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에튀드

도서정보 : 하라구치 토우조우(原口統三) | 2023-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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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二十歳のエチュード』(1952) 角川文庫, 角川書店
하라구치 토우조우(原口統三)의 유고집!!
유고를 지인, 친구들이 엮어 출판한 책이다.
1946년 즈시(逗子) 해안에서 심야에 자살한 불문학 학생인 그는 친구에게 대학 노트를 남겼다. 이 작품 제목의 수기는 이후 뛰어난 문학적 유서로 알려져 전후 문학자나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청춘의 신화’로 읽혀 왔습니다. 현대에는 쉽게 죽음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문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이 책은 조용히 시간을 넘어 우리의 ‘삶과 죽음’을 묻고 있습니다.

“오, 인생이여 ――이 고독한 시여, 이 알려지지 않은 기념비여! 너의 냉랭한 돌 위에 스무 춘추를 끝마치고 나는 지금 떠나가는 것이다.”

*에튀드
1. 음악
주로 기악의 연습을 위하여 만든 악곡. 연습곡.
2. 그림이나 조각 등에서, 습작(習作)·시작(試作)

구매가격 : 7,000 원

또 못 버린 물건들

도서정보 : 은희경 | 2023-12-0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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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정을 잊기는 어려운 일이다"
효율과는 상관없는,
오래된 물건이 건네는 조금은 소심한 위로!
12년 만에 선보이는 은희경의 신작 산문

언제나 새로운 재미를 약속하는 소설가 은희경이 12년 만에 신작 산문 『또 못 버린 물건들』을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채널예스에 연재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은희경의 물건들’ 원고를 세심하게 매만져 책으로 묶었다. 효율과는 상관없지만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스며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에 대한 산문 스물네 편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담았다. 28년 차 소설가 은희경이 산문이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 곳곳에 인용된 은희경 소설들의 출처와 이 물건이 어느 작품에 등장하는지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 밝은 은희경의 전작주의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이번 책이다.
술잔, 감자 칼, 구둣주걱, 우산과 달력, 목걸이 등 취향이 담긴 친근한 물건들로 은희경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일상이 지속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한다. 비싸거나 희귀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나의 부족했던 모습, 변하고 성장하며 통과한 추억을 담고 있기에 이 물건들과 작별하는 데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항변(?).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이들은 어느새 그에 공감하며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와 상실 등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했던 일들을 버리지 못한 물건들을 통해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글맛이 살아 있는 문장으로 생생히 그려낸다. 그 활달한 태도는 무거울 수 있는 삶을 한두 걸음 비켜 가볍게 바라보게 한다. 삶이 정면에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러한 시선이 직관해낸 삶을 맛보는 기분이 시원하다.
물건을 정리(!)하려다 거기에 깃든 시절과 인연에 하염없어지는 때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돌아보게 한다. “그게 왜 필요한데?”라는 질문 앞에서 이 무용한 것의 존재 증명은 언제나 인간의 편으로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실생활에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예술, 문학의 위로와 닮아 있는지 모른다. 은희경은 쓴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라고. 물건에 담긴 시간과 재회하며 작가는 그렇게 ‘모르는 자’로서 한 발을 내딛을 용기를 가만히 손안에 쥐여준다.
또한 책에는 은희경 작가가 아이폰 11로 찍은 사진 스물네 컷을 함께 담았다. 이야기를 글로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를 한 컷의 사진에 어떻게 담아야 할까 궁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사진에 담은 세심한 디테일들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엔 기억과 현재, 그리고 빚어나갈 미래의 시간이 함께 깃든 애틋함을 선물한다. 책에 실린 스물네 컷의 사진에서 포인트가 되는 각각의 컬러를 뽑아 본문 바탕색을 디자인하고 이 광택감이 돋보이는 본문 종이를 사용했다. 탄탄한 양장에 가죽 질감이 살아 있는 친환경 종이를 바르고 은은히 빛나는 은색 박을 찍었다. ‘또’ 버리려다 못 버린 이 지나간 시간들이 결국 미래의 나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니까. 곁에 두고 쓰다듬다 ‘단 하나의 고유한 내가 되는’ 힘을 얻고플 때 또 한번 펼쳐보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러고 보면 이 글을 쓰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사적인 감정이 작용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볍고 단순해지려는 사심이 있었다. 무겁고 복잡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때로 그 가벼움과 단순함이, 마치 어느 잠 안 오는 새벽 창문을 열었을 때의 서늘한 공기처럼, 삶이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것을. 신념을 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이 지속된다는 것이야말로 새삼스럽고도 소중한 일임을.
(…)
오래된 물건들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의 시간과 함께하며. _「내 물건들이 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구매가격 : 12,500 원

버려지는 시간은 없다

도서정보 : 염미솔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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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다면, 왜 아무 죄 없는 인간에게 고난이 닥치는 걸까? 많은 사람이 하늘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재 12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염미솔(구, 돈많은언니) 역시 같은 질문을 품고 오랜 기간 가난 속에 허덕였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그녀는 가난과 결핍, 이로 인한 좌절과 우울감으로 점철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이력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경험과 스펙을 갖췄음에도 취업시장에서 번번이 낙방해, 비정규직으로 월 40만 원을 받으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러한 결핍이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먹고살고자 SNS 시장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덕분에 월 1억 원을 가져다주는 인스타마켓을 만들게 되었고,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만든 유튜브 채널 <돈많은언니>로 여성 창업가들의 멘토가 된 것은 물론, 온라인 강의로 수만 명의 수강생을 만나면서 사회생활 10년 차에 첫 월급의 360배인 금액이 통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동반성장 플랫폼 ‘플리크’의 대표가 된 저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수많은 고난과 역경, 가난의 시간까지도 버리지 않고 성장을 위한 재료로 쓰셨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하나님 나라의 성장 원칙과 재정 원칙을 이 책에 담았다.

구매가격 : 12,600 원

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

도서정보 : 조성용(흔글)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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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인생이 있을까.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완성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수많은 것들을 놓치고 잃어버리고 다시 사랑하며. 삶이라는 늪에 빠져 스스로가 한없이 작고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휘둘려 휘청일 때도 있다. 인생에 관계에 사랑에 실패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그리고 삶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 어딘가 체념한 듯한 눈빛을 가진 눅눅한 어른이 되어 간다. 너무 빨리 포기해버린 일, 잡을 수 있었음에도 무심히 흘려보낸 관계, 청춘을 조금 더 빼곡히 쓸걸 후회하면서. 그럴 땐 부족해도 괜찮다고, 나도 당신과 같다고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누군가의 단단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나를 달래는 것보다 타인을 안아주는 것에 능숙했던 조성용(흔글) 작가가 신작 『완성되지 않은 나와 당신이지만』으로 2년 만에 돌아왔다. 완벽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더라도 불안해하지 말라고, 적어도 스스로를 믿으라고, 당신의 가능성은 지금 느끼는 불안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하며.

구매가격 : 12,250 원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도서정보 : 노구치 소이치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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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7일, 지구 400km 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 리질리언스호’가 도킹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우주선을 지구궤도에 보낸 역사적인 날이었다. 우주선 이름인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물든 지구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리질리언스호 우주비행사 4인은 ISS에서 166일간 임무를 수행해 당시 미국 유인 우주탐사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인류 최초로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유튜버, 우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은 사람, 우주에서 바질을 키워낸 우주비행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모든 일을 해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소속)는 리질리언스호의 유일 아시아 우주비행사로, 우주 비행을 세 번 달성한 베테랑 미션 스페셜리스트로서 임무를 이끌며 유쾌한 모습으로 우주 생활을 즐겼다. 우주를 소재로 한 인기 만화 《우주형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주인의 비범한 생활, 지구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얻은 깨달음, 그리고 보통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감 어린 이야기들을 이번 신간(국내 첫 출간작)에서 처음 고백한다. NASA 공식 자료에도 없는 우주비행사의 ‘가장 인간적인 우주 체류 기록’을 접할 기회다.
전 세계가 우주로 향하는 지금, 민간 주도로 우주개발이 이루어지는 현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우주 기업들이 민간 우주여행을 현실화해 나가고, 미국 및 각국이 힘을 합쳐 50여 년 만의 유인 달 착륙과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2023년 상반기에 독자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고, 올해부터 달 탐사선 다누리호도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훗날 우주 탐사를 위한 포석을 닦는다. 저자는 세계가 우주를 무대 삼을 가까운 미래엔 연결과 공감, 그리고 ‘함께’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늘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사람들과 소통해 온 그의 메시지에서는 그만큼 공감과 연결의 인류애가 느껴진다. 이제 지구인 동료로서 보내는,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의 다정한 교신을 받아볼 차례다.

구매가격 : 11,900 원

나의 막노동 일지

도서정보 : 나재필 | 2023-12-0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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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해온 직장 생활이 갑작스러운 조기 퇴직으로 끝나버린 뒤 일용직 아르바이트, 식당 주방보조 등을 전전하며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막노동판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어느 가장의 이야기.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해가는 오늘날 한국에서 좌충우돌하는 기성세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편, 육체노동의 가치가 폄하되고 노동자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도 ‘땀은 정직하다’는 말을 매일같이 온몸으로 증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에서는 한겨울에도 막노동꾼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 냄새, 하루의 피로와 고단함을 씻어내려 들이켜는 소주 한잔의 쓴맛, 그리고 퇴직 후 다시 만져본 인생 2막 첫 월급의 단맛이 모두 느껴진다. 이는 밥벌이의 기쁨과 슬픔, ‘단짠단짠’ 인생의 맛이자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자식인 사람들 모두에게 전하는 희망과 응원이다.

네이버, 다음에서 누적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했고,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했다.

구매가격 : 13,600 원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

도서정보 : 박웅현, 인티N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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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을 이야기하는 7번의 만남,
우리가 묻고 박웅현이 답하다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은 박웅현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의 저서 『문장과 순간』 출간 후 진행된 7번의 북토크 내용을 엮은 책이다. 대부분의 북토크가 독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가운데, 10대에서부터 50대에 이르는 독자들은 박웅현 소장에게 신간에 관한 질문을 비롯해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책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사춘기 아이와 소통하기가 힘들어요.” “MZ 세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번아웃이 온 것 같습니다.” “싫은 관계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회사에서 제 의견을 펴기가 어렵습니다.” “중년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와 같은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진심을 담아 답해주었다.

박웅현 소장의 이야기는 때로 『문장과 순간』 『여덟 단어』와 같은 자신의 저서들과 닿아 있기도 했고 지난 경험이 녹아 있기도 했다. 그것은 저자의 이야기이면서도 독자들을 향한 하나의 제안이자 조언, 위로였으며 격려와 응원이었다. 이 모든 북토크를 주관하거나 함께한 인티N은 ‘북토크’ 현장의 이야기를 정리해 엮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에 ‘인티N 북톡’ 시리즈를 기획했고 박웅현과 독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책과 삶에 관한 짧은 문답』으로 엮어냈다.

구매가격 : 7,000 원

시차 노트

도서정보 : 김선오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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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어 사이를 오가거나
그것을 발판삼아 더 멀리 가는 글쓰기

시인 김선오의 두번째 산문집 『시차 노트』를 펴낸다. “사랑이 끝났다고 집요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사랑의 불가능을 파괴하려는 것 같다”(시인 황인찬)는 추천사와 함께 첫 시집 『나이트 사커』(아침달, 2020)를 펴낸 뒤, 두번째 시집 『세트장』(문학과지성사, 2022), 첫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아침달, 2022) 등을 통해 언어로써 가능해지는 새로운 세계를 담담하고 성실하게 탐색해온 그가, 이번에는 두 개의 단어 사이를 오가거나 그것을 발판삼아 더 멀리 가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봄과 터널, 피아노와 비유, 집과 픽션, 도서관과 꿈 등 얼핏 성분도 다르고 연결점도 없어 보이는 두 단어 사이의 영향 관계를 가늠하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며 쓰인 산문이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을 믿으려고 했다. 그리고 연결하려 했다. 연결 지점은 공간이라기보다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이동 그 자체에 가까웠다. 어지럽고 자유롭다, 그런 느낌이었다.
_서문에서

첫번째 꼭지는 ‘비─소리’로, “비가 온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가 있는 곳에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지만 이처럼 작가는 “씀으로써 발생시키”는 사람이다. “단지 비가 온다는 문장 때문에 (…) 빗소리가 들”리고, “비가 온다는 말을 흔들 때 내가 조금 흔들린다는 사실”과 “내가 흔들릴 때마다 말이 나를 붙잡는다는 사실”, 그러는 와중에도 “비는 그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글이 진행됨에 따라 작가와 독자는 점차 느낄 수 있다. “어디로? 여기로.” ‘여기’라고 쓰인 두 음절의 활자에, ‘여기’라는 단어가 박힌 지면에, ‘여기’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저마다의 공간에 비가 온다.
한편 ‘비’라는 글자를 읽는 소리와 빗소리를 흉내내보는 소리로 ‘비’와 ‘소리’는 이어진다. 전자는 수많은 동음이의어들과 함께 쏟아지는 비를 넘어선 의미를 품으며, 후자는 빗소리를 딴 언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전혀 다른 세계로 확장된다. 이처럼 “비가 온다”라는 얼핏 심상한 문장을 쓰고 그 안에 들어앉아 골몰한 시인은 “하나의 언어가 탄생하고 서서히 소멸하는 시간을 상상”하기에 이른다.

내리는 비를 위해 비, 라고 발음할 때 우리의 상상은 물기와 빗소리와 어두운 하늘 같은 비의 요소들을 불러오지만 상상의 이면에서, 음성의 역사적 차원에서 우리가 발음했던 모든 비, 아닐 비나 슬플 비나 꿀벌 비 등이 비라는 말 속에 잠재되어 있고, 그렇기에 비는 아닌 것, 슬픈 것, 꿀벌과 뒤섞이며 내리는 비를 넘어서게 될 수도 있다.
_「비─소리」

나는 문장으로 비를 해체하고 싶지도 않고 비로 문장을 해체하고 싶지도 않다. 비를 대체할 만한 어떤 문장을 쓰고 싶지도 않다. 비와는 그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비가 나에게 오고, 비가 나로부터 가고. 앞으로도 영원히 비가 내리는 시를 쓰고. 그런 시들이 꿈이 되고. 그런 것들을 내내 반복하고 싶다.
_「비─소리」

주체와 객체의 위계를 지울 때 새로이 누릴 수 있는 감각은 김선오 시인이 특별히 잘 감지하는 것 중 하나다. 이번 산문에서도 그는 섬세하게 ‘나/너’ ‘주체/타자’ ‘안/밖’의 위치를 뒤바꾸어 독자로 하여금 전과 다른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봄볕은 개나리와 우리에게 공평하게 쏟아진다. 개나리와 우리는 공평하게 서로 마주본다. 우리의 눈동자가 노랗게 차오른다. 개나리에게 눈동자가 있다면 그 속에 우리가 차오를 것”(「봄—터널」)이라거나 “터널의 안쪽을 세계의 바깥쪽이라 불러도 될까. 세계를 주체의 자리에 놓아보아도 될까. 터널의 안이 세계의 밖이라면 이곳은 아주 작은 밖, 드물게 안보다 작은 밖이다. 안과 밖이 뒤바뀔 때 출구는 입구가 입구는 출구가 될 것”(「봄—터널」)이라는 대목, “글의 입장에서 나의 삶은 글의 숱한 직업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글은 평생에 걸쳐 나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만약 그렇다면, 글에게 그런 입장이 있다면, 어쩐지 조금 좋다. 내가 글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비—소리」)와 같은 대목은 단단하게 굳은 인식론에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든다.
이렇듯 ‘시차 노트’라는 제목의 ‘시차’란 이 책에서 다양한 층위의 차이를 아울러 쓰인다. 물론 사전적 의미에 가까운 ‘시차’ 또한 아름답게 수놓여 있는데, 가령 이런 대목. 행위 이후에는 그 이전의 시간이 기록처럼, 기억처럼 새겨져 있다는.

접혀 있던 종이를 손이 펼칠 때 종이학, 종이꽃, 종이상자는 사라지고 투명한 직선들만이 형상의 흔적이자 기호로서 종이 위에 남는다. 종이라는 불투명을 가르는 투명, 불투명과 불투명을 구분하는 투명이다. 종이 옆에 놓여 있는 손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종이 안에 잠재되어 있는 형상들을 본다. 손의 움직임이라는 과정 속에 놓일 때 복원과 파괴의 개념은 같은 얼굴의 다른 표정처럼 쉽게 뒤척인다.
_「눈─손」

오늘은 선물받은 양말을 신자. 발목 부분에 손바느질로 돌고래 무늬를 수놓은 네이비 양말. 그러니까 선물한 이의 손이 앞뒤로 움직이는 모습이 이 양말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손의 진자운동을 상상하며 양말을 신으면 두 발이 커진 것처럼 밟고 있는 땅이 좀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 도에서 레를 끄집어내며 연습을 시작한다. 나의 몸에 반복이 새겨진다. 시간이 새겨지고 울림이 새겨지고 근육이 새겨진다. 바느질하는 손놀림이 양말에 새겨져 돌고래 모양이 되듯 반복은 내 몸의 무늬가 된다.
_「피아노─비유」

이처럼 단어와 단어 사이는 규정하거나 가늠할 수 있는 것들로 메워져 있지 않고, 시인은 그 안에서 자유롭다. 한정된 시공간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유한한 존재에게 언어란 단순히 도구에 그칠 수 없음을, 그것은 우리를 아주 멀리까지 데려가고, 흔들고, 우리가 우리 아닌 것이 되도록 하는 신비로운 무언가임을 시인은 즐거이 탐색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무엇과 무엇 사이의 ‘인력’이 아니라 ‘척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넘쳐흐르는 아름다움들. (…) 척력이 깃든 세계의 아름다움, 그걸 이미 이해해버린 시인”(김소연 시인, 추천사에서) 김선오의 ‘시차 노트’는 이제 독자에게 건네어졌다. 우리 두 손에 쥐인 ‘시차 노트’에 어떤 멀고도 가까운 두 단어가 가장 먼저 쓰일지 궁금해진다.

구매가격 : 10,200 원

번역: 황석희

도서정보 : 황석희 | 2023-11-30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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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스파이더맨> <작은 아씨들> <파친코>
번역가 황석희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번역가는 대사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판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엔딩크레디트 속 ‘번역: 황석희’ 너머
자막 없이 보는 번역가의 일상 번역

우리 삶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도서에도 번역은 존재하지만, 표기는 대체로 ‘옮김’이고 저자 이름의 옆 또는 하단에 적혀 있어 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나는 ‘번역’ 글자는 엔딩크레디트 중에서도 맨 마지막, 그것도 크레디트와 다른 위치에 대체로 큰 글자로 튀어나온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물론 상영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말이다.
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한 줄에 열두 자라는 자막의 물리적 한계와 정역(定譯)해야 한다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저자는 스크린 밖에서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 자유로운 글들은 SNS에도 올라왔던 몇몇 게시물들과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직업인으로서의 희노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그는 번역가답게 자기 앞의 일상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냈다. 언어학도 번역학도 아닌 이 책의 제목이 『번역: 황석희』로 붙여진 이유 중 하나다.
저자가 해석한 일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번역본을 보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번역하며 살아왔는지, 오역과 의역이 남발하는 이 일상 번역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고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새로이 번역할 낯선 시선을 하나 얻어갈 것이다.

“늘 정역에 묶여 있는 저는 이렇게 일상을 부담 없이 번역해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묘한 일탈처럼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번역하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나의 일상을 잘 번역하려면

영화 번역은 등장인물의 혼잣말이나 대화, 즉 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대본에 적혀 있는 대사는 사람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뉘앙스라는 옷을 두르고 새로운 의미를 품기 때문에 번역을 단순 해석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뉘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작업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뜸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고 말한다. 번역을 언어 사이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모든 표의와 상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보면 우리 삶은 번역이 필요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연인에게서 받은 ‘끝나면 잠깐 보자’라는 문자는 둘 사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 상사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이 점심시간이 아니라 회의 시간이라면 모두가 긴장한다. 다만, 일상 번역도 언어 번역처럼 정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연인은 그저 심심했을 수 있고 상사는 그날따라 눈이 뻑뻑했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에 대화에는 항상 ‘빈칸’이 존재한다. 그 틈을 허투루 알거나 무시해버리면 오해와 자의적 해석이라는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짐작하며 조심조심 다음 ‘대사’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실 말은 원래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약 100만 개 가까이 번역하며, 그간 쌓은 노련함을 자신의 현실에 대입한다. 언제든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아직도 번역이 어렵다 말하는 저자지만, 그의 섬세한 작업은 우리의 일상을 배려있게 번역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오역하게 된다면 어쩔까. 그럴 땐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그만이다. 감독이나 작가가 이역만리에 있는 영화 번역가와 달리 우리는 다행히도 그 진의를 설명해줄 상대방이 (대개는) 눈앞에 있다. 다시금 뉘앙스의 힌트를 구하고 실수했다면 정정하면 된다.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어 헷갈리겠지만 그 갈림길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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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의 미스터리

도서정보 :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 2023-11-29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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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본: 『現代教養文庫』 社會思想社(1956)
란포는 추리소설·탐정소설, 괴기·공포소설의 선구자이며 일본 탐정작가 클럽 창립자로 탐정소설계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서지 연구가이기도 한 그가 전후에 입수한 해외 탐정소설 자료로 영미권 작가와 작품을 항목별로 정리한 수필 탐정소설이다. 또한 국내외 탐정소설 문헌을 알기 쉽게 분류한 ‘탐정소설 연구 문헌집’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릭에 관해 쓴 ‘탐정소설의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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