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아포칼립스

백민석 | arte | 2019년 08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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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 도서 소개



자본 전쟁의 사상자들이 펼치는 마지막 향연
“괜찮아. 어차피 미래는 없을 테니.”

세상에 끝에서 우리는 한번 웃을 수 있을까



“세상은 꼭 인간의 상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현실은 인간의 상상력보다 느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고,
당연히 아무도 바라지 않았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_ p. 13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1990년대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은 백민석은 10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그 명성을 이어가며, 최근엔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여전히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로 신작 『해피 아포칼립스!』를 선보인다. 강렬하고 충격적인 단편소설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장편소설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던 그이기에 이번 경장편소설에서는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작가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주 특별한 ‘종말의 밤’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종말’의 상상력이 따뜻하고 희망적일 리는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라는 수식이 붙는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 ‘공포’와 ‘악’에 관한 이야기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보는 작가 백민석이기에, 이 천진한 제목 앞에 기대와 호기심은 더욱 높아진다.
이 작품은 “달나라에 첫발을 디뎠다고 난리가 난 지 70년도 더 지”난 때, “개포동을 지나 구룡산 중턱의 만 가족 타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그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후, 서울의 강남에 위치한 ‘만 가족 타운하우스’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혜주와 최가 나누는 대화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상 이변으로 지구는 달아올랐고, 한낮엔 햇빛 때문에 민얼굴로 나갈 수도 없는 거리에는 배회하는 늑대인간, 좀비족, 뱀파이어 들이 구차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한데 이 모습이 허무맹랑한 상상의 결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불과 얼마 전 우리는 끔찍한 미세먼지로 덥힌 공포스러운 하늘을 경험했고, 그것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진행형의 현실이다. 이상기후는 전 지구적 문제이며, 기후 난민에 대한 뉴스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긴 마찬가지다. 또한 가속화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유탄은 언제 한국으로 날아들지 모른다.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되면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에 따른 피해가 한국으로 이어질 거라는 분석은 우리를 또 다른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쯤 되면 작가 노트의 한 문장이 떠오르며 한 걸음 더 가깝게 와닿는 작품 속 상황의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 “이 소설의 상당량은 오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답게 죽을 것인가, 돌연변이로 살아남을 것인가
― 참혹한 살육의 난장에서 ‘해피’ 아포칼립스는 가능할까



“저 늑대인간들을 좀 봐.”
은이 민이에게 전망경을 넘겨주며 말했다.
“가난은 불치병에 전염병이라고.
그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늑대인간이 된 거고.”_ pp. 126~127



혜주와 최가 향하는 ‘만 가족 타운하우스’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엘리트 만 가족이 사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백민석이 「작가 노트」에서 “우리 사회에서 서울 대치동의 타워팰리스가 띠어온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면 우리는 이미 ‘만 가족 타운하우스’를 가진 셈이다”라고 적은 것처럼, 이 작가가 그리는 미래와 종말의 상상력은 철저하게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데 오늘의 현실을 담아낸 가상의 공간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어두운 부분을 극대화시킨 소설 속 배경은 그래서 더욱 읽는 이를 아득하게 한다.
최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던 은의 입주 축하 파티에 스내퍼로 방문한다. 상위 1퍼센트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답게 ‘만 가족 타운하우스’는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바깥의 불행이 그들에게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지아에 전망경을 설치한 후 반대편 건물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늑대인간족, 좀비족, 뱀파이어족을 해치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가난은 불치병에 전염병이라고 말하는 이들. 작가는 이것을 “종말 문학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은 경제 재앙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이 방아쇠가 되어 발발한 자본 전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쟁인지도 모른 채 참전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적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전쟁의 희생자 혹은 사상자의 많은 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또한 돌연변이를 일으켜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 자들은 늑대인간족이나 뱀파이어족, 좀비족 같은 끔찍한 것들로 변했다. 자본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은 지구에 덮친 환경 재앙에 그대로 노출되어 회복 불가능한 처지가 되어버렸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한때 패배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척했지만, 어느새 자신들만의 성에서 그들을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그렇게 종말의 서막은 서서히 올라간다.
결국 그들이 견고하게 쌓아올린 ‘만 가족 타운하우스’로 배고프고 억울한 늑대인간족, 좀비족, 뱀파이어족이 몰려든다. 총에 맞아 머리가 터지고 칼로 난자당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반란의 끝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승자는 역시 가진 자들일 것이다. 참혹한 살육의 난장에서 ‘해피 아포칼립스’를 맞이할 수 있을까. 소설의 마지막에서 최가 바라보는, 현실인지 미래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평범하지만 지극히 평화로운 장면은 그 끔찍한 장면들과 대비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애틋한 그림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을 덮을 때, 소설이 너무 앞서나간다고, 인류는 소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독자들이 대답할 차례이다.


◎ 본문 소개

“영화감독이든 소설가든 너무 앞서 나간다고.” 혜주가 말했다. “인류는 느려 터졌어. 한낮엔 햇빛 때문에 민얼굴론 편의점도 갈 수 없는데 지구를 가려줄 양산 하나 띄우지 못해 쩔쩔매잖아.” 지구가 너무 뜨거워지자 태양열을 가려줄 차단막을 대기권 너머에 띄우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술자들, 과학자들, 수학자들, 관료들…. 지구에 양산을 씌우자고 선동했던 그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넷플릭스.” 최가 중얼거렸다. (p. 10)

최는 만 가족 타운하우스에 처음 들어와보았다. 소문으로 듣거나 상위 1퍼센트의 삶을 다룬 언론 기사에서 어쩌다 보긴 했지만 실제로 겪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초대받은 손님이면서도 난파한 로빈슨 크루소 같았고, 타운하우스 바깥세상의 현실이 자꾸 떠올라 불안하고 두려웠다.
바깥세상에 사는 최의 현실은, 녹내장이 슬어가는 눈처럼 뿌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아니, 모래 바닥에 가라앉아 수압으로 빠르게 흐물흐물해져가는 심해 생물의 사체 같았다. 그의 현실은 현실 자체의 압력에 부스러져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사체의 살덩어리 같았고, 그는 매일이 몽롱세계에서 사는 것만 같았다. (p. 26)

최는 나이가 더 들어서야 자살이 한국 사회의 만성질환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은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두 명이 더 본관 옥상에 올라갔다. 카밀라 카베요의 노래를 부르던 그 아이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결국 지하철에 뛰어들었다. 소문으로 듣거나 동영상으로 보는, 그런 자살이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도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차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봐야 했다. 대학 입학식 날에도 강당 입구 돌계단을 물들인 핏자국을 봤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를 해서도 그는 장교의 차를 몰다가 막사를 들이받은 운전병의 뒷수습을 해야 했다. (p. 42)

혜주의 말처럼 서울은 갈수록 더럽고 위험한 곳이 되어갔고, 그 주거비 리스크의 영향인 범죄와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서울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부담했다. 하지만 최가 보기에 그녀는 아직 덜 가난해져봤다. “아파트가 20억이면 뭐해. 해 떨어지면 무서워서 바깥에 나오지도 못하잖아!” 하고 그녀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그런 아파트도 없는 최의 가족은 대낮에도 거리에서 공포를 느꼈다. (pp. 79~80)

민이는 혜주가 나중에야, 자기 신랑을 뜯어먹은 게 늑대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처럼 그 소녀가 좀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녀의 피부를 뒤덮은 멍은 산 채로 몸이 썩어가면서 생기는 시반 같은 것이었다.
“좀비라니…. 그게 뭐였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고양이 밥을 다 훔쳐 먹었을까 싶으면서도 불안한 예감이 자꾸 들어. 저것들이 언젠가는 은혜도 모르고 내 뒤통수를 치고 내 내장을 뒤집어놓겠지, 내 뼈까지 다 발라먹겠지 하는.” (p. 101)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이 방아쇠가 되어 전 세계가 억지로 참전한 자본 전쟁이 발발했다.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경제가 바닥을 뚫었다. 치솟는 실업률을 따라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의 사망률도 치솟았다. 그에 더해 절망하고 굶주린 사람들 위로 환경 재앙이, 가뭄과 태풍과 홍수와 섭씨 50도의 난파와 섭씨 영하 20도의 한파가 밀어닥쳤다. (pp. 124~125)

그렇게 사람들은 전쟁인 줄도 모르고 참전했고, 그 전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제적으로 사망했다. 낙담하고 병든 자본 전쟁의 희생자, 경제적 사상자 중에 많은 수가 물리적으로도 목숨을 끊었다.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늑대인간족이나 뱀파이어족이나 좀비족 같은 끔찍한 것들로 변했다. 돌연변이를 일으켜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려 했다. (p. 126)

그는 이 불평등한 세계가 마지막 순간에 평등을 이루는 광경을 보고 있는 듯했다. 패배자든 아니든 모두 다 함께 종말을 맞는다면 억울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었다. 한 세계가 몰락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인류는 수백 년 전에 그중 한 길을 선택했고, 어느새 그 길의 끝에 와 있었다. (p. 140)

저자소개

※ 저자소개


이름: 백민석약력: 작가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문체로 거침없이 이야기를 써나가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작가는 2003년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가, 10년간의 긴 침묵을 끝내고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통해 작가로서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혀끝의 남자』 『수림』,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죽은 올빼미 농장』 『공포의 세기』 『교양과 광기의 일기』, 에세이 『리플릿』 『아바나의 시민들』 『헤밍웨이: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가 있다. 제4회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목차소개

◎ 목차
세상의 엉뚱한 방향
만 가족 타운하우스
부유한 빛
자살 전망대
부는 불평등하게, 리스크는 평등하게?
크림슨 라이즈
올 패밀리즈
전쟁인 것도 모르고
해피 아포칼립스

작가 노트_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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