig’라는 제목으로 영화보다 앞선 1991년 독일에서 출간되었으며, 이 책에 수록된 「오르페오」에서 기본 설정을 빌려 만든 영화가 〈파니 핑크〉다. 영화와 소설의 관계는 비교적 느슨하지만 공통적으로 ‘파니 핑크’라는 특별한 캐릭터가 중심에 있다. 책에서는 마음 편히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하지만 응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좌절하거나 결혼과 독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파니 핑크는 물론, 파니의 연애 상대들과 어린 시절의 친구, 가족까지 화자로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정한 애정을 갈구하지만 기만당하기 일쑤고 무의미하고 공허한 관계 속에 잠식당한 채 우울한 환멸에 빠지고 만다. ‘파니 핑크’를 통해 연결되는 수록작 열여덟 편은 각각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인 동시에, 모자이크 조각처럼 이어지며 인물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한편 더 큰 하나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도대체, 마음 편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그다지도 불가능한 일인 거야?
인간관계에 대한 사려 깊고 독창적인 고찰

첫 단편 「1968년」에서 학창 시절 조숙한 친구 안토니아에게 남몰래 열등감을 느끼며 가슴이 나오게 해달라고,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파니는 드디어 흥미로운 남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파니가 제안하는 낭만적인 사랑에 남자들은 예외 없이 반색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되돌려주는 일이 없고, 그녀는 클라우스, 파울과의 연애를 거쳐 크사버의 곁에서도 호텔방에 혼자 있는 여자들을 떠올린다. 소설 속에서 언제나 근사해 보이던 그들과 달리 혼자인 자신은 초라한 것만 같다.

호텔방에서 혼자,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좋은 책을 읽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오후의 클래식을 듣고 딸기 생크림케이크를 한 조각 먹으며 창밖의 눈과 어둠과 추위를 관조하는 삶.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그간 거쳐온 남자들의 사랑이 부족하다고-아니면 거짓이라고-느낄 때면 언제나 가닿고자 꿈꾸던 그곳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자주 그리워하던 섬이 지금은 적막하고 황량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왜 소설에서는 호텔방에 혼자 있는 여자들이 늘 낭만적으로 보이는지, 부러울 만큼 당당하고 고상해 보이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파니 자신이 혼자 있으면 그냥 매력 없고 왠지 존재감도 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눗방울처럼. (「호텔방에 혼자 있는 여자들」)

그 와중에 동생 샤를로테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 파니는 그런 속물적인 제도는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쏟는다. 샤를로테의 삶이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이고 자기는 누군가 함께하지 못하도록 저주받았다고 느끼면서. 그리고 동생의 결혼식 당일 엄마에게서 아빠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된다(「빨간 장미」).

샤를로테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지만 그것이 정말 원하던 삶인지 의문은 가시지 않고 영원한 사랑 따윈 가망 없는 일이라 여긴다(「영원히」). 그리고 엄마로, 아내로 사는 그녀의 삶이 행복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파니에게 한낮의 일탈에 대해 고백한다(「마트에서 만난 남자」).

집으로 어린 애인을 불러들였다가 전혀 예상치 않은 일과 맞닥뜨린 헤르베르트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미친듯이 상황을 수습하려 하고(「투바 양탄자 전용 세제」), 삼십 여년을 함께 산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에바는 공허한 마음을 쇼핑으로 달래려 한다(「쇼핑 열병」). 각자 끔찍하고 지리멸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핑크 부부는 두 딸 파니와 샤를로테가 얼마나 불행한지 모른다.

한편 학창 시절 파니의 친구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안토니아는 불행한 연애의 돌파구를 찾고자 점술가 오르페오를 찾아간다. 자신은 아르크투루스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예언을 할 수 있다는 오르페오는 안토니아의 공허한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녀는 그런 그에게 점점 의지하게 된다(「오르페오」). 영화와는 달리 화자는 파니 핑크가 아니라 안토니아이며, 슬픔에 빠진 젊은 여자가 아파트 위층에 사는 오르페오라는 이름의 흑인 동성애자 점술가를 찾아간다는 설정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간이 흘러 어엿한 커리어우먼으로 파니와 재회한 안토니아는 이제 점술가가 아닌 바흐 꽃 자기치유법에 매달린다(「센토리」).


사랑과 슬픔, 기만과 환멸의 장면들
윤무처럼 펼쳐지는 ‘파니 핑크’들의 이야기

이렇게 윤무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속 파니 핑크, 핑크들은 바람과는 달리 엇나가기만 하는 관계에 상처받는다. 이들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도리스 되리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서술방식 덕분이다. 책장을 넘기며 터져나오던 웃음이 어느 순간 목구멍에 턱 걸리고 마는 것도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캐릭터 덕분이다.

특히 파니나 샤를로테 등 여성 캐릭터들이 고민하는 문제, 결혼과 독신 사이에서, 커리어와 아이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요구받고 그 삶을 감당해가는 이야기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근본적으로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잘해내야 한다는 데 압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엄마여야 하지만 성공도 해야 하고 쉰 살이어도 외모는 서른 살처럼 보여야 하죠.” 한 인터뷰에서 도리스 되리는 말했다. 책 속 인물뿐 아니라 현실의 많은 ‘파니’나 ‘샤를로테’에게 지워진 부담의 또다른 설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영화 〈파니 핑크〉를 기억하고 대사 하나하나에 가슴을 쳤던 90년대 영화 팬은 물론 지금의 우리에게도 특별한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안토니아는 오르페오의 아파트에서 조각배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물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자기와 조니가 죽 늘어선 다양한 방을 하나씩 통과하듯 시간과 세상을 유람하는 생기발랄하고 행복한 연인이라고 상상했다. 그게 사실이라고, 자기와 조니 둘 다 아직 젊고 아름답고―가끔은―무척 행복하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난 왜 이렇게 불행할까?” 안토니아가 물었다. 「오르페오」 68~69쪽

파울이 집안으로 사라지자 파니는 담벼락 앞에 앉아 노여움에 울부짖었다. 단순하고 마음 편히 사랑받는 게 그토록 불가능한 일일까? 파니는 크고 부드러운 소파 쿠션처럼 마음 편히 사랑받고 싶었다. 「호텔방에 혼자 있는 여자들」 211쪽

정적 속에서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이인 척할 수 있다. 나는 우리가 결혼한 지 몇 년은 된 부부라고 상상해본다. 만약 그렇다면 꼭 지금처럼 나란히 앉아 서로를 안다고 믿을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냥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제는 안다. 「비밀」 259쪽

기호의 의미를 생각해내기까지는 잠시 시간이 걸렸다. 무한대. 끝없다. 영원하다. P와 M은 영원할 것이다? 젠장, 영원한 사랑이라니, 아예 시멘트에 새겨넣지 그랬어. 샤를로테는 생각했다.
(……) 좋게 시작한 것들이 좋게 끝날 수는 없는 걸까? 사랑하던 사람들이 꼭 원수가 되고, 작고 귀여운 아기들은 혐오스러운 십대가 되고, 예쁘고 매끈한 다리는 정맥류로 보기 싫게 울퉁불퉁해져야 하나? 「영원히」 308~309쪽

파니는 그가 작업실에서 밤을 보내리라는 것, 그래서 자기는 잠들지 못하리라는 것, 그에게 욕을 퍼부으면서도 자기가 뭘 잘못했나 자문하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파니는 오늘 하루를 꼼꼼히 되짚어보며 자기 잘못을 찾을 것이다. 크사버를 증오하는 마음과 그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것이다. 「센토리」 362~363쪽


▶ 언론평

이 책으로 도리스 되리는 남성과 여성 캐릭터 탐구가 건재함을 보여준다. 웃음과 눈물, 재미와 의미를 위한 책._디 벨트

사랑과 슬픔, 기만과 환멸에 관한 이야기들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그로테스크함을 훌륭히 다루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솔직하고 끝까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_베스트팔렌 블라트

건조한 위트, 입체적이고 꾸밈없는 서술방식으로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게 한다. 도리스 되리는 시간의 이빨이 어떻게 우리를 갉아먹는지 보여준다._bucher.de

인간관계의 수많은 어려움과 얼마 안 되는 기쁨에 대한 사려 깊고 독창적이고 분명한 고찰이 동시대 어느 작품보다도 풍부하게 담겨 있다.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정신적, 육체적 사정에 대해 이렇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작가를 찾아내기란 20세기를 통틀어 쉬운 일이 아니다._쥐트도이체 차이퉁

구매가격 : 10,200 원

리스너

도서정보 : 알제논 블랙우드 | 2019-06-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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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가난뱅이에 친구도 별로 없는 중년의 작가인 주인공이 런던 시내 한가운데 꽤 좋은 하숙방을 아주 싼 가격에 얻는다. 빈곤과 고독이 자신의 친구라고 여기면서, 여기저기 잡스러운 글들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은 그 방을 얻을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지 그 방으로 이사한 후, 그는 글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고, 주변의 소음과 사람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또한 몇 년 동안 증상을 보이지 않던 몽유병이 재발하는 경험을 한다. 그런 증상들이 심각해지면서, 주인공은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면서 엿듣고 있다는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구매가격 : 2,200 원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도서정보 : 류수훙(글, 그림) | 2019-06-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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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년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선정작

▶ 버려진 자, 떠나온 자, 가난한 자, 못 배운 자들의
포복절도할 생존기!
▶ 위화, 모옌의 작품과 함께 중국 사회의 밑바닥을 그려 큰 반향을 일으킨 화제의 베스트셀러
▶ 문학사적 의의로 평가되는 소설
―2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농민공(이동 농민)을 본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소설!
▶ 바르게 살아야 할 이유와 생명의 존엄성을 알려주는, 위트와 감동의 현대 문학

◆ 세상 속으로 잠수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가난하고 배운 것 없으며 상처받은 이들이 길을 떠나서, 서로의 가족이 되어가며 좌충우돌한다. 이들에게 세상은 둥지가 되어줄 수 있을까? 순정 어린 인물들의 가슴 찡하고 해학적인 생존기가 펼쳐진다.

줄거리
중학교까지 마쳐 마을의 엘리트인 쑨궈민은 놀림받기 일쑤다. 그는 아이를 구하러 다니고 몇 차례 사기를 당한 과거를 뒤로한 채 고향을 떠나 산전수전을 겪는데…….
십 년 후, 쑨궈민 부부는 다섯 명의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에게는 해야 할 큰일이 남아 있다.

구매가격 : 11,700 원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

도서정보 : 에이미 스튜어트 | 2019-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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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 콘스턴스 콥.
도망친 탈주범을 잡기 위해 뉴욕 거리를 누비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그 두번째 이야기

올해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 이 소설의 단점을 찾으려 드는 건 시간 낭비다.
작가와 콘스턴스 콥에게 찬사를! 부디 이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뉴욕 저널 오브 북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의 히로인 콘스턴스 콥이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로 돌아왔다. 콘스턴스 콥은 20세기 초 실존했던 인물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보안관보 중 한 명이다. 남자를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세고 불의를 보면 참지 않으며 독립된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려는 의지가 강한 콘스턴스 콥은,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 에이미 스튜어트에 의해 2015년 처음 세상에 소개됐다. 악당으로부터 여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리볼버를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콘스턴스와, 무뚝뚝하고 냉철한 현실주의자 둘째 노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막내 플러렛까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들 세 자매의 이야기는 발표되자마자 언론과 독자의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추천도서 목록에 올랐다.
‘콥 자매 시리즈’의 두번째 책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는 콘스턴스 콥이 히스 보안관으로부터 보안관보 일자리를 제안받은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뉴저지 최초의 보안관보가 된 콘스턴스는 이제 총과 수갑을 가지고 다니면서 여느 보안관보와 똑같이 범인을 체포하고 급여를 받는다. 그리고 투철한 책임감과 뛰어난 추리력, 지칠 줄 모르는 끈질김으로 무장한 채 탈주범을 쫓아 뉴욕 거리를 누비기 시작한다.


“언니가 범죄자들을 쫓는다는 얘기야? 엄청 위험한 건 아니겠지?”
“위험하지, 범죄자들한테.”

“이제 그녀는 뉴저지 버건 카운티의 보안관보이고,
악당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1915년 12월 20일자 <뉴욕 프레스> 실제 기사

뉴저지주 보안관보로 일하게 된 콘스턴스 콥은 새로운 직업이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주로 여성들이 연루된 사건에 보안관과 동행해 범인을 체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이 일이 적성에 딱 맞는다. 특히 범인을 체포하는 순간엔 짜릿한 즐거움까지 느껴진다. 물론, 세 자매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그들끼리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급여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즐거운 나날도 잠시뿐. 보안국에서 일한 지 두 달쯤 된 어느 날, 콘스턴스는 히스 보안관으로부터 그녀를 정식 보안관보로 임명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는다. 여성도 경찰관이 될 수 있는 법이 통과되긴 했지만 선거로 선출되는 보안관의 경우엔 그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더구나 보안관보는 그들이 복무하는 카운티의 유권자여야 한다는 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아직 참정권이 없는 여성은 보안관보가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낙담한 콘스턴스에게 히스 보안관은 한 달만 여유를 준다면 콘스턴스를 보안관보로 임명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그동안 여성 수감동의 교도관으로 일해줄 것을 요청한다.
한 달이면 된다는 히스 보안관의 장담과 달리 콘스턴스는 두 달이 넘도록 보안관보 배지를 받지 못한 채 교도관으로 일하게 된다. 교도관은 여성에게 완전히 합법적인 직업이지만 단순하고 지루한 업무이기도 하다. 재소자는 보통 서너 명밖에 되지 않고, 콘스턴스의 임무는 “재소자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계속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하는 일을 감독하고,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글을 읽어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게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의료 관련 범죄로 수감중이던 독일 출신 폰마테지우스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칭 목사이자 남작인 폰마테지우스가 고열에 시달리며 독일어로만 횡설수설하자,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콘스턴스가 통역을 위해 병원으로 불려간다. 그런데 그날 하필 폭풍우가 몰아치고 대형 교통사고까지 발생해 병원은 아수라장이 된다. 다들 혼란한 가운데 콘스턴스는 혼자 남작의 병실을 감시하고, 벼락이 치며 전기가 끊긴 틈을 타 남작은 병원에서 탈출해 감쪽같이 사라진다.
콘스턴스는 폰마테지우스가 탈출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보안관의 신임을 잃었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하다. 게다가 감시 소홀로 범죄자가 도망쳤을 경우 보안관을 징역형에 처하는 법 때문에 보안관은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다. 이제 콘스턴스는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보안관을 구제하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남작을 다시 잡아오리라 결심한다.


실화에 기반한 생생한 사건,
그리고 실존했기에 더욱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보안국 전체가 남작을 잡기 위해 기차역과 호텔, 남작 동생의 집 같은 곳을 감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 콘스턴스는 혼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남작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된 인물들을 추적해 그들의 최근 행적을 조사하고 탐문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뉴욕과 뉴저지 곳곳을 이리저리 누비면서 콘스턴스는 다른 보안관보들이 간과한 단서를 쫓고 누구도 묻지 않은 질문들을 던진다.
콘스턴스가 마치 탐정처럼 탈주범의 행방을 추적하는 이 흥미진진한 과정은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지만 폰마테지우스라는 죄수가 탈출한 것, 그리고 콘스턴스가 히스 보안관을 도와 탈주범을 추적한 것은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사실이다. 작가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실재했던 사건과 신문기사들을 발굴하고 여기에 유머, 서스펜스, 미스터리를 엮어 한 편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소설을 완성해냈다. 주요 플롯인 탈주범 추적 외에도, 백 년 전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실화에 기반한 다양한 사건들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전편에서 매력을 한껏 발휘한 콘스턴스의 동생들, 노마와 플러렛의 등장도 반갑다. 전서구 협회를 만들고 스스로 회장 겸 서기를 맡은 노마와, 노래와 춤을 배우며 언젠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꿈을 꾸는 플러렛은 큰언니 콘스턴스가 죄수를 놓치고 낙담하고 있을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콘스턴스를 격려하고 질책한다. “맨 처음으로 얻은 전문직종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게 알려지면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죄수를 놓친 여자를 고용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라며 날카로운 충고를 던지고 탈주범을 잡아오라면서 콘스턴스를 거리로 내몬다. 기자 캐리, 변호사 제럴딘, 회계사무소에서 일하는 루스 등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유능하게 일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시리즈에 등장한 것 또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리볼버에 더해 이제 수갑까지 상비한 레이디 캅. 정의로운 마음과 과감한 행동력을 갖춘 콘스턴스가 자매들과, 그리고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함께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콥 자매 시리즈’의 앞으로의 모험이 더욱 기다려진다.


▶ 추천의 말

실존 인물에 영감을 얻어 탄생한 거침없는 히로인이 여기 있다. 그녀는 잃어버린 세계를 활보하며 생생한 추격전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이 책은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모험담인 동시에, 의미 있는 직업이 여성의 정체성에?때로는 생존에?얼마나 중요한지 진지하게 파고든다. 워싱턴 포스트

콘스턴스와 그녀의 자매들을 지켜보는 여정은 첫 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즐겁고 유쾌하다. 작가는 20세기 초 뉴욕의 무질서한 분위기와 제 방식대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솜씨 좋게 엮어낸다. 사회가 정한 테두리를 넘어선 여성 조연들이 시리즈에 추가된 것도 반갑다. 라이브러리 저널

다양한 등장인물이 웃기면서도 씁쓸한 유머를 제공하고, 콘스턴스 콥이라는 특별하고 강력한 캐릭터의 배경이 되어준다. 작가는 20세기 초 급성장하는 뉴욕 외곽 도시의 삶을 꼼꼼한 필치로 능숙하게 그려내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미스터리를 빚어내는 동시에 교도소 개혁이나 여성의 권리 같은 문제를 시의적절하게 꼬집는다. 북리스트

콘스턴스가 “브루클린 거리에서 여자가 보여준 가장 품위 없는 자세”로 범죄자를 제압하든, 플러렛의 크리스마스 공연 때 극장 로비에서 펀치를 따르는 자원봉사를 하든, 그녀의 밤낮은 여전히 생생한 활기가 넘친다. 실제 범죄는 이야기 말미에 해결되지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긴다. 바로 콘스턴스와 그녀의 유부남 상사 히스 보안관 사이에 흐르는 야릇한 공기 말이다. 성질 급한 독자라도 별수없이 다음 책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보스턴 글로브

콘스턴스 콥이 범죄와 맞서 싸운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가 끝난 후에도 콘스턴스는 여전히 총을 들고 사건을 해결할 자세를 취한다. 강력한 여성이 범죄, 정치, 사회적 낙인에 맞서며 동시에 범죄자를 체포하는 콥 자매 시리즈 두번째 책은 영리하고, 서스펜스가 넘치며, 웃기기까지 하다. 콥 자매의 팬이라면 이 즐거움을 놓치지 말 것. 퍼블리셔스 위클리

영리하고 재미있다. 이 흥미로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바로 팬으로 만들어버릴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커커스 리뷰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이후 오랜 시간 기다려온 이 책에서 콘스턴스는 이제 독자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콥 자매의 새로운 모험은 무모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다. 팝슈거

에이미 스튜어트는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에서 미스 콘스턴스 콥의 모험담을 이어간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콘스턴스는 1차대전 직전 뉴저지의 보안관보가 되었고, 미국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녀는 소동을 일으킨다. 탈출한 범죄자는 이 모험심 강한 여성을 상대로 승산이 없을 것이다. 속도감 있고 필력이 뛰어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실제 신문기사들을 근거로 미스터리와 액션을 솜씨 좋게 조화시켰다. 북페이지

콘스턴스 콥은 최근 발표된 미스터리 소설의 캐릭터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콘스턴스가 실존 인물에 기반한 캐릭터라는 점과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만든다. 올해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 치밀한 조사와 간결한 유머, 1차대전 직전 미국사회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 속 인물들은 너무나 멋지고 매우 유쾌하다. 이 소설의 단점을 찾으려 드는 건 시간 낭비다. 작가와 콘스턴스 콥에게 찬사를! 부디 이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뉴욕 저널 오브 북스

콥 자매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이 소설은 첫번째 책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상상력과 실제 사건을 노련하게 엮어 즐거움 그 자체를 탄생시켰다. 더 많은 콥 자매 시리즈 책이 나오길! 다음 권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에메럴드 시티 북 리뷰

우리는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워왔다. 이것을 알아야 할 주변 여성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아마존 독자


▶ 책 속에서

지난 두 달 동안 나는 범죄에 연루된 부인들이나 아가씨들이 체포될 때마다 호송차에 동승했다. 별거중인 아내에게 보내는 이혼 서류를 발부했고, 불법 동거 혐의를 조사했고, 기차를 타고 도망치려는 젊은 여자를 쫓아가 잡았고, 양복점 위층 도박장에서 아편에 취해 빈사 상태로 발견된 알몸의 매춘부에게 옷을 입혔다. (…)
내가 방금 묘사한 장면들이 내 생애 가장 멋진 순간들이었다고 말하는 데는 한 치의 과장도 없다. 매춘부는 토사물 범벅이어서 도박장의 지저분한 세면기에서 씻겨야 했고, 기차를 타고 도망치려던 젊은 여자는 체포될 때 내 팔을 물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보다 더 만족스러웠던 때가 없다고 단언한다. 희한하게 들릴지 몰라도, 마침내 나는 내게 맞는 일을 찾은 것이다. 본문 12∼13쪽

이미 나는 스스로를 여자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사람들 중 하나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미시즈 헤디슨과 달랐다. 나는 엇나간 여자애들을 보살피는 샤프롱이 아니었다. 나는 총과 수갑을 가지고 다녔다. 여느 보안관보처럼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남자들과 똑같은 급여를 받았다. 사람들은 그걸 알고 깜짝 놀랐지만, 난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본문 23쪽

“내가 저지른 일을 이해하지 못하시네. 보안관은 이제야 조금씩 내게 일다운 일을 넘기기 시작했고, 배지를 지급하려고 준비중이었어요. 그런데 내가 일을 망쳤고,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죠. 기껏 노인네 하나한테 이렇게 쉽게 속아넘어가면 보안관이 나를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기겠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쓸모를 보이려면 나 혼자 힘으로, 주변을 시끄럽게 하지 않고 조용히 일을 해결해야 해요.” 본문 104쪽

저녁식사 바로 전,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고요한 시간, 나이든 여자들은 서서히 낮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들 옆에 앉아서 고백을 끌어내기엔 이때가 가장 좋다. 본인이 교도소에 있다는, 그래서 저녁을 차려야 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무언의 안도감과 함께 떠올리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면 그들은 철학적이 되어 좀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젊은 여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한밤중에, 두려움과 비밀 때문에 속을 태우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내게 오는 편이다. 나이든 여자들은 거짓과 기만에 잠을 빼앗기지 않는다. 그들은 비밀을 침대로 가져가 따뜻한 물주머니처럼 끌어안고 밤새 잘 잔다. 본문 193쪽

“매일 소매치기와 도둑이 뭔가를 훔쳐 달아납니다. 매일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우린 제때 도착하지 못해요. 주먹다짐과 총격과 방화와 행방불명된 아가씨는 항상 있어요.”
“네, 하지만……”
그가 내 말을 대신 마무리했다. “네, 하지만 우린 다시 일을 시작하지요.”
나는 팔짱을 풀었고 몸속의 공기가 몽땅 빠져나갔다. 매우 강력한 세 마디였다.
“다시 일을 시작한다.” 나는 시험삼아 그 말을 반복해보았다.
“그래요.” 보안관의 눈꼬리에서 미소가 비어져나왔다. “우리 보안국의 일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놈을 추적하고, 놈을 잡을 겁니다.” 본문 223쪽

구매가격 : 9,800 원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도서정보 : 윤고은 | 2019-06-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로맨스 푸어들을 위한 로맨스
‘한 발짝’의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지속되는 잔열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고, 독자에게는 그다음 ‘메이드 인 윤고은’의 작품세계를 고대하게 만드는 작가 윤고은. 2008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무중력 증후군』을 시작으로, 평균 이 년에 한 번씩은 독자들에게 새 책을 선물하는 작가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간단없이’라는 부사가 떠오른다. 새로운 소설을 선보이는 데 그침 없고, 이야기의 발상은 거침없다.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온 윤고은 소설가의 네번째 소설집이자 일곱번째 책을 선보인다. 신작 소설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이후 두 해에 걸쳐 써내려간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이번 작품집을 관통하는 두 개의 단어는 ‘로맨스 푸어’ 그리고 또하나는 ‘한 발짝’이다. 윤고은 특유의 상상력을 ‘한 발짝’으로, 일상의 풍경을 꼼꼼하게 관찰한 결과물을 ‘로맨스 푸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집에 유독 30대 커플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20대 때처럼 불타오르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40대처럼 안정적이지도 못한, 위태롭고도 애매한 결절에 다다른 사람이 그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무지 로맨스가 빈곤한 사람들로 바꿔 말할 수 있을 이들은 완전히 몰입해버리지도 그렇다고 아예 무심해질 수도 없는 세대를 포착한 것이기도 한데, 해설을 쓴 평론가 한영인의 말처럼 그리하여 작가는 “현실에서 딱 한 발짝 비켜섬으로써 현실과의 정면충돌을 방지하는 동시에 여전히 독자의 눈이 지금 이곳을 향하게끔 시야의 좌표를 설정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메이드 인 윤고은 작품의 특유와 생기가 발생하고, 작가는 30대라는 ‘한 발짝’을 때로는 거리감으로 때로는 도약으로 풀어내 이야기를 지어 건넨다.

“제가 문자를 잘못 보냈어요. 그런데 그 메시지는 진심입니다.”
윤고은의 의아해하는 인물들을 사랑한다.
다른 작가라면 애잔하게 그릴 순간을 의아하게 그리는 윤고은을 사랑한다. _정세랑(소설가)

“제가 문자를 잘못 보냈어요. 그런데 그 메시지는 진심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의아해하며, 골똘해지지 않을까? 윤고은 소설의 또다른 인장(印章)이 있다면, 그것은 파토스가 아닌 아이러니를 건네는 데 있다. 작가는 착각 혹은 오해라고 말해질 수 있는 인생의 순간들을 그저 해프닝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리한 핀셋으로 포착하고 집어내 골똘하고도 유심하게 바라본다. 파토스의 뜨거움 속이라면 거의 불가능할 응시를 한 발짝 벗어나 계속하다보면 ‘미스커뮤니케이션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핏빛으로.”
취향은 확실히 비슷하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뒤에 한쪽은 스테이크에 대해, 다른 한쪽은 와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하나는 와인 리스트, 다른 하나가 스테이크 리스트였다. 우린 서로 다른 메뉴판을 보고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빛깔이 닮은 스테이크와 와인을 적당히 고른 셈이었다. _「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에서

표제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선뜻 결혼을 결정하지 못하는 구 년 차 연인 앞에, 경기도 용인시에 세워진 개성신도시의 모델하우스가 나타나며 시작된다. 결혼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개성과 평양의 ‘모델하우스’라는 이중의 낙차가 충돌하는 이 이야기는 결혼에서 ‘한 발짝’ 물러난 이들이 서울에서 평양으로 ‘한 발짝’ 내딛은 예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이나 평양에 건설될 신도시의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과 남한에서 젊은 청춘 남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 중 어느 것이 더 비현실적일까? (……) 이 땅에서 남녀가 사랑으로 결합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이제 리얼리즘 서사가 아니라 SF 서사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랑과 결혼과 출산은 북한에 대한 직접투자만큼이나 우리 세대에게는 비현실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_한영인(문학평론가), 해설 「잔존하는 잔열」에서

작가가 심리적-물리적 거리를 반복적으로 의식하고 또 생성해내는 이유를 우리는 ‘잔열’이라는 개념으로 조금은 추측해볼 수 있을 듯하다. 파토스의 뜨거움이 아니라 아이러니와 공백에서 생기는 ‘지속되는 잔열’ 말이다. “어떤 순간들은 잔열을 갖고 있어서 물리적 시간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를 움직이는 건 의외로 아주 큰 에너지가 아니라, 그런 잔열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물의 터널」)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서정을 자아내지만, 작가 윤고은의 미학이자 윤리를 발견할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할 것이다. 이는 절제된 감정으로 더욱 진실하게 생의 단면을 그려내 보이겠다는 뜻이기도 할 터.
때로는 상상과 착각으로 때로는 오해와 시차라고 말해지는 변주를 이번 소설집에서 우리는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양말들」에서는 ‘나’의 장례식장에서 ‘나’와 ‘나’의 죽음을 둘러싼 오해가 시차를 두고 당도한다. 「오믈렛이 달리는 밤」에서는 로맨스를 향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연경 앞에 기이한 오믈렛이 나타나고, 「우리의 공진」에서는 사랑의 공진에서 비껴나고픈 한 남자가 프리미엄 출퇴근 버스에서 한 여자와 시차를 두고 대화한다. 「평범해진 처제」에서는 오류라고도 말할 수 있을 기억과 추억을, 「물의 터널」에서는 마치 “계절이 다른 터널 안에서” 유년의 풍경과 마주한다.
‘한 발짝’은 비단 로맨스와 관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작가와 독자와의 거리이기도 하다. 한 발짝 떨어져 그 사이에 바람이 흐를 때, 혹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 윤고은의 이번 신간을 통해 소설은 거리(Distance)가 만들어내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은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윤고은표 ‘미스커뮤니케이션의 커뮤니케이션’ ‘잘못 보낸 진심의 메시지’는 결국 문학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는 것 역시. 삶이 언제나 무겁지도, 한없이 가볍지도 않다는 것을 꿰뚫어보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졌다. 윤고은의 이야기라는 근사한 티켓이 준비되었고, 이제 독자는 주사위를 굴릴 차례다. 그 어느 때보다 이채로운 여행이 되기를!



■ 작가의 말

소설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어떤 세계를 창조하는 행위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하면 엄청난 착각이거나 위대한 발명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무용하지 않은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 물론 이로 인해 외로워지는 순간을 헤아리자면 그 또한 한가득이겠지만, 모든 산술 계산을 마치면 (하지 않아도) 소설은 확실히 매혹적인 세계라는 결론이 난다. 이거야 말로 꽤 멋진 1인용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같은 책 한 권을 나란히 읽기 시작해도 잠시 후면 각자가 도달해 있는 문장이 다르다.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는 세계, 밤의 꿈처럼 오롯한 1인용의 세계, 이 세계에서는 작가와 독자가 1:1로 만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산책을 한다.



■ 추천사

윤고은의 의아해하는 인물들을 사랑한다. 불운과 비극, 오해와 지겨움에 그대로 젖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의아해하는 그들 덕에 소설은 기묘한 유머, 전복적인 통찰, 확장의 감각을 얻는다. 다른 작가라면 애잔하게 그릴 순간을 의아하게 그리는 윤고은을 사랑한다. 복잡하고 명확한 선으로 나뉘지 않는 세계를 끝없이 해석해내려는 이만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멀리 다녀와 또 새로운 이야기를 내밀어주길, 언제까지고 설레하며 기다릴 것이다.
_정세랑(소설가)



■ 책 속에서

내가 김과 나눴던 게 사랑이란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처음엔 그게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엔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물불 안 가리고 덤비다 사랑에 실패한 거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_24쪽, 「양말들」

“와…… 신혼집이 북한이라니 말 다 했네. 이젠 분단 현실 때문에 안 된다는 거구나. 통일이 되어야 가능한 거야, 그치? 결국 우리 결혼은 이 땅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네. 싫으면 싫다고 하지. 됐어.” _48쪽,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그 언니가 뭐랬는데?”
“결혼도 주차도 다 똑같다고.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나겠지 싶어서 기다리다보면, 빈자리는 하나도 없고, 결국 아까 갔던 곳으로 되돌아가도 그 자리는 이미 차 있다고. 어딘가 더 좋은 놈이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면 결국 예전에 놓친 그놈이 더 좋다는 걸 알게 된단 얘기야. 잠깐 주차하는 사이에 없어진 자리처럼.” _68쪽,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연경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추거나 아예 휘말리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 연경을 지탱해온 어떤 룰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5번 드럼통에서부터 자꾸 이상한 기운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연경은 자신에게 특별한 순간, 사적인 시간, 그러니까 진짜 이벤트가 뚜벅뚜벅 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 과정이 길지 않았으면 했다. 마음 졸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무언가가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차라리 아주 불시에 자신의 삶을 급습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_103쪽, 「오믈렛이 달리는 밤」

‘모든 존재는 다 파동을 가지고 있는데 그 파동이 겹칠 때 뭔가가 벌어집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날 때도 그들의 진동수가 일치하면 스파크가 튀죠. 사랑도 공진의 결과물이에요.’ _127쪽, 「우리의 공진」

그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또 읽을수록 포만감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유년의 행복했던 몇 순간을 떠올릴 때와 같은 따뜻한 기운, 규모를 떠나 이런 기분 자체가 꽤 오랜만이어서 한동안 나른해지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진짜 여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견과류처럼 꼭꼭 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방식 중 하나가 쓰기였다. _156쪽, 「평범해진 처제」

“그런데 그거 알아? 난 그거 알아, 로 시작하면 기대가 되더라. 내가 당연히 모를 얘기들인데, 그러니까 그걸 알 리가 없는 얘기인데, 뭔가 아는 얘기 같기도 하고. 잘 들으면 알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_191쪽, 「물의 터널」

구매가격 : 8,800 원

오이 둘 풋고추 다섯 : 김병래 산문집

도서정보 : 김병래 | 2019-06-0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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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이 지천으로 피어서 하마 유월입니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병래(옛 이름 김용구)의 산문집 <오이 둘 풋고추 다섯>이 발간되었다. 이 문집에 대해 저자 자신은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글쓰기고 냉정하게 말하면 잡문 나부랭이’ 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이 책은 결코 단순한 잡문 나부랭이 따위가 아니다.
자연을 보며 인간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날 이 땅 위에서의 바람직한 인간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사유한 저자의 결론, 결국 해답은 자연이라는 것을 통찰하였다. 저자가 몸소 실천한 자연 속에서의 삶과 자연을 통해 얻은 기쁨과 소중한 깨달음을, 짧은 단상과 에세이, 산문 등 다양한 장르의 형식으로 알차게 엮었다.
산문시처럼 간결하게, 때로는 적당한 길이의 수필로, 시의 한 구절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들을 구사하며 쓰인 편 편의 글 모두에는 잘 쓴 글을 읽는 재미와 더불어 세상 어떤 경전보다 더 귀한 자연이 주는 생생한 생명의 메시지가 풋풋하고 아름답게 때로는 묵직하게 담겨 있다.
아울러 오늘날의 생태계 파괴 우리 사회의 물신화 현대문명의 기계화 인류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사회참여적인 주제를 자연과 견주어 다룸으로써 문학의 깊이와 함께 물질주의 문명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철학적 교훈도 이야기하고 있다.

구매가격 : 8,000 원

이집트 공주 1

도서정보 : 게오르크 에버스 | 2019-06-05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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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학자인 저자는 실제 역사에 기반을 두고 이집트 공주의 역동적인 삶과 가문의 비밀, 그리고 당시 세계의 반을 지배했던 강대국 페르시아의 지배자와 얽힌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고대이집트의 사회와 문화, 정치와 종교를 정밀하게 묘사했으며 작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이집트와 다른 국가의 관계 및 갈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독자는 주인공 이집트 공주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면서 고대이집트의 낯설고도 신비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거대하면서도 개인적인 이해와 감정이 촘촘히 얽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 이집트의 파라오 아마시스는 그리스인과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집트를 발전시키려고 하지만 폐쇄적인 이집트인과 사제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고군분투한다.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때마침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가 아마시스의 딸을 상대로 결혼을 요구한다. 강대국 페르시아 왕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마시스는 쌍둥이 딸 가운데 니테티스를 선택해 페르시아로 보낸다. 한편 왕가의 비밀을 알고 있던 고위사제는 왕세자를 이용해 아마시스를 협박하고, 페르시아로 건너간 니테티스는 왕의 하렘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구매가격 : 8,000 원

이집트 공주 1

도서정보 : 게오르크 에버스 | 2019-06-05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집트학자인 저자는 실제 역사에 기반을 두고 이집트 공주의 역동적인 삶과 가문의 비밀, 그리고 당시 세계의 반을 지배했던 강대국 페르시아의 지배자와 얽힌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고대이집트의 사회와 문화, 정치와 종교를 정밀하게 묘사했으며 작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이집트와 다른 국가의 관계 및 갈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독자는 주인공 이집트 공주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면서 고대이집트의 낯설고도 신비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거대하면서도 개인적인 이해와 감정이 촘촘히 얽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 이집트의 파라오 아마시스는 그리스인과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집트를 발전시키려고 하지만 폐쇄적인 이집트인과 사제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고군분투한다.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때마침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가 아마시스의 딸을 상대로 결혼을 요구한다. 강대국 페르시아 왕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마시스는 쌍둥이 딸 가운데 니테티스를 선택해 페르시아로 보낸다. 한편 왕가의 비밀을 알고 있던 고위사제는 왕세자를 이용해 아마시스를 협박하고, 페르시아로 건너간 니테티스는 왕의 하렘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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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몽상 1

도서정보 : 스티븐 킹 | 2019-05-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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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훌륭한 단편소설은 삶을 구원한다.
여기, 24편의 단편소설을 여러분을 위해 내놓는다.”
― 스티븐 킹

3억 5천만 부가 넘는 판매 부수를 올린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의 단편집 『악몽과 몽상』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악몽과 몽상』은 『스티븐 킹 단편집-옥수수밭의 아이들 외』, 『스켈레톤 크루』에 이어 스티븐 킹이 칠 년간 쓴 작품 중 탁월하다고 자평하는 스물네 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엘릭시르만의 세련된 장정과 깔끔한 편집으로 소개되는 이번 단편집에서는, 초자연적인 공포를 다루는 스티븐 킹의 장기를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툴루 신화나 셜록 홈스 패스티시 작품, 드라마 극본, 에세이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킹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작가가 직접 쓴 서문과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한층 즐거운 독서를 보장한다. 『악몽과 몽상』은 출간 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스티븐 킹의 빼어난 스토리텔링 능력과 독보적인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입증한 수작이다.

● 장르를 초월하는 작가, 스티븐 킹
1967년 첫 소설을 발표한 이래 오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3억 5천만 부가 넘는 판매 기록을 세운 스티븐 킹은 말 그대로 ‘대중이 사랑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호러 소설로 시작된 그의 경력은 판타지, SF, 미스터리로 뻗어갈 뿐만 아니라 영상 매체 극본, 시, 에세이, 논픽션 등으로 끊임없이 확장되었다. 또한 최고의 호러소설에 수여하는 브램 스토커상을 여섯 번, 최고의 SF 소설에 수여하는 로커스상을 다섯 번, 최고의 미스터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 추리작가협회 에드거상까지, 장르 문학을 위한 상을 수차례 휩쓴 것 외에도 2003년 스티븐 킹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 시상식에서 ‘가장 뛰어난 기여 훈장’을 받아 대중과 평단이 인정한 작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악몽과 몽상』은 스티븐 킹이 칠 년간 썼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탁월하게 재미있다고 자평하는 스물네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평범한 남자의 지독한 복수 과정을 담은 단편소설 「돌런의 캐딜락」은 정체된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킹이 공사장에 깊게 파놓은 구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또한 의도치 않게 인류를 멸망시켜버린 비운의 천재 이야기 「난장판의 끝」, 사악한 아이들에 대한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담긴 「어린아이들을 허락하라」, 두꺼비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마을에서의 여름휴가를 그린 「장마」 등의 단편소설에서는 불가사의하고 거대한 존재를 맞닥뜨린 인간에 대해 생각한 스티븐 킹의 오싹한 상상력을 맛볼 수 있다. 한편 텔레비전 드라마 〈어둠 속의 외침the Tales from the Darkside〉으로 방영된 대본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뉴욕 타임스》에 실렸던 에세이 「고개를 숙여」, 야구 잡지에서 극찬을 받은 시 「브루클린의 팔월」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킹의 글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이 단편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저주받은 마을 캐슬록처럼 자신의 작품 세계가 확고한 작가인 스티븐 킹이 기꺼이 다른 작품의 팬으로서 경의를 표하는 작품들을 썼다는 점이다. 탐정소설의 아이콘 ‘셜록 홈스’ 시리즈의 패스티시 작품인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말년의 존 왓슨이 셜록 홈스와 활동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숨겨왔던 자신의 무용담을 공개하는 이야기다. 또한 H.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독보적인 호러 세계관인 크툴루 신화를 담은 「크라우치엔드」는 킹의 대담한 상상력을 만나 한층 섬뜩하고 기묘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한다. 「다섯 번째 4분의 1」과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은 킹 본인이 해설에서 밝힌 것처럼 하드보일드의 대부 레이먼드 챈들러와 하드보일드의 시인 로스 맥도널드의 문체를 흠모하여 그에 도전한 작품이다.
『악몽과 몽상』은 스티븐 킹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종합 선물 세트처럼 느껴질 것이고, 잘 몰랐던 독자에게는 훌륭한 맛보기 코스가 될 것이다. 이처럼 『악몽과 몽상』은 킹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집이다.

● 훌륭한 단편소설은 삶을 구원한다
나는 요즘도 단편소설이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삶 자체를 구원하는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훌륭한 글은, 훌륭한 단편소설은 상상의 뇌관을 때리는 공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상의 목적은 견딜 수 없는 상황과 삶의 항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위안과 안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략)… 만약 그 상상력으로 빚어진 작품을 읽고 나와 똑같은 효과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진심으로 만족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중편집 『자정 4분 뒤』(이은선 옮김, 엘릭시르 펴냄, 2018)에서 고백했듯, 1980년대는 스티븐 킹에게 암흑기였다. 1974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뿌리치지 못한 알코올의존증과 더불어 약물의존증까지 겹쳐 킹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까지 고통받고 있었다. 이 시기에 씐 작품들은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다가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징벌받는 남자의 이야기 「팝시」나, 길을 헤매다가 환상과 저주가 가득한 세계로 발을 들이고 만 부부의 이야기 「크라우치엔드」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킹은 환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에 대한 상상을 통해 괴로운 현실의 무게를 견디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딜 힘을 얻었던 것이다. 1987년 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의존증에서 벗어났지만 삼십 년가량 흐른 지금까지도 작품 속에 살아 있는 강력한 상상력은 여전히 우리를 환상적이고 아찔한 세계로 인도한다.

●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나는 사건들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벌어지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중략)… 단편에서는 가끔 “그냥 그렇게 됐어, 이유는 묻지 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여지가 주어진다. 딱한 하워드 미틀라의 사연이 그런 경우인데, 나는 퀴즈쇼 도중에 세면대 하수구에서 튀어나온 손가락을 맞닥뜨린 그의 모습이 살아가다가 암이나 사고나 끔찍한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뜻밖의 사건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현실을 완벽하게 비유한다고 생각한다. ― 해설 중에서

스티븐 ‘호러’ 킹의 세계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평범한 시간을 보내던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장소에서 갑자기 공포의 세계로 뚝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이 사건에는 대체로 별 이유가 없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평범한 사람은 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길을 잘못 들어 죽은 록 스타들이 가득한 공연장에 도착한 부부(「밴드가 엄청 많더군」), 얌전한 회계사의 집 세면대에서 튀어나온 사람 손가락(「움직이는 손가락」),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맞닥뜨린 박쥐 인간(「10시의 사람들」). 누구나 머릿속으로 이런 기이하고 끔찍한 상황을 한 번쯤 상상해봤을지도 모르지만, 상상은 아주 잠시 왔다가 금세 떠났을 따름이다. 스티븐 킹은 찰나의 상상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잡아 눈으로 보는 듯 생생한 공포의 세계를 만들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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