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오성삼 | 행복에너지 | 2019년 10월 01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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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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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도종환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내가 버텨 온 나날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수준을 넘어 폭우에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마저 흔들리는 것 같은 그런 날들이었다. 내 삶의 모습은 마치 엔진 성능이 약한 자동차가 무거운 짐을 가득 싣고 안간힘을 쓰며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생활 주변은 언제나 낡은 디젤 차량이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으로 뒤덮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안흥리 38번지의 유년시절과 박사과정을 끝내기까지 대부분의 날들은 일용할 양식과 피곤한 육체를 눕힐 수 있는 잠자리가 공부보다 우선되던 기간이기도 했다. 그 시절 나의 감사는 오로지 그 힘겨운 시간들이 머물러 있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고 언제까지나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그 인고忍苦의 세월을 통해 그래도 내가 얻은 소중한 것들이 있었다. 호기심, 엉뚱한 생각, 그리고 도전. 이 세 가지 성삼成三이 나 성삼聖三의 오늘을 이끌어 온 내면의 원동력이 되어 준 것이다. 안흥리 38번지에서의 유년시절은 훗날 다가올 내 삶의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유격훈련과 공수훈련 같은 것이었단 생각이 든다. 참으로 힘든 인생행로였지만, 지나고 보니 멋진 삶의 순간들도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내가 미국 유학을 끝내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나온 지 30여 년이 넘은 시점이다. 나는 지금도 딸아이가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내게 하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아빠, 내가 유치원 과정부터 오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학교를 몇 군데나 옮겨 다닌 줄 알아?” 무려 13번의 학교들을 옮겨 다닌 후 딸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랬다. 경제적 이유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그리고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옮겨 다녀야 했던 미국 유학 이후의 삶 또한 녹록치 않았다. 우리 집 주민등록 초본에 적혀 있는 거주 이전 기록은 정확히 18번, 부동산 투기꾼의 기록이 아니라 가난에 쫓겨 다닌 기록이다. 그때나 이제나 감사한 것은 괴롭고 불편한 시간이 정체하지 않고 흘러갔다는 사실이다.

나와 우리 가족에 오랜 빗줄기가 지나간 지금, 나의 내면에 감사함이 넘쳐남은 단순히 내가 바라던 대학교수의 꿈을 이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의 가난을 통해 내 삶의 준거準據와 과거를 반영反影해 주는 소중한 거울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 준거와 거울은 앞으로 남은 나의 생활에 감사의 척도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쌀밥이 식탁에 오르면 어린 시절 그 보육원의 명절과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떠올린다. 보리밥 대신 따끈한 쌀밥의 내음을 맡을 수 있고, 새우젓 대신 멸치 볶음을 먹을 수 있는 지금의 풍성한 축복이 너무도 감격스럽고 감사한 것이다. 국내에서나 해외여행을 할 때, 그 어느 상황에서도 식사기도만큼은 내가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생각하건데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내가 졸업앨범을 사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강순경 교장 선생님께서는 졸업앨범 첫 장에 <로마서 8장18절>의 내용을 친히 적어 선물로 주셨다.

저자소개

저자소개

오성삼 저자

【학력】
Florida State University 교육학 박사(교육프로그램평가)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교육학 석사(교육정책평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교육행정)
건국대학교 학사(농업교육)

【경력】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
교육인적자원부 국제교육진흥원 원장(제9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지원부장(1998∼1999)
한국학술진흥재단 국비해외파견 교수(1992)
건국대학교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장(제6대)
건국대학교 사회교육원장(초대)
교육대학원 원장(제14,17,20대)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장(제17대)

【사회활동】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2005, 2006)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 회장(제22,23대)
서울특별시 교육추진단 자문위원장(초대),
Hi Seoul장학위원장(제2대)
한국평가학회 회장(초대)
KBS 객원해설위원(교육분야; 2004, 2006∼2012년)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위원(2016, 2017)
재단법인 정수장학회 총동창회(상청회) 회장(제28대)
(현) 학교법인 송도학원 이사, (현)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저서】
교육학의 이해(양서원,1996)
교육과정 및 교육평가의 이해(양서원,1996)
세계대학의 이해(건국대학교 출판부,1999)
메타분석의 이론과 실제(건국대학교출판부,2002)
핵심교육평가(쿠북,2010)
핵심교육학개론(양서원,2011)

E-mail melody123@korea.com

목차소개

목차


part1. 빈 들에 마른 풀 같은 나날들

안흥리 38번지 ? 24
그 보육원 이야기 ? 28
아버지의 죽음, 두 개의 무덤 ? 38
학교교육의 틀을 벗어나다 ? 44
어머니의 재봉틀, 배고픈 설날의 기억 ? 53
망설임 끝에 선택한 대학진학 ? 58
교문 앞 잡상인 대학생 ? 63
잠자리가 되어 준 대학건물 ? 68
쌀 한 줌의 아픈 기억 ? 72
까칠한 수위, 내게 교수의 꿈을 심어 주다 ? 75
ROTC 체육대회, 골칫덩이 육상선수 ? 78
대학 졸업과 함께 켜진 인생의 노란 신호등 ? 83
중앙청 앞의 단독 시위 ? 87
키위(Kiwi)가 된 ROTC출신 이등병 ? 91
논산훈련소의 크리스마스 캐럴 ? 95
병영에서 보낸 빛바랜 편지 ? 98
육군병장 제대비와 맞바꾼 대학원 입학원서 ? 102

part2. 폭우속의 유학생활

해외 입양 아동들을 데리고 떠난 미국유학 ? 110
Chicago, 그 혹독했던 유학생활 ? 113
하나님! 제발 제 기도 좀 들어 주세요 ? 116
미국인 지도 교수, Walberg 박사 ? 120
아들에 대한 참회록 ? 124
딸아이와 아이스크림 ? 130
유학생의 아내 ? 133
따뜻한 남쪽 지방, Florida ? 135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의 시련 ? 139

part3. 대학시절 잠자리에 교수가 되어 돌아오다

3만 5천 피트 상공의 기도 ? 146
‘외국인 근로자 일요대학’을 시작하다 ? 150
이방인의 설움을 쏟아 낸 ‘한국어 말하기 대회’ ? 156
IMF 시기에 치러진 일요대학 졸업식 ? 162
내게 감동을 남겨 준 장애인 학생 ? 168

part4. 교육학 교수의 교육현장 도전기

대한민국 교육부 기관장 공모 ? 180
당황스런 임명장 수령 ? 183
정부, 고위공직자 직무를 시작하다 ? 187
대학교수, 고등학교 교장을 겸직하다 ? 192
여유 있는 점심시간을 시작하다 ? 195
교복, 유니폼을 멀티폼으로 바꾸다 ? 198
스승의 날 받은 편지 한 통, 그리고 두 학생의 사연 ? 203
교육대학원장, 개혁의 급행열차를 몰다 ? 213
다양한 직책들이 봇물 터지듯 찾아들다 ? 221

part5. 교수 정년, 그리고 고등학교 교장

어느 날 아침의 교장초빙 신문광고 ? 230
신임 학교장의 학교경영 구상 ? 234
「인성교육」을 시작하다 ? 238
「쉼」과 「여유」가 있는 학사운영 ? 242
교육과정의 다양화, 「진로·진학중점과정」 ? 254
「교육국제화」를 위한 출발과 활동 ? 259
해외탐방 프로그램을 시작하다 ? 263
미식축구팀의 창단과 스포츠의 국제교류 ? 270
강인함이 절실한 교육 ? 273
네버엔딩 스토리, 제2연평해전 ? 277
고등학교 「Junior ROTC」를 추진하다 ? 281
또 다른 형태의 교사 연수, 제주도를 탐(探)하다 ? 292
송도고에서의 마지막 학기, 가치관교육 ? 297
5년 6개월의 변화와 결실을 남기고 떠나다 ? 303
내 생애 귀인(貴人)을 만나다 ? 311

part6. 그치지 않는 비는 없습니다

Rainy Days Never Stay ? 326
아직도 갚아야 할 마음의 빚 ? 336
Mother of Mine, 김정녀(金正女) 권사님 ? 345
내 삶의 ‘만약(IF)’이란 질문 ? 353

에필로그 ? 360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누가 인생이 정해져 있다고 했나

살면서 역경 한 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위기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금방 끝날 수도 있고, 때로는 평생을 이어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고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나 존재론적 한탄에 젖어들기도 한다.

사실 역경을 이겨내는 데 정답은 없다. 모두 서로 다른 역경 해결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한 가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았을 때 그 사건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하는 것이다.

뒤돌아보면 그렇게 큰 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저걸 헤쳐 나왔지’ 싶은 어마어마한 폭우였을 수도 있다.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우리 개개인에게 주어진 일일 것이다. 어찌 됐든 비는 그친다. 무지개를 보게 되는 것은 덤이다.

여기 그렇게 살아온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터치로 말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더라.’라고.

저자는 참으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독자임에도 아찔해지는 경험이 많다. 그러니 당사자는 어떠하였을까. 오직 짐작만 할 뿐이다. 가벼운 터치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 상황을 직접 겪은 저자는 쉽사리 돌파구를 찾기 험난했을 것이 생생히 보인다.

어떻게 그의 비는 그치게 되었을까? 저자는 ‘호기심, 엉뚱한 생각, 그리고 도전. 이 세 가지 성삼(成三)이 나 성삼(聖三)의 오늘을 이끌어 온 내면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과연 그의 인생은 그 세 가지가 적절하고도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왔다. 공부를 못해서 ‘보결’로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으나 ‘장학생’으로 착각해서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던 그가, 대학에 가고 싶어서 쓴 꼼수는 ‘정원미달로 갈 수 있는 대학 지원’이었고, 그렇게 다니게 된 대학에서 대학교수가 되겠노라 마음먹게 된 계기는 교문 앞에서 생활비를 벌다가 수위와 싸워 ‘내가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하게 해주겠노라’라는 당찬(?)결심에서 시작되었다.

가까스로 가난한 대학생활을 마치고 날이 피나 했더니, ROTC 입단 신체검사 시에는 멀쩡했던 몸이 늑막염 판정을 받아 장교임관에서 누락되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이 바뀌어 ROTC 훈련을 받은 기간만큼 복무기간을 단축받지 못하고 신병 과정부터 시작해 사병으로 모든 복무 기간을 마쳐야 한다는 통지를 받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에 다시금 결심을 하여 느지막히 미국유학 원정길에 오른 그는 새로운 역경 속에서 아내, 두 자녀와 함께 가난한 유학생활을 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서야 박사과정을 마치게 된다.

고난 속에서도 언뜻 우연과 행운이 겹쳐 보이는 그의 인생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역경의 과정 안에서 항상 시도해 보고, 도전해 보고, 문을 두드리는 행동을 해왔음이 눈에 뜨인다.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유학을 포기해야 할 상황, 마지막으로 장학금 신청을 하기 위해 대학 학장실의 문을 두드려 보고, 갑작스레 닥친 법 개정에 의해 면제되었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위기에서는 월드비전 재단에 편지를 써 도움의 손길을 청하기도 한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대학교수가 되고, 국제교육진흥원장,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교장, 송도고등학교 교장 등 봇물 터지듯 다양한 직책을 맡게 되면서 그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교육현장에 꾸준히 혁신적이면서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도입하는 거침없는 행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일요대학, 현장중심의 유능한 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현장의 교사들을 대학원 강사로 채용하기,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서 입을 수 있는 4가지 교복, 고등학교 점심시간 대폭 연장, 중간고사가 끝난 후엔 무조건적인 휴일 제공, 학생 개개인의 대학 진학 희망 학문 분야와 장래 진로 희망 분야를 고려한 학급 편성 등... 입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학교와 학생을 생각하는 다양하고 신선한 프로그램들은 혁신적이며 올곧다.
그는 어려운 시절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꾸준히 아동들을 후원하여 마침내 교장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에 그의 후원금액은 누적 액수 1억 원을 돌파했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졸업앨범을 사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교장 선생님이 그의 졸업앨범 첫 장에 적어 준 로마서 8장18절의 글귀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좌충우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다 보면, 그 말이 진리로구나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분들도 현재의 먹구름에 너무 심란해 하지 마시기 바란다. 삶은 끊임없는 낮과 밤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날은 너무나 화창하여 개운하고, 어느 날은 이도저도 아닌 끄물끄물한 날이고, 어느 날은 천둥번개가 치는 요란한 날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저자처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받게 된 복은 다시 나누어 주자. 저자처럼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햇살을 빌려 주자. 그러면 그 사람이 다시 누군가에게 그 햇살을 나눠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도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이 진리를 잊고 살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잠시 따뜻한 위로를 받아보자. 독자 여러분들의 비가 그치게 될 날을 알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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