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

임승훈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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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임승훈의 소설은 짐짓 웃기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를, 자기 자신을 울리려고 애쓴다.
이 웅숭깊은 "자학의 리얼리티 쇼"는 당신의 어떤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_김현(시인)

"만만찮은 필력"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강력하다"(심사위원 이기호 박형서)는 평을 받으며 201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승훈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지면에서 임승훈은 "나는 애초에 수상소감으로 어떻게 웃길 것인가만 생각했다. 감성적인 서두로 시작되는 차분한 소감은 도저히 쓸 자신이 없었다"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연애사를 밝히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 치기 어린 소감은 아마 한 달만 지나면 후회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후회할 만한 지질함이 좋다."
대개 문학을 향한 애정과 신인으로서의 포부를 드러내며 자신의 문학적 시작을 알리기 마련인 상황에서, 임승훈은 엄숙함과 진지함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유머"와 "지질함"을 올려놓았다. "유머"가 읽는 이에게 산뜻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라면 "지질함"은 물로 헹구고 싶은 찝찝한 맛을 안겨준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칠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써내려간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은 바로 이 유머와 지질함의 배합으로 탄생한 "단짠단짠"의 이야기다.

저자소개

201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그렇게 진화한다」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목차소개

졸피뎀과 나
2077년, 여름방학, 첫사랑
가혹한 소년들
골키퍼 에릭 홀테의 고양이가 죽은 다음날
이서진을 닮은 탐정?새가 된 아내
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
비워진 우주의 대기자들
초여름

해설│강경석(문학평론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탐정추리SF #평행우주 #올어라운드플레이어 #단짠단짠 #웃고있어도눈물이나는

"임승훈의 소설은 짐짓 웃기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를, 자기 자신을 울리려고 애쓴다.
이 웅숭깊은 "자학의 리얼리티 쇼"는 당신의 어떤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_김현(시인)

"만만찮은 필력"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강력하다"(심사위원 이기호 박형서)는 평을 받으며 201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승훈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당선 소감을 밝히는 지면에서 임승훈은 "나는 애초에 수상소감으로 어떻게 웃길 것인가만 생각했다. 감성적인 서두로 시작되는 차분한 소감은 도저히 쓸 자신이 없었다"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연애사를 밝히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 치기 어린 소감은 아마 한 달만 지나면 후회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후회할 만한 지질함이 좋다."

대개 문학을 향한 애정과 신인으로서의 포부를 드러내며 자신의 문학적 시작을 알리기 마련인 상황에서, 임승훈은 엄숙함과 진지함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유머"와 "지질함"을 올려놓았다. "유머"가 읽는 이에게 산뜻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라면 "지질함"은 물로 헹구고 싶은 찝찝한 맛을 안겨준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칠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써내려간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은 바로 이 유머와 지질함의 배합으로 탄생한 "단짠단짠"의 이야기다.


파란 새를 찾는 탐정으로, 마지막 경기를 앞둔 복서로,
외계인에게 개조당한 소설가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지금 여기의 나와는 다른 삶을 상상하는 임승훈식 악덕과 연민의 평행우주론

‘지구에서의 내 삶이 형편없다’고 느껴질 때조차 임승훈은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다. 「초여름」 속 ‘나’는 어릴 때 ‘예민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현재는 자신의 소설적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결국 죽기로 결심하고 목을 매단 소설가다. 웃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임승훈은 기발한 설정을 삽입해 그의 죽음을 유예시킨다. ‘나’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 외계인에게 개조당해 죽지 않는 몸이 되었다는 것. ‘나’는 목을 매단 지 삼 일이 지나도록 죽지 않은 채 아이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기까지 한다. 지질하고 가혹한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런 ‘웃픈’ 장면을 임승훈만큼 능란하게 그릴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은 또 있다. 「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의 ‘나’는 시합을 앞두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말한다. “오늘 넌 죽을 거야.”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분열된 시공간의 차원마다 동일한 임승훈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그는 “그렇게 분열된 차원들을 넘나들면서 모두 칠십이 명의 임승훈의 죽음을 보았다”는 것이다. 「초여름」처럼 외계인이 등장하지도 않는, 죽음이 자명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또다른 차원들에서는 동일한 임승훈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그 남자의 말처럼,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수많은 나’가 되는 것이라면 어떨까.
「초여름」 「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를 비롯해 「졸피뎀과 나」 「이서진을 닮은 탐정―새가 된 아내」 속 화자의 이름이 모두 ‘임승훈’인 것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어딘가에서 임승훈은 목을 매달거나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있지만, 또다른 곳에서 임승훈은 이서진을 닮은 탐정이 되어 파란 새를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사라진 아내를 찾아달라는 한 남자의 요청을 받은 탐정 임승훈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내의 실종을 둘러싼 뜨악한 실체가 밝혀지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담담하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탐정 임승훈의 성격이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독특한 유머러스함을 형성한다.

소설 속 화자의 말을 빌려 임승훈은 소설쓰기와 소설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소설쓰기란 비열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설가란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남을 의심하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연민도 하지 못하는 병신들이지.”(「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 하지만 보잘것없는 자기 자신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일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웃픈’ 유머의 힘을 알게 된 지금, 소설 속 화자의 말을 비틀어 다음과 같이 말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엄살을 떨든 자학을 하든, 그 아픔과 지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 자기 자신을 위하는 듯 보이는 그 ‘비열한 행위’는 결국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묘)의 다정함 덕분에, 사라져간 동료들을 슬픈 마음으로 지켜보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그건 나의 미래, 혹은 나의 과거인 것만 같아서 슬펐거든). 한때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면 나는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정확히는 한국 다른 생태계의 삭막한 관계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들에게 감사하고, 당신들을 사랑한다. 바람이 있다면 늘 글을 쓰고 싶고, 더 잘 쓰고 싶고, 기왕이면 돈도 더 벌고 싶고, 그래서 평생 당신들과 보고 싶다. _‘작가의 말’에서

한번은 승훈이의 우람한 대흉근을 보면서 가슴근육이 소설가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다. 등단한 후에 비로소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노라고 말하던 승훈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근육을 단련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는 것 같다. 날로 근육이 발달하여 종국에는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는 소설가 ‘임승훈’에 관하여 승훈이만큼 쓸 수 있는 작가는 많겠지만, ‘근육의 애욕’을 그만큼 담아낼 이는 드물 것이다. ‘소설 쓰는 승훈이’는 ‘나’라는 오브제를 가장 잘 이해해보려는, 오늘날 몇 남지 않은 ‘퍼포먼서’이기 때문이다. 임승훈의 소설은 짐짓 웃기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를, 자기 자신을 울리려고 애쓴다. 이 웅숭깊은 ‘자학의 리얼리티 쇼’는 당신의 어떤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나, 임승훈은 그것이 알고 싶다. _김현(시인)

그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이 소설집을 읽는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그것은 그의 소설이 남다른 발상과 독특한 양식적 시도들에 힘입고 있으면서도 결국 ‘남다름’ 자체를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수많은 임승훈들을 앞세워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동시대 현실을 꼭 닮아 있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소설’이란 틀을 문제삼는다기보다 벗어날 길이 없다고 여겨져온 이 세계를 더이상 지속이 불가능한 ‘낡은 현실’로 보이게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가 임승훈과 독자들의 ‘지구에서의’ 삶은 이미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_강경석(문학평론가)


■ 책 속에서

솔직해진다는 건,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의미이다.(「졸피뎀과 나」, 19쪽)

이십대의 나는 내 삶이 얇디얇은 유리에 얹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위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무언가가 내게 조금만 무게를 더해도 발밑의 유리가 산산조각날 거라고.
(「졸피뎀과 나」, 45쪽)

그는 자신은 소설가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쓰기란 비열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설가란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남을 의심하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연민도 하지 못하는 병신들이지. 그러곤 조금 웃었다.(「우울한 복서는 이제 우울하지 않지」)

성실하다는 것은 종종, 혹은 아주 자주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성실한 자들의 상상이란 현재를 미래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고, 그들의 상상이란 상상이란 이름의 서투른 자위고, 그들의 상상이란 물려받은 낡은 설계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성실한 자들의 손에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허공에 놓이는 운명인지도 모른다.(「비워진 우주의 대기자들」)

제가 어둠을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다만 우주가 너무 거대한 거예요.(「비워진 우주의 대기자들」)

진보의 순간들 대부분은 나와 무관한 곳에서 이뤄지겠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갈까? 그건 두려운 일이었다. 그건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어린 나는 어렴풋이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세계는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 본질적으로 고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초여름」)

형, 삶이란 건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방이 있는 거래. 그 방에서 또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방이래. 그런 게 삶이래. 하지만 난 이게 단순히 삶만을 얘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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