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소녀

도서정보 : 악시 오 | 2023-06-16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누구의 신부도 아닌 자여, 누가 당신을 선택했나요?”
“내가 날 선택했어요.”

미국 청소년들이 열광한 환상적인 판타지
고전 『심청전』을, 자신의 운명을 다시 쓰는 이야기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2022 최고의 청소년 판타지 SF소설 후보
★ 2022 뉴욕공립도서관 최고의 책
★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도서 TOP 10

굿리즈 리뷰 8,600개 · 미국 아마존 리뷰 2,900개 돌파
미국 독자들이 열광한 영어덜트 로맨스 판타지

미국이 주목하는 영어덜트 작가 악시 오의 장편소설, 『바다에 빠진 소녀』가 출간되었다.『바다에 빠진 소녀』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뉴욕공립도서관 최고의 책으로 꼽혔으며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도서 TOP 10 안에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굿리즈 선정 최고의 청소년 판타지 SF소설 후보에 오른 동시에 해당 사이트에서 8,600개 이상, 미국 아마존에서 2,900개 이상의 리뷰를 받았다. 『김주니를 찾아서』의 작가 엘런 오는 “이 작품은 현대 독자들에게 『심청전』을 새롭게 각인시킨다. 악시 오가 만든 환상의 세계는 독특하고 매혹적이며, 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라고 말했고, NPR은 “진심으로 사랑스러운, 흥미진진하고 낭만적인 로맨스 판타지”라는 평을 남겼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를 사랑했다” “내가 읽은 최고의 책” 등,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와 빛나는 수상 이력은『바다에 빠진 소녀』가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지닌 소설임을 방증한다.
『바다에 빠진 소녀』는 한국계 미국인 2세 악시 오가 고전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창조한 영어덜트 로맨스 판타지다. 심청 대신 용왕의 신부가 되길 선택한 ‘미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신, 용왕, 황제, 기린, 남기 등 제각각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 영웅의 성장과 사랑을 그려낸다. 거기에 은장도, 비단 끈, 까치 설화 등 한국 문화를 모티프로 구축한 독특하고 탄탄한 세계관은 『바다에 빠진 소녀』만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악시 오는 어린 시절 독서를 하며 아시아계 주인공들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졌으며 “동양인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많아져야 동양인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고민에 더해 청소년 문예 창작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을 반영하듯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전개되는 『바다에 빠진 소녀』는 속도감 있는 문체와 생생한 묘사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누구의 신부도 아닌 자여, 누가 당신을 선택했나요?”
“내가 날 선택했어요.”
미나는 재앙으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이야기는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된다. 매해 거대한 폭풍이 몰아쳐 바닷가 마을을 황폐하게 만들자 마을에서는 남은 식량과 영토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한때 인간들의 보호자였던 용왕이 이제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그가 인간에게 분노했기 때문에 이 재앙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용왕의 신부’만이 용왕의 분노를 달랠 수 있다는 사제의 말에 따라 이들은 매년 열여덟 살 소녀 한 명을 뽑아 바다에 바친다. 그 소녀가 부디 ‘진정한 용왕의 신부’이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그해 용왕의 신부는 심청이었다. ‘미나’가 용왕의 신부를 자처하며 바다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바닷속 용왕의 나라, 이계理界로 들어간 평범한 소녀 미나. 그곳에서 미나는 예상과는 다르게 바닷가 마을 소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앳된 모습의 용왕과 그를 지키는 연꽃 가문의 아름답고 강한 군주, ‘신’과 만난다. 미나는 용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저주에 걸려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폭풍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간인 미나는 신들의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으며, 용왕의 주위에는 그를 해치려 경쟁하는 용왕국의 다양한 가문들이 음모를 꾸미고 그의 암살을 시도한다. 과연 미나는 저주를 풀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반복되는 폭풍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미나는 계속되는 위기 앞에서 자신이 심청만큼 아름답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내면의 용기와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할머니가 전해준 지혜를 등불삼아 자신을 단단히 무장한다.

나는 아름답지 않다. 손이 떨리는 걸 보니 그다지 용감한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 순간 내 가슴속에는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따스함이 있다. 지금 나를 지탱하는 힘. 두렵지만 이것이 나의 선택이다.
나는 나 자신의 운명을 만드는 사람이다. (본문 중에서)

매력적인 조력자와 방해자들 사이에서
미나의 모험은 계속된다

『바다에 빠진 소녀』에는 인간을 비롯하여 혼령, 신god, 신화 속 동물 등 다양한 종과 개성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주인공 ‘미나’는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운명을 만들어가는 성장형 캐릭터다. 한편 남자주인공이기도 한 ‘신Shin’은 용왕국의 여덟 가문 중 연꽃 가문의 수장으로 소설의 초반부에서 용왕을 수호하기 위해 미나를 막아서는 방해자로서 등장한다.

“당신은 앞서 온 모든 신부들처럼 실패할 거야.”
나를 구하러 올 용은 없다. 붙잡고 있을 희망도 없다. 저 위 세상의 별처럼 빛을 잃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어.” 그가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당신의 운명이니까.” (본문 중에서)

용왕의 저주를 풀고자 하는 미나의 결단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용왕을 지키기 위해 미나의 혼을 빼앗는 신은 그럼에도 의지를 꺾지 않는 미나에게 끌리게 되고, 미나는 비록 자신을 적대시하긴 했지만 신의 행동이 용왕을 지키려는 고결한 의도에서 비롯했음을 깨닫게 되면서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주인공의 방해자로 등장했던 인물이 주인공과 로맨스를 형성하면서 독자들은 이 서사에서 성장소설로서의 특징뿐 아니라 로맨스 장르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바다에 빠진 소녀』에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신에게 빼앗긴 혼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미나를 도와준 나리는 홍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뒤 용왕의 나라에서 호위 무사가 되었다. 뛰어난 무술과 미나에 대한 애정으로 미나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조력자로 활약하는 것이다. 또 한 사람은 미나 이전에 용왕국에 와 용왕의 신부가 된 혜리다. “사람들은 용왕님의 신부가 매년 똑같다고 말하지.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각각 달랐어”라고 말하는 혜리를 통해 작가는 신부들이 단순히 제물이 아니라 저마다 개성과 용기, 희망과 목소리를 가진 ‘인간’임을 강조한다.

“당신은 모르겠죠. 신부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가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신부들의 희생으로 남은 가족들은 보살핌을 받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받아요. 신부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힘껏 모든 것을 했어요. 다른 어떤 사람도 할 수 없는 걸 하기 위해 애썼다고요!”
신이 이마를 찌푸린다. “천천히 말해. 다 못 알아듣겠으니까.”
“당신이 뭔데 그 사람들의 희망을 함부로 재단하죠? 적어도 그들에겐 희망이 있어요. 당신은 뭘 가지고 있죠? 베어내는 검. 증오로 가득찬 말.” (본문 중에서)

미나의 또다른 조력자들도 이들 못지않게 흥미롭다. 할미탈을 쓴 탈Tal, 더벅머리 소년 다이, 갓난아이 미키 이 세 사람은 미나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제시해주는 동시에 암살자들에게 쫓기는 미나를 도와 전투를 치르는 등 활약한다. 이들의 정체 또한 『바다에 빠진 소녀』를 읽어나가는 데 있어 반전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이외에도 신을 보좌하는 남기와 기린, 미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년 모습의 용왕과 백 년 전 절벽에서 떨어져 사라진 황제, 죽음의 신이자 신의 오랜 지기인 시키 등 여러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끈다. 고전 『심청전』의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달리 『바다에 빠진 소녀』에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쉰다.

구매가격 : 11,900 원

쉽게 읽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도서정보 : 호메로스 | 2023-06-15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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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학사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최고의 고전.

기원전 850년경 전설적인 장님 시인 호메로스(Homeros, 호머)는 서양에서 가장 위대한 장편 서사시 『일리아스』(Ilias,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Odysseia, 오디세이)를 지었다. 이 작품들은 서양 문학의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기원전 8세기경에 구전으로 성립되고, 기원전 6세기경에 문자로 기록되었다고 추정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수천 년 전의 작품이 그토록 짜임새 있는 구조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우리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일리아스』는 10년 동안 트로이 전쟁에서 벌어진 영웅들의 이야기와 전사들의 무용담을 그렸고, 『오디세이아』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다시 10년에 걸친 귀향길에서 겪었던 모험, 사랑과 방랑 등 파란만장한 귀향길 이야기로 꾸며졌다.

구매가격 : 9,000 원

어머니의 유산

도서정보 : 미즈무라 미나에 | 2023-06-07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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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죽는다. 그 어머니가 죽는다. 드디어 죽는다.”
남다른 여성 삼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현대 일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즈무라 미나에의 장편소설 『어머니의 유산』이 출간되었다. 어머니가 사망한 날, 실버타운에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자매의 통화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신문 연재 당시 모녀관계와 나이듦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수많은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냈다. 제39회 오사라기 지로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너는 우리 세대의 신데렐라야.”
어머니가 남긴 뜻밖의 유산으로 삶을 구하다

현실을 소설처럼 살고자 했던 외할머니, 서구의 귀족 문화를 동경하며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기를 열망했던 엄마. 그런 엄마의 욕망대로 유학을 떠났다가 유부남과의 연애가 발각되어 강제 귀국을 당했으나 당당하기만 한 언니.
가쓰라가의 여성은 남다르다. 평생 ‘뭐라 말할 수 없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고 고상하고 향기로운 세계를 부나방처럼 좇는다. 분수도, 만족도 모른다. 도리나 사회적 규범이 그들의 욕망을 막을 수 없다.
미쓰키는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이성적 판단에 따라 선택한 인생이라고 믿었다.
미쓰키는 불행할 권리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 파리 유학도 다녀오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다가 교수인 남편과 부자 언니, 팔십대에도 여전히 화려하게 살 수 있는 엄마가 있으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끈적한 실처럼 온몸을 친친 감아온다. “손가락 사이로 인생을 주르르 내버리고 있”는 기분이지만 차분히 성찰할 여유도 없다. 병원에 홀로 내팽개진 채 쓸쓸히 숨을 거둔 아버지에 이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엄마의 병간호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골절로 병원에 실려간 날에 남편의 불륜까지 발견하지만 그 문제를 숙고할 시간조차 없다. 당장 닥친 엄마 일이 우선이다. 엄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런 다음에…..
드디어 ‘기적처럼’ 엄마의 죽음이 찾아오고 미쓰키는 해방되었다는 흥분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장례식 이후 떠난 여행지에서 외할머니-엄마-자신으로 이어지는 운명의 비밀을 깨닫게 되는데……

독창적 스토리텔링과 서늘한 문장으로 운명을 지배하는 숨은 힘을 찾아나선다

첨단의 글쓰기로 문제작을 선보이며 발표하는 소설 모두 문학상을 수상한 미즈무라 미나에가 ‘죽어가는 엄마를 간병하는 위기의 딸’이라는 설정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을 때 뻔한 전개로 흘러가리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과연 작가는 근대 가장 유명한 신파소설을 배음으로 깔고 일체의 감상주의를 걷어낸 ‘가족 서사’를 펼쳐보인다. 가차 없는 시선은 엄마와 남편뿐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을 향할 때에도 예외가 없다. 삶의 근원적 슬픔에 닿아 있으면서도 노화, 이혼, 죽음,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바탕을 이루는 금전적 문제를 꼿꼿이 직시하는 서술에는 위엄마저 서려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울 소설은 뒤로 갈수록 결이 달라지며 독자들을 전혀 새로운 곳으로 끌고 간다. 그동안 이야기 위의 이야기, 이야기 바깥의 이야기를 써온 미즈무라 미나에의 야심은 『마담 보바리』와 『이방인』 그리고 우리에게 ‘이수일과 심순애’로 알려진 신파소설 『금색야차』를 연결하면서 여성 삼대를 지배해온 ‘이야기’의 정체를 깊숙이 파고드는 데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역자인 송태욱은 미즈무라 미나에의 소설을 “근대 일본문학사라는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과 같다고 말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미완성작 『명암』을 이어서 다시 썼던 데뷔작 『속 명암』이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새로 쓴 『본격소설』처럼 『어머니의 유산』 역시 문학사의 정전(들)을 이어서 또는 새로 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품 표면에는 물론 어머니의 간병과 죽음을 둘러싼 여성 삼대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서사적 심층에는 서구의 고전들, 예컨대 『마담 보바리』 『이방인』 『적과 흑』 등의 소설과 오페라 <라보엠> 같은 이야기들이 번역 또는 번안을 통해 근대 이후 동아시아인들의 내면을 형성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런 점이야말로 미즈무라 미나에의 독특한 소설적 세계이자 작법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의 유산』은 지금 여기, 우리 모두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과 작가 특유의 작법이 만나 겹겹이 풍요로운 눈부신 작품이 되었다.

구매가격 : 13,000 원

나의 친구, 스미스

도서정보 : 이시다 가호 | 2023-06-0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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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살, 7년 차 회사원
보디빌딩의 세계에서 ‘여성다움’과 싸우다

이다혜 작가 추천
스바루문학상 가작 수상, 아쿠타가와상 후보

동네 헬스장의 ‘스미스 머신’을 벗삼아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하는 7년 차 회사원. 좀더 체계적으로 단련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지만 주위 상황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여성의 몸이 가지는 젠더성, 현대사회의 루키즘과 페미니즘을 참신한 관점으로 재해석한 1991년생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45회 스바루 문학상 가작을 수상하고 같은 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스물아홉 살, 7년 차 회사원, 신참 보디빌더
싸움의 상대는 태닝, 제모, 피어싱, 12센티미터 하이힐

주인공 U노는 ‘하드보일드한’ 회사 생활 7년 차인 스물아홉 살 여성. 퇴근 후 회사와 집 사이에 있는 헬스장에 들러 정해둔 루틴을 수행하고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근육통을 불러오는 것이 일상의 낙이다. PT도 받지 않고 마땅한 동료도 없이 헬스장에 한 대뿐인 스미스 머신을 벗삼아 일 년 넘게 홀로 묵묵히 트레이닝한 덕에 보디빌딩계의 유명인 O시마의 눈에 들고, 자신이 옆 동네에 새로 개업하는 헬스장으로 옮겨 보디빌딩 여자 부문, 지금은 피지크라는 명칭으로 바뀐 BB대회에 출전해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예전에 다니던 동네 헬스장과는 비교하기 힘든 전문적인 시설과 공통의 목표를 지닌 열정적인 회원들에게 고무되어 도전을 결심한 U노. 그러나 그저 신체를 체계적으로 단련해 원하는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순진하고 순수했던 동기와 달리, 대회를 향한 준비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난무한다. 무대에서 필수 액세서리인 커다란 피어스를 달기 위해 난생처음 귀를 뚫고, 전문 숍을 순회하며 태닝과 제모를 하고, 스팽글이 달린 현란한 색깔의 비키니를 구입하고, 규율 상한선인 12센티미터 하이힐에 익숙해져야 한다. 워킹과 포즈를 지도하는 코치이자 미스 유니버스 대회 출신 E토에게서는 좀더 활짝 웃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 눈에는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트레이너 T이도 대회 날이 다가올수록 체중 감량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겉모습은 머릿속에 그리던 이상의 육체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겁 없이 도전을 결심했던 당시의 내가 원했던 것은 과연 이것이었을까? 이윽고 다가온 결전의 날, U노는 내면의 질문을 마주하고 온전히 자신만의 결단을 내린다.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동정받지 않는,
초연한 생명체가 되고 싶다.”

크로스핏의 유행과 퍼스널트레이닝의 대중적 확산, SNS상에서의 보디프로필 열기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지금 『나의 친구, 스미스』의 주인공 U노가 겪는 아이러니에 공감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이 년가량 헬스장을 다니는 사이 전문적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보디빌딩, 피지크 선수들을 관찰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 작가는 소설에서 U노를 대회 도전으로 이끄는 O시마의 결정적인 대사, “여기서 훈련하면 다른 생명체가 될 거야”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

“처음에는 ‘남자처럼 되고 싶다’ ‘여자답지 않게 되고 싶다’는 표현을 생각했지만, 결국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비유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남자 아니면 여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북아사히 인터뷰에서)

여성스러움이란, 아름다움이란 원래 무엇이었을까?
일상 속 젠더에 대한 의문에 도전하는 야심찬 데뷔작

젠더와 몸에 대한 담화가 여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경직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의문을 담아낸 소설의 주제는 주인공의 직장과 가족의 반응에서 보다 또렷이 드러난다. 대회 준비를 위해 머리를 기르고 식단을 관리하는 U노에게 동료들은 ‘남자친구가 생겼나보다’ ‘여자들은 힘들겠다’며 스스럼없이 말하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보디빌딩 대회 중계를 본 어머니는 “너도 저렇게 울룩불룩해지는 건 아니지?”라고 염려한다. 미용이나 패션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주인공은 단순히 강인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한 대회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혼란과 깨달음을 반복하는 U노의 시점을 통해 우리 역시 아름다움과 강인함에 대한 본능적인 열망, 보여지는 것으로서의 젠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구매가격 : 9,800 원

매트릭스

도서정보 : 로런 그로프 | 2023-05-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 신작

조이스 캐럴 오츠 상 수상 |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버락 오바마,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등 선정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운명과 분노』(2015)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쥔 소설가 로런 그로프가 단편집 『플로리다』(2018) 이후 삼 년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 『매트릭스』를 펴냈다. 프랑스어로 시를 쓴 최초의 여성으로 알려진 12세기 실존 인물 마리 드 프랑스의 생애를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탁월하게 재구성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지적인 문체와 독창적인 세계관, 물 흐르듯 우아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서사를 어김없이 보여주며 “산문의 거장”이자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타이틀을 공고히한다. 『매트릭스』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운명과 분노』에 이어 두번째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2021)에 올랐으며 조이스 캐럴 오츠 상(2022)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파이낸셜 타임스> <에스콰이어> <마리 클레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NPR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작인 『아르카디아』(2012)가 1970년대 히피 대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매트릭스』는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십자군전쟁이 한창이던 중세의 혼란기 한복판으로, 그곳에 자리한 혁명적인 여성 공동체의 중심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난한 잉글랜드 수녀원의 부원장으로 임명된 열일곱 살짜리 왕가의 사생아 마리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 소외된 공동체를 부강한 불가침의 성역이자 오직 여성들만을 위한 유토피아로 바꾸어놓는 치열한 과정이 생생한 필치로 유려하게 펼쳐진다. 로런 그로프는 남성들만의 역사를 걷어내고 그 아래에서 번득이는 여성들의 지성과 비전을, 다채롭게 빛나는 우정과 사랑과 다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작가의 섬세하고 정밀한 언어 감각은 중세 수녀원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창문으로 들이치는 바람의 촉감까지 마법처럼 구현해내며 “팔백여 년 전의 중세에 동참한 듯한 긴박한 현장감으로 질식할”(구병모) 것 같은 느낌을 안기는 동시에, 남다른 기지와 지혜와 강인함으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한 여성의 영웅적 삶을 조명하며 “오직 남성 중심으로 기록되어온 서사시의 새로운 원형에 도달한다”.(천희란)


존재 자체가 혁명인 여성, 마리 드 프랑스
그가 일군 공동체의 웅장한 일대기이자
오직 여성의 언어로 쓰인 서사시의 새로운 원형

1158년, 열일곱 살의 마리는 흩뿌리는 찬비 속에서 추위에 떨며 홀로 잉글랜드의 어느 왕립수녀원에 도착한다. 굶주린 스물 남짓의 수녀들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 누추한 회색빛 공간은 왕가의 핏줄이지만 강간으로 잉태된 사생아라는 신분과 건장하고 ‘여성스럽지’ 않은 외모 탓에 평범한 귀부인의 삶을 누릴 수 없는 마리에게 주어진 감옥이자 유배지다. 이 우울한 수녀원처럼 그녀의 남은 인생도 온통 회색빛일 거라고, 절망 속에서 마리는 생각한다. 게다가 마리를 이곳으로 내쫓은 사람이 그녀가 가장 경애하는 빛나는 여인, 왕비 알리에노르라는 사실이 마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평생 한 번도 종교적인 믿음이나 신앙심을 가져본 적 없는, 남성의 갈빗대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열등한 성별로 취급하는 종교에 의문과 반감만을 가지고 있던 마리에게 수녀원은 너무나도 낯설고 척박한 곳이다. 물론 난데없이 왕비가 보낸 이 거대한 체격의 어린 신임 부수녀원장을 보는 수녀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캄캄한 새벽부터 깨어나 어디에도 가닿지 않는 듯한 기도를 올려야 하는 고된 일과 속에서 마리는 다시 밝고 따뜻한 왕궁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왕비에게 바치는 진심어린 사랑의 시를 지어서 마음을 돌려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왕비에게서는 매번 침묵만이 되돌아올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녀원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차 희미해진다. 그러나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각오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 비참한 곳에서 주어진 삶을 최고로 살아내리라는 각오, 자신을 쫓아낸 자들이 스스로 한 일을 후회하도록, 언젠가 자신의 위엄을 보고 경외감을 느끼도록 만들겠다는 각오가. 그렇게 마리는 수녀원을 개혁하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돌입한다. 겸손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수녀들에게 각자 가장 못하는 일을 시키던 관행을 능력과 강점에 따라 배분하도록 고치고, 엉망인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직접 소작농들을 찾아가 위협하며 밀린 소작료를 걷는다. 처음에는 마리의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방침에 거부감을 느끼던 수녀들도 점차 수녀원의 운영이 체계화되고 생활이 풍족해지는 것을 보며 마리의 능력을 인정하고 따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마리의 권위 말고는 누구의 권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수녀원이 늘 존재해온 이 땅에 계속 살겠지만, 그녀의 딸들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 미로에 둘러싸인 채로 안전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끼리만 오롯이 지내며 자급자족할 것이다. 여자들의 섬이 되는 것이다. ” _본문 중에서

어느덧 기도와 노동으로 점철된 삼십 년의 시간이 흘러 마리가 수녀원장이 되었을 때, 수녀원은 백 명에 가까운 수녀와 수십 명의 하인과 수많은 농노를 거느린 번영한 곳이 되어 있다. 그러나 마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이따금 들이치는 바깥세상의 위협, 전쟁과 남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던 마리에게 동정 마리아의 첫번째 환시가 찾아온다. 사랑의 빛이 반짝이는 마리아의 얼굴과 함께 흩날리는 장미 꽃잎으로 된 미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리는 그것이 수녀원 주변에 미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임을 이해한다. 그들의 성스러운 집이 외부인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요새, 온전한 여자들만의 세계가 되도록. 그리하여 마리의 지도 아래 거대한 창조의 프로젝트가 개시된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여성들의 손에 의해 지상에 두번째 에덴동산이 형태를 갖추어나가기 시작한다.


역사 속에 묻힌 중세의 시인에서
과거의 땅에 미래를 건설한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

이 소설에 영감을 준 실존 인물 마리 드 프랑스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12세기 잉글랜드 헨리 2세의 왕궁을 드나들며 유명한 로맨스 서사시와 우화집 등을 남긴 뛰어난 여성 시인이라는 것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로런 그로프는 대학에서 마리 드 프랑스의 작품을 번역하는 수업을 듣다가 까마득한 시간의 베일 속에 묻힌 이 인물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후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로프의 머릿속을 떠날 줄 모르던 중세의 시인은 21세기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점점 구체화되어, 과거의 땅에 미래를 건설한 강력하고 뛰어난 여성 지도자로 현재 속에 재탄생했다. “여성으로서 자율권을 잃어가는 이 나라에서 권력에 대해, 자율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낼 필요성”을 느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마리의 삶은 사실적으로 구현된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시의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몸으로 하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잘못된 것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자기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녀는 한 번도 납득된 적이 없었다. 신도 당연히, 당신이 모든 일을 좋게 해냈으니, 모든 일이 좋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_본문 중에서

로런 그로프가 형상화한 『매트릭스』 속 마리 드 프랑스는 외모부터 성격, 그리고 종교를 대하는 태도까지 당시 여성들에게 기대하거나 강요했던 전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다. 마리는 신을 섬기는 순종적인 성직자가 아니라 신의 이름으로 자신과 수녀들의 안전과 이익을 쟁취해내는 투쟁가이자 정치가다. 마리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성스러운 종교적 환시(vision)는 뛰어난 지도자에게 찾아오는 혁신적인 ‘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리는 수녀원에 평생을 바쳤으나 그 행위는 그저 희생적인 고행이나 봉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취이자 보람이다. 작가는 성애적인 욕구를 포함해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기쁨을 수녀원의 성스러운 여인들에게 허락한다. 육신을 가진 지상의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긍정한다. 마리의 야망을 통해 수녀원이 부강해졌듯 수녀들의 영혼은 각자의 성취와 육체적 기쁨을 통해 비옥해진다.

구매가격 : 11,200 원

앨프리드와 에밀리 (세계문학전집 228)

도서정보 : 도리스 레싱 | 2023-05-3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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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
허구와 현실의 비극적 간극을 넘나들며 그려낸 부모의 삶

거장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아버지 앨프리드와 어머니 에밀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부모의 다른 삶을 상상한 허구이고, 제2부는 전쟁이 남긴 외적 ․ 내적 상처를 끌어안고 아프리카 식민지 농장에서 고군분투했던 가족의 실제 삶을 담은 회고이다. 뇌졸중으로 투병하면서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마지막 결실인 이 작품은 민은영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따스하고 애틋한 소설과, 생생하고 통찰력 있는 회고적 성격의 글 각각의 특색을 살려 정확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옮겼다. ★ 2007년 노벨문학상 ★ 2008년 <타임스> 선정 ‘전후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소설 속의 부모와 현실의 부모, 슬프고도 애틋한 간극

2007년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에게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풀어낸 서사 시인”이자 “분열된 문명을 응시하는 작가”라는 찬사와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1919년 태어나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페미니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식민지, 인종차별 등 20세기 인류 사회의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레싱이 2008년 발표한 생애 마지막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자기 부모였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절반은 소설, 절반은 회고록이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전개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잠시 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각자의 짝을 만나고 평생 친구로 남는다. 잘생긴 크리켓 선수 앨프리드는 고향 농장에서 일하며 야무진 아내,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 똑똑한 에밀리는 런던에 가서 간호사로 일하다 저명한 의사를 만나 결혼한다. 남편을 심장마비로 잃지만 그가 남긴 유산과 인맥을 활용해 교육 자선사업가가 된다. 실제 역사와 달리 영국은 평화 속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젊은이들은 해외에 나가려고 타국의 전쟁에 자원한다. 이런 세태를 걱정한 앨프리드의 아이디어와, 에밀리의 자금과 행동력이 만나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제2부는 부모와 작가 자신이 현실에서 경험한 삶이다. 부상병과 간호사로 병원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는 옥수수를 키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선전을 보고 아프리카 농장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남로디지아의 농장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엔 너무 볼품없었고 이제는 농장을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족의 목표가 된다.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어 나무 의족을 사용하는 아버지는 끔찍했던 경험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나중에는 당뇨병까지 생겨 괴로운 말년을 보낸다. 어머니는 식민지에서는 영국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남편을 돌보느라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한다.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오히려 레싱과 남동생은 어머니와 멀어지고 만다. 부모가 살았던 에드워드 시대 영국과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아프리카 식민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찬란했던 대영제국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환상에 젖어 식민지로 떠났던 사람들이 좌절을 겪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을 종식할 전쟁’이라는 제1차세계대전의 별칭이 무색하게 곧이어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이번에는 남동생 해리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만다.
『앨프리드와 에밀리』의 절묘한 구성은 극적 대비를 이루며 독자에게 두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충격을 안긴다. 읽는 순간 눈앞에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듯 따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제1부는, 『풀잎은 노래한다』 『금색 공책』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레싱의 대표작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의외라고 여길 만하다. 레싱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천진한 아이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전쟁이 남긴 부상과 병으로 고생하다 죽은 실제 아버지와 달리, 소설 속 앨프리드는 아버지의 평생소원이었던 영국 농부로 살며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다. 중산층처럼 살고 싶은 욕망과 자식에 대한 집착으로 괴로워했던 어머니는, 소설 속에서 자녀는 없지만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 자선사업가로서 사교계에서 존경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의 목적이 단순히 허구와 현실을 대비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찬찬히 읽어보면, 부모에게 선사한 허구의 삶에도 그 나름의 슬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앨프리드에게는 버트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자이다. 앨프리드 부부는 술집으로 버트를 찾으러 다니고 그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느라 애쓴다. 또 기나긴 평화에 질린 아들들이 타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나갈까 노심초사한다. 에밀리는 남편을 갑자기 잃고 재산을 탐내는 친척들에 맞서며 자선사업을 운영한다. 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마음 맞는 배우자를 만나거나 자식을 얻지는 못해 주위의 연인들을 보며 아쉬워한다.
제1부의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제2부의 삶이 오로지 비극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로 연결된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은 때로 넋을 잃고 바라볼 만큼 경이로웠고 아버지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레싱은 본국에서 정규교육을 받는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절대 평탄하지 않은 유년시절이었지만 식민지 농장에서 보낸 그 시절은 뇌리에 강하게 남았고 레싱이 이후 인종, 계급, 성별의 격차에 항거하는 지식인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도리스 레싱의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강력한 작품 중 하나

레싱의 작품 목록 중에서도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눈에 띄는 이유는 그저 마지막 작품이어서가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은 말년에 이른 레싱이 평생 이해하려고 애썼던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건네는 화해의 시도이자 결국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부모의 전기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전기인 것이다.

“여전히 이렇게 나는 그 무시무시한 유산에서 헤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애쓰고 있다. (…) 내가 글로 쓴 그대로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이 내가 빚어준 삶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좋겠다.” _도리스 레싱

어린 시절 레싱은 아버지의 전쟁 경험담이 듣기 싫어 귀를 막으면서도, 아버지의 이야기는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이라며 그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경우는 달랐다. 어머니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정당성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았고, 레싱은 자신과 남동생에게 집착하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투쟁했다. 많은 딸들과 마찬가지로 레싱 역시 ‘나는 어머니처럼 되지 않겠어’라고 되뇌었고 그가 어머니에게 느낀 분노는 격렬했다. 레싱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듯이,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 역시 시대가 낳은 피해자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발표된 2008년 당시 레싱의 나이는 아흔에 가까웠다. “그 무시무시한 유산에서 헤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노력중이라 말했던 레싱은 이 마지막 작품을 통해 드디어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다음으로 작품의 특이한 형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시,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문학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실험적 태도가 이 작품에서도 빛난다. 부모의 삶이나 전쟁이라는 소재는 무수히 반복되어왔으나,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으로 담은 신선한 구성 덕분에 『앨프리드와 에밀리』에는 진부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흑백사진 역시 일반적인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제1부의 끄트머리에 있는 「설명」이라는 글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는지 알려주면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제2부로 이끈다. 소설만 따로, 혹은 회고록만 따로 출간했다면 다소 밋밋한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두 가지 성격의 글을 하나로 엮어 각각의 합보다도 더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내용 면에서도 형식 면에서도 “레싱의 가장 강력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레싱은 이 작품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존재인 ‘책’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 유년시절에 일어난 “좋은 일은 딱 하나”였고 그것은 바로 독서였다. 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문학계 최고의 영예를 얻은 대작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들, 추억 속의 도서 목록을 줄줄이 읊는다. 수많은 동시대 작가의 작품에 추천사를 아끼지 않으며 책에 대한 애정을 기꺼이 드러냈던 레싱. 어린 시절의 그가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느리게 배송되어 오는 책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구매가격 : 11,200 원

클래식 라이브러리 005 - 변신

도서정보 : 프란츠 카프카 | 2023-05-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기묘한 울림을 주며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를 예견한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 단편 4선

“나는 「변신」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_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어떤 사회학적, 정치학적 성찰도 말해 줄 수 없었던 (우리 세기에 입증된 그대로의) 인간 조건을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었다.”
- 밀란 쿤데라(체코 작가)

“주제와 배경은 장편과 단편이 본질적으로 같다. 이야기의 진행이나 심리적 침투는 다르다. 이런 면에서 카프카의 단편들이 장편들보다 우수하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아르헨티나 작가)


무소속성과 혼종적 경계인을 그려 낸, 카프카의 대표 단편 출간
「변신」, 「굴」, 「학술원 보고」, 「단식예술가」

후세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중 네 작품을 선정하여 아르테에서 출간했다. 번역은 인천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목승숙이 맡았다. 현재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너무도 다양한 층위와 의미로 읽히는 카프카의 작품들을 정확하면서도 원문의 내용과 표현을 그대로 살려내려고 공들여 우리말로 옮겼다.

나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니고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다.(프란츠 카프카)

카프카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체코계 유대인으로 독일어로 글을 쓴 독일어권 작가다. 자수성가하여 아들 또한 그렇게 자라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평범한 체코의 학교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만 입학하는 독일식 학교를 다녔으며 법률을 전공했다. 이러한 그의 성장 과정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그를 체코인도 유대인도, 독일인도 아닌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무소속성, 혼종적 경계인’으로 만들었다. 그는 평생 보험공단에서 일하며 퇴근 후에 글을 썼다.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 초저녁까지 잠을 잔 뒤 밤늦게까지 자신이 원하는 글쓰기를 했다. 그의 미사여구 없는 간결하고 정밀하며 무미건조한 문체는 문어체 투의 프라하 독일어의 영향이다.
이러한 그의 생활은 작품 곳곳에 녹아 있어서, 독자들은 그의 글을 읽으면서 1883년에 태어난 카프카가 마치 21세기 오늘 여기에 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벌레로 변해 있고, 나만의 굴(세계)을 구축해 놓았는데 너무도 불안하고, 원하지 않는 이주를 하여 낯선 곳에서 원숭이가 된 기분으로 적응하려 애쓰며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 내야 하고, 나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 세계와의 불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몰이해 등이 그의 작품 속에서 특유의 메타포를 통해 너무도 섬세하고 절절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현실과 비현실,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 진지함과 유머

카프카의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현실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일상적인 일들에서 조금씩 뒤틀리는 비일상을 표현하고, 자못 진지한 가운데서도 한자락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굴」은 ‘건축’, ‘건축물’로도 번역되는 카프카의 미완성 단편으로, 카프카가 평생을 살았던 프라하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소리 혹은 다른 동물일 수도 있는 동물이 땅 밑에 자기만의 굴을 파는 이야기다. 적의 침입을 잘 막아 내는 동시에 유사시에 탈출하기도 용이해야 하며, 먹이를 비축해 두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도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 동물건축가는 이리저리 분주히 다닌다. 어쩌다 자신의 먹이를 쌓아 놓은 성곽 광장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이지 않는 적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으로 안절부절한다. 그것은 잠시의 안정과 끊임없는 불안 속을 헤메이는 현대인을 닮았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변신』은 첫 문장의 힘을 이야기의 끝까지 밀고 나간다. 가족 부양을 책임지고 있던 그레고르 잠자라는 영업사원에게 일어난 변화가 그 자신과 가족 사이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오는지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어떤 사건이나 사고에 따른 미묘하고도 씁쓸한 관계의 변화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학술원 보고」는 아프리카 골드코스트 해안에서 잡혀 온 원숭이가 유럽 사회에 적응해 온 5년의 과정과 소회를 학술원에서 보고하는 형식의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하고 있는 인간 세계와 문명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서려 있으며, 동시에 동화된 원숭이로서 다른 원숭이에 대해 느끼는 우월감 등도 표현되어 있다. 이 작품은 “동화된 유대인에 대한 가장 천재적인 풍자”로 평가받는다.

「단식예술가」의 소재인 단식공연은 19세기와 20세기의 ‘세기 전환기’에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 성행했던 오락 공연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단식과 예술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그 당시에는 우리나 유리 상자에 갇힌 채 일정 기간 단식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이 공연은 사업 수완이 있는 공연 매니저에 의해 대대적으로 선전되며 신문과 잡지의 지면을 장식했다고 한다. 단식을 자신의 예술로 승화해 내려고 하는 예술가와 이를 상업적으로만 활용하려는 매니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 등이 그려진다. 카프카가 죽기 전까지 교정을 보며 애착을 보인 작품이라고 한다.

카프카의 삶과 작품에 대해 옮긴이는 이렇게 말했다.

반유대주의, 서부 유대인과 동부 유대인 간의 반목, 민족주의, 사회주의가 교차하던 프라하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카프카는 ‘사이에 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온정주의로 인해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영향으로 동물은 그의 작품에서 자주 타자의 메타포로 기능한다. 그리하여 정확한 설명이나 해석을 담지 않고 비유적 언어를 즐겨 쓴 카프카의 작품은 시공간을 망라하는 보편적 층위, 시대 밀착적 층위, 자전적 층위 등 다양한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다의적 해석을 허용한다. 이처럼 카프카의 동물 또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차원과 결부되며 인간 내지는 문명과 거리를 둔 자연적이고 자유로운 존재라는 긍정적 함의에서부터 소외되고 격리된 인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인간, 동물로 비하되는 타 인종, 존재 의미를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유로 읽히며 해석을 발굴하는 기쁨을 선사해 왔다.”




◎ 책 속으로

“삶의 정점에 이른 지금에도 나는 한시도 평온한 시간을 누릴 수 없다. 어두운 이끼가 낀 바로 그 자리에서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존재이며, 탐욕스러운 코로 그 주위를 킁킁대며 쉴 새 없이 냄새를 맡는 꿈을 자주 꾼다.”(「굴」 중)

“나는 내가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정해져 그렇게 살도록 내맡겨진 존재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며, 끝없이 여기서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내가 원하고 이곳 생활에 지쳤을 때 초청을 거역할 수 없을 누군가가 나를 자신에게로 부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굴」 중)

“ 커다란 굴은 무방비 상태로 저기에 있고, 나는 더 이상 애송이 견습생이 아니라 노년의 건축가다. 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는 남은 힘조차 말을 듣지 않는다. ”(「굴」 중)

“어느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변신」 중)

“ 이 작은 빨간 사과들은 감전된 듯이 바닥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서로 부딪쳤다. 살짝 던진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을 스쳤지만 상처를 입히지는 않고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연이어 날아온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에 확실히 박혀 버렸다.”(「변신」 중)

“그레고르는 조금 더 앞으로 기어 나갔고, 가능한 한 여동생과 시선을 마주치려고 바닥에 머리를 바싹 갖다 댔다. 음악이 그에게 이렇게나 감동을 주는데, 그가 동물이라니? 마치 그에게 갈망하던 미지의 양식에 이르는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변신」 중)

“존경하는 학술원 회원 여러분! 영광스럽게도 여러분들은 제게 예전 원숭이 시절의 삶에 관해 학술원에 보고해 달라고 요청해 주셨습니다.”(「학술원 보고」 중)

“한 발은 뺨에 맞았습니다. 가볍게 스치기만 했는데 털이 싹 밀린 커다란 빨간 흉터가 남게 되었습니다. 이 상처로 인해 전혀 맞지도 않을뿐더러 확실히 어느 원숭이에게서 빌려 온 빨간 페터라는 이름이 제게 붙었습니다”(「학술원 보고」 중)

“ 한번은 어느 마음 좋은 사람이 단식예술가를 가엾게 여겨서 슬픈 이유가 단식 때문일 것이라고 그에게 설명하려 들자, 한창 단식 중이던 그가 분노를 터뜨리며 짐승처럼 우리를 흔들기 시작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단식예술가」 중)

“왜냐하면 제가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믿어 주세요. 그것을 찾았더라면 이목을 끌지도 않았을 것이고 당신이나 다른 사람들처럼 배불리 먹었을 겁니다.”(「단식예술가」 중)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학의 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에 대하여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이에 앞서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거장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 평전 시리즈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명성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시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공간’을 통한 거장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형제 격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거장을 만나는 세 개의 다리, 즉 ‘공간’과 ‘작품’과 ‘생애’가 비로소 놓이게 된 셈이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지만, 아르테에서는 우리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은 물론이고, 고전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무겁고 진중한 느낌에서 탈피하여 젊고 산뜻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번역의 질적 측면으로 보나,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외관으로 보나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첫선을 보인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를 시작으로 아르테에서는 『변신』, 『1984』에 이어 『인간 실격』, 『월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올 한 해 총 19종의 세계문학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구매가격 : 12,000 원

클래식 라이브러리 006 - 1984

도서정보 : 저자명 : 조지 오웰 역자명 : 배진희 | 2023-05-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 도서 소개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가장 예술적인 고전!
디스토피아적 SF 문학의 원조

〈르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선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의 책 100선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사회를 경고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재’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조지 오웰의 탁월한 저항 소설 『1984』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조지 오웰을 전공한 배진희가 맡아서 오웰이 쓴 문장부호 하나까지도 고심해 가며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에는 전체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소수 독재를 영속시키기 위해 그들이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진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아 어떻게 ‘우매한 대중’으로 만들어 지배하는지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체주의 사회의 운영 체계, 감시 체제, 기만 방법, 고도의 심리 조작, 역사 왜곡 기술 등이 매우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무심히 접해 온 뉴스와 사건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인간 역사에서 전체주의, 즉 독재는 빈번하게 출현하고, 지금도 번연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1984』는 자신이 처한 사회와 역사의 실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언제나 필독서가 될 것이다.

자서전 같은 소설?!

흔히 조지 오웰의 글을 ‘자서전 같은 소설’이라고 평할 때는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지 작가 연보 몇 페이지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표현은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누구도 그처럼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작가로 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1903년 영국의 식민지 인도 벵갈 지방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는 자녀 교육을 위해 먼저 영국으로 왔고, 이후 조지 오웰은 중산층인 집안 형편에는 버거운 사립학교 교육을 받았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계급 차별을 경험했고, 이는 그의 정치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오웰은 20대 초반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했고, 글을 쓰기겠다는 일념으로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이어 갔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 참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군입대 무산, BBC 프로듀서 근무, 『트리뷴』 편집장 등의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현실감을 더하는 묘사와 대화로 되살아난다.

1948년과 『1984』, 그리고 오늘

조지 오웰이 『1984』의 초고를 완성한 때는 1948년이다. 이 시기는 20세기 인류가 두 번의 참혹한 세계대전을 겪은 후다. 제2차 세계대전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끝이 났고, 세계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으로 나누어져 냉전에 돌입했다. 두 체제 모두에서 인간성과 인권은 철저히 짓밟혔다. 이러한 시기에 오웰은 인간 역사에서 언제고 등장할 수 있는 전체주의를 경계하며 『1984』를 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It depends on you, don’t let it happen.(그것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소설의 배경은 핵전쟁 이후의 1984년 현재다.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3대 초대국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오세아니아에서는 빅 브라더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거리에서도 집에서도 근무지에서도, 어디서나 두 눈을 움직이며 사람들을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행동뿐만 아니라 미묘한 표정, 목소리 톤의 변화까지도 심지어 마음까지도 감시한다. 빅 브라더가 항상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당이 권하고 시키는 일 이외에는 그 무엇도 해서는 안 된다.
하급 당원인 윈스턴 스미스는 진실부에 근무하며 먼 과거의 역사부터 지난주의 경제 데이터까지, 당의 명령을 받으면 모든 역사와 진실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텔레스크린의 눈을 피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어느 날 윈스턴은 검은 머리의 한 여자로부터 의문의 쪽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삶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감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줄리아와 은밀하게 만나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만의 아지트를 갖고 싶어 채링턴 씨의 상점 위층을 빌린다.
어느 날 윈스턴은 자기 편이라 확신한 오브라이언의 초대를 받고 줄리아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간다. 오브라이언은 암흑 속에서도 투쟁해야 한다며 반당 조직인 형제단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 윈스턴은 채링턴 씨의 방으로 오브라이언이 건네준 책을 읽는다. 그때 벽에 걸려 있던 그림이 떨어지면서 텔레스크린이 나타난다. 결국 윈스턴과 줄리아는 어딘가로 끌려가는데…….
이 작품은 완전한 절망만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주인공 윈스턴은 패배하더라도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전형을 제시하고 범인류적인 미래의 저항 의식을 추구한다. 그는 체제에 대한 저항의 실패를 예견하면서도 실패에도 더 나은 실패가 있다며 자신의 무사안일이 아닌 체제의 전복을 위해 저항하는 용기를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읽으면 오웰이 그린 디스토피아가 인류의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되고, 또 다른 윈스턴과 줄리아를 기다리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신어로 ‘진부’라고 부르는 진실부는 첫눈에도 다른 건물들과 놀랄 정도로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그 건물은 반짝이는 흰색 콘크리트 벽이 층층이 계단식으로 쌓아 올려진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로서 하늘 높이 300미터나 치솟아 있었다. 흰 건물의 전면에는 윈스턴이 서서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고 우아한 글자체로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쓰여 있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당이 과거에까지 손을 뻗어 이 사건 저 사건에 대해 ‘결코 일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고문이나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일 것이다.”

“윈스턴은 썼다.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 계급에 있다.”

“그들은 불만이 있어도 아는 것이 없어서 사소한 것에만 집중할 뿐 어느 곳에도 불만을 표출하지 못한다. 아무리 큰 죄악들이 세상에 횡행해도 변함없이 그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동자 집에는 텔레스크린도 없었다.”

“자유란, 2 더하기 2가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다. 만약 그런 자유가 허용된다면 다른 모든 것도 따라온다.”

“진정으로 중요한 사건들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들은 큰 것은 못 보고 작은 것만 볼 줄 아는 개미 같았다. 점점 기억은 퇴색되고 기록이 날조될 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인민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되었다는 당의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사소한 육체의 고통이 거대한 가치를 능가한다는 사실이 외관상으로 영웅적이든 비극적이든 어느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전쟁터에서나 고문실에서나 침몰하는 배에서나 싸워야 하는 진정한 쟁점들을 항상 잊어버린다. 인간에게는 사소한 육체의 문제가 우주보다 크기 때문이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 당신은 젊어서 나보다 아마 더 두려울 거야. 분명 가능한 한 우리는 죽음을 미룰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별 차이가 없지.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거든.”

“소수라고 해서 아니 혼자라고 해서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세상에는 진실과 허위가 있는데 세상에 대항하면서까지 진실에 혼자 매달려 있다고 해서 미친 것은 아니다.”

“제정신은 통계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당신들은 실패할 겁니다. 뭔가가 당신들을 굴복시키고 말 겁니다. 삶이 당신들을 패배시킬 겁니다. (중략) 이 세상에는 당신들이 절대 정복할 수 없는 뭔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학의 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에 대하여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이에 앞서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거장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 평전 시리즈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명성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시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공간’을 통한 거장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형제 격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거장을 만나는 세 개의 다리, 즉 ‘공간’과 ‘작품’과 ‘생애’가 비로소 놓이게 된 셈이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지만, 아르테에서는 우리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은 물론이고, 고전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무겁고 진중한 느낌에서 탈피하여 젊고 산뜻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번역의 질적 측면으로 보나,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외관으로 보나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첫선을 보인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를 시작으로 아르테에서는 『변신』, 『1984』에 이어 『인간 실격』, 『월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올 한 해 총 19종의 세계문학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구매가격 : 15,840 원

미국을 노린 음모

도서정보 : 필립 로스 | 2023-05-22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우리 삶은 악몽이 된다.”

비뚤어진 선동, 요동치는 민심, 가려진 진실
최악의 악몽으로 다시 쓰는 역사
반드시 읽어야 할 또하나의 필립 로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작가들의 작가”로 꼽히는 필립 로스 타계 5주기를 맞아 문학동네에서 『미국을 노린 음모』를 선보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이다. 대서양 무착륙 횡단비행에 성공해 미국의 영웅이 된 찰스 린드버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 유대인 가족의 삶은 하루아침에 참혹한 비극을 맞이하는데…… 아홉 살 소년의 눈에 비친 히스테리, 무지, 악의, 어리석음, 증오, 두려움의 역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잘못 뽑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에 대한 끔찍한 예언이자 악몽을 보여준다.

“역사란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야.
심지어 평범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단다.”

“이제 노벨문학상만 받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해마다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고, 데뷔 이래 50여 년간 서른 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매번 꾸준히 주목을 받아옴은 물론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작가들의 작가”로 꼽히는 필립 로스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다. 필립 로스 타계 5주기를 맞아 문학동네에서 『미국을 노린 음모』를 선보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이다. 로스는 이 작품으로 “미국을 테마로 한 탁월한 역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 역사가협회상(2005)과 영국 WH 스미스 문학상 ‘올해의 도서상’(2005)을 수상했다. <가디언>은 “로스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썼다. 살아 있는 모든 이의 피부를 파고드는 역사를 그보다 잘 포착해내는 작가는 없다”라고 평했다. 2019년에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HBO에서 제작, 방영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미국의 전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40년 대선에서 찰스 린드버그에게 패배해 3선에 실패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대서양 무착륙 횡단비행에 성공해 미국의 영웅이 된 찰스 린드버그는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고, 고립주의와 친파시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정책을 펼쳐나간다. 미국 사회는 급격히 우경화되고 국민들은 분열한다. 그리고 한 유대인 가족의 삶은 하루아침에 참혹한 비극을 맞이하는데…… 아홉 살 소년의 눈에 비친 히스테리, 무지, 악의, 어리석음, 증오, 두려움의 역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오직 필립 로스만이 쓸 수 있는 유크로니아(Uchronia, 과거의 허구적 시기) 소설이자 최악의 악몽으로 다시 쓰는 역사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다. 이것은 악몽이다. _뉴요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찰스 A. 린드버그는 실존 인물이다. 1927년 5월, 25세의 스턴트 비행사이자 항공 우편 비행사인 찰스 린드버그는 단엽기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뉴욕에서 출발해 서른세 시간 삼십 분 후 파리에 착륙한다. 이 최초의 무착륙 단독 대서양 횡단 비행으로 그는 국민 영웅에 등극한다. 그의 도전과 성공은 대공황으로 시름하던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전 국민의 희망이자 우상이 된 그는 당시 대통령 쿨리지로부터 훈장을 받고 미국 육군 항공단 대령으로 임명된다. 나치의 항공기 개발에 관한 정보 수집을 위해 독일을 드나들던 그는 친구에게 “그(히틀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베를린에서 열린 만찬회에서 ‘독일제국에 봉사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독일독수리공로훈장을 수여받는다. 히틀러가 체코와 폴란드를 침공한 뒤, 그는 미국의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개입주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은연중에 미국의 참전을 종용하는 세력으로 유대인을 지목한다.

필립 로스는 어느 책에서 몇몇 공화당 고립주의자들이 린드버그를 1940년 대통령 후보로 출마시키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린드버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상상력을 펼쳐간다. 그러자 우리가 알던 역사와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린드버그의 고립주의 정책으로 미국은 유럽 전쟁에서 발을 떼지만, 사실상 나치의 손아귀에 놀아나며 유대계 미국인의 삶은 위태로워진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고 국민들은 극렬하게 분열한다.

로스는 “그(린드버그)가 출마하고 당선되는 것이 전혀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공화당 고립주의자와 민주당 개입주의자로 양분되다시피 했다. 반유대주의 단체들의 활동은 맹렬했고, 헨리 포드는 기독교 지상주의를 설교했고, 린드버그는 아리아인 우월주의를 주창했다. 작품 속 사건들은 철저히 사실적 토대 위에서 펼쳐졌다. 작가는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을 작품으로 끌고 들어오면서도 근거 없는 상상력을 펼치지 않았다. 이 책의 말미에 덧붙여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의 일대기와 역사적 사실들이 작가의 이런 노력을 뒷받침한다. 이 소설의 가장 소름 돋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모든 최악의 악몽이 사실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잘못 뽑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때아닌 디스토피아 소설 열풍이 불었다. 문학작품들에서 예견한 디스토피아가 도래하고야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디스토피아 소설 열풍의 중심에 필립 로스의 『미국을 노린 음모』가 있었다. 이 소설은 이런 열풍에 힘입어 HBO방송국에서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위대한 미국 소설』은 과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현실이 되어버린 암울한 미래를 충분히 생생하게 그려냈다. 미국사회에 처절한 경고를 던진 이 소설이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잘못 뽑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에 대해 또 한번 끔찍한 예언이자 악몽을 보여주는 듯하다.

구매가격 : 13,000 원

연기 인간

도서정보 : 알도 팔라체스키 | 2023-05-2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과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덧없는 만남!

인간의 욕망, 군중의 광기를 풍자한
20세기 이탈리아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
《연기 인간》 이탈리아 원전 국내 최초 번역 출간

현실과 환상을 정밀하게 직조한 섬세한 문학 기법으로
인간의 욕망,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

20세기 이탈리아 미래파의 선두주자, 알도 팔라체스키가 《연기 인간》으로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난다. 팔라체스키의 대표작 《연기 인간》은 현실과 환상을 정밀하게 직조한 섬세한 문학 기법으로 인간의 욕망,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 소설이다. 팔라체스키는 예술계 전반에서 온갖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도들이 명멸하던 20세기 초반, 미래파 운동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이던 1911년 《연기 인간》 초판이 세상에 나왔다. 이후 시와 소설, 영화, 드라마, 평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친 그는 5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무려 다섯 차례나 《연기 인간》의 개정판을 출간했다. 문학과 이 작품을 향한 그의 꾸준한 열정과 각별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1958년 일흔셋의 팔라체스키는 《연기 인간》의 다섯 번째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연기 인간》은 내게 환상적 글쓰기의 극치이자 행복한 예술적 출구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이탈리아 원전 번역으로 출간된 《연기 인간》은 《신곡》, 《데카메론》 등 이탈리아 고전을 유려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한국 독자에게 소개해온 번역가, 작가, 인문학 연구자인 부산외국어대학교 박상진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에게 《연기 인간》은 사실상 그의 삶을 관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이나 고쳐 쓴 작품이지만 1911년 처음 발표한 초판본에는 다섯 차례의 개정판에서 반복하거나 대체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고갱이’가 담겨 있다는 역자의 의견에 따라 초판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장이 ‘연극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과 조화를 이루어 마치 희곡을 읽는 듯한 생생함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국 독자에게 처음 소개되는 낯선 작가의 삶과 작품의 현대적 의의를 상세히 풀어낸 ‘옮긴이의 말’은 작품의 감상과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연기 인간》 표지 일러스트는 오픈 AI가 개발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시스템 DALL·E 2를 활용했다. ‘full of fog(안개가 자욱한)’, ‘outline of a man(남자의 형체)’, ‘pastel color(파스텔 색상)’, ‘low contrast(낮은 대비)’ 등의 설명을 입력해 AI가 생성한 여러 이미지 중 소설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적절히 가공해 만들었다. 100년 전, 과거와 전통을 철저히 거부하고 실험적인 시도로 오직 미래로 나아가고자 열망했던 미래파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 ‘연기 인간’을 최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재탄생시킴으로써 현대적 의미와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구매가격 : 11,62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