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도서정보 : 헨릭 입센 | 2023-12-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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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인구 8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6년 동안을 지냈는데, 여기서도 세상에 대한, 붙임성 없는 아이로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았다. 독학으로 대학 입학을 준비함과 동시에 신문에 풍자적인 만화와 시를 기고하기도 했던 그는, 1848년에 로마 시대의 혁명가를 주인공으로 한 희곡 ‘카틸리나’를 출간하기도 했으나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1850년, 드디어 입센의 작품 가운데 최초로 상연된 극이 태어났다. 1막극의 운문극인 <노르만 사람> (나중에 전사의 무덤으로 개제됨)이 극장에 채택되어 상연되자 작가로 나설 것을 결심했다.

구매가격 : 4,000 원

1984

도서정보 : 조지 오웰 | 2023-12-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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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알려진 근미래 소설로, 가상의 초대국가 오세아니아의 런던을 무대로 전개된다. 독재의 화신인 빅 브라더(big brother 大兄)를 등장시켜 1984년 당원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그려냈다. 당시 소비에트연방의 독재자 스탈린을 풍자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현대 사회의 전체주의적 경향이 도달하게 될 종말을 아주 기묘하게 묘사하였다.

구매가격 : 4,000 원

재생

도서정보 : 차상찬 | 2023-12-06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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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경주회고」, 「남한산성」, 「관동잡영」 등을 저술한 차상찬의 역사야담소설

구매가격 : 500 원

진창과 별

도서정보 : 인아영 | 2023-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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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수행하는 툴(tool)로서의 비평
미혹으로부터 미지의 문학을 창발해내는 인아영 첫 평론집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첫 책 『진창과 별』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활동을 시작한 그의 데뷔 5년 만의 첫 평론집이다. 비평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응답을 거짓 없이 수행하는 일”(당선 소감)이라는, 비평에 대한 근사한 정의이자 출사표를 건네며 등장해 독창적이고도 진솔한 글로 단연 주목받는 비평가로 자리매김한 인아영. 2020년을 전후해 새롭게 재편되고 또 쓰이는 중인 한국문학 장(場)과 사(史)를 살피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어느 페이지의 시작 또는 끝에서 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구태여 ‘장’과 ‘사’를 모두 일컫는 까닭은 현장비평의 최전선에서 기민하게 현재와 접속하는 성실함과, 유장한 문학의 시간과 계보와 맞붙어 우리 시대의 비평으로 축성하는 대담함을 두루 갖춘 비평가가 몹시도 귀하기 때문일 터.
“급진적이면서도 논리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명쾌”(조연정)한 그의 비평은 ‘빈틈없는 분방함’을 선보이며 평문이 가진 지적 쾌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문득 진심을 부려놓는 결구의 문장들로 하여금 무장해제의 기쁨을 선물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천진함과 능숙함이 한데 어우러진, 때로는 가장하기도 하는 그의 글들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실은 이 명쾌(明快)가 ‘진창’에서 비롯한 각려의 흔적임을 모르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 책의 제목 ‘진창과 별’은 반짝이는 한 젊은 평론가를 형상화한 상징이자, 그가 마음 깊이 새겨둔 문학론을 지시하는 요체로 읽히기도 한다. “진창이자 별이고 별이자 진창인 이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약한 수행”을 계속하기. 어쩌면 시작의 약속을 여일하게 품어온 한 평론가가 지난 5년간 써내려간 문학적 ‘수행록’의 다른 이름이 바로 『진창과 별』일지도 모르겠다.

문학에는 정답도 정량도 규칙도 논리도 없어서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대다. 문학이 알려주는 것은 차라리 이런 것이다. 모든 개인은 각자 처한 수많은 조건들에 촘촘히 얽혀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명쾌하고 예상 가능한 공식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이상하고 불확실한 함수에 매여 있다. 우리는 깨끗하고 투명한 진공이 아니라 구질구질하고 누추한 진창에 속해 있다. 우리는 모두 진창에 있다. (…) 문학은 우리가 모두 진창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인식(철학)에 그치지 않는다. 저멀리 떠 있는 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정치)로 반드시 이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문학은 진창과 별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나를 만든 세계의 조건과 내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구질구질하고 누추한 진창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게 한다. _「책머리에」에서


“하찮고 아름다운 우리가 있다. 없지 않고 있다. 여기 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아름답게 하는 문학-삶

『진창과 별』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사랑의 형식’에는 백은선론, 김멜라론을 필두로 지난 5년간 폭발하듯 흘러나온 이채로운 사랑의 언어와 서사들을 탐문해보는 글을 담았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랑이 아닌, 동시대 작가와 저자 저 자신이 몸소 느끼고 겪어온 바로 그 사랑이 표현된 텍스트들을 발굴하고 이해하고 독해하는 데 할애했다. 더불어 젠더화된 고통, 돌봄의 권력관계 및 조건을 심문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차별과 혐오의 정치적 공간으로 확장되며 사랑이라는 낭만적 관념/모델에 대해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2부 ‘다가오는 것들’에는 ‘비평의 역사’에 관한 글을 모았다.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비평사를 젠더링, 퀴어링해 다시 읽어내는 일련의 메타비평은 평론가 인아영의 인장이자 특장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기존 담론이 구축해놓은 해석의 틀을 의심하고, 틀어-보고, 재배치하는 이 근거 있는 도발은 비평의 조건을 질문/점검하고 새로운 역사 쓰기로서의 비평으로 도약한다. 특히 “한국문학장에 흘러가는 시차(時差)는 좁힐 수 없는 시차(parallax)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전의 문학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 결기 어린 진단은 “현실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문학과 문학성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정립하는”(「시차(時差)와 시차(parallax)」) 일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자기 선언이자 약속으로도 다가오기에 더욱 미덥다.

그렇다면 사십여 년 전에 제출된 김현의 명제는 오늘날의 현실에 맞추어 다시 쓰여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다시 말하자면
문학은 억압한다.
문학이 언제나 억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써 긴장하여 성찰하지 않으면, 계속 비판하며 살펴보지 않으면, 문학은 언제라도 인간을 억압할 수 있다.
(…)
문학이 억압을 반성하게 해준다는 김현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문학이 그러한 반성에 이를 수 있는 까닭은 문학이 유용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고 인간을 억압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문학은 인간을 억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 자신의 억압까지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_「문학은 억압한다」(본문 중에서)

3부 ‘없지 않고 있다’에는 ‘수행의 조건’에 관한 글들을 배치했다. 황정은, 박민정, 최은미의 텍스트에 바싹 다가가 퀴어 페미니즘의 렌즈로 읽어낸 이 작품론들은, 단지 여성 혹은 퀴어인 인물을 조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국적,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조건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수행성에 주목한다. 작금의 한국문학장의 활기는 그저 작품과 비평의 양적 다양화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 충분히 정교한 독해와 형식의 재사유, 새로이 창안/창발되는 문학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넉넉하게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4부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는 ‘인간의 경계’에 관한 글을 묶었다. 김초엽, 구병모, 조예은의 작품을 경유해 비인간 담론 및 SF, 스릴러, 게임이 한국문학과 조우하는 순간을 들여다보며, 이로부터 발생하고 또 갱신되는 관계성, 정치성, 가능성을 살핀다. “경계란 어떤 덩어리를 날카롭게 구획하는 가는 선이 아니라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넓게 펼쳐지는 거대한 세계”(7쪽)라는 근사한 통찰을 다양한 서사 양식과 ‘멋부리지 않지만 끝내 멋진’ 문장을 통해 증명해낸다.

역사 바깥에, 혹은 역사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행위자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의 반복되는 구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그러한 상황에 저마다의 믿음과 실천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대응에는 예정된 절대적 원칙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행위자들은 각자의 주체성과 우발성을 가지고 경합하거나 화합한다. 그 과정은 통일적이거나 조화롭지만은 않고 때로 불완전하거나 미약하다. 그러나 우리는 견고한 구조 속에서도 불완전하고 미약한 수행을 반복한다. 의미는 거기에서 만들어진다. 매일의 반복으로부터, 지금의 수행으로부터. _「다가오는 것들」(본문 중에서)

끝으로 이 책을 마무르는 에필로그이자 1부의 첫 글로 순환하듯 이어지는 ‘코다’를 배치했다. 「부서진 조각들」은 한 작가의 순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에세이이자 짧고도 강렬한 문학론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진창과 별』에 실린 글이 결국 삶이라는 형식과 이어져 있기를, 우리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아름답게 하는 삶과 문학에 대해 부디 사유하기를 멈추지 말자는 지극한 제안을 건넨다.

우리는 그저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 이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를 통과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더 많이 말해야 하니까, 아무리 말해도 충분하지 않으니까, 다시 한번 더.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움을. _「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아름다움을」(본문 중에서)

구매가격 : 17,500 원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세계문학전집 008)

도서정보 : 오에 겐자부로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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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인생 50년을 정리하며 써내려간 ‘새로운 형식’의 소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지식인인 오에 겐자부로가 2007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등단 50주년 기념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만년에 접어들어 이제 ‘노년의 곤경’을 겪으면서도 그만큼 깊어진 삶에 대한 통찰력과 섬세함으로 치유와 위로의 글쓰기를 펼쳐 보인다. 대학 친구이자 뛰어난 영화제작자와 왕년의 아역 스타, 그리고 작가 자신이 함께한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소설은, 그 과정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그들과 ‘함께’ 써나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만연 원년의 풋볼』 등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다수 번역, 소개해온 세종대 박유하 교수의 번역으로 선보인다.

1957년 등단하여 이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가 2007년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전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 천황제와 군국주의, 평화와 공존 등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했고, 스스로 ‘전후 민주주의자’라 칭하며 국내외 여러 사회 문제에 참여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왔던 작가가 어느덧 만년의 나이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2007년에 발표한 소설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오에 겐자부로가 등단 50주년을 맞이하여 자신의 작가 인생 50년, 더 나아가 인생 전반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써내려간 작품이다.
작가 자신을 화자로 내세운 이 작품의 초반부에서 오에는 일흔이 넘은 노인으로서 자신이 겪는 ‘노년의 곤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명 작가라 해도,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지식인이라 해도 피해갈 수 없는 ‘나이 듦’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로 인해 버거운 삶의 무게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심경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작품 안에서 말하듯이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면 글을 쓰겠다”는 문학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있어서일 것이다. 오에는 등단 50주년 기념하는 이 소설에서 나이 듦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더욱 깊어진 삶에 대한 통찰력과 섬세함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애너벨 리’,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름

소설은 일흔두 살의 노인인 화자(작가 자신이다)가 산책을 하던 중 고모리 다모쓰를 만나 30년 전 일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30년 전, 대학 친구이자 뛰어난 영화제작자인 고모리가 왕년의 아역 스타였던 사쿠라와 함께 화자를 찾아와 영화 시나리오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사쿠라를 본 순간, 화자는 문득 은사의 사망 이후 줄곧 느껴왔던 한쪽 가슴의 가벼운 통증이 사라졌음을 느끼며, 고교 시절 푹 빠져 있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독일 작가 클라이스트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에 나오는 민중 봉기를 모티프로 삼아 진행되는 것이었다. 화자는 자신의 고향인 시코쿠에서 구전되어오던 농민 봉기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써나가려고 하는데, 영화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사쿠라는 농민 봉기 자체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상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여성의 비애와 고통이 사쿠라의 마음을 끌었던 것이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화자는 사쿠라에게 고교 시절 그녀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사쿠라는 미국 문화센터에서 보았던 ‘애너벨 리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사쿠라는 패전 이후 미군 후견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는데, 사쿠라의 미군 후견인이 찍은 그 영화는 에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가 낭송되는 가운데, 하얀 관의를 입은 소녀 사쿠라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화자는 하얀 관의를 입고 잔디밭에 누워 있던 ‘애너벨 리’ 사쿠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는 화자가 작업 제의를 선뜻 수락한 것은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화자도, 영화 주인공인 사쿠라도 영화의 끝부분을 보지 못했다. 화려한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어릴 적부터 자신도 모르는 고통에 짓눌려왔던 사쿠라는 자신의 고통이 영화의 끝부분과 연관됐을 것이라 막연하게 짐작한다.
영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사쿠라가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참여하며 농민 봉기에서의 여성상을 만들어가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 작업은 무산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사쿠라가 영화를 포기하려 하지 않자, 영화 제작자 고모리는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사쿠라와 화자에게 ‘애너벨 리 영화’의 무삭제판을 보여준다. 누구도 보지 못했던 영화의 끝부분, 거기에 사쿠라를 괴롭혔던 고통의 실체가 담겨 있었다……


만년에 접어든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와 치유, 그리고 문학에 바치는 문학

이 작품은 시나리오 작업 및 영화 제작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영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영화’그 자체가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을 그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동의 글쓰기 작업’이다. 작품에서 화자는 영화의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설명할 뿐,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봉기에 참여했던 농민들, 구전 ‘메이스케 이야기’에서 넋두리하는 혼령들, 그것을 연극화했던 화자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쿠라와 화자, 제작자 고모리, 이야기의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준 화자의 여동생, 그리고 화자의 아내와 아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작업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고, ‘함께’ 영화의 상(像)을, 그리고 소설을 만들어간다. 작가가 말한 ‘새로운 형식’이란 이처럼 모두가 함께 써나가는 이야기를 뜻하는 것일 터이다.
영화(혹은 글쓰기) 작업은 참여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치유’로서 작용한다. 자신도 모르는 고통에 짓눌려 있던 사쿠라가 ‘메이스케 이야기’에 그토록 강하게 끌렸고 30년이 지난 후까지도 그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치유해줄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다시 영화에 참여하게 된 사쿠라가 부르는 넋두리는 이야기 속 혼령들을 위로함과 동시에 화자까지도 전율하게 한다. 이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한 ‘애너벨 리’ 사쿠라는 다른 이들까지도 치유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여러 문학 작품들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작품의 기본 바탕이 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와, 작가의 고향 지방의 농민 봉기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 소설의 소재로 삼고 싶어했던 클라이스트의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을 비롯하여, 토머스 하디의 『미천한 사람 주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등 작가 오에 겐자부로를 있게 해준 작품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천천히 음미하며 새롭게 읽어나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작가 인생 50년을 정리하며 ‘문학’에 바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가격 : 8,400 원

신라 시선 <제3판>

도서정보 : 나종혁 | 2023-11-10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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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라 시대와 통일 신라 시대 신라 천년의 시문학을 시와 문으로 구별해서 수록했다. 제1판에서는 신라 시대 고대시와 고대문, 통일 신라 시대 고대시와 고대문으로 총 3백여 편을 시대별로 역문과 원문을 동시에 실었다. 진흥왕의 순수비 서사시, [찬기파랑가]를 비롯한 향가, 최치원 등의 한시, 그 외 가요와 참요, 명문 등이 포함되었다. 제2판에서는 신라 한시 2수가 추가되었고, 편자 소개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다. 제3판에서는 [쌍녀분전기] 수록 최치원 한시와 [최고운전] 수록 최치원과 나운영 한시가 28수 추가되었다.

구매가격 : 17,000 원

염소의 축제 1(세계문학전집 051)

도서정보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2023-11-1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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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역작!

『백년의 고독』을 뛰어넘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위대한 상징이 된 작품. _타임스

『염소의 축제』는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역사적, 정치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바르가스 요사는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한 기술을 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빌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을 새롭게 조명했다. 많은 언론과 비평가들이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염소의 축제』와 연결시켜 언급할 만큼, 『염소의 축제』는 바르가스 요사의 특징적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창조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권력 구조의 지도를 그려내고 개인의 저항,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냈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작품

1980년대 초부터 거의 30년 동안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드디어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바르가스 요사는 1963년 페루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이래, 『녹색의 집』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등 정치, 사회적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고, ‘문학적 유머’의 가능성을 탐구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새엄마 찬양』 등을 발표하며 폭넓은 주제와 다양하고 실험적인 글쓰기 방식, 높은 예술성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사실성을 바탕으로 권력과 사회를 비판하고, 유머와 에로티시즘까지 아우르는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 세계는 흔히 ‘마술적 사실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기의 사회 고발적 작품 경향에서 다양한 주제로 눈을 돌렸던 바르가스 요사는 2000년 『염소의 축제』를 발표하며 다시 진지한 주제로 돌아온다. 페루의 독재자 마누엘 오드리아 시절의 사회적, 성적, 정치적 타락을 다룬 1969년 작품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에 이은 두번째 독재자 소설인 『염소의 축제』에서 작가는 독재 권력의 폭력성이 희생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독재자 소설은 빈곤과 독재정치로 얼룩진 라틴아메리카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장르이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후안 마누엘 로사스의 이야기를 다룬 호세 마르몰의 『아말리아』(1844)를 시작으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194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겨울』 등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수많은 독재자 소설이 출간되어왔다. 『염소의 축제』는 이러한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역사소설이 흔히 따르는 리얼리즘에 충실하기보다는 내러티브의 혁신을 통해 더욱 풍부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플래시백, 대화, 여러 화자의 등장, 목소리의 중첩 등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였던 라파엘 트루히요라는 인물을 조명하며, 독재자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재구성한다. 특히 여러 명의 입을 통해 독재자와 관련된 경험을 증언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구체적인 사실(史實)을 다룬 소설 작품이 늘 그렇듯, 『염소의 축제』 역시 출간 당시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근거 없는 거짓말로 자신들을 모략하고 있다고 주장한 트루히요주의자들에 대해 바르가스 요사는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평론가들은 이 소설의 정교함과 세세한 장치, 불쾌함을 제거하는 훌륭한 언어 구사 등에 감탄했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르가스 요사만의 재능’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거장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

1961년 5월 30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1930년부터 이어진 트루히요의 기나긴 독재가 끝나는 순간이다. 『염소의 축제』는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후진국을 혼란과 무지와 야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고,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 ’ ‘수령님’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무소불위의 지도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며 수많은 탄압을 자행했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자 했던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1960년은 트루히요 집권기 동안 미국의 지배질서와 반공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최우방임을 자처해온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국으로부터 ‘폭력 체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고, 또한 미주기구(OAS)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루히요 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온 가톨릭교회가 이른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권을 위협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독재자 트루히요의 마지막 나날을 기술하면서, 통치자로서 그가 벌인 많은 사건을 일별하며 ‘조국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독재자의 고뇌를 짜임새 있게 연결시킨다.
작품 안에서 고속도로에서 독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7명의 암살자들 역시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들은 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트루히요 정권에 의해 삶 전체가 파멸당한 사람들로, 이들이 독재의 참혹한 폭력을 겪은 후 보냈던 고통의 나날과 암살자가 되기까지의 번민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제목 ‘염소의 축제’의 이중적 의미

제목에 등장하는 ‘염소(el Chivo)’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이다.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을 내포한다. 트루히요는 과도한 성욕과 남성적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자신의 정력과 국가의 건강을 동일시한다. 그는 각료의 아내와 딸을 비롯하여 많은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방탕한 희생제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독재자가 벌이는 ‘염소의 축제’는 실패로 끝나고, 독재자의 피를 요구하는 ‘염소의 축제’만이 성공을 거둔다.


독재자의 마지막 삶을 재구성하는 세 가지 이야기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며 전개된다. 관점과 시간, 공간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트루히요의 독재 시절을 재구성하고 있다.
첫번째는 우라니아 카브랄의 이야기다. 열네 살의 소녀였던 우라니아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 아구스틴 카브랄은 30년간 트루히요 체제에 봉사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각료였다. 우라니아는 뇌출혈로 쓰러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그녀의 깊은 상처와 아버지를 향한 35년간의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도피와 그 후 집안의 몰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그녀를 추궁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마침내 우라니아는 입을 열고, 35년간 간직해온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두번째는 트루히요의 이야기다. 독재자는 꿰뚫어보는 시선과 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며 그의 앞에 선 사람들을 마비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정력을 과시하고, 빳빳이 다린 제복을 흐트러짐 하나 없이 갖춰 입는 그는 뛰어난 연극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국민들의 위대한 수령이자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로 군림하면서도, 소변이 새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전립선 문제로 고생하는 일흔 살의 노인네이다. 독자는 교활하고 비도덕적인 폭군을 따라 그의 욕망과 분노,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의 마지막 날을 혐오감과 공포심을 안고 지켜보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1961년 5월 30일, 독재자가 살해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7명의 암살자들이 트루히요의 차를 기다리며 고속도로에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음모에 가담했지만, 추구하는 바는 단 하나이다. 자유의지를 빼앗고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짓밟으며, 개인의 삶을 철저히 파괴한 독재자를 응징하는 것.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도처에서 들려오는 실종과 살인 소식에 분노하는 그들은 모든 개인의 비극과 수치심과 패배의식의 근원은 바로 트루히요라고 결론 내린다. 암살자들의 회상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폭력으로 얼룩진 도미니카의 독재 시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

이 책은 독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우라니아이다. 우라니아는 추잡한 정치적 거래의 희생자이자,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의 제물이었다. 남성 권력이 극대화된 가부장제에 굳건하게 바탕을 둔 독재 정권은 여성을 남성의(큰 틀에서는 국가의) 소유로 여기고, 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며 권력을 영속시켜나간다.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집권기에 성적 결정권을 빼앗기고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탄압받은 모든 여자들을 상징함과 동시에 독재자에게 치욕당하고 타락해야만 했던 도미니카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에서 독재자는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축제의 희생제물이었던 우라니아는 35년간 혼자 억누르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고 난 후 오히려 허탈감을 느낀다. 이는 전통적인 남녀의 성역할이 전도되었음을 의미하며,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 중심주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여성 인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매가격 : 8,400 원

염소의 축제 2(세계문학전집 052)

도서정보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2023-11-10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역작!

『백년의 고독』을 뛰어넘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위대한 상징이 된 작품. _타임스

『염소의 축제』는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역사적, 정치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바르가스 요사는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한 기술을 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빌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을 새롭게 조명했다. 많은 언론과 비평가들이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염소의 축제』와 연결시켜 언급할 만큼, 『염소의 축제』는 바르가스 요사의 특징적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창조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권력 구조의 지도를 그려내고 개인의 저항,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냈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작품

1980년대 초부터 거의 30년 동안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드디어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바르가스 요사는 1963년 페루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이래, 『녹색의 집』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등 정치, 사회적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였고, ‘문학적 유머’의 가능성을 탐구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새엄마 찬양』 등을 발표하며 폭넓은 주제와 다양하고 실험적인 글쓰기 방식, 높은 예술성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사실성을 바탕으로 권력과 사회를 비판하고, 유머와 에로티시즘까지 아우르는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 세계는 흔히 ‘마술적 사실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초기의 사회 고발적 작품 경향에서 다양한 주제로 눈을 돌렸던 바르가스 요사는 2000년 『염소의 축제』를 발표하며 다시 진지한 주제로 돌아온다. 페루의 독재자 마누엘 오드리아 시절의 사회적, 성적, 정치적 타락을 다룬 1969년 작품 『카테드랄 주점에서의 대화』에 이은 두번째 독재자 소설인 『염소의 축제』에서 작가는 독재 권력의 폭력성이 희생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독재자 소설은 빈곤과 독재정치로 얼룩진 라틴아메리카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 장르이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후안 마누엘 로사스의 이야기를 다룬 호세 마르몰의 『아말리아』(1844)를 시작으로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194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겨울』 등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수많은 독재자 소설이 출간되어왔다. 『염소의 축제』는 이러한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역사소설이 흔히 따르는 리얼리즘에 충실하기보다는 내러티브의 혁신을 통해 더욱 풍부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플래시백, 대화, 여러 화자의 등장, 목소리의 중첩 등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였던 라파엘 트루히요라는 인물을 조명하며, 독재자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재구성한다. 특히 여러 명의 입을 통해 독재자와 관련된 경험을 증언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구체적인 사실(史實)을 다룬 소설 작품이 늘 그렇듯, 『염소의 축제』 역시 출간 당시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근거 없는 거짓말로 자신들을 모략하고 있다고 주장한 트루히요주의자들에 대해 바르가스 요사는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평론가들은 이 소설의 정교함과 세세한 장치, 불쾌함을 제거하는 훌륭한 언어 구사 등에 감탄했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르가스 요사만의 재능’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거장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

1961년 5월 30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1930년부터 이어진 트루히요의 기나긴 독재가 끝나는 순간이다. 『염소의 축제』는 바로 이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후진국을 혼란과 무지와 야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도미니카 공화국을 32년간 통치했고,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 ’ ‘수령님’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무소불위의 지도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며 수많은 탄압을 자행했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자 했던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1960년은 트루히요 집권기 동안 미국의 지배질서와 반공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최우방임을 자처해온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국으로부터 ‘폭력 체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고, 또한 미주기구(OAS)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압박을 받던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루히요 체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온 가톨릭교회가 이른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권을 위협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독재자 트루히요의 마지막 나날을 기술하면서, 통치자로서 그가 벌인 많은 사건을 일별하며 ‘조국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독재자의 고뇌를 짜임새 있게 연결시킨다.
작품 안에서 고속도로에서 독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7명의 암살자들 역시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들은 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트루히요 정권에 의해 삶 전체가 파멸당한 사람들로, 이들이 독재의 참혹한 폭력을 겪은 후 보냈던 고통의 나날과 암살자가 되기까지의 번민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제목 ‘염소의 축제’의 이중적 의미

제목에 등장하는 ‘염소(el Chivo)’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이다.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을 내포한다. 트루히요는 과도한 성욕과 남성적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로, 자신의 정력과 국가의 건강을 동일시한다. 그는 각료의 아내와 딸을 비롯하여 많은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방탕한 희생제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독재자가 벌이는 ‘염소의 축제’는 실패로 끝나고, 독재자의 피를 요구하는 ‘염소의 축제’만이 성공을 거둔다.


독재자의 마지막 삶을 재구성하는 세 가지 이야기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며 전개된다. 관점과 시간, 공간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트루히요의 독재 시절을 재구성하고 있다.
첫번째는 우라니아 카브랄의 이야기다. 열네 살의 소녀였던 우라니아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아버지 아구스틴 카브랄은 30년간 트루히요 체제에 봉사했으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각료였다. 우라니아는 뇌출혈로 쓰러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그녀의 깊은 상처와 아버지를 향한 35년간의 증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도피와 그 후 집안의 몰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그녀를 추궁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마침내 우라니아는 입을 열고, 35년간 간직해온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두번째는 트루히요의 이야기다. 독재자는 꿰뚫어보는 시선과 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며 그의 앞에 선 사람들을 마비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정력을 과시하고, 빳빳이 다린 제복을 흐트러짐 하나 없이 갖춰 입는 그는 뛰어난 연극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국민들의 위대한 수령이자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로 군림하면서도, 소변이 새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전립선 문제로 고생하는 일흔 살의 노인네이다. 독자는 교활하고 비도덕적인 폭군을 따라 그의 욕망과 분노,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의 마지막 날을 혐오감과 공포심을 안고 지켜보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1961년 5월 30일, 독재자가 살해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7명의 암살자들이 트루히요의 차를 기다리며 고속도로에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음모에 가담했지만, 추구하는 바는 단 하나이다. 자유의지를 빼앗고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짓밟으며, 개인의 삶을 철저히 파괴한 독재자를 응징하는 것.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도처에서 들려오는 실종과 살인 소식에 분노하는 그들은 모든 개인의 비극과 수치심과 패배의식의 근원은 바로 트루히요라고 결론 내린다. 암살자들의 회상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폭력으로 얼룩진 도미니카의 독재 시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

이 책은 독재를 비판하는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의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우라니아이다. 우라니아는 추잡한 정치적 거래의 희생자이자,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의 제물이었다. 남성 권력이 극대화된 가부장제에 굳건하게 바탕을 둔 독재 정권은 여성을 남성의(큰 틀에서는 국가의) 소유로 여기고, 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며 권력을 영속시켜나간다.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집권기에 성적 결정권을 빼앗기고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탄압받은 모든 여자들을 상징함과 동시에 독재자에게 치욕당하고 타락해야만 했던 도미니카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국가의 아버지와 가정의 아버지가 공모한 ‘축제’에서 독재자는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지만, 축제의 희생제물이었던 우라니아는 35년간 혼자 억누르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고 난 후 오히려 허탈감을 느낀다. 이는 전통적인 남녀의 성역할이 전도되었음을 의미하며,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 중심주의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여성 인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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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전집

도서정보 : 나헌용 / 나종혁 | 2023-11-06 | PDF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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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대표적인 시문집이자 우리나라 최대의 다작 시인, 조선 최대의 다작 시인 혜전 나헌용 선생의 [혜전집] 전 7권의 목차가 1937년 초판본부터 본래 없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혜전 나헌용 선생은 한시 1,900수를 써서 [혜전집] 권1~4에 수록했으며, 그의 산문 118편은 권5~7에 수록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혜전집] 전 7권의 목차를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간행하게 된 것은 나헌용 연구에 큰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구매가격 : 10,000 원

시조시학

도서정보 : 안확 | 2023-10-3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이 책에서 저자는 시조의 시학적 이론과 작시법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한 실지 작품까지 수록하고 있다. 저자의 시조에 대한 시학적 이론은 정통시조로서의 모든 것에 철저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안확의 시조론을 담은 이 책은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시조 연구서로 현대시조 구성기 담론의 한 축을 형성했고, 근대문학의 보편성과 조선문학의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는 조선의 새로운 문학으로서의 현대시조 형성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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