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도서정보 : 김욱진 | 2018-10-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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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스를 챙겨서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란에 대개 관심이 없다. ‘핵무기’, ‘악의 축’,‘이슬람’ 등 무시무시한 이미지만 떠오르기도 하고, 이란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많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은 매우 드라마틱한 역사적 배경을 품은 나라다. 친미 기조를 유지하던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반미로 돌아선다. 세속화된 사회가 아주 강력한 종교 중심의 통치체제로 바뀌면서 매우 모순적인 나날이 시작되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경제 제재는 이란을 고립시켰다. 석유가 넘쳐 나도 팔 수가 없고, 돈이 있어도 비행기 한 대 마음대로 수입할 수 없게 되었다. 이란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이동도 어려우며 미국은 아예 입국이 금지되었다. 말이 좋아 경제 제재지, 미국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이란은 국제 사회의 왕따가 되었다. 2016년 핵 협상이 체결되면서 이란에도 봄이 오나 희망을 품기도 잠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이란을 다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격변 속으로 몰아넣었다.

작가는 이란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모두 테헤란에서 맞이했다. 2013년 8월, 이란 경제 회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어 훗날 핵 협상을 타결시킨 로하니 대통령 취임부터, 2018년 8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상 탈퇴 및 경제 제재 재개까지. 갖은 제재로 척박한 사회에 일하러 갔으니 여행자처럼 여유로운 시선이 깃들 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푸념하거나 체념만 하지 않았고, 현실 너머에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이란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냈다. 그렇기에 잠깐 머물다 갈 여행자라면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 현지인이라면 무심코 혹은 체념 속에 받아들였을 것들을 경계인이자 이방인의 시각으로 이 책에 풀어 놓았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이란에까지 관심 둘 여유가 없다.’
‘여행도 편히 못 가는 나라인데 왜 이란을 알아야 하지?’
‘이슬람이라면 왠지 다 IS가 생각나서 무섭다.’

이란에 대한 독자들의 시선은 어쩌면 이렇게 싸늘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나라는 나와는 다른 무리에 대해 수없이 많은 혐오의 벽을 치고 있다.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난민이라고, 동성애자라고, 이슬람이라고, 외국인노동자라고… 비하하고 편을 가른다. 우리는 언제쯤 세계시민, 어느 특정 국가의 국적에서 벗어나 전체 세계 인류의 구성 개체로 편견 없이 설 수 있을까? 서구 미디어의 시각, 특히 강대국의 이익에 휘둘리는 온당치 않은 시선 말고, 적어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라도 생각해 볼 수는 없는 일일까? 이란을 보며 또 하나 겹쳐지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한. 휴전선에 가로막혀 세계로 뻗어 나가지 못한 우리 안의 편견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에 이 책이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구매가격 : 12,600 원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도서정보 : 박이대승 | 2018-10-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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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존재를 ‘삭제하는’ 사회에 던지는 질문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건부터 각종 정치 문제까지,
억울한 죽음은 왜 반복되는가?
이들의 고통을 은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저항할 수 없는가?

고통을 드러내는 공통언어의 가능성을 말하다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공감 부족이 아닌 사회적 공통언어의 부재에서 찾는다. 갖가지 매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무수한 말들이 쏟아졌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증언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 이 책은 주목한다. 심지어 공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대’로 변했다. 피해자들이 보상의 권리를 주장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기 시작하자 ‘그들이 억지를 부려 한몫 챙기려고 한다’는 식의 여론이 훨씬 우세해진 것이다.

흔히 사회는 소수자에게 어서 짱돌을 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짱돌을 던졌을 때,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등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소수자가 저항할 수 없는 이유를 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항하는 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묻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약자란 언제나 ‘불쌍한 사람’이며, 불쌍하기 때문에 우리가 시혜를 베풀어줄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개념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에게 정치전략이 필요한 이유, 지극히 당연하고 뻔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수자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다. 소수자는 불우이웃이 아닌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총 네 편의 강의를 통해 소수자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념언어, 정치언어라는 말의 두 가지 경향을 다루는 사전 강의와 청년 담론을 분석하는 1강은 문제 제기에 해당하는 강의로, 한국 사회에 농후한 ‘개념 없음’의 상태를 비판한다. 2강 ‘소수자 사회’ 및 3강 ‘시민성의 재구성’에서는 약자의 고통을 논의할 수 있는 공동체의 언어를 본격적으로 구상한 뒤 구체적인 정치전략을 세운다. ‘소수자’와 ‘시민’이 바로 그런 공통언어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구매가격 : 11,200 원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도서정보 : 한국여성의전화 | 2018-10-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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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질적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민주노동당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진보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민주노동당은 한국 사회에 ‘진보정치’ 바람을 일으켰고, 기성 정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결국 민주노동당의 실험은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진보적 소수 정당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 진보정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탓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발전하기는커녕 왜 뒷걸음질을 쳤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진보정치’의 희망이었던 민주노동당의 성공과 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왜 결국 실패하고 말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간 민주노동당의 실패 원인에 대한 논의는 간간이 이루어지긴 했다. 그런데 대부분 정파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지워지기 일쑤였다. 『다시, 진보정당』의 지은이 정경윤은 2004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보좌진 자격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은이는 ‘정파 문제’는 정당정치의 한 부분일 뿐 그 자체가 민주노동당의 실패 원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은이가 보기에 민주노동당이 실패한 이유는 “진보정당이 실천해야 할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활동 방향과 전략을 갖지 못한 한계” 때문이다. 즉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소수’ 전략을 외쳤으면서도 ‘거대함’은 무엇인지, ‘거대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논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당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과 의원, 당 간부, 활동가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은이는 거대한 소수 전략의 핵심은 정당정치와 운동정치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진보정당이 사회운동과 깊게 연관되어 있을 때 성공적으로 입법 활동을 펼칠 수 있었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결국 실패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운동은 민중운동(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시민운동, 자발적 당사자 운동을 모두 포괄한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치 운동의 역사를 다룬 책이나 논문은 여러 편 출간되었으나, 진보정당의 입법 운동, 즉 정책이 제안되고, 법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그 기반이 되는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 단체 그리고 기존의 거대 여야 정당과의 타협과 연대, 그리고 갈등 과정에 대한 연구나 분석은 거의 없었다. 『다시,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의 입법 활동 분석을 통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구매가격 : 10,500 원

정상 인간

도서정보 : 김영선 | 2018-10-24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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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정상 인간’은 기획되고 만들어진다
역사 속 ‘정상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 톺아보기

현대 사회에서 시간 관리와 자기계발은 필수 덕목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관리하는 인간형이 이 시대의 ‘정상 인간’형으로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상 인간’형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있다. 그런데 표준화된 ‘정상 인간’을 상정하는 이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 이 책은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에 의문을 가진다. 역사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변화해왔다. 과거에는 정상이던 것이 현재에 비정상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저자는 당대를 지배한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이 나뉜다고 말한다. 국가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지배세력은 사회를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해 ‘정상 인간’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실시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의 모습이, 일상의 풍경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구매가격 : 11,200 원

강압과 포용

도서정보 : 권기홍 | 2018-10-12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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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압과 포용, 청년실업의 정석 four-ever
-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야 하나

최근 성장과 소득을 두고 논란이 있는 시점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적기에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인 《강압과 포용》은 ‘성장과 소득’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강압과 포용》은 일의 조건, four-ever의 핵심가치로 ‘사랑과 포용’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일자리보다는 일을 사랑하세요. 그런 방법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야 하나? 일자리에 매이지 말고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 일을 바로 이해하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곳에는 비정규직도 최저임금도 없으며, 정년도 척박한 일도 없다. 이러한 일의 조건, four-ever이다. 오래 설레고, 오래 살고, 오래가야 하고, 오래 함께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 책은 불평등, 일자리 문제, 청년실업을 정치경제적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청년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최저임금인상의 단기충격, 자유와 혁신을 담은 청년일자리 대책의 6조건,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지원정책, 정권교체의 변치 않는 시나리오에 관한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을 이해하고 제대로 일자리를 찾게 하는 삶을 설계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구매가격 : 9,600 원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도서정보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 2018-10-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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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적 소수자

2017년 8월, 한 베트남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2012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그는 결혼생활 6개월 만에 시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 (성폭력) 여성은 깊은 고민 끝에 시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지난한 재판 과정이 이어졌고 시아버지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 여성은 항소심 과정에서 또 다른 재판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모국에서 13살에 아동 약탈혼(빳버)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남편이 이를 알고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순식간에 성폭력 피해자에서 사기결혼의 가해자가 된 그는 끔찍한 과거를 다시 떠올려야 하는 것은 물론, 대중에게 사생활을 공개당해야 했다. 결국 그는 패소 판정을 받아 강제로 한국을 떠났다. 이 여성의 재판 과정은 한국 사회의 일천한 인권 지표를 보여주었다.

이 베트남 여성의 사례를 비롯해 총 일곱 명 여성들의 이야기에는 각각 통제, 경제적 착취, 물리적 폭력, 양육권, 자립, 체류권, 성폭력을 키워드로 이주여성이 한국에 와서 겪는 피해의 경험이 담겨 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여성은 남편과 시어머니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하고 바깥 세계로부터 고립되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울 수 없었고,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차단당했으며, “외국인은 통장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남편의 말을 그대로 믿어 돈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통제) 또 다른 이주여성은 돈을 벌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부양하고도 일하고 받은 돈을 시누이에게 뺏기는 등 경제적으로 착취당했다. (경제적 착취) 물리적 폭력을 당해도 친정 가족이 옆에 없는 이주여성들은 갈 곳이 없다. 시어머니는 남편 편만 들고 신고를 받고 온 경찰도 화해를 권한다. (물리적 폭력) 자녀가 있는 이주여성이 이혼을 하게 될 경우에는 양육권 문제도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적절한 법적 조력도 받기 어려운 이주여성은 많은 경우 양육권을 빼앗긴다. (양육권)

‘생존자’가 되기 위한 노력, 서로가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서 스스로를 챙기고 새 삶을 시작하려는 이주여성의 노력은 감동적이다. 한 이주여성은 결혼하고 입국하자마자 가족으로부터 여권을 빼앗겼다. 그리고 늘 남편에게 체류 연장을 빌미로 협박당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체류 연장이나 귀화 신청은 남편이 신원을 보증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여성은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귀화 불허 처분 취소 소송’을 청구한 것은 물론 이혼 후 ‘면접교섭권 소송’도 진행했다. 그는 “더 이상 무기력하게 내쫓기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면서 아이와 같이 살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체류권) 중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온 조선족 이주여성은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딸이 존경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해 한국어 교육은 물론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그는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면서 “중국에서 왔다고 기대치가 정해진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며 자립 의지를 다진다. (자립)

물론 이들의 자립이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부설 쉼터는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민단체임과 동시에 친정 같은 곳이다. 쉼터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활동가와 전문가로부터 정서적·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한 직업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곳이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자녀도 같이 돌보며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친정 가족이 되어준다. 이주여성쉼터는 명절이 되면 더욱더 붐빈다. 명절에 찾아갈 친정이 없는 쉼터 입소 이주여성들은 물론, 자립을 한 이주여성들까지 자녀와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 때 한국 사회는 변한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활동가들이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선주민 활동가는 물론 당사자 활동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당사자 활동가의 역할을 중요시하며 양성·활용하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나라에서 온 활동가와 쉼터 입소 이주여성 사이에는 공감대가 빨리 형성된다. 피해 여성들이 겪는 이주 생활의 어려움을 당사자 활동가들 역시 겪었기 때문에 선주민 입장에서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도 도와줄 수 있다. 사실 당사자 활동가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일한다.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활동하려면 한국어에 능숙해야 한다. ‘이혼을 부추기는 곳’에서 일한다는 비난과 이주여성임을 알아차리고 함부로 대하는 이들의 반말과 욕지거리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주여성이 활동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선주민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이주여성 인권활동에 더 많은 이주여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이주여성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동질감이 활동의 이점이 될 뿐만 아니라 이주여성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그 효과가 강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사자 활동가들은 이제 이주여성만 돕는 것을 넘어서 활동하고 있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촛불문화제 등에서 이주여성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보태고 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민자’와 함께 살아갈 우리들의 자세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시행되고 ‘다문화’라는 말이 수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위한 갈 길은 멀다. 노력해야 할 이들은 이주여성의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이다. 이주여성들을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으로, 이들을 사회로 통합하려하기보다 ‘국경 관리’와 ‘통제’의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시각은 이주여성이 소수자이자 약자로 살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다. 이런 ‘배제’와 ‘차별’을 바탕으로 한 각종 법·제도들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한국 사람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고 해서 한국에 정주할 권리를 바로 주지 않는다. 이주여성은 ‘결혼이민’ 비자를 받아 2~3년 주기로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비자를 연장할 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심사하는 것은 한국인 배우자와의 결혼 관계가 어떠한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배우자가 이주여성을 상대로 체류 자격 심판관처럼 굴며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귀화 또한 쉽지 않다. 한국인 배우자와 법률상 혼인신고를 하고 2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3,000만 원 이상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이 충족되면 또다시 면접 심사를 실시하고 품행 단정 여부도 판단한다.

무엇보다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편견과 선입관이 이주여성을 힘들게 한다. ‘피부색이 까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열등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도처에 존재한다. 동정 어린 시선과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하라는 암묵적 느낌도 이주여성에게 상처가 된다. 동네 이웃들이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 이주여성의 경우 이웃들이 소개해주는 밭일을 겨우 일당 3만 원을 받고 했다. 딱하다고 일거리를 주면서 싼값에 이주여성을 부리려 했던 그들도 사실은 방관자이자 착취자였던 셈이다. 이제 우리는 ‘이민자’, 이주여성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온정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주여성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적 소수자로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이 나왔다. 이 책을 통해 가시화된 이주여성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이며 함께 사회를 바꿔나갔으면 한다.

구매가격 : 9,100 원

주체의 나라 북한

도서정보 : 강진웅 | 2018-10-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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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나라, 그리고 민족주의 국가

북한 사회는 주체과학, 주체예술, 주체농법, 주체의학, 주체체육 등 모든 것이 주체로 통하는 ‘주체의 나라’이다. 김정은 정권 역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아 주체의 전통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 3대가 만들고 가꾸고 있는 주체사상은 민생단 사건에서 비롯되어 해방과 전쟁을 거쳐 중·소의 외압과 내부 파벌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김일성이 세운 이념이자 정치로서, 또한 김정일이 계승한 이론이자 과학으로서 김정은에게까지 계승되어 주민들의 일상에 침투한 신념 체계이자 규율된 정체성이다. 항일무장투쟁에서 주체 사회주의로 달려온 북한의 근대성에서 만주의 유격대 체제가 근대국가의 구조로 정착되었고, 세포가족이 가족국가에 통합되는 한편 적대계층에 대한 탄압과 전체주의적 폭압이 노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전쟁의 집합적 기억을 주조하며 반미주의의 철옹성을 쌓은 북한은 경제난 이후에는 선군정치와 고난의 행군을 벌여 핵 위기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고, 21세기 〈아리랑 축제〉의 향연을 통해 ‘불멸의 태양민족’의 후예로서 ‘강성대국의 건설’을 희원했다.
북한은 해방과 전쟁을 거쳐 국내외의 복잡한 정세에 맞서 주체와 반미의 나라로 발돋움했다. 1990년대 초부터는 ‘사회주의 없는 사회주의 국가’, 즉 온전한 민족주의 국가로 탈바꿈했다. ‘주체’의 얼굴을 발전시키며 폐쇄적인 민족주의 국가로 치달은 북한의 여정은 유격대국가, 가족국가, 반미국가, 생명정치, 전체주의, 극장국가 등의 모습이 다양하게 뒤엉켜 나타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저자 강진웅은 북한의 국가 권력을 관통하는 핵심이 ‘민족주의’라고 말한다. 곧 민족 독립과 내적 독재라는 ‘민족주의의 야누스’를 답습했다고 말한다. 민족주의는 한국전쟁 이후 주체 노선과 반미주의와 함께 발전했고,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붕괴한 직후에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민족의 얼굴을 한 주체 사회주의에 정착한 순간 북한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독자 노선을 추구하며 고립되어갔고, 장기적인 분단체제와 군사 경쟁으로 인해 경제가 기울었으며 외부의 적들과 싸우기 위해 내부 독재를 강화해야 했다. 두 얼굴의 민족주의에서 북한은 미래와 개방의 길이 아닌 과거와 폐쇄의 길을 택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과거의 상처를 현재화하고 미래로까지 확장하려 했던 것이다. 다수의 제3세계 신생 독립국가들에서처럼 북한의 근대성은 독립을 위한 민족 자주의 길을 제시했으나, 국가 건설 이후에는 민족의 가치를 절대화하며 내부의 이단자를 탄압하는 독재의 길로 권력화되었다.

주체사상과 우리식 사회주의
1장은 북한에서 다양한 얼굴의 원초적 배경이 되는 주체사상이 역사적으로 발전해온 과정을 탐색한다. 구체적으로 주체사상이 항일무장투쟁에서 시작되어 사회주의적 애국주의와 주체 노선을 거쳐 우리식 사회주의와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민족주의의 얼굴로 변화된 과정을 분석한다. 그동안 북한은 전체주의, 봉건왕정, 세습국가, 깡패국가, 범죄국가, 불가능한 국가 등 다양한 부정적 수식어로 회자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난으로 공장의 국가 재산을 빼돌려 인민재판을 받거나 목숨을 걸고 탈북한 후 중국에서 체포, 송환되어 강제노역에 처해지고 성경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을 당한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은 이제 그리 낯선 모습만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연이은 핵실험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은 서구와 한국 언론의 비난과 조롱의 표적이 되어왔다. 그러나 수많은 아사자를 낳고 부시가 붙여준 ‘악의 축’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면서도 북한 정권은 전근대적인 공포정치를 감행하며 미국과의 대결 속에서 선군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모부를 하루아침에 숙청하고 이복형마저도 외국 공항에서 암살하는 등 벼랑 끝 외교로 위태로운 정권을 이어가는 북한의 모습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북한의 폭력성과 이에 대한 서구와 남한의 오랜 반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닫힌 사회의 내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접근 불가능한 사회를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노력과 함께 좀 더 큰 틀에서 그 사회를 다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체제와 이념의 정당성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북한의 통치와 정권의 안팎을 동시에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북한의 행위와 체제가 그들 나름의 상식과 논리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보천보전투, 토지개혁, 한국전쟁, 주체사상, 우리식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이어지는 북한의 역사적 경로와 정치적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내외의 비판을 무릅쓴 북한의 처절한 몸부림이 그들 나름의 내적 논리와 정당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항일무장투쟁의 전통과 유격대국가
2장은 주체의 나라 북한이 유격대국가를 발전시키면서 항일무장투쟁의 전통을 사회적으로 재구성한 측면을 분석한다. 항일 빨치산의 혁명 전통은 권력의 신성화 작업을 통해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고, 북한 정권은 정치, 경제, 군사, 출판, 문예, 교육, 일상생활 등 사회의 전 분야에서 항일유격대의 전통을 계승하며 현재화하고자 노력했다. 1974년 김정일에 의해 제기된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라는 국가적 구호는 국가와 사회, 전 인민의 삶을 좌우하는 사상적 슬로건이었던 것이다. 항일무장투쟁의 전통은 국가의 지도 이념이자 규율의 수단이었고, 주민들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회문화적 현상이었다.

유격대국가의 또 다른 얼굴, 가족국가
3장에서는 유격대국가의 또 다른 얼굴로서 발전한 가족국가의 모습을 탐색한다. 국가와 사회의 내재적 순응과 통합을 이룬 가족국가의 모습은 유교문화적 접근의 논자들이 주로 분석한 탐색 대상이었다. 전통적인 유교문화가 사회주의의 근대성에 발현된 것으로 평가한 유교문화적 접근은 전통적인 효가 근대적인 충으로 확대되어 국가가 하나의 ‘사회주의 대가정’을 형성한 것으로 보았고, 이러한 국가-사회의 통합은 정치 권력과 유교문화가 공명한 결과로 해석되었다. 브루스 커밍스와 이문웅 역시 가족국가의 문화적 권력이 사회로 침투하여 국가와 사회, 국가와 개인의 내재적 순응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아래로부터 국가 권력이 정당화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내재적 통합을 이룬 가족국가 체제는 경제난의 시련을 겪으며 세포가족이 이탈하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반미주의와 미시파시즘
4장에서는 북한의 국가 권력이 반미주의를 통해 사회로 확장된 과정을 탐색하며, 반미 권력이 주민들의 일상에서 재구성된 미시파시즘을 분석한다. 전체주의적 접근에서 주로 묘사하듯이, 사회주의 국가 권력은 어떠한 잡음과 마찰 없이 관철되는 전지전능한 실체가 아니라 항시 내적인 긴장을 표출하는 역동적인 변화의 산물이다. 기든스의 지적처럼, 현대 국가의 전체주의적 통치totalitarian rule는 국가가 사회로 침투하여 개인을 지배하는 고도로 합리화된 통치 방식이었다.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체제 역시 문명과 폭력을 내포한 모순적인 근대성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사회구조와 체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의식과 행위로 이어지는 파시즘의 미시적 작동 방식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국가 권력 역시 폭압의 거시 정치를 행사했지만, 반미의 미시파시즘, 항일무장투쟁 전통의 합리화, 주체사상의 규율화에서 결국 드러나듯이 규율 권력의 기제를 동원한 미시 정치 또한 행사했다. 따라서 미시파시즘의 프리즘을 통해 북한의 반미 권력이 주민들의 삶에 어떻게 침투해 재생산되었는가를 경제난 전후를 비교하며 탐색해보고 있다.

사회주의 생명정치
5장에서는 북한의 사회주의 생명정치를 탐색한다. 소비에트 시스템에서 출발한 근대 북한의 체제는 주체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 인구, 보건위생, 산업 경영, 주체 형성 등 근대 생명정치의 기제를 국가 건설과 사회 동원에 활용하고자 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의 지배하에서도 북한 정권은 과학적 국가 경영과 개인 주체의 규율적 통제라는 생명정치의 기제를 강화했고 이를 통해 서구의 근대국가가 지향했던 문명화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6장에서 드러나듯이 북한의 사회주의 생명정치는 문명화의 이면에서 국가 인종주의를 야기하며 전체주의적 폭력과 굴라크 체제를 형성했다.

전체주의의 질곡
6장에서는 숙청, 처벌, 감시, 통제로 이어지는 북한의 얼굴 중 가장 어두운 단면인 전체주의의 모습을 분석한다. 북한은 야누스적 근대성, 문명화, 생명정치 속에서 폭압의 권력을 배태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극단화되어 공개처형 등 전근대적인 처벌의 방식으로 이어졌다. 소비에트 시스템에서 사회주의 생명정치를 추구하며 주체의 인간형을 창출하려 했던 북한 역시 전체 인구를 과학적으로 통제하며 주민들을 전방위로 동원하는 가운데 외세와 외세에 기댄 내부 파벌들과 정치적 이방인들을 ‘열등한 인종’으로 규정해 말살하는 폭압의 권력을 행사했다. 탈북의 물결과 공포정치의 전횡에서 드러난 북한의 사회주의 근대성은 생명 권력의 야누스와 전체주의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극장국가의 명암
7장에서는 북한의 국가 권력이 문화를 활용해 상징적으로 사회를 동원하는 극장국가의 얼굴을 탐색한다. 1970년대 초 영도예술에서 비롯된 북한의 극장국가적 특성은 현재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며 유격대국가의 자부심을 형상화하는 〈아리랑 축제〉에서 잘 드러난다. 태양민족의 위대함을 설파한 극장국가의 의례와 공연은 21세기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장관의 권력을 구가하며 주민들을 재결집하고 있다. 식량난과 핵 위기 상황에서 전체주의적 폭압의 기제를 강화하는 한편 의례문화에서 생성된 상징 권력을 통해 유격대국가의 위상을 회복하며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의 시련
8장에서는 경제난의 시련을 거치며 변화한 북한 사회의 모습을 분석한다. 유격대국가, 가족국가, 극장국가 등의 얼굴을 드러낸 북한의 체제는 1990년대 중반 주민들의 대량 아사와 탈북 사태를 빚은 식량난이라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로써 북한 체제에 중요한 분기점이 형성된다. 유격대국가의 폭력성이 노골화되고 가족국가의 세포가족이 이탈하면서 철옹성 같은 반미 권력이 이완되기 시작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이 책의 인터뷰 응답자들 대부분은 식량난 이후에 북한을 탈출했고, 순수하게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한 응답자들이 전체의 반을 차지한다. 8장에서는 경제난의 여파와 함께 변화된 북한의 사회상을 살펴보고,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삶과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정체성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식량 위기는 동북아시아에 수많은 탈북 난민을 양산해왔고 이들 대부분은 한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17년 현재 약 3만 명의 북한 이탈 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한국 정부는 북한을 대한민국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은 한국의 법적 시민권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법적, 정치적 시민권의 문제와는 별개로 탈북자들은 국가와 개인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더 복잡한 사회적 과정을 거치며 실질적인 한국 시민이 된다. 혈통을 중심으로 한 법적 시민권과 별개로 실제 현실에서 탈북자들의 사회적 시민권은 다양한 방식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에 기반을 둔 남북 관계가 지배적이었던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부는 ‘자유귀순용사’로서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환영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그 이면에서는 ‘괴뢰 적성국가’의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병행했다. 그러나 식량난 이후 급증한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거버넌스에 중요한 변화가 일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탈북자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계속 축소되었지만 대신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탈북자들의 자립적 정착을 지원하는 거버넌스가 새롭게 모색되었다. 소수의 정치적 망명자들에 대한 기존의 보안기관 중심의 하향식 지배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시민사회의 확장된 네트워크 안에서 탈북자 개인의 삶을 관리하는 미시적 규율의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9장에서는 이러한 거버넌스하에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정체성을 동화, 통합, 혼돈, 저항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한반도의 냉전적 분단체제, 한국과 북한
10장은 분단체제와 남북 관계라는 틀에서 한국과 북한의 문제를 다룬다. 냉전과 탈냉전의 역사적 굴곡을 거치며 북한은 남한과 화해,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경쟁하고 반목해왔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핵실험에서 촉발된 갈등에서 드러나듯 남북한은 여전히 분단정치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뿔 달린 공산 괴뢰’와 ‘미제 승냥이 놈들’에 대한 상호 간 악마화는 한반도의 냉전적 분단체제를 상징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어두운 그림자는 2000년대 초반 남북 화해와 통일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를 낳은 신냉전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10장에서는 냉전과 탈냉전을 거친 남북 관계 및 민족 갈등과 화해의 문제를 다루며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성찰하고 21세기 다문화 한국의 변화에서 탈북자들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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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

도서정보 : 코샤 쥬베르트, 레일라 드레거 편저 | 2018-10-11 | EPUB파일

지원기기 : PC / Android / iOS

자급자족, 핸드메이드, 반농반X, 제로 웨이스트
위태로운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증명하다

중국에서 시작된 재활용 쓰레기 수거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우리 일상이 사실은 위태로운 기초 위에 있음이 드러난 사례다. 살충제 계란과 라돈 침대, 가습기 살균제와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 이제 생태/환경 문제는 대상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 이 세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대로 괜찮을까? 여기 몇 십 년 전부터 한발 앞서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사람들이 있다.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생태마을(Ecovillage)은 사회적 환경과 자연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계획/전통공동체를 가리킨다. 대체로 생태마을 사람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하며 텃밭 농사를 짓고 자연과 연결되는 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기성품에 의지하기보다 손발의 힘을 믿으며 쓰레기를 만들기보다 자원을 순환하려 노력한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이는 생태마을에서의 삶은 일률적이거나 어떤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기준은 다양하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다채로운 방식으로 살아간다. 살면서 부딪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때론 길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만족감이 따라온다.

우리 시대의 사랑, 평화, 교육
생태마을을 살아가는 생생한 목소리

생태마을에는 도시형 생태마을을 지향하는 일본의 애즈원 네트워크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침체된 농촌을 살리려는 중국 샨성구의 활동도 있다. 또한 정부의 지원 속에 프로젝트 사업을 활발히 벌이는 미국 이타카 생태마을의 사례가 있는가 하면, 정부와 게릴라 간의 폭력 사이에서 평화를 선언한 콜롬비아의 산 호세 공동체가 존재한다. 생태마을에서의 삶은 대륙과 국가의 사정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핵심은 결국 마을/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사례들은 생태마을에서의 사랑과 평화와 교육의 경험을 짧지만 본질적으로 드러낸다.

많은 사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죠. 그 두려움으로 상대에게 집착하다 보면 두 사람의 사랑도 손가락 사이로 사라지는 모래와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다수의 커플은 이별합니다. 그들은 원하던 바와 정반대로 말이죠!
타메라에서 말하는 ‘프리 러브Free love’란 사랑에 책임을 지는 거예요. 상처를 받아 고통스러운 때조차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마음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방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_포루투갈 타메라 생태마을의 베라 클라인하메스(250쪽)

2000년 두 번째 인티파다가 일어났을 때, 저는 간호사로서 부상당한 이스라엘 군인들과 자살폭탄공격을 감행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두 치료했어요.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비판받아야 할 것은 시스템 그 자체였습니다.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남편은 저를 버리고 떠났고, 저는 전쟁 중인 예루살렘 한가운데 임신한 몸으로 혼자 남겨졌어요. 그러면서 저는 제 활동이 정치적인 평화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간의 평화에 대한 것이어야 함을 이해했어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배 속의 아이에게 저는 "또 다른 삶은 분명히 가능할 거야, 내가 그 삶을 찾아볼게"라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제가 가진 비전은 풍족한 지구 행성에 관한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일하면서도, 저의 비전과 내면의 영혼은 그 너머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_팔레스타인 하코트리나 농장의 아이다 쉬블리(178쪽)

유아기에 사랑과 보살핌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의 애정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 블랙홀이기 쉽습니다. 이 부분에서 위탁 부모들의 공동체인 키테쉬가 가진 강점이 드러납니다. 아이가 우리 가족(공동체) 안에 들어오면 ‘포기’란 없습니다. 부담을 함께 나누고 기쁨도 마찬가지죠.
저는 교사가 되려고 교육을 받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지 마라. 아이들은 당신의 마음을 가져가 망가뜨린다.” 하지만 여기 키테쉬에서 우리는 공동체의 힘을 모아 아이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쏟아붓습니다.
_러시아 키테쉬 생태마을의 앤드류 에크먼(207쪽)

오래된 미래 속 라다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바라는 삶을 향해 도전하는 세계의 움직임

이 책은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 이하 젠GEN)의 20주년에 맞춰 전 세계 생태마을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생태마을 관련 도서들이 대체로 이론적으로 접근하거나 관찰자 혹은 연구자의 시선을 가졌다면, 이 책은 생태마을을 직접 설립했거나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다양한 실례를 통해 독자들은 생태마을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과 단단한 삶의 방식, 반짝이는 아이디어까지 두루 접할 수 있다.
『오래된 미래』 속 '작은 티벳' 라다크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실제로 이 책에는 라다크에서 생태마을 운동을 진행 중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글이 실려 있다. 헬레나는 생태적 건축과 기술을 도입한 ‘라다크 생태 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서구식 근대화, 이른바 세계화를 넘어서려는 라다크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라다크가 ‘오래된 미래’라는 박제된 한때가 아니라 지금 우리와 함께 세계 속에서 변화하는 현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생태마을을 향한 전 세계 사람들의 노력은 어떨 때는 말 그대로 꿈을 따라가는 신나는 모험이며, 재밌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다. 또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는 실존적인 결정이며, 고난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각 대륙, 국가, 지역에서 저마다의 조건에 따라 그리고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생태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혹은 다른 마을이나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지속가능한 삶, 바라는 삶을 찾아 한걸음 내딛는다.
분명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을이라는 작은 단위의 노력은 부족하게 보일 것이다. 당면한 환경/생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자각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생태마을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험장이자 교육장이 되어 지금과는 다른 방향의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생태마을들에게는 지역적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전 세계의 친구들이 있어 더 많은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돕는다.

특별한 한국어판을 가능하게 만든
청년 활동가들의 순수한 열정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등록된 자선단체인 젠GEN은 전 세계에 지역 기구를 두고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참여한 라다크 생태 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인도의 오로빌과 미국의 이타카,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 영국의 핀드혼 등 세계의 많은 생태마을이 젠GEN에 가입되어 있다. 젠GEN은 여러 생태마을의 경험을 모으고 나누는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 단체이다. 여기에 젠GEN 네트워크를 뿌리로 한 교육 단체인 가이아 에듀케이션은 생태마을 디자인 교육(EDE) 개발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전 세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넥스트젠은 젠GEN의 청년 모임으로서 역시 전 세계에 지역 모임이 있다. 한국 청년들은‘넥스트젠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모여 전 세계 생태마을을 탐방하고 공부하며, 네트워크/교육 활동을 통해 생태적인 삶을 꿈꾼다.
한국어판에는 유럽 사례를 먼저 소개한 원서와 다르게 아시아 사례를 먼저 소개하며, 특별히 원서에 없는 한국, 일본, 중국의 동아시아 생태마을 사례가 추가되어 있다. 넥스트젠 코리아 에듀케이션 청년들은 더 좋은 책을 만들고자 여러 공동체를 직접 취재했고, 국내외 생태마을 활동가들에게 원고와 번역, 감수를 부탁했다. 이 책을 만드는 시간 자체가 청년 활동가들에게는 전 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과 우정, 지혜를 나누는 연대의 시간이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어판은 원서의 ‘증보판’에 가까워졌다. 이 같은 열정에 감동한 젠GEN 사무국은 이들의 제안을 수락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의 현실을 세계적 활동과 연결시키려는 청년 활동가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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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바라본 개발협력

도서정보 : 김태형 | 2018-10-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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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활동 중인 저자가 20여 년간의 개발협력 분야에서의 경험을 기초로 개발협력에 관심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위해 경제개발의 진정한 의미를 재분석하고, 성과 중심의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이 책 <유엔에서 바라본 개발협력>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경제개발의 진정한 의미를 재정리하고, 개발협력의 성공적 모델인 마샬 플랜을 포함해서 15세기 영국의 산업발전부터 유럽과 미국의 발전을 거쳐, 20세기 일본 및 한국에 이르기까지 이들 국가들이 어떠한 개발전략을 사용하여 개발에 성공했는지를 역사적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러한 성공전략들이 현재의 개발도상국 개발전략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 인프라, 빈곤퇴치, 새천년개발목표(MDGs),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기후변화 및 복지 등의 핵심 국제개발 의제의 의미와 한계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경제개발 및 개발협력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제적 개발의제들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우리 고유의 개발협력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개발협력 인력의 능력 향상이 성공적인 개발협력으로 가는 첩경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해 유엔에 대한 기본적 설명과 유엔과 같은 저자가 유엔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좋은 점과 실망스러운 점을 솔직하게 기술했고, 아울러 유엔 홈페이지에는 나와 있지 않은 유엔의 직원선발 절차, 이력서 작성 및 인터뷰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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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는 없다

도서정보 :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 2018-10-11 | EPUB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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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한남’의 남성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이 만연한 사회, 한국 남자의 남성성을 분석하고 공론화하다.

한국 사회는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이 확고한 편이다.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이다’ ‘남자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 ‘남자는 울면 안 돼’ 등과 같은 말이 한국 남자의 몸과 마음에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 젠더 규범을 공유하면서 한국 남자들은 한국 사회를 활보하고 지배한다. 남자들만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을 보면 그 젠더 규범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야한 농담을 하고, 심지어는 강간을 모의하기도 한다. 정치인들, 직장인들의 룸살롱문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상에서 여성을 공개적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고서도 “여성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의 잘못된 발화이다. 문제는 이 남자다움의 규범이 계속 학습되며 ‘사회화’되어 전승된다는 것이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치녀’ 등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하는 비율은 청소년이 66.7퍼센트로 여타 세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를 일삼는 ‘일베’ 이용자나 ‘여자도 군대 가라’고 외치거나 ‘역차별’논란을 일으키며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이들이 남성청(소)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은 영원히 되풀이될 것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 한국 남성들은 이 말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나쁜 남자’가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판타지이다. 그리고 ‘남자다움’ 자체도 일종의 판타지로 구성된 이데올로기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성차의 본질화를 경계하며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모두 자유롭게 떠다니는 인공물이자 언제나 생성되는 과정 중의 구성물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자다움’이라는 젠더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내려온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나쁜 남자’도 ‘남자답다’도 모두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남자는 없다』가 이 책의 제목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 ‘거칠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다정한 남자’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남자’ 등, 남자다움에 대한 여러 규범을 구현한 ‘그런 남자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차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남자다움’이 허상이라면 ‘한국 남자’들의 ‘남자다움’은 무엇인가? 남성 주체의 욕망,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연구가 절실해 보이는 이 시점에 『그런 남자는 없다』는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이해의 지표를 제시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에서 진행했던 ‘남성성 콜로키엄’에서 오고간 남성성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총 13명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남성성, 그중에서도 ‘한국의 남성성’에 대해 질문한다. 대한민국 남성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국 남자들은 왜 이러는가? ‘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이 책은 한국의 남성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며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고찰한다. 필자들은 대한민국 남성성에 대해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이며 젠더 수행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총 13개의 글은 각각 해방기 국가 재건 과정에서 생겨났던 우익 청년단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K-문학, K-영화와 디지털 미디어 등에 나타나는 다양한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다보면 ‘한국 남성성’의 위기와 그 변용을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여성 혐오 현상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대한민국 남자의 탄생』에서는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전래동화)부터 일제 식민 시기와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 초기까지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2부 『근대국가와 ‘만들어진 남자’』는 박정희 체제하에서 국민개병제 실시, 주민등록법 시행 등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주변부로 밀려난 성소수자, 장애 남성을 통해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탐구한다. 한편 한국 사회 내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군사주의적 남성성도 고찰한다. 3부 『IMF 이후 한국 남자의 초상』에서는 지금 현재, 각종 소설?영화?웹툰 등 미디어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서부터 한국문학계의 대표적 남성 작가인 이기호, 천명관, 김훈의 소설에서 한국 남성성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4부 『디지털 시대의 남자 되기와 여성 혐오』는 인터넷의 등장 이후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진 남성 청년을 중심으로 디지털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남성성의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나 디지털 미디어에서 격렬하게 벌어지는 젠더 갈등의 전장에서 여성 혐오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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